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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문화생활의 계절”…10월 문화소식
- ●Exhibition ◇요즘 커피 일정 11월 10일까지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2021년 국민 영양 통계에 따르면, 커피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 2위에 올랐다. 1위는 배추김치, 3위는 밥이다. ‘요즘 커피’ 전시에서는 외래 음료 커피가 한국의 민속 음료가 되기까지 변천사를 소개하고, 커피 마시는 이유를 묻고 답한다. 제1부에서는 군불에 끓이고 달이는 커피, 다방에서 타 마시는 둘둘둘 커피, 믹스 커피, 테이크아웃 커피 등 커피의 한국 적응기를 시대별로 살펴본다. 대한제국 황실에서 사용한 이화문 커피잔, 20세기 초 조선의 관광 상품 인삼 커피, 박완서 작가가 기절하게 쓴맛이라고 했던 미군 군용 식량 시레이션(C-Ration) 커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제2부에서는 커피로 연결되는 우리의 인간관계도를 여러 사람의 이야기로 담았다. 전시장에는 다방에서 만나 연애하던 시절과 결혼식 사진, 다방용 텔레비전, 커피껌 종이, 엄마의 커피잔 등 커피 관련 추억과 사연이 담긴 자료들이 가득하다. 국립민속박물관 측은 “우리는 커피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커피를 마실 수밖에 없는 팍팍한 요즘, 이번 전시가 커피와 나, 그리고 우리를 생각해보는 한잔의 여유로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일정 11월 17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천경자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 기획전이다. 천 화백은 1972년 베트남전쟁 당시 전장에 파견된 종군화가 10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었다. 그는 전쟁의 참혹함 대신 우거진 밀림, 열대꽃의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그동안 전쟁기념관 수장고에 있던 천경자 화백의 ‘꽃과 병사와 포성’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더불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민주화 등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여성 화가 23인의 작품도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광복 이후 왜색 탈피, 전통 계승 등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가사와 양육의 부담에서도 붓질을 이어나간 그들이 작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과정을 엿볼 수 있다. ●Book ◇그런 정답은 없습니다(박경희·벗나래) 책의 부제는 ‘마음 미장공 박경희가 전하는 맘, 몸, 말 이야기’다. 저자는 책을 쓰기까지 아버지가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한다. 저자의 아버지는 젊었을 때는 침술로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일을 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난 후 봄부터 가을까지는 공사장에서 미장공으로, 겨울에는 온돌방의 연탄보일러를 수리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아버지의 삶을 따라가며 마음 치유, 분노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한 저자는 마음 미장공이 되어 감정 관리 강의를 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과 사회라는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현대인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한번 생긴 생채기는 그대로 놔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이나 사회에 대한 공격성이 증폭될 수도 있고, 분노나 체념 등으로 속병만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마음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책을 썼다. 책에서 저자가 내린 처방전은 단순하지만 명쾌하다. 맘을 바꾸려면 몸을 바꿔야 하고, 몸을 바꾸려면 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맘, 몸, 말을 각기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주변 사람들과 공짜 처방전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 귀히 여기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것을 제안한다. ◇독도 다시 술하다(최홍배·박영사) 독도 전문가인 저자는 역사적 문헌, 국제법적 근거, 다양한 학술 자료 등을 근거로 독도가 왜 중요하고, 지켜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옥스퍼드 책의 역사(제임스 레이븐 외·교유서가) 세계 유수의 학자 16인이 모여 고대 세계부터 디지털 시대인 현대까지 책의 역사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한국의 책 이야기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똑똑한 환자는 병원 선택이 다르다(박창범·아침사과) 대학병원 의사가 쓴 병원 이용 지침서다. 복잡한 의료 시스템으로 불편을 겪는 환자가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Stage ◇더 드레서 일정 10월 8일 ~ 11월 3일 장소 국립정동극장 연출 장유정 출연 송승환, 오만석, 김다현, 양소민, 송영재, 유병훈 등 연극 ‘더 드레서’가 2020년 초연, 2021년 재연을 거쳐 3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극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리어왕’ 공연을 앞둔 무대 뒤, 첫 대사조차 잊어버린 노(老)배우 ‘선생님’과 그의 드레서(공연 중 연기자의 의상 전환을 돕고 의상을 챙기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선생님’ 역은 배우 송승환이 원 캐스트로 전(全) 회차를 책임진다. 그는 “실제 배우로, 제작사 대표로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과 작품의 역할은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 연기 인생 처음으로 배우 역할에 도전해 감정이입하고 있다”면서 “노인을 노인으로만 보지 않는 작가의 각본과 울고 웃으며 가식 없이 감정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배역이 매력적인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애니 일정 10월 1일 ~ 10월 27일 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출 신선호 출연 최은영, 남경주, 송일국, 신영숙, 김지선 등 뮤지컬 ‘애니’는 전 세계 32개국에서 사랑받은 작품으로, 국내 공연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1933년 대공황 시대, 부모님을 다시 만날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고아 소녀 애니와 억만장자 워벅스의 연대를 그린다. 