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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걸음 더 들어가 구축한 ‘개그의 제국’
- 전해 들은 얘기가 있다. 개그맨 전유성(72)이 젊었던 날 친구들과 놀러 간 어느 해변에서의 일. 그가 별안간 바다로 걸어 들어가더란다. 바닷물이 몸에 차오르고 마침내 머리까지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놀란 친구들, 그를 건져내기 위해 우르르 물로 달려갔다. 그때 전유성이 머리를 수면 위로 쑥 내밀더니 태연히 해변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고선 하는 말이 이랬다. “나 웃겼냐? 바다가 나를 부르더라고!” 그 해변에 폭소가 퍼졌더란다. 친구들을 웃기기 위해 온몸을 던져 펼친 해프닝이었으니 웃음 보시치고도 상품(上品)이다. 그런데 이 즉흥 쇼의 성공 요인은 그 액션 자체에 있지 않다. 물귀신 시늉으로 사람을 웃기는 몸짓은 독창적이지 않은 흔한 일이니 말이다. 전유성은 진부하지 않고 언제나 한 걸음 더 나아갈 줄 아는 사람이다. “바다가 나를 부르더라고!” 그는 다분히 서정적인 대사를 읊음으로써 이벤트의 격을 높인 게 아닌가. 그날따라 바다에 참을 수 없는 매혹을 느껴 물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아무려나 그는 친구들을 웃기되 이왕이면 운치와 여운까지 가미한 쇼를 보여주고 싶었을 테다. 그렇다면 아마도 충동적으로 떠올린 각본으로 행위를 하고 대사를 읊조렸던 게 아닐까. 하나의 엽편(葉片) 모노드라마를 순간에 기획해 연출하고 연기했던 셈이다. 그의 삶에 피부처럼 붙은 예능 감각과 순발력을 엿볼 수 있는 예화다. 무덤덤한 일상에 웃음을 배포하고, 상황을 요리해 생기를 돋우는 일에 전유성은 능하다. 기발함과 도발을 밑천으로 삼아 지루한 인생사를 소극(笑劇)으로 끌어올린다. 쉼 없이 산소를 들이마셔 허파를 움직이게 하듯이, 그는 쉼 없이 머리를 회전시켜 개그맨이라는 직분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생산한다. 어디서 뭘 하든 ‘한 걸음 더 들어가는’ 집중력과 재능으로 롱런한다. 전유성은 지리산 근처 남원시 인월면에 산다. 벌써 4년째, 얼추 인월 사람 다 됐다. 그와 마주 앉은 곳은 딸과 사위가 운영하는 찻집 제비카페. 세한의 창밖 저 너머로는 지리산이 수묵화처럼 묵연하다. 많고 많은 곳 중에서 하필 이곳에 몸을 둔 건 지리산이 곁에 있어서다. “내가 ‘절친’이다. 절하고 친하거든. 옛날에 지리산을 자주 오르기도 했고, 이 산의 절에 있는 스님 한 분과 가까워 지리산을 종종 찾아왔다. 그 인연으로 여기에 산다.” 지리산을 자주 오르겠다. “아직 올라가진 않았다. 올해엔 제대로 올라볼까 한다. 지리산이 어디로 사라질 것도 아니고 마음 내킬 때 가면 되니까.” 어떤 매체에서 봤는데, 살면서 가장 잘한 걸로 쉬지 않고 일을 해온 거를 꼽았더라. 요즘은 무슨 생각, 무슨 일을 하나? “코미디 전용 극장 만들 궁리를 자주 한다. 여건이 여의치 않아 지연되고 있지만 어떻게든 추진할 작정이다. 일상생활은 나름 분주하다. 남원 동편제 마을에 가서 창의력 강의도 하고, 우리밀로 빵 만들기도 가르친다. 마술도 가르치고.” 어딜 가나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 게 연예인이다. 이게 불편하진 않은가. 메릴린 먼로는 대중의 관심에 너무도 두렵고 외로웠다 하더라. 선생은 어떤가. 개인의 자유를 수시로 침해당할 수 있을 텐데. “매우 피곤하다.” 몰래카메라가 늘 나를 주시한다는 기분이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피곤하다. 가령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할 때 사람들이 셀카를 막 찍어대던데, 만약 내가 도박장에라도 들어가 앉았다면 턱없는 잡음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다. 그러나 저분들의 관심 덕분에 내가 밥을 먹고 산다는 걸 생각하면 고맙지.” 여행을 자주 한다지? 여행지에선 주로 무엇을 즐기나? “유럽의 오페라극장을 가더라도 오페라보다 극장 앞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더 흥미롭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관찰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 저 사람들은 무슨 얘기를 하며 저렇게 웃을까,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 상상을 하며 구경한다.” 사람 구경처럼 재미있는 게 없다지만 보통은 외모나 차림새 감상에 쏠린다. 전유성은 다르다.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남들의 얘기와 생각을 읽으려 집중하며 상상을 펼친다. 그는 상상, 공상, 몽상으로 사고의 외연을 확장해 쓸모 있는 아이디어 채집하기를 습관으로 삼고 사는 것 같다. 타성과 고정관념을 깨고 경계를 넘나들며 감각의 촉을 세운다. 이런 전유성의 유심한 촉수가 한번은 자동차 터널에 꽂혔다. “남원의 어떤 터널을 통과하는데 밋밋한 터널 입구 전체를 돼지 코 모양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 터널 내부에서 울리는 졸음 방지용 사이렌도 돼지가 꿀꿀대는 소리로 바꾸고. 이거 재미있잖아?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지만 별 관심이 없더라고.” 현장에 바로 도입할 만한 아이디어인데? “당장에 돈 되는 일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공공기관이나 민간이나 마찬가지다. 난 폐탄광촌을 활용해 누구나 스스로 들어갈 수 있는 사설 교도소를 세워도 유망할 거라 생각한다. 여기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스스로 형기를 정하면 된다. 하루든 여러 날이든. 가령 소설이 안 써져 괴로운 소설가는 형기 동안 구상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에게 잘못한 게 많은 사람도 하루쯤 감옥살이를 하며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면 된다. 이곳에서 가끔 참선 강좌가 열리며, 모든 ‘수감자’에게 반성문을 쓰도록 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반성문을 모아 책으로 내고. 이런 교도소, 어떤가?(웃음)” 이색 교도소로 순식간에 이름날 것 같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에 열광하니까. 교도소 옆엔 ‘출소자’들을 위한 주막집도 만들면 좋겠다. 인생에 달관한 주모가 있는. “그런데 하려는 사람이 없더라. 돈이 생기는 사업은 아니라고 보는 거다.” 흔히 돈에 목숨을 걸다시피 집착한다. 돈만이 행복을 보장한다고 믿는다. 돈 없는 노후를 맞이할까 봐 미리 과도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나의 노후 대책은 돈이 아니라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보다 더 좋은 노후가 어디 있겠나. 특별히 욕심 부리지 않으면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월 100만 원 정도로 무난하게 사는 경우도 있더군.” 그는 인월에서 월세 50만 원짜리 아파트에 산다. 집이야 몸을 눕힐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그리 산다. 안으로 너른 사람은 바깥 치레에 도통 관심 없는 법이다. 시골 주민들, 특히 노년층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돈보다 참여가 가능한 문화 공간이다. 그분들도 공연 같은 걸 보고 즐겨야 하지 않겠나. 경로당이나 지어주고 외면하는 건 유기(遺棄) 행위에 가깝다. “관람은 물론 직접 공연할 수 있는 기회 제공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노인 합창단이나 무용단을 만들어 공연에 나서게 하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단체 이름부터 재미나게 지어야 한다는 거다. ‘임플란트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들의 합창단’이라거나 ‘며느리가 꼴 보기 싫은 할머니들의 합창단’ 같은 이름이라면 빵 터지지 않겠는가.” 끔찍하게 요상하고 재미없는 세상에서도 가장 끔찍한 건 시골 노인들의 지루하고 고독한 일상이다. 