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며칠 전 글 수업 시간에 우연히 나온 40년 전 내 친구 이야기, 그 사연을 풀어보려 한다. 나는 2018년 경영하던 사업체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후, 회사에 묶여 있을 때 하지 못했던 일을 해보고 싶어 3년 전부터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일대일 나눔이라 나와 지도 선생 둘 다 내밀한 속내를 드러낼 수 있어서 글과 함께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유용한 시간이 되고 있다.
글 선생의 지론은 글은 발가벗고 써야 한다는 것이고, 혼자 벗기 민망할 거라며 본인도 가차없이 벗어 보이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글을 쓰기 위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가 되었다.
죽음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한 날, 부모 등 윗대가 아닌 나와 동년배, 구체적으로 친구의 죽음을 경험한 일이 있냐고 글 선생이 물었을 때 나는 그 친구를 떠올렸다. 그 친구의 서글프고 황망한 죽음에 대해, 아니 죽음보다 더 아리고 허망한 두 번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40년 전의 친구를 떠올리는 것은 순전히 나의 상념 속 일이지만, 여리고 섬세한 성정을 가졌던 친구의 내면만큼은 사실로 기억된다. 철인(哲人)처럼 고뇌했고 시인처럼 노래했던 친구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는지는 모르지만 누구보다 진실했으며, 거기에 더해 유약한 운명의 냄새를 풍겼다. 결과적인 소리지만 성격 속에 이미 예고된 불행을 배태하고 있었다고 할지…. 그렇게 그 친구를 추억하며 기억의 묵은 빗장을 열자 형체 없이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40년 전의 상념이 뒤엉켜 떠올랐다.
40년 전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
그 친구와 나는 서울대 철학과 동창. 지금도 그렇지만 75세인 내가, 그리고 그 친구가, 우리 과 동기들 모두가 철학과를 택했을 당시는 세상살이에 어눌하고 현실 감각이 둔하고 무엇보다 부모를 실망시키기로 작정한 불효의 표상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철학과를 나와 무슨 밥벌이를 어떻게 할 것이며, 부모 봉양은 고사하고 처자식이나 제대로 먹여 살릴 수 있을지가 세상 사람들의 우려이자 반대의 이유였던 때였다.
그러한 우려 속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전공을 살려 살지 못했다. 졸업 후 변리사 자격시험 공부에 바로 돌입했던 것이다. 그렇게 ‘철학과 출신 변리사’란 꼬리표를 달고 우여곡절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전공과는 무관한 영역에서 삶의 기반을 닦았고, 순탄하게 장래가 풀려 지금까지 무난한 삶을 살고 있다.
내가 변리사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그 친구는 전공을 살려 서양 철학의 본산지인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는 국제 통화도 여의치 않았고 기반을 닦느라 서로 정신없이 달리던 때라, 가족이 아닌 한 외국으로 간 친구와는 자연히 연락이 뜸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처럼 그 길로 소식이 안 왔으면 차라리 잘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서로 잊고 지낸다 한들 그 또한 감사한 일이었겠지만….
그로부터 약 10년 후 나는 친구의 관을 메고 친구의 고향인 충청도 어느 산자락을 오르게 된다. 친구를 지상에서 영원히 작별하기 위해. 학창 시절 모습만을 기억할 뿐인 내겐 30대 중반에 주검으로 돌아온 친구와의 만남은 당혹스러웠다. 또한 가혹했다. 땅에 묻은 후엔 시신을 담고 있던 관을 제거한 후 깨서(파관) 불에 태우든가 없애버리던 그 지역 풍습으로 인해 친구의 관은 얇고도 위태로웠다. 관을 걸머쥔 손에 시신의 차가움이 닿는 듯했고, 관을 뚫고 친구의 손이 불쑥 나와 그간 격조했다며 내게 악수라도 청할 것처럼 차가움 더한 온기가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졸업과 동시에 바로 외국으로 갔기 때문에 동기생 중 ‘내가 아무개와 각별한 사이였다’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운구 대열에 낄 줄이야. 살아 있을 때의 인연보다 죽은 후의 인연이 더 깊게 다가왔다.
친구는 밤에 자다 죽었다고 했다. 옆에는 한 여인이 함께 자고 있었고. 친구의 죽음이 그 여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30대 중반의 신체 건강하고 정신 멀쩡한 남자라면 아내든 애인이든 이성과 동침한 것이 특별한 일이라고 할 수도 없을 테고. 다만 35년 남짓 살다 간 친구의 짧은 생에서 두 여인과 인연이 있었고, 친구는 두 번째 여인 곁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것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의 전부다.
