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앙코르 라이프
우리는 잘 늙고 잘 죽기 위해 잘 살려고 한다. 그래서 인생 후반기 여러 필수교양 지침 가운데서도 비우기, 내려놓기, 나누기를 배우고 훈련하고 싶어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시니어 세대는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고들 이야기한다. 돈을 벌어야 하고 모아야 하고 자녀들에게 해주어야 하는 강박 속에서 성실하게 노력하고 희생하며 살았다고 하는 그 공로를 돌이켜보면 사실 나와 가족을 위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하다. 다른 사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능이나 금전을 기부하고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기부’문화에 익숙지 않았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배운 적이 없다. 미국의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은 미국 사람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삼성 같은 대기업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개인이 기부를 하는 일은 아주 드믄 일이다. 기부 DNA가 아예 없는 사람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보통의 사람들도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기부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여기기 쉽다.
퇴직을 하고 일정한 가처분소득 없이 사는 마당에 기부하고 싶어도 형편이 그렇다. 대부분 이런 생각일 것이다. 퇴직 후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든지, 연금이나 일정 자산소득이 있든지 간에 어느 정도의 기간이 될지 불투명한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면 불안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향후 30~40년을 위한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보통의 시니어라면 말이다. 얼마가 있어야 안심이 될까? 준비가 되어 있다 해도 소유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다. 단언컨대.
인생 후반기 시니어의 차이 나는 경영 노하우는 빼기와 나누기다. 인생 후반기야말로 기부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다. ‘소득의 일정 부분을 기부한다’는 말 대신 소비하는 금액의 일정 부분을 줄이고 빼서 기부금 명목으로 지출할 수 있다. 무엇을 위해 얼마큼씩 빼기를 할 것인가. 물질적으로 나를 비워가는 과정 또한 나를 내려놓는 일 이상으로 중요하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 매달 생활비에서 10퍼센트 혹은 13퍼센트는 떼어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나 공익을 위해 애쓰는 단체에 기꺼이 기부하고 나누어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행동에 옮기는 순간 삶의 가치는 고양된다.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은 물론, 줌으로써 누리는 행복감은 나만을 위한 소비가 주는 행복감보다 훨씬 큰 의미를 준다. 신기하게도 기부는 투자의 효과로 내게 어떤 형태로든 돌아온다는 것이다.
기부하는 일에 어린이, 어른, 노인을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에게 기부문화가 그리 친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각 세대에 맞는 기부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공감할 만한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몇 달 전에 지인들 몇몇과 다음과 같은 궁리를 해봤다.
당신이 누구이든 기부할 돈도 재능도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시라. 우리나라 국민은 만 65세가 되면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다. 필자도 2년 내에 소위 지공족에 편입된다. 웃음도 나고 머쓱한 기분도 드는 게 사실이다. 이런저런 대화 중에 지하철 무임승차로 한 달에 적어도 4만여 원의 지하철 교통비가 절약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외출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도 2만원 정도는 절약될 것으로 짐작된다. 이거야말로 공돈인데 이럴 때 과감하게 월 2만원을 기부해보라. 이름하여 지공펀딩 캠페인을 벌여보자고 5명의 예비 지공족이 모여 논의했다. 지하철이 공짜라는 희화적 의미의 ‘지공’을 ‘지공(至公)’이라 표기하고 공익을 위해 기금조성을 하기로 한 것이다. 열 명, 스무 명, 백 명, 천 명, 그 이상으로 지공족이 참여한다면 그야말로 지공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고 시니어 문화가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시금석이 될 만하다.
성실하게 일하고 절약하며 살아온 세월은 어디로 가고 무임승차족, 사회비용부담 세대로 비하되고 있는 지금의 시니어에게 비타민 같은 기회로서 기꺼이 동참하고 싶은 제안으로 받아들여지길 기대하고 있다. 공개하기도 전에 벌써 동참의 뜻을 보내온 사람이 30여 명이다. ‘기부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지만 기부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도 없는데 누구한테 기부하라는 거냐’ 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감할 만한 명분이 있고 믿을 만한 단체라면 나도 기꺼이 지공 멤버가 되어 기부자가 되겠다는 의미다. 본격적으로 이런 운동을 전개하면 ‘나도 기부를 한다’는 자부심과 즐거움에 행복해하는 시니어가 많아지리라 본다. 이 운동의 목적이나 목표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기에는 적합한 지면이 아니어서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단, 기부의 마음만 있으면 기부할 돈과 재능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설사 기부를 하고자 해도 누굴 믿고 기부를 하겠는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작금의 사회 분위기가 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만든 것도 사실이다. 어금니아빠 사건, 새희망의 씨앗 전화사기 사건, 미르재단에 이르기까지 최근 1년 사이에 부패한 재단, 기부금 횡령사건이 줄을 이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래서 진정 목적에 잘 쓰이고 있는지 믿을 수 없어 더 이상 기부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 대응이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탄소 배출이 증가해도 우리는 숨을 쉰다. 숨쉬기에 필요한 산소는 여전히 공기 중에 존재한다. 기부는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사회를 더 좋게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기부문화가 성숙해가면서 스스로 사회의 자정 장치까지도 만들어낼 것으로 믿는다.
후반기, 다시 시작하되 자장격지(自將擊之)의 자세로 한다. 과식하지 않을 줄도 알고 내 몸의 상태에 맞춰 행동을 조심할 줄도 안다. 그러지 않으면 탈이 나니까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과히 나쁘지 않다. ‘스스로 가지려고만 하지 않고 주려고 한다. 더하기, 곱하기보다 빼기, 나누기를 좋아한다.’ 이런 현상은 연륜의 지혜가 주는 자정기능이고 자기균형 효과라 생각한다. 나이에 걸맞게 노쇠해가는 것이 노익장을 과시하고 노욕을 부리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보기에 자연스럽다. 몸도 마음도 물질도 스스로 비워야 하고 빼야 하는 줄 알게 되니 기쁘다. 나와 내 자녀에게만 주는 것보다 이 사회의 더 많은 사람, 더 필요로 하는 곳에 주면 내가 실제로 준 것보다 더 큰 몫으로 가치가 증대된다. 기부는 소비가 아니라 투자이고 생산이다. 기부하는 사람은 투자자이고 보람과 기쁨이라는 배당을 받는다. 우리 사회의 명예로운 주주가 되는 것이다. 사회를 더 좋게 변화시키는 일에 시니어가 동참하는 것이다.
평범한 당신이 죽기 전에 기부의 즐거움을 누리고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에 있을까.
