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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에 혼자 떠나는 여행- 몸을 낮춘 나를 마주하는 '템플스테이'
- 마음에도 무게가 있을까. 대개 이상, 사회공헌, 자아실현, 사랑, 성공 등 몇몇 단어에 행복이 있다고 믿는다. 뒤도 안 보고 달린다. 돌아보면 이리 저리 치였고, 주름은 하나둘 늘었다. 지난 세월의 무게만큼 늘어진 몸, 마음에도 무게가 있을까. 측량해 볼 수도 없지만 마음속엔 늘 돌덩이 하나 앉아 있다, 중년이다. 잠깐, 돌덩이 내려놓을 휴식이 필요하다. 오전과 오후 일상을 이어주는 낮잠처럼 쉼표 하나 찍는 것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잠 깨면 다시 일상이지만 그와는 다른 힘을 주는 낮잠이 있다. ‘템플스테이’다. 전국에는 훌쩍 찾아가도 낮잠을 내주는 사찰이 많다. 사찰에서의 하룻밤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한다. 나를 되돌아보는 성찰이다. 천혜의 자연은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그래서 떠난다. 글 최호승 법보신문 기자 0910time@naver.com 사진 한국불교문화산업단 제공 거북도 쉬어 가는 성주 심원사 거북도 쉬어 간다는 경북 성주 심원사는 지친 몸과 마음을 뉘일 수 있는 곳이다. 소백산맥 자락 가야산에 둥지를 틀고 있는 산사다. 일찍이 에 ‘가야산의 지세나 풍경이 천하에 뛰어나며 그 덕은 해동에 견줄 곳이 없으니 참으로 수도하기 좋은 곳’이라고 했으니, 심원사는 일상 속 쉼표를 찍기에 제격이다. 심원사는 등산객으로 비좁은 가야산 안에 있지만 관광객을 만나기 어렵다. 그만큼 다른 세상이라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여기만 한 곳이 없다. 가야산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어 거북이처럼 쉬어 갈 수 있다. 특히 심원사는 ‘푹 쉬다 가이소’라는 휴식 템플스테이가 주말과 평일에 운영된다. 기본적인 사찰예절과 108배 등을 빼면 간섭을 받지 않는다. 사찰에 도착하면 단아한 수련복을 제공받고 기본적인 일과 설명이 끝나면 자유다.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참가비가 아쉽다면 차담을 권한다. 스님과 차담이 자유로워 말 못할 고민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유필상 상상출판 대표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도움으로 이곳을 찾아 스님을 만난 뒤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촌음을 다투며 워커홀릭으로 살았던 과거와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했던 아픔을 잠시 내려놓고 비로소 자신 안의 ‘나’와 마주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는 “잘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스님이 답했다. “‘걸리버 여행기’에는 반짝이는 돌을 갖기 위해 싸우고 숨기는 이야기가 나오네. 자네가 가지려는 그 무엇이 반짝이는 돌과 무슨 차이가 있겠나. 잃어버리면 낙심하고 세상 다 끝난 것 같고 죄진 것도 아닌데 피하고 숨어 지내는 것 아니겠나. 돈이든, 자리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밤엔 가야산 산줄기 따라 쏟아지는 별빛에 몸과 마음을 샤워하는 환상적인 시간이 참가자를 기다린다. www.simwonsa.kr 054)931-6887 내게 걸어 들어가는 길, 반야사 충북 영동 반야사도 혼자 가야 정취를 제대로 느낀다. 자신을 위한 여행의 로망을 풀어놓기에 영동 첩첩산중에 자리한 반야사가 안성맞춤이다. 반야사는 큰 물줄기를 끼고 있다. 소백산맥 줄기에 솟은 백화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산허리를 감아 돌면서 만든 연꽃 모양 중심에 반야사가 있다. 반야사의 길은 특별하다. 숲에 난 오솔길을 한참 걸려야 산문에 다다르는데, 이 길의 고요함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넓지 않은 도량에 문수전과 관음전이 적당히 떨어져 있어 오가는 길이 곧 산책로이자 사색의 길이다. 문수전을 돌아 푸른 대나무 숲을 지나 관음전으로 향하는 짧은 산책로는 맨발로 걸으며 흙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통로가 된다. 또 산마루에 있는 문수전까지 이르는 길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다. 정묵당 뒤로 개천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계단이 나오는데, 물길 따라 걷는 이 길은 압권이다. 그리고 관음전 연못가는 자신을 반추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상시 운영 템플스테이 ‘난 나를 사랑해’와 특별 프로그램 ‘또 하나의 시작’에서 누구나 길을 만날 수 있다. 별빛 아래 산책은 반야사 템플스테이의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한낮의 산행과 다른 맛과 멋을 선사한다. 반야호수 주변에는 가로등 몇 개만 가물거린다. 달과 별을 위한 배려다. 한적한 이 호숫가를 거닐면서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며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반야호숫가, 관음전 오솔길, 편백나무숲, 수령 500년 된 배롱나무, 문수전 등 반야사 도량이 건네는 쉼표이기도 하다. 심원사에 이어 반야사도 찾았던 유필상 상상출판 대표는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웠던 자연의 소리에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 순간,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했다”고 회고했다. www.banyasa.com, 043)742-7722 지리산 천왕할미 품 속 산청 대원사 아픈 배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약손처럼 위로가 필요할 땐 지리산 산청 대원사로 발길을 돌려보자. 대원사는 주차장에서 3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천왕봉에 이르는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새재마을 아래에 일주문이 있다. 대원교에 올라서면 남한 제일이라는 시원한 계곡 경치가 맞이한다. 천왕봉에서부터 중봉, 하봉을 거쳐 쑥밭재와 새재, 왕등재 등을 지나온 실개울들이다.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사찰예절과 합장, 절에 대한 의미를 배운다. 이어 지리산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저녁 공양시간이다. 마고할미가 산다는 지리산에 자리한 대원사는 비구니 스님이 거주하는 사찰이다. 여성 수행자들이 있다는 뜻이다. 해서 공양에는 어머니 손맛이 그득하다. 지리산에서 나는 갖가지 산나물이 지천이고, 비빔밥은 나물마다 독특한 향이 날것 그대로 몸과 마음을 적신다. 골짜기 주변으로 맹수들이 많이 살았다는 데서 유래한 맹세이골 숲 탐방을 나서면 지리산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친 나무들이 새로운 이름과 이야기로 다가온다. 대원사에는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이 한 번도 바닥에 눕지 않고 42일 동안 수행했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좌선대가 있다. 흉내 낼 요량으로 앉으면 지리산 치마폭에 안긴 대원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야사에서 하룻밤을 묵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김혜윰씨는 “어떤 모습이어도 있는 그대로 받아 줄 것만 같은 절집으로의 여행은 고향 할머니를 찾는 마음처럼 부담이 없다”며 “힘들다고 한바탕 한탄하고 어리광 부리면 ‘그래,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느냐’며 안아주고 고봉밥을 내주던 할머니 같다”고 했다. 대원사는 ‘몸생생’, ‘마음생생’ 2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계곡 포행(布行: 천천히 걸으며 선을 행함)이나 약초찜지라, 맹세이골 생태체험 등 휴식 템플스테이 ‘몸생생’은 매일 진행된다. 명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면 주말에 ‘마음생생’을 찾길 권한다. www.daewonsa.net, 055)974-1112 사람 향기 풍기는 땅끝마을 해남 미황사 땅끝마을, 그곳에도 절이 있다. 달마산 아래 해남 미황사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주차장에서 미황사로 오르는 돌계단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 섬에 있는 곳을 제외하곤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천년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대웅보전에는 거북이나 게 등 바다생물 문양이 새겨져 있다. 미황사는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이 장관이다. 석양이 물드는 시간,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내려다보는 일몰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달마산에 해 지고 달이 찾아오면, 처마 끝으로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는 밤풍경에 취하는 것이다. 김혜윰씨는 “달마산 정상의 백색 화강암 바위 봉우리가 낙조의 붉은 빛을 받아 더욱 금빛으로 반짝인다”며 “대웅보전 주춧돌에 조각돼 있는 게와 거북이 마치 연꽃 위로 기어 올라가고 있는 듯 보인다”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미황사 경내를 돌아보는 시간을 추천한다. 미황사가 품은 단 하나의 암자인 부도암은 왕복 20분 거리다. 여러 부도탑에는 게와 물고기, 거북 조각이 새겨져 있고, 조각의 소박함에서는 따스함이 묻어난다. 측백나무 숲길이 주는 싱그러움이 그립다면 돌 더미가 흘러내리는 너덜지대를 지나 ‘다르마 로드’에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미황사는 ‘참 나’를 찾는 템플스테이가 인기다. ‘나를 챙기다’는 간단한 수행 프로그램이 있다. 특별 프로그램 중 ‘길 없는 길’을 택한다면 참선부터 다도, 묵언, 오후불식, 수행문답 등을 체험하면서 일상에 길들여진 ‘거짓 나’에서 ‘참 나’를 찾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www.mihwangsa.com, 061)533-3521
