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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중장년의 인적자본 활용하여 초고령화 대응 필요”
- 내년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된다. 더불어 출생률이 1명 이하로 진입한 2018년 이후 생산가능인구의 지속적 감소가 이어지며 경제성장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단일 세대 중 가장 두꺼운 인구층을 이루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3~1974년생)인 954만여 명이 향후 11년에 걸쳐 법정 정년인 60세에 진입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이들이 모두 정년으로 퇴직하는 2034년쯤에는 이른바 ‘노동력 절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 가장 필요한 노동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노동인구가 미래 사회의 중요한 인적자본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제기된다. 외국인력 유입, 스마트 공장화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결국 미래 인구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출생률 회복뿐만 아니라 전체 인구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장년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중장년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세대이다.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쌓아온 인적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산업현장의 주요 노동력으로서 중장년의 역할 재정립이 요구된다. 업무 경력이 많은 중장년은 일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탁월하며 결단력도 있다. 이런 분들이 일자리에서 오래 일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 노동시장을 여는 중요한 해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평생직장’보다는 ‘평생현역’이라는 맥락에서 중장년에 대한 계속적인 직업능력 개발과 적극적인 취업지원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이에 노사발전재단에서는 전국 13개 중장년내일센터를 통해 생애경력설계를 바탕으로 중장년의 경험과 지식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아울러 노사발전재단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매년 ‘다시 시작하는 중장년 우수사례 공모전’을 개최해왔다. 올해도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된 우수사례들은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자 하는 중장년과 이들의 경험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는 내일로 가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노사발전재단은 앞으로도 중장년이 오랫동안 계속 일할 수 있게 되어 우리 사회의 주요한 노동인구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중장년 취업지원 서비스를 내실있고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 2024-09-0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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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자율주행 기술, “우리 노후를 부탁해!”
-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고령화에 갈 곳 잃은 교통난민] 제1부 인국절벽에 가로막힌 노인 이동권 제2부 전용 교통수단으로 활로 찾은 일본 제3부 첨단 기술과 공유경제, 미래 이동권의 키워드 순수했던 어린 시절, 세 명 중 한 명은 ‘과학의 날’만 되면 하늘을 날거나 사람 없이 움직이는 자동차를 그렸을지도 모른다. 당시엔 정말 먼 미래의 일 같았지만 2024년이 된 지금, 자율주행 기술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해당 기술은 어디까지 개발됐고, 초고령사회를 앞둔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했던 일은 이제 현실이 됐다. 자율주행 기술은 장착된 초음파·카메라·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센서 등을 통해 주변 상태를 ‘인지’하고,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통합제어장치 등에서 최적의 차량 경로와 움직임을 ‘판단’한 뒤 각 부품군이 속도 조절, 방향 전환, 제동 등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원리다. 즉 자율주행 자동차가 움직이려면 센서, 인공지능(AI), 정밀 지도, 통신망 등 다양한 4차 산업 관련 과학 기술이 복합적으로 접목돼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가 운전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얼마나 스스로 작용하는지’에 따라 레벨 0부터 5까지로 구분하고 있으며, 3단계부터 자율주행 자동차로 정의한다. 자율주행 레벨 3로 들어서면 차량 시스템이 도로나 주변 차량 등 환경을 직접 인식하고, 차량을 제어한다. 운전자가 직접 핸들이나 페달을 조작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개입을 요청하면, 운전자의 직접적인 차량 제어가 필요하다. 정해진 구간 안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는 비상 상황에서도 자율주행 시스템의 판단으로 대처가 가능하다. 다만 운전자 또는 안전관리자가 원할 경우 직접 운행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 최고 단계인 레벨 5는 운전석과 운전자 없이 모두 탑승객이 된다. 주춤하는 자율주행 시장 하지만 자율주행은 ‘가깝고도 먼’ 분야다. 양지현 국민대학교 미래모빌리티학과 교수는 “주목도에 비해 예상보다 천천히 가고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2010년대부터 전 세계 유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구글의 ‘웨이모’같이 로보택시 형태로 일부 국가에서 해당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어 일반인이 체감할 만한 수준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해석이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운전자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운전자 지원 기능(ADAS)의 개입 범위를 늘려 조금씩 로봇의 운전 역할을 확대 중”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대해 운전의 위험도를 낮추는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뇌파를 읽어 졸음 시점을 예측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것을 그 예로 꼽았다. 해외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시범 운행 및 개발 단계다. 권용주 교수는 “자율주행이 완성되려면 도로, 교통, 장애물 등을 동시에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가 직접 예측이 가능해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 자료 축적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상상하는 ‘미래 자동차’가 우리에게 보급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교통신호와 도로 체계, 운전면허 운영, 사고 시 과실 여부에 관한 법률, 보험 설계, 안전 기준 등이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가능하다. 서울연구원에서 발간한 ‘자율주행 시대 서울의 도시환경 변화와 대응방향’에 따르면, 자율주행이 상용화됐을 때 교통 혼잡, 승용차 이용 급증 같은 문제도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주정차 관리 구간 지정, 시간대별 주요 활동을 고려한 도로 기능 다양화 등 새로운 운영 구상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도시계획과 건축의 영역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속도감 있게 개발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교통 인프라의 측면으로 접근해 전폭적인 특례나 네거티브 규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과 고령자의 관계 초고령사회 진입이 코앞이다. 전문가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율주행 분야 역시 고령화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비율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더욱 주목받는 지점이다. 먼 훗날 자율주행 자동차를 고령 운전자가 흔히 사용할 수 있게 됐을 때 이들의 사고 예방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율주행차 자동화 단계’에 따라 다르다. 레벨 3 자율주행의 경우 돌발 상황에서 운전 책임이 사람에게 있기 때문에 신체 능력 저하로 신속하게 대처하기 힘든 상태라면 사고 예방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양지현 교수는 “자율주행 영역을 벗어나는 상황에서 자동차가 자체 대응을 통해 갓길 정차 등을 할 수 있는 레벨 4 정도는 되어야 기대할 수 있는 결과”라고 전했다. 대신 노화로 운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차선 이탈 경고, 안전거리 유지, 자동 브레이크 장치, 충돌 경보 등의 기능이 탑재된 차량이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 지원은 OK 아직 레벨 3 또는 4 자율주행 자동차를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상용화에 앞서 국가 시범사업이나 실증사업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 오히려 자율주행 기술로 대중교통 기반을 마련해 국민이 어디든 편히 이동할 수 있도록 힘쓰는 편이 현실적이다. 고령 운전자보다 고령 탑승자를 먼저 지원하는 셈이다. 유민상 상무는 “운전자를 위한 자율주행보다는 더 많은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술을 고도화하는 게 우선”이라며 “교통 취약계층의 이동권 보장은 자율주행이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중교통 서비스로 운영할 수 있는 구역이 제한돼 있어 한계가 있다. 운수사업은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안에서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회적인 수용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양지현 교수는 “현재는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스마트폰을 이용해 호출하는 서비스가 대다수인데, 향후 디지털에 취약한 사람도 쉽게 이용하도록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 양지현 국민대학교 미래모빌리티학과 교수 /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상무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노인세대의 이동권 침해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해 특별 기획 '고령화에 따른 이동권 문제'를 3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인구절벽에 가로막힌 노인 이동권, 제2부 '전용 교통수단으로 활로 찾은 일본', 제3부 '첨단 기술과 공유경제, 미래 이동권의 키워드'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2024-09-0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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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촌으로 행복 찾은 ‘영남 하이디’…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삶”