워벅스 역을 맡은 남경주는 “1985년 초연 때는 어트랠리라는 방송국 아나운서와 워벅스 집 하인 중 한 명을 연기했다. 워벅스로 39년 만에 ‘애니’를 다시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워벅스 역에 더블 캐스팅된 송일국은 “아들만 셋인데, 이번 작품으로 예쁜 딸을 20명이나 얻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광화문연가 일정 10월 23일~2025년 1월 5일 장소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연출 이지나 출연 윤도현, 엄기준, 손준호, 차지연, 김호영, 서은광 등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명곡들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을 들을 수 있다. 생의 마지막을 앞둔 순간 1분 동안 ‘기억의 전시관’에서 눈을 뜬 작곡가 명우가 인연을 관장하는 인연술사 월하를 만나 추억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도현, 엄기준, 손준호는 명우 역을 연기하며, 차지연, 김호영, 서은광은 월하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10-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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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일국, 무대 위 슈퍼맨 도약… 대선배들과의 공연 ‘영광’
- 어느 순간부터 TV에서 배우 송일국을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2016년 방영된 KBS 드라마 ‘장영실’이 마지막이었으니. 그러나 알고 보면 그의 연기 활동에는 공백기가 없었다. 묵묵히 무대 위에 오르며 공연계에서 입지를 다져갔다. 2011년 연극 ‘나는 너다’를 통해 무대에 진출한 그는 이후 연극 ‘대학살의 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에 출연했다. 올해는 연극 ‘맥베스’로 무대에 올랐으며, 오는 10월에는 뮤지컬 ‘애니’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스스로 중고신인, 끼 없는 배우라고 말하지만, 무대 위 배우 송일국은 누구보다 빛난다. 혹독한 관리와 성장 연극 ‘맥베스’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셨는데요. 어떤 의미가 남은 작품인가요? 제가 극 중 맡은 뱅코우는 극 초반 죽음을 맞이하는 캐릭터로 분량이 매우 적어요. 그런데 존재감도 뛰어나고, 중요한 역할이죠. 저는 역할의 비중이나 분량을 생각하지 않아요. 작품이 좋으면 출연하죠. ‘맥베스’는 제가 워낙 좋아하는 셰익스피어 작품이어서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공연하면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연습할 때부터 황정민 씨(맥배스 역)를 보면서 저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제 거 하기 급급한데 정민 씨는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보여주더라고요. 양정웅 연출가님을 통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작품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트렌드를 녹인 멋진 극을 만드셨죠. 그러고 보니 제작발표회 때보다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아요. 그때가 5월이었는데, 현재 7~8kg 정도 빠졌어요. 고백하자면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정장이 안 맞을 정도로 살이 쪘어요. 애가 셋이다 보니 집에 맛있는 음식도 많고, 나이도 들면서 살이 잘 안 빠지더라고요. 보다 못한 아내가 ‘날 사랑하는 만큼 살을 빼달라’고 미션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혹독하게 다이어트했고, 체중을 감량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멀었어요. 총 15kg은 빼야 할 것 같아요. 다이어트 방법이 궁금해지네요.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는 것 같아요. 많이 안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죠. 요즘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한강에서 러닝을 해요. 오늘도 5km를 뛰고 촬영장에 왔고요. 요즘 저의 유일한 낙은 저녁에 아내와 술 한잔 기울이면서 소소하게 얘기 나누는 거예요. 관리를 하고 있어 양심상 안주는 안 먹고, 제로 칼로리 맥주만 마시고 있습니다. 그 행복한 시간을 생각하면서 낮에는 또 열심히 달리는 거죠. 하하. 10월부터 뮤지컬 ‘애니’ 공연을 하는데, 어떤 작품인가요? ‘애니’는 대공황 시기 미국의 한 보육원에 사는 소녀 애니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에요. 저는 ‘키다리 아저씨’ 올리버 워벅스 역을 맡았죠. 성인 연기자 중에 비중이 가장 높고 극을 이끌어가는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공연하면서 노력했던 것들이 쌓여서 일종의 보상처럼 이 작품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뮤지컬 1세대’ 남경주 배우와 더블 캐스팅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남경주 선배님과 더블 캐스팅 소식을 전하자, 아내의 첫 마디가 ‘당신 성공했네’였어요. 정말 딱 맞는 말이에요. 제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남경주 선배님께서 오래 연기한 줄리안 마쉬 역을 맡아 연기했죠. 초연할 때 선배님 공연 영상을 교재 삼아 보고 또 보고, 손동작 하나하나 다 따라 했어요. 그런 선배님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다니 얼마나 영광이겠어요. 10년 만의 안착 첫 공연 작품은 연극 ‘나는 너다’인데요. 그 작품이 있어서 지금이 있겠죠? ‘나는 너다’는 처음 공연하는 사람이 소화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작품이었어요. 안중근과 안중근 아들 1인 2역을 소화하고, 무대도 사면이 보이는 원형극장이거든요. 연출을 맡은 윤석화 선배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죠. 이 작품을 하고 나서 내 이름 앞에 ‘배우’를 붙여도 더 이상 쑥스럽지 않고 당당할 수 있었어요. 더불어 개인적으로도 저한테 큰 선물을 준 작품입니다. 당시 결혼 4년 차였는데, 거짓말처럼 아내가 삼둥이(대한·민국·만세)를 임신한 거죠. 정말 신기하고 감격적이었습니다. 무대에 선 지 10여 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어느 날 아내가 ‘당신은 하늘에서 누가 커리큘럼 짜주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대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나는 너다’를 통해 연극에 대해 알게 된 후, 소극장 공연 ‘대학살의 신’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죠. 그리고 뮤지컬은 제게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줄 아는 노래가 애국가와 독립군가밖에 없는 사람이었는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를 하면서 많이 성장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아직 뮤지컬계에서 신인이라고 생각하고, 오디션도 계속해서 보고 있죠. 