은퇴를 앞둔 사람이 제일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돈이다.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돈을 벌지 않아도 과연 먹고살 수 있는지가 걱정스러운 것이다. 그렇다면 노후생활을 위해서 돈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궁금하다. 2017년 초 금융회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노후자금은 7억 내지 10억이 필요하다. 20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이렇게 큰돈이 필요한 걸까.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은퇴 후 부부가 생활하려면 월평균 200만원의 생활비가 든다. 만약 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2.4%라면 10억원을 예치했을 때 월 200만원의 이자를 받는다. 금융회사에서 노후자금으로 10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런 논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주장은 자사 금융상품을 팔기 위한 공포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부지런히 돈을 모아 자기 회사에 맡기면 월 이자로 그만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정해서 말하면 노후생활을 하기 위해 10억원의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적정생활비에 상응하는 월 200만원이 나올 수 있도록 현금흐름을 만들면 된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이런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한 사람이라면 국민연금을 통해 월 100만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국민연금으로 적정생활비의 반은 해결하는 셈이다. 그리고 정년이 되었을 때 규모는 크지는 않더라도 집 한 채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노후에 이 집을 주택연금에 위탁하면 또 월 100만원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까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이용해 최소한 은퇴 후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 금융 회사의 말만 듣고 노후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생활비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물론 소비는 하방경직성이 있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은퇴 전에 미리 소비 수준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검소한 생활을 하겠다고 작정하면 살아가는 데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은 비싸지 않다. 가격이 비싼 것들은 생필품이 아니고 대부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치품들이다.
돈만 있으면 노후준비가 다 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돈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인생 2막을 살기 위해선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일은 자존감을 지켜주고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힘이다. 다만 그 일은 남의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로저스가 최근 자선단체에 180억달러를 기부했다. 우리 돈으로 20조원 가까이 되는 돈이다. 그의 어릴 적 꿈은 철학자였다. 그러나 철학자가 되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이 철학자가 될 수 있다면 전 재산과 바꾸어도 좋다고 했다. 올해 그의 나이 87세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 돈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인생 2막에는 자신이 꿈꾸었던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면 더욱 좋다.
이란 책이 있다. 오래전 이 책을 사서 캐나다로 이민 간 지인에게 선물을 했더니 교포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며 좋아했다. 이 책은 의대를 나와 오랫동안 의사로 일했던 저자가 54세에 밴쿠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캐나다 역사를 수학하고 쓴 것이다. 의사는 그가 먹고살기 위해 택한 직업이었지만 은퇴 후에는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 인생 2막은 바로 이런 일을 찾는 과정이다.
국내 H그룹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만돌린을 배우러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지인도 있다. 그는 소기의 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지금은 이웃들에게 만돌린을 가르치고 있다. 간혹 서울시향과 협연하기도 한다. 그에게 직장을 중도에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냐고 물으니 전혀 그렇지 않단다. 직장에 있었으면 지금쯤 퇴직을 해야 하는데 자신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연주자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동창들과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하다가 은퇴 이후에 필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랬더니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되었다. 어느 정도의 돈, 좋아하는 일, 그리고 친구다. 얼마 전 란 책을 펴낸 김형석 교수도 무엇보다 친구의 떠남을 아쉬워했다. 나이 들어 친구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빌 게이츠 이전에 세계 제일의 부자는 월마트를 창업한 샘 월튼이었다. 그는 죽을 때 생을 잘못 살았다고 후회했다. 그의 주위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인 L회장도 그러지 않을까. 돈이 아무리 많으면 무엇하겠는가. 죽을 때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다. 더구나 주위에 자기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그 사람의 삶은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있을까. 내가 먼저 그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후반생은 길지 않다. 평균수명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홀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수명은 70세에 불과하다. 60세에 정년퇴직한다면 10년이 내게 주어진 시간이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되겠다.
전반생에서 어쩔 수 없이 여러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었다면 후반생은 선택이 필요한 시기다. 많은 사람을 사귀기보다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느끼는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 인생 2막에서 어느 정도의 돈, 자신이 좋아하는 일,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친구, 이 세 가지만 갖출 수 있다면 비교적 행복한 후반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 “다단계 피라미드에 불과하다. 처음 가입한 사람에게는 고수익을 보장해주지만 가입자가 줄면 파산하는 것과 같다.” 그레고리 맨키프 하버드대 경영대학 교수가 국민연금을 두고 한 말이다. 향후 고령화로 연금 수급자가 증가하면, 머지않아 국민연금 기금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는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연금 고갈론’ 외에도 쥐꼬리만 한 연금이 나온다 해서 ‘용돈연금’이라 불리기도 한다.
# 강남아줌마들은 국민연금으로 노후 재테크를 한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저보험료를 납부하는 임의 가입자의 배우자 소득수준별 현황’에 따르면 최저보험료를 납부하는 임의 가입자 중 배우자가 월 400만원 이상인 가입자가 4만9382명으로 45.1%에 달했다. 저소득 취약 계층보다 강남아줌마로 불리는 고소득층이 노후 준비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선호함을 보여준다.
국민연금은 극과 극의 평가가 잇따른다. 국민연금이 오랫동안 온갖 불신에 휩싸여 있음에도, ‘돈’에 밝은 강남아줌마들이 각별히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용돈연금?’ 실제 얼마나 받나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36만4600원이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연금 신규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약 17년에 불과하고, 실질 소득대체율은 약 24%에 머물렀다.
국민연금 노령연금은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연금으로 수령 가능하며,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액이 불어난다. 10~19년 가입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39만5840원, 20년 이상 가입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89만2190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60세 이후였던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은 2013년부터 4년을 주기로 한 살씩 단계적으로 늦춰지고 있다.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수령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수급 연령이 더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금액도 1988년 도입 당시 소득 대비 70%를 내걸었지만 현재는 40%로 조정돼 2060년까지 기금이 버틸 수 있도록 연장된 상태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최종적으로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지급된다. 현재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제도를 실시하는 전 세계 170여 개국 중 연금 지급을 중단한 사례는 단 한 곳도 없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고령화에 따라 향후 국민연금의 수령 시기가 늦춰진다거나 소득대체율이 낮춰질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연금을 받는 어르신 세대는 물론 20~30대 젊은 세대라 해도 평균수명 이상으로 살 경우 낸 돈보다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며 “물가 상승에 따라 매년 연금액을 올려줄 뿐 아니라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강제 저축’이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앞당겨 받으면 손해일까
중소기업 부장인 정인호(50)씨는 은퇴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정씨는 “50세를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이라고 부르는데, 현실에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벼랑 끝 나이인 것 같다”며 “퇴직하면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했다.
국내의 경우 평균 은퇴 연령이 여성 직장인은 47.3세, 남성 직장인은 55세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현실적으로 50대 전후로 퇴직한다고 보면 길게는 20년 넘게 무소득 기간을 견뎌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개시 전에 은퇴해 당장 생활비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령연금 수급시기 5년 전부터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단 이때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액(2016년도 기준 약 210만원)보다 낮아야 신청이 가능하다.
유의할 점은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 연금액이 감액된다는 사실이다. 연금 받는 시기를 1년 앞당길 때마다 연금 수령액이 6%씩 줄어든다. 5년 빨리 받으면 30%나 줄어든다. 예를 들어 만 61세부터 노령연금을 월 100만원 받을 수 있는 사람이 5년 앞서 56세부터 연금을 받으면 월 수령액이 7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조기노령연금 수령은 무조건 손해일까.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신규 수급자는 2013년 8만4956명에서 지난해 3만6164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소득 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가 죽을 때까지 받는 연금이기 때문에, 수령을 늦췄다가 불행하게 일찍 세상을 떠날 경우에는 오히려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 연금액의 40~60%(+가족 부양액) 수준이다.
