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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햇살 쬐기, 성산포와 그 바닷가를 거닐다
- 햇볕이 쨍쨍 쪼이는 날 어느 날이고 제주도 성산포에 가거든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는 시집을 가지고 가라 한다. ‘아침 여섯 시 어느 동쪽에도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 ‘이 시집의 고향은 성산포랍니다.’ 이생진 시인의 시집을 들고 볼가를 스치듯 불어오는 바람과 햇살을 벗 삼아 마음의 고향을 찾듯 성산포로 간다. 성산포는 제주를 수 십 차례 오고 가면서 끝없이 찾아드는 해안가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드라마틱한 자연의 변화를 펼쳐 보이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곳에 가면 마음에 위안을 얻는 때문이다. 유난히 현실이 버겁다 싶으면 해안가에 앉아서 몇 시간을 머물다 오기도 하고 바쁜 일정에 짧은 시간밖에 낼 수 없어도 기어코 들러보아야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바닷가 화산 폭발에 의해 생성된 수성화산인 성산일출봉은 일출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99개의 거대한 기암을 호위병처럼 거느린 동쪽 끝 태양이 떠오르는 자연이 만든 성의 모습은 정상에 올라야 보인다. 한 번쯤은 새벽잠을 깨워 해맞이를 해보기를 추천한다. 기기묘묘한 거석들과 수평선 너머 떠오르는 일출의 장관, 빙 둘러 천연 요새를 구축하고 있는 성산일출봉에 오르면 자연의 경이로움 아래 태양과 바다 그리고 제주의 모체인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절이나 시각에 따라 오르는 맛이 확연히 다르다. 성산포를 온전히 느끼길 원하고, 위안을 얻고자 한다면 해안을 따라 느릿하게 걸으며 발자국을 남겨보자. 걷기의 시작은 이생진 시비거리다. 성산일출봉이 바라다 보이는 ‘시의 바다’에 멈춰 이생진 님의 시를 읽는다. 성산포를 유난히 사랑하는 시인, 이생진은 1978년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펴냈다. 성산포와 해, 바다 그리고 제주 사람들을 사랑하였던 시인이 그려놓은 시의 길을 따라 봄날을 걷는다. 가을에는 갯쑥부쟁이와 해국이 해안절벽을 따라 피어 장관을 이룬다.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보이는 잔디밭 길은 15년 전에는 참 한적한 곳이었다. 지금은 올레를 걷는 이나 성산일출봉의 새로운 모습을 보려는 이들로 꽤 북적거린다. 성산일출봉에 가까이 다가갔다 수마포해안 쪽으로 방향을 틀어 광치기해안으로 방향을 잡는다. 광치기해안은 원래 터진목이었다. 파도가 실어 나른 모래가 쌓이고 쌓여 육지와 가까워졌고 거기에 인간의 힘을 더하여 이어지게 되었다. 해안에서 바라보면 성산일출봉의 자태가 유난히 미끈하다. 마음이 유난히 울적할 때면 파도가 거센 해안가에 서보라. 광치기해안은 물때를 잘 맞춰서 썰물일 때 가는 것이 좋다. 물이 빠져 바다가 숨겨놓은 푸르른 암반지대가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다. 숲 속 바위에 내려앉은 초록 이끼와 닮은 바다이끼가 돌빌레를 빼곡하게 덮고 있다. 바닥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물빛과 어우러져 가슴에 푸른 동심원을 그리듯 희망을 전한다. 살랑살랑 불어대는 봄바람은 파도를 어루만지고... 수평선 너머를 응시하는 여행자의 상념은 파도를 따라 밀려오고 밀려가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수 천 년이 켜켜이 쌓인 해안에 서면 시간과 공간이 멈추어 선 듯 신비롭다. 광치기해안이 끝나면 섭지코지가 시작된다. 섭지코지는 좁은 땅 이란 뜻을 지닌 ‘섭지’와 바닷가에 불쑥 튀어나온 땅(곶)을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인 ‘코지’가 합쳐진 지역명이다. 낮은 풀로 뒤덮인 나지막한 오름 자락에서 풀을 뜯는 말들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출렁이는 파도를 이불 삼아 성산일출봉이 누워있다. 길은 두 개로 갈리는데 왼쪽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초입에 있는 지역 해녀들이 운영하는 섭지해녀의 집은 겡이죽, 전복죽, 성게칼국수 등을 파는 음식점이다. 작은 게를 갈아 넣어 끓인 겡이죽이 별미다. 해녀의집에서 나와 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불턱이 보인다. 제주의 해녀들은 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물에 들어가야 했고 이곳에서 젖은 옷을 갈아입고 서로를 다독였다. 불턱은 해녀들의 쉼 자리다. 굽이치는 해안선을 따라 파도가 부딪치는 길을 걸어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니 기암괴석과 등대가 있는 섭지코지의 진짜 코지가 나타난다. 등대에 올라 섭지코지의 매력을 한눈에 담은 후에 내쳐 드라마와 영화 촬영 장소였던 올인하우스까지 걸어간다. 현대적인 건물이 있어 분위기를 방해하는 느낌도 있지만 시커먼 바위 절벽 위의 데크를 따라 걷는 길은 충분히 이국적이다. 성산일출봉이 시야에 사라질 듯한 지점에서 걷기를 마무리한다. 이생진시비거리에서 시작한 성산포 걷기가 섭지코지 언덕에서 끝을 맺는다. 서 있는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성산일출봉은 그동안 습관적으로 떠올렸던 성산일출봉의 모습과는 다르다. 언덕과 모래사장을 걸으며 바다에 취했고 이생진 시인의 시구를 떠올렸다. 잠깐 다녀가는 여행자가 아닌 성산일출봉과 동행이 되어 걷는 길에서 답답한 봄날에 위안을 얻는다.