공연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계속하게 되는 걸까요? 공연이야말로 진정한 배우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연출의 디렉션 안에서 움직이는 게 맞지만, 막상 무대에 서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너무나도 많이 생기거든요. 순간순간 대처는 배우가 해야 합니다. 관객이 어떤 부분을 집중해 볼지 시선을 정하는 것은 온전히 배우의 몫이라는 거죠. 그 부분에서 희열을 많이 느껴요. 그 감정을 잊지 못해서 계속 공연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NG라는 개념이 없으니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웠을 것 같아요. 맞아요. 처음에는 무대 위에서 실수하면 많이 당황했어요. 시간이 쌓이면서 방법을 터득했죠. 첫 연극 작품을 할 때, 한 선배가 ‘무대에서 두 발로 디디고 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10년이 지나니 무대 위에 두 발을 디디고 선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전에는 손과 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정말 무대 위에서 손이 막 날아다녔다니까요.(웃음) 겸손함과 책임감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예능 프로라 출연 고민이 있으셨나요. 모든 배우가 고민하는 지점일 거예요. 배우가 예능 출연을 하면 시청자나 관객의 작품 몰입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출연한 이유는 저는 일보다 가족이 우선인 사람이고, 삼둥이 육아 기록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결국 출연하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종종 삼둥이의 가장 예쁘고 아름다웠을 때의 모습을 찾아봐요. 그리고 제가 ‘육아의 신’으로 칭송받을지는 전혀 몰랐어요. 그렇게 훌륭하고 좋은 아빠가 아닌데 부끄러워요. 매일매일 시행착오를 겪는 아빠랍니다. 대한이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우리 때문에 아버지가 작품을 더 많이 못 했다’고 했는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저런 생각을 하다니 기특하고 고마웠어요. 짠하기도 했죠. 대한이가 아무래도 장남이라는 책임감이 있는 것 같아요. 삼둥이 셋이 얼굴도, 성격도 다 다른 게 신기해요. 저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을 후회하지 않아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출연할 것 같아요. 해야죠! ‘육아의 신’으로 불리기 전에는 ‘주몽’ 이미지가 강했죠. 배우가 주인공을 맡는다는 것은 굉장한 영광이에요. 더군다나 그 작품이 대박 난다면 매우 큰 축복이죠. 저는 ‘주몽’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2001년부터 10년 넘게 중국 동북 3성 지역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탐방하는 ‘청산리 역사대장정’ 프로그램을 대학생들과 함께 진행했어요. 그 사이 제가 출연한 MBC 드라마 ‘주몽’이 인기를 끌면서 고구려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죠. 이러한 부분이 운명 같다고 느껴져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서는 아빠도 육아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육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해요. 타이밍과 운이 잘 맞아 너무도 큰 사랑을 받았어요. 연기대상도 받은 배우인데, 너무 겸손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배우로서 장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장점을 꼽자면 건강한 체격, 그리고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끼와 관심은 미술 쪽에 있었어요. 벌써 데뷔한 지 2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연기력은 100점 만점에 15점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남들과 비슷해지려면 열심히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는 거죠. 부단한 노력으로 삶을 가꾸셨네요. 앞으로의 삶이 궁금해집니다. 아내한테 좋은 남편, 자식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저의 변함없는 목표입니다. 국가의 가장 기본은 가정이라잖아요. 가정을 행복하게 꾸리고 사는 게 내가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요. 어느덧 50대에 진입했는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후회 없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살겠습니다. Bravo Question - 나에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식탐인 것 같아요. 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내 삶을 통틀어 변하지 않는 한 가지 같아요. 원래 배우는 뼈에 살가죽만 붙어 있어야 한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늘 딜레마에 빠져요. 배우로서 ‘관리’는 기본이죠. 기본을 갖춘 배우가 되고 싶기에 나와의 싸움을 지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 2024-09-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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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키부츠' 영광의 10주년…풍성한 9월 문화소식
- ●Exhibition ◇서울의 지하철 일정 11월 3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지하철이 개통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동안 서울 지하철은 800억 명의 승객을 실었고, 지구 5만 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달렸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특별전은 지하철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1부 ‘땅속을 달리는 열차’는 한국 지하철 탄생에 얽힌 일화부터 기술과 구동 원리를 보여준다. 지하철 건설은 1960년대 급속한 인구 증가와 지상 교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됐으나, ‘나라가 망한다’며 각계의 반대가 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1974년 8월 15일, 지하철 1호선 ‘종로선’이 개통됐다. 2부 ‘레일 위의 서울’은 지하철로 인한 서울 교통 체계의 변화와 달라진 생활문화를 조명했다. 