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 좋고 나쁨 등을 가름하며 나만의 영역을 완성하는 것이 인생이다. 삶의 다양성만큼이나 개개인마다 가지각색의 취향도 있게 마련. 유독 찾아드는 아지트를 보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묻어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매거진을 거쳐간 셀럽들에게 공간 초월 당신만의 아지트에 대해 물어봤다.
“우리 집이 아지트다”
엄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생리학 학자이자 심혈관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엄융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집이 아지트”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우리 집에 몇 명이 다녀갔는지는 잘 모르지만 젊은 학생들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학자들, 정치인, 사업자, 스포츠인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왔습니다.”
엄 교수는 자신의 집이 아지트라서 좋은 점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바로 와인과 집밥. 그는 손님이 오면 마치 진료를 보듯 와인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뒤 와인 몇 병을 들고 와 맛을 보인다. 그렇게 와인과 함께 식탁 위에 오르는 요리는 20년간 엄융의 교수의 먹거리를 책임져온 가정관리사가 해놓은 집밥. 갈비찜이며, 각종 전이며 명절 음식상 부럽지 않다. 그의 아지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 코스도 종종 마련한다는데 바로 와인 저장고 투어다. 세계 각국 다양한 와인이 그의 집 지하실을 한가득 채우고 있다.
“200여 종의 와인이 있습니다. 일급비밀이죠.(웃음) 제자들과의 추억을 저장한 곳이기도 합니다. 정년퇴임 때 서울대 의대 재직자들이 해준 사인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뒀습니다. 조형물과 그림은 관악캠퍼스에서 강의를 할 당시 미대생들이 준 작품들입니다.”
올해 나이 74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원시원하고 세련된 언변을 자랑하는 엄융의 교수. 그 젊음의 비결은 아무래도 와인과 집밥, 소통이 있는 그의 아지트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좋은 음악과 사람을 만나는 ‘문화공간 아리랑’
방송인 윤영미
아나테이너 방송인 윤영미가 말하는 아지트의 충족 요건은 좋은 음악과 호스트와의 유대관계, 그리고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공간 아리랑’(이하 아리랑)을 자신의 아지트로 선택했다고 그녀는 말한다. ‘아리랑’은 본지가 작년 12월호에서 노래하는 예술가로 소개한 최은진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다.
“10년 전에 라디오 DJ를 하면서 최은진 씨의 ‘오빠는 풍각쟁이’ 음반을 먼저 접했어요. 음악이 독특하고 좋았는데 우연히 최은진 씨를 식당에서 만나면서 아리랑과의 인연이 시작됐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니크한 공간 같아요.”
아리랑은 5~6명 정도가 모여 앉을 수 있는 긴 탁자 하나와 작은 탁자 두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이다.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에요. 혼자서 방문할 때도 있고 여럿이 갈 때도 있어요. 저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된 사람이 아마 수백 명은 될 거예요.(웃음) 같이 왔던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장소예요. 무엇보다 위트가 넘치는, 터번 쓴 여인 최은진 씨가 이곳 주인장이잖아요. 그냥 편안함이 최고인 거 같아요. 은진 언니가 틀어주는 선곡도 마음에 들어요. 가끔 노래도 불러주시고 춤도 추고요.”
아리랑은 사실 유명인들이 자주 찾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영화인, 건축가, 교수, 작가 등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아끼는 공간. 전혀 모르는 사람과 만나도 친구처럼 함께 한잔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