-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보다 행복한 게 있을까? 그러나 쉽지 않다. 정작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유한한 시간만 소비하기 십상이다. 무주 덕유산 자락에 사는 꽃차 소믈리에 황혜경(47, ‘하이디꽃차연구소’ 대표)은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만족도 높은 삶을 영위한다. 귀촌을 통해 드디어 자신의 일을, 원했던 삶을 찾았기 때문이다.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는 것처럼 막연했던 과거의 진부함을 털어내고 생기에 찬 나날을 누린다. 그에겐 꽃차가 마침내 도착한 기쁜 기차였다. 처음엔 꽃차를 그저 취미로 즐겼단다. 그러던 게 일이 커졌다. 황혜경이 전에 살던 곳은 서울. 직업은 중학교 특수교사. 그는 중증장애 학생들을 돌보았는데 보람이 컸다지. 그러나 ‘행복지수는 낮았다’고 한다. 복잡하고 아리송한 서울에 만연한 과속과 과욕의 행진에 질렸던 것 같다. 그 무엇보다 그는 자연 요소가 결여된 도회의 건조한 풍경에 식상했다. 마음은 늘 산으로, 바다로 달려갔던 거다. 그래 자신의 지친 영혼을 방목할 어딘가 시골을 찾아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덕유산 기슭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여동생을 찾아 무주를 드나들다가 아예 귀촌을 했다. 덕유산 일대의 싱싱한 자연경관에 반한 나머지 가족과 함께 무주 산골로 내려왔다. 무주에 자리 잡은 뒤 그는 다년간 펜션을 운영했다. 아버지가 지은 펜션의 운영을 맡아 사장으로 뛰었다. 사업은 잘됐을까? “1년 중 절반은 일하고 절반은 쉬는 게 펜션 사업이다. 비수기엔 참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수시로 산야와 계곡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어 즐거웠다. 아이들에게 자연생태를 온몸으로 경험하게 해 조화로운 인격으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 컸는데 그걸 이룬 셈이었다. 하지만 성수기엔 밥 먹을 틈조차 없이 바빴다. 너무도 힘들었다.” 원했던 생활 방식이 아니었다는 뜻인건가? “그렇다. 일이 굉장히 많았다. 청소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걸 감당하느라 버거웠다. 내가 일벌레도 아닌데 이런 부자유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 그런 회의를 느끼곤 했다. 외딴 섬에 갇힌 기분까지 들더라.(웃음) 한마디로 정신적인 여유를 갖기 힘들어 괴로웠다.” 그래 꽃차 사업으로 전향했나? “사업적인 걸 구상하고 꽃차에 입문한 건 아니었다. 처음엔 산야에 피어나는 야생 꽃들을 채취해 꽃차를 만들어 마시는 재미를 즐기며 만족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꽃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남들에게도 꽃차의 풍미를 경험하게 하고 싶어 펜션에 오는 손님들에게 꽃차를 웰컴티로 제공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함께 차를 마시며 소통하는 즐거움이 컸다. 예상치 못했던 건 꽃차를 구입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다. 판매할 차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결국 꽃차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펜션 내부에 다실을 만들어 ‘하이디 꽃다방’이라는 간판을 걸기에 이르렀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그 하이디? 의미가 있겠지? “내 고향은 경남 밀양이다. ‘영남 알프스’로 통하는 가지산 자락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보호를 받으며 행복한 유년을 보냈다. 그 시절을 잊을 수 없다.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들, 밤하늘에 모이는 별들,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다방 이름에 ‘하이디’를 넣었다. 다도에 조예가 깊었던 어머니의 차 사랑을 따르고 싶은 마음도 담은 상호다. 어머니는 지금도 다도 선생님으로 활동한다.” 커피보다 나은 꽃차를 연구해 꽃차 다방 개업을 계기로 황혜경은 본격적으로 꽃차와 동행하는 삶을 꾸리기 시작했다. 차 공부를 하기 위해 국내 유일의 차 관련 학과인 원광대 차문화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아울러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다방은 단순히 차 마시는 공간에 그치지 않았다. 꽃차 판매장과 체험교육장으로도 쓰였다. 블로그에 꽃차 이야기를 열심히 올려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기법은 지금도 동일하게 운용되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무척 버겁던 펜션 운영에서 손을 뗐다는 점이다. 꽃차를 보는 눈과 꽃차를 다루는 실력에도 그사이 한결 깊이가 생겼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꽃차에 심취하면서 삶이 서서히 온전한 쪽으로 흘러가더라는 게 아닌가.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삶이야! 비로소 내 일을 찾은 거야!’ 내면에서 울려 퍼진 찬탄이 그랬다. 그는 ‘하이디꽃차연구소’를 따로 개설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동경했던 자연 속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실감으로 만족스러웠다. 자연의 선물인 꽃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게 기뻤다. 꽃도 꽃차도 사람과 비슷하다. 저마다 색깔과 향기와 개성을 지닌 존재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니 빠져들 수밖에….” 꽃차를 만드는 데엔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재배지에 꽃을 기르는 일부터 시작된다. 꽃 피는 철엔 꽃잎을 채취하는데, 자칫 제철을 놓치면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을 포착해 신속하게 작업해야 한다. 이후 꽃을 덖는 과정을 거친다. 이건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매우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맛과 향과 색상의 품질을 좌우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꽃의 수분 함유량과 생육 상태에 따라 덖는 온도와 시간이 각각 다르다. 적정한 열을 가하지 못할 경우 고운 빛깔을 잡아두기 어렵다. 햇꽃차보다 깊은 맛을 내는 차를 얻기 위해 서는 6개월에서 2년 정도 숙성하기도 한다.” 그는 다양한 꽃차를 만든다. 목련꽃차, 장미꽃차, 마리골드꽃차, 맨드라미꽃차 등 꽃차뿐 아니라 구절초차, 감국차 등 갖가지 잎차, 뿌리차, 한방차에도 조예가 깊다. 커피나 녹차에 비해 꽃차는 변방에 머문 느낌이다. “꽃차는 아직 대중화되지 못했다. 민들레, 쑥, 우엉, 돼지감자처럼 약성으로 잘 알려진 식물로 만드는 야생차 역시 마찬가지다. 난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꽃차 만들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 끊임없이 차를 시험한다. 항상 찻잔을 손에 들고 지낸다. 맛이나 건강 측면에서 커피보다 나은 꽃차를 만들기 위해 연구한다.” 꽃차도 건강에 매우 이로운가? 형상과 향기로 감동을 주는 게 꽃인데. “영양 성분이 풍부한 꽃이 많다. 예를 들어 브로콜리의 경우 꽃에 영양소가 가득 농축된 걸로 밝혀졌지 않은가. 마리골드꽃에는 항산화 성분인 루테인이 함유돼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요즘은 약용으로 꽃차를 마시는 이들이 많다.” 꽃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나는 혼합차를 만들어 활로를 찾고 있다. 꽃차에 과일이나 허브를 블렌딩해 꽃 한 종으로는 부족한 향과 맛을 이끌어낸다. 꽃의 성질에 맞는 부재료를 혼합하기도 한다. 찬 성질의 꽃엔 생강이나 계피를 넣어 중화시키는 식으로. 청정 무주의 특산물도 차 재료로 활용한다. 무주 명산물 사과에 비트와 당근을 합성한 ‘ABC 해독차’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요즘은 무주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겨우살이에 무주 특산품 천마를 블렌딩한 차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 황혜경의 ‘하이디꽃차연구소’는 사방으로 산이 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뜰에도 나무들이 즐비하다. 어디를 보나 수목의 푸른 아우성이 가득하다. 청량한 바람이 불어 7월의 더위를 잊게 하고, 그는 무명천으로 손수 만든 가운을 입고 일한다. 꽃차를 담은 유리병들이 진열된 실내는 널찍하고 간소하다. 무명처럼 담박한 분위기를 풍긴다. 은은한 차향이 감돌아 감미로운 공간이다. 그는 이곳에서 꽃차를 만들고 시험하고 연구한다. 애호가들을 맞이해 다담을 즐기는 사교장이자, 체험자들에게 꽃차의 모든 걸 알려주고 보여주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하루에 두세 팀을 상대로 겹치기 수업을 할 때도 있단다. 요컨대 그는 꽤 인기 있는 꽃차 강사다. 체험자들은 이곳에서 어떤 경험을 할까? “꽃차의 색과 향과 맛에 관한 모든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다종의 꽃차를 시음해 맛과 향을 비교하게 한다. 체험자들이 가장 크게 흥미를 느끼는 건 제다 실습이다. 미리 준비해둔 꽃잎을 덖어 직접 차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때로 재배지에 함께 가서 꽃을 따는 체험도 한다. 