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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에게 쓰는 편지
-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 내 나이도 일흔을 넘어가고 너도 마흔 고개에 다다른다. 네가 태어나던 날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어머니에게 “엄마 아들 낳았어!”라고 보고했더니 전화기 너머로 함박웃음 소리와 함께 “그래 이십 전(前) 자식이고 삼십 전(前) 재물이다. 아들부터 먼저 낳아야지”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어제 들은 것마냥 생생하다. 2.9kg 너를 안고 병원 문을 나설 때 아버지가 되었다는 기쁨과 잘 키워야지 하는 책임감에 온몸이 부르르 떨리기까지 했고 집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온 세상을 다 얻은 것마냥 의기양양했다. 아들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잘 자라주어 아버지로서 고맙다. 지금 건강하게 직장생활하는 것도 고맙고 아들딸 낳아서 잘 키우고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세상살이가 어디 녹녹하기만 하더냐! 희망한다고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없지 않느냐! 너를 키우면서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하늘에 맡겨왔다. 그런 관점에서 너는 아버지 말을 거역하지 않고 늘 순종했고 그러한 네가 늘 기쁨이었다. 너는 잊어버렸을지 모르지만 너에게 미안한 일이 둘이나 있다. 더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희미해지기 전에 말해두고 싶다. 첫 번째는 네가 여섯 살 때 너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무슨 실수를 한 것인지 나도 모르게 자전거가 곤두박질쳐 나와 함께 뒹굴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우리 둘은 크게 놀랐다. 십년감수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 의자고 책상이고 어디든 높은 데를 잘 올라가던 네가 높은 데 오르는 걸 겁내더구나! 아직까지도 그날의 사건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금도 너의 행동을 유심히 본다. 두 번째는 좀 길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전국 사업장을 갖고 있는 공기업에서 간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이사를 자주 했다. 승진하거나 보직이 바뀌면 이동은 필수적이었다. 가족은 가능하면 함께 살아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에 너희들이 어릴 때는 발령지마다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다녔다. 너는 특별한 연고도 없는 인천 부평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글씨도 제법 잘 쓰고 똘똘해 여자 담임선생님의 귀여움도 받았다. 엄마는 그게 좋아서 스스로 학교 교실 청소도 해주고 교실 뒷정리도 자주 해줬다. 그런 기쁨도 잠시. 네가 2학년 때 내가 전라남도 여수로 발령이 나서 전학을 가야 했다. 어린 네가 전라도 사투리 쓰는 아이들과 잘 지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어울리더구나. 그 뒤 4학년 때는 내가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나서 너는 또 전학을 갔다. 당시 우리 집에 세든 사람이 계약기간이 남아 전셋집을 구해야 했고, 5학년 때 그 집으로 들어가느라 너를 또 전학시켰다. 신학기인 3월 초에 못하고 3월 중순쯤 전학을 시켰는데 문제가 생겼다. 저녁때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네가 울면서 나에게 덤벼(?)들었다. “아빠 나 전학시키지 마. 엉엉엉~”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담임선생님이 전학 온 학생을 소개하겠다면서 어리둥절해 있는 네게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했다. 너는 앞으로 나가서 “○○학교에서 전학 온 ○○○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라고 소개말을 했다. 그런데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당시 국회의원 선거기간이었는데 출마자들이 모두 “잘 부탁합니다” 하면서 선거운동을 하던 시기여서 유행어와 겹친 것이다. 담임선생님이 무슨 생각으로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뭐? 잘 부탁한다고? 너 국회의원 선거 나왔나?” 하고 장난스럽게 농담을 한 것이다. 반 아이들은 빵 터졌고 여기저기서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창피하고 당황해 어찌할 줄 몰랐다고 했다. 네가 울먹이며 전하는 그 말에 나는 가슴이 먹먹해 너를 가슴으로 꼭 껴안았다. 울먹이는 등줄기에 힘을 더 주어 안았다. “아빠가 미안하다. 다시는 전학 안 시키 마!” 너에게 굳게 약속하고 그 뒤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 나 혼자 짐 보따리를 싸서 내려갔고, 주말에는 언제나 집으로 돌아왔다. 네가 날 감동시킨 일도 많았다. 그중 하나가 네가 의무경찰로 입대해 데모군중을 막았을 때다. 네 말이 데모군중의 외침이 백번 맞는 말이지만 이를 막아야 하는 의무경찰의 임무 사이의 갈등을 말할 때였다. “이놈의 자식들! 너는 애비 애미도 없냐! 어째서 우리를 막느냐!” 그렇게 외치면서 절박한 심정의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덤벼들었지만 너는 의경으로서의 의무는 치안질서를 지키고 데모군중을 막는 것이기에 그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네가 참 믿음직스러웠다. 군인이 총을 들고 싸울 때는 적진의 병사도 죽여야 한다. 사적인 감정이 없을 리 없지만 조국을 위해 명령에 따라 그런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려는 네 모습이 무척 듬직해 보였다. 아들아, 어느 장소에 있든 본연의 직분을 잊어버리지 말고 성실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또 이제 아들로서의 역할보다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직장에서도 항시 낮은 자세로 임하되 비굴해 보이지 않게, 당당하지만 거만해 보이지 않게 지내야 한다. 날마다 좋은 일이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풍파나 시련은 올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하는 느긋한 마음으로 임하면 머지않아 밝은 태양이 다시 뜬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다시 말하지만 너의 가정을 잘 돌보는 것이 부모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다. 이만 총총 줄인다. 2020년 겨울에 아버지가 보낸다.
- 2020-12-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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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즐겁고 맛있고 안전하게, 호텔가 연말 프로모션!
