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의 후유증은 크다. 열병을 앓는 듯하다. 그렇다고 사랑을 기피할 필요는 없다. 삶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오면 맞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결별을 각오해야 한다. 살아오면서 여러 번 결별을 겪어봤기에 제법 노하우가 쌓였다. 일단 관계가 좋을 때도 결별에 대한 준비를 한다. 그래야 충격이 적다. 또 결별로 얻어지는 장점들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사실 관계가 지속되고 발전되면 책임이 따른다. 둘이 합쳐야 하고 그에 대한 성실한 준비도 필요하다.
남자들은 최종 반려자가 아니더라도 좋은 여자라면 굳이 헤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들은 최종 반려자가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결별 선언을 하고 관계를 철저히 끊는다. 같이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좋은 남자라면서 헤어지자는 이유가 이해 안 된다. 그렇다고 다른 남자가 생긴 것도 아니다. 몇 년 후 우연히 마주치면 여전히 싱글이다.
조항조의 ‘가지 마’라는 노래가 있는데 가사가 와 닿는다. “울지도 마요, 잡지도 마요, 마음 편히 가게 해줘요” 결별하면서 곱게 보내야지 잡는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요즘은 ‘데이트 폭력’이라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되어버렸다. 결별에 대한 폭력적 저항이다. 호적에 빨간 줄 만들어가며 그럴 필요는 없다. 남자는 속으로는 울지라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이 노래에는 “가지 마, 날 떠나가지 말라고 애원도 못한답니다”라는 내용도 있다. 가는 사람 잡아봐야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럴 바에는 빨리 잊는 것이 상책이다.
결별에 대한 여자들의 조언은 이해하지만 굉장히 복잡하다. 쿨하게 또는 얌전히 결별했다 해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결별 후 연락을 끊으면 그간의 정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관계였었나 하며 원망한단다. 연락을 기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조언을 듣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재회 가능성도 없는 사람에게 그럴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다. 남자의 자존심 정도는 접으라고 했다. 그래야 다시 만나게 될 때 비온 뒤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관계가 더 돈독해진다는 것이다. 첫 번째 결별은 밀고 당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했다. 사귀는 중에도 밀당한 적이 없는데 결별 통보 후에 밀당을 하자니 마음이 내킬 리 없다. 남녀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혼자 사는 메리트는 많다. 우선 자유롭다.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고, 하기 싫은 것은 안 해도 된다. 그러나 둘이 살게 되면 좋은 점도 있지만, 양보하고 포기해야 할 것도 많다. 결별의 노하우는 다시 혼자가 되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혼자 사는 장점을 더 크게 생각하면 결별의 상처는 차차 잊힌다. 결국 인생은 혼자 가게 되어 있다. 요즘은 한 집 건너 싱글이라는데 추세를 거슬러 싱글을 탈피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