- 2020-03-3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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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촬영 기본, '빛'을 놓치지 말자
- 카메라가 좋아져 셔터만 눌러도 사진이 잘(?) 나오다 보니 촬영 과정에서 꼭 살펴보아야 할 기본사항, 즉 '빛'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화가가 붓으로 물감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듯 카메라로 빛을 이용하여 그리는 그림이 사진이다. 붓 대신에 카메라, 물감 대신에 빛이다. 사진이라는 원래의 용어에서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photo(빛)’와 ‘graph(그리다)’의 합성어인 ‘photograph’가 사진 원어다. 우리가 쓰는 사진이라는 용어는 한자로 寫眞, 즉 ”있는 그대로 복사한다.”로 ‘photograph’의 뜻과 차이가 난다. 빛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게 된 배경이 아닐까 싶다. 앞의 사진은 빛과 빛이 그린 그림자를 촬영하여 공모전에서 수상한 기자의 작품이다. 카메라로 빛을 이용하여 그리는 그림이 사진이고 그런 작업이 촬영이다. 카메라와 함께 빛도 더없이 중요한 요소다. 화가가 좋은 그림을 위하여 재질이 좋은 도구(붓과 물감, 종이 등)를 선택하고 귀중하게 다루듯 사진 촬영자도 그런 자세가 요구된다. 카메라 장비는 신경을 쓰면서도 빛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아마추어 사진사들이 많다. 빛의 종류는? 햇빛, 달빛, 별빛 등의 자연광이 있고 플래시, 조명 등의 인공광이 있다. 이들 빛의 강도와 방향 그리고 성질에 따라 사진 속의 피사체 형태가 결정된다. 자연광은 강도와 방향을 촬영자가 시간과 위치를 달리함으로써 조절이 가능하다. 피사체를 정면에서 비추는 정면광, 뒤에서 비추는 역광, 옆에서 비추는 사광 등에 따라 사물이 다르게 보인다. 빛의 강도와 방향에 따라 그리는 그림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빛이 닿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의 밝기가 달라져 입체감이 나타난다. 빛의 성질은 아침, 한낮, 저녁이 다르고 비 오거나 이슬비 내릴 때 또는 안개가 자욱할 때도 달라진다. 커튼을 통하여 들어오는 빛(‘확산광’)이 한결 부드럽다. 이러한 빛의 강도, 방향, 성질을 이해하고 응용하여 셔터를 누르면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 2020-03-3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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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철 미각 쑥쑥 쑥버무리, 지금이 딱~
- 봄날의 들판에 가면 푸릇푸릇하게 돋아 나오는 봄나물들을 볼 수 있다. 그중에 이른 봄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쑥이 있다. 인적이 드문 산속이나 논둑과 밭고랑마다 솜털 보송보송한 어린 쑥이 고개를 내밀면 온 세상이 봄 천지다. 쑥은 어느 지역이나 상관없이 쑥쑥 잘 자라는 특성으로 자생력도 강하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온통 잿더미로 변한 마당에도 가장 먼저 파릇하게 고개를 내민 것이 쑥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쑥은 강한 생명력을 가졌다. 단군 신화에도 등장하는 쑥은 우리에게 이미 친숙하다. 나쁜 액을 물리친다고 믿어져 왔고 우리 민족에게 오랫동안 쓰여 온 약재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성질이 따뜻해서 장기 기능을 강화하는데 효과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부인병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고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노화방지와 원기 회복에 좋다. 특히 독특한 향이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우러진다. 그리고 절기상 입하에 먹는 음식으로 쑥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나른한 봄날 쑥을 이용해서 간단히 제철 음식을 만들어 먹을 기회다. 영양은 물론이고 춘곤증을 날려버릴 수 있다. 멥쌀가루와 쑥만 있으면 언제라도 쑥향이 솔솔 나는 쫄깃한 쑥버무리가 간단히 만들어진다. 봄의 미각을 살려내기 좋은 소박한 떡 '쑥버무리'를 간단히 만들어 보자. ◇봄날의 건강 별미, 쑥버무리 만드는 방법 재료: 멥쌀가루 5컵, 물 약 50~60ml(쌀가루의 수분 함량에 따라 가감), 소금 1 작은술, 설탕 20g, 쑥 두어 줌. (취향에 따라 생밤, 대추, 콩 추가) 1. 넓은 볼에 멥쌀가루를 넣고, 준비된 물에 소금을 넣어 녹인다. 2. 멥쌀가루에 소금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비비면서 잘 섞는다. 3. 마지막으로 설탕을 넣고 살살 섞은 후 잘 씻어 준비한 쑥을 넣고 버무린다. (이때 생밤이나 대추, 콩 등을 섞는다) 4. 찜기에 젖은 면포를 깔고 약간의 쌀가루를 얇게 깔고 버무린 것을 담아 올린다. 5. 뚜껑을 덮은 후 센 불에서 15~20분 정도 찐 후 불을 끈다. 불을 끈 채로 5분쯤 뜸을 들이면 쑥버무리 완성. ◇봄 쑥 보관법 -쑥 가루: 깨끗이 씻은 쑥을 바싹 잘 말려서 푸드프로세서에 곱게 갈아 병에 담아 보관한다. 