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미국아버지>의 배우 윤상화

기사입력 2017-08-30 10:39 기사수정 2017-08-30 10:39

“분노하지 않는 자의 말을 이 세상은 듣지 않아!”

▲배우 윤상화는? 공연 <보도지침>, <불역쾌재>, <환도열차>, <나무 위의 군대>, <늘근도둑 이야기>, <여기가 집이다> 외 다수 출연. 제5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연기상, 제49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등 수상.
▲배우 윤상화는? 공연 <보도지침>, <불역쾌재>, <환도열차>, <나무 위의 군대>, <늘근도둑 이야기>, <여기가 집이다> 외 다수 출연. 제5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연기상, 제49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등 수상.

2004년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해 아들을 잃은 반전 활동가 마이클 버그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연극이다. 작품의 작·연출을 맡은 장우재의 페르소나라 불리며 초연부터 이번 공연까지 주인공 ‘빌’을 연기하는 배우 윤상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초연부터 현재까지 작품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요?

작품이 발표되기 전에 작가로부터 먼저 희곡을 받아볼 기회가 있었어요. 처음 읽던 그날은 어쩐 일인지 마음이 좀 젖어 있는 늦은 겨울의 오후였죠. 추운 마당에 나가 오랫동안 지는 해와 오후의 먼지 속에 앉아 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서 ‘빌’을 생각했고 그가 혼자였을 오후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작가에게 빌 역할을 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죠. 작가는 연출가과 상의한다 했고, 연출가는 다른 배우를 선택했어요. 그런데 공연이 만들어질 즈음 그 배우에게 사정이 생겼고, 연출가는 제게 연락을 해왔죠. 그리고 그 까다로운 연출가에게 아직까진 잘리지 않고 있습니다(아시겠지만 이 작품의 작가와 연출가는 같은 사람입니다).


초연 당시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나요?

제가 처음 이 작품에서 본 것은 슬픔이었습니다. 그 슬픔은 제가 경험할 수 있는 종류의 슬픔이 아닌, 슬픔 그 너머에 있는 짐작하기도 어려운 그런 것이었죠. 그 거대한 비극에 맞닥뜨린 인물로서 당연히 제 속엔 그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했고요. 그 에너지를 내 속에서 끓게 하여 보는 이들도 그 비극의 한복판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어떤 이들은 감동을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생각은커녕 그 감정을 감당하기조차 힘들어하더라고요. 이번엔 제가 볼 수 있는 만큼의 비극을 보고 싶어요. 빌의 고통을 희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를 더 이해해보고 싶은 거죠. 극적으로가 아니라 인간으로 말입니다. 빌이 바다 너머 어디에 있는 인물이 아니라 바로 주위에, 동네 술집에서 혼술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그와 같은 일을 꼭 겪지 않아도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빌’은 어떤 인물인가요?

세상을 불신·저주하며, 절망하고 스스로를 유폐시키는 인물입니다. 아들보다 더 어린애 같고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좀 구질구질한 구석도 있죠. 무엇보다 저는 그가 정태춘의 ‘정동진 3’에서의 ‘찬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석양을 바라보며 웅숭그리고 있던 맨발의 추레한 중년 멕시칸 사내’ 같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어떤 이들에게 위로가 될까요?

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남을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초가을 저녁시간을 내가, 우리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는 보는 내내 흥미로울 것이고 또 어떤 이는 가슴이 아플 것이며 혹 몇은 카타르시스 같은 것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공연을 하면서 그냥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정말 잘살고 있는지, 아니 우리는 정말 잘살고 싶은지.

장소 명동예술극장 일정 9월 6~25일 연출 장우재 출연 윤상화, 김동규, 이동혁, 정태화, 구자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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