정시 도착을 보장하는 지하철의 등장으로 ‘코리안 타임’이 사라졌고, 올림픽에 대비해 이뤄진 ‘선하차 후승차’, ‘역 및 차내 금연’ 캠페인은 공공질서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3부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탑니다’는 지하철을 움직이는 사람들과 시민들의 일상 이야기를 담았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전시가 축제의 장이자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기록, Map of You 일정 11월 3일까지 장소 국립청주박물관 ‘기록, Map of You’는 기록을 남긴 ‘사람’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 주목한 전시로,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이야기를 조망한다. 전시에서는 한반도 기록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구석기시대 ‘눈금이 새겨진 돌’부터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태실과 관련된 의궤·태항아리·태지석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전시는 관람객 참여형으로 흥미를 자극한다. 관람객은 전시실 입구에서 ‘Map of You’ 노트를 받고, 전시실 내 마련된 다감각 체험 공간 8곳에서 나를 돌아보고 기록을 남길 수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실시해 관람객이 원하는 참여 공간을 마련했다. ●Book ◇나는 포기를 모른다(아놀드 슈워제네거·현대지성) 영화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아놀드 슈워제너거는 ‘아메리칸 드림’의 현대적 상징으로 통한다. 오스트리아 이민자 출신인 그는 세계 보디빌딩 챔피언, 할리우드 액션 히어로를 거쳐 캘리포니아 제38대 주지사까지 역임하며 스포츠, 연예계, 정치, 자선 활동 등 다방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책에서 아놀드는 78년 인생의 빛나는 업적을 나열하기보다,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비범한 삶을 살았는지 진솔하게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경험에서 찾은 성공 원칙을 ‘인생을 바꾸는 7가지 무기’(Seven Tools for Life)로 소개한다. 이는 ‘비전의 힘을 믿어라’, ‘스스로 정한 경계를 과감히 허물어라’, ‘완벽을 추구하라’, ‘당신의 꿈을 세상에 보여줘라’, ‘인생의 기어를 과감히 바꿔라’, ‘영원한 학생이 되어라’, ‘당신의 쓸모가 세상을 빛나게 하라’다. 아놀드는 “이 7가지는 내가 60년간 개발하고 인생의 3막에 걸쳐 성공적으로 활용해온 무기들이다. 사실 혁명적이진 않지만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언제나 효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이르렀을 때 거기에 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팀장의 원칙(로렌 벨커 외·비즈니스북스) 40년간 매니지먼트 고전으로 통한 책의 개정판이다. 팀원과 커뮤니케이션 방법, 협업과 업무 위임 등 유능한 리더로서 필요한 43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우리 집은 날마다 조금씩 행복해진다(이경자·미다스북스) ‘쇼그렌 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질환을 앓는 저자는 가족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40~50대 중년이라면 공감할 감정이 곳곳에 녹아 있다. ◇에이트 베어스(글로리아 디키·알레) 대왕판다부터 북극곰까지, 곰 8종에 관한 과학서다. 지구 곳곳을 다니며 곰을 탐험한 저자는 멸종 위기에 처한 곰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한다. ●Stage ◇킹키부츠 일정 9월 7일 ~ 11월 10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제리 미첼 출연 김호영,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 박은태, 최재림, 강홍석, 서경수 등 뮤지컬 ‘킹키부츠’가 기념비적인 10주년을 맞았다.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악화로 폐업하던 시기, 아주 특별한 부츠를 제작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두 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각색한 작품이다. 국내에서 2014년 초연됐으며, 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와 흥겨운 음악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2022년 다섯 번째 시즌은 12만 명이 넘는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10주년 공연에는 역사를 함께 만든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구두 공장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보 사장 ‘찰리’ 역에는 김호영,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이 캐스팅됐다. 편견과 억압에 당당히 맞서는 ‘롤라’ 역의 라인업도 역대급이다. 박은태, 최재림, 강홍석, 서경수가 출연한다. ◇트랩 일정 9월 27일 ~ 10월 20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 하수민 출연 김명기, 남명렬, 강신구, 김신기, 손성호, 이승우 서울시극단의 하반기 첫 작품이다. 스위스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를 원작으로 하는 블랙코미디다. 주인공 트랍스는 우연히 시골 마을에 묵게 되면서 모의 법정 놀이에 피고로 참여하는데, 신문 과정에서 그의 숨겨진 과거 행적이 드러난다. 하수민 연출가는 “작품의 제목이 뜻하는 ‘사고’처럼 평범한 일상에서의 우연한 ‘사고’들을 다루지만 그 속에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찰과 관점, 삶에 대한 진지한 철학을 담고 있다”며 “관객이 배심원이 되어 모의재판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나와 할아버지 일정 9월 24일 ~ 11월 24일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연출 민준호 출연 김승욱, 오용, 양경원, 차용학, 표지훈, 신현수 등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의 20주년 퍼레이드 네 번째 작품이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민준호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극 중 ‘할아버지’는 전쟁통에 헤어진 옛사랑을 찾아나서는 인물이다. 그동안 할아버지 역을 연기한 김승욱, 오용, 양경원이 이번에도 함께한다. ‘준희’는 멜로드라마를 쓰고 싶은 혈기 왕성한 공연 대본 작가로, 할아버지와 동행하면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차용학, 표지훈, 신현수가 연기한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9-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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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기, 위암 투병 끝 별세 향년 73세… 33년간 학전 이끌어