전유성, 이 센스쟁이야말로 그 문제풀이에 일조해야 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하던 차, 그의 입에서 기발한 합창단 이름들이 데굴데굴 굴러 나온다. ‘명란젓을 좋아하는 할머니들의 합창단’이라는 이름도. ‘소녀시대가 되고 싶은 할머니들의 무용단’이라는 이름도. 시골 노인들을 위한 복안이 이미 내심에 박혀 있다는 표시겠지. “너무 진지하게 살 거 없다” 남원에 오기 전 그는 경북 청도에 살며 하고 싶은 일을 다 했다. 코미디 전용 극단 ‘철가방극장’과 야외 음악 공연 프로그램 ‘개나소나 콘서트’를 만들어 10년을 쾌속 질주했다. 덕분에 고즈넉한 청도군이 일약 코미디와 콘서트가 난무하는 지역으로 도약했다. 개그맨으로서, 문화기획자로서 거둔 성취가 참 많았다. 그중 전유성이 가장 기뻤던 건 구경을 와 흥겨이 들썩이던 시골 노인들의 모습이었다고. “정말 좋아하시더라. 열댓 번씩 공연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내가 썩 괜찮은 일을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에 즐거웠다.” 그랬으나 판이 흐트러졌다.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시피 군과의 소통에 불협화음이 생겼고, 전유성은 홀연히 청도를 떠났다. 상심이 남았을 것 같지만 그는 훌훌 털었다. 다만 문화를 바라보는 비좁은 시야에 대해서는 보탤 말이 있다. “문화를 적자와 흑자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무형 자산이기 때문이지. 계산을 앞세우는 태도를 버리고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폭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선생의 인기, 기획력, 추진력은 청도에서 입증됐다. 다른 지자체에서 콜 사인을 보내왔을 것 같은데? “남원에 온 뒤 몇몇 지자체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오더라고. 그때마다 내가 물었다. ‘1년에 공연을 몇 번이나 보십니까?’ 제대로 본 사람이 없더라고. 이래서야 일이 되겠어? 포기했다. 결국 자력으로 코미디 전용 공연장을 만들 수밖에. 문제는 자금이다. 요새 좀 고민하고 있다. 남의 돈을 뜯어올 재주는 없고.(웃음)” 차를 마시다 그가 소주 한잔을 목으로 털어 넣는다. 전유성은 술꾼이다. 생활에 술이 딱 달라붙었으니 외로움인들 범접 가능하랴. 술이란 무적함대? 때로 인생의 난제들을 척척 해치운다. 전유성을 보면 그게 증명된다. 슬럼프니, 못 채운 오욕칠정의 사무친 서러움이니, 무슨 고뇌니, 우리에게 한없이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는 종목들을 술 한잔으로 거꾸러뜨린다. “즐거울 때나 고달플 때나 한잔 마시고 잊는다. 날려 보낸다. 난 그게 되더라.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살 거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는 오늘 하루를 재미있게 살면 되는 거 아냐? 그러고도 남는 불편이 있다면 팔자려니 하면 되고. 근데 나 예전처럼은 안 마셔. 건강 문제 때문에 어쩌다 소주 한두 잔 마실 뿐이라고.” 아예 끊어버리진 않고? 선생은 오래 살아 재미없는 세상을 비틀어 웃겨줘야 할 거 아닌가. “술을 어떻게 끊나? 액체를 어떻게 끊어?(웃음) 담배는 끊었다.” 햐. 그 무슨 금연 비법으로? “금연을 선언한 뒤 흡연하는 사람들을 마구 욕했다. 그러고서 뻔뻔하게 다시 담배를 피울 순 없잖아?(웃음)” 선생을 ‘아이디어 뱅크’라 한다. 어디서든 반짝거린다고. “어? 와서 보니 나 아니잖아. 반짝거리지 않잖아?” 겸손하구나, 그리 여겼으나 5초 뒤 다시 생각하니 이게 또 아재 개그다. 내가 유리로 만들어졌냐? 새벽별이냐? 뭐 그런 게 축약된 ‘썰’이지만 거기엔 겸양이 스며 있다. 시퍼런 촉으로 솟은 야산 종교가 인류를 구원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웃음이 종교보다 파워풀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고인 빙하를 녹이는 게 웃음이지 않던가. 삶이 멸치대가리처럼 따분한 건 웃음이 말라붙었을 때다. 전유성은 이 진귀한 품목을 생산하고 가공하고 유통하는 전문가다. 매사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머리와 행보로 ‘개그의 제국’을 구축했다. 이게 백지 상태에서 그냥 된 게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다독가다. 열 권짜리 ‘구라 삼국지’를 비롯해 다수의 책을 써낸 촉과 깡을 보라. 공부인이 아니고선 도달하기 어려운 지평이다. “과거엔 개그든 공연이든 잘해 보려고 노력했다. 근데 그건 아마추어 시절에나 필요한 미덕이더라고. ‘잘’하는 것보다 좋은 건 ‘재미있게’ 하는 거거든. 좀 서툴면 어때? 뭐든 재미있어야 하지 않겠어?” 재미있게 살고 싶어도 그게 잘 안 되니 환장할 일이다. 재미라는 샘물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니 그냥 목마르게 사는 거지. “발상을 전환하자고.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보자는 거다. 가령 그 왜 가수들 공연 시작 때 불꽃 같은 축포를 발사하잖아? 난 뭐든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건 싫더라고. 그래서 내 공연 때는 시장에서 뻥튀기 기계들을 빌려다 뻥뻥 터뜨렸다. 관객들이 재미있어 하며 엄청 폭소를 터뜨리더라.” 머리에 서리가 내린 뒤에도 장난기와 유머와 재기가 번뜩인다. 단무지 없는 짜장면을 먹는 것처럼 섭섭한 인생에 고소한 양념을 뿌리는 데 이골이 났다. “생각의 타성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재미있는 ‘거리’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가령 ‘직접 만든 수제 칼국수’라고 써 붙인 말 안 되는 간판을 봤다 치자. 그때 저거보다 재미있는 이름이 없을까 생각해보는 거다. 그러면 뭔가 떠오른다. ‘놀러 온 사람이 시켜 만든 수제 칼국수’라거나, ‘소주가 생각나는 수제 손만두’라거나. 이거 재미있잖아? 장사도 더 잘될걸?” 재미의 출처가 곳곳에 널려 있다는 건가? “바로 그거다.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면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언젠가 마트 입구에 놓인 카트에 이런 문구가 적힌 걸 봤다. ‘정관장 드신 분들은 살살 밀고 가세요!’ 야, 이거 기발하잖아? 기똥찬 광고 문안이잖아?” 강적을 만난 기분이었겠다. 나보다 한 수 위 인간이 있네 하며.(웃음) “관찰과 생각도 많이 하지만 내 아이디어의 상당 부분은 일상에서 나온다. 특히나 사람들과의 잡담은 아이디어 공장이지. 잡담에 소재를 하나 올려두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저절로 떠오르거든. 요번에 준비하는 책은 이 잡담에 관한 얘기다.” 가제목도 생각해뒀다. ‘다 알 필요 없다. 잡담이나 알고 지내자’로. 어떤 신들은 인간이라는 미증유의 생물이 너무 불어나거나 장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세를 규합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몰라서다. 반란은 왜? 전유성의 사고에 기대자면 인간들이 너무 진지하게, 너무 재미없게 살아서다. 그러니 잡담이나 하고 가자는 거다. 잡담으로 안면 근육을 실룩여 웃음의 파랑이 너울거리게 하자는 거다. 그의 나이 올해로 일흔둘. 이 나이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다들 그걸 생각해보거나 의논한다. 치매 역시 관심사다. 전유성에게 물어볼까? 이 두 가지 성가신 문제를. “무슨 수가 있겠나? 오면 오는 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되겠지. 난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엔 별 관심이 없다. 치매? 가족들이야 고생하겠지만, 치매에 걸린 당사자는 아무것도 몰라 고통도 없을 텐데 무슨 걱정이야?(웃음)”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지만 그게 쉬울까 보냐. 그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떡할 건가. 농담과 언어유희, 해학과 기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그의 얘기엔 인생과 세상의 문제를 찍어내려는 갈고리가 들어 있어 짭짤하다. 달관한 시늉이 없어 미덥다. 거침이 없어 시원하다. 시퍼런 촉으로 솟은 야산이라 할까 보다. 그 산 언저리에서 귀 호강 한번 잘했다.