아이 딸린 이혼녀와 결혼 그리고 이혼
친구는 독일 유학 시절 같은 한국 유학생과 결혼했다. 유학생끼리의 만남이란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이국에서는 가장 무난한 인연이었으리라. 아내가 된 여자의 전공은 독문학이었다고 들었다. 철학도와 독문학도의 결합이란 이지적 커플 탄생에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것도 같고. 둘은 대화가 잘 통했을 것이며, 샤프하면서도 여성에 버금갈 감수성과 섬세함을 갖춘 내 친구는 다정다감한 남편이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아무나 선뜻 내릴 수 없는 선택을 내릴 수 있었을 테고. 상대 여성은 아이 딸린 이혼녀였으니까. 몇 살인지는 들은 바 없지만 이혼 후 딸 하나를 데리고 독일로 유학 갈 정도면 그 시대로선 당찬 부류에 속한 여성이었을 테지. 독립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거리낌 없이 앞날을 열어가는 페미니스트. 문학 전공자이긴 해도 그 여자는 외향적이며 진취적 성향이지 않았을까? 한 번의 실수는 용납해도 두 번은 허용하지 않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는 여성에게 두 번의 실수는 실패와 다름없을 테니까. 원래 성격은 그렇지 않았다 해도 이혼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스스로를 그렇게 몰아갔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내 친구는? 내 친구는 스마트한 엘리트지만 내향적 성격을 가진 사색가. 본인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요구를 묵묵히 수용하고 들어주는 타입이다. 친구도 그 사이 변했을 수 있지만, 친구의 아내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도 친구에 대해서는 절반쯤 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둘이 상반된 성격으로(순전히 나의 추측이라 할지라도) 마치 보색관계처럼 튀면서도 개성 있는 조화를 이뤄 잘살았다면야 성격 다른 남녀가 오히려 잘산다는 경험치를 보여줬을 테지만, 둘은 7년 정도를 함께 살다 헤어지고 말았다. 친구의 아내로서는 두 번째 이혼이었고, 내 친구는 첫 이혼이었다. 그렇게 각자 이혼 경력만 쌓은 짧은 인연 속에서 이혼 사유는 알 수 없었다. 내 친구라서가 아니라 이혼 후 친구의 아내보다 친구가 더 좌절하고 헤맸을 것 같다. 친구로서는 이혼 경험이 처음이니까. 갈라선 이후 각자는 공부를 마쳤고, 친구의 전처는 학위를 딴 후 한국의 어느 지방 대학 독문과 교수로 재직하다 은퇴했다는 소식을 바람결에 들었다. 세 번째 결혼을 했는지는 들은 바 없고.
아이 딸린 여인 곁에서 영원히 잠들다
내 친구는 어찌 되었을까. 친구의 옆에서 함께 잔 여자는 누구였을까. 이혼녀였다던가, 사별녀였다던가, 그 여자 또한 아이가 딸려 있었다. 함께 공부하거나 일로 만난 사이는 아닌 것 같고, 그야말로 오가다 만난 사이라는 것을 장례 때 들었다. 둘은 동거를 했던 것 같다. 결혼으로 상처를 받았으니 내 친구 쪽에서 선뜻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혼인신고를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 이목이나 형식이 중요했다면 또다시 그런 만남은 갖지 않았을 테니까.
35년이란 짧은 생애에 두 여자가 있었지만 세상 떠나는 날에 두 여자는 그림자조차 없었다. 나의 추측, 나의 상상력으로는 그 친구의 허망한 죽음에 두 여자의 관여와 영향이 가장 컸을 것 같음에도. 섬세한 내면과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친구인 만큼 이혼은 충격적이었을 것이며, 그 여파로 뒤이어 만난 인연이 안정적이고 안온하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두 여자 모두 지난 결혼이나 과거의 인연으로 자녀가 있었고, 결혼 상대자의 그런 평범하지 않은 상황을 받아들인 친구의 모질지 못한 성정이(모질지 못하다는 말을 이런 상황에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혼자 져야 할 삶의 고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 기준에서 다소 빗겨난 관계가 지속적인 부담이나 족쇄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해도, 그럴수록 그 친구 쪽으로 하중이 쏠렸을 것이다. 불균형하게 출발한 결혼과 관계가 자신을 먼저 챙기거나 이기적이지 못한 내 친구의 삶에서 에너지를 빼앗고 삶의 의욕을 갉아먹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이런 것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친구의 죽음을 안타까이 돌아보게 하지만, 이 모든 것 또한 부질없는 상념인지 모른다. 무엇보다 나는 학창 시절 이후 그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어쩌다 내가 운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친구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거나 다른 누구보다 친구의 삶을 속속들이 아는 것처럼 굴 이유도 없다.
75세가 된 지금, 내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에 부모도 형제도선배도 아닌 동년배로서 가장 먼저 떠나보낸 이가 그 친구라는 사실이 그저 각별하게 다가올 뿐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최근 재벌가의 이혼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의 이혼 사건 1심 판결이 선고됐다. 노 관장은 약 5조 원대로 알려진 최 회장의 재산 중 1조 3600억 원대에 달하는 SK 주식 50%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요구했다. 세기의 이혼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1심 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665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일반인이 보기엔 어마어마한 금액이겠으나, 노 관장이 청구한 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다.
2020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간 이혼 소송에서도 임 전 고문은 이 사장 소유 재산 약 2조 5000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조 2000억 원대를 재산분할로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이 사장이 임 전 고문에게 14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혼 소송 재산분할 규모는 13억 3000만 원으로 기대(?)보다는 적은 금액이었다.
