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 시인이 추천하는 '삶이 힘에 부칠 때,위로가 되는 시집'
혼자 가는 먼 집(허수경 저)
최근 독일에서 유명을 달리한 친구 허수경을 기리는 마음으로 골랐다. 그가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고단한 시기에 나온 시집으로, 제목 자체에 삶과 늙음과 죽음이 담겨 있다. 시인의 흔들리는 내면을 담은 시편들이 홀로 힘겨운 삶을 사는 이에게 위로를
얼마 전 장애체험을 하기 위해 강남구 율현동에 있는 성모자애복지관으로 향했다. 20여 년간 매월 한 번씩 봉사활동을 갔던 곳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부터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장애인 활동 보조인’으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장애체험을 흔쾌히 신청했다.
신청 예약을 하였기에 해당 사무실에 들러서 간단
2017년 4월 4일 MBN의 토크 프로인 황금알에 '고수'로 출연했다. 주제가 '인생에 정년은 없다'였다. '밑줄 쫙 긋고'란 말로 유명한 국어강사 서한샘 씨를 포함해 유명인사 총 아홉명 '고수'들이 녹화에 참여했는데 그 중 하나가 나였다. 저녁 4시 반부터 녹화를 시작해서 밤 9시 반에 끝났다. 저녁까지 굶으며 녹화했는데 어찌나 재밌는지 몰랐다. 녹화
이혼하게 되면 그동안 부부동반으로 만났던 부인들은 물론 남자들과의 사이도 멀어진다. 지방에 따라, 집안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아예 친분을 끊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다. 원망도 했다. 그런데 이제 나이 들어 친구들 얘기를 들어 보니 이해가 될 만했다. 필자는 위험인물이라는 것이다. 착한 자기네 남편이 혹시 물들까 봐 걱정한다고 했다. 이혼
사람들은 유튜브를 통해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됐다. 그 주인공은 코미디언 이홍렬.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언 중 한 명인 그는 유튜브에 자신의 채널인 이홍렬TV를 직접 만들어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평생 입으로 살아온 노장 이홍렬(64)은 커피를 마시면서부터 인터뷰, 메이크업, 그리고 표지 촬영을 할 때까지 시종일관 떠들었다. 정말 누구 말처럼 입을 틀어막
바깥에서 유리문 가까이 고개를 낮춰 눈을 들이밀었을 때 그녀의 얼굴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깜짝 놀라 몸이 뒤로 밀렸다. 점심시간.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손맛 좋기로 소문난 동네 맛집으로 고민 없이 향했다. 가을볕 맞으며 맛난 된장찌개 삭삭 긁어 나눠 먹고는 그녀의 별로 들어가 향 깊은 커피를 마주하고 앉았다. 음악소리가 나뭇결을 타고 전해지는 문화살롱 ‘아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이 내리더니 대설(大雪)을 넘어 동지(冬至)가 다가오기도 전에 매서운 추위가 들이닥쳤다. 이렇게 되면 야외활동이 많이 위축되고 문화유산 답사도 지장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산과 들이 낙엽 지고 썰렁하다 못해 가슴 한가운데로 찬바람이 뚫고 지나가는 계절적 처연함이 가득한 늦가을과 초겨울이 엉겨 붙는 이때가 폐사지 답사에는 제
삼수의 고통 끝에 도도한 대학 문이 열렸다. 3월의 꽃샘추위도 매섭게 따라붙었지만 나에게는 달짝지근한 딸기바람일 뿐이었다. 개강 후 일주일이 지난 하굣길에도 추위는 여전했다. 발을 동동거리며 버스를 기다리는 내 옆에 순한 인상의 남학생이 언뜻 보였다.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타는데 그 남학생도 같이 차에 오르는 게 아닌가. 붐비는 차 안에서 이내 자리가 나자
내 마음속에는 첫눈 오는 날의 이야기가 두 개 간직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를 하려니 가슴이 미어진다.
1995년 11월 25일, 나는 아들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영정을 들고 나가던 날, 어쩌면 그리도 큰 눈송이가 우리와 함께 걸어주던지…. 싸늘하고 매섭던 며칠 동안의 날씨와는 전혀 다르게 포근한 아침이었다. 눈송이는 나풀나풀 하늘을 날다가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 네 쪼고만 발자국을 눈이 자꾸 내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윤동주 시인의 ‘눈 오는 지도(地圖)’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