- 예년이라면 크리스마스와 송년회로 왁자지껄했을 12월.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차분하고 프라이빗하게 연말을 보내려는 이가 많아졌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즐겨볼 만한 호텔가 프로모션과 패키지를 살펴보자. 겨울 낭만을 더할 액티비티&디저트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며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는 ‘윈터 온 아이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아이스링크 이용권을 비롯해 객실 1박권, 스낵바 음료 등을 제공한다(12월 14일~2021년 2월 21일, 2인 기준 30만 원부터). 부티크 베이커리 숍 ‘더 델리’에서는 ‘산타클로스 모자 케이크’ 등 크리스마스 케이크 8종을 12월 한 달간 판매한다(5만~7만 원). 손주에게 선사하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워커힐 호텔 앤 리조트는 어린이 투숙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줄 ‘워커힐 산타 우체국’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아이들이 호텔 내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부모(조부모)가 미리 맡겨둔 선물과 산타의 답장이 전달되는 이벤트다(12월 18~27일). 겨울 동안 운영하는 ‘겨울 하루’, ‘겨울 휴식’, ‘겨울 풍경’ 등 객실 패키지와 연계해 진행한다(24만5000원부터). 룸서비스로 즐기는 풍성한 다이닝 파크 하얏트 서울은 소중한 사람들과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룸콕 페스티브 룸서비스’를 운영한다(2인 기준 17만6000원). 연말 분위기를 담은 다채로운 메인 메뉴와 함께 크리스마스 디저트, 무알코올 칵테일까지 객실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더불어 투숙객 대상으로 소믈리에가 엄선한 와인 4종을 최대 15%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호텔에서 함께하는 연말 회식 글래드 여의도에서는 최대 12인까지 스위트 객실에서 호텔 셰프의 요리와 주류를 즐길 수 있는 ‘호텔에서 회식해 프로모션’을 선보인다. 객실 침대 대신 인원에 맞게 테이블을 놓아 프라이빗 다이닝 룸처럼 세팅한다(12월 31일까지, 30만~50만 원). 같은 기간 레스토랑 ‘그리츠’ 투고 박스 메뉴로 파티를 열 수 있는 ‘프라이빗 파티 패키지’도 판매한다(12만 원부터). 여유롭고 안락한 한 해 마무리 켄싱턴 리조트 설악밸리는 연말·연시를 맞아 휴식과 미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윈터 초이스 다이닝 패키지’를 마련했다(2021년 1월 31일까지, 25만9000원). 알프스 산장 분위기로 꾸며진 레스토랑 ‘몽트뢰’에서의 조식 뷔페 2인, 스위스 치즈 퐁뒤 또는 치즈 플래터와 와인 2잔, 켄싱턴 치킨과 캔맥주 세트 중 1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객실에서도 서비스 가능). 딸기 뷔페로 만끽하는 상큼한 연말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제철 딸기로 마련한 ‘베리 베리 베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신선한 생딸기를 비롯해 딸기 치즈 케이크, 딸기 타르트 등 디저트류와 딸기 헤이즐넛 피자, 블랙 페퍼 크랩 등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다. 아울러 미국 프리미엄 티 브랜드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의 차 6종과 커피도 함께 곁들일 수 있다(12월 4일~2021년 3월 28일, 6만8000원).
- 2020-12-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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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시장의 미래, 프롭테크
- 4화 부동산 시장의 미래, 프롭테크 코로나19가 촉발한 기술의 진화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서 보완재로 프롭테크가 부상 중이다. 2020년 부동산 시장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최근 수요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된 ‘패닝바잉’과 ‘영끌’이란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과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이 커졌고, 연이어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서울의 전세와 주택 매매가격은 상승세를 보인다. 실제로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주택의 11월 전셋값은 전월 대비 2.39% 상승했고, 매매가격은 1.66% 올랐다. 특히 전셋값은 8월(1.07%) 이후 계속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집값 상승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저금리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25%를 유지했던 기준금리는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3월에는 0.75%까지 내려갔다. 처음으로 0%대 금리에 진입했다. 5월에는 0.5%까지 하락했으며, 지난 11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국내 기준금리 역사상 최저치로 여신과 관련된 주택담보대출금리는 1월 2.51%에서 9월 2.44%까지 떨어졌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투자의 방식이 달라졌다. 지난 11월 모바일 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금융 트렌드 리포트 2020’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정기예금의 수요가 줄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가 늘었다. 정기예금(55.2%)의 선호도가 작년과 비교해서 6.6% 낮아졌고, 주식(34.6%)은 7.3% 늘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자 예금보다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수익이 높은 주식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편 소액 부동산 투자(7.9%)도 작년과 비교해서 2%가량 늘었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10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全)금융권 가계대출은 13조2000억 원 올랐다. 전월보다는 2조 2000억원 오른 수치이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4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7조2000억 원 올랐다.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3조 2000억 원 증가했다. 전세가격 상승과 6~8월 중 주택매매거래 잔금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모바일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금융 트렌드 리포트 2020’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주택 담보대출(31.3%)과 전세자금 대출(14.2%)은 지난해에 비해 모두 1.1%P 늘었다. 연령별로 대출의 방식이 조금 달랐다. 주택담보대출은 40대(48.8%)와 50대(44.8%)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전세자금 대출은 30대가 20%로 가장 많았다. 