통상적으로 부부의 동거 기간이 길수록 재산분할의 비율은 높아진다. 재산분할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므로, 위와 같은 통념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위 판결들에 나온 재산분할 비율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재벌가의 이혼 소송은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
재산분할의 비율
본래 재산분할은 부부가 결혼 생활 중 함께 모은 재산을 분배하고 청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분할 비율은 공동재산의 형성, 유지에 대한 기여도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 결정한다. 경제적 약자에 해당하는 배우자에 대한 배려, 미성년 자녀의 양육 등 부양적 요소도 포함된다. 대부분의 판결에서는 ‘재산의 형성 유지에 대한 기여 정도, 혼인 생활의 과정 및 기간, 당사자의 나이·직업·경력·경제력·소득, 혼인 파탄의 경위 등’을 분할 비율 산정의 일반적인 요소로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 △일방 배우자(어느 한쪽)의 부모나 형제자매 등이 재산적 도움을 준 점 △일방 배우자가 혼인 전 재산을 취득한 점 △일방 배우자가 재산을 낭비하거나 손실을 입힌 점 △상대방 배우자의 전혼 자녀를 양육하거나 부모를 봉양한 점 △일방 배우자가 재산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나 입증 부족 등으로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되지 못한 점 △분할 대상 재산의 규모 등이 있다. 한쪽의 사업 영위, 부동산 투자, 전문직 종사 등으로 형성된 재산이 많다면 동거 기간이 길어도 상대방의 재산분할 비율이 대폭 낮아질 수 있다. 공동재산을 형성하는 데 한 사람의 기여가 월등하다고 볼 수 있어서다.
액수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 특유재산
일방 배우자의 재산 규모가 너무나 큰 재벌가는 이혼 소송 때 ‘특유재산’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재벌가의 이혼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특유재산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인정할지가 관건이었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생활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특유재산은 결혼 생활 중 쌍방의 협력에 의해 취득한 공동재산과 달리 분할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다만 부부의 일방이 혼인 생활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하였으나 재산 형성에 배우자의 협력이 있다면 형식적으로는 특유재산이지만 실질적 공유재산으로 여겨 분할 대상이 된다. 결혼 생활을 하며 취득한 주거용 아파트는 누구의 명의라 하더라도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식이다. 법정 다툼의 대상이 되는 것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혼인 생활과 관련 없이 외부적 요인(상속, 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의 경우다. 재벌가 재산의 대부분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 혹은 물려받은 재산에 기초하여 취득한 주식인 경우가 많아 특유재산에 속할 때가 많다. 즉 아래 그림에서 3, 4번 재산은 당연히 분할 대상이 된다. 파탄 이후 순수하게 일방 당사자의 노력으로 취득한 5번은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 쟁점이 되는 것은 1번과 2번, 특유재산이다.
최태원 회장 역시 SK 주식은 선친인 故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서 증여•상속받아 형성한 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소영 관장은 SK 주식이 최태원 회장의 경제활동과 그에 대한 본인의 내조를 통해 가치를 형성한 재산이기 때문에 특유재산 유지에 협력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기여도는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없고 재산의 취득 시기, 부부의 동거 기간, 다른 부부 공동재산이 충분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부양적 요소가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되는 경우에는 혼인 전에 취득한 재산이나 혼인 중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도 상대방 배우자의 기여도를 인정해 특유재산이더라도 분할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오래 살면 반반이다’라는 말도 틀렸다고만은 볼 수 없겠다.
재산분할의 방법
재산분할은 분할 대상 재산을 구분하고 그 가액을 확정한 후 분할 비율, 액수, 방법을 정하게 된다. 이때 법원은 청구 취지에 구속받지 않고 가정의 평화와 사회정의를 위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심판하도록 한다.(가사소송규칙 제93조 제2항)
노소영 관장은 SK 주식 현물(약 548만 주)의 지급을 재산분할로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주식 자체를 재산분할 대상에서 배제하고 현금으로 줄 것을 명하였다.
최태원 회장의 SK 주식이 만약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면, 경영권의 중대한 변동이 수반될 수밖에 없었던 만큼 재판부의 고심이 깊었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사건 1심 판결은 ‘가사노동 등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사업용 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경영자 내지 소유자와 별개의 인격체로 독립하여 존재하는 회사나 기타 사업체의 존립과 운영이 부부간의 내밀하고 사적인 분쟁에 좌우되게 하는 위험이 있다. 또한 기타 이해관계인들에게 과도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칙적으로 이혼 사건에 대한 판결은 비공개이므로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근했다.)