- ‘아침이슬’ 작곡가이자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30여 년간 운영한 가수 김민기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민기는 지난 21일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김민기의 조카이자 학전 총무팀장인 김성민 씨는 22일 서울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댁에서 요양 중이던 선생님(김민기)의 건강이 지난 19일부터 조금 안 좋아졌고 20일 오전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에 갔을 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고 다음 날 오후 8시 26분에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눈을 감기 직전 유언을 묻자 김 씨는 “갑작스럽게 떠나셨지만 3∼4개월 전부터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며 “학전과 관련해선 ‘지금 끝내는 게 맞다. 나는 할 만큼 다 했다’고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또한 조의금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는 고인의 뜻도 전했다. 1951년생인 김민기는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한 뒤 가수의 길에 접어들었다. 1970년 대표곡 ‘아침이슬’을 작사·작곡했으며, 1977년에는 ‘상록수’를 발표했다. 1970~1980년대 청년문화 및 저항정신의 상징이 된 그는 유신 정권 아래서 모진 고문을 받았고, 발표한 노래들이 금지곡이 되는 수모도 겪었다. 이후 1991년 대학로에 ‘배움의 밭’이라는 이름의 소극장 학전을 개관한 뒤 33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 양성에 힘써왔다. 배우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이정은, 가수 안치환, 박학기, 윤도현, 이소라 등 700여 명의 예술인을 배출했다. 학전에서 기획·제작된 작품은 총 359개다. 대표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누적 관람객 72만 명, 누적 공연 횟수가 4752회의 기록을 남겼다. 의미 있는 아동극 등의 공연을 이어간 터라 학전은 만성적인 재정난을 겪었다. 특히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고, 대표인 김민기가 병세가 악화돼 투병하면서 지난 3월 15일 폐관했다. 폐관 당시 학전을 거쳐 간 후배들은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자발적으로 펼쳤으며, 김민기의 건강을 기원했다. 발인은 24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슬하 2남이 있다.
- 2024-07-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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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생활로 무더위 탈출”…7월 문화소식
- ●Exhibition ◇한국 근현대 자수 :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일정 8월 4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19세기 말 이후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 상황과 미술계의 흐름 속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한국 자수를 조명하는 전시다. 근현대 자수, 회화, 자수본 170여 점, 아카이브 50여 점이 출품됐으며, 전시는 4부로 구성됐다. 1부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제작된 ‘전통 자수’를 소개한다. 생활 자수, 복식 자수, 병풍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2부 ‘그림 갓흔 자수’는 20세기 초 미술공예로 거듭난 자수 실천의 변화를 살펴본다. 일본 ‘여자미술전문학교’(이하 조시비(女子美)) 유학생들을 통해 자수가 전파됐다. 3부 ‘우주를 수건으로 삼고’에서는 광복 이후 이화여자대학교에 국내 최초로 자수과가 설치되는 등 조시비 자수의 영향에서 벗어나 성장한 한국 자수의 면모를 살핀다. 4부 ‘전통미의 현대화’에서는 한국전쟁 후 자수가 근대화·산업화 시대에 산업공예로, 그리고 보존·계승해야 할 전통공예로 부각되는 과정을 알아본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자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촉발하고, 자수가 지닌 동시대적 의미를 미술사적으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지브리-타카하타이사오전 일정 8월 3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애니메이션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에 관한 전시다. 그는 1970년대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등을 제작·연출했으며, 1985년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 후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가구야 공주 이야기’ 등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된 그의 자필 제작 노트와 스토리보드, 레이아웃과 콘티 등 130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과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마니아뿐 아니라 작품을 보고 자란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Book ◇67년생 김영수와 02년생 이보람의 같은 장소 다른 추억(김찬휘, 김형진, 정치영·인라우드) 대한민국의 1970년대 과거와 2020년대 현대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과거 모습은 1971년에 출간된 고(故) 조성봉 선생의 ‘이것이 한국이다’라는 사진집의 사진을 도판 작업한 것이다. 현대 사진은 콘텐츠 무상공유 운동을 펼치고 있는 ‘셀수스협동조합’의 조합원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찬휘, 김형진, 정치영이 한국을 누비며 찍은 사진들이다. 그들은 과거 사진의 구도와 최대한 비슷하게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했으며, 역사·정치·경제·문화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흥미를 유발한다. 책은 총 5장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첫 번째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과거와 현대의 모습이 크게 바뀌지 않은 장소들로 구성했다. 두 번째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간직한 곳을 조명했다. 인천 어시장, 부산 광복동 등이다. 세 번째는 서울 삼일빌딩, 세종대로 사거리 등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거나 바뀌어, 마치 타임슬립하는 듯한 흐름으로 구성했다. 