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미국 프로농구 NBA가 기존에 판매하던 트레이드 카드에 NFT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15초가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에 NFT를 적용해 판매하는 것인데 현재까지 누적 판매액은 1조 원을 넘겼으며, 인기 카드의 경우 수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 NFT 시장 규모는 2876억 원으로 전망됐으나 2021년에는 약 11조 8700억 원에 달하며 몇 십 배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복제할 수 없는 토큰
NFT는 해킹이나 복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 중 하나로 Non Fungible Token의 약자다. 우리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해석한다. 디지털 자산에 고유한 코드값을 부여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한 토큰이다. 그리고 각 토큰은 고유하기 때문에 상호 교환이 불가능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불린다.
대체 가능한 토큰(Fungible Token)으로는 많이 알려진 비트코인, 이더리움, 클레이튼 등의 가상화폐가 있다. 1비트코인은 1비트코인과 교환이 가능해 대체 가능하다.
조금 더 쉽게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에는 아주 많은 만 원권이 있고 각 만 원을 구분하기 위한 일련번호가 적혀 있지만, 우리는 한 장의 만 원과 다른 한 장의 만원을 같은 가치로 인식하고 교환한다. 그런데 내가 갖고 있는 만 원에 NFT를 적용한다면 시중에 있는 그 어떤 만 원과도 교환할 수 없다. 일련번호와는 또 다른 복제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입히는 행위다.
NFT는 글, 사진, 음악, 그림과 같은 디지털 자산이라면 무엇이든 적용 가능하다. 심지어는 자신의 방귀 소리를 녹음한 ‘소리’에 NFT를 적용해 판매한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NFT의 시초라고 불리는 작품은 ‘크립토펑크’다. 캐나다 개발자 두 명이 1만 개의 토큰을 만들어 각 토큰에 특이한 디지털 아이콘을 부여했다. 이 토큰을 셀럽들이 구매하면서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 한편 ‘비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작가가 13년 동안 매일 만든 5000개의 디지털 작품을 타일처럼 작게 이어 하나로 만든 뒤 NFT를 적용해 ‘Everdays : The First 5000 Days’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작품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021년 3월 800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낙찰됐다.
디지털 콘텐츠에 날개를 달다
무명 예술가의 디지털 이미지 파일이 고가에 거래되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트위터 창시자 잭 도시는 자신이 가장 먼저 트위터에 작성했던 ‘방금 내 트위터 설정을 마쳤다’(Just setting up my twttr)라는 문장에 NFT를 적용해 판매했다. 이 글은 약 35억 원에 판매됐다.
실물 자산도 아닌 디지털 자산이 이렇게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이 시니어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다. 처음 NFT에 대한 관심은 ‘셀럽들이 투자하는 디지털 자산을 나도 보유하고 있다’는 심리에서 시작되었으며, NFT를 통해 자신의 디지털 작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인기를 끌게 됐다. 그동안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해 작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던 많은 디지털 창작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하나의 방편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만드는 NFT
NFT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종이에 사인을 하고 스캔해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코드값을 부여한 뒤 블록체인에 등록하고 NFT 거래 사이트에 등록하면 내 사인 이미지를 판매할 수 있다. 내가 판매하고자 하는 가격과 로열티를 설정할 수 있으며 저작권 판매 여부도 정할 수 있다. 로열티는 내 작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내가 받는 일종의 수수료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NFT는 디지털 작품의 소유권을 사고파는 것을 의미하지만, 만약 원작자가 저작권을 판매한다고 명시하거나 2차 창작 및 이윤 추구가 가능하다고 했다면 NFT 재가공도 가능하다. 또한 실물 작품도 함께 판매할지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책을 쓰면 나는 원작자가 된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판매되지만 책을 산 사람이 임의로 표지를 바꿔 재판매할 수 없고 내 허락 없이 내용을 각색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샀던 책을 중고로 판매하는 건 가능하다. 책의 소유권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NFT는 코드값으로 원작자를 명시한 작품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작품의 진의를 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자산에 고유성을 부여하며, 원작자가 저작권 판매를 명시하지 않은 이상 해당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만 거래할 수 있다.
가상화폐인 OO코인에 투자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NFT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NFT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누군가의 NFT를 사서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하거나, NFT 기반 가상화폐에 투자하거나, NFT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NFT 투자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가상화폐처럼 NFT 시장도 과열되어 거품이 있다고 말하지만, 차기 투자 시장으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하다. 실물 지폐가 플라스틱 카드 속으로, 실물 카드가 모바일 속으로 들어가는 세상에서 NFT가 우리의 일상 어디까지 영향력을 가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기본만 하자. 수없이 하는 말이지만 정작 지켜지는 일은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그만큼 기본을 지키기도 어려운 세상일지 모른다. 그런 세상에서 기본을 지키는 이는 도리어 빛이 난다. 김진숙(71) 이사가 그렇다. 모래에 덮인 금이 시간 지나 점차 드러나듯, 나서서 설명하지 않아도 가치를 알아주는 이 말이다.
방송인 홍진경의 어머니 김진숙이 품질관리이사를 맡고 있는 주식회사 홍진경은 ‘더김치’를 비롯해 만두, 다시팩, 된장 등 양념류를 판매하는 식품 회사다. 대물림한 방식으로 담가 먹던 김치 판매를 시작으로 다른 상품들을 내놓으며 18년째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느님, 김치가 맛있어지게 도와주세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 김 이사는 1년 정도 김치를 판매한 적이 있다.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을 지인들에게만 조금씩 팔았던 건데, 이를 눈여겨본 딸 홍진경이 사업 제안을 해왔다. 아예 회사를 차리지 않겠냐는 본격적인 사업 제안이었다.
그는 강하게 반대했다. 망신당할까봐, 딸 이름에 먹칠하면 어쩌나 걱정부터 앞선 나머지 한 달 정도 도망까지 다녔다. “우리 식구 먹는 거야 내가 한다지만 이걸 어떻게 대중 상대로 판매한다고 이러나 싶었어요. 대량으로 만든 김치가 우리 해 먹는 김치랑 같은 맛이 나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죠. 만약 맛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나한테 그 어려운 걸 시키느냐고 거절했어요.”