- 2015-07-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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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중년 편집숍] Editor’s Pick! 가로수길 두루두루
- 아기자기한 편집숍으로 가득한 신사동 가로수길. 다녀본 사람이라면 익숙하겠지만 ‘한번 가볼까?’ 하는 신중년에겐 막막할 터. 지금부터 소개할 편집숍을 시작으로 차츰차츰 취향대로 가로수길을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빈티지 가구 마니아라면? ‘까사 알렉시스(CASA Alexis)’ ‘까사 알렉시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인들과의 독점적 파트너십을 통해 산업혁명 전후의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감성과 현대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디자인이 가미된 가구와 소품을 선보이고 있다. ‘까사 알렉시스’의 목재라인의 테이블과 의자는 재활용된 엘름과 파인우드, 유럽에서 수입된 오크, 아메리칸 오리나무와 라탄 등을 사용한다. 목재와 더불어 메탈, 스테인리스 스틸, 황동, 패브릭 등을 조합한 독특한 스타일의 가구들과 그에 어울리는 쿠션, 조각, 그림 등 다양한 소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대로 160길 50 문의 02-544-0408, www.casa-alexis.com 북유럽풍으로 손주의 방을 꾸며보고 싶다면? ‘아베크나인(AVEC9)’ 따뜻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북유럽풍 인테리어가 유행인 요즘, 포근한 할머니 품처럼 손주의 방을 아늑하게 연출해 보고 싶다면 ‘아베크나인’을 둘러보자. 개구쟁이 손주와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주부들이 좋아할 리빙 제품까지 폭넓게 마련돼 있어 가끔씩 들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양한 색상과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철제가구 브랜드 ‘페르몹’ 제품을 비롯해 앙증맞은 동물 소품으로 사랑받는 ‘스칸디 시크’의 제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 그릇과 냄비, 컵 등 주방 용품과 화분으로 사용 가능한 천연 섬유 종이백, 알록달록한 돗자리, 은은한 조명, 포인트 쿠션 등 각양각색의 리빙 소품이 있어 쇼핑의 즐거움을 더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161길 59 문의 02-515-9011, www.avec9.com 고급스러우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챕터원(Chapter 1: The art of living)’ 고급스러운 제품들은 어쩐지 중후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져 집안을 꾸미기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이런 점이 고민이라면 챕터원에서 만날 수 있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가볍고 발랄한 인테리어 소품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감성적인 대형 폴라로이드 사진 작품으로 유명한 한홍일 작가의 작품 역시, 가정에서도 편하게 두고 즐길 수 있도록 평소 그의 작품보다 작은 사이즈로 제작된 것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세련된 무늬가 돋보이는 틴 플레이트 접시들의 경우 깨질 염려가 없는 주석 소재의 제품으로 챕터원에서 독점으로 수입 판매하고 있어 중년 여성 고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3-10 페이퍼빌딩 B1 문의 070-8881-8006, www.chapterone.kr 센스 있는 선물이 필요할 땐? ‘미미마끄(mimimac)’ 미미마끄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디자인 저금통은 프렌치 불독을 비롯한 30여 가지 다양한 동물 모양에 손으로 직접 색을 칠한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이 밖에도 가방, 액세서리, 디자인 캔들 등 남녀노소 모두에게 선물해도 좋을 만한 상품들이 다양하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10길 27, 103 문의 02-548-8248, www.mimimac.co.kr 나를 위한 선물이 필요할 땐? ‘헤일로(HALO)’ 중년 여성에게도 근사하게 잘 어울릴 만한 볼드 주얼리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특급호텔 VIP 파티플래너 출신 권진 대표가 직접 해외를 다니며 모아놓은 다양한 볼드 주얼리를 비롯해 44년 역사를 갖고 있는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 ‘바이 사이몬’의 제품을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5-13 문의 070-8688-3942, www.thehalo.co.kr
- 2015-06-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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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성공적 데뷔-7人7色] 영화감독 데뷔 5년차, 윤아병(尹阿炳·77) 씨
- 시집살이에 자식들 키우랴 손에 물이 마를 날 없던 주부의 손에 열정 가득한 땀내가 배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신의 밥을 짓는 일보다 타인의 삶을 찍는 일이 많아진 그녀. 직접 연출, 각본, 촬영, 편집, 내레이션까지 해낸 다큐 영화 ‘나이야 가라’로 제1회 NILE단편영화제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윤아병 씨의 이야기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데뷔하고 싶었던 때는 언제? 어떤 때라기보다는 인터넷부터 포토샵, 무비메이커까지 컴퓨터를 단계적으로 배우며 서서히 꿈을 키워나갔어요. 농사와 집안일에만 희생했던 내가 안타까웠는지 남편은 늘 컴퓨터를 배우라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그땐 듣지 않았죠. 컴퓨터를 배운 건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였어요. 그게 벌써 한 15년 전(당시 62세)이니, 나도 꽤 꾸준히 노력해온 셈이죠. 데뷔하는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점 장·단점이 보이기 시작할 때가 힘들더라고요. 처음엔 뭣도 모르고 즐겁게 했는데 경력이 쌓일수록 잘한 것과 못한 것을 구분할 줄 알게 됐죠. 영상을 편집하다 보면 모자란 점들이 보이거든요. 그럴 때면 ‘내가 젊었으면 더 배워서 모험도 해볼 텐데’ 하고 생각하다가 내 나이가 떡하니 떠올라요. 하지만 나이 때문에 다 포기하는 것은 아녜요. 그 한계를 인정하고, 내 체력과 능력에 알맞은 목표를 세워요. 그 범위 안에서 가장 즐거우면서도 도전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고 있죠. 데뷔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을 해야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매 순간 즐겁게 하고, 무언가를 이루고 나면 그때 잠깐 ‘다음엔 뭘 할까’ 생각하는 정도죠. 감독으로 데뷔했을 때는 세상 사람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줬고, 또 인정받았으니 앞으로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솟구쳤어요. 지금까지 20여 편의 영상을 제작했지만, 계속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작품을 선보이고 싶죠. 그 마음은 변함없어요. 데뷔하게 된 자신만의 강점은? 적성에 맞는 일을 했다는 것이 결국 강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나는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인데 시집살이다 뭐다 해서 참고 사는 게 많았어요. 그런 내 안에 숨겨온 재능과 끼를 훨훨 펼쳐볼 수 있는 일이 바로 영화감독이었죠. 촬영하는 것도 정말 재밌고, 특히 편집하는 과정이 참 좋아요. 그렇게 적성에 꼭 맞는 일을 한 것이 데뷔할 수 있었던 비결이죠. 데뷔 전·후 달라진 점 원래는 누구 엄마, 아무개 할머니 이렇게 불렸는데 지금은 윤 감독님, 윤아병 선생님 이렇게 불린다는 게 가장 커요. 나 같은 노인들이 어디 가면 노인정 가서 화투나 치고 그러는데, 그래도 나는 인정받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데뷔를 잘했구나’ 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누군가가 나를 보고 롤모델로 삼고, 동기부여가 생겼다고 할 때 보람을 느껴요. 지난해에 한 TV 강연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는데 처음엔 나처럼 보잘것없는 사람이 그런 대단한 자리에서 강연을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강연 무대에 올랐는데 생각 외로 반응이 뜨거웠어요.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죠. 그 전까지는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영화를 찍길 잘했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나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용기를 얻은 사람들이 생기는 걸 보고 정말 데뷔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직 주부 경력 53년 나이 77세 데뷔 연차 감독 데뷔 5년차, 데뷔 작 ‘나의 여로’ 꿈 큰 꿈은 없고 현재 촬영하고 있는 ‘노인들의 유치원’을 잘 완성하는 것. 제2, 제3의 윤아병이 나올 수 있도록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
- 2015-06-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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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읽기-추천 공연] <미스터 쇼> 연출 박칼린, "여성들이여, 본능에 충실하라!"