대법원은 분할 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할 수 없다. 설사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 해도 판결에서 재산별 기여도를 나누어 SK 주식은 1:9, 나머지 재산은 5:5로 비율을 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경영권 변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2019년 1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이혼 사건을 참고할 만하다. 제프 베이조스는 결혼 25년 만에 이혼을 선언했고, 그해 4월 아내 매켄지가 제시한 조건에 합의하며 두 사람은 정식 이혼했다. 베이조스는 이혼 이후 보유하고 있던 아마존 지분 16.1% 중 4%(356억 달러, 당시 약 40조 7000억 원)를 매켄지에게 넘겼다. 다만 해당 지분의 의결권은 베이조스에게 그대로 귀속되고, 추후 매켄지가 이를 양도하더라도 의결권이 계속 베이조스에게 귀속된다(포괄적 의결권 위임계약)는 조건에 양수인이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베이조스가 거주하는 워싱턴주의 법에 따르면 12년 이상 결혼을 지속하면 이혼 때 무조건 5:5로 재산을 나눠야 한다. 이 경우 베이조스가 가진 아마존 주식이 반토막 나 경영권 보호에 위기가 올 수 있기에, 막대한 조건의 합의가 이루어졌던 것이라 생각된다.
포괄적 의결권 위임계약이 우리 상법상 가능한지는 불분명하다. 이러한 내용을 판결에서 정하기도 어려운 탓에(베이조스도 이 때문에 합의 이혼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재벌가의 이혼 판결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기는 어렵다.
현재의 재산분할 실무에 따르면 재벌가의 이혼 사건은 재산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 재산 형성 기반이 선대로부터 상속 또는 증여받은 것에 기인한다는 점, 재산의 대부분이 주식 형태를 띤다는 점 등으로 해당 주식이 특유재산인지 아닌지에 따라 ‘모 아니면 도’ 식의 재산분할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변화해온 만큼 여성의 지위, 가사노동의 가치, 맞벌이 가정의 증가, 고령화, 재혼과 사실혼 증가 등 이혼 사건에서 고려해야 할 점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사회 현실에 맞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재산분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부별산제(각각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고, 특유재산은 부부가 각자 관리하는 제도)와 재산분할제도의 조화로운 해석 문제, 재산분할제도에서의 부양적 요소에 대한 비중, 재산분할에 관련한 일반 국민의 법의식 변화에 따라 꾸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56세 강 씨의 아버지는 지병으로 병상 생활을 10년 가까이 지속했다. 강 씨는 아버지의 병간호와 병원비 부담은 물론 생활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지원했다. 반면 8살 터울의 남동생은 직장 구조조정이나 수험생인 딸 핑계를 대며 자식의 도리를 저버리기 일쑤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긴 재산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안 동생은 그제야 “나도 자식이니 똑같이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속재산을 요구했다.
상속 분쟁은 피를 나눈 가족마저 등 돌리게 만드는 지독한 분쟁 중 하나다. 특히 ‘불공평한 분배에 대한 불만’으로 가족 간 다툼이 일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부모 사망 후 유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형제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가 제기된 건수는 2020년 기준 2095건에 달한다. 부모님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평생 헌신한 자녀와 본인의 편의를 위해 형제에게 부담을 지우고 선택적 효도를 한 또 다른 자녀. 두 사람이 상속재산을 똑같이 갖는 것이 과연 공평한 일일까?
특별한 부양일수록 달라지는 상속
피상속인(사망자)이 유언으로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분을 특정하지 않고 상속인들 사이에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법에 따라 분배되는 비율을 법정상속분이라고 한다. 이때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그 상속분은 동일한 것으로 한다.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할 때 배우자의 상속분은 5할을 가산한다.
그러나 강 씨처럼 자신이 다른 형제 자매보다 부모를 더 많이 봉양해 재산을 동등하게 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기여분 제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증자에 일정 수준 이상 이바지했을 경우 법원이 상속분 산정에 이를 고려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단 기여분은 공동상속인에 국한하므로 사실혼에 의한 배우자처럼 공동상속인이 아닌 사람은 기여분의 권리자가 되지 못한다.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한 특별한 부양은 법률상 부양의무 범위 내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양의무의 성격상 1차적 부양의무자인 배우자에게는 더 높은 정도의 동거 및 부양의무를 부담시키기 때문에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성년 자녀는 부모에 대해 2차적 부양의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장기간 그 부모에게 생계유지의 수준을 넘는, 혹은 자신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했다면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다. 아버지가 경영하는 사업에 무급으로 종사한 첫째 아들, 공동상속인 모두가 부양 능력이 있는데도 모든 부양료를 지출한 동생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여분 결정 방법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대두되는데, 통상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와 동시에 청구하거나 반심판으로 청구하게 된다. 공동상속인 중에서 ‘특별한’ 기여(또는 부양)를 한 사람의 수고를 인정할 것인가, 인정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먼저 공동상속인들이 협의해 결정한다. 협의 시기는 피상속인 사망 후 최소한 상속재산을 분할하기 전까지다. 협의가 되지 않거나 할 수 없을 때는 기여자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기여분 청구를 하면 기여의 시기, 방법 및 정도, 부양 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범위 등을 토대로 정해진다.
공동상속인들 간에 기여분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거나 법원에서 기여분이 인정되면, 전체 상속재산에서 기여자의 몫을 제한 뒤 나머지 부분을 가지고 각자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상속재산분할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기여 상속인은 총 상속재산에서 자기 기여분을 받는 외에도 기여분이 공제된 상속재산에서 자신의 법정상속분만큼 받게 된다.
