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파워, 푸드파워 할머니파워

입력 2025-12-01 10:30

[편집국장 레터] 공도윤 브라보마이라이프 편집국장

“네가 참 좋아한 할머니, 엄마한테는 그리 다정한 분은 아니셨어. 그래도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돌아가시기 전에 장아찌 담그는 비법을 배웠어야 했는데, 아무리 해도 그 맛이 안 난다.”

코로나19 시기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6.25전쟁 당시 피난 내려와 낯선 지역에서 오랜 기간 하숙집을 운영하셨던 할머니는 동네에서 음식 잘하는 분으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당시엔 고급 경양식집에나 가야 맛볼 수 있었던 돈가스나 수프도 종종 만들어주셔서, 고급스런 음식을 잘하는 세련된 할머니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를 떠올리니 집에 매달려 있던 메주의 구수한 냄새가 어디선가 나는 것 같네요.

김치·된장·장아찌 등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탄생하는 한국 전통 음식 ‘K-푸드’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음식은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는 행위를 넘어 건강을 지키고, 스트레스와 감정을 조절하며, 자신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수단이 됩니다. K-푸드 열풍에 각 산업계가 흥분하는 이유 역시, 음식이 글로벌 사람들의 이목을 한 곳으로 모으는 데 가장 강력한 힘이자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혀끝에서 느끼는 풍미와 감칠맛, 가족과 함께 식사하며 나누는 따뜻한 시간, 집밥에서 전해져 오는 편안함과 익숙함, 몸과 마음을 챙기는 균형 잡힌 식단, 특별한 날 먹는 미역국, 가족과의 외식 때면 늘 등장했던 짜장면, 보는 것만으로 도파민이 퍼지는 요즘 시대의 예쁜 디저트, 이제는 익숙해진 마라탕·쌀국수·파스타·피자 등 다른 나라의 음식들…. 모양과 기억, 맛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신기하게도 하나같이 ‘행복’으로 이어집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음식을 떠올리면 드는 감정과 의미는 여전하지만 음식을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형태는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음식은 즐거운 문화입니다. 친구들과 맛집을 찾아다니고,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며, 서로가 음식을 즐기는 팁을 공유하죠.

과거 세대에게 음식은 공동체의 삶이었습니다. 한솥밥을 먹는 식구, 웃어른이 수저를 들기 기다리고, 밥 먹을 땐 말을 아끼던 예의범절, 늘 부족했지만 제철 음식을 챙기고, 약식동원이라며 음식으로 건강을 지켰던 어르신들.

하지만 결국 음식은 감성이라는 끈으로 세대를 이어줍니다. 기억을 품고 있기에 가능하죠. 할머니의 손맛, 엄마의 도시락, 자취생 자녀의 간편식은 저마다 애틋한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쉽게 대화할 수 있는 소재가 바로 음식이죠. 그래서 더 파급력이 엄청난 K-푸드가 아닐까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함께 따뜻한 밥 한 끼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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