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폭압정치를 경험한 세대들은 좀처럼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살았다. ‘1987년 6·10 항쟁 이후, 190만 명 이상이 운집한 최대 집회’가 현재진행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예를 훼손하는 루머’는 어느새 ‘합리적 의심’으로 변했다. 이제 그것은 장막을 걷고 있다.
겨울의 문턱에 다다른 11월 마지막 휴일, 오랜 친구 몇 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주를 한 번쯤은 가봤을 것이다. 필자도 30대에 경주를 가봤다. 잘 보존되어 있는 신라시대의 각종 유물과 시가지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왕릉은 신기함을 넘어 필자를 무아지경으로 몰고 갔다.
시니어가 되고 나서도 1년에 한 번쯤은 찾아가고 있지만 웅장함과 신비스러움은 점점 시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경주에서 지진이 난 후에 찾아간 유적지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욘사마 열풍’이 한창이던 시절, 시청 앞 광장과 남대문시장 그리고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걷다 보면 배낭을 메고 지하철 지도를 손에 든 채 어설픈 한국어로 길을 묻는 중년의 일본 여성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아이돌에 열광하는 10대도 아니고 40대를 훌쩍 넘은 중년 여성들이 왜 욘사마를 찾아 한국까지 왔을까 무척
이내가 가득 고인 시골길을 걷노라면, 산비둘기 소리도 베이스로 가라앉는다. 늦사리가 한창인 밭머리에, 부룩소 한 마리 잠자리 따라 뛰놀고, 건듯 바람이 지나가면 잠시 마른 풀 먼지가 일어난다. 소루쟁이 금빛 씨알도 후루루 흩어져 발등을 덮는다. 미루나무 잎에 어느새 가을빛이 스며들어 가지 끝은 설핏 채색이 시작되었다.
이제 산과 들에 가을을 거역하는 것
어느덧 세모(歲暮)의 달 12월입니다. 2016년 한 해도 이제 역사 속으로 영영 사라져가니 아쉽기는 하지만 해가 기운다고 속상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스러짐이 마냥 슬픈 것은 아닙니다. 석양이 만드는 저녁노을은 그 얼마나 황홀합니까. 얼마 전 흘려보낸 만추의 가을은 얼마나 화려했습니까. 만산홍엽의 단풍 사이로 난 오솔길이 갈수록 그윽하고 다정다감하
장인어른은 올해 연세가 아흔이시다. 자식들이 하나둘 둥지를 떠나 도심에 살림을 차리고 여든다섯의 장모님과 두 분만 남아 시골집을 지키신 지 수십 년이 되었다. 막내 처제가 오십이 넘었으니 30년 가까이 된 셈이다. 두 분이 텃밭에 참깨며 고구마, 그리고 배추를 심으셔서 가을엔 김장도 함께 모여서 하곤 했는데 몇 해 전부터는 자식들의 만류로 겨우 배추 몇
11월 첫 휴일, 울긋불긋 가을이 가슴에 딱 닿는 날이었다. 고등학교 동창생 60여 명이 대전 계족산에 모였다. 황톳길에 발자국 찍고, 50여 년 전 처음 만났던 옛날을 삼켰다.
장동삼림욕장 해발 200~300미터에서 펼쳐지는 계족산 황톳길(14킬로미터)은 맨발걷기를 체험 할 수 있는 전국 유일의 관광명소다. 계족산(429미터)은 대전 동쪽에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물이다. 우리 몸의 70%를 이루고 있는 물은 세포의 형태를 유지시켜주고, 대사 작용을 높이고, 혈액과 조직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1~3% 부족하면 심한 갈증을 느끼고 5%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이르며 12% 부족하면 사망한다고 한다. 그러니 깨끗한
‘외레순’ 해협을 사이에 두고 스웨덴 헬싱보리와 덴마크 헬싱괴르가 인접해 있다. 뱃길로 고작 7km.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배들에게서 선박 통행세를 거둬들이던 황금의 도시. 서로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싸움을 벌이던 곳. 손바닥만큼이나 작은 도시이지만 매력은 폴폴 넘친다.
이신화 여행작가 ('on the camino'의 저자, www.sinhwada.c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 맛난 음식부터 먹고 나서 다른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맛난 음식을 제일 나중에 먹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후자에 속한다. 각자 음식에 대한 자기 철학이 있으니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요즘 ‘휴가’라는 단어는 ‘여름 휴가’를 줄인 말처럼 사용된다. 7월 말에서 8월 초에 사람들은 메뚜기 떼가 이동하듯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