기여분 제도는 일부 상속인의 공로를 인정해 재산분할 시 공동상속인 간에 공평성을 더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런 분쟁이 생기면 가족관계에 금이 가기 쉬우니 사전 증여, 유언장 작성, 녹음,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등을 통해 미리 재산을 정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갑작스러운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서 상속주택이 발생했다. 이미 보유한 주택이 있는 경우 다주택자로 인해서 세금폭탄을 맞을까 봐 두렵다. 이렇게 상속주택이 생겼을 때 알아두면 좋은 각종 세율 및 제도를 소개한다.
취득세
상속주택은 취득세율이 대체로 낮다. 일반적으로 주택을 매수해 취득하는 경우 1주택자라면 1.1~3.5%, 다주택자는 8.4~13.4%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주택의 취득세율은 3.16%, 상속인이 무주택자라면 0.96%에 불과하다.
종부세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공동 소유 지분을 조정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덜 수 있다. 세법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시 상속주택의 소유 지분이 20% 이하면서 소유 지분의 기준시가가 3억 원 이하면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동거봉양
1주택을 보유하고 1세대를 구성하는 자가 1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60세 이상의 직계존속을 동거봉양하기 위해 세대를 합침으로써 1세대 2주택을 보유하면 합친 날부터 10년 이내에 먼저 양도하는 주택을 1세대 1주택으로 보고 비과세를 적용한다.
중장년이 되면 부모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는 순간이 생긴다. 이로 인한 상실도 크지만, 상속과 관련해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 혼란과 더불어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 특히 상속주택은 특례 규정 덕분에 비과세가 가능하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 상속주택이 생겼을 때 알아두면 좋은 세금 상식을 소개한다.
상속주택은 비과세가 가능하다. 상속주택은 돌아가신 분으로부터 상속받은 주택이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받은 것이므로 양도세와 관련해 특례를 두고 있다. 상속은 의도한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결과이기 때문이다. 본인 명의의 주택이 있는 상태에서 2주택이 되더라도, 때에 따라서 세금이 달라진다. 적용되는 조건이 복잡하기에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일반주택 먼저…상속주택은 6개월 안에
일반주택 1채를 보유한 상태에서 별도 세대원인 상속인으로부터 주택을 물려받았다면 ‘시점’과 ‘순서’가 중요하다. 일반주택을 먼저 팔아야 양도세 비과세가 가능하다. 이 일반주택은 상속 개시일 당시에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즉 상속 개시일 이후 산 주택은 비과세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한 2013년 2월 15일 이전에 취득했다면, 상속 개시 이후 취득했더라도 비과세 특례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상속주택을 먼저 팔면 어떻게 될까? 동일한 상황에서 상속주택을 먼저 팔면 양도일 시점에 2주택자로 보아 양도세가 과세된다. 다만 상속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팔면 다주택자로 중과되지 않는다. 상속주택을 상속 개시일 6개월 이내 처분하면 양도차익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배환균 세무사는 “상속주택을 6개월 이내 처분하면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이 같고, 이로 인해 양도차익이 생기지 않아 양도세를 낼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우선순위와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비과세
상속주택이 여러 채거나 상속받은 인원이 여러 명일 경우엔 달라진다. 사망한 부모로부터 2채 이상의 주택을 상속받은 경우에는 1채만 인정되며 나머지는 일반주택으로 분류된다. 복수의 주택 중 상속주택으로 결정되는 우선순위는 ▲피상속인이 가장 오래 보유한 주택 ▲피상속인의 거주가 가장 긴 주택 ▲사망일 시점에 거주한 주택 ▲기준시가가 가장 큰 주택 순이다. 따라서 자녀가 여럿이라면 해당 상속주택을 물려받은 상속인만 일반주택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반대로 상속주택을 여러 형제가 물려받았을 때는 기준이 또 다르다. 통상적으로 공동 지분으로 소유한 주택은 각자 한 채씩 소유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상속주택은 다르다. 상속 지분이 가장 큰 상속인을 주된 상속인으로 판단한다. 소수 지분의 상속자는 주택 수를 산정할 때 공동 상속주택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만약 상속 지분이 동일하다면 상속 개시 당시 상속주택에 거주한 자, 최연장자 순으로 상속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본다.
주된 상속인이 사망일 당시 일반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상속주택 특례를 적용받는다. 세법상 상속주택의 소수 지분 상속인은 상속 개시 당시 보유하던 상속주택 외에 본인 일반주택을 매도할 때, 상속주택은 주택 수에서 제외되며 비과세를 적용한다. 다만 주된 상속인은 5년 안에 상속주택을 팔아야 중과세가 배제되지만, 소수 지분 상속인은 기간의 제한이 없다.