제다를 통해 다양한 꽃차가 만들어진다. 꽃차에 과일이나 약초 뿌리를 블렌딩한 차를 만드는 식으로. 이렇게 손수 만든 차를 티백으로 갈무리해 돌아가는 것으로 교육이 마무리된다.” 주로 어떤 이들이 체험하러 오나? “학생층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공부 목적으로 오는 이들도 있다. 출장 교육도 다닌다. 어느 경우든 강의 내용이 까다롭지 않아 참여자마다 체험을 즐긴다. 직접 꽃차를 만든다는 성취감을 맛보면서 말이다. 대상자에 따라 수행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피드백을 유도하는 게 강사의 역할이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 에너지가 딸린다.(웃음)” 수익성은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 “수입이 많지는 않다. 꽃차에 사로잡혀 산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제다 사업허가를 받고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22년부터다. 사실 시작 단계에 있는 셈이다. 그간 주력한 건 체험교육인데 성과가 컸다. 앞으로 꽃 재배지와 생산 시설을 보완해 가공 분야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무주 특산 식물을 꽃차에 블렌딩한 로컬 티 생산에 관심이 많다. 꽃차 테라피 강좌도 마련할 생각이다.” 차는 타인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매개체다. 꽃차로 두루 맺은 인적 자산이 시골 생활의 동력이 되진 않았나? “그렇다. 그 점이 가장 소중한 대목이다. 사람들과 꽃차를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담소를 나누는 건 정말 즐겁다. 난 꽃차와 함께 살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했다. 꽃차가 지닌 테라피 효과를 실감하며 살고 있다.” 당신은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귀촌을 했다. 자연에서 배운 게 있다면? “자연에서 삶의 철학을 배운다. 가령 바위틈에서 피어나는 풀꽃이 나로 하여금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한다. 세상의 중심이 사람에 있는 게 아니라 자연에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황혜경에겐 ‘사람 역시 하나의 꽃’이란다. 자연을 삶의 교사로 삼으면 귀촌이든 귀농이든 시골 생활을 즐겁게 누릴 수 있다는 지론도 갖고 있다. 황혜경이 주는 귀촌 Tip •때로 귀농・귀촌 멘토 역할을 하는데 반드시 먼저 묻는 게 있다. “당신은 자연을 좋아하는가?” 좋아한다면 시골 생활의 낯섦과 불편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삶의 원동력을 자연에서 얻으며 살아온 개인적 경험을 근거로 하는 얘기지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본다. 실제로 자연에서 정서적인 안정과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시골 생활 만족도가 높은 걸 볼 수 있다. 반면 자연에 별 관심 없이 사는 경우에는 고즈넉한 시골에서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나머지 심지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자연을 벗 삼을 의사 없이 오직 수익이 목적인 귀농일 경우엔 만만찮은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 농사로 돈 벌기가 쉽지 않거니와 지친 심신을 다스릴 방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농인도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버릇을 키워나가는 게 좋다.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힘과 위안을 자연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민의 텃세를 미리 걱정하지 말자. 도시든 산골이든 사람 사이의 불화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색안경을 끼고 시골을 바라볼 일이 아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천천히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이웃이 생긴다.
- 2024-08-3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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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 시대 행복 찾는 日 ‘100년 생활자 연구소’
- 도쿄에는 시니어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실버 거리가 있다. ‘100년 생활자 연구소’가 전통 있는 상점가에서 지난해부터 운영하는 이색적인 카페 ‘100년 생활 카페’를 찾아가 봤다. 스가모역에 내리면 모든 것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도로 턱도 없고 가격표도 크게 쓰여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스가모역 바로 앞에서 시작해 780m에 이르는 상점가에는 시니어들을 위한 옷, 건강식품, 가방, 신발, 보조 보행기구 등을 파는 상점 200여 개가 즐비하다. 에도 중기(약 1600년)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상점가다. 100년 넘게 이어진 가게들인 만큼 노인이 접객하니 무엇을 물어봐도 친절하게 잘 가르쳐준다. 다른 곳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다.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하고 평일에도 손님이 북적이지만 길거리는 깨끗해서 쇼핑하기에 쾌적하다. 시니어를 위한 온천 여관, 시니어 취향의 음식점, 시니어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라쿠고(落語) 공연 카페, 질병 치유의 파워 스폿, 생전 영정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도 있다. 10대부터 90대까지 즐기는 카페 ‘100년 생활 카페’의 간판은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세련된 검은색 건물 입구에 놓여 있었다. 3층에 위치한 카페는 평일인 목요일 오후에도 손님이 가득했다. 오타카 가요(大高香世) 100년 생활자 연구소장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었다. 그녀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유명 광고회사 하쿠호도(博報堂)에 1990년 마케터로 입사해 전략 수립, 신상품 개발, 신규 사업 론칭을 담당했다. 2023년 하쿠호도에서 ‘100년 생활자 연구소’를 설립했고, 오타카 씨가 초대 소장을 맡았다. 연구소는 100세 시대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장소라는 콘셉트로 ‘100년 생활 카페’를 오픈했다. 카페에는 시니어만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다. 오타카 씨가 설명했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레트로 붐이 일어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의 영향이 크다고 보는데요. 옛날 간판이나 광고 디자인과 색상이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스가모 상점가 거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어요. 100년 생활 카페 고객은 고등학생부터 90대까지 다양해요. 단골 고객은 70~80대가 많지만요.” 다시 한번 카페를 둘러보니 활기찬 젊은 직원들이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카페 내부는 짙은 갈색과 주황색을 바탕으로 한 현대식 인테리어여서 밖에서 본 스가모 상점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100세까지 살고 싶지 않다고요? 100년 생활자 연구소는 왜 스가모 상점가에 이 카페를 만들었을까? 연구소에서는 20~80대 2800명을 대상으로 ‘당신은 100세까지 살고 싶은가요?’라는 조사를 했다. 그런데 72.2%가 ‘100세까지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100세까지 살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일본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 조사 결과에 대해 오타카 소장은 “충격적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연구소는 100세 가까이 살아온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기로 했고, 역사 깊은 스가모 상점가에 100년 생활 카페를 열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100세까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인생 100세 시대에 행복한 사람을 많이 만들자는 거죠. 카페에서 함께 커피 마시면서 행복에 대한 답을 찾고,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여러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내고, 그 결과에 대해 연구소에서 발표도 하며 여러 제안도 하려고 합니다.”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카페 오타카 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어떻게 하면 100세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소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노후가 40년 가까이 늘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100세 생활 카페는 앞으로 어떤 카페가 되고자 하는 걸까? 오타카 소장은 이 카페가 “이야기 나누는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우리는 주로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연구원들은 사전에 인터뷰어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된다. 연구원들은 현장에서 고객들과 대화하며 어떤 것을 발견했을까? “무엇보다 큰 소득은 서로 대화하면서 고객도 연구원도 ‘듣고 보니 내가 자신 있는 분야,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이런 거였구나!’ 깨닫는다는 거예요. 자기 통찰이 이루어지는 거죠. 삶의 인사이트를 얻는 거고요. 그게 이 카페를 오픈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발견이에요.” “고객들 맞은편에는 우리 연구원들이 앉아 있어요. 연구원은 40명 정도인데요. 평소 무언가를 조사하고 컴퓨터 앞에서 자료를 분석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연구소에서 벗어나 이렇게 카페에 오는 고객들을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저는 70~80대 시니어들이 카페에 오기 위해 멋을 부리는 것도, 이곳에서 타인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100년 행복하게 사는 마을 만들기 100년 생활 카페에서는 커피와 음식을 판매한다. 