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진동 증후군

기사입력 2018-01-25 13:54 기사수정 2018-01-25 13:54

필자는 스마트 폰을 허리 벨트에 차고 다닌다. 대표적인 ‘할배 스타일’이라며 힐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 방식이 가장 편하다. 필자 같은 사람이 별로 없는지 벨트 형 스마트폰 케이스는 취급하는 곳이 드물어 사기도 어렵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주머니가 불룩해서 보기 안 좋다.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어디 앉았다 하면 스마트 폰을 꺼내 테이블이 놓고 나와서 분실하기도 한다. 시함 사람은 스마트폰을 벌써 10여 차례 분실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트에 차고 다니는 짓은 못하겠다는 것이다. 남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사람이다.

스마트 폰을 허리 벨트에 찼을 때 진동으로 전화나 문자가 온 것을 알게 된다. 영화관이나 회의, 교육장 등에 참석할 때 진동으로 해 놓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때는 진동이 울린 것으로 알고 스마트폰을 열어 봤는데 전화가 온 것도 아니고 아무 문자도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을 ‘유령 진동 증후군’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이런 현상은 필자가 카톡 등을 소리 나지 않게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급한 연락 때 금방 답을 못한다. 민폐라는 것이다. 전철 타고 가다가 우리 집 근처에 다가 오니 잠시 만날 수 있느냐는 등의 연락 등이다. 답이없으니 그냥 지나쳐 가는 것이다. 이처럼 긴급 번개 모임 등을 하려고 연락했는데 답이 없어 취소하거나 카톡에 대한 아무 대꾸가 없어 카톡도 안 보고 다니느냐는 원망을 자주 들었다. 그러다 보니 불안감과 강박관념 때문에 부지런히 스마트폰을 자주 열어 봐야 한다. 진동이 울리지도 않았는데도 신경이 반응하는 것이다. 하긴 원래 유령진동 증후군은 팔다리가 절단 된 사람도 발가락이나 손등이 가렵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환영사지증후군’(phantom limb syndrome)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필자는 동전을 왼쪽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꼭 필요한 동전으로는 500원, 100원, 10원짜리 동전 하나씩만 있으면 가장 좋다. 커피 빼 먹을 때 500원 동전을 쓰고 마트에서 상품을 사고 거스름돈으로 100원이나 10원짜리 동전 하나가 없어서 거스름돈으로 동전 900원, 90원을 받을 때 이런 동전 하나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전을 계속 왼쪽 주머니에 쓸어 담다 보면 주머니가 불룩해지고 동전이 피부에 닿는 허벅다리 근처가 간지러워진다. 동전을 그래서 빨리 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음식점에 1000원짜리 지폐 대신 동전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껏해야 생수 한 병 사는 게 고작이다. 그래서 동전은 따로 모아 둔다. 언젠가는 은행에 가서 지폐로 교환을 할 작정이다. 그런데 동전을 주머니에서 빼고 난 후에도 동전이 그득하게 들어 있다는 착각이 생긴다. 동전과 닿았던 피부가 아직 동전이 그득하던 기억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유령 진동 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이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자율신경이 다소 과민한 편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자율신경이 민감하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순발력이 좋다는 얘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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