- 욕망하는 신중년을 위한 여성전용 19금 공연 2014년 전국을 뜨겁게 달군 박칼린 연출의 국내 최초 여성 전용 19금 공연 가 더 핫한 무대로 돌아왔다. 여성의 욕망과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탄탄한 근육의 꽃미남 8명이 펼치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물론,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무대 연출은 그야말로 오감을 자극한다. 골프장이나 당구장 등을 찾는 남성들과는 달리 마땅한 아지트가 없는 여성들을 위해 눈치 보지 않고 건강하고 즐겁게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장으로 꾸며졌다. 글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미니 인터뷰] "여성들이여, 본능에 충실하라!" 연출 박칼린 Q) 평소 박칼린 연출의 이미지와 19금이라는 단어는 조금 생소하다. 이러한 무대를 연출하게 된 배경과 계기는? 한국에 살면서 대한민국 여자들이 남자들 없을 때 어떻게 노는지 봤다.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 여성들은 숨어서 이를 해소해야 하는 게 싫었다.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으면서 신나게 놀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여자들끼리 유쾌하게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여고 풍경을 떠올려 보라.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논다. ‘미스터 쇼’는 여성 관객들이 자신의 본능에 따라 맘 놓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Q) 여성의 욕망을 깨우기 위해 출연자들을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고 하는데 여자의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남자의 기준은 무엇이었나? 여성마다 각각 다른 남성에 매력을 느낀다. 때문에, 다양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을 유형별로 구성하려고 했다.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는데, ‘미스터 쇼’ 배우 캐스팅의 중점은 외모나 완벽한 연기력, 댄스 실력은 아니다. 여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Q) 여성관객만을 위한 공연이기 때문에 일반 공연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또 특별히 더 심혈을 기울인 점은 무엇인가? 수위 조절에 가장 고심했다. ‘미스터 쇼’는 야한 쇼가 아니라, 섹시하지만 건강하고 유쾌한 쇼다. 여성들이 보기에 추하거나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장면은 없애고, 의상부터 동작 하나까지 여성의 시선으로, 남자가 가장 낭만적이라고 생각할 만한 여성의 판타지를 무대로 구현하려 노력했다. Q) 여성관객들이 ‘미스터 쇼’공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 준다면? ‘미스터 쇼’ 관람에 나이는 상관없다. 젊은 20세부터 60세 이상의 나이 드신 분들까지 모두가 똑같은 여성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미스터 쇼’를 보러오는 관객 중에서는 딸, 엄마, 할머니 3대가 같이 공연을 관람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미스터 쇼’를 관람하는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도 아니다. 본능을 맘 놓고 바라보며 즐길 수 있을 때 여자는 다 똑같다. 여자로서 마음껏 즐기고 본능에 충실하시길 바란다. 공연 '미스터 쇼' 일정 5월 29일 ~ 6월 28일 장소 롯데카드아트센터 아트홀 연출 박칼린 출연 정철호, 최용진, 이천은 등 관람등급 만 19세 이상
- 2015-06-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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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주와 나 - PART6]손주교육, 거창한 훈육 따로 없다…그저 사랑이 최고
- “손자 자랑은 돈 내고 해야 한다는데…. 허허허허! 이제 그만합시다. 줄 돈도 없는데!” 윤경로(尹慶老·68) 전 한성대 총장은 인터뷰 내내 웃음기 담은 답변을 내놨다. 독실한 기독교도로서 수십 년간 역사학자로 활동해온 그는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던 문창극 총리후보 지명 당시 “잘못된 역사에 하나님을 망령되게 불러내고 있다”며 날을 세웠을 정도로 ‘할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는 동안은 손주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영락없는 (외)손자바보 할아버지였다. 더없이 따스하게 들려준 우리 시대 할아버지의 손주 사랑법.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조부모들이 ‘손주 바보’가 된다고 하는데 왜그럴까요? “우리 세대만 해도 세상 살기가 바쁘고 어려워 자식사랑의 여유가 별반 없었지요. 우리 앞세대는 대가족시대였으니 또 그랬고. 아무튼 요사이 조부모들이 ‘손주 바보’가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정신없이 살다보니 자식 사랑할 여유가 없었는데 손자녀를 보니 얼마나 반갑고 좋겠어요. 더욱이 요즘은 자녀들의 결혼이 늦어지고 자녀도 한둘만 낳는 세상이니 손자녀를 더욱 기다리게 되고 그래서 손자녀가 생기면 자녀보다 더 사랑스럽고 기쁜 것이지요. 내 주위에도 40이 다 된 자녀를 아직 결혼시키지 못한 친구들도 적지 않은데, 자녀들이 결혼도 해주고 손자, 손녀를 낳아주면 고맙고 반가울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 자연 ‘손주 바보’가 되는 거지요. 손자녀들을 돌볼 때 더 친근하고 현명해져 이해심이 풍부해지더군요. 그래서인지 자식보다 손주들에게 특별한 믿음을 끌어낼 수 있고 보다 더 의미있는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 시대의 조부모의 역할은 뭐라고 보시나요? “언제부터인가 ‘아이가 잘 자라려면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할아버지의 재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어요. 그만큼 요사이 젊은 부모 세대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자연 손자녀를 키우는 데 조부모의 역할이 옛날보다 중요해진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보면 저는 할아버지로서 능력도 자격도 별반 없는 축에 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력적으로 손자, 손녀를 지원해줄 형편이 못되니 말입니다. 그러나 조부모의 역할이 꼭 물질적 지원과 후원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재정 형편이 여유롭지 못하더라도 손자, 손녀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해줄 역할은 많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마음의 멘토’라고나 할까. 저는 제 손자녀들이 할아버지를 만나면 그냥 마음이 편해지고 푸근한 ‘따뜻한 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할아버지가 되었으면 해요.” 