상속받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입주권은 비과세 특례가 가능할까? 첫 번째는 입주권이 주택이 된 상태로 양도하면 된다. 다만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보유 2년, 조정대상지역은 거주 2년)을 갖춰야 한다. 두 번째는 관리처분인가일 이전에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을 충족한 주택이 입주권으로 변했을때, 상속을 받고 양도하면 비과세될 수 있다. 이종훈 세무사는 “두 번째 유형의 경우엔 동일한 세대원이어야 하며, 다른 주택을 보유하지 않아야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상속주택 세금 상식
취득세 ▶ 상속주택은 취득세율이 대체로 낮다. 일반적으로 주택을 매수해 취득하는 경우 1주택자라면 1.1~3.5%, 다주택자는 8.4~13.4%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무상취득(증여)의 경우 3.8%(다주택자는 13.4%)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상속주택의 취득세율은 3.16%, 상속인이 무주택자라면 0.96%에 불과하다.
종부세 ▶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공동 소유 지분을 조정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덜 수 있다. 세법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시 상속주택의 소유 지분이 20% 이하면서 소유 지분의 기준시가가 3억 원 이하면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동거봉양 ▶ 1주택을 보유하고 1세대를 구성하는 자가 1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60세 이상의 직계존속을 동거봉양하기 위해 세대를 합침으로써 1세대 2주택을 보유하면 합친 날부터 10년 이내에 먼저 양도하는 주택을 1세대 1주택으로 보아 비과세를 적용한다.
취업난과 고용 불안, 급등하는 집값, 육아 문제 등 청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중장년층의 근심과 고통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11일 발표된 라이나전성기재단 ‘전성기 웰에이징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거주 만 55세~74세 남녀 1068명 중 현재 자녀를 돌보고 있는 비율이 14.5%에 달해 손주나 노부모를 돌보는 비율보다 많았다. 보고서는 늦어지는 결혼과 취업으로 인해 자립하지 않고 부모와 동거하고 있는 자녀가 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캥거루족’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용어다. 과거 캥거루족은 학업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대가 거의 다수였지만 최근에는 30대와 40대 캥거루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캥거루족은 314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창 일할 나이인 30~40대의 비율이 20.7%에 달한다. 캥거루족 5명 중 1명이 3040인 셈이다. 30대 미혼 인구 비중은 10명 중 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캥거루족의 증가 원인으로 취업난과 늘어나는 주거비를 꼽는다. 김진영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벌주의와 고학력 일자리를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함에도 그에 걸맞는 기업의 일자리는 여의치 않아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라며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하니 독립할 수 있는 여건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발간한 ‘KOSTAT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 실린 ‘저(低) 혼인 시대, 미혼남녀 해석하기’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의 주거형태를 보면, 자가가 70.7%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월세(14.8%), 전세(12.1%) 순이었다. 캥거루족은 대체로 부모가 소유한 집에서 살기에 별도로 주거비를 낼 필요가 없는 반면 미혼 청년 1인 가구는 59.3%가 월세이고, 자가는 11.6%에 불과했다. 청년 1인 가구는 대체로 남의 집을 월세로 빌려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야 하기에 수입의 상당액을 주거비로 쓰는 경우가 많다.
청년 1인 가구는 주거비 부담은 크지만, 주거 형태는 더욱 열악했다. 부모와 같이 사는 미혼의 주거 형태는 아파트(56.8%)가 많았지만, 미혼 1인 가구는 51.2%가 단독주택에 살았다. 대체로 캥거루족은 부모의 아파트에서 살고, 나 홀로 가구는 상대적으로 주거 환경이 떨어진 빌라 등에서 셋방살이를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박시내 통계개발원 서기관은 “청년층 고용 불황이 지속되고 주거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 세대에게서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캥거루족이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면 그 부모도 경제적 자립능력이 취약해진다. 미혼 자녀를 부양하는 기간이 늘어나면 부모가 은퇴 시기까지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경제력과 노동력을 쏟아붓는 현실이다.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자 중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한 사람의 비중은 57.7%로 직전 조사인 2015년(49.7%)과 비교해 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김 교수는 “캥거루족은 부모세대의 노후준비를 방해하여 경제적 부담을 주고 돈을 벌어야 할 기간을 늘릴 뿐 아니라, 가사업무 부담까지 증가시킨다”라며 “성인 자녀도 식사 준비나 청소 등 집안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데 부모님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청년 문제는 한 가구 내에서 윗세대로까지 전이되는 문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청년 주택, 청년 전세대출 등 청년을 위한 정책은 쏟아지는 반면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부모세대의 설움은 알아주는 이가 많지 않다. 가난한 청년세대를 봉양해야 하는 부모세대의 소득감소·빈곤 등 이들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교수 역시 “기초연금 등 부모세대에 대한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청년세대에 대한 지원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라며 “청년세대가 빨리 자립할 수 있는 지원과 함께 저소득층 부모세대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세법 강화로 다주택자의 고민이 커졌다. 부동산에 대한 세금이 늘어나고 다주택자의 중과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걱정이 많아진 것이다. 이처럼 세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는 현명한 절세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일단은 양도할 주택이 조정대상지역 내에 있더라도 기본세율(6~42%)로 과세하는 경우가 있으니 확인해보자. 우선 1세대 3주택 이상 중과제외 주택의 경우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수도권과 광역시, 특별자치시 외 지역(광역시, 특별자치시 소속 군 및 읍·면지역 포함)의 양도 당시 기준시가가 3억 원 이하인 주택(중과여부 판단 시 보유주택 수 계산에서도 제외)은 1세대 3주택 이상 중과제외 대상이다.