네 번째는 해인사 팔만대장경, 수원 팔달문 등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문화재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 장은 더 이상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거나 과거 속으로 사라진 풍경들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울역 고가도로, 군산 내항 뜬다리 부두 등 추억의 장소를 만날 수 있다. ◇은퇴 후에는 재미있게 살기로 결심했다(서병철·두드림미디어) 30년 직장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연구소를 설립한 저자는 39가지 준비법을 소개한다. 일, 재미, 인간관계, 건강수명, 경제력 5개 영역을 포함했다. ◇어쩌죠? 사는 게 점점 재밌어져요!(김옥란·미다스북스) 중년의 저자는 스스로를 ‘즐거운 단독자’라고 표현하며 ‘나 혼자 폼 나게 산다’고 말한다. 그의 책, 그림, 사랑으로 가득한 일상은 긍정 에너지를 전한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정덕현·페이지2북스) 대중문화평론가인 저자가 드라마 속 45개의 명대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에세이북이다. 김은숙·박지은 등 유명 작가들이 추천사를 남겼다. ●Stage ◇젠틀맨스 가이드 일정 7월 6일 ~ 10월 20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김동연 출연 송원근, 김범, 손우현, 정상훈, 정문성, 이규형, 안세하 등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그린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줄거리, 아름다운 음악을 인정받아 토니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 외부비평가상 등을 휩쓸었다. 주인공 몬티 나바로 역은 송원근, 김범, 손우현이 맡았으며, 1인 9역을 소화하는 다이스퀴스 역에는 정상훈, 정문성, 이규형, 안세하가 캐스팅됐다. 몬티 나바로의 연인 시벨라 홀워드 역은 허혜진, 류인아가, 몬티 나바로를 사랑하게 되는 다이스퀴스 가문의 피비 다이스퀴스 역은 김아선, 이지수가 함께한다. ◇맥베스 일정 7월 13일 ~ 8월 18일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출 양정웅 출연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송영창, 남윤호, 홍성원 등 배우 황정민이 ‘리처드 3세’ 이후 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마녀의 예언을 듣고 국왕을 살해한 뒤 서서히 타락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맥베스 역을 맡은 황정민은 “제게 연극 무대는 힐링하는 시간이자 공간”이라면서 “‘맥베스’ 원작이 수많은 작품으로 오마주·재창작됐는데, 저도 무대 위에서 예술하는 배우로서 꼭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맥베스가 왕이 되도록 부추기는 아내 레이디 맥베스 역은 김소진이 연기하며, 맥베스의 부관이자 동료 뱅코우 역에는 송일국이 캐스팅됐다. ◇베르사유의 장미 일정 7월 16일 ~ 10월 13일 장소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왕용범 출연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 이해준, 김성식, 고은성 등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가 역사적인 초연 무대를 갖는다.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자유, 사랑, 인간애를 프랑스혁명이라는 장중한 역사의 흐름과 함께 담아낸다. 앙투아네트를 호위하는 왕실 근위대 장교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 역은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가 연기한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오스칼을 향한 마음을 숨긴 채 그녀를 지키는 ‘앙드레 그랑디에’ 역은 이해준, 김성식, 고은성이 맡는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7-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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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침범한 AI 시대... 삶의 이유 질문하는 소설가 된 변호사
- 인공지능(AI)이 음악도 만들고, 그림도 그린다. 인간 고유의 재능으로 여겨졌던 ‘창작’이라는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AI가 더욱 고도화될 거라는 건 정해진 미래다. 사람들이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가’ 고민할 때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변호사가 있다. 아니, 그는 소설가다. 장편소설 ‘밤의, 소설가’는 “AI와 공동 집필에 몰두했던 소설가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작가는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상징적 죽음’이라는 평을 내놨다. AI의 발달로 인간 고유의 영역을 빼앗기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위태로운 저자의 지위’와 ‘왜 창작하는가’ 같은 뿌리에 가까운 질문이 담겨 있다. 저자 조광희 변호사는 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됐을까? 영화에서 소설까지 ‘올라운더’ 법무법인 원에서 근무하는 조광희 변호사는 ‘올라운더’라 불린다. 올라운더는 스포츠 등에서 모든 역할을 골고루 하는 선수를 가리키는 말로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이 별명이 이해가 된다.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영화사 봄의 대표이사를 지내며 ‘밤과 낮’, ‘해변의 여인’, ‘멋진 하루’ 등을 제작했다. 그리고 선거캠프에서 세 차례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씨네21’, ‘한겨레’, ‘경향신문’의 칼럼니스트로 글을 썼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2003년에는 영화인들의 필독서로 유명한 ‘영화인들을 위한 법률가이드’를 펴냈다. 이후 ‘그래봐야 인생, 그래도 인생’ 산문집 한 권과 ‘리셋’, ‘인간의 법정’, ‘밤의, 소설가’까지 세 권의 소설을 냈다. 이뿐인가. 소설 ‘인간의 법정’은 뮤지컬로도 제작됐는데, 조 변호사는 이 뮤지컬의 각본까지 맡아 각본가로도 데뷔했다. “변호사 일은 30년째 하고 있어요.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무를 주로 합니다. ‘평판 관리’라고 하는 대중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분야도 담당하고요.” 이 정도 이력이면 작가로 전업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조 변호사는 변호사로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전업 작가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이유죠.(웃음) 두 번째로 변호사는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 일이 결국 소설의 토양이 됩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간접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거든요.” 버스에서 설계하는 소설 조광희 변호사는 뮤지컬 각본 작업도 소설 집필도 변호사 일을 하며 병행했다. 무척 바쁜 일상이었을 텐데 어떻게 일의 균형을 잡았을까? 