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기사입력 2018-05-09 16:21 기사수정 2018-05-09 16:21

출근해서 근무를 하는데 아내가 보낸 문자가 도착했다. “우리 사위가 대리로 승진했대요!” 반가움이 와락 훈풍으로 몰려왔다. 그래서 가족 카톡방을 통해 축하 글을 올렸다.

“와~ 우리 사위 축하해! 역시 명불허전이야!” 필자의 칭찬에 딸도 냉큼 피드백 개념의 답신을 올렸다. “아빠, 고맙습니다! 사위한테도 전해줄게요.” 아들도 반가움의 글을 올렸다. 가족 카톡방은 작년에 아들이 만들었다.

여기엔 우리 부부와 아들, 딸이 참여하는데 앞으론 사위와 며느리도 들어왔으면 좋겠다. 사위의 대리 승진 이전인 지난 3월엔 아들이 과장으로 승진했다. 결혼 전의 낭보였지만 사돈어르신께서도 퍽이나 좋아하셨음은 물론이다.

승진은 직장인 모두의 희망이다. 직장인이라면 모두 제때에 승진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같이 입사를 했으면서도 승진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험상 이는 당사자가 어떤 마인드를 지니고 있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또한 평소 열정적으로 일을 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라는 것이다. 회사는 직원을 고용해 급여를 주는 고마운 대상이다.

반대급부로 직원은 회사를 향해 충성해야 한다. 이익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도 게으름을 피우면 ‘찍힌다’. 회사는 자원봉사단체가 아니며 또한 어영부영 놀고먹는 직원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과 정서에서 아들과 사위의 연이은 승진은 평소의 잠재력과 깜냥까지를 모두 쏟아 부은 데 따른 당연한 성과로 본다.

필자는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는 공직에도 적용된다)을 세 부류로 본다.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선 안 될 사람이다. 이 같은 부류는 필자의 직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이러한 객관적 지적에 대하여 정작 당사자는 모르쇠 내지 “나는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현실적 괴리가 꿈틀대긴 하지만.

필자가 군복무 뒤 입사한 첫 직장은 영어회화 교재 영업직이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승부사적 기질이 다분했기에 지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명함과 팸플릿을 돌렸다. 영어회화 교재와 테이프의 내용을 토씨 한 자 안 틀리게 모두 달달 암기했다. 그런 열정이 담보되었는지 판매 실적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공로를 회사에서도 인정했다.

덕분에 약관 20대 중반에 전국 최연소 사업소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내근직이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파격의 승진은 오래도록 회사 직원들에게 회자되었다. 이는 그러니까 회사가 준 동기부여의 인센티브였다.

기실 승진은 일을 더 많이 하라고 주는 ‘합법적 족쇄’이기도 하다. 족쇄는 심신을 억압한다. 아들과 사위, 그리고 며느리와 딸은 아직 신혼이다. 앞으로 ‘두 남편’은 가정보다는 회사 일에 더 매진할 경향이 농후할 터다. 따라서 이를 ‘두 아내’가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그에 걸맞은 나름의 내조까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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