쑥 가루는 식이섬유가 많고 저열량, 저지방으로 다이어트에 좋다. 특히 몸을 따뜻하게 하고 성인병에 좋으니 준비해 두면 요긴하다. 각종 요리나 베이킹에도 이용하면 좋다. -요즘은 찻집에서 쑥 라테가 건강음료로 인기를 얻고 있다. *냄비에 우유를 넣고 단맛을 위해 연유(설탕, 꿀 가능) 넣은 후 중불로 끓인다. 거품기로 기포를 내고 분량의 쑥 가루를 넣어 한 번 더 거품 올려 마무리. (또는 보틀에 모든 재료를 분량만큼 한꺼번에 모두 넣어 쉐킷 쉐킷, 간단 완성~) -냉동 쑥: 봄에 나는 쑥을 오래 보관하면 사계절 먹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깨끗이 씻어 데친 후 물가를 꼭 짜서 먹을 만큼씩 소분해서 냉동 보관해도 맛과 향이 유지된다. 이것으로 사시사철 어느 때라도 쑥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가 있다. 1년에 단 한 번 4월 즈음에 나는 자연의 선물 쑥이 주는 봄의 정취와 건강을 함께 챙겨볼 때다.
- 2020-03-3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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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의 산 카즈베기와 하늘 아래 첫 마을 우슈굴리
- “방향을 꺾으니 갑자기 오른쪽으로 큰 틈새가 열리며 밝은 태양 아래 반짝이는 카즈베기의 만년설 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산과 만년설은 어느새 우리 앞으로 와 조용히 우뚝 서 있었다. 그것은 다른 세계의 생물이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내가 산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처럼….”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Knut Hamsun)이 자신의 소설에서 카즈베기 산과의 첫 만남을 표현한 문장이다.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품은 산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압도적인 풍광의 카즈베기 산에 깃들어 있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 때문에 3000년을 이곳의 바위에 묶여 고통 속에 지내야 했던 프로메테우스. 그의 어깨를 뒤에서 가만히 안아준 이는 코러스였다. 코러스처럼 진실의 따스한 울림통이 되고 싶은 염원을 안고 산 중간 게르게티 언덕의 ‘성 삼위일체(사메바) 성당’을 향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랐다. 해발 1700m에는 작은 마을 ‘스테판츠민다’(Ste pantsminda)가 있다. 카즈베기 산을 비롯해 주변 트레킹 코스의 베이스캠프가 되는 곳이다. 여기서 출발해 ‘게르게티 사메바 성당’까지 걸어가면 2시간 정도 걸린다. 반대편 능선에는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도로가 잘 닦여 있다. 하지만 편한 길보다는 아름다운 카즈베기의 숨결을 하나하나 느껴보고 싶었다. 가파른 능선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에 맞춰 마치 윈드서핑을 타듯 하양, 노랑, 분홍색 야생화들이 춤을 추었다. 성당까지 펼쳐진 녹색 초원의 싱그러움은 꿈에 그리던 풍경이었다. 평범한 사람도 사진작가로 만들어주는 자연이었다. 어디를 찍어도 인생 최고 장면을 건질 수 있었다. 14세기에 지어진 사메바 성당은 해발 2170m 높이에서 카즈베기 산을 배경으로 웅장한 샤니(Shani) 산과 마주보며 소박하게 앉아 있었다. 그 자태가 너무 경건해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렸다. 이곳의 풍경이 왜 조지아를 소개하는 사진에 많이 등장하는지 수긍이 갔다. 수많은 여행객이 그 사진을 보고 조지아를 찾는다고 한다. 신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곳 마음 한편으로 ‘왜 이렇게 높고 외딴곳에 성당을 지었을까?’ 하는 궁금함도 있었다. 하지만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날 밤 숙소 테라스에서 올려다본 암청색 하늘과 흰머리를 이고 있는 카즈베기 산의 검은 실루엣, 그리고 성당의 숭고한 불빛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풍경에 답이 있었다. 성당의 불빛은 등대였다. 누구에게나 따스하고, 아름다운 진실의 희망이었다. 만년설이 덮여 있는 카즈베기 산 높이는 5047m. 조지아에서는 세 번째, 코카서스산맥에서는 일곱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조지아 사람들은 ‘얼음산’이라는 뜻을 지닌 ‘카즈베기’를 ‘하얀 신부’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10월이면 눈이 오기 시작하고 1년의 절반 정도가 겨울이다. 마을에서 전망이 가장 좋다는 ‘룸스 호텔’ 테라스에서 일출을 맞이할 때도 여름이었지만 재킷을 걸쳐야 할 정도로 쌀쌀했다. 카즈베기 산의 일출은 벌겋게 물든 바위와 구름으로 시작했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을 원했기에 아늑한 신의 세상을 버리고 참혹한 형극의 땅을 선택한 프로메테우스의 용기를 보는 것 같았다. 붉은 빛 용기는 제우스의 파란 하늘에 과감했다. 카즈베기 산은 대자연의 풍광 속에 신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곳이다. 사람들이 조지아를 좋아하는 이유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야생화 천국 므츠헤타 혹은 트빌리시에서 출발해 스테판츠민다로 갈 때 이용하는 도로는 ‘조지아 군사도로’인데 ‘즈바리 패스’(Jvari Pass)라고 부른다. 