딸은 포기하는 대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쇼케이스라는 걸 해보자. 신사동에 있는 식당 하나를 빌려서 지인과 기자들을 초청하는 거야. 엄마가 찾아오는 사람들 대접할 배추김치랑 총각김치를 맛있게 만들어줘.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면 사업을 하고, 맛이 없다고 하면 내가 포기할게.” 김 이사는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쇼케이스를 앞두고 김치를 담글 때 매일 기도드렸다. “하느님, 이 김치가 맛있게 익도록 도와주세요. 이거 정말 중요한 겁니다. 이게 잘돼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면 김치 담그느라 고생하는 주부들 수고도 덜어줄 수 있어요.”
신선한 재료, 굽히지 않는 원칙
행사 당일, 식당에는 돼지고기 수육과 조밥, 배추김치와 총각김치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김치 본연의 맛을 느끼라고 새우젓은 일부러 챙기지 않았다. 목 축이는 데 필요한 직접 담근 식혜는 덤. 당시 쇼케이스를 위해 빌린 식당은 홍진경의 지인들로 북적거렸다. 엄정화, 최화정, 이영자 등 홍진경의 연예인 지인들부터 코미디언, 모델, 가수, 작곡가, 당시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잡지사 기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최화정은 ‘어머니, 김치 맛이 살아 있어요’라고 했고, 이영자는 ‘엄마, 김치 진짜 맛있어’ 그랬죠.” 모인 사람들 전부 김치가 맛있다며 싸달라고 난리일 정도였다. 미리 소분해 포장해둔 김치를 한 봉지씩 챙겨 보냈고, 그 다음 날부터 신문이며 잡지에 ‘홍진경네 김치 맛있더라’는 기사가 잔뜩 실렸다.
2003년, 그는 결국 딸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서는 주문량을 채울 수 없으니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해내는 주문자위탁생산)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김치 10kg 기준으로 필요한 재료와 김치를 담그는 순서를 세세하게 설명한 레시피를 정리했다. 공장 측에 레시피를 전달하기로 한 미팅 전날 밤, 그는 딸을 불러 앉혀놓고 약속을 받아냈다.
“재료에 돈 쓰는 거 아까워하면 나는 이 일 못 한다.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집에서 하던 것처럼 좋은 재료로 만들 거고, 어느 공장 어느 사장님이 만들더라도 내가 써둔 이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야 해. 그거 약속해야 엄마는 이 일 할 수 있어. 그랬더니 진경이가 눈을 딱 쳐다보면서 ‘엄마,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그러더라고요.”
처음 계약을 맺은 건 평택의 한 김치 공장이었다. 당시 레시피를 받아든 공장장은 “이거 대박날 수밖에 없겠다”고 했다. 만들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조미료랑 설탕이 하나도 안 들어가. 그러니까 성공할 수밖에 없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역할 분담은 확실했다. 마케팅이나 회사를 경영하는 부분은 딸이 맡고, 재료부터 제품 품질 관리, 레시피 관련된 일은 모두 엄마의 몫이었다. 사업 초기에는 힘든 줄도 모르고 공장과 배추밭에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곤 했다. 비 내린 뒤 질척한 배추밭을 얼마나 걸었는지 엄지발톱이 빠진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에겐 영광의 상처일 뿐이었다. 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인 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직원 수도 몇 명 안 되고 주문받은 물량도 적어 공장 한켠으로 물러나 직원들과 함께 조용히 김치를 버무렸다. 그러나 김 이사의 고집과 원칙이 통했는지, 하루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배가 넘는 양의 주문이 쏟아졌다. “지난주는 200kg, 이번 주는 300kg, 500kg 주문이 들어오더니 그 다음 주는 1000kg을 막 넘어갔어요. 1년 지난 뒤에는 우리 회사 김치부터 먼저 담그고, 그 공장에서 원래 담그던 김치를 자투리 시간으로 넘겨야 했죠.”
주문량이 많아졌어도 원칙은 그대로 유지됐다. 김 이사는 품질 관리를 위해 언제든 공장에 찾아와 김치에 쓰일 재료를 살펴볼 수 있고, 양념 맛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잎이 꺾이거나 푸른 이파리 많은 배추는 아예 쓰지 않고, 풀을 쑬 때도 무조건 국산 찹쌀만 고집했다. 배추 한 포기를 그냥 넘기지 않고 모든 배추에 양념이 고루 발리도록 했다. 다른 사업체 김치랑 섞이지 않게 철저히 관리해달라는 부탁도 빼놓지 않았다.
김치의 질이 좋으니 주문이 폭주하는 건 당연한 일. 홈쇼핑에서 매진시킨 물량을 감당 못 하니 직접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직원들과 함께 김치를 담갔다. 방송에서 약속한 날짜까지 배송이 완료되지 않으면 소비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거래하는 공장을 자주 바꾸지 않고 최대한 조율해 계약을 유지하는 이유도 김치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음식의 맛 역시 소비자와 기업 간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는 신뢰와 신용을 중요시한다. 소비자와의 약속, 직원과의 신뢰, 혹은 공장과의 신용.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어려워도 “하던 대로 해요, 순리대로”
좋은 식재료를 판단하는 높은 기준, 재료의 맛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웰빙’ 조리법, 회사 직원들의 끈끈한 단합력. 더김치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서 매출은 계속 우상향 곡선만 그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치를 판매하는 회사가 몇 없었어요. 외국에 수출할 만큼 큰 회사랑 전체 판매량으로는 못 견줘도 그때 온라인 판매는 더김치가 1위였어요. 180억, 200억, 220억, 270억, 매출도 쭉쭉 올라갔어요. 주춤할 새가 없었죠.”