- 2021-03-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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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가 알아야 할 호르몬 질환 10
-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나 엔도르핀처럼 호르몬이 우리 몸에 유익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수많은 호르몬이 결핍 또는 과다, 불균형 문제로 인체에 해를 끼치곤 한다. 이에 시니어가 알아둬야 할 호르몬 질환 10가지를 골라 그 증상과 원인, 치료법 등을 살펴봤다. 자문 및 검수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남지선 교수 [1] 그레이브스병(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용체에 대한 항체로 인해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유발한다. 갑상선 호르몬 과다분비가 원인이 된다. 식욕이 왕성한데도 체중이 감소하거나 더위를 참지 못하고 손 떨림, 불안, 초조 증상 등이 나타난다. 근육 마비나 안구돌출 및 건조증, 각막염, 복시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채혈 검사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 농도 및 갑상선 자가면역 항체를 확인하고 갑상선 스캔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한다. 주로 갑상선 호르몬의 생산을 억제하는 항갑상선제를 복용해 치료하지만, 약물치료에 실패하거나 애초에 불가능하다면, 갑상선 절제 수술 또는 방사선 요오드를 통한 갑상선 파괴 요법을 시행한다. [2] 하시모토 갑상선염(갑상선기능저하증) 면역세포가 갑상선에 다수 침착하여 염증을 일으켜 갑상선을 파괴하는 질환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갑상선 염증으로 인해 갑상선이 커지고, 대개 단단한 게 만져진다.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부종이 생기고, 피부가 거칠어지며, 머리카락도 건조하고 윤기가 사라진다. 그레이브스병과 반대로 식욕은 떨어지는데 체중은 증가하며, 추위를 심하게 느끼고, 장 운동이 느려져 변비에 걸릴 수 있다. 기억력이 감퇴되거나 우울증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채혈 검사나 특징적인 임상 증상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주로 갑상선 호르몬 보충 요법을 통해 치료 가능하다. [3] 당뇨병 췌장에서 분비돼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혈액 내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생기는 질환이다. 인슐린에 대한 신체 반응이 감소하면 근육 및 지방세포가 포도당을 잘 섭취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려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이다. 당뇨병은 제1형과 제2형으로 나뉜다.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는 상태로 주로 소아에게서 생기며, 평생 인슐린 치료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당뇨병의 95% 이상인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의 상대적인 결핍과 인슐린 저항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는 크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과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하는 약으로 구분한다. 장이나 신장에 작용해 혈당을 낮추는 약들과 인슐린을 사용하기도 한다. [4] 대사증후군 만성적인 대사장애로 인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고지혈증, 비만, 동맥경화 등 여러 질환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앞서 설명한 ‘인슐린 저항성’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복강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물질은 혈압을 올리고 인슐린의 역할을 방해하는데, 이는 혈관 내 염증 응고를 유도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치매와 암 등 다양한 질환의 위험을 높여 각별한 주의 및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사증후군 치료를 위해서는 체지방, 특히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30분, 주 5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유산소와 더불어 근력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가공식품을 피하는 등 식이요법을 통해 뱃살이 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다. [5] 말단비대증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해 성장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며 신체 발단의 뼈와 연부조직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병이다. 손, 발이 커져 장갑이나 신발이 맞지 않거나, 광대뼈와 이마, 턱 등이 돌출되는 등 얼굴이 변하고 기골이 장대해진다. 초기에는 혈압과 혈당이 높아지기 때문에, 환자 대부분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여기기 쉽다. 말단비대증이 생기면 외모뿐만 아니라 대장에 폴립이 생기거나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성이 높아져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혈액검사 및 뇌하수체 MRI를 통해 진단한다. 수술적 치료가 우선이지만,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재발할 경우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를 시도한다. [6] 불면증과 수면장애 나이가 들면서 예민해져서 잠을 잘 못 이룬다면 호르몬 불균형을 의심해봐야 한다. 아무리 자도 졸린다거나, 잦은 꿈을 꾸는 등 숙면하지 못하는 수면장애 증상은 뇌 안의 작은 장기인 송과샘에서 나오는 멜라토닌이 일으키는 것이다.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은 사실 낮과 밤을 구분하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은 잠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혈압, 혈당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호르몬이 가장 활발히 분비되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또, 폐경 여성 대부분이 불면증과 수면장애를 겪기도 하는데, 이는 난소 기능 소실로 인해 여성 호르몬이 생성되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경우 ‘폐경호르몬요법’ 등 약물을 통해 여성 호르몬을 보충해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7] 만성피로증후군(부신기능저하증)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그리고 젊은 층보다 60세 이상 중장년이 피로를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나 외부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의 대사와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급성 스트레스에 대항할 에너지를 공급해준다. 따라서 부신 기능이 떨어지면 만성피로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아울러 일상에 활력을 주는 도파민, 집중력과 동기를 부여해주는 노르에피네프린, 행복과 만족감을 주는 세로토닌 등 다양한 호르몬의 부족 또는 과잉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처럼 복합적인 호르몬의 불균형 문제로 인한 질환인 만큼 특정한 약물치료는 어렵지만, 식습관 관리나 운동 요법 등을 통해 의심 요인을 찾아 교정해나가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8] 요붕증 당뇨병이 아닌데도 자꾸 갈증이 나고 물을 많이 마시며, 소변을 자주 본다면 요붕증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 몸에는 적정량의 수분이 필요한데, 이를 조절해주는 물질이 바로 ‘항이뇨호르몬’이다. 뇌하수체에서 항이뇨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신장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태를 요붕증이라 한다. 뇌하수체 종양, 외상, 수술, 감염 등이 원인일 수 있는데, 수분제한검사를 통해 검진이 가능하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MRI 검사 등도 시행한다. 중추성 요붕증이라면 항이뇨호르몬인 DDAVP를 복용하거나, 코로 흡입 또는 주사로 투여해 치료한다. 신장성 요붕중의 경우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는 없지만, 티아지드 약물 등을 사용해볼 수 있다. [9] 골다공증 골다공증 역시 중장년이라면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다. 대부분 눈에 띄는 증상은 없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골절이 발생하거나, 골절로 인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폐경으로 인한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부족, 남성호르몬 부족, 스테로이드 등의 약제 사용 혹은 내인성 부신피질호르몬 과다 등이 골다공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골밀도 검사를 통해 진단하며, 칼슘과 비타민D 보충 요법과 뼈에 작용해 골 흡수를 억제하거나 골 형성을 촉진시키는 다양한 약물 치료법이 있다. 폐경기 여성은 여성 호르몬 보충요법을 통해 호전될 수 있다. [10] 갈색세포종 혈액 내 카테콜아민(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부신 또는 교감신경절 종양에서 과도하게 분비되는 병이다. 갈색세포종은 주로 부신 수질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말한다. 부신 종양으로 인해 호르몬 중 혈압을 높이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등이 과다하게 생산, 분비되면 혈관이 수축해 고혈압이 생기거나 혈당이 올라가게 된다. 또 두통, 어지럼증, 구토, 이명, 시력장애, 변비 등을 호소할 수 있고 심하면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모든 환자가 이러한 징후를 모두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종양이 있더라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혈압, 혈액, 소변 검사나 영상 검사, 안과 검사, 혈관 조영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고, 보통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여 치료한다. 종양이 악성이며 여러 곳에 전이돼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엔 항암 화학 요법을 시행한다. 호르몬 질환 미니 상식 Q&A 호르몬 감소 또는 호르몬 불균형이 오는 이유는?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노화, 또는 호르몬과 관련한 장기의 질병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스테로이드처럼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약제뿐만 아니라 전혀 주의하지 않은 약제들의 오남용과 환경오염물질들도 호르몬 교란을 일으킨다. 호르몬 때문이 아니라고 오해하는 질환은? 호르몬 이상이 오면 호르몬 고유 기능의 문제도 생기지만 애매한 증상들도 많이 발생한다. 검사를 통해 확진하고 이상 있는 호르몬을 보충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고프로락틴혈증, 말단비대증, 쿠싱증후군 등을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으로 알고 치료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환도 빨리 원인 호르몬을 파악해서 치료해야 한다. 호르몬 검사는 어떤 방법으로 하나? 간단한 검사를 해서 이상 유무를 알 수도 있지만, 때로는 복잡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일정 조건에서 일회성으로 하는 정적인 검사로는 ‘호르몬 혈액 검사’가 있고, 더 구체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24시간 소변 검사’를 시행한다. 보다 정확도를 높이려면, 동적인 검사를 통해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호르몬의 반응성을 검사한다. 인슐린에 의한 저혈당 유발 검사, 복합 뇌하수체 검사, 수분 제한 검사, 급속 부신피질 호르몬 자극 검사, 경구 당부하 검사 등이 있다. 단, 이러한 검사 대부분은 일부러 호르몬 과잉 또는 저하 상태를 유도하기 때문에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호르몬 대체 요법 치료 시 주의할 점은? 호르몬 대체 요법 과정에서 해당 호르몬뿐만 아니라 연관된 다른 호르몬들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며 치료단계를 조절해야 한다. 특히 스테로이드 호르몬 치료 시에는 혈당·혈압 상승, 백내장, 녹내장 등 다양한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또, 성장 호르몬이나 남성 호르몬 치료의 경우 심장 질환, 전립선 질환, 유방·자궁 관련 질환에 대한 주의를 요한다.