작품들이 그의 일상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것은 소설을 쓰는 그의 방식과도 관련 있었다. 조 변호사는 ‘필 꽂히는’ 대로 써 내려가면서 수정을 거듭하기보다, 처음부터 구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한 뒤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소설을 설계하는 셈이다. “처음에는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아이디어와 콘셉트 차원에서 생각합니다. ‘밤의, 소설가’는 ‘10여 년 전 알았던 여성이 소설가가 돼 법률사무소에 나타나 일을 맡긴다’는 내용으로 시작했어요. 아이디어는 버스 타고 출퇴근할 때, 산책할 때,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실 때 등 일상에서 떠올리는 편입니다.” 다음으로 시놉시스를 쓰고 트리트먼트를 만든다.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조 변호사는 영화에서 쓰는 개념을 가져와 설명했다.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 역시 산책하다가 휴대폰에 메모하거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작성하는 방식으로 채워나간다. “시놉시스는 한 페이지 정도의 줄거리를 쓰는 일이에요. 인물과 사건을 그럴듯한 구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페이지지만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시놉시스가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20~30장짜리 트리트먼트를 씁니다. 좀 더 자세한 줄거리죠. 인물이나 사건 설명이 더 상세하게 나와야 합니다. 저는 트리트먼트 작업을 할 때 챕터를 나누어서 써요. 트리트먼트가 일종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셈이에요. 여기까지 완성되면 이제 조금은 기계적인 작업이 됩니다. 살을 붙이는 과정이죠. 이때는 책상에 딱 붙어 앉아 쓰는데요. 주로 집에서 하지만 자주 가는 카페도 있고, 어떤 때는 2~3일 정도 여행을 떠나 작업하기도 합니다.” 소설을 처음부터 설계한다는 건 꽤나 논리적인 작업이다. 변호사라는 그의 직업적 특성이 소설 쓰기에도 반영된 듯한 방식이다. 하지만 ‘밤의, 소설가’는 기존과는 좀 다르게 완성됐다. 처음에는 한 문예지에서 작품 요청을 받아 쓰게 됐는데, AI는 비서 역할로만 등장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품을 완성한 후 문우들과 대화하다가 생각이 확장됐다. “발상의 전환이 되면서 ‘소설 쓰기에 관한 소설’이라는 주제까지 다루게 됐어요. 소설 속에 소설 집필 과정 자체를 노출시키는 일종의 메타 소설이 된 셈인데요. AI에게 창작의 영토를 빼앗기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러면 소설이라는 장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이 꼬리를 물더라고요.” ‘왜 사는가’에 대한 고찰 AI ‘레비’와 함께 소설을 써 내려가던 소설가 건우의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조광희 변호사가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질문을 만나게 된다. ‘저자의 위태로움’이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지만, 동시에 ‘대중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요즘 사람들은 고전문학을 잘 안 읽잖아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쓰면 달콤한 글만 쓰게 되죠. 저자라는 지위 자체가 위태롭다고 보는 지점이에요. 그걸 AI가 가속화하는 거죠. 심지어 AI와 소설 쓰기를 경쟁합니다. 나보다 더 글을 잘 쓰는 AI라니, 그렇다면 저자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민에 빠지게 되겠죠. 차라리 AI에 기대는 노예가 될까 고민도 하게 되고요.” 벌써 AI는 단순노동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변호사 업무에도 쓰이니 말이다. 조광희 변호사가 처음 변호사가 됐을 때만 해도 판례가 전산화되지 않아 법원도서관에서 종이 파일을 뒤져야 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모든 판례를 검색할 수 있고 AI에게 말하면 대신 검색해줄 수 있는 지경에 가까워지고 있다. 실제로 AI가 영문 계약서를 번역해주는 일은 제법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소설 속 소설가는 AI와 소설 쓰기에 관해 경쟁하지만 현실에서는 변호사가 AI와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소송 기록을 주면 논점이 뭔지 분석해내는 것까지 AI가 해낼 거예요. 그렇다면 변호사의 주요 업무는 재판에서 어떻게 전략적인 접근을 할 것인가, 법정에서 증인의 말을 신뢰할 것인가 아닌가 등의 인간적이고 섬세한 일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뀔 거라 봅니다. ‘일’이라는 영역에 AI가 계속 침식해 들어오니까요. 결국 인간은 어떤 일을 도대체 ‘왜’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예술, 문학, 바둑, 체스 등 많은 분야에서 AI는 인간의 창조성과 지적 능력을 대체하고 있다. 조광희 변호사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어떤 일을 할 때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에 도달하리라는 희망을 AI라는 존재가 단 몇 초 만에 허물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 활동을 왜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고민에 빠지게 돼요. 그걸 고민하다 보면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까지 이어지겠죠.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행위가 단순히 책을 팔고자 하는 일은 아닙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로 토로해내는 일종의 쾌감과도 연관된 일이거든요. 자신의 미학적인 정열 때문에 글을 쓰는 건데, AI가 소설을 더 잘 써내는 시대가 온다면 미학적인 쾌감을 빼앗기는 거죠.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위협받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으로 녹아드는 삶 조광희 변호사의 이런 고찰과 경험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첫 소설 ‘리셋’은 주인공인 변호사 강동호가 현직 서울시장의 의뢰를 받아 미스터리한 정치적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돈과 권력, 그것을 쫓는 정치 세력 간의 블랙 커넥션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아무래도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을 테다. 두 번째 소설 ‘인간의 법정’은 주인을 살해한 AI ‘아오’가 재판을 받는 이야기다. AI와 인간의 관계, 생명과 소수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제시한다. 