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뿔 달린 사람이 있을까?

기사입력 2018-03-13 16:06 기사수정 2018-03-13 16:06

그곳은 인상이 험악하고 머리에 뿔 달린 괴물들이 살고 있지 않을까? 필자가 처음 교도소 봉사를 갔을 때 가졌던 생각이다. 세상에 온갖 흉악한 범죄자들만 모아 격리해놓은 곳이니까. 왠지 모를 으스스한 선입견을 품고 전라도 광주의 모 교도소로 출발을 했다. 새벽에 출발하는 차안에서 느낌은 여행의 설렘도 아닌 묘한 감정이었다. 교정직 프로그램에 우리가 맡기로 한 것은 ‘인성교육’이었다.

새벽바람을 헤치며 일찌감치 도착하니 난공불락의 성곽처럼 높은 담벼락의 건물이 버티고 있었다. 철조망이 처져있고 군데군데 감시카메라와 초소가 보였다. 면접대기실에서 주민등록증과 핸드폰을 반납하고 대신 출입증을 받았다. 안내자의 인솔에 따라 몇 개의 철문을 통과하며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갔다. 영화에서 가끔 보긴 했지만 직접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어서 약간의 긴장감과 으스스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이곳은 흉악범들이 수용된 곳이라고 귀 띔을 해 주는 바람에 바짝 신경이 곤두섰다. 과연 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드르륵! 철문 몇 개를 열고 복도를 통과하니 교육장이 나왔다. 교육장에 들어서니 푸른 제복을 입은 삼십여 명의 수형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 쪽으로 쏠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뜩이나 긴장을 하고 온 탓에 마치 레이저 광선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이 분위기를 깬 것은 오랜 봉사경험을 가진 리더였다. 그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서 분위기를 바꾸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우리 일행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 수고해주실 일행을 소개하겠습니다.” 우리는 한 사람씩 앞에 나와 자기소개를 했다.

“ 자 그럼 커피 한잔하시면서 천천히 시작하실까요? 오늘은 교육을 한다기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 차를 나누며 여기저기 잡담이 나오기 시작했고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먼저 첫 교육으로 성격진단과 분노조절이 이어졌고 짤막한 동영상과 함께 진단지가 활용되었다. 모두가 열심히 진단지를 작성하고 수업에 참여하였다. 수형자 중에는 나이어린 젊은 청년부터 장기수인듯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마치 사회에서 하는 일반 교육 참여자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오전 교육이 끝나고 그들은 식사를 하기 위해 또 다른 담벼락 안으로 들어가고 우린 밖으로 나와 식사를 했다. 이제야 그 차이를 알게 되었다. 죄를 지은 사람은 밖으로 나갈 자유가 없고 그렇지 않은 사람만이 이 울타리를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높다란 담벼락을 나오니 숨통이 트일 것만 같았다.

“와! 자유다” 우리가 외친 한마디였다. 내가 나가고 싶을 때 밖으로 나가 내 마음대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권리. 이것이 자유였다. 우린 시원한 들판의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평소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이 조그만 자유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실제 겪어보지 않고서야 느낄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면서 오랜만에 유쾌한 점심을 즐겼다.

오후 몇 시간을 더하고 언제 또다시 볼지 모르는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교도관들의 안내를 받으며 줄지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들은 남은 죗값을 받을 것이다. 나오면서 이곳에 수용된 수형자들이 천 명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는 크고 작은 것을 합하여 50여 개의 시설이 더 있다고 한다. 관리 인력까지 합치면 수천수만 명이 된다. 무슨 돈으로 이 많은 인원을 관리하지? 생각해 보니 우리가 내는 세금이었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꾸만 잊히지 않는 얼굴이 있었다. 교육장에서는 영락없는 개구쟁이요. 잘생긴 어느 집 귀공자들 같은데 이 벽돌집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오기 전 가졌던 선입견 속의 뿔 달린 도깨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순간의 실수가 그들의 인생을 이렇게 만든 것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또 이곳에 올지도 모른다. 담벼락에 가두는 사후처방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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