- 2021-03-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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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멋을 찾는 여정
-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고, 영어 통·번역 분야로 진출하고자 했던 알렉스 강(57)은 우연한 기회에 ‘시니어 모델’을 접하고, 그 길로 뛰어든다. 이후 본격적인 시니어 모델 일을 시작한 그는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 상반기에 시니어 모델 에이전시를 설립한다. 어학 박사에서 시니어 모델로, 시니어 모델에서 모델 에이전시의 대표가 된 그를 만나 그간의 여정을 들으면서 모델 및 대표로서의 철학과 멋지게 나이 듦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어느 날 우연히 본 한 잡지의 커버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남성 잡지 ‘맨즈헬스’의 커버에서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중년의 남자를 보게 된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 덕분에 건강이나 몸에는 자신이 있던 그였다. 그때부터 꿈을 품었다. “그 잡지를 본 뒤 그분처럼 잡지의 커버모델이 되는 꿈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일단 맨즈헬스가 주최하는 피트니스대회에 무작정 신청서를 냈지요. 그게 모델 시작의 첫걸음이었어요.” 그는 그 대회에서 유일한 50대였고, 그나마 비슷한 또래의 사람은 40대 참가자가 유일했다. 나머지는 모두 20~30대들이었다. 하지만 나이에 연연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멋을 어필했다. 그 결과 스포티즘 모델 분야에서 상위권에 드는 성과를 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지인이 시니어 모델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이 일을 계기로 시니어 모델을 시작하게 됐다. 그가 시니어 모델이 된 것은 우연과 우연이 얽혀서 만든 필연이었다. 숨겨진 모델의 끼 하지만 책상에 앉아서 오랫동안 공부하던 사람이라서, 모델 일이 순조롭고 쉽지는 않았을 터. 어학 공부는 혼자 묵직하게 정진하면 되는 작업이지만, 모델은 아무래도 남들 앞에 서고 주목을 받는 일이라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전혀 반대였다. “막연한 불안함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이 일이 너무 즐거웠어요.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모델의 끼가 숨어 있었던 것 같아요. 어학과 비슷한 점도 있었고요. 어학은 언어의 표현을 다루잖아요. 모델도 비슷해요. 단지 수단이 언어에서 몸으로 바뀐 것이에요. 개인적으로 모델은 나의 몸으로 어떻게 멋을 표현할지 고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모델로서 그가 가진 강점은 무엇일까? “다른 모델들에 비해 키가 작지만, 전혀 주눅 들지 않았어요. 대신 워킹 실력이라든지, 무대를 장악하고 스스로 멋을 표현하는 능력이 좋아요. 단점을 상쇄할 만큼요. 무대에 서면 조금 긴장이 되지만, 그 무대에서 한바탕 논다는 생각으로 즐겨요. 이것이 모델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시니어 모델로서 특별한 몸 관리법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운동을 통해 신체 능력을 향상하고, 더불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멋을 간직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건강과 더불어 체력 관리 차원에서 운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어요. 25년간 해왔더니 이제는 아예 습관이 된 것 같아요. 물론 대표가 되어 바빠진 이후로는 이전보다 운동 시간이 줄어서 아쉬움이 있죠. 예전에는 하루에 꼬박꼬박 2시간씩 일주일에 5일은 운동을 했는데, 요새는 4일 정도 하면 정말 많이 한 거예요.(웃음) 체력 관리는 물론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흰머리가 나면 염색을 하곤 했는데, 모델이 된 후에는 시니어 모델로서의 자연스러운 멋을 살리기 위해 그냥 놔둬요. 그게 인위적인 것보다 훨씬 나아요.” 모델에서 대표가 되기까지 그렇다면 모델을 하다가 왜 갑자기 모델 에이전시를 설립하게 된 걸까?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은 상황 속에서 어떤 의지가 그를 모델 에이전시 대표로 이끌었던 걸까? “사실 에이전시 대표가 된다고 했을 때 가족부터 시작해서 지인들 모두가 말렸어요. 코로나 때문에 어떤 걸 해도 안 된다고 했어요. 원래는 지난해 3월에 오픈하려고 했는데, 조금 미뤄서 6월에 오픈했어요. 한 번 마음먹은 건 꼭 이뤄야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그 연장선에서 제대로 된 에이전시의 필요성을 고민했어요. 절박함이 강력한 의지로 이어진 것 같아요.” 모델이 되는 것만큼 한 회사를 이끄는 대표가 된다는 것도 상당한 노력과 정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코로나와 같은 악재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더 강인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의 의지를 불러일으킨 절박함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제가 시니어 모델을 하면서 보니 모델 중에 자존감이 낮은 분이 참 많았어요. 그동안 가족을 위해 살다가, 자식들을 다 출가시키고 이제 자신의 인생을 찾으러 오신 분들이에요. 연극배우나 가수를 꿈꾸던 찬란한 시절을 가슴에 묻고 가정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하셨죠.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살아왔던 탓에 자존감이 낮고, 남들에게 많이 휘둘리는 모습을 봤어요. 불합리한 대우도 문제지만,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분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에이전시를 설립해보고 싶었어요.” 고심 끝에 에이전시의 이름을 ‘엘리트’라고 정한 것도 이런 마음에서 비롯됐다. 자존감 높은 엘리트 모델을 만들고 싶은 그의 포부가 담겨 있다. 엘리트에 담긴 최상의 의미처럼 좋은 강사진을 모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편법을 쓰지 않는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욕심 없는 마음 모델 에이전시에는 전속 모델도 있는 법. 전속 모델을 뽑을 때 기준은 무엇일까? 그의 기준은 두 가지, 바로 ‘개성’과 ‘심성’이다. “브랜드 가치가 있는 분을 전속 모델로 모시려고 해요. 단순히 외적으로 잘생기고 이쁜 사람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이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분을 뽑아요. 예를 들어서 키가 작은 분이라도 충분히 시니어 모델이 될 수 있어요. 반대로 외적으로 아름답지만, 좋은 모델이 될 수 없는 분도 있고요. 최근에 뵌 분도 키는 작지만, 사진을 찍었을 때 자신만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더군요. 그런 분이 모델로서 브랜드 가치가 있다고 봐요. 다른 한 가지는 심성이에요. 모델 일은 열정과 성실성, 그리고 좋은 심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힘들다고 봐요. 내면적으로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 표현력도 더 좋고요.” 최근에는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엘리트 모델 에이전시의 전속 모델 윤영주 씨가 MBN 시니어 패션모델 예능 프로그램 ‘오래살고볼일’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다. 그녀를 어떻게 전속 모델로 캐스팅한 걸까? 사실 그녀와의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하지만 우연히 지인 소개로 슈퍼모델 출신 한 분을 알게 됐고, 그 사람을 원장으로 섭외했다. 알고 보니 윤영주 씨의 며느리였다. 그 인연이 전속 모델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계속된 우연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낸 셈이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희 에이전시가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비결은 주위 분들 덕분이에요. 주변에서 제가 하는 일의 취지에 많이 공감해주셨어요. 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던 분들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생각해보니 제가 인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인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주변에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건 그의 욕심 없는 마음 덕분일지도 모른다. “평소에 욕심을 버리려고 노력해요. 소소한 욕심을 부리다가 큰 걸 놓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자주 양보하고, 작은 것이라도 남들에게 베풀려고 해요.” 나만의 멋 도와주는 사람도 많고 회사 운영도 무탈하게 잘하고 있지만, 경영인으로서 고충은 없을까? 모델은 본인만 신경 쓰면 되지만, 대표는 모두를 아우르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므로 분명히 힘든 일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수강생이 코로나19 때문에 수업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죠. 모집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아쉽기는 합니다.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대표로서 나름의 고충이죠. 또 사람을 많이 대하다 보니, 거기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도 있고요. 그래도 경영인으로 사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운동할 때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성취하면 뿌듯한 것처럼 에이전시 대표로서 설정한 목표를 차례차례 이뤄나갈 때 참 보람 있어요.” 그가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모델 활동을 계속해서 하는 건 어떤 가치에서 비롯된 걸까? 그는 모델로서의 가치 중 하나로 ‘내면적 성장’을 꼽았다. “외면적인 아름다움도 즐길 수 있지만,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건 내면적으로 성장했을 때예요. 사소한 것에 얽매여 치졸하게 굴지 않고, 누가 보든 안 보든 나쁜 짓 안 하겠다는 마음.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 이처럼 이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시니어 모델은 나만의 멋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모델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멋을 찾을 때 비로소 더 젊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멋지게 늙어갈 수 있는 또 다른 비결로 도전정신을 꼽았다. “도전하지 않을 때 비로소 늙는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그게 무엇이든 얼른 도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몰라요. 설령 실패했더라도, 한 줌의 가능성은 있어요. 저 역시도 계속된 우연과 인연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전했다면 취미 삼아 시간을 하릴없이 보내는 것보다는 프로정신을 갖고 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지거든요.” 어학 박사에서 시니어 모델, 모델에서 에이전시 대표까지 그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그만큼 에너지가 뜨거워서인지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유쾌하고 밝았다. 대표 입장에서 얘기를 할 때는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신기한 건 그의 말처럼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수강생과 강사들이 와서 연신 그와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거나 응원을 했다. 아카데미 내에 팬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타고난 인복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는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옛말처럼, 튼튼한 몸과 더불어 단단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모델 활동과 대표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자신감은 있었지만, 자만심은 없었다. 모델로서 외면보다는 내면에 더 집중한다는 알렉스 강은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늘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사람답게 사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유혹과 변수에 휘둘리기 쉽고, 남들이 보지 않으면 나쁜 마음을 먹기가 참 쉬운 세상이다. 그렇기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늘 자신을 점검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려는 마음가짐. 진짜 멋지게 늙어가려면 그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가 평소의 소신대로 늘 자신의 멋을 잃지 않고, 멋지게 늙어가기를 응원한다.