계속해서 가면 러시아 블라디캅카스까지 이어진다. 주변국과의 물자 교류가 이 도로를 이용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트럭이 많이 다닌다. 때 묻지 않은 초원과 야생화 천국에 감동하면서 북캅카스 산맥으로 들어가는 이 도로에서 조지아 최고의 자연 경관을 만났다. 조지아의 알프스 ‘스바네티’ 조지아에도 알프스의 스위스 같은 곳이 있다. 바로 ‘스바네티’(Svaneti)다. 이곳의 중심은 코카서스 산 중에서 가장 등반하기 힘든 ‘우슈바’(Ushba·4170m) 산이다. 스바네티의 베이스캠프인 ‘메스티아’(Mestia)까지는 승용차로 갈 수 있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우슈굴리’(Ushguli) 마을로 가려면 반드시 사륜구동차가 필요하다. 메스티아에서 우슈굴리까지 데려다주는 영업용 차량을 이용해도 된다. 세계 장수마을로 소개된 메스티아는 해발 1500m에 위치한다.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동화 같은 산속 마을이다. 특히 탑 형태의 ‘코시키’(Koshiki)라는 가옥이 장관을 연출한다. ‘코시키’는 9~13세기에 만들어진 방어용 탑으로 1층엔 가축들이 살고, 2층은 주거용, 3층은 폭설과 침략자를 감시하고 방어하는 기능을 한다. 밖에서는 입구가 안 보이며, 사다리가 있어야 올라갈 수 있다. 메스티아에서 대부분 비포장인 길을 40여 km 더 깊숙이 들어가면 신이 허락해야만 올라갈 수 있는, 코카서스 산맥 서쪽 끝에 위치한 우슈굴리에 갈 수 있다. 해발 2100m에 옹기종기 있는 모여 있는 4개의 마을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하늘 아래 첫 마을이다. 마을에서 보이는 ‘슈카라’(Shkhara) 산의 높이는 5068m. 조지아에서는 가장 높고 유럽에서는 네 번째로 높다. 설산 계곡을 바라보며 초록빛 초원을 걷는 이곳에서의 트레킹은 조지아 여행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마을 북쪽 끝에서 찰리디 빙하까지 왕복 20km를 걷는 코스와 슈카라 빙하 기슭까지 8km를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있다. 설산과 고풍스러운 가옥들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풍광에 넋을 빼앗긴 채 마을 뒷동산 풀밭에 한참 앉아 있었다. 길옆 한편에는 호텔을 짓는 공사장이 보였다. 앞으로 여행객들이 더 많아져도, 지금의 평화와 아름다움이 변함없기를 기원했다. 스테판츠민다 마을 트레킹 코스 조지아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청정 자연에 흠뻑 빠져 트레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카즈베기국립공원은 야생화 천국. 낙엽수와 침엽수 숲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주타(Juta) 밸리 코스 카즈베기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지역으로 샤니 산 줄기의 초원을 따라 연녹색 길을 걸을 수 있다. 스테판츠민다 광장에서 차로 데려다주고 다시 데리고 오는 차량 영업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호수까지 두세 시간 걷다가 돌아오는 길이 가장 인기다. 트루소(Truso) 밸리 코스 카즈베기 산을 오른편에 두고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승용차는 ‘트루소 골짜기’(Truso Gorge)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사륜구동차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길이 험해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즈바리 패스 따라 가볼 만한 곳 아나누리(Ananuri) 요새(교회) 에메랄드빛 호숫가에 위치해 산, 호수와 조화를 이루는 방어 성채. 구다우리(Gudauri) 스키장 해발 2100m에 위치해 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코카서스 산맥의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구다우리 전망대(우정 전망대) 조지아와 러시아 조약 200주년을 기념해 만든 모자이크 타일의 기념비. 절반은 조지아, 나머지 절반은 러시아의 역사와 상징을 파노라마로 그려놓았다. 코비(Kobi) 리프트 트루소(Truso) 트레킹의 시작점이 되는 코비 마을 입구에 곤돌라 타는 곳이 있다. 카즈베기 산의 웅장함을 배경으로 신화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누릴 수 있다.
- 2020-03-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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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꼰대'와 '유별난 젊은이'간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
