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4

빠르게 늙는 중국, 1600조원 규모 실버 시장 열린다

입력 2026-04-24 06:00

KOTRA 보고서, “중국 고령화는 위기이자 기회”… 헬스케어·실버 IT·요양서비스 유망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중국의 고령화가 더 이상 인구 문제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산업 기회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간한 ‘실버경제, 고령화 시대 중국 시장의 신기회’ 보고서는 중국 실버경제가 이미 소비 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부상했으며, 한국 기업에도 헬스케어와 에이지테크, 요양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빠른 고령화와 실버세대의 소비 고도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 시장의 수요 구조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3억103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2.0%, 65세 이상은 2억2023만 명으로 15.6%를 차지했다. 중국은 60세 이상 인구 비중이 10%에서 20%에 도달하는 데 24년이 걸렸는데, 이는 프랑스 175년, 미국 73년, 일본 27년보다도 빠른 속도다. 향후 10년간은 60세 이상 인구가 매년 1000만 명 이상 순증하고, 2035년에는 4억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 규모도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중국 실버경제 시장은 2024년 8조 위안, 한화 약 1600조원 규모로 추산됐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3.2%였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에서 5.9%로 높아졌다. KOTRA는 이 시장이 2028년 12.3조 위안, 2035년 약 30조 위안으로 커져 GDP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히 고령 인구가 늘어난 결과가 아니라, 자산을 축적한 신노년층의 소비 성향 변화가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소비 여력도 적지 않다. 중국인민은행 자료를 인용한 자료를 보면 46~55세와 56~64세 가구의 평균 자산은 각각 350만 위안, 355만 위안 수준으로 청년층보다 높았다. 우리로 따지면 액티브 시니어라 할 수 있는 50~63세 ‘뉴 실버족’은 경제 성장기와 정보화 시대를 함께 경험한 세대로, 건강과 여행, 자기만족, 스마트홈, 취미, 디지털 기기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헬스가 22.8%로 가장 높았고, 여행·레저 15.9%, 자기만족·패션 12.3%, 홈인테리어 11.3%, 취미·반려 10.8%, 디지털·테크 10.7% 순이었다.

보고서는 유망 분야를 크게 헬스케어, 멘탈·정서 케어, 실버 IT 등 세 방향으로 제시했다. 헬스케어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안티에이징 화장품, 성인용 위생용품이 먼저 거론됐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중국 중장년층 구매자 가운데 85%가 ‘면역력 강화’를 최우선 이유로 꼽았고, 시장 내에서는 비타민·미네랄 보충 제품이 30.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5년 중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447억 위안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안티에이징 화장품도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는 중국의 중장년 화장품 시장이 2024년 378억 위안 규모로 전년보다 21.1% 성장했으며, 2028년에는 752억 위안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버 뷰티 제품 중에서는 항노화 스킨케어가 45.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과거와 달리 중국의 50대 이상 여성 소비층이 자기관리와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실버 뷰티 시장이 전체 화장품 시장 평균보다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서·여가 영역에서는 펫 소비와 실버 관광, 요양서비스가 성장축으로 꼽혔다. 특히 실버 관광은 중국 내수 소비와 맞물려 빠르게 커지는 분야다. 50대 이상이 전체 관광객의 37.8%를 차지하고, 실버세대의 81.2%가 여행 의향을 보였으며, 65%는 해마다 3회 이상 여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중국 실버 관광 시장 규모는 1조6727억 위안으로 2023년 대비 18.8% 성장했고, 2028년에는 약 2.7조 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요양서비스 시장도 2024년 7350억 위안 규모에 5년 연평균 12%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제시됐다.

에이지테크 업계가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실버 IT 분야다. 보고서는 만성질환 관리 수요 증가에 따라 웨어러블 헬스기기 수요가 커지고 있고, 재택 양로 비중이 90% 이상인 중국 시장 특성상 스마트홈 확산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여기에 돌봄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양로 로봇 산업도 정부가 적극 장려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2024년 국무원의 ‘실버경제 발전, 노인 복지 증진에 관한 의견’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양로 서비스 개혁 발전 심화 의견, 스마트 양로 서비스 로봇 응용 시범 통지, 의양결합 시범 프로젝트 방안 등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방정부 경쟁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베이징은 2만4000개 가사 서비스 기업을 기반으로 식사 지원과 목욕 지원, 진료 동행 서비스를 3000개 커뮤니티에 제공하고 있고, 상하이는 ‘실버 야간경제’ 시범거리 50개 조성을 추진 중이다. 광저우는 실버경제 단지 조성 프로젝트에 최대 1억 위안을 지원하고, 장쑤성은 2027년까지 실버경제 특화 단지 10개 이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후이성은 스마트 건강 모니터링 기기와 가정용 서비스 로봇 연구개발을 밀고 있다. 실버경제가 중앙 정책을 넘어 지역 산업 육성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은 크지만 아직은 특정 기업에 좌지우지되는 구조는 아니다. 2025년 말 기준 중국 실버경제 관련 기업 수는 약 56만 개로 늘었지만, 65% 이상이 소규모 기업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이 점을 오히려 한국 기업의 진입 여지로 해석했다.

따라서 중국 실버경제를 바라보는 시니어 비즈니스 업계의 시선도 달라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 중국 시장은 ‘노인이 많아지는 나라’가 아니라, 소비 여력과 디지털 적응력을 함께 갖춘 신노년층이 산업 구조를 바꾸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중국 시장 진출 여부만 볼 일이 아니다. 급속한 시장 발전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산 제품의 국내 유입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미 국내 복지용구 시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처럼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경쟁력을 키운 산업이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사례를 감안하면, 국내 고령친화산업도 같은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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