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여행하기에 어렵다. 화사한 봄꽃을 볼 수 있는 계절도 지나고, 시원한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은 절정의 여름도 아니니 말이다. 이런 계절에는 축제나 체험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오히려 반갑다.
서해안의 절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팔봉산 기슭에서 해마다 6월이 되면 감자 축제가 열린다. ‘감자 축제가 뭐야?’ 할 사람도 있겠지만, 팔봉산 감자는 황토와 자갈이 섞인 흙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라니 맛이 뛰어나다. 쪄놓으면 포실포실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6월이라곤 하지만 한낮 기온이 30℃에 육박하는 날씨에 감자밭에 쪼그리고 앉았다. 목장갑을 끼고 어느 고랑이 실한 감자를 품고 있을까 어림짐작하여 자리를 잡았다. 흙을 파기 위해 호미질을 하니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난생처음 해보는 호미질이 걱정이었지만 땅에 호미를 대자 주먹만 한 감자가 줄줄이 따라 나왔다. 웃음도 저절로 따라왔다.
따가운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감자를 깼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호미를 들고 감자를 캐는 등의 수확 기쁨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약간의 체험비를 내면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체험 여행의 묘미 같다. 5kg을 담을 수 있는 노란 봉지 가득 감자를 담고 허리를 펴자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즐겁고 재미있지만, 한편으론 이 감자를 수확하기까지 수고하고 애쓴 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쿠 밥솥에 물 반 컵을 넣고 취사를 누르면 포실포실 맛있는 감자를 맛볼 수 있는 팔봉산 감자 축제에서는 5kg 8,000원, 10kg 15,000원 체험비를 내면 해풍이 길러낸 감자를 직접 수확할 수 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서해안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가까이에 서산의 9경 중 하나인 간월암이 있으니 즐거운 수확을 마친 후에 함께 둘러보면 좋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첫 번째 임금이 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무학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썰물 때면 육지와 연결돼 걸어 들어갈 수 있고 밀물 때가 되면 섬처럼 보이는 신비한 암자다.
섬이라곤 하지만 아주 자그마한 암자 하나뿐이다. 육지에서 섬까지 100m도 채 안 되는 길을 걸어 들어가면, 깊은 산 속이 아닌 바다 위에 세워진 작은 암자를 만날 수 있다. 절집은 공사 중이었지만 넓디넓은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간월도는 굴이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주변이 온통 굴밥 집이다. 맛이 뛰어난 굴이 듬뿍 들어간 영양 돌 밥을 먹고, 무학대사가 이성계에 진상했다던 이곳 특산품 서산 어리굴젓까지 사고 나면 완벽한 하루 여행이다. 서울에서 2~3시간이면 닿을 수 있으니 당일 여행으로도 좋은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