커피는 300엔(약 2500원), 스파게티는 700엔(약 6000원) 정도다. 주변 카페에 비해 무척 저렴한 가격이다. 그래서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그럼에도 100년 생활 카페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들르는 장소’, ‘생각나면 수다 떨다 가는 장소’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카페가 아니라, 리빙 랩(Living Lab)으로서 일상의 실험실을 추구한다는 새로운 발상으로 운영하는 카페인 셈이다. “스가모를 기반으로 앞으로 전국에 이런 카페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오타카 소장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100년 생활자 연구소는 두 가지 도전 목표가 있어요. 하나는 카페에 들르는 시니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SNS 활용 방법을 가르쳐드리는 거예요. 스마트폰을 잘 이용할수록 ‘인생 100세 시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서, 디지털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마을과 사회를 위한 모델을 만드는 거예요. 스가모 동네 전체를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한 장소로 생각하고, 지역 주민들과 상점가를 지키는 분들과 함께 100년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마을 만들기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오타카 소장의 온화한 웃음 뒤에는 행복을 추구하는 연구소장으로서 야심찬 의지가 엿보였다. 취재를 마치고 스가모 상점가를 걷다 가게를 지키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자, 모두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창업한 지 394년 된 일본 과자점, 120년 된 녹차 전문점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찰 마당에 놓여 있는 향의 연기를 아픈 부위에 쐬면 통증이 사라진다고 해서 유명한 절 ‘고간지’(高岩寺)도 100년이 넘었다. 시니어 천국이라 불리는 스가모 거리에 이런 카페가 우뚝 존재한다는 사실이 무척 도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일본인은 100세까지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100세까지 살고 싶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마을을 만들고자 기획된 ‘이야기를 들어주는 카페’라니. 대화를 통해 행복의 씨앗을 찾고자 하는 ‘100년 생활 카페’를 뒤로하면서, 나이 들수록 행복지수가 떨어지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연구소와 카페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한국의 시니어가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함께 질문하고 고민하면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돌아가는 길에 필자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 2024-08-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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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놀, 인터파크와 맞춤형 시니어 여행 상품 출시
- 50대 이상 중장년의 버킷리스트엔 항상 해외여행이 포함된다. 그러나 직장 생활 중인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행·여가 플랫폼 인터파크트리플이 운영하는 인터파크 투어와 국내 최초 액티브 시니어 플랫폼 ‘시놀’이 손을 잡고 시니어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이번에 선보인 여행 상품은 50대 이상의 또래들이 모여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인터파크 투어와 시놀은 시니어들이 20~30대 못지않게 새로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순한 휴양을 넘어,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었던 독특한 체험들을 포함한 맞춤형 여행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번 상품은 동남아와 중국‧일본 지역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동남아 여행 상품 중에서는 ‘베트남 보름살기’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한 달 체류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을 반영해 베트남 다낭에서 2주간 머무르며, 핵심 투어와 다양한 현지 체험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5성급 호텔 숙박과 관광 일정을 포함한 이 패키지는 15일간 다낭 현지인처럼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가격은 229만 원으로 책정됐다. 또한 인기 작가 썬킴과 함께하는 대만 4일 역사탐방 상품도 이번 기획의 핵심이다. 대만의 역사 유적지를 돌아보는 일정 동안 썬킴 작가가 직접 역사 해설을 제공하며, 4성급 호텔 숙박과 특식이 포함된 일정으로 구성돼 있다. 썬킴 작가가 직접 기획한 개성 있는 역사여행이 준비된다. 이 외에도 와인 테마의 호치민 여행, 낚시 테마의 괌 여행 상품 등도 함께 선보여졌다. 중국‧일본 여행 상품 중에서는 중국 드라마 팬들을 위한 상하이‧헝디엔 드라마 성지순례 4일 투어가 눈길을 끈다. 중국 최대의 드라마 세트장 ‘연화루’와 ‘영안여몽’을 비롯해 상하이 촬영지 명소들을 밀도 있게 둘러볼 수 있어 관심이 예상된다. 또한 트레킹을 좋아하는 시니어를 위해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불리는 차마고도 호도협 트레킹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문화연구소가 기획한 이 상품은 초보자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중국의 고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숙박과 함께 곤명, 여강의 핵심 관광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시놀과 인터파크투어의 시니어 여행 상품은 혼자 신청하거나 두 명 이상이 함께 신청할 수 있다. 2인 1실로 숙박을 이용할 수 있어 보다 저렴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으며, 여행 중 만나는 또래들과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시놀 관계자는 "이번 시니어 여행 상품은 시니어분들이 가장 원하고 즐길 만한 요소들로 구성된 최적의 맞춤형 상품"이라며 "여행을 떠나고 싶었거나 부모님 효도여행을 고려하고 있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2024-08-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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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워진 지구, 노년층 생명 위협하는 기후위기
- 2020년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를 보면, 폭염・기온 증가로 인한 사망 및 질병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에서 많이 나타난다. 질병관리청의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서도 지난 10년 새 폭염 일수가 가장 길었던 2018년에는 65세 이상 온열질환 사망자 수가 연평균 두 배 이상이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후위기가 왜 노년에 더 위험한지, 노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2021년 8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가장 최신의 과학적 근거를 발표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10ppm으로 높아졌으며, 산업화 이전에 비해 전체 지구의 평균 온도가 1.09℃ 상승했다. 이에 따라 2030년에는 전체 지구 평균 온도가 1.5℃ 상승하는 ‘1.5℃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of 1.5℃)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종 재난 상황에 취약한 노인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의 68.5%가 65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가 무엇이길래 기후위기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전 세계적 문제로 떠오르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것일까? ‘기후위기’라는 말은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1980년부터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4년 ‘기후위기연합’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제2조제2호에 따라 기후위기를 ‘기후변화가 극단적인 날씨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인류 문명에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여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인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수십 년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되는 기후의 평균 상태나 그 변동 속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동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인간 행위로 인한 것이든 자연적인 변동(Variability)이든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후의 변화를 포괄하는 것이다. 또한 유엔기후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은 ‘전 지구 대기의 조성을 변화시키는 인간의 활동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원인이 되어 충분한 기간 동안 관측된 자연적인 기후변동성에 추가하여 일어나는 기후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왜 노인이 더 위험할까? 기후위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즉 사회경제적 상태에 따라 환경 피해를 더 많이 입을 수 있다는 것으로 노년층이 대표적이다. 