다만 목적은 비슷했다. 대출 목적으로 내 집 마련을 꼽은 사람은 43.9%였으며, 지난해와 비교해서 11.5%P 오른 수치다. 결국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전세 가격이 연일 상승하자 모두 내 집 마련을 위한 투자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롭테크 이런 혼란스러운 부동산 시장에서 뜨고 있는 기술이 있는데, 바로 ‘프롭테크’다. 이 용어는 부동산 자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를 말한다. 새로운 기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상과 가까운 기술이다. 직방이나 다방과 같은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이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 플랫폼만이 이 기술의 전부는 아니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종합부동산 서비스 회사 JLL에 따르면 크게 △ 중개‧임대 △ 부동산 관리 △ 프로젝트 개발 △ 투자 및 자금 조달로 나뉜다. 중개와 임대 영역은 앞서 말한 직방이나 다방과 같은 플랫폼을 생각하면 된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정보 및 분석, 중개 그리고 마케팅과 같이 매매 및 임대의 전반적인 과정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부동산 관리는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스마트 부동산 기술을 토대로 한 임차인 및 건물 관리 서비스다. 임대료 연체 관리나 소득신고와 같은 행정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는 홈버튼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프로젝트 개발은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영역으로서 건설 및 인테리어 디자인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AI를 통해서 소규모 토지의 개발규모나 사업성을 분석하는 랜드북이 있다. 투자와 자금 조달은 핀테크와 결합한 영역으로 크라우드 펀딩과 개인금융 분야로 나뉜다. 대표적인 예로서 테라펀딩은 중소 규모 개발사업 자금이 필요한 회사와 다수의 투자자를 연결해준다. 프롭테크의 시장성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프롭테크 관련 투자 규모는 2013년 4억5000만 달러에서 2018년 78억 달러로 5년 만에 17배 늘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 시장에 관심이 많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프롭테크 57개 사 기준 매출액은 총 7025억 원으로 나타났고, 이 중 임대 및 중개 서비스 회사의 매출은 3689억 원에 달했다. 지난 10월 기준 86개사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조 3997억 원이다. 코로나19 이후 프롭테크 산업은 비대면의 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비대면 기술을 활용한 분야가 뜨고 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경우, 어플로 인테리어 시뮬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어플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집 공간에서 인테리어를 실제와 유사하게 꾸밀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실제로 올해 1~8월 기준 해당 서비스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77% 늘었고, 사용자는 64.5% 증가했다. 한국프롭테크포럼 조인혜 사무처장은“코로나19가 초반에는 악재로 작용했지만, 비대면 기술이 떠오르면서 프롭테크 산업에서 VR을 활용한 분야가 점차 주목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서 활성화되지 못했고, 기술에 대한 반감이나 정부의 규제 측면에서 제약이 있다”라고 밝히며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전망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 관계자는 “직방이나 더존비즈온 사례처럼 기술과 시장이 만났을 때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프롭테크 유관기관 간의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 2020-12-0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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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령 순수양떼목장과 키덜트 비엔나인형박물관
- 강원도 목장 순례 끝에 만난 진짜 순수양떼목장 노을이 아름다운 곳. 아는 사람은 알음알음으로 찾아가는 명소다. 이곳 순수양떼목장에서는 목장 길을 산책하며 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길이든 초지든 제 세상인 듯 자유롭게 다니는 양들의 천국이다. 이런 풍광이 다른 양떼 목장과는 확실한 차별성이다. 동화 속에서 그려져 있는 이미지처럼 투실투실하고 털빛은 하얗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양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떠오르는 목가적인 풍경, 노을빛에 양털 색도 멋져 보이고 어느새 동심에 젖어든다. 순수양떼목장은 평창 라마다호텔 내에 위치한다. 양과 염소, 알파카를 지척에서 보면서 먹이를 주는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에게는 최적의 여행지다. 알파카는 가까이 다가가서 먹이를 줄 때 한 마리의 알파카에게만 먹이를 주면 침을 뱉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고 주의를 요하는 안내문구가 있다. 눈에 보이는 알파카 모두에게 골고루 먹이를 분배해서 주는 것이 좋겠다. 반려견 동반도 가능하지만 입장료를 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을 동등하게 대하는 곳이라는 느낌이다. 이곳의 동물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탓인지 다른 목장들보다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입장료에 포함된 먹이 봉지를 노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유 중인 어린 양에게는 먹이를 주면 안 된다.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빼면 자유롭게 산책하고, 양들과 포즈를 취하고, 그네를 타고, 아기 양들을 보고… 순수하게 목장을 즐길 수 있다. 평창의 순수양떼목장을 가볼 생각이라면 이왕이면 해 질 무렵에 맞춰 방문해보자. 목가적인 풍경과 어우러지는 저녁노을을 보면서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평창군 대관령면 오목길 152 033-335-1497 입장료: 성인 5000원 / 어린이․청소년 4000원 / 반려동물 3000원 관람시간: 4~10월 09:00~18:00 (매표 마감 17:00) 11~3월 09:00~17:00 (매표 마감 16:00) 키덜트 감성 자극은 기본,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비엔나인형박물관 어느 순간 인형과 피규어가 키덜트의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다. 2019년 개관한 비엔나인형박물관은 오스트리아 마을인 티롤빌리지 내에 위치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애장한 작품을 기증해 키덜트들의 감성을 충족하고 있다. 종이학의 전영록, 그의 노래는 수없이 많지만 종이학 천 개를 접는 유행을 만들었던 노래가 기억에 자리 잡고 있다. 레이 조, 정미숙, 이동한, 이상진, 김선영 작가, 이스안 작가, 성남숙 디자이너 등 인형에 심취한 사람들이 수집하고 만들어낸 작품들이 박물관을 가득 채우고 있다. ▲평창군 대관령면 솔봉로 296 티롤빌리지 관람시간: 10:00~18:00 (매주 수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1만 원 / 중고생 8000원 / 어린이 7000원