만일 조기노령연금을 받지 않더라도 은퇴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연금은 만 60세까지 의무가입이다. 퇴직하면 직장 가입자에서 지역 가입자로 전환되는데, 소득이 없을 때는 납입 유예가 가능하다. 단 향후 받을 연금액은 유예된 기간만큼 줄어든다. 국민연금 예상 연금액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www.nps.or.kr)에서 ‘내 연금 알아보기’를 통해 조회할 수 있다.
부부 가입자, 배우자 먼저 사망할 경우
맞벌이를 하다가 은퇴한 김영모(56)씨 부부는 국민연금의 유족연금 논란이 일 때마다 억울한 기분이 든다. 김씨는 “부부가 각자 국민연금 보험료를 20년 이상 냈는데, 예기치 않게 배우자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 두 사람 몫을 온전히 받을 수 없다는 게 억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한 사람에게 2개 이상의 급여 수급권이 생길 경우 하나만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배우자가 사망하면 유족연금이나 본인의 노령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중복급여의 조정’이라고 한다.
예컨대 국민연금 부부 가입자 중 남편이 먼저 사망했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배우자는 남편이 남긴 유족연금이 본인의 노령연금보다 많을 경우, 유족연금(최대 기본 연금액의 60%+부양가족연금액)만 받을 수 있다. 본인의 노령연금을 계속 지급받겠다고 선택하면, 본인의 노령연금액에 유족연금액의 30%만 추가로 받게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부부가 함께 생존해서 연금을 받을 때보다 30~40% 감액이 되는 구조다.
이에 반해 공무원연금은 중복급여 조정 대상이 아니다. 유족연금과 노령연금을 동시에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 부부 가입자의 반발이 일어나는 까닭이다. 국민연금 부부 수급자는 2010년 10만8674쌍에서 2012년 17만7857쌍, 2014년 21만4456쌍, 2015년 21만5102쌍으로 급증하다가 지난해 25만 쌍을 돌파했다.
아이디어 닥터, 트렌드 몬스터, 강연여행가, 브랜드 전문가…. 이장우 브랜드 마케팅 그룹 회장(62)의 여러 별칭이다.
이 별칭들엔 이장우 회장의 개인 브랜드 혁신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현재 전통제조업에서 IT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의 기업 7곳에서 고정·비고정의 급여를 받는다. 1년에 최소한 5~6회는 미래 유망 트렌드를 찾아보고자 해외 아이디어 탐방 여행을 가 브랜드의 촉과 감을 갈고 온다. 삶 자체가 ‘살아 있는 브랜드’로 부단한 자기 혁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을 햇빛이 투명한 어느 멋진 날,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그를 만났다. 화려한 컬러의 통 좁은 바지에 선글라스, 중절모는 물론 반지와 팔찌 등 액세서리 일습을 갖춘 그는 말 그대로 꽃중년 그 자체였다.
인터뷰 다음 날, 그는 인도로 3주간 홀로 명상연수를 떠날 예정이라며 한껏 부풀어 있었다.
보통 사람은 한 곳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좌불안석입니다. 무려 일곱 군데에서 급여를 받으신다니 부럽습니다(웃음). 퇴직 후 급여가 오히려 더 많아졌겠습니다.
“돈의 재미를 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이 날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니까요. 현재 다섯 군데가 고정급여이고 두 군데는 비고정급여인데 늘었다가 줄었다가 합니다(웃음). 솔직히 퇴직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최고경영자들이 퇴직 즈음해선 쪼잔한 상념이 많아지거든요. 부러진 날개 신세에서 영웅담을 생각한다는 것은 뻥이에요. 하다못해 국민연금, 4대보험 문제는 어떻게 하나, 별 게 다 걱정이 됐어요.”
퇴직 후 바로 이장우 브랜드 컨설팅 그룹을 만드셨지요. 직원 한 명을 둔 미니 지식기업을 창직(創職)하셨습니다. 퇴직 후, 현직 때 마지막 연봉의 두세 배를 번다고 들었습니다. 성공 비결이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실정과 저의 현실을 냉정하게 본 것입니다. 조직 브랜드와 개인 브랜드를 헷갈리지 않은 것이지요. 퇴직 후 회사를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조직을 키우기보다 개인으로서 나, 이장우를 키우는 게 효과적이란 생각을 했어요. 규모의 경제에서 제가 대기업, 다국적 컨설팅 그룹과 경쟁하려 한다면 백전백패입니다. 그런 기업들의 CEO와 경쟁한다면 승부수를 던질 만하지요. 개인 브랜드로 승부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퇴직 후 공황을 겪는 것은 조직 브랜드와 개인 브랜드를 헷갈려서입니다.”
퇴직 CEO들이 과거의 성공 스토리에 머물러 인생 2막 설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더군요.
“강의, 컨설팅 모두 부단한 콘텐츠 개발 싸움입니다. 대중의 열광, 과거의 영광 모두 거품이고 잠깐이에요. 길어야 1~2년 가기도 힘들고 곧 고갈되지요. 강의는 말이 아니라 콘텐츠로 하는 것입니다. 말 못해도 콘텐츠 있으면 오래 갈 수 있어요. 콘텐츠 없이 말만 잘하면 금방 바닥이 나게 돼 있지요. 멀리 보고 깊이 보려면 끊임없는 공부를 해야지요. 저는 책 공부보다 여행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차원에선 스몰데이터, 감(感)이 브랜드 차별성이에요. ○○에서 들었다, 읽었다는 개인의 스몰데이터가 기업의 빅데이터를 이기기 힘들어요. ‘내가 직접 해봤다, 가봤다, 느껴봤다’를 이야기해야 먹히지요. 경쟁력은 기능이 아니라 나만의 느낌에서 옵니다.”
브랜드 전문가, 아이디어 닥터, 그리고 강연여행가로 별칭이 계속 진화하고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습니까.
“브랜드 연구는 제 평생의 업으로 한 일입니다. 여행은 콘텐츠 개발을 위해 하다 보니 어쩌다 본업이 돼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여행인문학 강의를 좋아하더라고요. 트렌드의 발상지, 원산지를 직접 방문해보자는 데서 출발했는데요. 요즘은 여행인문학으로 관심이 확장됐어요. 저는 관심의 촉, 미래의 촉이 느껴지면 배울 만한 곳이 어디에 있나 찾아봐 세계 어디든 직접 가보려고 합니다. 가령 2009년 도쿄 책방을 갔을 때의 일인데요. 트위터에 관한 책이 한 코너를 다 차지하고 있더군요. SNS가 뜨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미국 뉴저지 스테이트대학으로 공부하러 갔어요. 동양의 중년 남자가 그 먼 곳으로 한겨울에 SNS 공부를 하러 왔다니 학교에서 놀라더군요(웃음). 공부는 선(先)투자이자 선(善)투자예요. 공부하면서 계발하고, 계발하면서 공부해야지요.”