조부모로서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나요? “과거에 엄격했던 유교 사회에서도 손자가 할아버지 수염을 뽑으면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역정을 내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손자녀 사랑은 낳은 부모보다도 조부모의 사랑이 더 크고 넓지요. 요사이 손자녀 가운데 조부모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을까요? 어릴 때 안아주고 키워주고 커지면 용돈도 주고 말동무도 해주고 엄마 아빠한테 야단맞을 때는 역성 들어주고 그러다보니 버릇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손자녀에 대한 조부모의 사랑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가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손자녀에 대한 마음가짐은 너무 과하지 않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편안하게 대해주는 것이….” 손자녀를 키우는 자녀의 교육방식이나 양육방법에 못마땅한 것은 없나요? “요사이 젊은 부부는 아이들을 하나나 둘 정도 낳아 키우잖아요. 내 마음 같아서는 낳을 수 있는 대로 많이 낳아서 키웠으면 좋겠는데, 옛날과 달리 아이들 키우기가 워낙 어려워진 세상이 되었으니 많이 낳으라고 말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요. 이렇게 한둘만 키우다 보니 자기 자식에 대한 기대와 욕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말문만 열리면 유아원 등 여러 곳으로 보내 공부를 시키는 세상이 되었는데 참 안타깝지요. 이건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니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어린나이 때부터 경쟁사회로 내몰리는 것이 참 안쓰럽습니다. 저는 2녀 1남을 다 시집 장가보내 외손자 둘, 외손녀 하나를 보았는데 친손자는 아직 보지를 못했지요. 옛 어르신들은 외손자 친손자를 구별했다고 하는데 요사이는 그런 것 없지요. 옛날에는 집안의 대를 이어야 했으나 지금은 그런 의식이 별반 없잖아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우리 두 딸은 손자녀를 잘 키우는 것 같아 걱정이나 불만 같은 것은 없어요. 오히려 고맙다고나 할까. 매우 만족합니다.” 교육자로서 남다른 손자녀 교육철학은? “글쎄요. 평생을 교육현장에서 보냈지만 손자녀에 대한 교육철학을 따로 구상한 적은 없어요. 굳이 한마디 한다면 우리 옛말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실제로 아이들의 지능과 성품과 품성은 만 3세 안에 결정된다고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고요. 그리고 아이들은 ‘본대로 따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아기일 때 어떻게 키우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방법은 역시 사랑이지요. 부모와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가 커서 남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다고 해요. 저는 우리 손자녀들이 사랑을 많이 받고 그 받은 사랑을 이웃과 더 크게 나누며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크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인생은 경쟁이 아니라 사랑과 배려다’라는 가치를 귀하게 여기며 실천하는 손자녀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손주 자랑 좀 해주신다면 “저는 손자녀들을 보면 말하기보다 껴안고 뽀뽀하기를 좋아해요. 허허허! 그래서 우리 집사람이 당신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하지요. 애들이 싫어하는 것을 모르고 자기 좋은 대로만 한다고 핀잔을 자주 받곤 해요. 그러나 특별한 노하우는 없어요. 그저 몸과 마음으로 손자녀들을 사랑한다는 뜻을 표할 뿐이죠. 이제 아이들이 좀 더 커지면 내가 평생 공부한 역사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싶어요. 마침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 손자(김도윤·대도초등학교)가 역사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읽었고 세계역사 책과 도 다 읽어서 나보다도 아는 게 더 많아요. 지금 마음 같아서는 훌륭한 역사학자가 됐으면 하는 생각도 있지만, 더 두고 봐야겠지요.” 금쪽같은 손자녀를 보며 걱정과 염려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리 손자녀 대에는 우리나라가 더 안전해지고 행복지수가 지금보다 더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걱정이에요. 우리 사회가 전보다 물질적으로는 많이 좋아졌지만 정신적인 면과 사회안전망 면에서 허점이 너무 많아요. 세금을 좀 더 내더라도 안정되고 편안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남북 문제도 어서 속히 풀리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억장이 무너지는 참담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었으면 합니다.”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경동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사학 학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역사교육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 박사, 한성대학교 총장 제9회 독립기념관 학술상 수상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 현)한성대학교 인문대학 역사문화학부 명예교수 현)도산학회 회장 현)‘3·1혁명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준비위원장
- 2015-06-0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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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투어] 천혜의 오지 마을, 응곡마을
- 울퉁불퉁한 비포장과 포장 길이 4㎞ 정도. 하늘 향해 쑥쑥 뻗어나간 소나무 숲길을 지나고 몇 개의 개울을 잇는 다리를 건너고 시원한 계곡 길을 따라 지루할 정도로 한참을 가야만 민가 한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띄엄띄엄 텃밭 주변으로 민가가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에서야 겨우 사람 사는 곳이라는 곳을 알게 되는 곳. 바로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응곡마을(일명 통바람골)이다. 글 이신화 여행작가 마을 사람들은 뒷산에 매가 사는 골짜기라는 뜻을 지닌 ‘응곡산(鷹谷山)’이 있어서 ‘응곡마을’이라고 하는데, 지도상에는 응복산(1359.6m)으로 표기되어 있다. 현재 이 마을에는 10~11가구가 있다. 토박이들은 아니고, 10~20여 년 전부터 이곳에 둥지를 튼 사람들이다. 대부분 겨울에는 마을을 떠나 있다가 봄철 산나물이 나올 즈음에 모여든다. 4월 말에서 5월 초순경이면 얼레지 나물로 초문을 연다. 얼레지는 일명 ‘가제 무릇’이라 불리기도 하며 고산지대의 숲속 음지에 자라는 백합과의 다년생 초본이다. 높이가 25㎝ 정도 자라고 4월에서 6월에 자주색(흰색 변이도 있다) 꽃이 핀다. 