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환영받으려면 ‘눈치력’ 키워야

기사입력 2019-01-11 09:17 기사수정 2019-01-11 09:17

“절에 가서 젓국 달라고 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원하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있을 리 없는 엉뚱한 곳에 가서 찾는 황당한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눈치가 있으면 절에서도 젓국을 얻어먹는다”는 상반된 속담에는 눈치가 생존의 기본이 될 만큼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눈치란 ‘일의 정황이나 남의 마음 따위를 상황으로부터 미루어 알아내는 힘’이다. 일종의 삶의 지혜다. 살아 있는 생물들에게는 눈치가 있다. 먹이를 얻기 위해 상황을 살피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을 살핀다. 물고기도 낚싯밥인지 아닌지를 눈치껏 판단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산짐승도 올무를 구별하는 눈치가 있어야 한다. 집에서 키우는 개도 주인의 심사를 살펴야 구박을 면하고 사랑받는다. 자칫 화가 난 주인의 표정을 읽지 못하고 꼬리부터 흔들어대다가는 예기치 않게 발길질을 당할 수도 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다. 눈치란 연륜과 대충 비례한다. 늙은 여우란 말이 괜히 생겼겠는가! 나이가 들면 축적된 삶의 경험으로 눈치가 발달해야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전혀 눈치가 없는 사람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 나이는 벼슬이 아님에도 이를 망각하는 사람이 있다. 더구나 궁지에 몰리면 “너 나이 몇 살이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하면서 답답한 말을 하는 사람을 볼 때면 안타깝다. 옳고 그름과 나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하철에서 장시간 전화통화를 하거나 이어폰 없이 유튜브 방송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든 사람이다. 총 중에 가장 무서운 총이 눈총인데 주위에서 아무리 고성능 눈총을 쏴대도 나이가 철갑이 되어 무감각해진다. 보다 못해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에게 내 전화 내가 받는데 무슨 참견이냐면서 눈을 흘기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상대는 그만 입을 닫고 만다. 더하다가는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 있는 호텔 사장은 올해 80세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함께 밥이나 술을 먹으면 늘 돈을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이 기피한다. 문제는 가까이 다가가는 젊은 사람들의 잘못을 귀신같이 찾아내 늘 야단을 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 하는 충고이지만 듣는 사람은 늘 송충이 씹은 얼굴로 눈살을 찌푸린다. 당연히 주변에 사람이 없다. 젊은이의 기분을 살피는 눈치가 없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젊은이들이 나이 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세태 탓만 해댄다.

나이 들면 행동도 굼뜨게 되고 기억력도 쇠퇴한다. 말도 어눌해지고 청력이 약해 남의 말을 다 알아듣지도 못한다. 이럴수록 살아온 경륜을 바탕에 둔 눈치가 있어야 한다. 눈치로 남의 말을 잘 알아듣고 누울 자리와 앉을 자리를 구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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