인기가 한풀 꺾인 건 3년 전쯤부터다. 연예인들이 직접 브랜드를 세워 판매하는 김치가 시중에 다양해지자 자연스레 매출 곡선이 꺾인 것이다. 다양한 회사,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전에는 김 이사 혼자 혹은 딸 홍진경과 함께 홈쇼핑에 출연하는 일이 잦았지만, 최근 몇 년은 홈쇼핑에 베테랑 방송인 홍진경만 출연하고 있다. 타사 김치 매출을 따라잡기 위한 맞수다.
김 이사는 요즘 ‘혼자 홈쇼핑에 출연해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 방송 출연에 유튜브 콘텐츠 기획 및 촬영, 홈쇼핑 출연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딸을 걱정하는, 영락없는 엄마 마음이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보단 하고 있는 식품에 집중하려고 해요. 하고 있는 걸 잘 지켜내자는 마음이 커요. 제품 하나 출시하기까지 레시피 정리하고 필요한 재료 하나하나 찾느라 몇 년은 걸리거든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새로운 제품을 함께 내보자는 제안이 수없이 들어온다. 육수를 간편하게 우려낼 수 있는 ‘더다시팩’을 출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리 정해둔 출시일 이전에 경쟁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먼저 내버리는 허망한 일도 겪었다.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당황하고 힘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공정을 마무리했다. 예정대로 출시된 더다시팩은 좋은 재료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 지금도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처음 매출 부진을 겪을 때 걱정한 건 사실이에요. 그때 아들이 ‘우리 순리대로 해요.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니까, 너무 남을 쫓아가려고 하지 말고 하던 대로.’ 말해줬는데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자식들에게 배운 기분이었죠.”
조용한 응원이 만든 빛나는 것들
유명 방송인의 엄마라고 다른 어머니와 뭐가 다를까. 그는 항상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워낙 통통 튀는 성격인 딸이 어릴 때는 마음 놓을 새가 없었다. 하지만 딸을 지켜봐 온 엄마의 마음에는 언제나 신뢰가 굳게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아들이 진경이 유튜브에서도 그랬어요. 누나가 갖고 있는 내공은 우리 가족들만 알고 있다고. 그게 정말 맞는 말이에요. 학교 공부는 안 했어도 책을 많이 읽어서 똑똑하고 명석하거든요.”
TV 방송부터 넷플릭스 예능, 유튜브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는 딸을 보는 요즘은 감사하기만 하다. ‘우리 딸의 진가를 세상이 알아주는구나’ 싶어 내심 뿌듯한 마음도 든다. ‘공부왕찐천재 홍진경’ 유튜브 채널에 달리는 댓글도 전부 읽는다. 구독자 수만 100만 명을 넘길 만큼 인기 있는 데다 댓글엔 적재적소에 터지는 멘트, 짜임새 있는 영상 기획력 등 칭찬 일색이라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느님께 매일 기도했어요. 우리 아이에게 지혜를 주세요. 방송에서 빛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맡은 방송들 전부 다 빛나게 해주세요. 요즘은 딸이 그래요. ‘엄마가 맨날 기도했잖아. 그 기도대로 되고 있는 것 같아.’”
일이 바빠도 모녀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안부 문자를 주고받는다. 딸이 출연한 방송 모니터링 후 칭찬은 필수다. 어느 부분이 좋았다고 콕 짚어주기도 하고, 재능은 항상 네 안에 있다며 북돋아주는 말도 한다. 아낌없는 응원이 홍진경과 라엘 모녀 특유의 솔직 당당한 매력을 자아냈다.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열었던 가족회의도 구김살 없는 성격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대화로 해결하는 시간을 만든 것이다. 덕분에 큰 소리를 내거나 험한 말 오가지 않고도 두 아이를 바르게 키워낼 수 있었다.
그는 엄마와 사업인으로서의 삶 중 무엇 하나 즐겁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말한다. 힘든 때도 많았지만 매사에 즐겁게 임했다. 일하면서 항상 나 아닌 가족, 지인, 한 번이라도 스쳐 지나간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이 잘 되기를 염원한다.
“배추나 무 농장에 가보면 일해주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그래요. 용돈벌이 하면서 일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저희는 좋은 재료 받아 좋은 음식 만들 수 있어 좋고, 어르신들은 일거리도 생기고 돈도 벌 수 있어 좋고. 아무리 돈 버는 기업이라도 저희만 잘 돼서는 안 되잖아요.”
그는 앞으로도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일상과 직업, 신앙을 굳이 구분하진 않는다.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해서, 지금 당장은 알아주지 않더라도 시간 지나면 진가가 드러나는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부연하여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고개 끄덕이는 사람 말이다. 그가 키워낸 아이들이 그랬고, 담그는 김치가 그렇듯. 그가 소망하는 일을 이룰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시니어들에게 겨울철 운동은 실내외 온도차와 고농도의 미세먼지, 빙판길 등으로 위험할 수 있다. 이에 시니어들은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고, 시니어들에게 가장 필요한 근력 운동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척추와 관절 등이 굳어진 상태에서 헬스를 시작한 시니어들의 부상이 우려된다.
시니어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부상 부위로 허리가 꼽힌다. 흔히 바벨 등을 이용해 운동하다 보면 허리를 ‘삐끗’하곤 한다. 대부분 척추 주변의 인대와 근육 등이 늘어난 요추 염좌다. 젊은 사람의 경우 삐끗한 허리는 휴식과 찜질 등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척추 퇴행이 어느 정도 진행된 시니어들은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랜만에 운동에 나서면 관절 유연성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적어 부상 정도가 심각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허리에 전달되는 부담이 쌓여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돌출되거나 탈출하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상의 직접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스포츠 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리한 동작’이 84.2%로 가장 높다. 대부분 전문적인 지도 없이 운동하면서 발생하는 사고다. 하지만 시니어 중에는 전문 트레이너가 상주하지 않은 구청 혹은 아파트 내 헬스장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값비싼 수강료도 전문가의 코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시니어들의 건강한 헬스를 위해서는 몸에 맞는 운동 강도 조정이 먼저다. 일례로 척추기립근 강화에 좋은 시니어용 플랭크 동작을 살펴보자. 플랭크 동작은 엎드리고 팔꿈치를 바닥에 댄 상태에서 어깨와 90도가 되도록 몸과 머리를 일직선상에 맞추고 버티는 자세다. 시니어의 경우 30초도 버티기 힘들고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해질 수 있다. 대신 기존 플랭크 자세에서 무릎을 바닥에 대고 양손을 일직선으로 펴고 버티는 동작을 하면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중량의 기구로 근력 운동을 하고 싶은 시니어라면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고중량으로 운동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관절이 삐끗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낮은 중량으로 반복된 동작을 하는 것만으로도 근력을 늘리는 데 충분하다.