잎이 얼룩덜룩하여 얼레지라 이름 붙였다고 하며 꽃말은 ‘질투’ 또는 ‘바람난 여인’이라고 한다. 얼레지는 씨앗이 발아하여 꽃을 피우기까지 7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산나물을 뜯으러 산으로 오르는 동네사람들을 따라 함께 나서본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1시간 정도는 걸어야 한다. 나무들은 아직도 썰렁한 겨울 분위기를 내지만 산행 길에 간간이 피어난 야생화가 반갑다. 노랗게 피어난 ‘괭이눈’과 ‘꿩의 바람꽃’, ‘댓잎 현호색’ 노랗게 종 모양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백두대간 능선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한계령 풀’이 눈 속에 들어온다. 특히 한계령 풀은 무지 희귀한 꽃으로, 지리산 모데미골에서 처음 발견된 모데미풀처럼 한계령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죽 길을 지나고 능선 참나무 군락지 밑으로 귀하디귀한 야생화가 눈에 띄더니만 능선을 넘어 고갯길에 이를 즈음에는 완전히 야생화 화원이 펼쳐진다. 일부러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화원을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노란 꽃 사이로 이미 나물꾼들이 뜯어가 버린 얼레지의 보랏빛 꽃까지 합세해 더욱 빛이 난다. 생계가 아니라면 그냥 피고 지는 얼레지꽃 군락지까지 합세했다면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야생화 화원이었을 것이다. 주민들은 나물이나 뜯어가라고 하지만 보랏빛 꽃이 너무나 처연해, 가늘게 봄바람 한 줌에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꽃잎이 가련해서 차마 뜯어버릴 수가 없다. ◇약수산에서 만난 신비한 철분 약수, 명계 약수터 그렇게 한참이나 야생화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새싹 움트는 몸짓을 느끼면서 돌아오기 싫은 길을 되돌아 나온다. 나물꾼들이 얼레지를 채취해 내려와 나물 삶는 데까지는 몇 시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마을을 비켜 임도길 중간 즈음에서 계곡 물을 건너가면 소로가 나온다. 계곡 옆길로 난 길이라 산책하기에 아주 좋다. 가래나물, 팥고비, 풀고비, 당귀싹, 화살나물, 골담초 등 나물 새순이 뾰족하게 올라오고 애기 괭이눈과 꽃잎에 점이 박혀 보기 쉽지 않다는 ‘긴 개별꽃’도 눈에 띈다. 산나물과 야생화를 관찰하면서 10분 남짓 올랐을까? 자그마한 폭포를 앞두고 약초꾼이 지어놓은 천막이 나선다. 켜켜이 장작을 싸놓고 부엌과 방을 들여놓고 뒤편에는 연통도 있다. 분명히 사람이 살았음직한 나물꾼의 천막은 당시에도 이곳에 있었는데, 여전히 사람은 만날 수 없다. 자그마한 폭포를 끼고 계곡을 건너면 암반 주변이 철분 빛으로 벌겋게 변해 있다. 누군가 계곡물과 섞이지 말라고 돌을 쌓아 막아 두었다. 자연은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계곡 옆에 어떻게 이런 철분 약수터가 생겼는지 생각할수록 오묘하다. 붉은 물 사이로 뽀르르 기포가 올라온다. 물위에 떨어진 낙엽을 걷어내고 손으로 물을 마신다. 강한 철분 맛보다 톡 쏘는 탄산 맛이 느껴져 설탕만 넣으면 사이다와 같다. 이 약수를 통상 명계약수라고 하는데 통바람 약수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산 이름도 약수산이다. 약수산을 둘러싸고 남으로는 명계약수, 서쪽으로는 삼봉약수, 북으로는 갈천약수, 동으로는 불바라기약수가 있다. 약수가 여러 곳에서 나온다고 하여 부른 듯하다. ◇직접 만든 아궁지에 산나물 삶아 말리고, 지친 몸에 술 한잔 두어 시간이 지난 후, 필자가 이 마을에서 맨 처음 만났던 노부부가 사는 집을 찾는다. 자루에 나물이 가득 차면 집으로 와서 곧바로 나물을 삶는다. 시멘트로 네모진 통을 만들고 뒤에 연통을 단 아궁이가 있다. 장작불을 지피고 다듬지 않은 얼레지를 넣고 뚜껑을 닿고 5분 정도 삶아주고 양철통 위에 꺼내 말리면 되는 일이다. 할아버지가 나물을 삶는 동안 할머니는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한다. 커다란 무쇠솥이 두 개, 고기도 구워 먹고 화로로 쓰는 널찍한 양철통이 한편에 놓여 있다. 깊은 산 물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수도꼭지는 잠그지 않은 채로 졸졸 물이 흘러내린다. 무쇠솥에 물을 한가득 넣고 군불을 지핀다. 자그마한 풀무를 돌려가면서. 가스렌지 위에서는 구수한 된장국이 부글부글 끓는다. 하루 종일 나물 뜯느라 지친 몸을 얼레지 된장국에 찬밥을 넣고 김치 한 가지로 때우는 것이다. “하루 정도만 우려내면 돼. 미역국처럼 맛이 좋아서 꼭꼭 얼려 두었다가 자식들에게 주지.” 겨울이면 춘천에 살다가 봄철 나물 뜯으러 온다는 할머니는 인심 좋게 된장국 한 그릇을 퍼준다. 그 맛이 얼레지 묵나물보다 훨씬 좋아서, 슬그머니 욕심이 생긴다. 뜯어오지 못한 것을 후회할 판이다. 그때 이웃 할아버지가 됫병을 들고 나타나 술잔을 돌린다. 자그마한 부엌에 옹기종기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화기애애하다. “얼레지는 귀한 나물이라서 호텔이 아니고서는 먹기가 힘들지. 말려 팔면 제법 비싸게 팔리는 산나물이야. 얼레지는 1주일 정도 후면 끝이 나고 그 다음에도 참나물, 곰취, 전우치 등 두 달 반 정도는 나물 작업을 해야 해.” 힘겨운 산나물 뜯기 작업 후에, 푸성귀로 배를 채우면 얼마나 허기질까 할 즈음 아랫집에서 전화를 한다. 이 집은 더 풍성하다. 고기에 직접 재배했다는 표고버섯과 막 뜯어 낸 곰취와 참나물, 산마늘 쌈이 차려져 있고, 여름까지 먹는다는 묵은 김치와 된장, 굵은 소금장이 있다. 막 지은 밥과 꽁치조림까지 곁들여지는 동안 마을 사람들은 계속 찾아든다. 할일 없는 겨우내 모여 술잔치를 벌였다는 사람들.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면서 밤이 이슥할 때까지 술판을 벌인다. 이 지역에서 나물은 이들의 생계수단이고, 나물 철이 끝날 때까지 산길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을 반복할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사람은 이제 지긋지긋한 작업이 되지만 어쩌다 한 번 들르는 여행객의 눈에는 행복하기만 하다. 아직까지 이런 곳이 남아 있다니. 이것을 관광상품화한다면 덜 힘겹게 살 텐데 말이다. 돌아오는 길, 유난히 하늘에 떠 있는 달빛이 환하다. 주소 홍천군 내면 통바람길 찾아가는 방법 영동고속도로 → 속사IC → 운두령 넘어 창촌 방면으로 난 56번국도 이용 → 창촌 → 구룡령 가는 길에 우측 명계리로 들어가는 446번 지방도로 우회전. 다리 앞에서 왼편 비포장 길로 좌회전 → 응곡마을 맛집과 숙박정보 응곡마을 통바람 산장(011~9795~1684)에서는 식사와 민박이 가능하다. 또 가는 길목인, 이승복 기념관 주변에 운두령횟집(033~332~1943, 송어회, 용평면 운두령로 825), 장수촌(033~332~7419, 토종닭, 용평면 운두령로 286)이 괜찮다. 삼봉 자연휴양림(033~435~8535~6, 홍천군 내면 삼봉휴양길 276)이나 자연속으로(033~334~0770, www.naturalpension.com, 용평면 운두령로 109-49)와 같은 펜션에서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여행포인트 얼레지 채취는 올해 끝이 났고 계절에 맞는, 또 다른 산나물이 싹을 틔울 것이다. 여행객들은 필요하다면 주민들에게서 사오면 될 일이다. △글ㆍ사진 이신화 여행작가 이립(而立)에 여행작가로 시작해 어언 지천명(知天命)에 다다랐다. 그동안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 ‘대한민국 100배 즐기기’, ‘on the camino’ 등 여행서 총 14권을 출간했다. ‘인생이 짧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지난해 홀로 197일간 30개국의 유럽 배낭 여행을 했다. ‘살아 있을 때 떠나자’가 삶의 모토다.