- 2020-11-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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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에 AI 바람이 분다
- 2화 금융에도 AI 바람이 분다 영화처럼 AI와 사랑을 나누는 세상은 아니지만, AI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왔다. 기술의 변화 속도는 빠르고 무섭다. 잔돈을 뒤져가며 공중전화의 버튼을 누르며 안부를 전하고, 약속을 잡던 시절은 이제 까마득하다. 카톡 전송 버튼 하나면 안부는 기본이고, 실시간으로 상대방에게 약속 장소를 보낸다. 장을 보러 밖에 나갈 필요도 없다. 버튼 하나만 누르고 자면 장바구니가 문 앞에 와있다. 송금하기 위해서 은행 창구를 찾아가거나, ATM 기기 앞에서 씨름할 필요도 없다. 비밀번호 6자리면 송금이 그 자리에서 바로 된다. 전염병으로 인한 비대면 일상이 비정상적인 건 사실이지만, 의외로 불편하지는 않다. 그만큼 기술의 발달로 인한 비대면이 익숙하다. 그만큼 비대면 기술이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 금융시장의 화두, AI 금융시장은 비대면이 화두다. 코로나 19가 비대면 금융의 가속화를 앞당긴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금융업의 비대면 서비스는 활발했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국내 인터넷 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 수는 1억 5923명(동일인 가입 중복 허용)으로 전년 말보다 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 뱅킹을 통한 입출금 및 자금이체 이용 비중은 59.3%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6명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AI가 금융권에서 디지털 전환의 선두 기술로 사용된다. 시중은행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IBK 기업은행은 AI 부동산 자동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국토교통부, 법원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 가능 여부와 금액 등을 심사한다. 신한은행은 ‘AI 음성봇’을 통해서 고객 전화 문의를 응대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AI는 미래에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이며, 시장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자산운용산업의 인공지능 기반 혁신 동향 및 사례’에 따르면 AI 스타트업에 대한 전 세계 민간 투자 규모는 2010년도 13억 달러 이후로 연 48% 증가율을 보인다. ◆ 로봇도 투자를 한다 AI는 투자 시장에서도 활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투자전문가의 합성어다.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기술을 사용해서 자산 관리를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서 투자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직접 자산을 투자하고 관리한다. 이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 전문분석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전 세계 운용자산 규모는 1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 향후 3년간 연평균 21% 성장을 지속하여 2023년 2조6000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도 전망은 밝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시장은 2025년 46조 원 정도의 규모가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도 이 서비스에 관한 관심도가 올라갔다. 증권전문 전산회사 코스콤에 따르면 2017년 8월 5825명에 불과하던 가입자 수는 2년 만인 지난해 9월 1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1월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가입자 수는 13만 명 정도였는데, 8월에는 22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2배 정도 증가했다. 코스콤 관계자는 “올해 초 몇몇 핀테크 업체가 규모를 늘리면서 앱과 같은 모바일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런 영향 탓에 가입자 수가 늘었다. 코로나 19 이후 언택트가 부상되던 시기와 잘 맞아떨어졌다.”라고 밝혔다. ◆ 수익은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코스콤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주요 벤치마크(KOSPI200) 수익률이-19.39%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위험 기피 현상이 증가하자 국내외 주요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에 위험 중립형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수익률은 –10.59%였다. 전염병이 불러온 악재를 딛고 나름 선방한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장점은 안정적인 운용에 있다. 코스콤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고수익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시장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장점은 안정적인 운용에 있다. 상승세인 코스피 지수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지만, 그만큼 코스피가 하락할 때 손해도 적다.”라고 밝혔다. 한편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위원은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 측면에서 봤을 때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변동이 되는 수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 펀드가 하락세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콤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위험 중립형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수익률은 10.28%였다. 