이는 폭염・한파 등 환경 노출 요인으로 인한 온열질환은 물론이고 가뭄・홍수・폭풍 등에 따른 감염병이 노년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기후솔루션과 60+기후행동의 50세 이상 진정인 123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국가가 미흡한 기후위기 대응으로 노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기후 진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들의 진정은 기각되었지만, 정책 공고를 위해 인권위를 주측으로 실태조사를 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인권위에 직접 진정을 낸 것에 대해 나지현 60+기후행동 대표는 “스위스 여성 노인들이 유럽인권재판소에 ‘기후소송’을 내고 승소한 것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질병관리청이 펴낸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온열질환 사망자의 68.5%가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이는 기후위기로 인해 노인의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온열질환은 노년층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심혈관 질환 및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사망자 수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많이 나타난다고 예측했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결과 2023년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1일 사망자 수가 7명이며, 연도별 사망자 수도 32명으로 2018년 48명에 이은 두 번째라고 밝혔다. 국가 응급진료 정보망 자료(DB) 및 국민 건강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환자의 29.5%를 차지했고, 인구 10만 명당 온열질환자 수는 80세 이상이 11.5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중 2018년에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31일으로 가장 많았으며,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넷 제로(Net Zero) 등 탄소중립 정책을 실천한다고 해도 기후위기를 막는 건 쉽지 않다. 특히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진 못해도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IPCC는 앞으로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없다면, 2030년에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1.5℃에 도달하고, 2100년에는 3.2℃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폭염과 홍수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는 빈도와 강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해수면이 상승한다. 2023년 11월 22일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2.7℃ 상승하면 전 세계 인구 20억 명이 인간이 버티기 힘든 폭염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처럼 온열질환으로 인한 위협이 명확한 상황에서 노년층에 적합한 기후대응 정책 마련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7월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위기와 노년층의 생명권 보호’를 주제로 노년층의 특성으로 인한 기후 피해에 대해 토론하고, 필요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개최된 바 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나지현 대표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와 역학조사가 실시되어야 한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생명권과 생존권은 현재와 미래에 인권의 가장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기후 피해를 방지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세우기 위해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기후 약자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남인순 의원과 이소영 의원은 “기후변화가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하고, 정부 각 부처의 정책 내용에 기후위기를 막고 보건의료 정책·교육·주거 환경 개선,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해 옥외노동자 휴식 의무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위기 대응 등 기후 피해에 대응하는 내용을 포함시키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노년의 생명과 기본권을 위한 정책 필요 현시점에서 지구는 기후변화를 포함한 여러 평가지표가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어 돌이킬 수 없는 환경 변화가 도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이기에, 극심한 기후변화에 따른 노년층 피해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UN 노인 인권 독립 전문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보호 대책은 사회보장 체계를 비롯해 주거 환경, 재난 관련 정보 전달 시스템, 의료 인프라 등의 요소가 통합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적응 대책은 폭염에 따른 쪽방촌 주민 피해 완화, 폭염에 따른 야외노동자 건강 보호 같은 단편적인 조치는 있지만, 통합적인 취약계층 보호 대책이라 할 만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폭염・가뭄・홍수 등 기상이변은 지구가 인간에게 보내는 마지막 위험신호일 수 있다. 현재의 심각한 기후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 특히 노년층의 생명과 기본권을 위한 정책 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2024-08-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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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짝 핀 수국 가득한, 태평하고 안락한 태안의 여름
- 태평하고 안락한 태안(泰安)이다. 지명이 이번 여정의 테마를 말해준다. 수국이 활짝 피어났다. 쏟아지는 햇살을 받아 부드러우면서도 쨍하게 다채로운 색감을 머금었다. 여름꽃과 모래 사구, 끊임없이 이어지는 숲과 해변이 오감을 깨운다. 기다렸다는 듯이 여름은 뜨겁다. 오랜 시간 파도에 침식되어 켜켜이 쌓인 해안 절벽 아래의 동굴 안에서 태평하게 바라보는 파도는 더위를 잊게 한다. 길 위에서 만난 보랏빛 버베나 물결 태안으로 가는 들판에서 얼핏 보랏빛 꽃물결을 발견한다. 더러는 일부러 찾아가기도 하지만, 도로 옆 들판의 버베나 군락지를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아직 입소문이 덜 난 따끈따끈한 신상 여행지다. 이럴 땐 길 위에서 기분 좋은 득템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버베나 판타지라고 불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태안기업도시 가든스퀘어가 이 지역을 개발하면서 첫 번째로 만든 약 1만 평 규모의 정원이다. 버베나는 여름에 가장 예쁜 꽃이다. 잎과 줄기에 까칠까칠한 털이 덮여 있어서 옷에 잘 붙는다. 버베나 꽃밭을 다녀오면 옷자락 어딘가엔 버베나의 흔적이 남는데 이 또한 혼자만의 즐거움이다. 흔히 한 철 꽃을 보는 것과는 달리 버베나는 여름에서 가을까지 피어나는 다년초 식물이다. 버베나 꽃물결 속을 걷다 보면 산책로를 따라 야자나무도 식재되어 이국적인 평원의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도 맛본다. 단아한 동산에 들어앉은 파고라에서 내려다보는 버베나 들판은 잘 꾸며진 수목들과는 비길 수 없는 힐링을 안긴다. 날씨나 빛이 뿌려지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도 신비롭지만 보랏빛 버베나는 푸른 하늘 아래서 더 잘 어울린다.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드넓은 보랏빛 들판이 더없이 몽환적이다. 태안을 향해 달리는 여행자들에게 선물하듯 너른 들판 위에서 우아하게 넘실대는 보랏빛 세상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입장료 무료. 수국이 피었다, 팜카밀레의 수국수국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수국이 소담하게 피었다. 어딜 가나 수국의 탐스러움을 보여주느라 바쁜 계절이다. 태안군 남면에 위치한 팜카밀레는 약 1만 2000평의 부지에 다양한 종류의 허브와 수국이 피어나는 허브 정원이다. 땅을 일구어 무더운 계절에 피워낸 수국 정원에 파묻히고, 은은한 허브 향에 심신 안정을 얻는 공간이다. 수국은 쌍떡잎식물로 6~7월경에 피어나 8월까지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여름꽃이다. 혹시 수국 철을 놓쳤다 해도 사철 끊임없이 피고 지는 갖가지 허브가 정원을 채우며 매력을 발산한다. 수국 정원의 모든 색감은 선명하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물씬한 여름 색감 그 자체다. 푸르름 속에서 잉크빛 수국이 눈에 들어온다. 울긋불긋한 꽃과 달리 서늘하게 푸르거나 보랏빛을 띤 수국의 느낌이 신비롭다. 수국은 처음 피어날 때는 흰빛을 띠다가 푸르거나 자줏빛으로 변하고 핑크나 붉은색으로 변한다. 이는 토양의 영향 때문이라고 하는데, 토양이 산성이면 푸른빛 수국이 피어나고 알칼리성이면 붉은빛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팜카밀레는 대체로 푸른빛을 띠는 수국이 많은 편이다. 정원 가득 푸르름을 뿜어내는 청량함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허브 가든은 수국 정원과 라벤더 정원을 비롯해 어린 왕자 정원, 워터 가든 등 10여 개의 테마로 조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메타세쿼이아 수국길은 나무와 꽃의 어우러짐이 아름다워 누구나 한 번쯤 걷게 된다. 바로 옆의 풍차 전망대에 오르면 정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향을 바꾸어 서면 서해안 몽산포 해변도 아스라이 보인다. 꽃길을 호젓하게 거닐고 싶다면 별수국이 피어난 길이 있다. 담벼락 아래 뾰족한 별 모양 겹꽃의 별수국 무리가 꽃길을 이룬 조붓한 산책길이 예쁘다. 정원을 꽉 채운 탐스러운 수국이 키만큼 차올라 숲인 듯싶다가도, 호숫가를 빙 둘러서 나지막이 피어나기도 했다. 수변에 앉아 수국을 바라보며 고요함 속에 빠져보는 평안함이 얼마 만인지. 풍성한 꽃무리를 보며 마음속 깊이 자신을 어루만진다. 