- 2015-06-0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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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주와 나 - PART4]DO 대화법 VS Do Not 대화법
- 누구나 자녀에서 부모로, 다시 조부모가 되어 가는 과정을 밟는다. 삶의 종반부에서 맞닥뜨리는 조부모 단계는 인생의 핵심이자 하이라이트다. 실제 60대 부부와 아들 내외가 손녀 ‘애지’를 중심으로 즐거운 이야기, 우울한 대화를 나누는 소소한 일상을 그려봤다. 손녀 애지의 여덟살 생일 아침 아들 내외 집에 갔다. 손녀 선물 사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애지를 위해 책가방 란도셀을 62만원 주고 샀다. 제 에미가 잘 기른 덕에 초등학교 1학년치고는 영어 실력은 좀 된다며 은근히 딸 자랑을 한다. 며늘아이의 맘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나는 자식자랑 한 번 못하고 일만 했는데. 국제시장 덕수마냥. 허허허. 제 자식 이쁘다면 싫어할 부모가 어디 있으랴만 손주는 참말로 이쁘다. “할아버지,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해피버스데이 투 유…나도 애지 사랑한데이.” 내 얼굴을 손녀가 만지고 부비고 뽀뽀를 하니 세상이 다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애지 키가 또 컸네. 할머니 키보다 더 크겠네. 에미 네가 참 수고한다.” 아내는 며느리를 먼저 칭찬한다. “네 동생 보고 싶지 않니?” 하며 둘째 낳을 생각 않는 아들만 서운한 듯 바라본다. “다 큰 자식 뭐라 한다고 듣기는 하겠어요?” 아내가 며늘아이 안 들리게 한마디 한다. “제놈두 아마 세월이 가면 늠름한 자식놈 앞세워 목욕도 가고 산에도 가고 운동도 하며 아들놈과 호연지기를 맘껏 펼쳐보고 싶을 텐데.” 아들놈은 아들을 낳으라는 압력을 못 알아들은 척 인상을 찌푸린다. 손녀가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내 아이들을 키울 때 나는 어땠는지 생각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솔직히 아내 혼자 아이들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만 하고 아이들과 대화로 해결한다고 하면서도 많은 것을 내 고집대로 결정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손자녀가 태어나 걷고 젖니가 빠지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걸 보면서 내 아이들에게 잘 해주지 못했다는 죄의식이 되살아나 꿈틀거린다.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똑같은 사건을 아이들이 나와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것이 놀라웠고, 내가 전혀 모르는 이야기나 나의 이면을 알게 된 적도 있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나는 기억에 없는데…….”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든 부모가 장성한 자녀들과 소통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이 들어 생기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거리감은 당연하다. “그래 이제 와서 내가 간섭한다고 한들 아버지 말을 듣겠니?” 장성한 자녀에 대해 10%만 알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부모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말을 거는 것이다. “요즘도 야근이냐? 종친회 모임이 이번 주에 있는데, 같이 갈 수 있니?” 아들에게 조심스레 말을 붙여본다. “바빠요, 아버지는 제가 싫어하는 종친회를 왜 가자고 하는지? 거기 가면 싸우고 선산이 어쩌고…….” 아무리 친구처럼 지내도 부모는 자녀를 속속들이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어릴 적 키울 때처럼 자녀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고 한다면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자녀는 불효자식이 되고 말 것이다. “할아버지, 왜 아빠랑 싸워?” “응, 괜찮아. 싸우는 게 아니고. 할아버지랑 아빠랑 의견을 나누시는 거야.” 며늘아이가 내 눈치를 보며 위로하듯 손녀에게 응대한다. 세대를 잇고 과거를 이해하게 만든 소중한 존재는 바로 손주다. 손주가 없었다면 서툰 부모로만 남았을 것이다. 사실 내 배가 좀 나왔다.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웃겼던지 손녀가 내 배를 두들긴다. 아프지만 손녀가 나를 좋아해줘서 흐뭇하다. 내 친구 손녀는 할아버지한테서 냄새가 난다며 얼굴도 못 만지게 한다는데. 혼자라서 지 멋대로 하는 손녀가 때로는 짠하다. 할머니 등을 때리고 가슴을 치는 일들이 생긴다. “할머니는 이것도 몰라?” 흔히 엄마들은 할머니가 아이 버릇을 망친다고 걱정하지만, 아이 버릇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엄마 아빠다. 손녀가 할머니에게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 엄마가 아이에게 잘못을 알도록 호되게 꾸짖는다. “에미야, 애지가 요즘 투정이 부쩍 늘었어.” 이렇게 살짝 말하고 슬그머니 화장실로 자리를 피해준다.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아이가 조부모와 깊은 가족애를 나누기 힘들다. 친밀감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에게 화부터 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 같은 행동으로 인해 오히려 아이가 관계 형성에 부담을 갖고 피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손녀에 대한 일은 부모보다 앞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조부모는 앞서가는 자리가 아니라 따르는 자리에 있어야 좋다. “애지 낳느라 고생이 많았다. 오늘은 애지 생일이지만 네가 축하 받아야 한다.” 며늘아이에게 가방 선물을 건넸다. 살짝 수줍어하며 “아버님, 뭘 이런 걸 다…….” 며늘 아이가 내 마음을 좀 알아주니 고맙다. “하나만 더 낳아다오” 하고 말하려다 꾹 참았다. 아들, 딸 키우던 내 젊은 날엔 ‘먹고살기에 급급해 일만 하다 여유가 없었다’는 변명으로 무책임함을 덮어버린 채 살아왔지만, 이제는 손주들에게만은 후회 없는 사랑을 듬뿍 주고 싶다. 내 인생 후반전은 손녀 녀석으로 너그럽고 풍요롭게 성숙해져가고 있다. 만화 보며 사춘기 손녀 마음 읽기 손자랑 가계도(족보) 써 보기 손자에게 신문 읽는 재미 알려주기 손자랑 야구(운동) 연습해보기 손자랑 서점 가서 책 보기 손자랑 창덕궁 관람하기 손자녀와 자원봉사 활동하기 손자 운동회 가서 늠름한 모습 눈에 담기 손자 학교 앞에 가서 군것질하기 손자녀랑 천체관측 데뷔하기 손자녀와 산에 가기 할아버지 할머니 인터뷰해보기 손자녀랑 1박 2일 캠핑 가기 손자녀의 부모가 좋아하는 일 해보기 손자녀와 커플룩 입어보기
- 2015-06-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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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주와 나 - PART3] ‘키즈 마스터’ 백종화의 좋은 조부모 되기 지침서
- 손자녀들을 보면 괜히 미소가 나온다. 보고 있으면 맛있는 것 입에 넣어주고 싶고, 좋은 옷 입히고 싶은 것이 조부모 마음 아닌가. 그런데 가끔은 자녀들이 아이를 잘못 키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우리 때와 다른 육아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좋은 조부모가 되는 방법, 자녀·사위·며느리와 부딪히지 않고 육아 잘하는 비결을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자문위원인 백종화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소장이 알려준다. ◇손자녀에게 다가가려면 자녀를 노크하라 좋은 조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녀라는 문을 두드려 손자녀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다. 손주 교육에는 방관과 관심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손주를 키우는 철학이나 양육 방법을 듣고 존중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자녀와 상충됐을 때 마찰이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손자녀가 불안함을 느끼고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 그러면 아이가 신경질적인 기질로 변할 수 있다. 또한 손자녀에게 주는 지나친 관심은 손자녀들이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가 아이답게 크지 못하고 조부모의 눈치를 보며 조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것이 손자녀들이 느끼는 부담감이다. 부담감을 가진 손자녀들은 성장할수록 조부모를 만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자녀의 양육 방식과 철학을 이해하고 그런 방식을 존중할 때 손자녀들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존중 받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아 존중이라는 덕목을 체득할 수 있다. 