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힘들다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내 대답은 간명하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30년 넘게 글 쓰고 책 써서 먹고산 내게도 글쓰기는 힘든 일이다.
글쓰기가 힘든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글쓰기는 나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이다. 글은 내가 아는 지식과 정보의 수준, 내 생각의 깊이와 감정의 변화, 내가 살아온 여정을 만천하에 공표한다. 벌거벗고 남들 앞에 서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더욱이 글은 누군가의 평가가 따른다. 말처럼 흩어지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글쓰기는 또한 이런저런 역량을 요구한다. 어휘력, 문장력, 논리력 등등. 집중력과 끈기도 필요하다.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지적인 부하가 걸리는 작업이다.
욕심을 내려놓고 쓰자
글쓰기처럼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는 첫 번째 길은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글쓰기가 두렵고 힘든 이유는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다. 기대 수준을 낮추고 어깨의 힘을 빼면 누구나 쓸 수 있다. 누가 당신에게 천하의 명문을 쓰라 했는가. 글을 못 쓰면 패가망신당할 일이라도 있는가. 왜 못 쓰는가. 한글을 모르는가? 쓸 수 있는 종이와 펜이 없는가? 못 쓰는 이유는 단 하나, 잘 쓰려는 욕심 때문이다.
욕심을 내려놓는 방법이 있다. 자주 쓰면 된다. 곧바로 또 쓸 것이므로 지금 쓰는 글에 목숨 걸지 않는다. 지금 못 보여준 것이 있으면 다음 글에서 보여주면 된다. 지금 못 써도 다음에 만회할 기회가 있기에 그냥 쓴다. 하지만 가끔 쓰면 그냥 쓰기 어렵다. 모처럼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기 마련이다. 물론 글을 자주 쓰다 보면 또 다른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작가들은 이런 욕심 앞에서 낙심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욕심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차후 문제다. 우선은 자주 쓰는 것으로 욕심을 잠재워보자.
독자에게 주눅 들지 않는 방법
욕심과 쌍을 이루는 글쓰기 장애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주눅이다. 글은 독자가 있고, 독자는 내 글에 감 놔라 대추 놔라 상관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에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대다수 글 쓰는 사람은 그럴 생각이 없다. 오히려 여기에 손뼉을 맞추기라도 하듯, 독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달이다. 이런 조바심이 글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독자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한다. 문제는 주눅 들면 글을 잘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잔뜩 얼어붙은 손으로는 자판을 두드릴 수 없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머릿속으로만 썼다 지웠다 반복한다.
겁이 많고 남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나는 늘 독자 앞에 서면 오금이 저린다. 그런 내가 글쓰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두 가지 시도를 하면서다. 하나는 아내를 글동무로 두는 것이다. 직장에 다닐 적에는 아내가 내 글을 보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어디 나가지 않으면서부터 쓴 모든 글의 첫 번째 독자는 아내가 됐다. 아내는 내 글을 늘 좋다고 칭찬한다. 물론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으면 기탄없이 지적도 하지만, 대부분 괜찮다며 격려한다. 나는 이 말에 기대어 글을 쓴다. 아내에게 보여줄 요량으로 후다닥 글을 쓴다.
독자에게 주눅 들지 않기 위해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독자를 특정하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내가 잘 알고 내게 우호적인 한 사람을 정해서 내 머릿속에 앉혀놓고 쓰면, 그 독자는 무섭지 않다. 그 독자를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그 대상을 주로 직장 생활할 때 알고 지내던 사람 중에서 고른다. 써야 할 글에 따라 그에 맞는 독자를 선택한다. 보고서 관련 글이면 내가 아는 30대 여성 김 모 씨를 소환하고, 지금 쓰는 이런 글은 입사 동기이자 오랜 친구인 박 모 씨를 불러다 내 앞에 앉힌다. 그리고 이들에게 얘기한다 생각하고 조곤조곤 쓴다. 이렇게 쓰면 독자가 두렵기는커녕 그들이 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훤히 알 수 있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간절함까지 더해져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루틴으로 쓴다
욕심과 두려움을 어느 정도 잠재우고 나면, 그다음 할 일은 습관 들이기다. 글은 쓰고야 말겠다는 의지로는 쓰기 어렵다. 일상적으로 의욕을 불태우기가 어디 쉬운가. 이런 의지와 의욕은 오래가기 어렵다. 우리 뇌는 이런 일에 쉬 지친다. 아니, 자기를 옭아매려는 이런 시도 자체를 싫어한다. 글쓰기를 루틴화해야 한다. 나는 하고 싶은 일 사이에 글쓰기를 끼워 넣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한 후 글을 쓰고, 하고 싶은 일로 보상하는 것이다.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를 쓸 때 다니던 출판사에서 두 달간의 유급 휴직을 받았다. 집에 들어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20여 일간 거의 글을 쓰지 못했다. 매일 의지를 다지며 글쓰기를 시도했지만 써지지 않았다. 글을 쓰진 못했어도 그 기간에 매일 하던 일이 있었다. 산책과 커피 테이크아웃, 샤워가 그것이다. 그렇게 20여 일이 되던 어느 날, 그날도 여느 때처럼 산책을 마친 후 커피숍에 들러 커피를 주문한 후 집에 돌아가 글을 쓰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 들자마자 빨리 집에 가서 글을 쓰고 싶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니 쓸거리가 막 떠올랐다. 그것들을 잊을까 봐 몸을 씻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바로 그날부터 봇물이 터지듯, 봉인이 해제되듯, 산책을 나가면 내 뇌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쓸거리가 떠올랐다. 그렇게 글을 쓴 후에는 막걸리 한 병씩 마시며 나 자신을 칭찬했다. 이런 소소한 보상은 상승효과를 가져와 내 뇌는 막걸리 먹고 싶은 마음에 쓰기를 재촉했다.
습관은 글쓰기 제조 라인이다. 정해진 루틴 위에 나를 올려놓으면 뇌는 써야 할 시간임을 인지하고 글을 쓴다. 이쯤 되면 안 쓰고 버티는 것보다 쓰는 게 더 편하고 익숙해진다. 나만의 얘기가 아니다.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이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난 시인•소설가 모두 글쓰기 전후에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있었다. 어떤 이는 글을 쓰기 전에 연필을 깎고, 어떤 이는 음악을 들었으며, 또 다른 이는 카페에 갔다. 이런 루틴이 없는 작가는 없었다. 그들의 글은 루틴의 산물이었다.
시간만 들이면 누구나 쓸 수 있다
마음의 준비가 되고 습관이 몸에 배었으면 이제 남은 건 시간을 들이는 일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필요한 것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시간을 꼽는다.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은 시간이다. 나는 시간에 의지해 글을 쓴다. 내게 시간이 있다는 건 늘 희망이었다. 시간만 들이면 글은 언제든 쓸 수 있다. 써질 때까지 쓰면 써지는 게 글이니까. 아는 게 부족하다고? 글쓰기 실력이 없다고? 시간은 이 모든 걸 채워주고 키워준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가.
내가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섯 가지다. 첫째, 글 쓰는 시간을 낸다. 당신은 글을 쓰는 데 시간을 얼마나 할애하는가? 하루에 몇 시간씩 글을 쓰라는 게 아니다. 나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다만 나는 하루에 몇 줄이라도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블로그나 SNS에, 메모장에 한 줄이라도 쓴다. 글을 전혀 쓰지 않는 날은 없다. 이것이 중요하다. 누가 작가인가. 오늘 글을 쓴 사람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작가는 오늘 하루 잠시라도 글을 쓰는 데 시간을 낸 사람이다.
둘째,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 나는 짬짬이 글을 쓴다. 글을 써야겠다고 정색을 하고 쓰면 잘 안 써진다.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처럼 굳이 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오히려 글이 잘 써진다. 학교 다닐 적에도 시험 기간에는 공부하기 싫다가 시험이 끝나고 놀아도 되는 시간에 하는 공부는 꿀맛이었다. 누구에게나 짬이 난다. 그 시간에 글을 써보라. 쓰고 있는 자신이 대견하고 쓰는 행위에서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셋째, 사람마다 글이 잘 써지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찾아서 공략하자. 새벽녘일 수도, 심야일 수도 있다. 우울하거나 심심할 때일 수도 있고, 텐션이 올라 의욕 충만한 시간일 수도 있다. 나는 도서관에 앉아 있을 때가 그 시간인 적도 있고, 카페에서 그런 시간을 만난 적도 있었다. 무언가를 읽거나 들은 직후에 그런 시간이 온다는 걸 안 후부터는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다.