두 번째로는 정확한 자세가 중요하다. 잘못된 자세는 오히려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특정 관절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순간 부상이 발생한다. 요즘에는 시니어들을 위한 운동법 등을 다룬 콘텐츠가 많다. 이를 주의 깊게 숙지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헬스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헬스 운동 이후 요추 염좌를 겪은 시니어에게는 어떤 조치가 우선돼야 할까. 가장 먼저 충분한 휴식이다. 즉시 운동을 멈추고 냉찜질로 부기를 가라앉히며 2~3주간 경과를 보자. 만약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가까운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허리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요추 염좌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거동이 불가능하다면 자생한방병원의 동작침법(MSAT)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에 침을 놓고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제어하는 응급침술이다. 특히 동작침법의 효과는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국제 통증 학술지 ‘PAIN’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의 요통 경감 효과는 일반 진통제보다 5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헬스를 하며 겪을 수 있는 허리디스크도 비수술 접근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 치료와 약침 등이 병행된 한방 통합 치료는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인 척추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먼저 한의사가 척추와 주변 조직을 손으로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은 비뚤어진 척추를 바로잡아준다. 제자리를 벗어난 디스크가 신경을 자극해 생긴 염증 제거에 약침이 쓰인다. 한약재의 유효한 성분이 담긴 자생한방병원의 신바로 약침은 여러 연구 논문을 통해 항염 및 조직 재생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노화에 따라 근육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80대의 근력은 30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근감소증과 관련 있는 관절염, 당뇨, 보행장애 등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근력을 지켜야 한다. 단, 근육을 지키려는 과도한 욕심은 오히려 허리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 헬스에 나선 시니어들이여 조심하자. 참으로 신경 쓸 게 많은 나이다.
허리 건강에 도움되는 스트레칭
버드독 스트레칭 ▶ 버드독 스트레칭은 코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동작이다. 등부터 허리, 골반, 엉덩이, 복부 근육까지 고루 단련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먼저 양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상태에서 오른팔과 왼쪽 다리를 동시에 곧게 뻗는다. 반대쪽도 동일하게 하루 10회 3세트 실시한다. 하지만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시니어의 경우 이 자세가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다리 또는 팔 한쪽만 들고 복부에 힘을 준 상태에서 실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동작이 익숙해졌다면 위 설명대로 팔과 다리를 동시에 뻗는 자세로 이어나간다.
데드버그 스트레칭 ▶ 누워서 하는 코어 근육 강화 운동으로 데드버그 스트레칭이 있다. 이 동작은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복부 근력을 발달시킴으로써 허리 안정화에 도움을 준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천장을 향해 양손을 뻗는다. 무릎을 구부리고 다리를 한쪽씩 들어 올려 골반과 무릎이 90도가 되도록 한다. 이어 왼팔은 머리 위로 오른쪽 다리는 쭉 뻗는다. 천천히 되돌아와 양쪽을 번갈아가며 하루 3회 3세트 실시한다. 만약 무릎 들기가 힘든 시니어라면 사진처럼 무릎을 구부리고 동작을 진행하자. 이어 반대쪽 손으로 허리를 지지한 채 운동해도 된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가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 지금,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버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시니어를 위한 스마트 케어 사업을 운영 중인 신준영 캐어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은행 점포는 하나둘 사라지고, 점원 대신 키오스크가 주문을 받으며, 스마트폰 QR이 신분증을 대신하는 시대다. 고령화와 더불어 급격히 찾아온 비대면 사회의 도래로, 노인 디지털 소외가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캐어유는 디지털 정보에 취약한 어르신들에게 IT 기반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고령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 및 기술을 개발해, 이를 어르신들에게 보급하고 교육하기까지 전반을 관리한다. 급격히 벌어진 디지털 격차로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활기찬 노년을 선물하고 있다.