거기에 자녀들도 부모들이 자신들의 방식을 존중해 준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껴 더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자녀는 손자녀에게 다가가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자녀의 방식과 의견을 얼마나 존중해주느냐에 따라 손자녀의 행동도 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족문화를 만들 때는 추진력 있게 이끌어라 조부모에서 자녀, 손자녀로 이어지는 3대 가족 문화를 만들 때는 조부모의 역할이 커야 한다. 이때는 가족의 큰 어른으로서 목소리가 커도 괜찮다. 어떤 가족이 그 가정만의 뚜렷한 문화가 있다는 것은 10세 이하 손자녀의 정서 안정에 큰 도움을 준다. 가족 문화는 제사나 생일 등의 대소사도 있지만, 한 달에 한 번 함께 밥 먹기, 3개월에 한 번 할머니 집에서 자기 등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도 좋다. 특히, 조부모와 함께 하루를 공유한 후 잠을 같이 자는 것이 좋다. 하루를 함께 공유하면 아이는 가족의 틀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나중에 사고를 넓히는 데 영향을 미친다. 백종화 소장은 “삶을 섞어라. 자녀·손자녀와 지지고 볶아라”라고 조언한다. 손자녀들이 부모에게서 떨어져 조부모와 삶을 섞는 것은 다양한 환경을 체험해 다양한 상황에서 적응력을 높이는 데 이롭다. 그래서 백 소장은 1년에 두 차례 손자녀와 함께 잠자리를 할 것을 추천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 손자녀들과 함께 손잡고 하루만 자연체험을 하고 같이 잠자자. 조부모들이 자연에서 자랐던 경험과 그 느낌, 분위기는 아이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다. 여행은 삶을 섞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문화 중 하나다. 자녀·손자녀와 함께 정례적인 여행를 가는 것도 좋다. 격년으로 한 번씩 여행을 같이 하거나, 자녀·손자녀와의 5박 6일 여행 중 2박 3일을 함께 여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거기에 가족의 화목을 도모하는 가족 단체티까지 맞춰 입고 간다면 금상첨화다. ◇손자녀들의 느티나무, 넓은 땅이 되라 조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조부모의 역할은 부모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부모는 가정의 느티나무와 넓은 땅이 돼 손자녀들이 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뛰어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한 손자녀들의 부모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손자녀를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것은 조부모의 역할이 부모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 부모들은 사회생활과 육아 스트레스에 찌들어 여유를 갖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은 삶의 경험이 많은 조부모의 것이다. 백종화 소장은 “손자녀들의 기억 속에 조부모는 여유있고, 인자하고 편안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 중요하다. 손자녀는 중학생이 되면 곁에서 떠나가는 것도 인정해야 하고, 그들이 떠나갔을 때를 섭섭해 하기보다 이후에도 좋은 기억 속에 조부모가 있는 곳을 ‘쉼터’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녀의 양육방식이 마음에 안 들 때 자녀의 양육방식을 100%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금물이다. 세대가 세대인 만큼 30%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녀를 키우면서 경험한 좋은 방법이 있더라도 그것을 손자녀에게 강요하다보면 손자녀들이 조부모를 만나기 꺼려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때로는 손자녀에게서 느낀 섭섭함이 자녀와의 마찰로 번지기도 한다. 이때는 대화로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데 말의 어조와 순서 바꾸기, 느낌보다 본 것 말하기만 기억하면 된다. 전자는 말 그대로다. 손자녀를 양육하는 데서 오는 섭섭함이 자녀에게 생겼을 경우 감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자녀에게 고마웠던 것부터 써보고 직접 이야기를 해보라. 예를 들어 “아이가 착한 것은 네가 잘 키워서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고 뜸을 들인 다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말할 때는 “~해라”의 명령조보다는 “내가 살아보니 이 방법으로 훈육을 하니 꽤 쓸만 하더라”라고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인데 좋은 것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주 양육자가 되기보다는 육아의 조언자가 되는 것이 현명한 조부모가 되는 법이다. 아이가 산만하거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때 자녀에게 양육을 잘못한 것이라고 다그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표현하는 것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자녀와 조부모간의 감정만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아이를 섣부르게 판단해 느낌을 표현하기보다는 본 사실만 그대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백종화 소장이 제안하는 멋진 조부모 10계명 1. 거울을 보고 입꼬리 올리는 연습을 하세요. 2. 손자녀의 말에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쳐주세요. 3. 아이 놀이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처럼 진지하게 지켜봐주세요. 4. 손자녀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아빠, 엄마의 좋은 점을 찾아주세요. 5. ‘요즈음 아이들’이라는 말로 손자녀와 거리를 만들지 마세요. 6.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스마트폰이나 물질로 손자녀를 유혹하지 마세요. 7. 동요 2~3개를 더듬지 않을 수준으로 연습해서 손자녀와 함께 불러보세요. 8. 손자녀 앞에서 다른 조부모와 손자녀를 흉보거나 비교하지 마세요. 9. 손자녀 여벌옷, 칫솔, 베개를 준비해서 갑자기 와도 편히 놀 수 있게 하세요. 10. 헤어질 때 귓속말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00를(을)많이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손자녀에게 현명하게 선물하는 법 무작정 선물을 하다 보면 “버릇 나빠진다”거나 “이거 필요 없는데”라며 자식·며느리·사위에게 싫은 소리 들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물을 하는 것이 현명할까? 물건을 사줄 때 리스트를 작성하라. 그리고 자녀들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물어봐라. 그들에게 직접 리스트를 받아도 좋다. 이렇게 되면 자녀들과 손자녀가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갈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손자녀에게 선물을 했다면 자식·며느리·사위에게도 조그만 선물을 하는 것도 좋다. 이럴 경우 손자녀들은 자신의 부모가 사랑 받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기 때문에 부모와 조부모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즉, 선물을 주는 행위만으로도 손자녀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알아둬야 할 것은 손자녀 교육에서 자녀를 배제하면 손자녀가 부모를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녀가 손자녀를 혼낼 때? 이때는 자녀에게 센스있는 부모가 될 수 있는 기회다. 손자녀에게 “엄마가 XX와 할 말이 있는 것 같으니 잠시 할머니 나갔다 올게”라고 말하고 자리를 피하라. 그곳에서 손자녀의 편을 든다면 자녀는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훈육을 할 수 없다. 반대로 자리를 피하는 경우, 자녀도 마음이 편해져 이성적으로 아이를 훈육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그곳으로 가서 손자녀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조부모가 직접 훈육을 하는 것보다는 자녀가 훈육하는 것을 완화해주는 쿠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 가랑비에 옷 젖듯 조부모의 영향력이 증가한다. △‘꺼리’를 만들면, 유쾌한 조부모 될 수 있다 이럴 때가 있다. 손자녀들과 노는 데 놀 소재가 떨어져서 선물 공세를 펼치거나, 먹을 것만 주야장천 권할 때 말이다. 이것은 놀 거리, 볼 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 등의 ‘꺼리’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쾌한 조부모가 되는 법은 ‘꺼리’만 만들면 된다. 손자녀들과 만나기 전 이런 ‘꺼리’들을 준비해 함께 즐기는 것은 손자녀들이 조부모를 유쾌하게 느끼고 기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전래 놀이나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다. 특히 조부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의외로 손자녀들에게 잘 먹히는(?) 아이템이다. 조부모도 그 이야기를 하면서 동심에 빠질 테지만 손자녀들도 그것을 들으면서 매우 신선하고 신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의 마음이 움직여 조부모를 더욱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 - 도움말 백종화 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소장 이화여대 아동학과 겸임교수,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전문자문위원,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전문자문위원, EBS ‘학교의 고백’ 전문자문위원, 저서 , ,
