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간 딸이 친정 부모를 생각해서 삼척으로 놀러 가자고 한다. ‘아니 웬 삼척!’ 삼척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내게는 탄광이다. 삼척, 정선, 사북, 고환 일대의 탄광 지역 벨트라인이다. 업무차 여러 번 가 본 곳이다. 뒤이어 파노라마처럼 연상되는 기억들의 바탕에는 석탄이 있다. 수십 년 전의 기억이지만 어제처럼 또렷하다. 기차역 주위에 산더미처럼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토요일,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부여를 여행했다. 부추겉절이를 넣어 먹는 독특한 곰탕으로 따뜻하게 점심을 먹은 뒤 궁남지를 찾았다. 가늘게 내리는 빗속의 궁남지 분위기는 그윽하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634년) 때 만든 왕궁의 정원이라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만든 연못으로 삼국 중, 백제의 정원 기술이 뛰
구르메 레브쿠헨(Gourmet Lebkuchen). 나카가와 히데코(中川秀子·51)의 요리교실 이름이다. 연희동 주택가 골목을 헤매다 한참을 헉헉대며 올라가다 보면 2층 집 파란 대문이 보인다. 요리 스튜디오가 있는 그녀의 집이다. 이곳에 드나드는 수강생만 한 달에 200여 명, 대기자도 수백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일본에서 셰프의 딸로 태어나 독일과 스페인
올해는 전라도(全羅道)라는 명칭이 정해진 지 1000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인 1018년, 즉 고려 현종 9년에 중앙관제와 함께 지방행정제도를 정비했었다. 당시 전국을 5도 양계(서해도·교주도·양광도·전라도·경상도, 북계·동계)로 편제하면서 강남도(금강이남의 전북)와 해양도(전남, 광주)를 합쳐 전라도라 명했다. 해당 지역의 큰 고을
최근 강의, 전시 등 일정이 많아 바쁜 통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동년기자단 교육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만사 제쳐 놓고 일찌감치 제천에서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교육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그동안 소식이 궁금했던 교사 시절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인천으로 향했다.
이런저런 근황을 나누다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동년기자단 명함을 건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신문에 연재되는 김형석 교수님의 ‘100세 일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사건이나 흥미로운 주제는 찾아볼 수 없고 문체도 특유의 잔잔한 흐름이지만 읽고 나면 늘 묵직한 여운을 가슴에 남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분의 하루하루 삶 자체가 우리가 못 가본 미지의 세계가 아닌가.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미지의 시간
김성예 여사, 참 오랜만이에요. 이런 편지는 언제 썼던가? 결혼을 하고 나서 이듬해던가, 그 이듬해던가 내가 학교 선생으로서 강습이라는 걸 받기 위해 잠시 고향 집에 당신을 남겨놓고 대전이나 공주에 머물러 있을 때 몇 차례 짧은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새삼스럽게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막막한 심정인 채로 컴퓨터 앞에 앉아 망설여봅니다. 생
송홧가루 날리는 5월의 산천(山川)은 풍요롭기 그지없다. 새빨간 덩굴장미가 담장을 타고 굽이굽이 올라가는 모퉁이에서 단발머리 소녀가 손짓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5월 중순의 어느 날, 철원평야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창 모내기 철의 철원평야에는 싱그러움이 내려앉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가 묻어난다. 얼마쯤 달렸을까? 영북면을 지
마음이 맑고 깨끗하여 욕심이 없는 청렴(淸廉, integrity)은 이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결백(潔白, purity) 역시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고 부정한 일과 욕심이 없음을 말한다. 이것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언제나 필요한 것임이 틀림없다. 나 역시 그러한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기에 성실히 노력하고 싶어진다.
청백(淸白, upri
대전 유성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오후 늦게 장바구니 하나 들고 가볍게 집을 나섰다. 한 시간 후면 남편 퇴근시간과 얼추 맞아 떨어지니 만날 시간과 장소를 카톡으로 보냈다. 무엇을 살지 작정하진 않았지만 내 눈에 푸성귀 하나가 자꾸 들어왔다. 미나리다. 저녁엔 미나리 전과 막걸리를 식탁에 올려볼까 싶었다. 모처럼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린 것이다.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