- 2021-02-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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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환자도 삶 속에서 살아간다”
- 연초부터 치매에 관심이 생겼다. 치매 관련 서적이 시중에 많이 있지만, 어떤 책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막했다. 힘들게 골라서 읽었더니 내용이 너무 어렵다. 치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013년부터 2년 연속 치매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으며, 현재는 치매 전문병원으로 알려진 용인 효자병원에서 치매 전문의로 활동 중인 곽용태(55) 교수를 만나 치매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어머님으로 인해 관련 서적들을 읽어봤지만, 너무 재미없고 이해가 안 가서 적용이 힘들었습니다. 이 책은 마치 몇 주간 약을 먹어도 차도 없는 감기를 한 방에 해결하는 약 같아요.” 인터넷 서점 사이트의 저자의 대표작 소개란 아래에 적힌 댓글이다. 앓던 감기를 낫게 해준 것 같았다는 그 한 방이 궁금했다. 곽 교수가 이번 책에서 준비한 한 방은 바로 ‘논문’이었다. 어려운 치매 논문을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서 치매를 쉽게 소개하고 있다. “책을 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논문’이었어요. 전문가들은 유용하게 읽지만, 정작 치매 환자 보호자들과 같은 일반인은 이 논문의 혜택을 누리지 못해요. 이 책을 통해 일반인과 논문 사이에 있는 거리를 좁히고 싶었어요. 어려운 논문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서 책이나 영화, 그리고 직접 겪은 환자들 얘기를 가미했고요.” 취지는 좋지만, 전문가들이 주로 보는 논문이 일반인에게 어렵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시중에 나온 여러 가지 책과 비교해서 논문이 가진 장점은 뭘까? “논문은 풍향계예요. 최신 의학의 방향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점이나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요. 논문의 새로운 메커니즘은 다른 분야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봐요. 분야의 경계가 자꾸 허물어져가는 시대인 만큼 이런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읽는 방법만 조금 안다면 재미있는 지적 놀이가 될 수 있어요.” 치매 관련 정보 플랫폼이 필요 그렇다면 치매에 막 관심이 생겨서 이제부터 논문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은 걸까? 곽 교수는 차근차근 시작하라고 일러주었다. “차근차근 관련 이슈를 다룬 뉴스부터 읽으면서 감을 잡는 것이 좋아요. 문제를 풀 때 잘 모르면 해설서를 많이 보잖아요. 그것과 비슷해요. 일단은 관련 정보를 잘 다루고 있는 뉴스를 찾아보면서 어느 정도 지식을 습득한 뒤에 논문을 읽는 방법을 추천해요. 해설 없이 직접 논문을 읽는 단계가 오면 기사를 읽는 것보다 훨씬 읽는 맛이 있을 거예요.” 식도락 여행을 간 곳에 맛집이 아무리 즐비해도, 어느 곳이 진짜 맛집인지 분별하지 못하면 낭패가 될 수 있다. 수많은 논문 중에 어떤 논문을 읽으면 좋은 걸까? “좋은 논문은 왜곡된 정보가 없는 사실을 기반으로 해요. 특히 미슐랭 별처럼 높은 점수를 받거나 유명 논문지에 실린 논문은 인정할 수 있어요. 그만큼 공신력이 있죠. 이와 별개로 유명하지 않은 논문지에 실렸지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논문도 종종 있어요.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런 점을 알기가 어렵죠. 그래서 유용한 논문을 선별해서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치매와 관련해서도 이처럼 알차고 재미있게 정보를 전달하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치매보다 사람에 집중 이 책은 ‘비틀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하얀거탑’ 등 영화와 음악, 소설 등 다양한 분야를 풍부한 예시로 활용하며 치매 논문을 쉽게 설명했다. 여러 분야를 골고루 섭렵하고 있는 그는 환자를 대할 때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열심히 설명해도 환자가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때는 제가 쓴 칼럼을 환자에게 건네요. 예전에 환시에 시달리던 분에게, 비슷한 증상을 앓았던 로빈 윌리엄스에 관해 쓴 칼럼을 보여줬는데, 칼럼 덕분에 쉽게 이해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는 논문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적용하는 것도 좋지만, 의사로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환자의 삶에 대한 이해”라고 말했다. 아울러 “환자는 병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하며 의사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다들 치매 환자들에게 운동 더 열심히 하고, 힘내라고 말해요. 개인의 정서를 이해하지 않고, 치매라는 병에만 집중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히려 그런 조언과 권유는 안 하는 것이 그분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열흘을 더 살아도 사람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지, 원하지 않는 걸 억지로 하면서 남은 생을 고통스럽게 살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치매’가 아니라 ‘사람’에 집중해요. 치매 환자의 대부분은 삶의 마지막을 앞둔 노인분들이에요. 그분들이 얼마 남지 않는 삶을 행복하게 살다가 떠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봐요.” 끝으로 신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책 출간 계획을 살짝 물어봤다. 그는 집필할 책에 관한 힌트를 넌지시 주었다. 오랫동안 치매 전문의로서 현장에서 치매 환자를 대하면서 보고 느꼈던 바를 책으로 풀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병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하면 치매 환자에게 있는 두 가지 욕망이 보여요. 바로 죽음에 대한 불안과 성적 욕망이에요. 어제는 죽을까봐 두려워하다가 오늘은 여성분들 앞에서 바지를 막 내려요. 인지능력은 떨어지는데, 본능은 여전히 몸에 남아 있는 거예요. 그걸 숨기지 않아서 문제죠. 어떤 방식으로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반된 마음에 관한 얘기를 다뤄보고 싶어요.”
- 2021-02-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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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님, 유연근무해도 회사 잘 돌아가요!”