노인 삶 향상 위한 콘텐츠 개발
2014년 창업한 캐어유의 시작은 치매 예방을 위한 콘텐츠 개발이었다. 치매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우울증 및 스트레스 척도를 측정하고,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정신 건강 테스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자가진단 앱으로 개발했다. 이후 5개 영역의 인지 능력(기억력, 순발력, 사고력, 집중력, 판단력)을 훈련하고 향상시키는 ‘엔브레인 게임’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개별 관리할 수 있는 ‘엔브레인 플랫폼’도 있다. 이는 주로 노인복지기관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로, 앞서 말한 정신 건강 테스트와 엔브레인 게임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물론, 디지털 사례 관리 기능을 통해 개별 어르신의 특이사항까지 파악 가능하다. 즉 캐어유의 모든 서비스가 집약된 플랫폼으로서 어르신 개개인에게 질 좋은 맞춤형 케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탑재한 제품도 생산한다. 태블릿이나 케어로봇, 키오스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캐어유의 ‘엔브레인 키오스크’는 어르신을 위한 교육용으로 만들어졌다. 음식점, 은행 ATM, 그리고 무인 민원발급기까지 노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키오스크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경험해봄으로써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어르신과 강사 교육도 직접
단순히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한다. 다양한 노인복지시설에서 엔브레인 서비스를 활용한 디지털 치매 예방 교육뿐 아니라, 스마트폰 기초 과정부터 민원, 교통, 배달 등 일상생활에 유용한 앱이나 키오스크 등 디지털 문해 교육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 대표는 “캐어유 교육 프로그램은 디지털 역량 강화 이상의 효과를 가진다”라며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집에서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고 생각하는 모든 과정이 사실 외로움을 해소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캐어유는 어르신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도 직접 교육해 양성한다. 강의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이를 진행하고 관련 지식과 자질을 유지할 수 있는 보수 교육까지 시행하고 있다. 신 대표는 “어르신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강의력은 물론, 노인과 노인 기관에 대한 이해, 어르신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소통 능력 등이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강사 교육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최근 강사 교육을 받고자 하는 중장년층도 많아졌다. 5060세대는 고령자인 부모님을 모시는 경우가 많아 노인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높을뿐더러 은퇴 이후 새로운 직업이나 재능기부 차원에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국가의 인정을 받은 사회적 기업
캐어유는 이밖에도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보건소·치매안심센터와 함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 치매 인식 개선 교육, 치매 환자 파트너 교육, 장기요양보험 신청 방법 공유 등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인정받아 2020년에 ‘치매극복선도기업’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11월엔 보건복지부로부터 고령친화산업 육성 분야 유공자 포상도 받았다. 신 대표는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캐어유 서비스를 받고 인지 능력이나 정신 건강이 좋아지신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속해서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소상공인에게 배달 플랫폼은 매우 중요한 무기다. 시니어 점주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플랫폼을 ‘잘’ 운영하고 싶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에 배달 플랫폼 1위 기업 배달의민족이 시니어 점주들을 위해 나섰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소상공인들은 배달 플랫폼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출이 워낙 감소했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이 커도 배달 플랫폼을 찾게 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장들도 있다. 사진을 잘 찍는다거나, 재치 있는 리뷰 이벤트로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디지털 소통과 거리가 먼, 나이 많은 점주들에게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어렵게 다가온다.
이에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온라인 홍보와 디지털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 점주들을 위해 디지털 집중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스마트 사장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7, 8월에 8주간 진행됐다. 총 19명의 시니어 점주들이 참여했다.
당시 교육에서는 가게 홍보를 위한 글쓰기부터 휴대폰으로 직접 음식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SNS에 올리기까지의 전 과정을 알려줬다. 또 배민 앱 내 가게 공지사항과 메뉴 등록은 물론 고객과의 온라인 소통을 돕는 교육도 진행됐다. 교육은 배민아카데미 전문 강사진이 진행했고, 디지털 튜터(사장님 맞춤형 디지털 교육 도우미)가 보조 강사로 함께하며 이해를 높였다.
시니어 점주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은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우아한형제들의 교육 담당자, 그리고 교육을 수료한 시니어 점주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시니어 디지털 교육의 필요성
우아한형제들의 가치경영마케팅팀 김민지, 정욱진 씨는 “시니어 사장님들은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서’라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하셨다. 그걸 보며 가장 필요한 것은 디지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장벽을 낮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시니어 점주를 위한 교육이 마련된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을 수강한 박기웅(66) 씨는 서울 강북구 ‘미삼참치’의 사장이다.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한 그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에 배달의민족도 이용하게 됐고, “온라인을 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내 나이가 몇인데…’라는 불안감과 걱정이 컸다”고 밝혔다. 때마침 공고를 접하고 교육을 듣게 됐다.
시니어 디지털 교육 이후 변화
우아한형제들 측은 시니어 점주들이 교육 이후 성장한 점에 대해서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민지, 정욱진 씨는 “졸업식에서 사장님들이 소감으로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이제는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뿌듯하다’였다. 사장님의 성장을 목표로 기획됐기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미삼참치’의 박기웅 씨는 “온라인은 젊은 사람만 하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처음에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메뉴를 예쁘게 찍고, 온라인 홍보물을 만드는지.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했다”면서 교육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박 씨는 SNS도 새로 오픈했고, 이제 온라인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그는 “손님들이 호응도 해주시고, 매출도 굉장히 상승한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점은 이번 교육을 통해, 앞으로도 내가 온라인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정을 갖게 되었단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교육을 수강한 대구의 ‘집밥집’ 박창란 씨 역시 매출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니어 디지털 교육 확대되어야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시니어 점주 교육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점주들은 이제 SNS 소통, 블로그 운영, 카드뉴스 제작도 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점주들과 젊은 층 간의 소통이 자연스러워졌고, 매출도 증진된 점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시니어 점주들을 위한 교육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미삼참치’ 박기웅 씨 역시 교육 프로그램 수강을 독려했다. 직접 온라인 홍보와 소통을 해보면서 차이를 피부로 느낀 그는 플랫폼에서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 것 같다. 이에 박 씨는 다른 시니어들도 고충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나이를 먹으면 막연히 불안감이 생깁니다. 뭔가를 새롭게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눈치도 보이고, 괜히 주책이라는 소리도 들을 것 같고요. 그리고 무언가 시작하기까지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크고요. 그런데 그런 의심과 불안함이 오히려 교육을 듣기 시작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사장님들, 요즘 너무 힘드시죠? 하지만 66세인 저도 배웠고, 해냈습니다. 불안하고 힘드시겠지만, 이런 좋은 교육과정에 한 걸음 용기를 내시면 열 걸음의 보답으로 돌아오리라 확신합니다. 지금 시작하세요.”
버려진 공장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흉물로 나동그라진 과거의 제지공장을 볼 것 많은 문화 공간으로 되살려냈으니까. 전북 완주군 소양면 야산 아래에 있는 산속등대 복합문화공간(이하 ‘산속등대’)이다. 낡고 닳은 폐허를 딛고 일어선 공간이다. 일컬어 ‘재생건축 공간’이다. 재생건축은 요즘 건축계의 화두다. 여기저기서 유행하고 있다. 무자비한 시간의 흐름 속에 마침내 쓸모를 잃고 덧없는 폐허로 붕괴한 공간에 문화를, 예술을, 그리고 꿈과 상상을 부여하는 일. 이는 오롯이 값지다. 이미 스러진 꽃을 되살려내는 것처럼 심지어 몽환적이다.