일반인이 ‘트위터’의 ‘트’란 말에도 익숙하지 않을 때 조기유학(?)을 한 덕분에 그는 SNS 브랜딩 홍보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재 페이스북 팔로워 6만 명. 카카오스토리 5만 명, 인스타그램 1만 명의 팬을 확보하는 기틀이 되었다.
그의 ‘본산지, 원산지 찾아 아이디어 탐방 삼만리’는 SNS에서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 치즈학교, 미국 포틀랜드 커피 바리스타스쿨, 영국 수제맥주 학교, 이탈리아 전통 베네치아 파스타 학교 등 관심 분야도, 아이디어 탐방 지역도 무궁무진하다. 전국 방방곡곡, 아니 세계 도처를 누비며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손으로 익혔다. 말 그대로 ‘왔노라 보았노라 배웠노라’였다. 그곳에서 벌어지고 부딪치는 소소한 사고와 우연한 사건들. 그것이 경험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느낌이 되어 그만의 브랜드로 승화된다.
제가 소심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비용이 먼저 걱정되는걸요. 항공비, 체재비, 게다가 연수비용까지 만만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버는 것의 20%는 자기계발에 투자한다는 주의입니다. 되도록 스폰서를 잡지 않고 제 돈으로 가는 게 원칙입니다. 후원을 받으면 여행 순서를 깨뜨리고 구속이 되거든요.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공부하는 데 2000만~3000만원 정도 들었어요. 결과적으로 강연, 컨설팅 요청이 들어와 투자한 것의 10배 정도는 뽑게 되더군요.”
그는 처음인 일을 나만의 것으로 차별화하면 브랜드가 된다고 말했다. 가령 커피 바리스타 강의를 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커피와 맥주를 전문적으로 강의하는 브랜드 전문가는 흔치 않다.
흔히 “관광이 아닌 현지 체험, 풍경이 아닌 사람을 만나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 회장님처럼 여행을 즐기면서 아이디어 탐방 기회로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여행은 필연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연을 만나기 위해서 가는 것입니다. 일단 떠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보세요. 너무 목적, 목적 하며 따지지 마세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틀에 갇히기 쉽습니다. 기회는 인과관계 밖에서 터져 나옵니다. 많이 가야 합니다. 삶은 가고 싶은 목적지를 갖는 것입니다. 여행은 꿈입니다. 꿈을 가져야 여행을 가게 되고, 여행을 가야 자꾸 꿈을 키울 수 있지요.”
이장우 회장은 “여행은 꿈이고 도전”이라며 “목적을 갖고 가지만, 가서 새로운 목적과 도전을 얻는 우연, 세렌디피티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목적지를 정하면 온갖 정보를 검색, 6개월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짜지만, 막상 가서는 널널하게 현지에서 자유여행을 즐긴다”고. 사전 계획 때는 채우고, 막상 가서는 비운다. 말하자면 서양식 사고의 과학적 플래닝과 동양적 사고의 인문학적 여백의 결합형이다. 이번에 가는 인도행은 이름하여 소울 트립(soul trip). 트렌드의 촉을 읽으면 정통 원산지를 찾아 도전하고, 스토리를 만들고,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다듬어 전달하고 퍼뜨린다. 그것이 바로 브랜딩 아니겠는가.
외국어가 가능하다는 점도 세계 도처 어디든 도전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를 포함해 6개 국어를 하시지요. 최근에는 힌두어, 라틴어까지 공부하신다고요.
“새로운 언어를 하나 더 배운다는 것은 머리가 하나 더 생기는 일입니다. 언어를 한다는 것은 사고를 한다는 것이거든요. 여행한 곳을 더하면 새로운 마음의 눈이 하나 더 생기고요. 외국어 공부는 자기를 다른 세상으로 집어넣는 일종의 유체이탈 행위입니다. 리얼하지요. 비유하자면 번역이 사진 속 풍경이라면, 원어는 풍경 그 자체라고나 할까요. 아무리 인공지능 즉시 통번역 시대가 온다 하더라도, 외국어 공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리얼한 것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니까요. 그것은 단지 속도가 아니라 느낌의 문제예요. 앞으로 세상은 지식이 아니라 필(feel)의 경쟁시대가 될 거예요. 지식과 상식은 보편화돼 검색하면 나오니까요. 느낌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아요. 새로운 아이디어 탐방을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요즘 문제되는 것은 세대 간 소통입니다. 기업 자문을 하실 때 신세대 직원들과 같이 일을 하셔야 할 텐데요. 그들이 어려워해 소통이 어렵진 않던가요.
“제가 얼마나 신세대랑 잘 노는데요(웃음). 저는 나이듦을 장점으로 활용해요. 바깥바람 막아주지, 아이디어 아낌없이 공유하지, 성과 올려주지, 이들의 입장에선 ‘성과와 실력은 향상시켜주면서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일은 쉽게 풀어가면서 어려운 책임은 상대가 가져가고’ 당연히 좋을 수밖에요. 신세대가 저처럼 나이 든 멘토와 일하는 장점이지요.”
그는 세대 간 불통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매력 자원이라는 무기의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신세대가 기성세대와 소통을 안 하는 것은 어렵거나 겁먹어서가 아니다. 기성세대를 무시해서다. 기성세대에게 배울 게, 물어볼 게, 아쉬울 게, 부러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다. 기성세대가 신세대와 소통하려면 호통이나 비위 맞추기는 불필요하다. 그보다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은 재미와 의미를 갖고 일하지 않으면서 ‘나처럼 돼보라, 해보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냐는 반문이다.
평생 재미와 의미로 점철된 흥미진진한 삶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에서의 ‘그늘’이 궁금합니다.
“웬걸요. 제가 콤플렉스 투성이인걸요. 콤플렉스가 힘이 되니, 인생은 알 수 없어요. 단점이 강점이 되고, 엎치락뒤치락이에요. 집은 가난했고, 머리는 나빠 구구단도 못 외울 정도였어요. 다행인 것은 지식이 들어가기 힘든 대신 나가기도 힘들더군요. 외우는 데 오래 걸렸지만, 한 번 외우면 잘 안 잊어버렸어요. 그게 외국어 공부의 동력이 되었지요. 또 집이 가난해 구멍가게를 했고, 상고에 진학해야 했지요. 어렸을 때부터 물건 팔고 장사를 하다 보니 세일즈에 일찍 눈을 뜨게 됐어요. 머리 좋은 사람이 끝까지 하는 사람을 못 이겨요. 제 삶의 모토가 ‘긴 호흡으로 살자’입니다.”
이장우 회장과의 인터뷰를 떠올리며 원고를 한 자 한 자 치고 있었다. 마침 그의 블로그에 인도에서 쓴 따끈따끈한 새 포스트가 올라왔다. 아쉬탕가 요가의 요람인 인도 마이소르의 한 수도원에서 올린 사진과 글이었다. 검은색 뿔테 안경에 주황색 승려복을 걸친 모습이 얼핏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를 연상시켰다.
“요가와 명상을 배운다는 사실이
설레었고, 그 느낌은 참 편안하고 좋았다.