넷째, 마감 시한을 정해놓고 쓴다. 글은 완성하는 버릇이 필요하다. 쓰다가 마는 게 아니라 끝까지 써보는 습성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데드라인을 두고 써야 한다. 언제까지 글을 완성한다는 마음으로 쓰고, 실제로 그것을 지켜야 한다. 블로그에 사흘에 하나씩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그렇게 하고, 브런치에 한 달에 한 편씩 글을 올리겠다고 약속했으면 그것을 지키는 것이다. 직장 다닐 때는 보고서이든 기획서이든 늘 마감이 주어졌다. 소심한 나는 늘 마감을 지켰다. 혼나는 게 무섭고 잔소리 듣는 게 싫어서 마감 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켰다. 직장을 나온 후 지난 10년간은 스스로를 구속하기 위해 신문이나 잡지의 연재를 마다하지 않았다. 마감 지키는 글쓰기를 지속해왔다.
다섯째, 오래 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오래 살아야 한다. 오래 쓰면 잘 쓸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순 넘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고, 칠순을 넘겨 빛을 본 작가들이 부지기수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쓴 유일한 장편소설이자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닥터 지바고’는 그의 나이 63세에 완성됐다. ‘로빈슨 크루소’를 쓴 대니얼 디포는 예순이 다 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58세에 썼다. 박완서 선생도 전업주부로 살다가 마흔 살에 등단했다. 작가의 세계만큼 ‘늦깎이’, ‘대기만성형’이 통용되는 분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 쓰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나는 매일 걸으면서 쓸 수 있는 날을 늘린다. 당장은 잘 쓰지 못해도 오래 살기만 하면 언젠가는 글을 잘 쓰게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오늘도 쓴다. 자, 이제 쓸 시간이다.
현재 일본 인구 중 80세 이상은 10명 중 1명이다. 65세 이상은 곧 3명 중 1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시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이 글에서는 정년퇴직 후 경험이 없는 분야인 수제 맥주 회사를 창업한 일본의 65세 쓰카코시 씨 이야기를 소개한다.
도전의 시작 : No Play No Error
37년간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60세에 교장직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쓰카코시 토시노리(塚越敏典) 씨. 퇴직 후 첫 1년 동안은 미술관에서 주 4일 근무하며 생활했는데, 어느 날부터 평범한 일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단다. 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가르쳤지만, 정작 자신은 도전한 경험이 없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무언가 흔적을 남겼는가?’였다. 60년 동안의 삶을 돌아보니 남긴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두 번째 질문은 ‘평생을 살아온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였다.
“저는 유키시에서 자랐고, 이곳에서 평생 교사로 근무하며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시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유키시는 일본 술, 배, 토마토, 포도 등으로 유명해요. 일본 술은 오래된 경쟁 업체가 많아서 이 지역 과일을 활용한 맥주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
친구의 권유로 참가한 양조 체험 투어에서 처음으로 맥주 제조를 접한 쓰카코시 씨는 자신이 만든 맥주를 지인들에게 시음해보게 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는 고향인 유키시에서 수제 맥주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역 활성화에도 공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쓰노미야시에 있는 맥주 공장에서 세 달 동안 양조법을 배운 뒤 2019년 수제 맥주 회사 ‘유키 맥주’를 창업했다.
지역 특산물 담은 유키 맥주
인구 약 5만 명의 유키시는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이바라키현 서쪽의 작은 도시다. 유키시에서 쓰카코시 씨가 만드는 유키 맥주의 특징은 뭘까?
“과일의 특징을 살린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많아요. 예를 들어 배 원료를 사용한 맥주와 사과 원료를 사용한 맥주 등 계절에 따라 출시되는 제품도 있습니다. 우리의 대표 상품 브랜드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가장 인기 있는 I.P.A 맥주가 있어요. 인디아 페일 에일인데요. 홉 함량이 풍부해 쓴맛이 강하며 알코올 도수도 높습니다. 두 번째는 쓰무기 에일이라고 하는데, 유키시에서 유명한 유키 명주를 활용한 고유 맥주입니다. 명주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서 만든 천인데, 고치를 만드는 누에는 뽕잎만 먹지요. 쓰무기 에일은 이 뽕나무 열매(오디) 원료를 사용해 오직 이곳에서만 생산됩니다. 세 번째 KISS ALE라는 맥주는 오야마시의 딸기 농장에서 재배한 스카이베리 원료를 사용하여 만든 인기 있는 맥주입니다.”
새로운 도전에도 자금은 필요하기 마련이다. 매일 손익을 따지는 엄격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가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창업 자금은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활용했고,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수의 개인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통해 모금하기도 했습니다. 초기 목표 금액은 100만 엔이었지만 실제로는 175만 엔을 모았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가르쳐온 수많은 제자들로부터 후원을 받았으리라 예상했는데, 역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전의 어려움과 성취의 즐거움
경영 경험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제2의 커리어로 창업의 길로 들어선 그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사람 관리가 가장 어려웠어요. 이전에도 항상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지만, 사장으로서 직원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을 고용하고 직접 관리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일부 직원을 고용해봤는데, 내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어서 그들과의 협업을 종료해야 했습니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인사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듯이, 깊은 물 속은 들여다볼 수 있어도 사람 마음은 좀처럼 알기 어렵다. 적합하지 않은 인재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이른바 ‘미스 매칭’을 겪는 기업이 많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맥주 회사를 창업해 좋았던 점은 뭐가 있는지 물었다. 쓰카코시 씨는 교직원 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늘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 학교에서 가르치던 경제나 세금 관련 내용을 현장에서 적용해보며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 점도 좋단다. 이론보다 실무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에 공감했다.
유키 맥주에서 만드는 수제 맥주 12종은 각각 330ml 병당 600엔(약 5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기업에서 만드는 맥주의 약 3배 가격이다. 아무래도 수제 맥주는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어떤 판매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특별한 전략은 없지만, 대기업 제품과 차별화되는 ‘수제 맥주’만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맛이 좋으면 반드시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NS와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어요. 아직 서툰 부분도 있지만요….”
지역에 기여하는 삶
유키 맥주는 지난해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이 됐다. 개인사업자로 일할 때는 수익이 조금 나기도 했지만,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설비를 늘리고 창고를 만드는 등 투자를 해 대출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쓰카코시 씨는 매달 상환해야 할 대출금을 생각하면 잠을 이루기도 힘들 만큼 압박을 받지만,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니 잘 헤쳐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 쓰카코시 씨를 교사 시절부터 알고 지낸 학부모와 제자들이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정년퇴직하면 교육과는 다른 분야에서 일해보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제자들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유키 맥주를 4년 동안 운영해올 수 있었던 건 결국 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보답하고자 쓰카코시 씨는 매일 아침 지역에서 쓰레기 수거 봉사활동을 한다. 쓰레기를 줍다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을 마주칠 때면 “너희들 나중에 성인이 되면 반드시 유키 맥주를 마셔야 한다!”고 외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장직을 맡은 경험이 있기에 아이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는 것도 그가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정년 전에는 항상 사람과 함께 있었는데, 요즘은 혼자서 종일 일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껴요. 늘 라디오를 듣고 있기는 하지만, 대화할 기회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침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잠시나마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하루를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누가 저에게 부탁을 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예요.”
쓰카코시 씨는 유키 맥주가 대대손손 이어지기를 바란다. 손자가 성장해 자신의 사진을 공장 벽에 걸어두고 “이 사람이 창업자고 나는 3대째야”라고 말해주면 좋겠단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된 노년층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장면이다. 내가 하던 일을 손자·손녀가 이어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꾸려나간다면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쓰카코시 씨는 수제 맥주 양조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전하고 있다. 맥주를 양조하며 느낀 창의적인 즐거움과 사회적인 만족감이 삶을 채워준다. 그는 노후에도 변화와 도전을 통해 뜻깊은 인생을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노 플레이 노 에러!’ 아무것도 하지 않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내가 존재했다는 걸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창업으로 회사를 세우는 길을 택했습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가치를 남길 수 있을 거예요. ‘예순이 지났는데, 앞으로 뭘 하겠어?’가 아니라 ‘앞으로 40년이나 남았네’라며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실천과 도전의 중요성’을 가르친 그는 현장에서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는 롤모델이 되기를 자청했다. 정년퇴직 후에도 ‘노 플레이 노 에러’ 정신으로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의 삶을 통해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하며 사회에서 만족감을 찾아 기여하는 삶이 의미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50~60대 샐러리맨이 정년퇴직 후에 1인 창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년 후 기존 기업에 재고용되는 경우 월급과 직위가 대폭 낮아지고 단순 업무로 인해 불만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1인 창업을 하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며, 소규모로 시작하니 리스크를 줄이고 평생 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창업할 때 동료나 후배에게 함께 일하자고 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신중해야 한다. 성공하면 이익 분배로 갈등이 생기고, 실패하면 책임을 떠넘기며 헤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년 후 창업은 혼자 개척해 나가는 것이 철칙이라고 조언한다.