주요 벤치마크(KOSPI200) 수익률인 18.27%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대박은 어렵지만 꾸준히 소폭의 수익은 얻을 수 있다. ◆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현실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치상으로는 전망이 밝지만 깊게 들어가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수요 측면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는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는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보다는 회사의 금융상품을 안내하는 채널에 머물러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의 비교도 언급했다. “미국처럼 자산관리 서비스가 하나의 플랫폼처럼 굳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아울러 로보어드바이저를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업체도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규모나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현재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서비스는 자산전문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저렴한 수수료, 대면이 필요 없는 간편함이 장점 중 하나다. 비대면 금융이 가속화된다면 필요한 서비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자산운용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젊은 세대도 주식과 노후준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동학개미운동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제대로 된 자산관리 서비스가 정착되기 위해서 정부, 기업, 개인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간이다.
- 2020-10-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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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을 잡고 노닐다
-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나는 서예에 입문한 지 8년이 넘었다. 그런데 덧없고 가뭇없고 하염없다. 붓을 잡기 전에는 내가 그래도 좀 쓸 줄 알았더니 도무지 나아지는 게 없고, 지금 서예에 기울이는 열성과 공부시간은 시작 때보다 훨씬 못하다. 이틀 전 서예모임 겸수회(兼修會)가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하는 겸수회 소풍은 일반 단체의 나들이와 다르다. 그 계절에 맞는 시문을 선정한 다음 지필묵을 준비해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한 글자씩 써서 글을 완성하는 게 주 행사다. 이번 가을엔 단풍을 노래한 연산군(1476~1506)의 한시와, ‘가을’이라는 한글 가곡이 선정됐다. 연산군의 시는 이렇다. “단풍잎 서리에 취해 요란히도 곱고/ 국화는 이슬 젖어 향기가 난만하네/ 천지조화의 말없는 공 알고 싶으면/가을 산에 올라 그 경치 보면 되리”[楓葉醉霜濃亂艶 菊花含露爛繁香 欲知造化功成默 須上秋山賞景光] 연산군의 시를 쓴다는 데 놀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진지하고 즐겁게 참여했다. 이렇게 함께 글씨를 쓰다 보니 내가 참 엉터리라는 걸 다시 알게 됐다. 스스로 한심 두심 세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붓의 소풍’은 나들이를 통해 우의를 도모하면서 각자의 자세와 내공을 점검하는 의미를 갖는데, 남들 앞에서 붓 잡고 글씨를 쓰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초창기에 덜덜 떨었던 나는 지금도 남들이 보는 데서 글씨를 쓰는 게 영 어색하고 서투르다. 나는 모든 서예 단체가 이런 형식의 소풍을 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우리 서예 스승인 하석 박원규 선생님의 창안이었다. 글을 고르는 것, 지필묵을 준비하는 것, 막내부터 역순으로 글씨를 쓰는 것, 그리고 끝난 뒤 식사와 산책으로 마무리하는 전 과정이 소풍이면서 학습이다. 노는 듯하지만 간단없이 이어지는 공부인 것이다. 이런 걸 뭐라고 불러야 하나. 벼루가 들어가는 말로는 세연례(洗硯禮)가 있는데, 글을 짓거나 책을 읽는 모임을 마칠 때 베푸는 잔치를 뜻하는 거라서 의미가 좀 다르다. 선비들이 글을 지으며 노니는 만남과 풍류의 모임을 아회(雅會)라고 하니 필아회(筆雅會) 또는 묵아회(墨雅會)라고 불러볼까. 붓을 모아 시문을 완성하니 합필(合筆)아회라고 해볼까. 그러나 찾아보니 합필은 여러 필의 토지를 합쳐 한 필로 만든다는 말이었다. 합필이 안 되면 거꾸로 필합(筆合)은 어때? 필합아회, 발음하기 쉽지 않다. 붓잔치, 즉 필연(筆宴)은 어떨까. 춘필연 추필연 식으로 쓰면? 그것도 좀 어색한 것 같다. 그러면 기초로 돌아가 그냥 알기 쉽게 필묵회(筆墨會)? 이렇게 이름을 궁리하느라 자료를 찾다가 영조~순조 연간의 문신 권상신(權常愼, 1759~1824)의 소풍 이야기를 읽게 됐다. 그는 1784년 3월(물론 음력) 어느 날 벗들에게 남산 꽃놀이를 제안한다. 비가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에 제1조, 제2조 형식의 ‘남고춘약’(南皐春約, 남산 봄나들이 조약)을 정했다. 빗속에 노니는 것은 꽃을 씻어주니 세화역(洗花役), 안개 속에 노니는 것은 꽃에 윤기를 더해주니 윤화역(潤花役), 바람이 불면 꽃이 떨어지지 않게 지켜주는 것이니 호화역(護花役)이라고 했다. 간단히 말해 날씨 핑계 대지 말고 놀러 가자는 것이다. 꽃을 꺾으면 벌주, 잘 걷는다고 혼자만 가도 벌주, 규정시간이 지났는데 글을 못 짓고 끙끙거려도 벌주, 술잔을 잡고 가만있어도 벌주다. 재미있는 건 술이 약한 사람에 대한 배려다. 도저히 못 마시겠으면 술을 꽃 아래에 부으면서 머리를 조아려 “삼가 꽃의 신이시여. 주량을 살피소서. 주량이 정말 적어 술을 땅에 붓습니다” 하고 고해야 한다. 권상신의 소풍 규약은 봄나들이, 그러니까 구체적으로는 진달래꽃이 필 때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가을에 국화 필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음력 9월이며 음력 9월의 별칭은 국추(菊秋), 국월(菊月)이다. 가을은 곧 국화다. 계절은 23일 상강, 25일 중양절(음력 9월 9일)로 이어진다. 가을은 깊어지고 깊어져 어느덧 저물려 하고 있다. “푸른 물가 한두 잎 낙엽이 지고/ 들리느니 개울물 소리뿐이네/ 타다 못해 지는 잎 내 어이하리.” 그날 우리가 함께 쓴 한글 시는 내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전범중)이 짓고 음악 선생님(박일환)이 작곡한 노래다. 50여 년 전에 배웠지만 여전히 새롭다. 이렇게 함께 어울려 글씨를 쓴 다음 즐겁게 점심을 먹고 우리 동연(同硯, 서예를 함께 배우는 동료 학우)들은 한강변을 거닐었다.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햇살이 반갑고 바람이 시원했다. 한강변에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붓을 가지고 놀았지만, 사실은 그날도 붓이 날 가지고 놀았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나? 언제나 붓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아니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건지. 강변을 거닐며 싱거운 소리를 연발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계속했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소풍을 대체 뭐라고 해야 되지? 좋은 이름이 없나? 누가 좀 멋지고 적확한 말을 찾아내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후사할 텐데(후사=일이 다 끝난 뒤 고맙다고 말로 때우는 것).
- 2020-10-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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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인감’ 동네 책방에서 크라우드 펀딩 출판까지