- 2015-05-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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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주와 나 - PART2] 손주바보, 그들이 사랑하는 법
- 손주에 대한 사랑은 표현하지 않아도 조부모 얼굴에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맛있는 것을 해주는 것도 모자라 선물공세를 하기도 하고, 우악스럽게 볼을 부벼보기도 한다. 여기 또 다른 방식으로 손주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록 유산형 손주와의 추억이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 사람도 있다. 손주를 병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첫걸음마를 뗐을 때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런 것들을 후에 손주들이 봤을 때 할머니·할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할까? 손주와 조부모의 관계에서 육아일기는 뜻 깊은 역사 기록물임에 틀림없다. 이계진 前 아나운서·前 국회의원 이계진은 첫 손자 규성이와 둘째 손자 지한이와의 일상 이야기를 (하루헌)라는 책에 담았다. 병원에서 처음 손자를 만난 것부터 숨바꼭질을 했던 에피소드, 그리고 사진을 보고 손주들을 그리워하는 내용까지 그때마다 느꼈던 감회를 육아일기 형식으로 풀어냈다. 두 손자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쓴 책과 사진들을 본다면 할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초혜 시인 한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현대문학상에 빛나는 김초혜 시인의 손주 사랑도 유별나다. 김씨는 365일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첫 손자를 위해 편지를 썼다. 이 내용을 담은 (시공미디어)라는 책에서는 손자 재면이에 대한 김씨의 잔잔하지만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조정래 작가 김초혜 시인의 남편인 소설가 조정래씨도 손자와 그 친구세대를 위해 위인전을 펴냈다. (문학동네)는 조씨가 직접 인물을 선정하고 쓴 시리즈물이다. 신채호, 안중근, 한용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큰 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식증여형 손자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주식을 직접 증여하는 방법을 택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 돈이 최고야’라는 뜻보다 어렸을 때부터 투자가 뭔지 체험하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먹이를 직접 주는 것보다 먹이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렇게 손주를 위한 장기 금융투자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지난 2월 4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취임 간담회 겸 신년회에서 화제가 된 것은 그의 특별한 손주 사랑법이었다. 그는 손주의 100일 기념 선물로 600만원어치 주식을 선물했다. 현재 저평가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할 만한 우량기업 3개사를 골라 200만원씩 손주의 이름으로 투자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이것으로 차후 대학 등록금도 챙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태어난 지 100일 만에 600만원을 갖게 된 셈이지만 할아버지의 애정은 그 10배, 100배다. ◇무장 해제형 자고로 손주는 인꽃이다.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는 최고로 아름다운 인꽃 말이다. 그런 꽃 앞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다. 마음이 열리면 행동이 바뀐다. 주로 이런 무장해제형은 카리스마 넘치는 할아버지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임권택 영화감독 메가폰을 잡으면 호랑이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임권택. 그의 카리스마도 손주 앞에서는 와르르 무너질 때가 많다. 요즘 아이들 대세 애니메이션인 ‘로보카 폴리’의 캐릭터 이름까지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 자식 앞에서는 한 번도 애교를 부려 본 적도 없는 그가 손자와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이렇게 무뚝뚝한 할아버지도 무장해제시키는 것이 손자의 힘이다. 박근형 배우 배우 박근형은 아들과 있을 때와 손자와 있을 때의 행동이 180도 다르다. 아들과 있을 때는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손자와 있을 때는 ‘룰루’라는 애칭을 부를 정도로 사르르 녹는다. 최근 한 방송에서 아들 윤상훈(예명)은 박근형이 손주한테 너무 전화를 자주해 손주가 받자마자 “왜요?”라고 대답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윤일봉 배우·前 영화진흥공사장 사위인 배우 엄태웅과 딸 윤혜진의 혼전 임신 사실을 알고 엄태웅에게 괘씸하다며 버럭 화를 내던 윤씨. 그때 손녀 지온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사위 앞에서는 위엄있는 장인어른이지만, 손녀가 눈을 맞추고 웃음 지을 때 머리가 개운해지고, 편해지고, 행복해진다는 그는 영락없는 무장해제형 할아버지다.
- 2015-05-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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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특선-문화 읽기] 추천 뮤지컬 '스노우쇼'
- 세대 공감의 특별한 어린이날 선물, ‘스노우쇼’ 글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스쿨 교수 미국의 사회학자 마크 프리드먼(Mark Freedman) 박사가 만든 ‘앙코르 커리어’(Encore Career)라는 환상적인 신조어가 있다. 은퇴 후의 고령자가 지속적인 수입을 보장받으며 가치 실현의 정신적인 충족도 누리고 사회적인 영향력도 잃지 않는 일자리 창출로 제2의 인생을 다시 산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한국국학진흥원이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라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면접을 통해 선발돼 일정 교육을 마친 할머니들이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동화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으로 한국판 앙코르 커리어일 수 있다. 참여한 할머니들의 가장 큰 만족도는 손자 같은 어린이들과의 교감이고 스스로의 사회적인 자아실현이었다. 공연을 보면서도 그런 행복감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특히 5월 가족의 달에는 더 그렇다. 마침 한국에 찰리 채플린, 마르셀 마르소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광대 슬라바 폴루닌이 내한 공연한다. 런던타임스가 ‘이 시대 최고의 광대’라고 극찬한 그의 대표작 ‘스노우쇼’는 지난 20년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관객 수천만 명을 행복하게 만든 공연으로 올리비에상, 골든마스크상 등 세계적인 연극상을 받았다. 그는 올해 나이 65세의 시니어 예술가이다. ‘스노우쇼’는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사람만이 만들 수 있을 법한 무대로 남녀노소 누구라도 어린 시절 동화 속으로 여행시켜 주는 환상적인 무언극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엄청난 눈 폭풍이 무대에 휘몰아쳐 객석까지 뒤덮는 판타지가 펼쳐지고 배우와 관객이 천진한 눈싸움으로 어우러져 세대를 뛰어넘는 원초적인 동심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어린이날 선물로, 부모님께는 동반 데이트 어버이날 선물로 최적의 공연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뿐만 아니라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감동적인 문화 체험까지 안겨줄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다면 진정으로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일정 5월 14일~30일 장소 LG아트센터 출연 Ivan Polunin, Artem Zhimolokhov, Aelita West, Dmytro Merashchi 등 주최 LG아트센터
- 2015-05-11 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