그렇기에 쓰카코시 씨의 유키 맥주 창업기는 100세 시대에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는 이야기다. 정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하는 삶의 가치를 더 많은 분들이 나누기를 기대한다.
감사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닙니다. 저절로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감사는 찾아내는 것입니다. 내가 직접 찾지 않으면 절대 발견할 수 없는 보물찾기와 같습니다. 저물어가는 계묘년을 감사로 마무리해보면 어떨까요.
초등학교 시절 소풍에서 백미는 보물찾기입니다. 장기자랑도 좋고, 김밥에 사이다 먹는 맛도 좋지만, 보물찾기만큼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은 없을 것입니다. 그 시절 보물찾기는 학생 수만큼 보물이 적힌 쪽지가 넉넉하지 않고 찾기 힘든 곳에 감춰져 있는 게 아쉬운 점이라면, 감사 보물찾기는 보물 쪽지가 학생 수를 넘어설 만큼 충분할 뿐 아니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입니다. 심지어 남들은 불운이나 불행·불평·불만이라 생각하는 것을 감사로 받아들이는 순간, 새로운 보물 쪽지가 생겨난다는 점은 가장 특별합니다.
감사는 나에게 없는 것을 찾는 게 아닙니다. 내게 있는 것, 남들 눈에 하찮아 보일지라도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감사는 거기에서 출발합니다.
불행을 은혜로 돌리는 마법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며 나쇼날, 파나소닉, JVC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든 마쓰시타(松下)전기 창업주입니다. 생전 인터뷰에서 그는 성공을 이룬 비결을 묻자, 하늘로부터 세 가지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가난한 것, 병약(病弱)한 것, 못 배운 것이 그가 꼽은 세 가지 은혜라고 합니다.
“가난하게 태어난 덕분에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는 잘살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네. 또 허약하게 태어난 덕분에 건강의 소중함을 일찍 깨달았지. 몸을 아끼고 건강에 힘썼기 때문에 아흔이 넘은 지금도 겨울에 냉수마찰을 한다네. 그리고 알다시피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야. 그 덕분에 항상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나의 스승으로 받들고 배웠다네. 이런 불행한 환경이 나를 이만큼 성장시켜주었으니, 하늘이 준 은혜라고 생각하고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네.”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부모를 탓하고 하늘을 원망하며 불행 속에 자신을 가둘 것들이 그에게는 하늘이 준 축복이자 은혜였습니다.
고마운 게 없는 당신에게
“너는 그게 고맙지 않니?”
“왜요? 저는 하나도 고마운 게 없는데요.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은진 씨는 아들 이야기를 듣자마자 뒤통수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팔십 넘은 아버지가 혼자 된 아들을 위해 좋아하는 육회거리 장을 봐오셨는데 한다는 말이 그 모양이라니요.
괘씸하고 서운해만 할 일은 아닙니다. 찬찬히 아들 마음을 들여다봐야 할 때입니다. 요즘 들어 눈도 마주치지 않고 늘 성난 얼굴로 자기 방에만 처박혀 있기 일쑤에, 고마운 게 없다는 말은 자기 마음이 상처받고 병들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도, 무엇을 보아도 자기 기대와 욕심에 못 미치는 것들뿐이라 불평·불만이 꽉 찬 상태여서 고마운 맘이 들어갈 틈이 없을 테니까요.
‘때문에’ 안경을 벗을 때
2018년에 나온 영화 ‘레슬러’(Love+Sling)에서는 자신(유해진 분)의 뒤를 이어 레슬링 국가대표 선발전을 눈앞에 둔 아들(김민재 분)이 갑자기 결승전 문턱에서 사라지면서 숨겨왔던 갈등이 폭발합니다. 아내와 일찍 사별하고 웃음을 잃은 아버지를 위로하고자 시작한 레슬링 놀이가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이르자, 아들은 이게 자신의 꿈이 아니라고 호소합니다. “내가 누구 때문에 홀로 너를 키우며 고생했는데 이제 와서….” 아버지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들은 자신에게 꿈이 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던 아버지를 납득하지 못합니다.
자식은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어주는 한풀이 대상이 아닙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힘든데, 내가 너희들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 거야, 이런 말은 자녀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줍니다. 부모의 불행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과 미안함은 무력감, 좌절, 분노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때문에’ 지옥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매사를 ‘때문에’ 안경으로 보면 불평·불만,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 차게 됩니다.
밥 한 그릇의 여정(旅程)
‘감사’(感謝)는 고맙게 여기는 마음을 뜻합니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감사입니다. 우리말 ‘고맙습니다’도 이전 글에서 필자가 풀어본 것처럼 당신은 ‘고마’(신을 뜻하는 옛말)와 같이 귀한 존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감사와 고마움은 내 앞에 있는 존재를 하늘과 같이, 신과 같이 귀하게 여기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것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로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 잘 먹겠습니다)와 ‘고치소사마’(ごちそうさま, 잘 먹었습니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타다키마스’는 ‘하늘과 땅의 은총을 젓가락을 높이 들어 받겠습니다’를 줄인 말로, 나에게 생명을 내준 식재료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밥 한 그릇만 봐도 씨 뿌리고 키운 농부의 정성, 비와 햇볕과 바람으로 함께한 하늘의 정성, 탈곡과 정미, 유통, 그리고 깨끗이 씻어 밥을 한 정성까지 긴 여정을 거쳐 상에 오릅니다.
‘고치소사마’는 일본식 한자로는 ‘ご馳走様’가 되는데 ‘馳走’는 둘 다 ‘달리다’는 뜻으로, 이 식재료가 내게 오기까지 분주히 뛰어다닌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린다는 의미라고 합니다.(히스이 고타로, ‘하루 한 줄 행복’ 중에서)
감탄-감사-감동 삼위일체
몸도 마음도 지친 퇴근길, 라디오에서 나오는 사연이 버스에 탄 승객들을 위로하고 감사와 감탄, 감동의 물결을 이룹니다.
“마을 경로당 어르신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수능을 앞둔 인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한 명도 빠짐없이 돌아가도록 손수 초코과자를 만들어 전달했습니다. 선물을 받아 든 학생들이 고마워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감사에 주파수를 맞춘 사람들의 마음을 울려 감사 파동이 일렁입니다. 감탄-감사-감동은 삼위일체처럼 움직입니다. 아, 감탄하는 한 사람에 머물지 않고, 감사는 또 다른 감사를 낳고,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갑니다.
감사가 바꾸는 세상 : 덕분에 챌린지
#장면1
무인(無人) 카페의 문이 열립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가 들어오더니 목이 말랐는지 물을 마십니다. 갑자기 한 아이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향해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가게 문을 닫고 나가면서도 두 아이 모두 고맙다며 인사를 합니다.
#장면2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어른 손님들 속에 한 초등학생이 계산대 앞에서 한참 머뭇거리더니 동전을 기계 뒤편에 놓고 나서 CCTV를 쳐다보며 주인에게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아이스크림값 여기에 두고 간다고요.
최근 들어 무인 점포가 늘어나면서 주인이 지키지 않는다고 물건을 함부로 집어가거나 바닥에 용변을 보는 등 파렴치한 일이 간혹 뉴스에 등장하곤 합니다. 부끄러운 어른들 기사 속에 별처럼 아름다운 아이들 이야기가 가슴을 찌르르 울립니다. 학교폭력에 손가락질하고 버르장머리 없다고 요즘 아이들 욕하다가 정작 내 곁에 다가온 착하고 아름다운 천사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장면3
코로나19 시국이 길어지면서 우리 국민 모두 지쳐갈 즈음 2020년 보건복지부에서 ‘#덕분에챌린지’를 통해 의료진을 위한 릴레이 응원 이벤트를 펼친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국민은 의료진에게 수어(手語)로 ‘존경합니다’라는 표현을 하고, 의료진은 국민에게 ‘감사합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라는 뜻을 담은 손동작을 공식 SNS에 올렸습니다. 숨 막히는 장비를 껴입은 채 밤낮없이 더위도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역과 치료에 매진했던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글로 영상으로 나눴던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1. 어머니가 태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2. 아버지가 태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3. 아버지, 어머니를 존재하게 해주신 조상님들께 감사합니다.