- 몇 년 전부터 나만의 북큐레이션으로 무장하고 독자와 호흡하는 소소한 이벤트로 세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던 동네 책방을 되살려내고 있는 책방지기들이 등장했다. 이곳 동네 책방 한쪽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조용히 책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가슴속 묻어뒀던 작은 행복 하나가 ‘똑똑’ 심장을 두드리며 응답한다.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가 행복한 삶’이 좋다. 오늘 당장 떠날 것, 가까운 동네 책방으로!!” “책방도 사업입니다.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 문 닫아야죠.” 어? 이 사람 ‘찐’이다. 소위 공트럴파크(공릉동+센트럴파크), 옛 경춘선 철길 따라 조성된 노원구 시민공원 한쪽 2층에 위치한 동네 책방 ‘책인감’. 이곳에 위치해 있던 책방 ‘51페이지’를 인수해 간판을 바꿔 단 지 2년 9개월 됐다. 이제 막 전업 3년 차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대기업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동네 책방 운영자, 1인 출판사 사장 및 출판 기획자, 저자, 강연자, 콘텐츠 기획자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세포분열 중이다. 이철재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 18년 동안 안정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조금씩 직책이 높아지고 중간관리자가 되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녹록지 않았단다. 합리적이지 않은 상사의 지시, 몇 차례 설득과 설명을 해도 돌아오는 건 “까라면 까”라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싫었다. 부하 직원에게 자신 역시 똑같이 불합리한 지시를 내리고 업무 성과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하게 됐을 때 인생 2막을 준비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무작정 그만둘 수는 없어 ‘뭘 해볼까?’ 고민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해보자’ 마음먹고 동네 책방 쪽을 알아보게 됐단다.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기존 사업체 인수가 여러모로 나을 것 같아 ‘51페이지’와 계약을 하면서 미련 없이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딱히 책을 열렬하게 좋아했던 건 아니었단다. 자전거 타고 전국을 누비며 여행을 하다가 동네에 자그맣게 자리한 동네 책방들을 만나게 됐고 콘텐츠로서 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호기롭게 사표를 던지고 나와 새로운 인생의 길을 만들고 있는 중이지만 ‘바깥은 전쟁터’라는, 드라마 ‘미생’의 대사를 실감하고 있다. 그래도 대기업 출신이 운영하는 동네 책방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주인장 ‘이철재’를 궁굼해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정답은 없지만 계속 도전하는 이유 현재 이철재 대표는 꾸준히 책 관련 콘텐츠 기획을 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처음부터 동네 책방 운영만이 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1인 출판사 ‘책인감’을 통해 ‘이철재’ 이름으로 두 권의 책을 펴냈고 책을 출간하고 싶은 이들과 협업으로 세 권의 책을 더 세상에 선보였다. 이 대표의 저서 ‘1인 가게 운영의 모든 것’은 서점 주인만을 대상으로 펴낸 책이 아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1인 가게 운영자들이 꼭 알아야 할 A부터 Z까지의 노하우를 담았다. 경영학도답게 1년간 동네 책방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시장분석을 통해 스스로를 컨설팅하고 전국의 동네 책방까지 컨설팅해준다. 이 책이 동네 책방에서 판매되고 지역 서점조합의 주문도 받게 되면서 종종 서점조합이나 도서관에서 열리는 행사 강연자로 초대되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동네 책방 업계에 ‘이철재’라는 세 글자를 알리게 된 셈이다. 그런데 책 출간 방식이 기존 출판사 문법과는 다르다. 한마디로 책을 먼저 판매한 뒤 출간을 진행한다. 지난해 3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통해 펀딩에 나섰고 220명으로부터 531만3800원의 후원을 받았다. 그 뒤 ‘1인 가게 운영의 모든 것’이 출간됐다. 이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펴낸 두 번째 책은 ‘제주 힐링 여행 가이드’. 대한민국 자전거길 국토 완주 그랜드 슬럼을 달성할 만큼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볐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책은 제주 토박이와 관광객으로 이분화돼 있는 제주의 숨은 여행지와 맛집 등을 중간자적 입장에서 소개한 안내서다. 역시 텀블벅 펀딩으로 79명으로부터 164만 원의 후원을 받아 출간됐다. ‘책인감’ 이름으로 펴낸 세 권의 책은 모두 책방 고객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제작 출간됐다. 서울시민정원사회가 펴낸 ‘서울시민정원사가 들려주는 가드닝 이야기’, 시와 꽃 동인들이 펴낸 시집 ‘꽃씨한톨’, 간호사 김미정 씨가 펴낸 ‘아무도 나를 말릴 수 없다’ 등이다. 책방에서 독서모임을 갖거나 자주 방문하는 고객들이 토로한 출판의 어려움을 듣고 시작된 프로젝트들이다. “동네 책방은 왜 대박을 기대하면 안 되죠?” 이렇듯 이철재 대표는 동네 책방을 기반으로 문화 콘텐츠 기획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두번째 외연 확장은 마을공동체 및 서울시, 공공기관의 다양한 지원사업 도전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는 뚝딱 만들어내던 기획서 작성 능력을 바탕으로 공공기관의 다양한 수행 사업을 실행 중이다. 특히 마을공동체 사업 등은 책방 공간을 활용한다.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여 그림을 배우거나 기타 다양한 활동을 하는 장소이자 ‘책인감’을 널리 알리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동네 책방의 단골 이벤트라 할 독서모임도 눈길을 끈다. 과학책 읽는 모임인 ‘과학강좌’와 ‘여행강좌’, 그리고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이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모여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금요와인’ 등이 있다. 과학에 관심이 많고 여행과 와인을 좋아하는 주인장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Mini interview '책인감' 이철재 대표 현재 텀블벅 프로젝트 3탄을 준비중이다. 책방 운영하랴… 공공 지원사업 신청하랴… 부족한 시간 가운데에서도 세번째 책 집필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철재 대표가 회사 생활할 때 ‘엑셀의 신’으로 불렸던 본인의 꼼꼼한 엑셀 활용법을 복기하면서 직장 생활의 애환을 담을 예정이다. 엑셀의 무한한 활용을 꼼꼼하게 전수할 실용서에 회사 생활의 애환을 함께 담는 실용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집필 시간이 너무 부족해 월요일 하루였던 책방 휴무를 화요일까지 이틀로 늘렸을 정도다. 이전 텀블벅 프로젝트보다 훨씬 대중적인 분야라 모금액이 더 많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안에 출간하는 것이 목표란다. 남들이 안 하는 것들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는 질문에 이철재 대표는 아래와 같이 답을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정답은 없지만 이런 시도를 계속하는 건, 그래야 발전하니까요.” ‘책인감’ 서울 노원구 동일로 182길 63-1, 2층
