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릴 줄 아는 남자

기사입력 2017-12-06 09:55 기사수정 2017-12-06 09:55

연말이 되면 언 가슴을 녹이라며 구세군 종이 울린다. 가슴을 녹인다는 것은 돌덩이 같은 마음을 머시멜로처럼 노골노골하고 달짝지근하게 만들라는 말이다. 그래야 바람도 들고 비도 들고 낙엽도 보인다.

옛날 옛적 한 임금 이야기다. 일을 무척 열심히 하는 왕이었는데 과로 때문인지 시력이 날로 나빠져 거의 실명 위기에 처했다. 좋은 약도 써보고 전국의 명의들을 불러 치료했지만 아무도 고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궁전 앞에 어떤 노인이 와서 섰다. 그는 임금의 눈을 치료하러 왔다며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남루한 행색을 보고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집요한 그의 요청에 견디다 못한 신하가 임금에게 고했다. 그러자 임금님은 어차피 실명할 상황이었으므로 그를 궁전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는 임금 앞으로 오더니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고 임금의 얼굴과 체구와 혈색을 살폈다. 그러곤 약을 주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임금님이 눈을 치료하시려면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그러고는 돌아서 나가버렸다. 신하들은 무례하다며 그를 벌줘야 한다고 아우성쳤다. 그러나 임금은 그를 내버려뒀다. 이후 임금은 그의 처방대로 눈물을 흘려보려고 애를 썼다. 궁전의 배우들을 불러 슬픈 연극도 하게 하고 슬픈 음악도 연주하게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바윗덩어리처럼 딱딱했다. 감동하는 일이 없으니 당연히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며칠 동안 노력해도 되지 않자 임금은 감정이 메말라버린 자신이 슬퍼졌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임금은 감정 없이 일만 하고 살아온 자신의 삶을 후회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이후 슬픈 연극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에 빛이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시력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는 너무 감사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궁을 나가 가난한 백성을 둘러보고 그들의 사정을 들으며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시력은 점점 더 좋아졌고 백성들을 마음으로 사랑하며 통치를 하니 나라도 평화로웠다.

일상에 쫓겨 감정이 메말라간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드라마를 보며 남편이 몰래 눈물을 훔치더니 이젠 대놓고 티슈를 가져다 놓고 코까지 풀어가며 운다고 못 볼 것 본 듯 고개를 흔드는 아줌마들이여, 그 눈물이 보약이다. 마음껏 흘리도록 추임새까지 넣어줘야 한다.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남자는 분명 따뜻한 사람이니 당신은 복 터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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