4. 어머니가 탈 없이 무사히 자라셔서 감사합니다.
5. 아버지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셔서 감사합니다.
6. 부모님이 잘 만나셔서 감사합니다.
7. 부모님이 결혼하셔서 감사합니다.
8. 저의 형을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9. 저를 낳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10. 저와 형이 세상을 느낄 수 있도록 건강하게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1. 제가 부모님을 볼 수 있는 건강한 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12.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 형 수능 끝나고 힘든 기간 잘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21. 저 수능 끝나고 진짜 위험한 순간 잘 넘어가주셔서 감사합니다.
27. 늘 저를 믿어주시는 아버지께 감사합니다.
63. 제 사생활을 존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77. 우리 가족이 최고여서 감사합니다.
2015년 4월 어느 날 필자 작은아들이 신병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받은 후 부모 초청 행사에서 세족식(洗足式)을 하면서 읽어준 ‘100 감사’ 중 일부입니다. 올해 마지막 ‘마음 반창고’를 준비하면서 서랍에서 찾았네요. 당시 아들이 울면서 읽어 내려가느라 세세히 몰랐던 내용이 이제야 가슴에 들어옵니다. 독자님 덕분에 아들 마음을 다시 새겼으니 정말 감사합니다.
말하듯 쓰고, 쓰듯 말하기는 늘 어렵다. 강원국 작가는 그 어려운 걸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실 행정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비서관, 대우 김우중 전 회장과 효성 조석래 회장의 스피치라이터로 일하며 글쟁이로 꽤 굵직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집필, 강연, 방송 활동을 하며 ‘말발’, ‘글발’ 세우는 사람으로 정평이 난 그가 새 책을 냈다. ‘강원국의 진짜 공부’는 도약을 앞둔 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전한다.
8년간 두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듬었던 경험과 내공을 담은 ‘대통령의 글쓰기’를 비롯해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등 글과 말에 관한 책으로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출판 시장에서 50만 부 넘는 판매량을 올렸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모임에서 매일 말하고 써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길잡이가 됐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강연을 다니고, KBS 라디오 프로그램 ‘강원국의 지금 이 사람’을 진행하며, 방송이나 유튜브에도 출연한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바로 전날 오전에도 신간 ‘강원국의 진짜 공부’ 홍보차 모 뉴스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휴일이라 시청률이 많이 나왔나 보다’라는 겸손한 한마디에 묘한 기쁨이 묻어났다. 글쓰기와 말하기 전도사 강원국 작가가 갑자기 공부 이야기라니, 그 까닭은 무엇일까?
“원래 글쓰기 젬병이었어요. 신입사원 시절 얼떨결에 맡아 쓴 대우증권 창립 20주년 사사(社史, 회사의 역사 또는 그 기록)도 괴발개발이었습니다. 기한을 맞춰야 해서 겉만 그럴싸하게 만들었는데 단숨에 글 잘 쓰는 사람이 됐죠. 그 계기로 사보와 사내 방송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됐어요. 일은 하다 보니 늘더군요. 인정받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했어요.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 ‘적자생존’이다, 생각하며 임했습니다. 일반 기업에서든, 청와대에서든, 하루하루 해내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압박이 심했어요. 치열한 시간 속에서 살길은 공부뿐이라 여겼습니다. ‘강원국의 진짜 공부’에는 직장 생활 25년을 포함해 퇴직 후 현재까지 말, 글, 사람 공부로 깨우친 바를 모두 담았습니다.”
인생에 한 번은 해야 할 공부
올해로 강의 10년 차를 맞은 그는 가는 곳마다 공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떻게 하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나요?’, ‘도대체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등 다양하다. 공부에 대한 그의 사유와 결론을 책에 꾹꾹 눌러 썼다. △말하기, 쓰기 중심의 공부 △혼자 하거나 경쟁하기보다 함께 하고 협력하는 공부 △소유보다 공유를 넓히는 공부 △주도적인 공부 △가슴과 손발로 하는 공부 △학교 공부에서 그치지 않는 평생 공부로 총 여섯 가지다. 기존에 저술한 말과 글 관련 책들이 ‘출력’을 위한 조언이라면, 이번에는 ‘입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나이가 드니 공부가 참 재밌더라고요. 학교 다닐 적에는 오직 시험을 잘 보려 공부했지만, 지금은 필요와 기호에 따라 여러 곳에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공부를 해요. 현역 시절보다 물질적·정신적으로 많은 투자가 가능하기도 하죠.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이 공부의 요령을 알려줘 성취감도 더욱 크고요. 많은 사람이 그렇듯 저도 이제껏 공부라는 행위를 가장 많이 했어요. 요즘은 강의하기 위해 또 공부하죠. 평생 배우고 그걸 나누는 게 우리 삶인 것 같네요. 제가 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진짜 공부의 의미를 깨닫고 성장하는 방법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목표의 초과 달성, 그리고
강 작가는 공부할 때 ‘사사구통’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사구통’은 고스톱 용어인데 멍따 4장, 띠 4장, 피 9장으로 모아놓은 패는 많지만, 딱 하나씩 패가 모자라서 결국 점수를 하나도 못 내는 경우를 뜻한다. 타인의 기준에만 맞추며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놓이기보다, 자신 있거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 만족을 얻어야 삶이 행복하다. 그 덕에 ‘대통령을 모시던’ 그는 이제 숱한 일정을 소화한다. 강원국 이름 석 자를 내걸고 본인의 경험, 지식, 생각을 나눈다. 강 작가는 비로소 ‘진짜 나’를 찾은 것 같단다.
“잘하는 걸 더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있는 분야만 남기고 잘 알지 못하는 분야는 과감히 가지치기한 거예요. 이제 조직의 인정과 평가, 공동의 이익으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나는 쉰 살이 되기까지 세상에 삿대질하고, 세상과 불화하며 살았어요. 공황장애나 과민대장증후군도 겪었죠.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까지 큰일 날 것처럼 굴었나 싶기도 해요. 지금은 아주 편안한 상태입니다. 그저 나만의 소소한 계획을 세우며 지내요. 책 10권 출간이 일생의 목표였는데, 2023년이 가기 전에 딱 열 권을 채우게 돼요. 사실 올해 두 권이 더 나오거든요. 조기 달성이자 초과 달성이 유력하네요. 또 나름의 꿈을 꾸겠지만, 누군가 채근하고 확인하려 덤비지 않으니까 부담은 없어요. 나다운 속도로, 내 길을 가려 합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활발한 활동을 펼친 최정윤(46). 청순한 미모와 출중한 연기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의 나는 예뻤던 것 같다.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라 젊음이 예뻤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가 전성기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의 인기를 좋게 말해주는 분들도 많지만, 정작 나는 연기가 뭔지 하나도 몰랐다. 내가 인정할 수 있는, 나만의 전성기는 아직 보지 못했다”는 최정윤의 행보가 주목된다.
SBS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등의 캐릭터 때문인지 최정윤은 새침데기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세상 털털한 사람이다. 과거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에 대해 “시기를 잘 타고났다”라면서 “일찍 데뷔해서 천만다행이다. 요즘 같은 시기였다면, 어디 가서 배우라고 명함도 못 내밀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배우로 데뷔한 것도 우연한 계기였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재미 삼아 찍은 프로필 사진 덕에 공익 광고에 출연하게 된 그는 당시로서 큰돈인 50만 원을 벌었다. 재밌는 경험이었지만 배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광고와 사진을 본 소속사 관계자로부터 제의를 받아 배우의 삶을 살게 됐다.
“저도 모르게 배우의 길로 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신인 시절 저는 겁이 좀 없었어요. 연기 욕심은커녕 연기가 뭔지도 몰랐으니까 카메라 앞에서도 무서운 게 없었던 거죠.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래서 지금까지 배우를 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처음부터 너무 연기 욕심을 부리고, 배우로서의 인정이나 성공이 간절했다면 일을 즐기면서 하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저는 모든 촬영 현장이 늘 재밌었고,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큰 욕심 없이 살았던 것이 제가 이 세계에서 오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청춘스타에서 ‘아침드라마 퀸’으로
데뷔 작품은 1996년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로 기록된다. 27년 차 배우인 최정윤은 대표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잠시 고민에 빠졌던 그는 이내 “대표작은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얘기해주시는 작품”이라면서 MBC 드라마 ‘태릉선수촌’(2005), 영화 ‘라디오스타’(2006), SBS 드라마 ‘청담동 스캔들’(2014~2015)을 꼽았다.