영혼이 춤추는 세상을 찾아가는 새로운
배움의 여정임에 틀림없다.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명상과 요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by 이장우
어느 날 문득 그가 명상과 요가 브랜드 전도사로 새롭게 나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여행가 뒤에 붙을 그의 새로운 브랜드 네임이 문득 궁금해진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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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졸업.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리더십 스토리텔러. 세계일보에서 CEO 인터뷰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
“소동파는 황주에서 매달 아주 적은 생활비를 받았기 때문에 식솔들의 의식주는 예전에 해두었던 저축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지출을 절약하기 위해서 그는 매달 초 저축했던 돈 가운데 4000~5000개의 동전을 꺼내서 한 꿰미에 150개씩 나눈 뒤, 집 대들보에 걸어놓고는 매일 한 줄씩 풀어서 사용하였다. 가능하면 하루의 지출을 한 줄의 동전으로 제한하려고 했다. 만약 그날 저녁에 몇 개의 동전이 남으면 단지에 넣고, 그다음 날에는 다른 동전 줄을 풀어서 사용했다. 한 달이 지나면 단지의 동전을 정산해서 손님들이 올 때 접대비용으로 사용하였다.” (스야후이, )
요즘 개인형 퇴직연금(Individual Retire ment Pension, 이하 IRP)이 금융계의 핫이슈다. 지난 4월 퇴직연금법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7월 26일부터 소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후 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은 전 세계가 아는 사실이다. 공적연금의 보장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공적연금 보장수준을 높이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세대 간 부조에 의존하는 공적연금의 특성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인구학자인 서울대 조영태 교수는 저서 에서 “사회적 미래는 정해져 있을지언정 개인의 미래는 매 순간의 판단과 선택과 노력으로 ‘정해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사학연금을 받게 될 20년 뒤에는 인구구조상 사학연금 급여가 반 토막 날 가능성이 크다며 별도의 노후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아무리 사회적 미래가 암울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해도 개인의 미래는 ‘하기 나름’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오대시안(烏臺詩案)이라는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44세에 좌천된 소동파가 철저하고 체계적인 절약과 황무지를 개간해 몸소 농사를 지으며 고난을 헤쳐 나갔듯이(전원시를 많이 쓴 중국의 고대 문인들 중 장기간 농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도연명과 소동파 둘뿐이다), 현재의 삶이 고달프다고 욜로(YOLO)만 부르짖다간 언덕 너머에 광활하게 펼쳐진 대초원 같은 후반 인생의 무한한 가능성을 외면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를 최소화하고 우리의 인생을 만개시키는 데 IRP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출산·고령화시대 자조노력연금의 대명사로 우뚝 설 IRP를 남이 아니라 내 잔칫상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철저히 파보고 스마트하게 이용해야 한다.
IRP란 무엇인가?
원래 IRP는 근로자가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은퇴할 때까지 계속 축적해나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전문용어로는 통산장치(portability)라고도 부른다. 애초에 IRP는 퇴직(일시)금을 수령한 퇴직 근로자와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한 재직 근로자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7월 26일부터는 자영업자, 근속기간 1년 미만 근로자와 1주 소정근로시간(所定勤勞時間)이 15시간 미만인 단시간 근로자 등의 퇴직급여제도 미설정 근로자, 퇴직금제도 적용 재직 근로자, 공무원·군인·사립학교교직원·별정우체국직원 등 직역연금제도 가입자들도 가입할 수 있도록 IRP의 문호가 활짝 열린 것이다. 사실상 모든 취업자가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2017년 6월 말 현재, IRP 가입 건수는 226만 6000건이고, 적립금액은 13조6928억원에 달한다. 적립금액 기준으로 2016년 성장률은 14.1%로 다소 주춤했지만 2015년과 2014년에는 각각 44.3%와 24.8%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가입 대상이 크게 확대됨으로써 이전 수준의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IRP의 높은 성장률과 자조노력연금 대명사의 역할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IRP에 해당하는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가 이미 2010년에 DC(확정기여)형을 추월해 퇴직급여제도 중 가장 큰 적립금 규모를 자랑한다. 2017년 3월 말 미국 IRA의 적립금 규모는 8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IRP를 iDeCo라고 부르는데, 2017년 6월 말 가입자 수는 54만9943명에 불과하지만, 최근 자영업자는 물론 학생·전업주부·공무원·회사원 등 20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이면 누구나 IRP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가 대폭 확대되었다. 명실상부 전 국민적 노후준비수단으로 격상된 것이다. 바야흐로 IRP가 글로벌 대세로 부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결국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지금 당장 살림이 쪼들리는 사람들에게도 노후는 중요하다. 일일 생활비를 아껴 단지에 모아놨다 손님 접대비로 사용했다는 소동파처럼 돈이 부족한 사람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IRP에 가입하면 의외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바로 압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민사집행법에서는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압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퇴직연금채권은 전액 압류금지채권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2014년 1월 23일) 이후 퇴직연금은 급여압류 대상채권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IRP는 퇴직연금의 한 종류다.
IRP에는 어떤 혜택이 있나?
IRP의 가장 큰 혜택은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발생한 이자(배당 포함)에 대해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IRP에 가입하면 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대신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3.3~5.5%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 이자소득세만큼 적립액이 늘어나고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IRP에는 연금저축과 합산하여 연간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보통 세액공제 한도액인 700만원까지 납입을 권유받거나 그렇게 납입하는 가입자가 많은데, 세액공제액을 초과하는 1100만원을 잘 활용하면 의외의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1100만원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는 못하지만 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고, 중도해지나 연금을 받을 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요즘 보기 힘든 비과세 상품인 셈이다.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분들은 IRP 납입 최고한도액을 적극 활용하면 노후가 든든해질 것이다. 참고로 연금소득세율은 연령별로 다른데 연금소득자가 70세 미만인 경우는 5.5%, 70~79세는 4.4%, 80세 이상은 3.3%다. 단, 연금소득자가 70세 미만이더라도 종신연금을 신청하면 4.4%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IRP의 두 번째 혜택은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IRP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연금저축에 가입하면 4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연금저축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IRP에 가입하면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근로자 등 급여소득자의 세액공제율은 연간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인 사람은 16.5%를, 이를 초과하는 사람은 13.2%를 적용받는다. 자영업자 등 종합소득세를 적용받는 사람들의 세액공제율은 4000만원을 기준으로 그 이하는 16.5%, 초과하는 사람은 13.2%다. 연간 700만원을 납입할 경우 연말정산 때 16.5%를 적용받는 사람은 115만5000원을, 13.2%를 적용받는 사람은 92만4000원을 돌려받는다([표1] 참조). 쏠쏠하지 않은가?