-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정착이 어려우리라 인식됐던 재택근무.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단숨에 상황은 역전됐다. 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안위를 위해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밀레니얼 직장인은 이러한 변화를 반기는 반면, 리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근무 방식, 어떻게 해야 업무 효율을 높이며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알아봤다. 도움말 김성남 리더십 컨설턴트(‘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자) 지난해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244개 기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도입 및 확대한 곳이 76.5%에 달했다. 또, 직장인 192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로 바뀐 직장생활’에 대해 묻는 질문에 긍정적 답변이 과반수(66.5%)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점을 제일 만족스러워했지만 조직원들이 재택근무를 반기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가령 출퇴근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고, 비효율적인 회의나 불편한 회식이 사라진 점, 대면으로 인한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어드는 효과 등이다. 무엇보다 출퇴근을 하며 겪었던 스트레스가 덜어진 만큼, 그 에너지를 업무 처리와 아이디어 생산 등에 쏟을 수 있는 효율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겼다. 따라서 리더들은 이러한 업무 효율성을 인식하고 직원에게 시간에 대한 통제권과 일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높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연근무, 리더의 유연한 마인드부터 요즘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이다. 실제 글로벌 사무 공간 컨설팅 기업 IWG가 2019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8%는 유연근무제가 워라밸을 향상시킨다고 응답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기업의 85% 역시 업무 유연성의 확대로 생산성이 올랐다고 보고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의 경우에도 82%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같은 해 경영자총협회가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8.4%가 사무직 재택근무를 시행했는데 그로 인한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 방식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즉,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로 인한 타격은 리더의 걱정만큼 크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니 우려하고 주저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현재로서는 현명한 리더의 자세라 할 수 있다. 대신, 근무 방식의 전환에 앞서 업무 시간이나 과정보다는 결과나 성과를 중심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등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화상회의나 원격업무, 클라우드 등 비대면 플랫폼과 서비스를 접목한 다양한 시험을 통해 최적의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당장의 변화가 어렵거나 대면 업무가 많은 조직이라면 2일은 출퇴근, 3일은 재택근무를 하는 등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해 접점을 찾는 것도 요령이다. 유연근무 정착을 위해 리더가 할 일 앞서 IWG의 조사에서 ‘유연한 근무 방식이 정착되기 어려운 가장 큰 요인’으로 ‘조직 문화’가 꼽혔다. 전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평균 60%가 여기에 동의했고, 한국의 경우 72%의 응답자들이 이에 수긍했다. 이는 재택근무 또는 유연근무가 형식적으로는 존재하나, 사내 분위기나 상사의 눈치로 인해 현실적인 적용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렇듯 유명무실한 제도는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리더가 유연한 근무 방식의 장점에 충분히 동의하고 체감했다면, 직원들이 보다 원활하게 제도를 활용하고 누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와 아울러 안정적인 유연근무 정착을 위해 리더가 실천해야 할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유연근무 솔선수범 직원들에게는 편하게 유연근무, 재택근무를 하라면서 본인은 시도하지 않는다면 직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리더 자신의 워라밸, 취미활동, 자기계발, 가정생활 등을 위해서라도 유연근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창의적인 팀 빌딩 사무실에 같이 있을 때는 분위기, 눈치 등으로 파악 가능한 정보가 많지만 재택근무에서는 그런 ‘비정형적’ 정보를 얻기 어렵다.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만큼 온라인 등을 통해 팀으로서 일하고 서로 격려하고 배우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개인에 대한 배려 기계적인 제도를 넘어 개인 맞춤형 방식으로 근무를 조정할 수 있다. 가령 건강에 관심이 많은 직원에게는 주 3일 낮 시간 중 2시간 운동을 하는 대신 저녁에 2시간 추가 근무를 통해 업무를 보충하도록 한다거나,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여직원은 오후 4시에 퇴근해 아이를 픽업하고 저녁 식사를 챙겨준 후 밤에 2시간 정도 재택근무를 하도록 배려하는 것 등이 좋은 예다. 정확한 업무 지시 업무 지시는 항상 정확해야 하지만, 비대면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사무실에서처럼 오며가며 ‘잘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휘발되는 구두 지시보다는 근거가 남는 서면 지시가 좋고, 내용의 배경, 맥락까지 담은 정보를 전달해야 효과적이다. 팀원 간 업무 균형 재택근무를 하면 업무 진도가 뒤떨어지는 직원에게 적절한 피드백이 어려워 유능한 직원에게 자꾸 일을 몰아주게 된다. 이럴 경우 일 잘하는 직원들은 과한 업무로 소진되고, 반대로 업무를 받지 못하는 직원은 소외와 불안을 느낄 수 있다. 팀원 간 업무 배분 균형을 잘 조절해야 한다. 결과물 중심의 성과 관리 근태 준수, 근무 시간 등 인풋 중심에서 아웃풋 중심으로 성과 관리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 업무 성과물이 명확하지 않을수록 근태를 잣대삼아 직원을 평가하기 십상이다. 달성하려는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합의가 됐다면 언제, 어디서 일하든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직원에 대한 신뢰 업무 역할을 정확히 부여했다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직원 스스로 일을 잘하고 있다 믿어야 한다. 수시로 업무 현황을 묻거나 보고하게 하는 것은 유연근무 방식의 취지에 맞지 않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실시한 한 국내 회사가 직원들에게 한 시간 단위로 업무 상황을 보고하라고 했다가 질타를 받은 사례도 있다고.
- 2021-01-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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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스’는 왜 오는가?
- 독자는 입스(yips)에 걸려본 적 있는가? 입스가 뭐냐고? 앗! 이러면 얘기가 안 되는데. 골퍼이면서도 입스가 뭔지 모르는 독자는 행운아다. 서너 명 중 한 명은 반드시 경험한다는데. 아예 뜻도 모른다고? 부디 앞으로도 모르고 살기를 바란다. 겪어보면 안다. 왜 모르는 게 낫다고 하는지. 일단 뜻부터 짚고 가자. 입스는 ‘느닷없이 마음이 완전히 움츠러들어 아예 스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겨우 두 발 남짓한 짧은 퍼트를 하는데 손을 가늘게 떨면서 백스윙도 하지 못하고 한참을 못 박힌 듯 서 있는 그런 경우 말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스트로크를 해서 샷을 망치는 것이 입스다. 좀 더 깊게 알아보자. 뱁새 김용준 프로보다 백 배는 더 박식한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온 입스 정의를 옮겨본다. “부상 및 샷 실패에 대한 불안감, 주위 시선에 대한 지나친 의식 등이 원인이 되어 손과 손목 근육의 가벼운 경련, 발한 등의 신체적인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내 설명보다 훨씬 분명하다. 계속 들어보자. “뇌 속의 무의식과 의식을 각각 담당하는 편도와 해마의 균형이 깨져 편도가 과잉 활성화되고….” 음, 아무래도 안 되겠다. 여기까지만 하는 게 낫겠다. 절대 원고량을 늘리려고 꾀를 부리는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김용준 프로, 너는 입스 겪어본 적 있냐고? 그 말 나올 줄 알았다. 입스에 빠져본 적이 없다면 고민이나 해봤겠는가? 나도 입스로 말 못할 고생을 했다. 지금도 마음 한편에 불안감이 남아 있다. 어떤 입스냐고? 다른 것도 아니고 내가 가장 자신 있다고 떠들던 벙커샷 입스에 빠졌다. 그랬으니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힘들 수밖에. 내가 벙커샷 하나만큼은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잘한다고 큰소리친 것은 다 알 것이다. 처음 듣는다고? 헉, 그럼 아직 애독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벙커샷 하면 딱 세 사람이다. 남자 중에서는 최경주 프로, 여자 중에서는 이정민 프로, 그리고 남녀 통틀어서는 누구겠는가? 하여간 동네 놀이터 모래밭에서 아이들 훼방놓고 눈치 봐가며 땀 흘려 긴 세월을 연습한 끝에 마침내 벙커샷 하나만큼은 마스터했다고 자부하는 나였다. 그런데 지난해 그린 주변 벙커샷에 문제가 생겼다. 모래 위에 놓인 볼 앞에 서면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아니나 다를까.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볼 뒤쪽 모래를 쳐서 볼이 풀썩 뛰어올랐다가 내려앉기 십상이었다. 혹시 탈출을 못할까봐 볼 가까이 치려다 보면 볼을 직접 맞혀 저 멀리 날아가기도 하고. 미칠 노릇이었다. 벙커샷 잘한다고 말이나 안 했으면 좋으련만. 돌이켜보니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큰 대회 먼데이(월요 예선)에 나가서 청년들과 한 조를 이뤄 치다가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볼을 직접 맞힌 것이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아웃오브바운드가 된 그날부터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다. 큰 경기 중요한 샷에서 실수를 하면서 입스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뒤로 틈틈이 벙커샷 연습을 해서 입스에서 벗어났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실전 라운드 때 그린 주변 벙커샷을 만나면 다시 입스가 도졌다. 이런 환장할 노릇이라니. 그러는 중에도 남 벙커샷을 잘도 가르쳤다. 볼은 왼발 쪽에 놓고 클럽 페이스를 열고 볼 4인치 뒤를 보통 샷 하듯이 치면 된다고 말이다. 배운 사람은 잘하는데 정작 나는 식은땀을 흘리는 이 기가 막힌 현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골퍼들이 입스로 선수생활을 접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입스를 한참 겪으면서도 나는 입스 원인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기야 털어놓고 상의를 했어야 조언해줄 사람을 만나든지 말든지 할 텐데. 알량한 자존심이 1년 가까이 나를 괴롭혔다. 그러다가 입스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다. 시니어인 제자 한 명을 입스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도무지 백스윙을 편하게 못하는 그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고 싶었다. 그러다가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그 제자의 입스 원인을 이해한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내 입스 원인도 찾아냈고. 무엇이었냐고? 내 입스의 원인은 ‘기술’ 문제였다. 점잖게 말하면 벙커샷 기본기를 잊어버린 것이었다. 툭 까놓고 말하면 내가 어느 순간부터 벙커샷을 엉터리로 했다는 말이고. 벙커샷 기본 원칙이야 조금 전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나도 제대로 알고 있었다. 내가 간과한 부분은 스윙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벙커샷을 손이나 팔로만 한 것이다. 다른 스윙처럼 어깨도 쓰고 골반도 회전하면서 해야 했는데. 그렇게 내 입스는 말끔히 사라졌다. 흠흠. 마음 한편에 불안감이 남아 있다가 재발할 수 있으니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라도 ‘입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큰소리치는 속사정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그 제자의 입스 원인은 무엇이었냐고? 바로 ‘기질’ 변화였다. 기질은 유연성이나 힘 같은 것도 포함한다. 그가 시니어가 되면서 그전처럼 스윙을 하지 못한 것이다. 힘 좋을 때는 ‘정석과는 다르게’ 팔로만 스윙을 해도 골프를 즐길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에게 스윙 정석을 알려줬다. 그리고 기질이 바뀐 것을 받아들여 더 부드럽게 스윙하도록 조언했다. 그것이 실전에서 통하기 시작하자 그는 입스에서 벗어났다. 기질 변화와 기술적 문제가 입스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스포츠 과학자들은 말한다. 나머지가 진짜 마음의 영역이다. 나처럼 전문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그 부분까지 아는 체한다면 지나친 것이다.