최정윤은 “대중들이 ‘라디오스타’는 PD 역할로 잘 기억해준다. ‘청담동 스캔들’은 인지도가 높아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릉선수촌’에 대해서는 연기의 매력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태릉선수촌’은 엘리트 체육인들의 운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다룬 8부작 드라마로, 최정윤은 양궁 선수 역을 소화했다.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진 작품이에요. 그 전까지는 쫓기듯이 연기를 했다면, 그때는 본연의 나로서 진심을 다해 드라마를 찍었죠. 감독님부터 배우들, 현장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좋았어요. 만약 당일 예정된 분량대로 촬영이 진행되지 않으면, ‘술이나 한잔 하자’라면서 서로 위로하고 같이 고민하고 그랬죠. 배우들끼리 워낙 끈끈해서 이윤정 감독님의 차기작 ‘커피 프린스 1호점’ 촬영 때, 다 같이 현장에 놀러 가기도 했어요.”
최정윤은 ‘청담동 스캔들’에 이어 2021년 ‘아모르 파티-사랑하라, 지금’(이하 ‘아모르 파티’)에 출연하면서 ‘아침드라마 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러나 이제 그 수식어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아모르 파티’를 끝으로 방송 3사 KBS·SBS·MBC의 아침드라마가 폐지됐기 때문. 최정윤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아침드라마에 출연한 여주인공으로 남았고, 책임감을 통감했다.
더욱이 ‘아모르 파티’는 ‘청담동 스캔들’ 이후 오랜만의 드라마 작품으로 아쉬움을 더했다. 긴 공백 사이, 드라마 제작 현장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촬영 환경이 정말 좋아졌더라고요. 일정이 빠듯하지도 않고, 밤샐 일도 없어졌죠. 과거에는 밤새고 첫 신을 찍을 때도 많았어요. 지금은 상상도 안 되는 일이죠.”
중년 배우 과도기 잘 넘겨야
호전된 제작 환경은 배우로 오랜 시간 연기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배우로서 역할이 달라질 때도 세월이 체감된다. 청춘스타로 이름을 알린 최정윤은 2013년 방송된 MBC 단막극 ‘소년, 소녀를 다시 만나다’를 시작으로 엄마 연기를 하게 됐다.
“그때 당시는 제가 실제로도 엄마가 아니었어요.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 걱정을 많이 했고, 그래서 출연을 거절했어요. 엄마 연기를 할 나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게 아니에요. 스스로 엄마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됐던 거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연기 연습도 할 수 있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의사를 번복해 출연했는데, 엄마 연기가 생각보다 재밌었던 거죠. 이제는 엄마 역할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어요. 아역 배우들이 성인이 된 모습을 보면 신기할 뿐이에요.”
40대 중반의 최정윤은 현재 배우로서 과도기에 있다고 본다. 연기를 하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찬 그는 “지금 이 시기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기로 스스로를 테스트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주로 착한 역할을 연기했는데, 해본 적 없는 제대로 된 악역을 통해 연기 변신을 하고 싶다. 연기가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연기든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뿐이다.
무엇보다 현재 중년 배우로서 시간을 잘 보내야 노년까지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최정윤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글을 읽고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때가 되면 선배 배우들에게서 보았던 연륜과 삶의 태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청담동 스캔들’에 출연한 배우들과 지금까지 연락하고 주기적으로 자주 만나요. 반효정 선생님도 만나는데, 제가 선생님을 참 좋아합니다. 지금도 안주하지 않고 배우로서 고민을 계속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여요. 반효정 선생님을 포함해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정말 큰 복이라고 느낍니다.”
딸 지우, 그리고 또 다른 가족
책임져야 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최정윤은 더욱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 그의 슬하에는 2016년 태어난 딸 지우가 있다. 엄마를 꼭 빼닮은 지우는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요즘 훈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는 최정윤은 자신을 ‘적당한 엄마’라고 표현했다.
“좋거나 나쁜 엄마의 기준을 잘 모르겠지만, 엄마로서 저는 적당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고,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게 하죠. 그런데 예의, 사회성 교육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성이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거든요. 또 잘못한 게 있으면 혼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섭섭함을 느껴 투정 부릴 때도 있지만, 저는 안 받아줘요. 나중에 엄마가 왜 그랬는지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 활동으로 바쁠 때는 어머니와 피아노 선생님이 지우를 돌봐줬다. 피아노 선생님과 최정윤의 관계는 참 특별하다. 여섯 살 때 피아노 선생님과 제자로 만난 두 사람은 40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우리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나이 많은 친구, 조금 어린 친구. 선생님이 항상 곁에 있었기 때문에 저한테는 너무나 당연한 관계였다.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40년 우정의 피아노 선생님과 함께 연예계 절친으로 유명한 배우 박진희에 대해 최정윤은 ‘나의 또 다른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과는 진짜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하는데, 최정윤과 박진희는 벌써 2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최정윤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가고, 의리가 넘쳤다.
“만약 내가 죽으면 지우는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된 적이 있었어요. 그랬더니 (박)진희가 자기가 무조건 데려가서 키우겠다고 한 거예요. 진희는 정말 일하면서 얻은 보물이에요. 주변에 친구가 많아도, 이렇게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는 힘들거든요. 진희, 피아노 선생님처럼 가족 이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해요. 가족이라는 게 꼭 혈연으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정윤에게는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크든 작든 어떤 일에도 스트레스받지 않는 성격 덕분일 것.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그의 앞날에는 당연히 꽃길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누군가 ‘스무 살 시절로 돌아가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어볼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저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해요. 지금 삶도 좋은 점이 많은데 왜 과거로 돌아가서 힘들었던 순간을 반복하나요? 과거를 후회해봤자 시간만 아깝고 아무런 발전도 없어요. 우리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재밌게 살아요!”
‘주식계의 개그맨’ 박민수(50) 씨는 순수한 광기를 지닌 유쾌한 인물로 보이지만 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돈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못 할 게 없다”고 대놓고 말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이 땅의 아버지다. 쌍둥이 아들을 위해 은퇴도 미뤘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절실하게 하는 중이다.
여의도 증권 유관기관 24년 차 직장인이자 주식투자 1타 강사. 샌드타이거샤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그리고 구독자 225만 명을 자랑하는 이말년 작가의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서 인지도까지 쌓아 올린 사나이. 박민수 씨와 마주하기 전에는 능력 있는 직장인의 흔한 성공 스토리로 보였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린 뒤 실타래 풀리듯 각종 섭외 대상이 되는, 우리네에겐 무척 어렵지만 그 동네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의 주인공인 줄 알았다. 그래서 50대에도 해맑은 미소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만나보면 다르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어쩌다 보니 재미를 주는 캐릭터가 됐는데, 사실 평소에 저는 굉장히 침착해요.”
차분한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더 의외였다. 그들만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운이라고 여겼던 영역마다 박민수 씨의 의도와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을 위해서, 쓸모를 찾아서
직장인은 사표를 가슴속에 품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박민수 씨도 그렇다. ‘쓸모’라는 말을 유독 좋아하는 그에게 나이 들어 쓸모없어질 수 있다는 건 실체적 불안 그 이상이었다. “쉰 살이 되기 6~7년 전부터 회사에서의 내 쓸모가 줄어들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회사 밖에서의 쓸모가 비자발적으로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고요. 쉽게 말해 나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거죠. 언젠가 생길 일을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가족을 어떻게 먹여살릴까’ 생각하면 엄청나게 절실해지는 거죠. 굶기면 안 되잖아요?”
박민수 씨는 고3처럼 살아가고 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주식투자 뉴스를 정리해서 네이버 카페에 올리고, 직장으로 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7시까지 업무를 본다. 운동 삼아 가급적 목동 집까지 1시간 30여 분 걸어서 퇴근하고, 오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글쓰기 등 자기계발을 한다. 라디오나 유튜브 촬영이 있을 때면 꼬박 며칠을 준비에 매달리기도 한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지만 루틴에 변함은 없다. “절실함이 원동력인 것 같아요. 가족이 있잖아요. 책임감인지 의무감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이라는 존재가 굉장히 에너지를 올려줘요.”
