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붉은 꽃, 산작약!

기사입력 2021-01-01 08:00 기사수정 2021-01-01 08:00


▲작약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Paeonia obovata Maxim.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작약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Paeonia obovata Maxim.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제 진 해와 오늘 뜬 해가 다 같은 해이건만, 사람들은 1월 1일 아침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절대권력을 가진 구원자를 만난 듯 간절한 염원을 전합니다. “부디 신축(辛丑)년 새해에는 황소 뒷발차기에 걸려 코로나19가 영구히 종식되기를 기원한다”라고. 필자 또한 하루속히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태양을 닮은 붉은 꽃, 산작약을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에게 새해 선물로 드립니다.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작약과 작약속의 9개 식물 중 하나인 산작약. 화단 등지에서 흔히 보는 작약이나 모란도 같은 작약속 식물이기에 무엇이 그리 대단해 새해 선물 운운할까. 하지만 어떤 야생화 동호인은 산삼보다도 만나기 힘들다 하고, 또 다른 이는 자생지를 몇 번이나 찾아갔으나 허탕을 치고, 결국 멀리 백두산 인근 습지에서 겨우 보았다고 합니다. 또 어떤 이는 앙다문 꽃잎이 살짝 벌어지는 적색의 황홀경을 체험하려고 같은 자생지에 여덟 번이나 걸음을 했다고도 합니다.

산작약은 백두산과 그 일대에 자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전형적인 북방계 식물인데,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란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그러나 척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예쁜 데다 약효 또한 뛰어나 모습이 드러나는 족족 남채되기 일쑤여서 일찍부터 대부분 지역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특정 야생식물로 지정, 관리하다가 2005년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같은 작약속의 희귀 야생 작약으로 백작약과 참작약이 있는데, 둘 다 꽃 색이 흰색이어서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참작약은 드물게 아주 연한 홍색을 띠기도 하는데, 하나의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달리는 점에서 역시 차이가 납니다.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산작약의 자생지는 깊은 산 숲속 그늘진 곳. 본 줄기는 높이 40~70cm로 곧게 자라며, 여러 개의 가지를 치기 때문에 여러 송이가 모인 경우는 드물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 홀로 자랍니다.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 사이 원줄기 끝에 지름 5cm 안팎의 둥근 공 모양의 꽃이 단 한 송이씩 달립니다. 5~7장의 붉은색 꽃잎은 오전 11시 전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살짝만 벌어집니다. 외설적이며 헤퍼 보일 수 있음을 의식한 탓인지 중앙의 홍색 암술머리와 황금색 수술을 겨우 들여다볼 수 있는 정도만 벌어집니다. 필자 또한 처음 오후 늦게 만나 꽉 다문 꽃봉오리만 보고 돌아온 다음 날 오전 다시 찾아가 빙그레 미소 띤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꽃송이가 달린 기간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커녕 사나흘도 되지 않습니다.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Where is it?

예전 우리나라 전역이었던 산작약의 자생지가 현재는 거의 강원도로 한정되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대관령을 비롯해 강원도 내 37곳에서 산작약이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생화 동호인들이 산작약을 보기 위해 주로 찾는 곳은 강원도 영월의 한 생태습지다. 화천과 양구, 인제 등 외지인의 발길이 뜸한 산간벽지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현지의 약초꾼들은 백작약에 비해 약효가 떨어지기 때문에 채취하지 않아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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