자연과 공감하며 꽃과 함께 삶의 여유를 가져보는 아름답고 순수한 시간이다. 몽글몽글 아늑한 시골 감성에 푹 파묻혀 온 마음이 정화된 기분이라면, 이젠 실내 정원에서 쉬어볼 차례다. 다양한 허브차와 아로마오일 족욕도 이곳에서 즐길 만하다. 입구의 애견 동반 가능한 명인 제빵소를 지나, 허브 향 속에서 일상을 벗어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펜션도 정원 중앙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태안 해변길 따라 파도리 해식동굴 한여름에 서늘한 동굴 속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일, 태안에 가면 가능하다.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한 태안 바다엔 파도에 침식되어 거칠고 기기묘묘한 형태로 생겨난 동굴이 있다. 최근 SNS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한 태안 소원면의 파도리 해식동굴이다. 파도리(波濤里)라는 지명은 고려 문종 때 ‘거친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나서면 되돌아올 수도 있다. 파도리 해식동굴에 가려면 물때를 꼭 알아보고 가야 한다. 먼저 파도리 해변을 지나 울퉁불퉁한 갯바위와 뾰족한 암석 위를 걸어가야 한다. 바다를 옆에 두고 지나다 보면 서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푸른 바다와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만난다. 발밑으로 동글동글한 몽돌이 구르고, 몽돌에 부딪히는 물빛이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짭조름함을 동반한 바람까지 한여름의 멋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해변 길이다. 10여 분 걷다 보면 숨겨진 듯 나타나는 두 개의 동굴이 보인다. 동굴을 떠받치듯 내려앉은 암석 기둥이 신비롭기만 하다. 문득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엘 공원 광장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떠오른다. 아득히 오랜 세월을 거친 파도리 해식동굴의 기둥이 가우디 건축의 일부와 비슷하다면 생뚱맞은가. 자연미와 예술성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영겁의 세월을 견디어온 동굴 앞에서 현대인들은 찰나의 사진을 담느라 분주하게 셔터를 누른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모래언덕, 신두리 해안사구 수만 년의 바람과 모래가 만들어낸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신두리 해안사구 모래언덕은 국제슬로시티 태안의 독특한 생태 명소로 현재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었다. 다양한 지형이 섞인 모래밭을 거닐기가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A, B, C로 나뉜 산책 코스에 모래 구릉을 걷기 편하게 길이 나 있거나 편리한 나무 데크가 준비되어 있다. 유려한 모래언덕을 오르다 보면 군데군데 선명하게 붉은 해당화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모래밭 길은 ‘해당화 동산’, ‘억새골’, ‘순비기 동산’, ‘곰솔 생태숲’ 등으로 각각의 코스가 이어진다. 바람과 햇빛이 강한 곳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의 터전이 해안사구다. 사구 습지와 모래밭을 뒤덮은 풀과 억새 동산을 걸으며 이국적이다 못해 먼 나라의 사막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바람이 불어대는 언덕 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서해가 거칠 것 없이 탁 트여 고요하다. 신두리 해변은 해무가 짙게 피어오르는 아침 바다의 아련함이 꽤 분위기 있다. 서해가 빨라진다, 태안-보령 간 해저터널과 운여해변 2022년 충남 보령과 태안을 잇는 보령 해저터널이 개통되었다. 여행 귀갓길에 태안 방면의 해저터널 홍보관 전시를 보고, 직접 해저터널을 주행해보는 마무리 코스다. 터널 길이 6.9km 국내 최장, 세계에서 5번째로 긴 해저터널 덕분에 여행길 단축은 물론이고, 바다 밑을 달리는 두근거림을 맛본다. 특히 터널을 달리며 경관조명으로 바닷속 수족관이나 서해안 낙조 등의 감각적인 빛의 표현을 즐길 수 있다. 노을 무렵의 시간이 가능하다면 운여해변 솔숲 방파제의 반영도 챙겨보는 건 덤이다.
- 2024-08-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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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가 고령화 몸살, 각 국의 시니어 비즈니스 현황은?
-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일 때 초고령화사회로 분류한다.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던 중국도 고령화의 그늘 속에 접어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로 손꼽히던 베트남도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는 등 전 세계가 함께 늙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고령화에 대비해 어떤 산업적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기준으로 7억 2700만 명(인구 비중 9%)에 달한다. UN은 ‘세계인구전망서’를 통해 2050년에는 약 15억 명(인구 비중 16%)까지 증가할 것으로 발표했다.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이 필요하다. UN은 “고령화 인구가 많은 국가는 보편적 의료 및 장기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보장 및 연금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말해 고령층을 위한 제품·서비스·인프라 등에서 시니어 비즈니스로서의 사업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니어 비즈니스란 시니어를 대상으로 시니어들을 위한 상품 제조・판매, 의료・복지 시설을 세우는 따위의 산업을 뜻한다. 이는 1970년대 일본에서 고령자 시장을 ‘실버마켓’이라고 지칭한 것에서 파생되었으며, 건강・은행・관광・주택・여행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과거에는 그룹홈이나 요양시설 위주의 시니어 비즈니스가 주력이었다면, 최근에는 ‘건강한 노화’에 집중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1~2030년, 건강한 노화 10년’으로 선언하고, 네 가지 영역에서 불평등을 줄이기로 한 UN의 기조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커지는 미국 홈케어 시장 시니어 비즈니스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는 단언컨대 미국이다. 세계적인 리서치 기업 월드데이터랩(World Data Lab)에 따르면 미국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은 2025년 약 3조 5000억 달러(약 4849조 25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의 대표 시니어 비즈니스는 홈케어 시장이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신체적 수발이나 가사 지원 등 다양한 장기 요양 및 활동에 대한 지원 서비스로, 아마존이나 UPS 등 물류・운송 업체에서도 홈케어 시장에 진출할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시니어들의 고독함을 완화해주는 서비스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회사 렌데버(Rendenver)는 실버타운과 요양원에 거주하는 고령층의 무료함・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상현실을 활용한 여행 및 방문 등의 콘텐츠를 개발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 증진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시니어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그뿐 아니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돌봄 경제’(Caring Economy)를 내세우며 노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가정과 지역사회 기반의 공공 건강보험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바이오 기술이 적용된 의료 및 건강관리 첨단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헬스테크 분야에 집중하는 중국 중국은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등극했다. 이에 시니어 비즈니스에 잠재력을 가진 독보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2021~2025 돌봄 산업을 위한 5개년 개발 실행 계획’을 발표하며, 노인 돌봄에 필요한 스마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헬스테크 분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애인 보조 및 노인 보조 로봇을 개발하는 상하이방방로봇회사(이하 방방로봇)는 2016년 설립 이후 현재 두 개의 ‘방방카’ 모델을 출시했다. 그중 하나는 외출 시 사용하는 보행 대행 차량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지능형 훈련 차량이다. 장애 노인을 위한 스마트 케어용 제품도 있다. 2019년 설립된 선전줘웨이과학기술회사는 용변과 목욕 시 사용하는 지능형 로봇이 주력 상품이다. 청두마이제캉과학기술회사는 손목시계, 침대 매트, 체중계, 호출기 등 다양한 스마트 제품을 통해 노인, 간호사, 자녀를 연결하는 스마트 케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더불어 바이두와 알리바바 등 대기업도 앞다투어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2021년 바이두헬스는 유명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제휴를 맺고 중년과 노인을 위한 예방 차원의 건강관리 시스템을 공동 구축했다. 이는 바이두헬스 사용자의 수요를 기반으로 빅데이터와 AI 기술 검색을 통해, 온라인으로 노인의 건강관리는 물론 질병 예방을 돕는 시스템이다. 알리바바는 베이징과 허난 지역에 지능형 요양원을 잇달아 설립하고, 2022년 3월에는 도시・농촌 지역사회의 노인 돌봄 문제에 주력할 것을 선언했다. 일본, 수요자 맞춤형 다양한 서비스 2005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이후에도 꾸준히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고령사회에 일찍 접어든 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 규모가 크게 형성되어 있는 편이다. 