40대 초반까지 그는 쓸모를 회사 안에서만 찾았다. 밤샘 야근을 마다하지 않았고, 술은 마시지도 못하면서 회식 자리는 꼭 참석했다. 그렇게 ‘에이스’라 불리며 승진이 동기보다 2년 이상 빨랐지만, 몸은 정직했다.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2018년에 협심증으로 쓰러졌어요. 그때 또 한 번 이런 일이 있으면 큰일 난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습니다. 당시 쌍둥이가 초등학생이었어요. 중환자실에 누워서 본 두 아이의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내가 이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해야 할 게 있더라고요.”
박민수 씨는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서른여섯에 “넌 뭘 잘하니?”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불현듯 ‘주식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이후 점심도 굶어가며 주식 공부에 매달려 7년 만에 종잣돈 3000만 원을 8억 원으로 불렸다. 그 노하우를 아이들에게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내가 죽으면 아이들이 물려받을 텐데, 아직 어리잖아요. 쓸데없는 짓 해서 다 까먹을까 봐 걱정되는 거죠. 아빠만의 투자 방법과 원칙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루에 3시간 자면서 3주 동안 쓰니 책 한 권 분량이 됐어요.”
2018년 9월 출간돼 현재까지 10만 부 이상 팔린 ‘주식 공부 5일 완성’은 이렇게 완성됐다. “인쇄소 가서 그럴듯하게 포장하려 했는데, 사장님이 그러더라고요. ‘내용이 좋으니까 책을 내보라’고요. 그래서 진짜 투고를 해봤어요. 당연히 안 되죠. 그런데 임프린트(한 출판사에 속한 별도의 하위 브랜드)에 원고가 흘러갔나 봐요. 마침 대표가 증권사 경험이 있는 분이라 가치를 알아봤고 출간이 이뤄졌어요.”
책은 2020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대형 재테크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 출연이 결정적이었다. 그 계기는 한 통의 메일에서 시작됐다. “제가 먼저 출연 요청을 했습니다. 답변은 2개월 후에 받았어요. 촬영 후 업로드까지 다시 2개월이 걸렸고요. 그리고 다음 날부터 소위 말해 빵 터졌죠. 인생 역전이었습니다.” 또 다른 유명 재테크 유튜브 채널 ‘김작가TV’ 출연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문의했고, 정중히 고사하자 재차 어필해 출연 기회를 얻었다. 그 6개월 사이 책 7만여 권이 팔렸다.
최고민수, 침착맨을 만나다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은 의외의 보상을 줬다. ‘침착맨’ 이말년 작가와의 인연이다. 박민수 씨는 2021년 초 MBC 웹예능 전문 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 스튜디오’의 기획 시리즈 ‘말년을 행복하게’에 일일 주식투자 강사로 출연하며 ‘침착맨’과 안면을 텄다. ‘최고민수’라는 애칭도 그때 생겼다. ‘주식계 박찬호’라는 설명이 붙을 만큼 지치지 않는 열강에 ‘침착맨’이 “최고네요, 선생님. 닉네임도 바꾸세요, 최고민수”라고 하면서다.
인연은 ‘침착맨’ 채널까지 이어졌다. 7번 정도 출연했고, 그중 한 콘텐츠는 100만 뷰가 넘었다. “본인 채널에 와서 주식 강의를 1~2시간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실수를 했어요. 주식 강사로 섭외된 자리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만 한 거예요.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 등등 걷잡을 수 없이 말이 새버렸어요. 6시간 방송을 했는데 정작 주식 강의는 20~30분에 불과했죠. 집에 가면서 무지 걱정했어요. 욕먹을 각오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신선하게 봐주셨어요.”
콘텐츠에 대한 열의와 쉬지 않는 입은 이제 박민수 씨의 캐릭터가 됐다. 경제사 특강, 주식 종목 고르는 10단계 특강, 주식 ETF 투자법 7단계 특강 등 평균 6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방송은 그 이미지를 굳혔다. 10시간 42분짜리 일본 기타큐슈 여행 브이로그는 그 정수로 꼽힌다. 박민수 씨는 한시도 말을 쉬지 않았고, 구독자는 그 모습을 오롯이 즐겼다. 영상은 90만 뷰를 기록 중이다.
“기타큐슈 여행 브이로그로 인지도가 굉장히 올라갔어요. 어쩌다 보니 재미를 주는 캐릭터가 됐는데, 사실 굉장히 열심히 준비해 가는 사람이에요. 말했잖아요, 저는 ‘쓸모’가 중요한 사람이라고요. 출연 전 일주일 정도 준비에 매달려요. 기타큐슈 여행도 정말 많이 준비했어요. 실은 항일 투어로 계획한 거라 일본 역사까지 속속들이 공부했죠. 내 밥값을 다하기 위해, 내 쓸모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앞으로 3년, 은퇴 후는 내 마음대로
박민수 씨는 3년 뒤 은퇴를 꿈꾸고 있다. 그때가 되면 가장의 부담을 다소 내려놓아도 괜찮을 시점이기 때문이다. “3년 뒤면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됩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직장인 신분을 유지할 생각이에요. 아빠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집에서 쉬고 있는 상황이면 아이들이 움츠러들지 않을까 해서요. 지금은 월급이 소중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은퇴하면 2년 정도 저도 질풍노도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봐요. 또 다른 일을 할 텐데 그게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3년 정도 여유를 두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까지 준비를 잘 해야죠.”
앞으로 3년, 그는 망가질 준비가 돼 있다. 내성적이지만 가장이라는 무게는 개인 성향을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그는 아예 스스로를 ‘주식계 개그맨’으로 포지셔닝할 정도다. “다들 그래요. 얼굴 내놓고는 못 하겠다고요. 그런데 가장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는 거예요. 너무 직설적인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저는 어떤 것도 할 수 있어요. 카메라 앞에서 웃고 떠드는 일이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절실하면 부끄러운 거 없습니다. 일단 하는 거예요. 은퇴를 꿈꾼다면 더욱더요.”
은퇴 후 박민수 씨는 ‘침착맨’ 같은 삶을 꿈꾼다. 예능 PD를 꿈꾸며 방송국 최종 면접까지 본 경험이 있는 그다. 제2의 인생은 보다 즐겁고 자유로운 나날로 채워지길 바라고 있다. 그가 기획하는 프로그램은 ‘최고민수의 중2병’. 박민수 씨는 3년 뒤 유쾌한 방황을 예고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여행 유튜버예요. 지난해 빠니보틀(구독자 190만 명의 여행 유튜버)님도 만났어요. 회사를 그만두면, 그때는 진짜 내 맘대로 막 삐뚤어져보고 싶어요.”
●Exhibition
◇삼국의 여인들, 새로운 세계를 열다
일정 10월 29일까지 장소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국립한국문학관(이하 한국문학관)이 주최한 전시로, 삼국시대 고전문학에 등장하는 ‘여신’, ‘여왕과 왕후’, ‘신비로운 여인’ 등 여러 유형의 여성상을 살펴보는 기획전이다. 1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다’에서는 단군신화 속 웅녀, 고구려 주몽의 어머니 유화 등 건국 설화 속 어머니의 모습을 만나본다. 2부 ‘운명을 개척하다’에서는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 삼국통일에 기여한 문희 등 삼국시대 여성들의 진취적인 목소리를 들어본다. 3부 ‘낯선 존재와 만나다’에서는 수로 부인, 처용의 아내 등 현실 세계를 넘어 낯선 존재와 조우했던 신비로운 여성들을 통해 고전문학의 상상력을 엿본다. 4부 ‘이야기를 남기다’에서는 한국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삼국유사’, ‘삼국사기’, ‘역옹패설’ 등 중요한 문학 원본 자료와 향가 및 설화를 모티브로 재해석한 근현대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문정희 한국문학관장은 “고대 사회 여성의 힘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2025년 개관될 한국문학관의 중요한 컬렉션을 엿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회화 아닌(Not Paingtings)
일정 10월 9일까지 장소 대구미술관
‘모던 라이프’(2021년), ‘나를 만나는 계절’(2022년)을 잇는 대구미술관의 소장품 기획전이다. 미술과 기술 매체의 만남이 가지고 온 미술 형식의 새로운 변화를 살펴본다. 개관 준비기부터 현재까지 수집한 작품 중 비디오 매체의 특성을 탐색한 미디어아트 초기 작품, 동시대 예술가의 뉴미디어, 사진작품 등 34점을 ‘확장하는 눈’, ‘펼쳐진 시간’, ‘경계 없는 세계’의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조명한다. 최근 현대미술의 동향 또한 소개한다. 이강소, 박현기, 김구림 등의 대구 작가들과 백남준, 김순기, 김해민 등으로 계승돼온 국내 미디어 1세대 작가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시대 작가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Stage
◇벤허
일정 9월 2일 ~ 11월 19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연출 왕용범
출연 박은태, 신성록, 규현, 이지훈, 박민성, 서경수, 윤공주, 이정화, 최지혜 등
뮤지컬 ‘벤허’는 루 윌러스가 1880년 발표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유다 벤허’라는 한 남성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 스토리를 담았다. 역동적인 액션, 홀로그램을 활용한 무대 영상, 전차 경주 장면 등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세 번째 시즌에는 뮤지컬 ‘마타하리’, ‘웃는 남자’ 등 대작을 빚어낸 EMK가 제작에 나서 높은 완성도를 예고한다. 벤허 역에는 박은태, 신성록, 규현이 캐스팅됐으며, 메셀라 역은 이지훈, 박민성, 서경수가 연기한다. 에스더 역은 윤공주, 이정화, 최지혜 등이 함께한다.