또 세무서 사업자와 구청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8년 이상 임대, 2018년 3월31일까지 등록한 민간매입임대주택은 5년)도 중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매입임대주택은 수도권 기준시가 6억 원 이하, 비수도권은 3억 원 이하 주택이 해당된다. 건설임대주택은 대지 298m² 이하, 건물 연면적 149m² 이하, 기준시가 6억 원 이하 주택을 2호 이상 임대하는 경우다. 다만 2018년 9월 14일 이후 취득(계약)하는 주택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더라도 중과제외 대상 혜택이 미적용 된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양도소득세 감면주택은 미분양주택이나 신축주택 등이 해당된다. 또 10년 이상 특수관계자 제외 종업원에게 무상 제공한 장기사원용 주택이나 5년 이상 운영한 가정어린이집은 실질폐업 후 6개월 안에 양도할 경우 중과제외 주택으로 분류된다.
세법상 5년 안에 양도하는 상속주택이나 저당권 실행 또는 채권변제를 위해 취득한 주택으로 3년 내 양도의 경우 문화재주택도 1세대 3주택 이상 중과제외 주택에 해당된다.
또한 1세대 2주택 중과제외 주택은 앞서 설명한 3주택 이상자의 대상 주택과 취학, 근무상 형편, 질병 요양 등의 사유로 취득한 수도권 밖 주택 및 다른 시·군 소재 주택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경우 취득 당시 기준시가 3억 원 이하, 취득 후 1년 이상 거주하고 사유 해소 후 3년 이내 양도하는 경우 1세대 2주택 중과제외 주택에 속한다.
혼인으로 인한 합가일로부터 5년 이내 양도하는 주택, 부모 동거봉양 합가일로부터 10년 이내 양도하는 주택,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소송결과에 따라 취득한 주택으로 확정판결일로부터 3년 이내 양도하는 경우 등도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아들도 딸도 있는 A씨가 사망했다. 자녀들 중에서는 둘째 딸 B씨가 가장 자주 A씨를 찾았다. 지방 살림을 정리하고 서울로 와 아버지를 부양하면서 살기도 했다. B씨는 다른 형제들보다 더 많은 상속분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형제자매 중 유일하게 생활비와 병원비를 보탠 자식이나 아버지를 모시고 생활하며 제사를 모신 자식, 주말과 휴일에 찾아와 돌본 자식, 부모의 치료비와 약값을 부담한 자식은 그러하지 않은 다른 자식보다 더 많은 상속분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위의 예와 같은 경우, 즉 공동상속인 중에서 상당한 기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에게 다른 상속인보다 더 많은 재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기여분(寄與分)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부모의 생활이나 투병,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식은 다른 상속인보다 상속분이 더 인정돼야 한다. 그런데도 법원은 얼마 전까지도 기여분을 잘 인정하지 않았다.
2013년 이래 기여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위에서 본 B씨의 경우 상당한 기여분을 인정받아 A씨의 대부분의 재산을 상속받았고, 그 외 사례에서도 기여분이 인정되고 있다. 기여분 인정에 대한 변화는 부모 봉양이나 부양이 당연한 의무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조금은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그러면 기여분은 어떻게 산정될까? 기여분의 금액이나 비율이 특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여의 시기, 방법, 정도와 상속재산의 액 기타의 사정을 참작한다. 기여분이 인정되는 경우 상속재산은 기여분을 제외한 재산이된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자녀로 C씨, D씨 2명이며 상속 개시 당시 상속재산이 1억 5000만원, C씨의 기여분이 3000만원이라면 기여분을 공제한 1억 2000만원이 상속재산이 된다. 따라서 위 상속재산 1억 2000만원을 2분의 1하여 각각 6000만 원을 상속받게 되어 C씨는 기여분과 상속재산을 합한 9000만원, D씨는 6000만원을 상속받게 된다.
상속인으로서 기여분을 많이 받는 경우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하지 않는지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상속인이 모두 피상속인의 자녀로 E, F, G 3명이고, 상속재산 가액이 1억 5000만원인데 E에게 1억 2000만원의 기여분이 인정된 경우 F, G 각각의 유류분(법정상속분 2분의 1에 해당하는 2500만원)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여분은 유류분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기여분의 가액이 상속재산의 상당한 금액에 해당되더라도 유류분을 침해하지 않는다. 단지 기여분의 가액을 결정할 때 유류분 역시 고려의 대상이 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기여분은 향후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들의 지위를 인정해 주는 제도로 정착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과거에는 부모에 대한 봉양이나 부양을 당연한 의무로 인식하였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강제하거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부모 부양의 의무를 이행하는 자녀를 다른 자녀들과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인 만큼 법원이 부양 의무를 이행하는 상속인에게 상당한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니어 전문 미디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www.bravo-mylife.co.kr) 창간기념 ‘5060세대 정체성 및 성의식’ 설문조사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KBS와 SBS 등 국내 주요매체가 설문조사 내용을 집중 보도했다. 보도를 접한 이들은 통념과는 다른 신중년층의 가치관을 발견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존의 중장년층과는 달리 개방적인 성의식과 결혼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당당한 자세, 가족에게 헌신적이었던 삶에서 벗어나 남은 인생을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려는 경향 등이 큰 인상을 남겼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 태어나 평생을 직장과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돌아보지 못했던 5060세대. 하지만 이제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의식의 변화가 엿보였다. 이에 따라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5060세대 사고의식의 변화와 설문조사 속 숨겨진 의미를 국내 전문가와 함께 진단했다.