‘산속등대’의 부지는 8000여 평에 달한다. 이 너른 부지 안에 폐허를 자양으로 부활한 물상과 디자인 요소들이 우후죽순처럼 즐비하다. 중심축은 미술관이다. 관점과 시야를 확장할 경우 공간 전체가 미술이거나 미술관이다. 폐허의 뒤숭숭함과 허무를 오브제로 삼아 예술을 입혔으니까. 과거의 웅장하고 단단했던 것들이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지면서 남긴 잔해와 잔재들을 자못 날랜 솜씨로 반죽해 내향적 울림이 있는 공간을 구현했다. 신축 건물은 도저히 얻어 걸칠 수 없는 시간의 족적과 결이 아른거리는 게 아닌가. 지나간 것들, 흘러간 것들, 너절한 것들, 시든 것들에서도 이렇게 잘만 끄집어내면 자본만으로 빚어낼 수 없는 내면성이 우러나온다. 재생 공간만이 발할 수 있는 언어와 표정이 고여 있으니 재생이란 말 그대로 창의의 산물이자 생성의 동의어다.
재생한 건축과 공간에 들어선 미술관은 이제 낯설지 않다. 국내 곳곳에 등장했으니까. 해외에서는 더욱 활성화됐다. 1986년에 개관한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은 수명을 다한 철도역을 재생해 입주했다. 금세기 가장 성공한 미술관으로 꼽히는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은 별 볼일 없던 폐 화력발전소를 뜯어고쳐 들어앉았다. 이 미술관들은 세계적 명소로 떠오르면서 재생건축과 미술관의 결합으로 절묘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산속등대’가 출항한 건 2019년 5월이다. 만 2년이 지났을 뿐이니 이제야 걸음마 단계를 벗어났다. 불운하기론 코로나19의 창궐에 따른 고난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배를 띄우자마자 으르렁거리는 폭풍 속에 던져진 것이다. 신생의 기쁨과 기세로 활보하기 이전에 가혹한 담금질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가. 널따란 터에 꾸린 갖가지 볼거리, 그리고 중의적 미학이 가미된 공간들이 이색적이지만 어찌할 수 없는 고즈넉함이 서려 있다. 그러나 여느 미술관들에 비하면 그나마 방문객이 많은 편이라니 다행스럽다.
‘산속등대’의 랜드마크, 등대
이곳에 들어서면 맨 먼저 ‘기억의 파사드’가 눈에 들어온다. 빨간 벽돌로 쌓은 삼각형 모양의 구조물 세 개를 병치한 파사드다. 고색창연한 사물들이 넘치는 가운데 그 새뜻한 형상으로 도드라지는 이 벽은 아마도 ‘기억에로의 초대장’이다. “이 문을 들어섬으로써 이제 당신의 기억은 과거를 유영하게 될 것입니다!” ‘기억의 파사드’가 하는 말이 이렇다. 폐공장의 잔해에서 과거 산업공장의 무상한 흥망성쇠 드라마를 유추하라고, 삶의 허무와 다르지 않은 공장의 쓸쓸한 잔해를 더듬어보라고 한다. 풀을 끌어안고 으스러진 공장의 주춧돌에서 끝내 거머쥘 수 있는 시간과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느껴보라고, 인생 역시 몇 점의 기억만 남기고 매순간 허공으로 흩어진다는 걸 알아보라고 한다. 파사드가 전하는 얘기가 그렇다.
저기 저 뒤편엔 돌올하게 치솟은 게 하나 있다. 제지공장 시절의 굴뚝으로 높이가 33m다. 설립자는 이 굴뚝을 놓고 생각이 많았다더라. 저 높고 우람한 덩어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그는 숙고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굴뚝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이냐고. 돌아온 답은 하나같이 등대가 연상된다는 거였으며, 설립자는 이를 채택했다. 공장의 기계들이 기운차게 잘 돌아갔던 과거엔 허연 연기를 뭉게구름처럼 뿜어낸 굴뚝의 이미지를 변용, 문화와 예술의 불을 밝히는 등대로 상징화하기로 한 것. 온갖 잡동사니와 아귀다툼이 난무하는 속세에 한 송이 문화의 꽃을 피우겠다는 게 이 문화 공간의 지향점이다. 그 옹골찬 포부를 등대라는 거대한 물상으로 함축해 표출한 것이다. 빨간 칠을 입어 한결 돋보이는 등대는 이곳의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미술관 건물을 볼까. ‘산속등대’의 구조물 대다수가 그렇듯 이 역시 재생건축이다. 구슬픈 소리를 내는 법 없이 그저 외로이 무너져가는 폐건축물들 중 그나마 상태가 가장 나은 건물에 구조 보강을 해 미술관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해 털어낼 건 털어내고 놔둘 건 놔두었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혼성 교합이다. 과거와 현재의 합작으로 미래를 도모하는 건물이다. 전시실에선 장안순의 개인전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가 펼쳐지고 있다.
미술관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 우선은 매력적인 건축물로 사람들의 구미를 동하게 해야 한다. 건축 자체를 작품으로 흐뭇하게 즐길 만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역시 전시의 품질이다. 전시 기획의 개성과 지향을 딱 부러지게 노정한 콘텐츠를 보유한 미술관이어야 미술계는 물론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살 수 있다. 이는 돌을 부술 강펀치를 구사하는 복서만이 살아남는 링 위의 생리와 비슷하다. 이게 어지간한 실력으로 구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점에서 이곳의 설립자는 고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는 일단 부지런히 전시회를 전개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년 전시회를 빈번히 열었다. 기후 문제나 등대를 주제로 한 기획전은 미술관의 아이덴티티를 모색하는 차원의 전람회들이었다.