- 젊은 세대가 '꼰대'라고 부르는 기성세대와 '유별난 젊은이'로 지칭되는 밀레니얼 세대(20~40세) 사이의 갈등은 사회 전반에 도사리고 있다. 늘 있는 일이지만 변화가 빠른 현대에선 더 심해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 세대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통계가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신입사원 670명(밀레니얼 세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이다. 5명 중 4명(79.6%)은 취업이나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 중 '배울 점이 없는 직장 상사'라는 답변이 24.3%나 되었다. 상사를 통하지 않는 '꼰대'로 규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기성세대 또한 그들을 '유별난 젊은이'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어 조직력 창출에 걸림돌이 된다. 조직은 구성원 모두의 힘을 끌어내어 시너지 효과를 가져와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20세기 주역이기에 그들과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손자병법을 조직의 리더가 적용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지피(知彼), 상대방인 밀레니얼 세대를 제대로 알고 대응할 때 힘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특성을 외면한 채 나만의 잣대로 설계되는 일의 추진은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을 터다. 어떤 특성이 있을까?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상이었던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한 젊은이들이다. 모바일 기기와 함께 성장함으로써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대화방식인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다. “여러 소리 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세요!”라는 기성세대의 일방적 지시에 회사에 입사하는 순간부터 당혹해 한다. 독선적이거나 상의하달식의 대화는 갈등 요인으로 작용한다. ▲불합리할 때 바로 이야기한다 기성세대는 조직 생활 중에 불만이 있어도 표현하기보다 속으로 참는 경우가 많았으나 밀레니얼 세대는 그렇지 않다. 합당하지 않거나 불합리한 경우 곧바로 이야기한다. 버릇이 없어서가 아니라 성장하면서 몸에 밴 특성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유별난 젊은이의 행동으로 볼 일이 아니다. ▲집단의식이 약하다 기성세대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집단의식이 강했던 기성세대는 주말 근무나 반복되는 야근도 당연히 조직을 위한 개인 희생으로 받아들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불필요한 야근이나 과도한 회식은 개인 생활 침해로 여긴다. ▲직장보다 직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성세대와 달리 평생직장의 의미는 그들에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직장보다 직업이 중요한 세대다. 글로벌 금융위기, 저성장의 시대를 겪으면서 체험했다.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해 본인이 속한 조직이 당장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있으면 미련 없이 직장을 그만둔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을 이해한 후 '지피지기(知彼知己)'로 적절하게 대처한다면 밀레니얼 세대를 춤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성세대인 조직 리더의 관심과 실천력 그리고 시대 흐름에 따른 자신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유별난 젊은이로 치부하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그들의 아이디어를 발전 동력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 2020-03-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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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화면 밖의 이야기도 담아보자
- 사진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이야기를 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화면 속에 있는 피사체 자체만으로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화면 속의 피사체와 관련되는 화면에 보이지 않는 바깥의 이야기를 함께 엮는 방법이다. 앞의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 이 사진은 호명산(경기도 가평군 소재) 산행을 마친 후 귀가하기 위해 상천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 역 앞 시골 마을에서 발견한 장면이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농가 앞에 고목이 된 감나무가 서 있고 굳어진 시멘트 부대 위에 고양이 한 마리 졸고 있다. 때마침 따사한 석양 빛줄기가 고양이를 비추고. 낡은 삽 한 자루가 한가롭게 농가 벽면에 세워졌다. 