- 2020-10-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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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뮤지컬 배우 최정원의 늙지 않는 열정
- 1989년 데뷔 후 30여 년째 뮤지컬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배우 최정원. 그녀는 뮤지컬이란 장르가 대중화되지 않은 시절 발로 뛰며 관객을 모은 한국 뮤지컬 역사의 산증인이다. 이후에도 출산하던 해를 빼고 한 번도 쉰 적이 없는 그녀는 뮤지컬 ‘시카고’에서 젊은 죄수 록시 하트부터 중년의 죄수 벨마 켈리를 맡을 때까지 작품과 함께 청춘을 보낸 천생 배우다. 그녀에게 무대란 어떤 존재일까.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고스트’로 돌아온 배우 최정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을 7년 만에 만나는 소감이 어떤가? 정말 많이 기다렸어요. 7년 전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황홀했고,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자긍심이 있었거든요. 다른 배우분들도 작품에 애정을 많이 쏟아서 팀워크도 좋았고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시즌에도 지난 공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많아요. 모든 배우들에게 특별한 작품이에요. ‘오다 메 브라운’은 어떤 캐릭터인가? 오다 메는 어렸을 때부터 귀신을 봤어요. 엄마가 밥을 먹고, 일을 할 때 귀신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죠. 그리고 엄마처럼 되지 않을 거라 다짐했지만,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돼요. 그러다 영혼이 된 샘과 인간 몰리의 가슴 아픈 사랑을 이어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하죠. 비록 전과 기록도 있고 사기꾼으로 살기도 했지만, 따뜻하고 정 많은 캐릭터예요.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이 캐릭터를 맡은 게 매우 즐거워요. 영화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면? 판타지적인 내용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거겠죠. 영화에서는 CG 기술을 활용했지만, 고스트는 그런 부분을 마술로 구현했거든요. ‘어떻게 같은 사람 두 명이 무대에 있을 수 있지?’, ‘샘을 따라다니는 파란색 조명은 어떻게 한 거지?’ 하고 감탄하면서 보면 몰입도가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해요. 같은 장면이라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마법은 감동이 다르니까요. 배우 최정원에게 무대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일을 안 하는 것 같다던데, 제가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엄마 옷을 입고 “우리 아기” 하며 엄마인 척도 해보고, 할머니 흉내도 내며 놀았어요. 그렇게 놀고 나면 엄청 행복했죠. 지금도 저는 공연이 끝나면 “고생하셨습니다” 하는 인사가 와 닿지 않아요. 고생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오히려 늘 행복하고 기쁘죠. 그래서 고생했단 말 대신 “얼마나 즐거웠어요?” 하고 물어봐주길 바라요. 30년간 쉼 없이 활동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30여 작품에 참여했는데, 제 안에 들어왔던 캐릭터를 떠올리면 저는 점점 더 멋진 여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같은 캐릭터라도 7년 전의 오다 메보다 지금의 오다 메가 더 맘에 들거든요. 맘마미아나 시카고도 마찬가지고 좋은 점은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려고 노력한 덕분인 것 같아요. 배우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달라진 점은? 배역도 시간이 지나면 훨씬 더 좋아지는데, 하물며 사람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까요. 나이가 들면 주름은 생기겠지만 내면은 젊었을 때보다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타임머신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대신 미래로 가서 60~70대 제 모습을 보고 싶어요. 하루하루 열심히, 작품마다 성실하게 임했으니 시니어로서 제 모습이 기다려지는 건 당연하죠. 앞으로 이루고픈 꿈이 있다면? 사실 저는 감사하게도 코로나19가 발생한 후에도 두 작품에 참여해 관객분들을 만났는데요. 마스크를 쓴 채 큰 박수를 쳐주시는 분들을 보며 언젠가 꼭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배우로서 50주년을 맞이하면 70세가 될 텐데요. 그때 관객분들을 무료로 초청해 공연을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연기했던 캐릭터를 모두 선보이면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제 꿈이에요. 뮤지컬 '고스트' 일정 2020년 10월 6일~2021년 3월 14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매튜 워처스 출연 최정원, 주원, 아이비, 김승대 등
- 2020-10-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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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만점 열대식물 매력 탐구
- “여기 한국 아니죠?” 한 SNS에 올라온 사진에 달린 댓글이다. 스크롤을 올려보니 사진 속엔 셀 수도 없이 많은 열대식물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마치 동남아시아 휴양지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발리도, 다낭도 아닌 이곳은 경기도 광주의 한 빌라. 열대식물 애호가 이대호(42) 씨가 손수 가꾼 하나뿐인 정글이다. ‘가을=단풍’의 공식을 깨고 사계절 내내 열대식물과 함께한다는 이 씨. 쌀쌀한 가을날, 그의 집에 방문해 열대식물의 매력을 탐구해봤다. 답답한 도시생활, ‘몬스테라’가 건넨 작은 위로 경상북도 청도군에서 자라고 난 이대호 씨는 어느 날 각박한 도시생활에 염증이 났다. 빽빽한 인파 속에서 숨 돌릴 틈 없이 출근하고 집에 돌아와 고된 몸을 누이면, 마음 한구석 고향 생각도 나면서 왠지 모를 갑갑한 기분에 울적해지기도 했다. 그 무렵 이 씨는 단순한 계기로 식물 몇 종을 돌보기 시작했다. ‘남들 다 키우니 나도 키워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처음 키우기 시작한 식물은 몬스테라였다. 몬스테라는 ‘이상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몬스트럼’(Monstrum)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어원처럼 이파리가 갈기갈기 찢겨 있는 듯한 독특한 모양새가 특징이다. 범상치 않은 외형 때문에 성인 몸집만 한 몬스테라는 ‘몬스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드센 생김새와는 달리 다루기 쉽고 편해 식물 집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식물이다. 이 씨 또한 몬스테라의 개성 있는 매력에 빠진 사람 중 한 명이다. 몬스테라를 돌보며 식물에 재미를 붙인 그는 자연스레 다른 열대식물도 집 안에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초보 집사였던 이 씨는 본의 아니게 수많은 식물을 희생시키며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몬스테라는 그의 곁을 굳건히 지켰다. 