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에 개봉한지 9일 만에 관객 6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추세로 볼 때 1천만 명 관객 돌파는 시간문제이다. 현재 예매율 1위이고 평점도 10점 만점에 9.3 포인트로 높은 편이다.
포스터에 ‘1980년 5월, 광주로 간 택시 운전사’라는 문구를 보고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영화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동안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는 몇 개 있었다. 당시 광주 민주화 운동 자체를 감춰오던 분위기였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영화계에서 조금씩 노출한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본 광주 민주화 운동 영화로는 이 영화가 가장 리얼리티가 탁월하다. 광주 금남로 세트부터 시위와 진압으로 얼룩진 도로 환경 등 미장센이 좋았다.
이 영화는 장훈 감독이 만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하여 더욱 흥미진진했다. 어디까지가 실화인지는 모르겠으나 다큐멘터리를 본 느낌이다. 주연에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등 한국배우가 나오고 독일 기자 피터 역으로 토마스 크레취만이 출연했다. 그 외 조연급 배우들도 배역에 맞게 잘 뽑아서 좋았다. 특히 군인들이 그랬다. 송강호는 역시 명배우이다. 그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에 너무 반질한 배우들이 나와서 분위기가 안 맞았는데 송강호와 유해진은 가장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고 본다.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는 동경에 있는데 한국 광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광주로 잠입한다. 당시 광주에 관한 기사는 언론 통제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광주로 가는 길목은 군인들에 의해 봉쇄되고 전화마저 끊겨 있는 고립상태였다. 서울에서 10만원을 받고 피터를 태워주기로 한 택시 운전사가 만섭(송강호 분)이다. 원래 광주 진입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만섭의 기지로 검문소를 통과하고 일단 광주에 잠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부 독재 정부의 무자비한 진압 작전을 목격한다. 국내에서는 군사독재 정부가 이것을 간첩이나 불순분자들, 불량배들의 소행이라고 몰아 부치고 사건도 축소하여 발표한다. 현지 상황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사람들은 외신기자들이었다. 피터 자신도 선교사로 위장하여 입국하고 광주 진입 시에는 비즈니스맨으로 위장하기도 했지만, 그의 행각은 곧 수사 기관에게 밝혀지면서 쫓기게 된다. 가까스로 광주를 탈출하여 아슬아슬하게 김포 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장면은 탈출영화 ‘이스케이프’를 보는 기분이었다.
독일 기자 피터는 실제 위르겐 힌츠페터라는 사람으로 당시 활동과 업적이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2003년 송건호 언론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6년 사망했다. 죽기 전에 그를 광주까지 태워다 주고 김포공항까지 데려다 준 택시 운전사 김사복을 만나고 싶어 했으나 끝내 만나지 못했다. 택시 운전사가 엉터리 전화번호를 적어 줬기 때문이다. 당시 삼엄한 공포 정치 하에서 더 이상 광주 민주화 운동과 연루되기 싫어서였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월세도 제대로 못내는 개인택시 운전사로 나온다.
위기 때 인간의 본성이 나온다.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서로 격려하는 광주 시민들의 따뜻한 인간미도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군인들의 잔인한 진압 장면에 같은 민족으로서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이렇다 할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한숨이 나오게 만든다.
필자는 그 당시 같은 과에 근무하던 광주 출신 동료가 차마 말을 못하는 참상을 들으며 5월 28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다. 피터 기자가 입국한지 3일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