기자는 이 장면을 보는 순간 한 편의 이야기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고양이 잠 깨울까 조심하며. “밭에서 일하던 농부가 사용하던 삽자루를 벽면에 비스듬히 기대어 놓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새참으로 막걸리 한두 잔을 마신 후 툇마루에 누워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며 낮잠을 즐기고 있겠지. 한 줄기 석양의 따사한 빛줄기를 즐기며 함께 졸고 있는 고양이. 시골의 나른한 오후 풍경” 카메라로 한 편의 이야기를 그린 셈이다. 사진 화면 속의 피사체(고양이, 삽자루, 농가, 감나무, 석양 빛줄기 등)와 그를 통해 상상할 수 있는 화면 바깥의 다른 장면을 상상하도록 했다. 또 하나의 사진(앞 사진 참조)을 예로 들어보자. 정년퇴직한 후 사진 취미에 몰입하여 나름의 독특한 사진을 만들고 있는 유병창(70세) 작가의 사진이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개인 전시회로 자신의 사진을 세상에 보여준 작가다. 이 사진은 제주도 주상절리를 촬영한 것의 극히 일부분이다. 화가가 그린 예술 작품을 연상케 한다. 하나의 수채화라 해도 좋을 듯. 유 작가는 화산으로 생긴 기묘한 그 모습만을 보지 않았다. 화면 속의 장면에서 지구 변화의 숱한 이야기도 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작품이 들어 있는 사진첩의 제목에서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다. “The Echo from A Distant Time(먼 옛날의 메아리)”. 피사체를 통해 먼 옛날 우주의 소리를 느끼게 한다. 화면 바깥세상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처럼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복사하듯 찍을 수도 있으나 화면에 보여주는 피사체와 연결된 바깥의 이야기도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사진 역시 그림이나 조각 등과 같이 한 분야의 예술이기에 그렇다. 셔터 누르기에 앞서 그런 메시지를 생각해 보면 새로운 사진이 만들어질 것이다.
- 2020-03-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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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북한산
- 북한산은 서울과 경기도에 접해 있으면서 자연경관이 뛰어나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서울시 도봉구, 강북구, 성북구, 종로구, 은평구 등 5개 구와 경기도 고양시, 양주시, 의정부시 등 3개 시, 모두 8개 시, 구가 걸쳐있다. 지난 20일 국민대학교 앞에서 출발하여 북한산 전망대까지 올라가며 생태계를 살펴봤다. 북한산 전망대를 올라가는 중간 지점에는 절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신도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북한산 숲 체험장이 있는 곳에서 전망대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올라가는 길에 야생화가 자라고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도 여러 곳 있다. 북한산 기온이 시내와 비교하여 다소 낮아서 야생화가 개화하는 시기도 시내보다 5일에서 10일 정도 늦다. 북한산에서 자연의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곳을 여러 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더욱 맑게 잘 관리되길 바랄 뿐이다. 가장 먼저 북한산 개울에서 개구리 알과 도롱뇽 알을 볼 수 있었다. 북한산 개울의 물이 깨끗하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개구리와 도롱뇽은 맑고 깨끗한 물에서 알을 낳는다. 북한산 전망대를 올라가는 중간 지점에 있는 5개 정도의 개울 중에 3개의 개울에서 개구리 알과 도롱뇽 알을 낳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구리 알에서 50 ~ 75일 정도 지나서 개구리가 되고 도롱뇽 알은 40 ~ 50일 정도 지나서 도롱뇽이 된다. 올라가는 곳곳에 야생화가 자라고 있었다. 시내보다 북한산 기온이 다소 낮아서 새싹이 나고 꽃이 피는 시기가 늦지만, 곳곳에 신기한 모습으로 자라는 야생화를 볼 수 있었다. 산수유, 생강나무, 산벚나무, 진달래, 산철쭉과 바위취, 방가지똥, 뽀리뱅이, 방가지똥, 긴병풀꽃, 지칭개 등이 꽃을 피우려고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 다양한 새들도 둥지에서 나와 활기를 찾는 모습이었다. 시내에서는 좀처럼 새들을 볼 수 없지만, 북한산에서는 새들을 볼 수가 있었다.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하여 나무 위에 지은 둥지와 까치집 들을 여러 곳에서 확인했다. 동고비, 직박구리, 상모솔새 등을 보았다. 새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었다. 성북구청 녹지과에서 북한산 주변 소나무에 재선충약을 투입하는 모습도 봤다. 재선충은 소나무 등의 침엽수에 기생하여 나무를 갉아먹는 선충이다. 큰 소나무의 밑동에 구멍을 내고 약을 투입했다. 봄에 한번 나무에 약을 투입하면 1년 동안 약효가 있어서 내년 봄까지 예방이 된다. 북한산에서 자라는 꽃은 평지보다는 다소 늦게 피지만 더 아름답다. 4월 초순에서 4월 중순이 되면 북한산에서는 개나리, 목련, 산수유, 생강나무, 진달래, 산철쭉과 애기똥풀, 민들레, 복수초, 긴병풀꽃 등의 꽃을 볼 수 있다. 북한산이 자연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길이 보전되길 기원한다.