주위의 황혼이혼에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70%를 넘는 등 결혼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5060세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식들의 성장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자식들을 다 키운 마당에 더 이상 가정에 묶여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존 세대에서는 결혼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고 또 자식들을 생각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기존 우리 사회에 팽배한 가치관이 그랬다”며 “아이들이 다 성장하고 그동안 너무 힘들게 결혼제도에 묶여 있었던 것에 대한 회의와 함께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가정문화가 황혼이혼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혼전문 변호사인 최일숙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결혼에 얽매이지 않는다기보다는 '삶의 실질과 행복'을 추구하려는 경향일 것”이라며 “우리사회의 가정이 평등한 부부관념에 기초해 서로 대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장으로 거듭난다면 이혼의 증가추세는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희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 대표는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부부의 생각차이를 황혼이혼의 이유로 들었다. 그는 “지난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거지역이나 형태와 주요 관심사, 노부모 봉양문제 등에서 남편과 아내가 꿈꾸는 노후생활이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말을 안 해도 내 생각을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은 버리고, 월2회 정도는 노후생활에 대해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혼 이혼한 부부는 여성이 먼저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일종의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수십 년의 결혼생활 중 집안 살림을 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억눌러 살던 지난 세월을 이혼으로 보상받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황혼이혼으로 행복에 이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곽 교수는 “결혼생활 동안의 과도한 희생정신은 이후 지나친 보상 심리로 이어져 자기만을 생각하는 중년, 노년을 보내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문조사에 나타난 신중년층의 다른 특징은 금전적인 측면에서 자녀와의 관계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기존의 중장년층은 자신의 재산을 자식에 상속하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자산을 ‘전액 자식에게 상속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8.3%에 불과했다. ‘나누어 상속도 하고 기부도 할 것’이라는 대답이 46.6%에 달했고 ‘전부 사회에 기부할 것’이라는 신중년층도 5.1%나 나타났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부모를 봉양하려는 자식들의 의지가 약해지면서 5060세대도 자식에 전 재산을 물려주려는 분위기가 수그러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법무부가 생존 배우자에게 상속 재산의 50%를 우선 떼어주는 내용 등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전통사회와는 달리 부모와 자식 간의 신뢰가 다소 약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은 “재산 상속의 대가로 효도와 봉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남겨진 여생 동안 자신을 위해 돈을 쓰겠다는 마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세대 간 신뢰의 약화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부모를 위하는 것만큼 우리 자녀도 나를 위할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노부모 부양기간은 평균 5년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오는 100세 시대에는 25~30년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자녀도 노인인데 어떻게 부모를 도와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부가 같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현재로서는 국민연금만한 노후대비 저축상품은 없다고 봐야한다. 가정주부도 임의 가입이 가능하므로, 젊은 시절부터 부부가 같이 국민연금에 가입해 60세까지 불입한다면, 노후자금 마련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결과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50·60대도 젊은이처럼 이성과 원나잇스탠드 할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20%가 긍정적으로 답했다는 점이다. 성별로는 남자(29.3%)가 여자(10.4%)보다 원나잇스탠드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배우자와 동거하는 5060대 중 18.9%가 원나잇스탠드가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손 원장은 “사회 분위기와 연관돼 있다”며 “비교적 성적으로 개방돼 있는 젊은 세대의 행태를 따라 하면서 자신이 비교적 젊게 산다는 만족감을 느끼려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에 비해 임신과 출산에서 해방되면서 성적으로 자유로워졌다는 견해도 있다. 곽 교수는 “진화심리학적으로 이젠 더 이상 2세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성적 활동이 활발해지게 된다. 이런 심리로 인해 중년들의 성 생활이 자유분방해질 수 있다”며 “고령화 시대로 되면서 신체적인 건강이 좋아져서 성적으로 더 활동적이 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5060세대는 일에 대한 욕구도 높았다. ‘기회가 주어지면 충분히 일할 수 있다’는 응답이 88.8%에 달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노후 준비를 이야기할 때 경제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후의 삶에서는 경제적 요인뿐만이 아니라 일에서 오는 성취감으로 인한 자존감의 유지,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보낼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늦은 나이까지 일을 하겠다는 대답은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 원장은 “인간 수명이 길어진 이상 보다 더 오래 일하고, 젊은 세대와의 소통의 유지를 위해서도 활력 있고 적극적인 노년의 모습이 요구된다”며 “사회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대 수명의 증가로 50~60대에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기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거나 혹은 앞으로도 더 발전적인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생겨난 결과다. 인간의 정신 발달 단계가 더 길어진 셈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