그룹홈 같은 요양시설에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성화하고자 노력하는 등 앞으로도 계속 시장 확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는 “거주지를 옮기는 것에 반감을 가진 고령층이 많아 본인의 거주지에 그룹홈을 만들어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고령층을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하락 캐스타’는 손가락을 넣는 대신 패드를 눌러 사용하는 가위로, 탄탄한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유카이공학은 요양원에 있는 노인과 대화를 통해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가정용 로봇 ‘보코 에모’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동 슈퍼 서비스 ‘도쿠시마루’, 넘어졌을 때만 부드러워지는 바닥과 매트 ‘코로야와’ 등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제품 서비스를 개발·제공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고령층을 무조건적인 복지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인식 개선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보람 대표는 “‘고령층도 사회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전 세대에 지속적으로 어필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식 개선 운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강식품 수요 높은 태국 2005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태국은 2052년경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3년 태국의 노인 인구는 약 1300만 명으로 태국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노인 인구의 꾸준한 증가로 2027년 약 16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다양한 시니어 비즈니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국 국가통계청(NSO)에서 발표한 노인 가정의 소비 성향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식료품 관련 지출이 평균적으로 19% 낮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체 소비 금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외식 대신 가정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조리 식품이나 포장 식품에 대한 식비 지출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평균수명 연장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건강식품 및 건강보조식품에 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헬스케어, 보건ㆍ의료에 중점 둔 싱가포르 싱가포르 역시 빠르게 고령 인구가 늘면서 시니어 비즈니스가 급성장하는 추세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3년 인구 보고서를 발표하며 2030년에는 4명 중 1명이 만 65세 이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영향으로 디지털 솔루션이 활용되면서 새로운 헬스케어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원격의료, 노인 영양식 등 헬스케어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가 주목받는 이유는 노후에도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최우선이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보람 대표는 “싱가포르는 원격의료와 비대면 의료에 많은 투자를 하며 헬스케어 분야를 시니어 비즈니스의 주축으로 삼고 있다”며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원회의 마스터 플랜에 따라 2022년부터는 국민 건강관리에 디지털 헬스를 활용하는 ‘Healthier SG’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모든 의료 서비스와 건강 기록에 원스톱으로 접속할 수 있는 건강 포털 ‘HealthHub’로 제공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이 자신이 선택한 주치의를 등록하는 프로그램도 곧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국민의 평균 나이 32.5세로 가장 젊은 나라였던 베트남도 2019년 고령화 지수가 48.8%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09년 35.9%에서 10년 새 13%가량 늘어난 것으로, 다른 국가들처럼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 산업계 역시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2024-08-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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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 케어 시장에 뛰어든 상조업계… ‘폭풍의 눈’ 되나?
- 고령자 증가에 따라 실버 케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 가운데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업계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장례 서비스 경험을 활용해 주요 고객인 중장년층을 케어하며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목표가 읽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요양과 주거 등 실버 케어와 관련한 관심도가 높다. 2022년 기준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로 건강하고 오래 편안한 곳에서 나이 드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버 케어를 받는 고령층이 새로운 특성을 보유한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세대라는 점이 산업의 변화를 이끌었다. 지난해 발간된 하나은행연구소의 ‘시니어 케어 시장의 확대와 금융회사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기존의 고령층과 비교해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 높으며, 노후 주거지역으로 의료시설 및 생활 편의시설 인프라, 교통 등의 접근성이 좋은 대도시 혹은 도심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국내 시니어 케어 시장이 영세한 개인사업자 위주로 형성되면서 질적인 측면에서의 성장은 더딘 편”이라며 “시장 전 영역에 민간 기업 진출이 확대되면서 경쟁 구도가 점차 변화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시니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다양한 기업이 나선 가운데, 주요 상조업계가 동참해 눈길을 끈다. 토털 라이프 케어 브랜드로 탈바꿈 고령화 시대에 웰다잉 문화 확산으로 장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상조업계는 크게 성장했다. 사망 인구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35만 3000명이었으며, 연령별로는 80대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정부는 사망자 수가 2030년 41만 명, 2070년에는 7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은 그들의 자녀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됐다. 현재 경제의 중심에 있는 인구이며, 이들의 기대수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조업계에서는 주요 고객을 잡겠다는 심정으로 실버 케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상조업계 변화의 가장 큰 이유로 자본이 거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버산업은 수익적인 부분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고, 미래 먹거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상조업계 가운데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보람그룹이다. 올해 창립 34주년을 맞은 보람그룹은 상조를 비롯해 제조・웨딩・건설・IT・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토털 라이프 케어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는데, 특히 4069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먼저 보람그룹의 상조 계열사 보람상조리더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레이포지티브’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휴레이포지티브는 앱을 기반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건강과 관련된 플랫폼을 만들어 실버 케어에 집중할 예정이다. 추후에는 홀로 거주하는 노부모의 돌봄 시스템까지 갖춘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보람그룹은 인천 서구 경서3구역에서 5성급 호텔 및 시니어 레지던스(실버타운・노인 복지주택) 사업을 추진한다. 총면적 약 11만 1346평 규모로 기존에 보람인천장례식장이 위치한 보유 부지 일대다. 주거・의료・취미시설 등 맞춤형 서비스를 총망라한다. 장례식장이 변화에 맞춰 탈바꿈하는 셈이다. 보람그룹 관계자는 실버 시장 진출에 대해 “주요 고객층인 시니어를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보람그룹의 고객만족 경영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우리는 역발상으로 ‘무덤에서 요람까지’라고 표현한다. 고인에게 예우를 다하는 한편 고객을 중장년층으로 확대했고, 더 나아가 웨딩・여행사업 등을 통해 젊은 층까지 잡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과 휴먼 터치의 만남 또 다른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는 지난해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에임메드와 손잡고 시니어 전용 상조 상품 ‘늘 든든’을 출시했다. 