- 2020-03-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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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만나는 소설 ‘토지’의 하동 땅
-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사이에도 봄은 변함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유리병 안에 갇힌 거처럼 봄의 향기를 못 맡고 있지만 자연이 아직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어김없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내게 봄은 꽃이 피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봄꽃의 꽃망울이 터질 때 두근거리는 울림을 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설렘은 내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싱그러운 자극으로 나에게 에너지가 된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 되면 나는 여기저기 많이 기웃거린다. 올해는 직접 봄을 찾아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아쉬운 대로 지난 시간 교감했던 봄을 기억과 되새김질을 통해 복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곳 중 유독 한 곳에 여러 차례 발길이 갔던 흔적이 눈에 띠었다. 경상남도 하동이다. 내 추억 속의 하동은 봄을 찾다 돌아오니 마당 건너편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봄이 보였던 곳이다. 그때부터 거의 해마다 봄이 올 즈음이면 그곳에 갔었다. 부담 없이 살짝 눈이 부시게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 깊고 높은 어둠의 고요 속에 수줍은 듯 빛나는 별천지, 바람에 실려와 코끝을 살살 간지럽히는 자연의 향기들이 봄을 말했다. 그렇게 따스하게 토닥여주는 자연이 좋았다. 더군다나 하동에는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되는 평사리가 있다. 그곳은 나에게 사유와 성찰을 위한 최고의 보약이 되는 공간이다. 평사리 땅에 서면 인간의 삶과 인간의 삶이 엮이는 소리가 들리면서 내 마음을 챙길 수 있었다. 이미 드라마로도 여러 번 방송되어 잘 알려졌다시피 ‘토지’는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까지 우리 민족 고난의 역사를 최씨 일가 중심으로 이야기한 박경리의 장편대하소설이다. 무려 25년 동안의 집필 과정을 거쳐 전체 20권으로 완간됐다. 소설이 특히 나에게 줬던 커다란 울림은 인간의 본질적인 삶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였다. 소설에는 700여 명에 이르는 다양한 모습의 인간에 관한 보편적 모습이 그려져 있다. 책을 읽을 때 소설 속 인물들의 삶과 상처, 아픔에 대해 상상해 보는 시간을 넉넉하게 가졌다. 그 시간을 통해서 내 삶의 온도와 빛깔과 향기도 바뀌었다. 내가 아닌 관점에서 현상과 감정을 보는 훈련이 되었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부터 봄철의 평사리에 가면 자연스럽게 자기성찰을 통해 내면의 에너지를 선물 받았다. 소설 ‘토지’는 봄비처럼 촉촉하게 가슴을 적시며 내 안의 빛과 소금이 되어준 작품이다. 평사리에는 2001년 드라마 세트장으로 사용한 최참판댁과 초가집들이 조성되어 있다. 지난 봄 그곳에 갔을 때 최 참판 댁 앞마당에 서서 멀리 보이는 섬진강을 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다. 한 굽이 굽이져 흐르는 섬진강을 보니 강에 뛰어들어 자살한 봉순이의 일생이 떠올랐다. 장터를 가기 위해 강둑을 걸어가는 이용의 모습을, 해방 소식을 듣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강둑을 걸어오는 장연학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사랑채를 끼고 돌아 집 뒤편으로 가면 한을 사랑으로 승화시킨 조병수의 아픔이 담겨 있는 대나무 숲이 있다. 그곳에서 그의 인생에 대해 느끼고, 이해하는 사유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토지’는 사람들의 인생 모습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 메시지의 핵심은 역경을 극복한 사실로만 국한 시키지 않는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극한의 고통과 고독을 이겨내는 아름다운 삶의 가치에 대해서까지 확장시켜 말하고 있다. 그 양의 방대함만큼이나 인간과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인생이야기가 담겨 있는 심연이다. 양에 눈길을 주지 말고, 용기 내어 읽어보길 권한다. 이제 봄이 살살 수를 놓고 있다. 이 봄기운으로 유리벽을 허물어 내고, 내 인생의 소중한 보물인 인연들과 함께 봄날의 설렘을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 2020-03-2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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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두로 떠오르는 기본소득, 어떤 것인가