- 2021-01-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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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2021년 시니어가 알아야 할 트렌드 10
- Trend 1 ‘필터 버블’ 과하게 걸러진 편향된 정보를 받게 하는 알고리즘과 이를 야기하는 현상. 이로 인해 SNS 친구가 나의 정치·투자성향과 유사하다 느끼는데, 자칫 ‘역시 내가 옳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Trend 2 ‘딥택트’ 코로나19 이후 대중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지가 약해졌다. 2021년은 ‘관계의 확대’보다는 ‘관계의 질’을 깊게 하려는 ‘딥택트’ 움직임이 여느 때보다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Trend 3 ‘홈 플랫폼’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은 일과 여가의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홈 플랫폼’에서는 가족 구성원의 공간을 더 철저히 분리해야 집에서도 개인의 자존과 존엄,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Trend 4 ‘新가족’ 인간관계는 축소됐지만, 가족 관계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고 응답했다. Trend 5 ‘코로나 리더십’ 비대면이라는 업무 환경 변화로 구성원과의 밀접한 소통이 리더의 필수 덕목으로 떠올랐다. 소통 방식도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모습보다 겸손하고 신중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Trend 6 ‘데스크테리어’ 사무실 책상을 정리·정돈하고 꾸미는 ‘데스크테리어’를 통해 감정 노동을 해소하고, 자신의 책상을 직장 생활의 안식처로 생각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Trend 7 ‘긱 워커’ 한땐 ‘평생직장’이 유효했지만, 4차 산업혁명 도래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불안 상황에서 단기 계약직과 독립 계약자, 프리랜서 등 초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긱 워커’가 확산하는 추세다. Trend 8 ‘ 스테이케이션’ 코로나19로 여행 제한이 계속될 경우 집이나 근교 드라이브 등으로 휴가를 즐기겠다는 이가 많다. 이렇듯 올해는 집이나 인근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Trend 9 ‘건기식’&‘면역력’ 현대인은 ‘건강기능식품’ 섭취에 대한 조사에서 가장 기대되는 효과로 ‘면역력 강화’를 꼽았다. 코로나19에 따른 염려로 면역력 향상이 강조되며, ‘건기식’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추세다. Trend 10 ‘구독 경제’ 우리가 익히 아는 ‘TV 유료방송’, ‘정수기’, ‘신문구독’ 등 ‘구독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이미 이용했고 주목받던 시장이며, 비대면 서비스 등이 활성화되며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2021-0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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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 퇴직자의 불안한 노후자금 해법 찾기
- 55세의 남성 직장인 오 씨. 법정 정년은 60세이지만 그의 회사는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회사다. 오 씨의 작은 희망 중 하나는 회사에서 대학등록금이 지원될 때 두 자녀가 대학을 마치는 것이다. 퇴직금은 10년 전에 중간정산을 하고 새로 적립 중이다. 퇴직연금과 국민연금 이외에 별도로 준비한 개인연금은 없다. 다행히 최근에 아파트 담보대출 상환이 완료되어 저축 여력이 생긴 오 씨는 지금이 원하는 노후생활을 위한 현금흐름을 준비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상담을 요청해왔다. 컨설팅 포인트 퇴직연금유형부터 확인하자. 개인퇴직연금계좌(IRP)를 점검하자. 연금 불입 시 세제 혜택을 누리자. 나의 퇴직연금은 DB형인가? DC형인가? 퇴직연금은 DB형과 DC형으로 운영된다. DB형(Defined Benefits, 확정급여형)은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비슷하다. 퇴직연금관리 책임은 회사가 진다. DB형 가입자는 퇴직할 때 퇴직 전 3개월의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적용한 금액을 받게 된다. DB형은 임금상승률이 높고 안정적인 기업일수록 유리하다. DC형(Defined Contributions, 확정기여형)은 회사가 연봉의 12분의 1 금액을 종업원 개인계좌에 적립해준다. 회사의 책임은 여기까지다. 그 후 운용은 종업원 책임이다. DC형 가입자는 퇴직할 때 매년 연봉의 12분의 1 금액에 대한 운영 손익을 반영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DC형은 임금상승률이 낮거나, 전직이 많은 직종이거나, 퇴직연금의 수익률 관리를 종업원 스스로 할 때 적합하다. 만일 오 씨가 현재 DB형 퇴직연금 가입자이면서 임금피크제를 선택하게 된다면 퇴직 시 평균임금이 낮아질 것에 대비해 DC형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 개인퇴직연금계좌 적극 활용하자 개인퇴직연금계좌(IRP, Individ ual Retirement Pension)는 회사를 통해 가입하는 퇴직연금(DB, DC) 외에 추가로 개인이 별도로 자금을 적립할 수 있는 퇴직연금계좌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퇴직금을 IRP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오 씨가 퇴직하면 그동안 적립된 퇴직연금을 IRP계좌로 수령하게 된다. 만약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싶으면 퇴직금 입금 후 IRP를 해지하면 된다. 퇴직금 수령 시에는 퇴직소득세를 납부하는데 이때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하게 되면 퇴직소득세를 줄여준다. 절세의 규모는 연금 수령기간에 따라 다르다. 퇴직금을 10년 이하의 기간에 연금으로 수령하게 되면 퇴직소득세에서 30%를 깎아주고 10년을 초과하는 기간에 대해서는 40%를 깎아준다. 예를 들어 오 씨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 납부해야 할 퇴직소득세가 1000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10년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는 총 700만 원이다. 이 금액을 연금 수령기간, 즉 10년 동안 나누어 매년 70만 원씩 납부하면 된다. 참고로, 퇴직연금 가입자라 하더라도 55세가 넘은 퇴직자는 IRP가 아닌 통장으로도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다. 연금 불입 시 세제 혜택 누리자 IRP는 퇴직금 수령 용도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추가로 불입할 수도 있다. IRP 불입 시에는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데, 불입 금액 최고 700만 원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혜택은 연봉 수준에 따라 다르다. 연봉이 5500만 원 이하일 경우 연말정산 시 불입한 금액에 대해 16.5%를 세액공제해준다. 55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의 혜택은 13.2%다. 만약 오 씨가 연봉이 5500만 원을 초과하고 IRP에 연간 700만 원을 불입한다면 연말정산 시 누릴 수 있는 세액공제 혜택은 총 92만4000원이다. IRP 이외에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연금 상품은 연금저축계좌다. 연금저축계좌와 IRP를 묶어서 연금계좌라고 한다. 연금저축계좌와 IRP의 세제 혜택은 비슷하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불입 금액의 한도가 다르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연금저축계좌에 불입할 경우에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간 불입 금액 한도는 연봉 1억2000만 원 이하일 경우 400만 원이다. 1억2000만 원을 초과할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불입 금액 한도는 300만 원이다. 연봉 5500만 원을 기준으로 하는 세액공제 비율은 IRP와 같다. 오 씨의 경우 IRP와 별도로 연금저축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연금계좌의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한도 금액과 불입할 수 있는 한도 금액은 다르다. 연금계좌, 즉 연금저축계좌와 IRP를 합해서 불입할 수 있는 연간 한도 금액은 1800만 원이며, 이 중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고 700만 원이다. 만약 오 씨가 IRP에 연간 1800만 원을 불입하면 700만 원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만 700만 원을 초과하는 1100만 원에 대해서는 혜택이 없다. 기존에 연금저축계좌를 통해 연간 400만 원의 불입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는 사람은 IRP 불입 금액 중 3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참고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50세 이상의 연금저축계좌 가입자에 대해 불입 금액 600만 원(기존 400만 원+추가 2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또 연금저축계좌에 IRP를 추가로 이용한 사람은 불입 금액 900만 원(기존 700만 원+추가 200만 원)까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부분의 은퇴(준비)자들이 갖는 노후생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보유한 은퇴자산의 활용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기인한다. 대표적인 은퇴자산은 연금이다. 실제로 많은 은퇴(준비)자가 자신이 가입했던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이 은퇴생활에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확인한 후에 놀란다. 멀어만 보이던 정상에 대해 막연한 걱정을 하기 이전에 지금까지 올라온 높이부터 점검해보는 게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을 줄일 수 있는 첩경이라고 본다.
