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제대로 보기

기사입력 2017-07-05 14:05 기사수정 2017-07-05 14:05

강화도는 서울 서쪽에 위치해 있다. 자가용이 있던 시절에 몇 번 가보고 그 후로는 오랫동안 외면하던 곳이다. 초지진, 광성보 등 해안에 초라한 진지가 남아 있을 뿐 별로 기억에 남는 것들이 없다. 마니산은 올라가는 계단만 보고 왔고 전등사는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절이었다. 어느 식당에 갔다가 음식이 너무 맛이 없어 일행들이 젓가락만 돌리고 있어 뒷산에 있는 고들빼기를 좀 뜯어와 겨우 한 끼를 먹은 적도 있다. 폭우를 만나 하마터면 급류에 휩쓸려 일가족이 몰사할 뻔하기도 했다. 석모도에 갔을 때는 불친절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왔다. 강화도의 밴댕이회가 유명하다지만 생선회는 어디나 비슷비슷하다.

얼마 전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회원 40명이 대중교통으로 강화도에 다녀왔다. 강동 쪽에서 전철로 송정역까지 2시간 걸렸고, 송정역에서 다시 3000번 버스를 타고 1시간 반을 달리고 나서야 강화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다음 날부터 시작된다는 장마 때문인지 날씨는 푹푹 찌고 불쾌지수가 높았다.

이번에는 시내 쪽으로 가봤다. 횡단보도 신호등을 대여섯 개 지나자 남문이 나왔다. 남문을 지나서 조금 더 가니 서문이 보였다. 서문 안쪽으로 다시 시내 도로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용흥궁이라는 표지가 있었다. 도로 안쪽에 작은 표지판이 있어 미리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가면 지나치기 쉽다.

용흥궁은 철종이 19세 때까지 살던 사저였는데 그 후 기와집으로 새로 지었다. 성공회성당이 높은 자리에 위용을 자랑하고 있어 하마터면 못 보고 갈 뻔했다. 이 광장이 이번 관광의 하이라이트였다. 심도 직물이라는 큰 직물회사가 있던 자리라고 했다. 한쪽으로는 강화 문학관이 있고 마침 조경희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지나칠 뻔 했던 곳이 고려 궁지도 관람할 수 있었다. 강화 성당을 보고 언덕을 올라갔는데 초라한 한식 대문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고려 궁지’였다. 입장료는 900원, 경로우대는 무료였다. 서울 선정릉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곳인데 이곳이 바로 고려시대 몽고의 침략 당시 도읍을 개성에서 강화로 옮긴 곳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왕이 있었던 곳이다. 1232년부터 39년간이었다. 그 당시에도 불에 탔고 개화기에도 프랑스 선원들이 불에 태워 다시 지었다. 이곳에는 그 유명한 외규장각이 있다. 전철 한 칸의 3분의 1 정도 되는 작은 건물이다. 조선의궤를 따로 보관하던 곳인데 프랑스 선원들이 훔쳐갔던 의궤를 얼마 전 프랑스에서 영구 반환받아 조명을 받았던 곳이다.

고려 궁지 성벽을 따라 북문 쪽으로 올라갔다. 아름드리 벚꽃 나무들이 도열해 있었다. 제철에 오면 볼 만할 것 같았다. 강화도에도 둘레길이 있다. ‘강화 나들길’이라 하여 6시간짜리 코스가 20개나 있다. 지금 이웃 교동도에는 연육교가 있어 강화도와 연결되고 석모도도 곧 다리가 완성될 예정이다. 자동차가 있으면 하루 일정으로 교동도까지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없으며 1박 정도 예상해야 한다. 오가는데 너무 멀어 진이 다 빠지는 것 같다. 그래도 강화도는 서울의 관문으로 외세 침략을 일선에서 막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1970년대 서울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앞으로 역사와 관광의 이점을 잘 살린다면 가볼 만한 장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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