IRP에 대한 세제혜택은 또 있다. 바로 퇴직금을 IRP 계좌에 넣어두고 운용하다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나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연금수급 자격에 대해선 [표2] 참조). 많은 사람이 퇴직할 때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아간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게 되면 퇴직금 규모와 근속기간에 따라 0~28.6%의 퇴직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실제로 받는 퇴직금이 생각보다 적은 이유다. 그러나 퇴직금을 IRP 계좌로 이체한 뒤 연금으로 받게 되면 퇴직소득세율의 70%만 연금소득세로 납부하면 된다. 퇴직소득세 대비 연금소득세가 30% 절감되도록 소득세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하더라도 60일이 경과되지 않았다면 이미 납부한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금융기관을 방문해 IRP 계좌를 개설한 뒤 수령한 퇴직금을 이체하면 퇴직한 회사에서 원천징수해둔 퇴직소득세를 IRP 계좌에 입금시켜주기 때문이다. 만일 퇴직금 중 일부를 사용했다면 남은 금액만 IRP 계좌에 입금해도 입금비율에 맞춰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IRP와 관련해 많은 사람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세액공제한도를 초과해 납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세액공제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를 면제받는 혜택이 있을 뿐 아니라 다음 해에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연간 총급여가 5500만원을 넘는 근로자가 2017년에 1000만원을 납입했다면 당해 연도에 700만원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고, 2018년도에 300만원을 이월신청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보너스를 받을 경우에 활용하기 좋은 방법이다.
IRP에 가입할 때는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중도에 해지할 경우 이미 세제혜택을 받은 납입금액은 물론 운용수익까지 16.5%의 기타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망, 해외 이주 등 세법상 부득이한 인출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 인출액에 대해 세율이 낮은 연금소득세(3.3~5.5%)가 적용된다. 사유 발생일 이후부터 6개월 이내에 증빙서류를 갖춰 금융회사에 신청하면 된다. 한편 IRP에 가입해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연금수령한도를 초과해 수령하는 경우 한도초과금액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된다. 연금수령한도는 연금개시 신청일 당시의 적립금을 ‘11-연금수령연차’로 나눈 뒤 1.2를 곱해 계산된다. 예를 들어 연금개시 신청일 현재 IRP 적립금 평가액이 5000만원이면 첫해 연금수령한도는 ‘5000만원/(11-1)×1.2=600만원’이 된다.
IRP 가입과 적립금 운용은 어떻게?
절세상품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 절세덩어리인 IRP는 매우 매력적이다. IRP 가입절차는 의외로 간단하다. 신분증과 [표3]과 같은 필요서류를 준비해 금융기관을 방문하면 그만이다.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온라인으로도 가입할 수 있으니 업무시간 중 금융기관을 방문하기 힘든 사람들은 이를 활용하면 된다. 계좌를 개설할 때는 0원으로도 가능하다. 계좌를 개설했으면 그다음은 계좌에 들어갈 적립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표4]에서 보는 것처럼 IRP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상품도 있고, 선택할 수 없는 상품도 있다.
특히 투자형 상품을 선택할 때는 수익률과 리스크를 잘 따져야 한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현재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의 수익률과 함께 수익률 추이,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 수준, 펀드운용 시스템, 자산배분, 수수료 수준 등을 잘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 금융기관별 수수료율과 장기(5년/8년) 연평균 수익률은 노동부 퇴직연금 홈페이지에 공시되어 있다.
만약 이미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나빠졌다면 다른 펀드로 갈아타자. 이를 위해선 최소한 3개월에 한 번씩은 수익률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손성동(孫盛東)한국연금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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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한국연금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 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기분이 참 우울하다. 지인이 중매를 서겠다고 하여 좋다고 승낙 했었다. 중매인이 꽤 오래 유심히 관찰했는데 필자가 괜찮은 남자로 눈에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 여자가 재력이 좀 있는 여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역인 필자 역시 재력은 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나름대로 이만하면 노후 대책은 탄탄할 정도로 자신 있었는데 상대 여자의 스펙을 들어보니 새발의 피였다. 강남에서 사업을 크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나가는 모임의 구성원들이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사회적으로도 쟁쟁했다. 소위 상류층 사람들이었다.
중매를 서려니 신상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필자가 기분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는 얘기했다. 둘 다 앞으로 25년을 반려자로 살아야 하니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붙었다. 필자는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부동산을 먼저 물었는데 고가가 아니므로 별로 참고할만한 수준은 안 된다고 했다. 문제는 고정 수입이 좀 약하다는 것이었다. 국민연금 외에 고정 수입이 아니라 수입이 변동 적이므로 불안하다는 분석이었다.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고 하려면 월 고정수입이 500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여행비 300만원에 쇼핑비 200만원은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돈 있는 사람 기준으로는 그럴 수 있으니 비난할 일은 아니다.
혼자 살게 된 이유도 사별인 경우보다 이혼은 좀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전 부인이 살아 있으니 신경 쓰인다는 것이다. 여전히 왕래가 있을 수도 있어 안심이 안 되기도 한단다. 여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혼한 남자가 잘 되는 꼴을 못 본다는 것이었다.
상대녀가 사별 후 재혼을 했는데 남자가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바람을 피우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재력 있는 남자를 얻고 싶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공인으로 그동안 오점 없이 지내왔다고 얘기했으나 댄스 관련 얘기는 선입견이 있으니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재혼 남자가 그녀의 자녀들과도 불화가 잦았던 모양이다. 필자도 자녀가 있고 그녀도 자녀가 있으니 자녀 문제도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필자의 자녀는 각각 독립하여 잘 살고 있고 상대녀도 자녀들이 장성해서 독립했을 테니 문제 안 된다고 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상대녀의 성씨가 필자와 같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법에는 동성동본도 결혼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되었다. 2세를 낳을 것도 아니므로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양가 친척들이 관습을 이유로 반대할 수는 있다.
중매인과 상담을 끝내고 나니 기분이 우울해졌다. 사람을 경제적인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에 기분이 상했다. 사람이 우선인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경제적인 수준을 먼저 본다. 객관적인 기준으로는 이만하면 꿀릴 것이 없었는데 상대가 바라는 수준이 못 되므로 자괴감이 드는 것이다.
중매인의 공격적인 질문에 상대녀에 대해서는 제대로 묻지도 못했다. 나이가 몇 살인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못 물어 봤다. 기분은 중매를 포기하라고 하고 싶지만, 사주에 올해 결혼 운이 좋으니 일단 상대녀를 만나는 볼 것이다.
재혼이 어렵다는 것이 상대녀가 재력을 포함하여 스펙이 너무 좋다거나 그 반대로 너무 없는 경우가 많다. 재혼의 발목이다. 재력 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평가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에서 인사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이상철(57세)씨는 전 직장 동료들끼리 월 1회 정기적으로 모이는 OB(Old Boys) 모임에 가입했다. 그가 가입한 모임은 매월 특정한 주제에 대해 2시간 정도 강의를 들은 후 저녁을 먹으며 토론하는 학습모임이다. 이번 달 모임의 주제는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서의 생애설계’였다. 이번 강의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평균수명 76세 시대의 나이에 대한 개념과 평균수명 100세 시대의 나이에 대한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강사는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간의 일생을 하루에 비유해 설명했다.