- 2021-01-1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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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코로나 시대, ‘면역력 백신’ 만들기
- 영국을 시작으로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 속 작은 빛이 보이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백신이 국내에 원활하게 수급되는 시기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백신 접종 전까지 건강한 몸을 유지하려면 개개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뜻이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 습관을 소개한다. 도움말 서울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 면역력은 이물질이나 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각종 병원균에 대응하는 힘을 의미한다. 이 힘을 길러주는 면역 시스템은 몸의 특정 세포가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계를 담당하는 체내 기관과 세포들이 전반적으로 양호할 때 유지된다. 평소 면역력이 강하다면 병원균에 노출되더라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는 눈 염증, 구내염, 감기, 설사, 배탈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약해지는 중장년층은 대상포진을 비롯해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워,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한다. 언제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할지 모르는 코로나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수면이 보약 면역력과 직결되는 몸의 특성 중 하나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이다. 일주기 리듬이란 24시간 주기로 변화하는 생명체의 생리학적 흐름으로, 쉽게 말해 인간의 생체시계를 의미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잠드는 것은 이 원리에 의해서다. 이 리듬이 깨지면 면역 세포가 세균을 죽이는 활동량이 떨어져 몸이 약해진다. 일주기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수면 습관을 규칙적으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수면 시간이 7시간이라면 이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단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으로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9시간 이상인 경우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수면을 비롯해 식사, 운동 등 생활 전반에서 규칙적인 습관을 만들어나간다면 면역력이 강해짐은 물론이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움직여야 근육이 산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노쇠’(frailty)의 대표 증상이다. 노쇠는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약해져 신체 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인간은 40세 이후 해마다 1%씩 근육이 감소해 80세가 되면 젊은 시절 근육 양의 절반 수준이 되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합병증이 찾아와도 이겨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몸을 움직이며 신체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일주일에 150분 이상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7:3의 비율로 병행하는 것이 좋다. 숨이 찰 만한 속도로 빠르게 걷고, 밴드나 의자 등을 활용해 낮은 강도의 근력 운동을 하는 식이다. 매일 30분씩 나눠서 해도 좋다. 무엇이든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백질과 비타민D 섭취 단백질은 우리 몸의 근육을 만들어내는 원료이자 면역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 영양소다. 그러나 국민건강영양조사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노인은 4명 중 1명, 여성 노인은 절반 가까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튼튼한 몸을 유지하고 싶다면 단백질 섭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체중 1kg당 최소 0.8g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예컨대 체중이 60kg인 남성은 하루 최소 50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이는 고기 200~250g 정도에 해당한다. 치아가 약해 씹는 것이 불편하다면 장조림이나 수육 등 부드러운 고기나 콩, 계란 등 단백질 함유량이 풍부한 식품을 먹는 방법도 있다. 단백질뿐 아니라 비타민D도 근 손실을 비롯해 각종 노인성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이기 때문에 보충제 등으로 채워주는 것이 좋다. 가짜 뉴스 그만! 마음 보살피기 ‘코로나 블루’가 넘실대는 시대에는 마음의 건강도 함께 챙겨야 한다. 특히 타인과의 접촉이 적어 정서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노년층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코로나 블루의 대표 증상은 우울함, 불안 등 심리적 변화를 비롯해 가슴 답답함, 두통, 어지러움, 이명, 소화불량 등이 있다. 일시적인 우울감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것만으로 증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평소 불안이 심한 사람은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마음을 잘 살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우울함을 털어내려면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으로 몸에 활력을 주고, 가족끼리 자주 대화를 하며 소통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짜 뉴스 검색을 피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는 불안감만 증폭시킬 뿐이다.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을 때는 정부나 신뢰할 수 있는 공적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2021년 성공적인 금연을 위한 3STEP 면역력 회복을 위해서는 금연이 필수다. “이 나이에 끊어봐야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하는 시니어가 많지만, 10년간 금연을 지속했을 때 담배로 인한 질환 발생률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금연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STEP1. 마음 다잡기 “시작이 반이다”라는 마음을 갖는다. 금연의 이익이 무엇이며, 흡연으로 인한 손해는 무엇인지 따져본다. 나의 금연으로 행복해할 가족과 주변인을 생각한다. 함께 흡연하던 지인들에게 금연 결심을 널리 알리고 시작한다. STEP2. 습관 바꾸기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바로 씻으러 간다. 식후에는 금연 구역으로 이동해 흡연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담배가 생각날 때마다 초콜릿, 오렌지 주스, 우유 등으로 흡연 욕구를 떨어트린다. 입이 심심할 때는 채소나 견과류로 저작운동을 한다. 흡연을 하게 만드는 술자리도 자제한다. STEP3. 전문가 도움 받기 의지가 점점 약해진다면 포기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홀로 금연을 시도할 경우 성공 확률은 10% 미만이지만, 전문가의 상담과 약물 처방을 받는다면 성공률이 40~70%로 높아진다. 보건복지부 국가금연지원서비스,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해 흡연 습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점차 줄여나간다.
- 2021-01-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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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시니어가 알아야 할 트렌드 …'손권 리더십'부터 '긱 워커'까지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해 마음가짐은 예년과 달라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와 한계로 기존의 생활 방식을 고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한 해의 동향을 잘 읽고 대응하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2021년 전망 중 시니어가 알아야 할 핵심 트렌드를 알아보자. 도움말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이사 겸 심리학 박사 자료 출처 엠브레인 패널 빅데이터, 2021 트렌드 모니터, 이지서베이(조사 대상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20대~50대 각 250명) Chapter3. #직장 #일자리 #리더 [1] ‘손권 리더십’의 재발견 재택근무가 늘어난 상황 속 요구되는 리더의 자질은 무엇일까? 코로나 시대 대중은 ‘소통능력’(50.7%)을 가장 우선시했다. 비대면이라는 업무 환경 변화로 구성원과의 밀접한 소통이 필수 덕목으로 떠오른 것이다. 더불어 소통의 방식도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모습보다 겸손하면서 신중한 스타일을 선호했다. Senior Point 응답자 대부분은 ‘향후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중요해질 것’(80.6%)이라고 내다봤다. 포용력이 강조되는 것 또한 소통의 필요성과 연관된 결과다. 사람들은 지금의 난세가 카리스마 넘치는 신비주의적 리더십으로 해결된다고 보지 않는다. “나를 따르라”가 아닌, 정확한 정보와 포용력을 겸비한 소통이 조직원의 불안을 잠재우고 신뢰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2] 감정 노동의 안식처 ‘데스크테리어’ 사무실 책상을 정리·정돈하고 꾸미는 ‘데스크테리어’(Deskterior)가 직장인에겐 ‘감정 노동’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67.4%)보다는 중장년층(84.4%)이 자신의 책상을 직장 생활 감정 노동의 안식처로 생각하는 등 그 효과를 더 많이 느낀다는 반응이다. Senior Point 심리적 위안과 업무 효율을 위해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는 것도 산뜻한 새해를 맞는 방법이겠다. 다만 직장 내 감정 노동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또 다른 정리가 필요하다. 응답자의 83.9%는 감정 노동 해소를 위해 직장 내 좋은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했고, 10명 중 8명은 마음이 통하는 동료가 많다면 감정 문제가 생겨도 쉽게 빠져나오리라고 예측했다. 올해는 자신에게 진실로 도움이 되는 직장 내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도 갖도록 하자. [3] 평생직장 없이 평생 일한다 ‘긱 워커’ 한때는 ‘평생직장’ 개념이 유효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많은 일이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불안까지 더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 계약직과 독립 계약자, 프리랜서 같은 초단기 노동을 제공하는 ‘긱 워커’(Gig Worker)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평생직장이 유효하지 않다고 여기게 만드는 외부 환경적 요인으로 꼽힌다. 긱 워커가 늘어나는 ‘긱 경제’에 대비하려면 ‘복지 시스템 강화’(71.1%)나 ‘기본 소득제의 도입’(70.7%) 등 사회적 논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Senior Point 긱 워커의 확산으로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 등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그러나 퇴직 후 전문성을 갖고, 돈보다는 보람이나 소일거리, 취미 등을 목적으로 일자리를 바라보는 중장년에게는 긍정적인 상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생계에 어려움이 없고 심리적으로 여유로운 시니어라면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 등을 통해 긱 워커로서의 활동을 꾀해도 좋다.
- 2021-01-11 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