‘산속등대’는 미술관을 가슴에 품은 복합문화공간이다. 미술 작품 감상으로 지겨운 삶의 우수와 권태를 다독이라고, 그러고도 미진한 게 있다면 재생 공간 곳곳의 세련된 설치와 디자인과 오락적 요소들을 즐겨 기분을 돋우라고 만들었다. 창밖의 경관을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슨슨카페, 대형 고래 조형물을 설치한 고래 놀이터, 기존 폐수처리장을 재생해 콜로세움을 형상화한 야외 공연장, 아이들의 문화예술 체험 공간인 어뮤즈월드, 별빛 광장과 별빛 동산 등 별별 이색과 이채가 줄줄이 이어진다. 그러나 뭔가 아쉽다. 터의 일부를 빼곡히 채운 컨테이너 박스들의 건조한 품새가 재생 공간의 고적하면서도 유려한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해서인가? 그렇더라도 진귀한 문화 공간이다. 버림받은 흉물에 빛을, 낡고 낡은 사물들에 생명을 주입했으니까. 갈 길이 멀 테지만, 폐허를 딛고 일어선 탄성을 보루로 튀어오를 수 있겠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방안과 설 특별방역 대책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오미크론의 확산을 최대한 늦추면서 오미크론에 의한 유행규모 폭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거리두기 조정속도를 조절하기로 결정했다. 접종여부 관계없이 4인까지 가능한 사적모임 인원기준을 6인으로 소폭 완화하고, 다중이용시설 운영시간, 행사·집회 및 종교시설 등 나머지 조치는 종전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거리두기 대책은 오는 17일부터 2월 6일까지 3주간 시행된다.
이와 함께 설 특별방역 대책도 발표됐다. 설 특별방역 대책은 이달 20일부터 오는 2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철도 승차권은 거리두기를 위해 창측 좌석만 판매된다. 연안여객선도 승선인원의 50% 제한 운영을 권고한다는 계획이다. 철도 승차권의 경우 100% 비대면으로만 구입 가능해 고령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정상적으로 징수하고, 휴게소 실내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묘·봉안시설의 경우 제례실이 폐쇄된다. 실내 봉안시설이나 유가족 휴게실은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
요양병원‧시설 역시 예약이 필요하다. 설 연휴기간(1.24.∼2.6, 2주간)에는 접촉면회가 금지되고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다만 임종 등과 같이 긴박한 경우에는 기관 운영자 판단하에 접촉 면회가 허용된다.
국공립 시설이나 박물관과 같은 문화예술시설 역시 사전 예약을 해야 방문할 수 있고, 요금은 정상적으로 징수된다. 물론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공연장과 영화관 역시 방역패스를 적용된다.
정부는 고향 방문이나 여행을 자제시키기 위해, 온라인 추모‧성묘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가정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문화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상은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간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받는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틈,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변화하는 세상을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최신 문화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000이고요, 저의 MBTI는 ENFP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의 흔한 자기소개 방법이다. MBTI 검사를 직접 해보거나 알고 있는 시니어도 많지만, 이 네 글자의 알파벳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도 안 잡히는 시니어들 역시 적지 않다. ‘ENFP’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의 말을 해석하면 “저는 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이 풍부하고 즉흥적인, 한마디로 ‘재기발랄한 활동가’ 유형의 사람입니다”라는 뜻이다.
MZ ‘과몰입’ 이끈 성격 유형 검사
MBTI는 심리학자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개발된 성격 유형 검사다. 여러 문항을 통해 개인이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그리고 판단(J)과 인식(P) 등 4가지 지표 중 어떤 특성에 가까운지 파악해 분류하고, 이 지표의 조합을 통해 총 16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구분한다.
한국에 도입된 것은 1988~1990년이지만, 최근 2~3년간 온라인에서 비공식적인 검사법이 확산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MBTI 검사 결과로 나온 성격 유형을 통해 본인을 소개하거나 타인의 MBTI를 바탕으로 상대를 이해하는가 하면, 일상적인 대화 소재나 온라인 콘텐츠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방송만 봐도 MBTI는 다양한 화제를 이끈다. 2020년 6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대중적 사랑을 받은 ‘싹쓰리’(유재석, 이효리, 비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그룹) 멤버들의 MBTI 궁합이 방송을 타며, 높은 시청률과 함께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로도 다양한 방송에서 출연자의 MBTI를 활용한 콘텐츠가 다수 만들어졌고, 지난 12월에는 채널S의 MBTI 탐구 예능 ‘후 엠 아이’가 첫 방송을 탔다.
MZ세대는 SNS나 유튜브를 통해 MBTI 관련 밈(인터넷을 중심으로 모방을 거듭하는 유행)을 확산시키며 하나의 놀이 문화로 만들었다. MBTI 성격 유형별 연애법·공부법·인간관계 대처법 등의 차이를 다룬 콘텐츠가 끝없이 생산되고, 댓글에는 유형별 사람들이 모여 자신과 타인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유형별 오픈채팅방까지 만들어 소통할 정도로 MBTI의 특성과 밈을 찾아보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지표
MZ세대가 이렇게 MBTI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정의하는데, 지난 수년간 전자매체 이용 증가로 사람들의 대면 접촉이 감소하면서 MZ세대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줄어들었다”라며 “MBTI는 이들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매개체가 된 데다, 쉽고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 유행하게 된 것 같다”라고 현상의 원인을 설명했다.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MZ세대의 특성 역시 MBTI 열풍에 한몫했다. 평소 MBTI에 관심 많은 직장인 하현정(27) 씨는 “내 MBTI 유형인 ISFP의 특성에 대한 콘텐츠들을 찾아보면서 내 성격이나 행동의 근거를 알아가고, 이를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 재밌다”라고 말했다. 비대면 시대에 MBTI는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역할도 해낸다. 서 교수는 “면대면 만남과 상호작용이 줄어들면서 소통에 더 많은 장벽과 장애물이 생겼다”라며 “MBTI와 같은 도구를 활용해 상대를 이해해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판단 잣대로 쓰여서는 안 돼
MBTI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다 보니 취업 시장에서 구직자의 MBTI를 묻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한 식품 기업은 공채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소개하시오’라는 문항을 추가했고, 한 광고대행사는 최근 채용공고에 “MBTI가 ‘E’로 시작하는 분을 우대한다”고 적었다. 에너지 넘치고 적극적인 사람을 찾는다는 취지였다.