새롭게 생겨난 시간 ‘서드에이지(Third Age)’
평균수명 76세 시대의 인생시계를 4등분하면 오전 6시에 해당하는 나이는 19세다. 오전 6시는 기상시간에 해당하며 19세의 나이는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나이를 의미한다. 그리고 정오가 되면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오후 6시가 되면 퇴근시간이다. 인생시계에서 오후 6시, 즉 퇴근시간은 퇴직시기를 의미한다. 조퇴하는 사람도 있고 야근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오후 6시는 공식적인 퇴근시간, 즉 퇴직시기다. 하지만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되면 시간의 상징은 변한다.
오전 6시 기상시간은 25세가 된다. 그리고 낮 12시는 50세에 해당하고 퇴근시간은 57세에서 75세로 바뀐다. 100세 시대의 인생시계에 의하면 이상철씨는 현재 퇴근시간이 아니라 점심시간 직후에 있다. 100세 시대의 장수 보너스로 인해 새롭게 해석되어야 할 시간이 바로 50세부터 75세까지의 시간이다.
노년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서드에이지(Third Age), 즉 ‘제3의 연령기’라고 부른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 박사는 서드에이지를 ‘창조적 불확실성의 시기’라고 하면서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에 비유했다. 신대륙은 미지의 세계다. 그리고 예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회가 넘치는 세상이기도 하다. 부모님이나 선배들과는 다른 삶을 원했던 이상철씨는 서드에이지를 제2차 성장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역할에 충실한 삶에서 자아실현의 삶으로
퍼스트에이지(First Age)가 배움의 시기이고 세컨드에이지(Second Age)가 가족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시기라고 한다면 서드에이지(Third Age)는 자아실현을 위해 매진해야 하는 시기다.
이상철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세컨드에이지를 살았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남은 인생은 좀 더 자기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삶을 살며 성장해온 시기를 ‘제1차 성장의 시기’라고 하면 자기 중심의 삶을 살면서 성장하는 삶은 ‘제2차 성장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중심의 삶을 살기로 한 그가 제일 먼저 한 작업은 하고 싶은 일들을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모두 적어보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자료1] 같은 양식지를 이용해 하고 싶은 일들을 구분해 정리해보았다.
이상철씨는 이 양식지를 이용해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면서 자기 중심의 삶을 위해 ‘꼭 하고 싶은 것’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과, 하면 좋지만 굳이 안 해도 상관없는 ‘하면 좋은 것’의 항목을 다음과 같이([자료2] 참조) 채웠다.
이상철씨는 직장에 있는 동안 인사업무를 하면서 조금씩 공부를 한 심리상담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본인과 상담을 한 후배나 동료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심리상담소를 열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심리상담사를 인생 2막의 직업으로 삼아보기로 했다. 아직은 자녀들이 독립 전이고 국민연금수령 시점도 6년이나 남아 기본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더 늦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결심을 굳히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 대학에서 상담심리학과 교수로 있는 친구를 찾아가 심리상담사의 길에 대해 자문했다.
제2차 성장을 위한 재무 포트폴리오 변경
이상철씨가 심리상담소를 개소하기 위한 자격과 경험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략 5년의 시간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포함한 교육비가 약 5000만원 정도 소요된다. 그리고 심리상담을 진행할 사무실이 필요하다. 당장 돈이 되는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대신 새로운 직업을 위한 공부를 선택한 이상철씨는 가계의 재무구조와 소비구조를 바꿔야만 했다.
그는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를 매각하고 좀 더 외곽의 아파트를 구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파트를 매각한 잔액으로 오피스텔을 사서 임대를 하기로 했다. 오피스텔의 임대료 수입은 현재의 생활비를 보조하고 향후에는 심리상담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외 자녀독립 지원자금으로 준비해둔 자금의 일부는 본인의 교육비와 창업준비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자녀들에게 미리 뜻을 밝혔다. 그 대신 퇴직 후 건강을 위해 신경 쓰기로 한 운동 증 비용이 많이 드는 골프를 줄이고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또자동차를 통해 하는 여행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한 여행을 더 많이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대부분의 50대 퇴직자들이 제1차 성장기의 열매를 어떻게 잘 관리할까를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이상철씨는 100세 인생이 선물한 보너스의 시간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다시 한 번 더 배우고 성장하고 성숙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며느리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파트 분양에 다자녀 특별 분양신청을 했더니 당첨이 되었단다. 아파트 경쟁률이 몇 백대 일이 되어 도저히 붙을 가망이 없었는데 자식이 셋인 덕분에 정부의 다자녀 특별 분양 혜택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셋째 막내가 복덩어리라고 이웃에서 모두가 한 마다씩 덕담을 해준다고 며느리 목소리에 잔뜩 기쁨의 웃음이 배어있다.
또 하나 다자녀의 혜택을 본 것이 있다.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시립유아원에 아이들이 쉽게 들어간 것이다. 시립유아원을 선호하는 아이들은 많은데 원생 수는 한정되어 있어 그림의 떡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입학 희망자가 넘치다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점수 누진제를 하여 최고점을 받은 사람이 입학을 한다. 공평하게 입학기회를 준다고 제도화 하였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차례가 돌아오기가 하 세월이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셋째가 입학 적령이 되면서 다자녀 점수로 단번에 앞사람 여러 명을 제치고 입학하게 되었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지금은 다자녀에게 혜택이 있지만 우리가 젊었던 시절에는 반대로 산아제한이 있었다. 아이를 못 낳게 했다. 그 당시는 정관수술한 사람이 오히려 가점을 받아 아파트 당첨이 유리했다. 아파트를 받으려고 70대 노인이 정관수술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웃었는데 이제는 정반대가 되었다.
인구가 자꾸 줄어드니까 출산을 장려하기위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여러 가지 혜택을 주면서 출산을 장려한다. 다자녀에 대한 어떤 혜택이 있을까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다. 지자체별로 혜택 내용도 다르고 명칭도 다르고 금액도 다르지만 대략이나마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알아본 내용을 옮겨본다.
1, 다자녀우대카드를 발급받아 수목원이나 박물관 무료입장 가능
2, 전기요금 상하수도 요금 감면
3, 년말정산 시 자녀 추가공제
4, 자동차 취득세 면제
5, 대학등록금 감면
6, 국공립어린이집, 병설유치원, 국립유치원 우선권 부여
7, 출산비용 지원
8, 통신비 할인
9, 중, 고등학교 수업료지원
10,국민연금 가입기간 추가인정
11,셋째 아이 교복 구입비 지원
12,도시가스 요금 감면
보건소에서도 특별 혜택이 있는 것 같다.
아들의 집 문제가 해결되니 그 밑의 딸아이의 집 문제가 또 걸린다. 딸은 이제 8개월의 아이가 있는 새댁이니 좀 더 전세를 살아도 된다. 하지만 오빠가 집을 마련했다니 ‘오빠 축하해’ 하는 목소리 속에 부러움이 들어있다. 딸도 다자녀를 낳아 이런 저런 혜택을 받고 정부정책에 호응하는 집안이 되었으면 하는데 자식들의 결정에 관여할 생각은 없다.
국가경쟁력의 첫 번째가 인구수라는데 우리나라는 저 출산으로 인구수가 줄어든다고 걱정이 많다. 다자녀에 대한 혜택도 필요하지만 아이들 키우기가 쉽도록 정부에서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주고 기업에서도 배려를 해주었으면 한다.