- 요즘 화두 중의 하나가 '기본소득'이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재난극복 차원에서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본소득(재난소득) 제도가 국내에서도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사상에서 출발했고 자본주의 사회와는 거리가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돈을 아무런 조건 없이 정부가 지급하는 제도. 수입이 많든 적든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주면서 사용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라고 정리된다. 그렇다면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소득이 논의되고 있을까? 그 배경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이다. 컴퓨터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AI나 로봇에 의한 생산으로 얻어진 수익을 일자리를 잃은 인간에게 분배하는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 완결지역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 그곳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업체들의 본산이기에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음을 누구보다도 먼저 예견하고 있어서다. “일자리는 점점 사라질 것이므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집이나 음식을 구하기 위한 기본적인 비용을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기본소득 제도 필요성”을 주장한 실리콘밸리의 한 업체 대표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 발전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간다 정부에서는 16세에서 35세까지의 국민 1만2000 명에게 약 400달러씩을 나눠주었다. 5년 뒤 수혜자들을 추적한 결과 무상 지원받은 금액을 교육과 창업에 투자하면서 50% 소득이 증대됐고 고용도 60% 증가했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맨체스터 노숙자를 대상으로, 그리고 케냐, 스페인, 핀란드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진행해 긍정적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한다. 기본소득 관련, 눈여겨 볼만한 현상들이다.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는 경우도 같은 사회문제로 볼 수 있다. 이 제도 도입 여부는 다각도의 연구와 검토를 거친 후에 결정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을 전제로 해야 한다. 아울러 어떠한 조건이나 대가 없이 무상으로 지급하는 제도이기에 근로 의욕 상실 등 제반 문제점도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본다. (참고자료: 세계미래보고서, 테크트렌드2018)
- 2020-03-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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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다
- 이제는 많은 사람이 음식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셔터를 누르며 수많은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그 많은 사진 중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것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사진에 대한 이해가 달라서다. 사진 촬영 작업을 “찍는다”라고 표현한다. 찍는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베낀다는 의미다. 똑같은 모양의 벽돌이나 붕어빵을 찍어내듯이... 寫眞이라는 한자 뜻은 “사물을 그대로 복사한다”. 있는 그대로 나오게 찍는 게 사진이라는 뜻이다. 사진을 시작한 서구에서는 “Photograph”라 한다. “빛(Photo)으로 그리는 작업(Graph)”을 의미한다. 두 가지 용어의 의미가 조금 다르다. 우리는 寫眞이라는 표현을 받아들임으로써 사진이란 ‘그대로 찍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전 국민의 72%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풍광이 좋은 국내외 장소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이미지가 주류를 이룬다. 아름다운 풍경, 꽃이나 곤충, 조류 등등이다. 그에 대한 최고의 칭찬은 대부분 “참 잘 찍었네요!”다. “멋진 작품이네요!”라고는 잘 말하지 않는다. 촬영자도 감상자도 사진은 찍는 것이라는데 알게 모르게 동의한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작품성이 있는 것이라면 더 좋지 않을까? 어떻게 촬영해야 그런 사진을 만들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멋진 풍광이나 피사체를 잘 찍은 이미지가 ‘좋은 사진’은 못 된다는 인식에서 작품성 제작은 출발한다. 자연이나 일상생활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사진 소재로 해도 촬영자인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 사진 속에 표현되는 창의적인 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있는 그대로를 렌즈에 담는 작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래의 사진은 강원도 한 농가의 뒤뜰에 있는 허름한 닭장을 촬영한 사진이다. 부산일보사 주최 전국사진대전에 출품하여 우수상을 받은 기자의 작품이다. “울타리 안에서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닭의 붉은 머리 부분을 어두운 배경에서 강렬하게 보여주어 닭의 모습에서 감옥에 갇힌 사회의 한 단면을 풍자하는 듯한 표현이 출중했다.”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는 평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표현보다는 사진을 만든다 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물론 대부분 보도사진은 예외가 되겠다. 좋은 작품은 어려운 기술의 작업이 아닌 사소한 피사체에 작가의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단순히 피사체를 그대로 담으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소설가가 이야기를 꾸며가듯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 촬영해보자.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다.
- 2020-03-20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