이는 전문가들이 MBTI 열풍에 대해 크게 우려했던 현상이다. 서 교수는 “입체적인 인간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범주화한 MBTI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결과이고, 과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라며 “MBTI 유형을 가지고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를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로 쓰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MBTI를 맹신하기보다는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도예가 신상호(74)는 실험적 현대 도예의 전위이자 전사다. 그의 작업엔 형식이 없으며 경계가 없다. 일찍이 전통 도예의 권위자로 부상했던 그는 해적선과 같은 거침없는 도발과 활보로 혁신적 도예를 구현했다. 이런 그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과 맺은 인연이 깊다. 돔하우스에 ‘파이어드 페인팅’ 타일을 만들어 붙인 장본인이며, 미술관 초대관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니까. 미술관 설립 과정에도 깊이 간여했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항해의 방향을 그가 노정했다. 즉 탄탄한 초석을 깔아놓은 셈이다.
“전통 분청만이 아니라 현대미술까지 아우르고, 나아가 도자와 건축이 만나는 전시가 펼쳐지는 특성화된 미술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이걸 시에 제안했는데 흔쾌히 수용하더라. 지방 소도시가 미술관을 만들어 지속시킨다는 게 실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해시가 해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극복하고 외국에서도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미술관으로 성장시켰다. 아마도 김해시로선 보물 같은 공간일 거다.”
좋은 미술관이란 어떤 걸 말할까?
“개성적인 건축, 그리고 새로운 콘텐츠, 이렇게 두 날개로 비상해야 한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모두 이 둘을 겸비했다.”
선생이 만난 가장 인상적인 미술관은?
“스페인에 있는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이다. 빌바오는 원래 철강 산업의 메카로 풍요로운 도시였으나 포항제철에 밀려 폐허처럼 망가졌다. 그러나 구겐하임미술관 건립으로 마법과도 같은 반전을 맞이했다. 미술관으로 그야말로 대박이 났으니까. 세계 곳곳에서 날아온 관광객들이 미술관 앞에 줄을 섰고, 돈이 몰렸으며, 마침내 금융도시로 떠올랐다. 미술관 하나가 가져오는 시너지 효과가 이렇게 강력하다.”
구겐하임미술관의 무엇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나?
“건축물의 힘이다. 티타늄 강판으로 외벽 전체를 마감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건축을 만들어낸 것이다. 재미있는 건 티타늄 강판의 입수 경로다. 러시아가 우주로 쏘아 올리기 위해 만들다가 경제 사정으로 방치한 로켓의 티타늄 외장재를 사서 가져왔으니까.”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의 외벽 티타늄에 노을빛이 비치면, 미술관 앞으로 흐르는 강물에 환상적인 황금물결이 일렁인다. 관람객들은 미술관의 컬렉션은 차치하고 그 한 장면만으로도 탄성을 토한다. 외벽의 재료가 과시하는 힘이 이렇게 압도적이다. 신상호가 건축과 도자의 협주를 몹시 중시하는 이유가 집힌다.
그나저나 도예는 왜 대중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걸까. 넌, 저리 가라! 미술계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그 점에 내가 한이 맺혔다.(웃음) 과거엔 대학에 도예과가 많았으나 지금은 거의 폐과 되고 소수만 남았을 정도다. 기능적 쓰임새와 미에 치중해온 도예 풍조 탓이다. 철학과 실험정신을 개발해 치고 나가야 한다. 과거와 미래를 함께 아우르는 비전을 가지고. 그러자면 도예 예술가들이 더 공부해야 한다.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니까.”
신상호에 따르면 새롭지 않은 건 예술도 아니다. 남의 흉내를 내는 건 사망진단서를 자체 발부하는 행위와 같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그가 요즘 회심의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자그마치 100호 내지 200호 사이즈에 이르는 ‘파이어드 페인팅’ 작업에 빠져 있다는 것.
한국병원홍보협회가 지난 12월 28일, ‘2021년 제6차 세미나 및 정기총회’를 열고 내년도 협회를 이끌 회장·부회장·감사 등 새로운 집행부의 출범을 알렸다. 행사는 COVID-19 대유행 상황에 따라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시행됐다.
2022년 한 해 동안 협회를 이끌 제23대 회장에는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홍보팀 김휘윤 팀장이 선임됐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홍보팀 신대성 팀장이 부회장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국제교류팀 박미순 팀장과 서울대학교병원 홍보팀 최정식 팀장이 감사에 각각 선임됐다.
2021년 마지막 세미나에서는 ▲2022년도 트렌드 전망, 라이프트렌드에서 찾는 새로운 기회(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 ▲헬스케어 메타버스의 현황과 미래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김상윤 교수) ▲병원CEO PI를 고려한 홍보실전 TIP (가천대 길병원 홍보실 안명규 파트장) ▲홍보전문가의 말에 병원의 격과 결이 달라진다 (굿커뮤니케이션 박혜은 대표) 등의 강의가 이어졌다.
정기총회에서는 2021년도 올해의 홍보인 상과 더불어 사보 및 콘텐츠 대상, 그리고 공로상 시상식이 있었다. 올해의 홍보인 상은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홍보팀 이미종 팀장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인제대학교 백병원이 발행하는 '인제대학교 백병원보'가 올해의 사보 대상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홍보팀의 영상물이 올해의 콘텐츠 대상을 각각 받았다.
한 해 동안 협회발전에 크게 공헌한 회원에게 주어지는 공로상 주인공으로 명지병원 대외협력실 안광용 실장과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홍보팀 고혜선 과장이 선정됐다.
이날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김휘윤 홍보팀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쉽게 물러나지 않은 상황 협회를 대표하게 되어 더욱 커다란 책임을 느낀다. 협회가 병원 홍보인들의 업무 역량을 확충해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움을 추구해가는 ‘발전의 장’, 같은 영역에서 비슷한 업무를 진행하는 회원끼리 서로 즐겁게 교류하며 필요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공감의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