◇삼총사
일정 9월 15일 ~ 11월 19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연출 신성우·강봉훈
출연 박장현, 후이, 렌, 유태양, 민규, 이건명, 최대철, 김형균 등
뮤지컬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2004년 체코에서 처음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과 전설적인 총사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가 루이 13세를 둘러싼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을 담았다. 국내에서는 2009년 초연 이후 꾸준히 공연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는 9번째 시즌으로 초연부터 배우로 참여해온 신성우와 강봉훈 연출이 공동 연출을 맡는다. 달타냥 역에는 박장현, 후이(펜타곤), 렌, 유태양(SF9), 민규(DKZ)가 캐스팅됐다.
◇렛미플라이
일정 9월 26일 ~ 12월 10일
장소 예스24 스테이지 1관
연출 이대웅
출연 박보검, 안지환, 신재범, 김태한, 김도빈, 이형훈, 윤공주, 최수진, 방진의 등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3개 부문을 석권하며 2022년 최고의 창작 뮤지컬로 꼽힌 ‘렛미플라이’가 돌아온다. 1969년 보름달이 밝게 빛나던 어느 날 밤, 라디오 주파수의 영향으로 70살 할아버지가 된 남원이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미래 탐사 작업에 돌입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일상을 그린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은 배우 박보검이 청년 남원 역할에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데뷔 후 12년 만에 뮤지컬에 첫 도전한 그는 연기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힐 예정이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시니어는 사회·문화의 주류 세력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있다.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 구독자가 120만 명에 이른다. 43년간 식당을 운영한 할머니의 유쾌한 입담과 맛있는 레시피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김칠두는 순댓국집 사장에서 시니어 모델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팔로어 약 5만 명을 보유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시니어는 이제 ‘욜드’(Yold)를 넘어 ‘쏠드’(Sold)로 불린다. 욜드는 ‘Young Old’의 줄임말로 젊게 사는 노인을 말한다. 쏠드는 디지털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스마트한 욜드’를 의미한다. 즉 디지털 시대에 젊게 사는 시니어가 많아졌고, ‘시니어 인플루언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란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을 말한다. TV 등의 방송 매체로 유명해진 연예인 또는 셀럽과 달리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수십만 명의 팔로어(Follower,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행을 선도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동년배뿐 아니라 MZ세대까지, 전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음에 새롭게 떠오를 시니어 인플루언서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다.
MZ세대 사로잡은 이유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와 관련해,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라이프, 패션 등 문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연륜과 경험이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모습으로 나타나고, 사람들한테 영향력을 전파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유머러스하고 역동적인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활약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오공훈 평론가는 “대체로 시니어 인플루언서는 젊은 인플루언서에 비해 인기를 통해 수입을 거두려는 경향이 적어 보인다. 상업적인 의도가 적어 보인다는 의미다”라면서 “인생 이모작 마인드로 SNS로 자신을 표현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젊은 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특징에 대해 말했다.
박막례, 김칠두와 함께 거론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로는 패션 디자이너 밀라논나(장명숙)가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93만 명을 기록한 그는 지난해 7월 유튜브 세계를 떠난 상황이다. 그럼에도 밀라논나의 위엄과 존재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젊은 감성과 우아한 면모를 보여준 밀라논나는 특히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장 인기를 끈 영상은 2019년 게재된 ‘60대 명품 바이어가 고른 자라(ZARA, 스파 브랜드) 꿀템’이다. 조회수 540만 회를 넘어섰으며, 3년이 지난 현재도 꾸준히 조회수가 상승하고 있다. 영상에는 자라 매장을 방문한 밀라논나가 여러 의상과 패션 아이템을 보면서 코디 꿀팁을 제안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 과정에서 밀라논나는 명품 의류 중에서 비슷한 아이템이 있으면 바로바로 언급하는데, 그의 경력과 전문성이 돋보인다.
해당 영상에는 ‘멋지다’는 반응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비슷한 표현으로 ‘멋진 어른’, ‘멋진 할머니’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올린 영상에도 ‘인생의 지혜를 얻고자 할 때 찾고 싶은 은사님 같다’, ‘보석 같은 말들이 불안함을 거둬준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대중이 시니어 인플루언서에게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엿볼 수 있다.
오공훈 평론가는 “일단 MZ세대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예쁨받은 기억에 대한 그리움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다고 본다. 사실 MZ세대가 처음부터 기성세대에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일부 기성세대의 태도 때문에 적대적인 감정이 생겼다고 예측한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는 꼰대가 아닌 멋지게 사는 어른이다. 그래서 존경의 마음마저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만의 콘텐츠 찾아야
시니어 인플루언서 꿈나무들이 많아짐에 따라 지자체, 민간기관에서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언서 양성 교육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각 캠퍼스에서도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번 달에는 중부캠퍼스에서 ‘SNS 인플루언서 도전하기’ 강의가 열린다. 강사인 안나영 PD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TBS ‘우리동네 라디오’ 지역 PD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인플루언서 양성 강의를 한 지 5년이 넘었다는 안나영 PD는 “시니어분들이 갖고 계신 특별한 콘텐츠가 많다. 그 콘텐츠를 배포하는 창구로 SNS 플랫폼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 SNS를 잘 활용해 영향력 있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무엇이든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젊은 층에 비해 디지털 기기와 친숙하지 않은 시니어가 인플루언서로 거듭나는 길은 고된 여정일 터다. 실제로 스마트폰 작동조차 어려워하는 시니어가 많은데, 그들에게는 SNS 자체가 매우 낯선 존재다. 아이콘의 기능을 하나하나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만들고 업로드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안나영 PD는 콘텐츠의 아쉬움에 대해서는 “시니어분들이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SNS를 통해 말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다. 공적인 말하기의 과정 혹은 어법을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을 크게 갖고 계신다”고 짚었다. 안 PD는 “부담을 덜 가질 수 있도록 시니어분들에게 사소한 질문, 일상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적이면서 내밀한 기록이 조금 더 쉽게 발굴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콘텐츠란 무엇일까. 시니어가 만든 콘텐츠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고, SNS를 한다고 인플루언서가 됐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너무 많은 상황이다. 안나영 PD는 “SNS를 시작한 시니어가 많아지고 있지만, 콘텐츠가 다양한 것은 아니다.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행 콘텐츠를 예로 들어보자. 시니어가 만든 여행 관련 콘텐츠는 기존에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여행 콘텐츠가 게재되고 있을지 모른다. 대부분 아름다운 자연 풍광, 여행지에서 먹은 맛있는 음식 등에 대한 글과 사진, 영상의 기록이다. 이제는 그 천편일률적인 콘텐츠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이 여행길을 밟게 된 나만의 이유’, ‘내가 겪어보고 발견한, 몸이 불편한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코스’ 등 생각을 전환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안나영 PD는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는 완벽하게 구성·편집된 것보다 오히려 ‘날것’ 그대로가 매력적일 수 있다고 얘기했다. 대중이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보는 이유는 퀄리티가 높아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만이 할 수 있는 얘기를 듣거나, 리얼함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나영 PD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필요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 PD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를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싶은 명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그분들의 시간을 보고 싶고, 알고 싶고, 질문하고 싶은 것이다”라면서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삶의 태도나 철학을 따라갈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공간의 역할을 하는 SNS가 중요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분을 말하지만,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분도 명인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당장 내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추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어요. 시니어분들은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오셨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도 대응하는 방식이라든지 노하우가 훨씬 다양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삶의 모습이 나한테도 괜찮다고 말해줄 것 같은 거죠. 한마디로 그분들의 SNS는 전 세대의 자존감과 안정감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은퇴 후 일상이 즐거운가요?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요즘은 너무 재미가 없네요. 하루가 한 달, 일 년처럼 길게만 느껴져요.” 한 온라인 은퇴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회원들은 “이젠 해외여행도 감흥이 없다”, “3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지겹다”며 동조하는 댓글을 남겼다. 막연히 긴 자유 시간이 역으로 족쇄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에 여가를 채울 여생의 자원, 취미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도움말 박승숙 다시배움 대표, 임효연 세종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은퇴 후에는 수면, 식사 등 생리적 필수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이 자유다. 이 기나긴 시간을 얼마나 유익하고 성취감 있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된다. 직장 생활과 육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살던 때는 퇴직 후 여유를 갈망했을 것이다. 그러다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놓여나면 당장은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며 미뤄왔던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나 앞서 글을 남긴 은퇴자처럼 이 또한 지루하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날이 찾아올 수 있다.