국민의 평생월급 국민연금 운용자산이 처음 600조 원을 돌파하였다. 일본 공적펀드·노르웨이 국부펀드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하지만 지도부 공석에 운용 차질 불가피 우려도 크다. 국민연금공단이 국정농단 스캔들에 휘말려든 것은 오래 전 이야기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도 몇 달이 지났다. 국가예산 규모보다 훨씬 큰 국민의 평생월급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겠는가?
국민연금의 주인은 가입자와 수급자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관리하고, 공단은 이를 대행하는 업무수탁자이다. 공단조직에 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사장은 대통령이, 임원은 복지부장관이 임명한다. 업무관리 수급자인 정부나 공단이 국민연금을 떡 주무르듯 할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가 자행되었던 것이 지금의 결과다.
국민연금공단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법을 확 바꾸어야 한다. 국민대표기관이 포함된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엄격한 자격을 구비한 자를 공개모집하도록 한다. 이사장은 적어도 국회청문을 거치도록 하고, 임원과 위원회 구성도 낙하산 밀실인사가 철저히 차단되어야 한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관련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기금운용위원회’다. 제도상으로는 복지부 장관이나 기금운용본부장이 마음대로 기금을 주무를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지침, 연도별 운용계획, 운용결과 평가 등 기금운용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하지만 내부자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의 민낯은 독립성과는 거리가 멀다. 회의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나머지 위촉위원들도 대부분 비전문가다. 이런 위원들이 모여 두 시간 밥 먹으면서 회의를 하니, 안건 대부분은 무사 통과였다.
기금 운용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지만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의 실제 운용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예산회계법이나 국가재정법처럼 예산편성과 집행ㆍ결산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 경영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열린 회의에서 삼성합병과 관련된 의결권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오갔으나, 당시 위원장인 전 복지부장관은 두 회사의 합병 안건을 운용위원회 회의에 부치지도 않았다. 기금운용위원회가 거수기 역할밖에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위원들을 전문성 있는 인사로 구성해 명실상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감사기능을 활성화 하여 기금운용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는 노력하여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믿는 평생월급이다.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국민연금의 조직과 운용방식을 근본적인으로 개혁하여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새 정부는 국가예산보다 큰 규모인 국민연금공단의 지도부 정상화부터 서둘기 바란다. 국민연금의 주인인 국민은 내일의 희망을 먹고 산다.
6개월 뒤면 강찬기(59세, 남)씨는 정년퇴직을 한다. 회사의 배려 덕에 퇴직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강씨이지만 아직 풀지 못한 미해결 과제 때문에 고민 중이다. 그의 고민거리는 다름 아닌 집안의 가계부다. 대부분의 남자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강씨 역시 생활비가 어떻게 쓰여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정년퇴직이 다가오자 주 수입원이 중단된 이후의 생활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강씨는 은퇴생활을 위한 개인 용돈과 아내가 원하는 생활비 모두를 해결하려면 퇴직 후에 얼마나 더 일을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부부가 식사를 하던 중 그는 아내에게 생활비 내역에 대해 물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내 김숙경(56세)씨는 대략의 생활비 규모만 얘기해줄 뿐 구체적인 내역은 복잡하다는 이유로 알려주지 않았다. 의외로 강경한 아내의 태도에 강씨는 당황스러웠다. 혼자 전전긍긍하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재무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부부의 필요 은퇴자금 계산
상담 의뢰는 강찬기씨가 했지만 상담이 시작될 때는 부부가 함께했다. 은퇴상담은 부부가 함께하면 더 도움이 된다는 상담사의 제안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상담의 첫 주제는 ‘은퇴 후 부부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얼마나 될까?’였다. 아내 김숙경씨는 현재 가치로 매월 350만원이면 본인 용돈을 포함해 가정의 생활수준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강씨는 본인이 원하는 은퇴생활을 하려면 매월 150만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또 퇴직 후에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과 사회활동을 충분히 하기를 원했다. 아내는 아내대로 강씨는 강씨대로 각자 원하는 은퇴생활비의 규모를 알고 놀라워했다. 일단 부부가 원하는 매월 500만원(현재가치)의 생활을 위해 필요한 은퇴자금 규모를 계산해보기로 했다. 생활비에는 매년 3%의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리고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부부의 성향을 고려해 현재 자산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세후수익률 연 1.5%로 운영된다고 가정했다. 부부의 은퇴기간은 30년으로 예상했다.
부부가 원하는 은퇴생활을 하려면 약 22억4000만원이 있어야 한다는 결과에 강찬기씨 부부는 두 번째로 놀랐다.
은퇴를 대비해 준비된 자산
다행히 강찬기씨는 직장생활을 정년까지 한 덕분에 국민연금으로 매월 130만원 정도를 수령할 수 있다. 퇴직연금과 아내가 개인적으로 가입해둔 개인연금도 있어 매월 120만원의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매월 250만원 정도의 연금소득을 고려해 필요한 은퇴자금을 다시 계산해보니 14억 정도의 자산이 더 필요했다. 은퇴준비자산을 계산할 때,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만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보유 중인 주택(10억)과 예금(2억)을 합해도 2억원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리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두 자녀의 결혼자금(자녀 1인당 1억씩 예상)도 고려해야 한다. 몇 번의 계산 시뮬레이션을 더 거쳐 필요 자금 규모를 확인한 부부는 예상 지출내역을 세부적으로 정리해보기로 했다. 부부가 지출내역을 정리할 때 참고한 양식은 [표2]와 같다.
전화위복이 된 재무상담
부부가 함께 지출내역을 정리하는 동안 강찬기씨는 아내의 알뜰함에 놀라면서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김숙경씨 역시 한 직장에서 충실히 근무하며 가족들을 위해 경제적 터전을 마련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부부는 상담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준비된 자산으로 은퇴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월 400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적당하다는 데 합의를 했다.
부부가 각각 50만원씩 양보해 아내는 자신의 용돈과 생활비를 포함해 300만원, 남편은 100만원의 용돈을 사용하기로 했다. 친척 경조사비나 외식비 등 가정의 공통 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항목들을 부부가 동시에 지출로 잡아놔 예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부부는 지출내역들을 정리해보며 예산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그리고 사소한 다툼의 원인이었던 경조사비나 외식비 그리고 문화비 등의 예산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지출 기준과 규모를 합의함으로써 향후 다툼의 소지를 예방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자칫 부부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생활비 문제로 재무상담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고 전화회복의 기회도 되었다. 더불어 강찬기씨는 자신이 얼마나 더 일을 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 부부는 역할과 스타일은 달랐지만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배우자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두 사람 모두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부부는 새로운 30년을 더 잘 이해하며 살아가자는 취지에서 부부심리상담까지 받기로 했다.
총 10회로 구성된 부부상담의 예상비용은 150만원. 올해 계획 중이던 남편의 정년기념 여행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강찬기씨 부부는 정년퇴직 기념여행을 ‘내면 여행’으로 떠나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