밀리언즈, 나도 돈벼락 맞고 싶다~

기사입력 2017-06-23 13:02 기사수정 2017-06-23 13:02

지난번 책정리를 하면서 아주 오래된 DVD와 CD가 제법 많이 나와서 일부 챙겨 두었었다. 그러다가 엊그제 시간내어 몇 편 보게 되었는데 그 중 가볍고 부담없는 영화 한 편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요즘 필자는 영화든 음악이나 그림이든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거나 골치아프면 반갑지가 않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연일 들려오는 뉴스는 시원치가 않다. 계절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마음 다스리기도 만만찮은데다가 지구 저편에서는 잇단 테러소식이 들려오고 어딜가나 세상 살기 어려운 이야기가 난무한다. 영화까지 무겁고 꼰대스러운 잔소리는 도움이 될리 없다.

이럴 때 하늘에서 10억원이 든 돈가방이 뚝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영화 밀리언즈 ,

어느날 기찻길옆 들판에서 놀고 있던 어린 두 형제의 머리위로 돈가방이 떨어진 것이다. 언제나 성서 속의 성자들의 이야기에 심취해 있는 7살짜리 동생은 하느님이 착한 일 하라고 내려 보내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엄청난 돈이 생겨버린 동생은 만나는 사람들 마다 ‘가난하세요?’ 라고 묻는다. 그러나 돈의 힘을 알고 있는 영리한 9살짜리 형은 어른 흉내를 내며 돈의 위력을 맛보기도 한다.

그런 천사표 동생과 형의 투자 마인드가 조금씩 엇갈리면서 가벼운 미소를 만들어 주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돈은 영국의 화폐가 유로화로 통합되기 열흘전이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의 흐름이 또 하나 생긴다.

돈가방을 가지고 생기는 어린이 영화라면 그 돈을 노린 악당들과의 한바탕 숨가쁘고 빠른 전개가 있을 법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돈의 사용 때문에 골몰하는 두 형제의 이야기가 일단은 우선이다. 물론 돈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서 살짝 골치아픈 일이 일어나기에 갑작스러운 돈다발의 출현은 행복보다는 역시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구나 싶긴 했다. 물욕에 치우쳐 사는 세상사람들의 돈타령을 놀려먹는 감독의 의도를 눈치챌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만든 이는 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내세워서 영화 전면을 흐르는 환한 햇살과 음악, 그리고 동화적인 상상으로 유쾌한 한 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리하여 주근깨가 귀여운 두 아이의 활약 뒤에는 환하고 밝은 하늘과 들판이 있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고 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밝은 기분을 이어간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돈가방이라는 기상천외한 소재랑, 열흘 후면 유로화로 통합되거나 아니면 휴지가 되어 버리는 이야기라니 이 무슨 장난질 같은 이야기인가 싶다. 황당해 하면서도 마지막 화면에 올라가는 자막을 보면서 가뿐한 영화보기가 될 것이다. 게다가 사는 일에 쫒기느라 때가 덜 묻었던 아득한 시절의 나를 떠올려 보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으니 또한 다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허무맹랑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볼 수 있는 만화나 동화같은 이야기를 보면서 나름대로 즐거워진다. 사실은 내 머리가 깨져도 좋으니 내 머리 위에도 왕창 돈벼락이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니 잠깐이라도 괜히 더 즐거워진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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