에임메드는 전문화된 간병인 및 요양시설 매칭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실버 케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늘 든든 상품은 가입 후 10년간 14개 진료과목 전문 의료진 건강 상담, 전국 종합병원 진료 간편 예약, 요양병원 비교견적 및 장기요양 등급 컨설팅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학습지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원그룹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2010년 상조 서비스 교원라이프를 시작했고, 10년 만에 업계 3위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2위까지 올라서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최근 ‘시니어 한 달 살기’ 전환 상품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액티브 시니어의 니즈를 읽은 상품으로, 쿠알라룸푸르에서 3주간 여행하면서 외국어를 배우고 이색 문화 체험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상조업계뿐 아니라 KB라이프・신한라이프 등 생명보험업계도 실버 케어 시장에 합류했다. 생명보험업계는 시니어 레지던스를 준비하고 있는 보람그룹처럼 요양시설에 주목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형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노인학과 초빙교수는 이 같은 경제 변화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실버 케어 시장의 수요는 늘어났는데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알아본 상조・보험 등 다양한 업계에서 실버 케어 시장에 진출했다고 본다”면서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부머 세대가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원하다 보니 그에 맞는 케어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수형 교수는 실버 케어 시장에 진출한 상조업계의 특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 협업을 맺은 점을 꼽았다. 상조업계는 중장년층이라는 인맥 풀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시니어에게 도움 되는 기술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김 교수는 상조업계의 케어 서비스와 실버산업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수형 교수는 “우리나라가 디지털・IT 강국이다 보니 실버 케어 시장에서는 그것에 기반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단순히 기술의 발전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AI가 할 수 없는 휴먼 터치도 중요하다. 인간과 기술이 상생해서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앞으로도 시장이 발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생명보험업계도 실버케어 KB라이프 KB라이프의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에서는 요양시설 서초・위례 빌리지와 노인 복지주택 평창카운티를 운영하는 등 생명보험업계 중에서도 요양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내년에는 강동과 은평, 광교 등 3곳에 요양시설을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 올해 시니어 사업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가 출범했다. 2025년 경기도 하남시에 60~70명 수용 가능한 도심형 요양시설을 개소할 예정이다. 또한 2027년 개소를 목표로 서울시 은평구에 실버타운 건립도 추진 중이다. 삼성생명 보험업계 최초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단계별 보장이 가능한 ‘삼성 치매보험’을 선보였다. 해당 특약에 가입하고 약관상 보장 개시일 이후에 경도인지장애 또는 최경증이상 치매 진단 시 최초 1회에 한해 돌봄 로봇을 제공한다. 또한 시니어 케어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는데, 삼성그룹에서 운영하는 요양시설 ‘노블카운티’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 시니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부 업체 대명스테이션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신탁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장례 이용을 원하면 고객이 맡긴 재산으로 대명아임레디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NH생명 디지털 요양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젠코카이 산하 젠코종합연구소와 MOU를 맺었다. 젠코카이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스마트 요양사다.
- 2024-08-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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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세이탄광 수몰 유해 발굴 日시민단체 주도로 재개
-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조세이탄광(長生炭鑛·장생탄광)에서 수몰당한 183명의 유해 발굴 작업이 재개될 예정이다. 바다속으로 연결된 조세이탄광은 1942년 2월 3일 갱도에서 누수가 발생해 갱도 내 작업을 하고 있던 183명의 작업자가 희생된 사건으로, 이 중 136명은 강제징용된 조선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82년이 지났지만 발굴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육지의 갱도는 관련 시설들이 철거되고 막혀있어 위치도 찾기 어려운 상태다. 현재 탄광의 흔적은 바다 위로 솟아있는 배수구 2개가 유일하다. 유해 발굴 기초 조사 시작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일본의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회)의 주도로 유해 발굴 기초조사를 위해 배수구 탐사를 진행했다. 새기는회에 따르면 사고 이후 1997년 진행됐던 발굴 조사에서는 배수구 입구로부터 10m까지밖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7m 지점까지 잠수할 수 있었다. 내부를 영상으로 담았으며, 배수구의 깊이가 28m이기 때문에 이번 잠수로 거의 아랫부분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조사에서는 바닥 부근에 돌기물, 파이프와 같은 것들이 엉켜있어 더 나아갈 수 없었다. 새기는회는 오는 10월 탄광 입구를 파내는 탐색도 진행하기 위해 지난 7월 15일 ‘갱구를 열자! 스타트 집회’를 열고 갱구 주변 청소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인 방문단, 한일 고교생 교류 참가자 등 170여 명이 함께했다. 다만, 해당 장소의 소유자가 분명하지 않아 우베시에 귀속될 토지인 것으로 알려져 시에서 조사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추후 협의할 예정이다. 따라서 새기는회는 바다 위로 솟아있는 배수구를 통해 유해 발굴이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올해 안으로는 유해를 발굴해 유족들에게 유골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의견이다. 日 정부 협력 부진, 자체 모금 시작해 양국 정부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자, 새기는회는 올해 유해 발굴을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다. 새기는회는 한국 유족회와 함께 2019년 6월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해 행정안전부를 방문했다. 1개월 뒤 행안부 관계자들은 우베시 조세이탄광 추도광장을 방문해 헌화했다. 추도광장은 지난 2013년 새기는회에서 모금을 통해 만들었다. 두 개의 배수구를 본떠 강제연행 한국‧조선인 희생자, 일본인 희생자라고 적힌 두 개의 추도비를 세웠으며, 앞 현판에는 희생자 전원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목판으로 만들었던 현판이 오래돼 낡자 지난 2021년에는 돌 명판으로 바꾸었다. 추도비 뒤편에는 모임의 추도문과 한국유족회의 추도문이 있으며 한국의 젊은 예술가가 만든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 일러스트를 전시하고 있다. 광장 왼쪽으로는 광장에 대한 설명,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 시민단체로부터 기증받은 회화 등 다양한 자료를 전시해 두었다. 이렇게 조세이탄광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는 작업을 하면서 양국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던 새기는회는 지난해 3월 30일 한국유족회와 함께 행안부 유해봉안과에 또 한 번 방문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8일 한국유족회와 함께 일본 정부에 의견교환회를 요청했다. 의견교환회에 앞서 일본 정부에 질문을 보냈던 새기는회는 정부의 답변서를 받았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조세이탄광 문제 해결을 요청한 것을 일본 정부는 모호하게 했다”면서 ‘보이는 유골만 조사한다’는 것이 한일협의의 결정이라고 답변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새기는회는 의견교환회에서 “후생노동성의 인도조사실은 ‘보이는 유골만이 조사 대상’이라며 조사를 고사했다”면서 “매년 1000만 엔 이상 조사 예상이 있음에도 수만 엔밖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 조세이탄광 유골 문제 해결을 일본 정부에 요청했지만 국회에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드론 조사 기술에 한계가 있다고 답한 후생노동성의 답변과 기술 문제를 해결해 앞으로 협의해 나가는 것에 대해 외무성에 물어본 결과 ‘국내 유골을 조기에 돌려준다는 것이 한국과의 약속’이라는 표명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새기는회는 직접 탐사에 나서기로 하고 지난 7월 15일부터 조사 비용 모금을 시작했다. 오늘 10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펀딩의 최종 목표액은 800만 엔이다. 이 소식을 듣고 대한불교관음종이 100만 엔을 기부했으며, 8월 7일 오전 기준 모금액은 406만 6000엔이 모였다. 새기는회는 “직계 유족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아버지를 보지 못한 채 성장한 자녀들도 81세가 되어 유족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희생자의 이름, 나이, 주소, 가족 모든 것이 판명되어 있는데 이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일본 정부의 놓칠 수 없는 책무”라고 조사를 촉구했다. 새기는회의 활동은 1991년부터 시작됐지만, 사고 이후 82년째를 맞이하는 2024년에도 유골 발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인 가운데, 시민단체인 새기는회의 노력으로 조선인의 유골이 한국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2024-08-07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