그렇게 1년 8개월이란 시간이 흐르고 자그마했던 몬스테라가 천장에 닿을 만큼 ‘폭풍성장’하는 동안, 이 씨는 250~300여 개의 열대식물로 집을 가득 채웠다. 회색빛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푸름을 느낄 수 있도록 살고 있는 집을 숲처럼 만든 것이다. ‘필로덴드론’으로 만들어낸 정글 2018년 초, 몬스테라를 시작으로 열대식물의 세계에 입문한 이 씨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어나갔다. 거실 전체를 식물 공간으로 꾸민 ‘거실 정원’을 만들었으며, 더 많은 식물을 들일 수 있도록 2층 테라스를 확장 공사했다. 때마침 발육이 빠른 열대식물들은 경쟁하듯 몸집을 키워나갔고, 테라스가 가득 채워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 씨의 ‘테라스 정원’에는 다양한 열대식물이 살고 있지만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건 필로덴드론속 식물이다. 필로덴드론은 알려진 종류만 수천 가지가 넘는 넝쿨 식물로, 화분에서 키우는 직립형과 벽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형이 있다. 그중 이 씨의 테라스에 줄지어 있는 것은 필로덴드론 파스타짜넘, 필로덴드론 마메이 실버클라우드, 필로덴드론 베루코섬·멜라노크리섬 교배종 등이다. 잎이 하트 모양으로 둥글고 넓적하다. 얼핏 보면 모두 똑같은 종 같지만, 잎의 색이나 질감 등은 다 다르다. 열대식물 중 필로덴드론을 가장 좋아한다는 이 씨는 마디를 잘라 다른 화분에 옮겨 심는 방식으로 개체수를 늘린다. 넝쿨형 필로덴드론은 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지지대를 세워준다. 번식을 시키다 개체수가 너무 많아 감당하기 버겁거나 공간이 부족할 땐 지인에게 나눠주거나 SNS를 통해 분양한다. 흔하지 않아 아름다운 ‘칼라디움 스트로베리스타’ “희귀하고 독특하잖아요.” 열대식물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다. 실제로 필로덴드론을 비롯해 대부분의 열대식물은 우리나라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 씨가 애지중지하는 칼라디움 스트로베리스타도 열대식물을 직수입하는 한 블로거를 통해 겨우 구했다. 칼라디움 스트로베리스타는 이파리 안에 딸기색 반점이 콕콕 박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질감이 두껍고 거친 대부분의 열대식물과는 달리 잎이 얇고 포슬포슬해 마치 한지를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겨울에 동면을 시켜줬다가 봄이 되면 다시 심어야 해서 손이 꽤 가지만, 그 고고한 자태를 보고 있으면 그리 수고로울 것 같지도 않다. 칼라디움 스트로베리스타와 같은 희귀 열대식물은 들이는 것도 힘들지만, 어렵사리 구해도 정보가 많지 않아 키우면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이에 열대식물 집사들은 주로 카페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정보 품앗이’를 한다. 직접 키우면서 겪은 경험담과 정보를 공유해 그들만의 데이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 씨 또한 처음 식물을 키울 때 네이버 카페 ‘알뜰한 식물생활’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올해 3월부터는 인스타그램 채널을 열어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식물의 ‘시옷’ 자도 관심 없었던 평범한 회사원 이 씨는 최근 실내 정원 관리사로 직업을 바꿨다. 식물을 키우다 보니 전문적인 업으로 삼고 싶어졌다는 것이 그 이유. “앞으로 제대로 공부하고 지금보다 더 많이 키우면서 분양도 하고, 지인들에게도 종종 나눠주려고 해요. 사계절 내내 푸릇하고 싱그러운 열대식물의 진가를 많은 분이 알면 좋겠어요.”
- 2020-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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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주식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붉은색이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더니 순식간에 파란색으로 변했다. 계좌의 주식이 거의 동시에 하락하고 있었다. 3월에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주가가 반이나 빠졌다더니 이게 말로만 듣던 폭락장인가 싶었다. 그녀(경제스터디 선생님)는 “코스닥 지수 하락”이라고 표현했다. 아, 그동안 많이 들어본 코스닥, 코스피 지수. 역시 주식은 어렵다! 이름이 '지수'인 조카가 문득 떠오른다. 스마트한 핸드폰으로 코스피, 코스닥을 얼른 찾아보고 코스닥 차트를 보니 역시 파란 음봉이 뜬 채 하락 중이다. 잠깐 설명하자면 코스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식 지표다. 삼성전자와 같이 국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식시장을 말한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주식 변동을 비교해 작성한 것이 코스피 지표로 시장에 상장된 전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한다. 코스닥은 코스피에 올라가지 못한 장외등록주식을 사고팔기 위한 전자거래시스템을 말한다. 미국 벤처기업을 사고파는 나스닥의 이름을 참고해 1997년 시가총액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삼성전자처럼 코스피 상장 조건을 충족하진 못하지만 미래 가능성이 많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열리는 시장이다. 즉,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같이 시가총액이 큰 시장, 코스닥은 그보다 작은 시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빠지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폭락장이 있던 저녁, 주식을 하면서 보게 된 경제 뉴스에 '20일 코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7.6 포인트(-3.37%) 내린 791.14로 장 마감했다'라는 내용이 나왔다. 잊고 있던 계좌의 파란색 숫자들이 아른댄다. 초보들이 심장을 벌렁대던 폭락장에도 덤덤했던 이는 단 한 사람. 우리의 경제 선생님 그녀다. 그녀는 실시간으로 지금은 현금 확보를 해야 한다면서 이익 중이거나 본전 근처에 있는 것들은 절반 혹은 전량 매도하라고 했다. 종목을 줄이고 재료가 분명한 것들은 주가가 확실히 바닥을 잡을 때 추가로 사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 정도는 폭락도 아니고 현금과 시간이 있으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있어야 할 두 가지가 없긴 했지만 마음이 좀 편해지긴 했다. 사실 그동안 몇만 원에서 수십만 원 정도까지 수익이 나서 주식으로 돈 벌기가 이렇게 쉬운 거구나 하며 큰코다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락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조금 떨어져도 하루 이틀 지나면 다시 오르곤 했다. 이번처럼 동시에 미끄럼 타듯 주르르 내려가긴 처음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보이지도 않는 쥐꼬리만큼 수익이 나는 재미로 조금씩 추가한 금액도 애초 계획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던 중이었다. 확정된 건 아니지만 수십만 원의 손실이 생기니 정신이 번쩍 든다. 애초에 정한 금액으로 소소한 용돈벌이에 목적을 두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고 보니 짧은 시간 참 다양한 경험을 했다. 거래정지, 원격조정, 상승에 하락에 폭락장까지. 다음엔 무슨 일이 생기려나? 확실히 주식은 만만한 게 아니다.
- 2020-08-28 0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