중장년을 위한 취미 공동체 및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박승숙 다시배움 대표는 “퇴직 후 지나치게 남아도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장년에겐 큰 도전일 수 있다. 처음 몇 년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신이 나지만, 이내 막막해지는 시점이 오기 때문”이라며 “직업과 일을 대신할 만한, 자기 정체성을 다시 잡아줄 지속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는 것이다. 그 즈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는 이제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게 된다. 바로 이 시기가 취미가 중요해지는 때”라고 말했다.
취미의 긍정적 효과, 즐기지 못한 이유는?
취미는 중·노년기의 다양한 영역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먼저 휴식, 운동 등의 활동을 통해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체력과 활력을 증진할 수 있다. 아울러 여러 사람과 어울리고 교류함으로써 사회적 관계 형성 기능을 얻고, 나아가 의미 있고 성취감 높은 활동으로 자아실현도 가능하다.
임효연 세종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은퇴 후 생산 시간 외 스스로 계획 가능한 시간이 확장된다. 이렇게 얻은 방대한 자유는 노후 삶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크게 신체적·정신적·사회(관계)적·환경적 영역에 작용한다. 이 시기 취미는 일상에 긍정적인 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연결고리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취미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신체적·정서적·사회적·환경적 조건이 따라야만 취미 생활도 가능할 것이다. 반대로 취미나 여가 활동이 취약한 분들은 심신 건강이나 관계적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즉 개인의 여건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다르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논문(‘노인의 여가 활동 욕구와 심리사회적 노화 인식’, 2016)을 통해 한국 노인들의 소극적인 여가 및 취미 활동에 대해 언급했다. 같은 논문에는 노인들이 현재보다 더 유용하고 바람직한 여가 및 취미 활동 욕구를 지닌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들이 원한 것은 주로 스포츠 참여 등 건강 활동과 문화·예술 관람 활동 등이다. 대조적으로 ‘2020 노인실태조사’(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한국 노인의 여가 활동 절반은 산책, 바둑, 원예 등 휴식 및 교양 활동인 것으로 나타난다. 논문에서 노인들이 바란 영화 관람, 악기 연주, 운동 등 문화·예술·체육 활동은 10% 내외였다. 또 해당 조사에서는 노인들의 주된 활동 중 하나로 TV 시청을 꼽았는데, 대상자들은 1일 평균 4.2시간을 TV(또는 라디오) 앞에서 보냈다. 임 교수가 논문에서 지적했듯, 노년기 취미·여가 활동이 다소 소극적이고 단조롭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임 교수는 “가치의 문제로 본다. 현재 우리 중장년은 정말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왔다. 이들의 젊은 시절엔 노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다. 즉 노는 것이 죄악시되는 사회였다”며 “때문에 막상 은퇴 후 자유가 찾아와도 ‘놀아도 되나’라는 고민을 하고, 잘 노는 법을 성취하지 못했기에 실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또 여전히 경제 활동을 하거나 빈곤에 처한 이들도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에도 취미 생활이 녹록지 않다”고 해석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박승숙 대표는 “중장년을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스스로 경제 활동에 그만 매달리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 그리고 경제 활동에 계속 매달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구분하는 부유함의 척도는 개인 인식과 선택의 문제다” 라며 “취미가 중요해지는 건 전자의 경우다. 후자는 언젠가 해볼 만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기회 정도로 필요성을 느낄 수 있지만 중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텅 빈 시간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일이 멈춘 사람들(전자)에겐 필요성을 넘어 결코 미룰 수 없는 중요한 일이 된다”고 설명했다.
취미는 실존 문제, 노년기 정체성 부여해
취미가 중요한 만큼 어떤 취미를 갖느냐가 관건일 수 있다. 박 대표는 “취미는 의무도 아니고 트렌드도 아니다. 취미란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이 처한 실존 문제로, 결국 각자 자기에게 맞게 찾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그가 기준으로 삼는 취미의 조건은 있다. 바로 ‘몇 살까지 할 수 있는가’, 즉 취미의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 박 대표는 70~80대를 넘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 재미를 붙이고 능숙하게 만드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 식으로 취미를 보기보다는 오랜 기간 자신에게 존재 의미를 주고 어떤 정체성을 부여할 취미를 갖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론 그렇기 때문에 제2의 직업만큼이나 취미를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누군가에겐 취미 생활을 제대로 즐기기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임효연 교수는 중장년기에 유익하고 바람직한 취미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사회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젊어서 직업적 역할에 자신의 정체성을 몰두해 살아왔다면, 나이 들어 그 역할을 상실했을 때 삶의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 직업에만 자신의 자아를 부여하기보다는 그밖에 자유 시간을 잘 계획하고 활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나이가 들어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다”며 “사회적으로도 흔히 말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갈 수 있는 기업 문화, 사회의 가치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취미·여가 시설 및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임 교수 또한 중장년의 취미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할 만한 기반은 마련됐다고 보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그는 “우려스러운 점은 중·노년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그들의 취미 또한 굉장히 다양해질 텐데, 그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느냐다. 나이대별로 과거에 경험하고 즐겼던 문화가 다른데, 이러한 욕구의 다양성을 얼마나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양적인 차원보다는 질적인 차원으로 접근해 중장년의 취미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가까운 인공지능은 내 손안의 스마트폰에 있다. 보이스 피싱 예방 등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과 활용법을 알아보자.
1.생활에 필요한 기본 앱 알아보기
스마트폰의 응용 프로그램인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인터넷 정보 검색, 음악 및 영상 감상, 쇼핑, 교통수단 검색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앱 스토어, 원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 등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① ‘앱’이라는 스마트 기기 전용 프로그램은 모바일 메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② ‘앱’에서 원하는 앱을 검색한 후 ‘다운로드’를 누르면 새로운 앱이 생성된다.
2.안전한 모바일 생활
최근 금융 사기 범죄인 보이스 피싱과 스미스 피싱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안전한 통화, 스팸 차단을 위한 팁을 살펴보자.
- T 전화는 기본 통화 기능을 활용하는 서비스다.
- SK텔레콤의 T 전화는 통신사 상관없이 광고 전화를 받기 전, 누구인지 알고 예방할 수 있다.
- 기본 통화 기능 외에 인공지능 AI ‘NUGU’(누구), ‘스팸 차단’, ‘상호 검색’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3.설치하기
① 앱 스토어에서 ‘T 전화’를 입력하고 설치한다.
② T 전화 권한 설정을 승인하고 다음을 누른다.
③ 약관에 ‘동의하기’를 선택한다.
④ 프로필 사진을 설정한다.
4.설정하기
우측 하단의 ‘설정’을 누르면 프로필, T 전화 테마, 벨소리, 통화 자동녹음(스팸)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5.투데이
좌측 하단의 ‘투데이’를 선택하면 뉴스, 라디오, 날씨, 추천 음식점 등 다양한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6.안심통화
① ‘안심통화’ 기능을 활용하면 보이스 피싱, 광고 전화를 받기 전에 누구인지 알고 예방할 수 있다.
② 안심통화 평가는 실시간으로 모두 함께 평가하고 공유하는 스팸 전화 기능이다.
7.인공지능 ‘NUGU’(누구)
① 마이크 버튼을 선택하면 인공지능 AI ‘NUGU’를 만나볼 수 있다.
② 음성 명령으로 쉽고 편리하게 전화를 걸고 받고 거절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③ ‘NUGU’에서 제공하는 투데이 탭으로 뮤직, 날씨, 뉴스 등 다양한 생활 편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자료제공 SK텔레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