이 책이 뮤지컬로 탄생한 것은 뮤지컬 ‘그날들’을 작업했던 장소영 음악감독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무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영화 각본처럼 썼고, 장 감독의 도움으로 극에 맞춰 수정을 거듭해 완성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시를 습작했던 경험이 아리아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됐고, 영화사 대표로 일하며 수많은 영화 시나리오를 본 것이 체득되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도 반영됐다. 세 번째 소설 ‘밤의, 소설가’는 두 번째 소설을 쓰면서 AI에 대해 많은 자료를 찾아봤던 것이 도움이 됐다. 어느 정도 AI에 대해 학습되어 있었기에 이야기를 확대해갈 수 있었다.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소설 ‘도시의 은자’는 대중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이야기다.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자신은 정작 숨어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계획이다. 소설뿐 아니라 드라마도 준비하고 있다. 영화감독인 동료 변호사와 함께 드라마 기획을 완성하고 대본을 쓰고 있다. ‘올라운더’의 면모가 돋보이는 행보다. 분야가 무엇이든 그가 만드는 작품에는 그의 삶이 녹아 있다. 아니, 작품으로 녹아드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기작들에도 역시 변호사가 나올 것 같다. 그는 “꼭 변호사를 등장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경험과 인생관을 녹인 캐릭터를 고민한다면 “변호사가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높겠다”며 웃었다. 어쩌면 ‘변호사’라는 등장인물이 그의 상징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소설 쓰는 변호사 조광희가 있고, 그 소설 속에서 변호사이면서 뮤지컬을 만드는 인물이 있고, 소설 속에서 만들어지는 뮤지컬에서 변호사를 연기하는 배우가 있을 것만 같다. 마치 ‘밤의, 소설가’ 작가의 말에 그가 남긴 말처럼. 여기 ‘밤의, 소설가’를 쓰는 조광희가 있다. 소설 ‘밤의, 소설가’에도 소설을 쓰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가 쓰는 소설 속에서 ‘먼저 상상하고 나중에 움직이다’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여자도 있다. 소설 ‘먼저 상상하고 나중에 움직이다’에서도 주인공인 여자가 소설을 쓰고 있을 것이다. -‘밤의, 소설가’ 中
- 2024-06-1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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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파 총출동 ‘햄릿’… 여름과 찾아온 6월 문화소식
- ●Exhibition ◇고인물전(古人物展) 일정 6월 30일까지 장소 화정박물관 화정박물관이 소장한 초상화나 옛사람을 소재로 한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회화, 공예품 등 약 90점을 볼 수 있으며,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 ‘Portrait’(초상화)에는 한국과 중국의 초상화가 전시됐으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본다. 조선시대 문신 이정영 초상과 프랑스 화가 프라이가 그려 1899년 영국 잡지 ‘베니티 페어'에 실린 고종황제의 캐리커처 등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은 ‘Ideal Life’(이상적 삶)로 ‘서원아집도’, ‘동파입극도’ 등을 통해 속세를 떠나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알아본다. 세 번째 ‘Extraordinary Life’(특별한 삶)에서는 ‘여동빈’, ‘포화대상’ 등 신선이 된 인물이나 신비한 능력을 가진 승려 이야기를 다룬 그림을 볼 수 있다. 마지막 ‘Into the Real Life’(실생활 속으로)에서는 ‘어촌도’, ‘어제경직도’ 등 당시의 생활상을 묘사한 작품, 그리고 ‘삼국지’와 같이 당대 인기를 누렸던 대중문화 작품을 알아본다. 화정박물관 측은 “종교와 문화, 사상 등 인간의 관심사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필립 파레노 : 보이스 일정 7월 7일까지 장소 리움미술관 전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의 국내 첫 대규모 전시회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형 신작까지 파레노의 대표작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신작 ‘막’(膜)으로 야외 데크에 설치된 높이 13.6m의 타워 구조물이다. 42개의 센서는 기온, 습도, 풍량, 소음, 대기오염 등 외부 환경 정보를 수집해 새로운 언어 ‘∂A’(델타 에이)를 만든다. 이 언어는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를 학습한 AI를 통해 전시장 곳곳에서 들린다. 전시 기획자인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파레노 개인전은 ‘보는 전시’가 아니라 하나의 공연과 같다. 작품이 계속 진화하고 변화하는 시간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Book ◇변방에서 중심으로(문재인·김영사)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2년 만에 첫 회고록을 펴냈다. 책은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대부분을 보좌했던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질문을 던지고 그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동,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남·북·미 판문점 회동 등 재임 당시의 외교사적 사건을 문 전 대통령의 시각으로 서술했다.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비롯해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관련된 주요 결정의 뒷배경 이야기도 생생하게 전한다. 더불어 문재인 전 대통령은 파트너였던 지도자들(김정은, 트럼프, 아베)와의 물밑 협상 과정과 그들에 대한 평가 또한 최초로 공개한다. 외교·안보 성과뿐 아니라 아쉬움과 한계, 성공과 실패 요인, 정책에 대한 공과 판단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책은 ‘미국의 손을 잡고’, ‘균형 외교’, ‘평화 올림픽의 꿈을 이루다’, ‘그리고 판문점’, ‘결단의 번개 회담’ 등 총 13장으로 이뤄졌다. 출판사 김영사는 “현재 국제 및 남북 정세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희망과 조언을 담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조건에서 ‘대한민국에 외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줄 것이다”고 밝혔다.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이서원·나무사이) 30년 동안 3만 명을 상담해온 저자는 50대에는 자신이 가장 편하고 좋아하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조언하며, 38가지 통찰을 제시한다. ◇AI 사피엔스 :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최재붕·쌤앤파커스) ‘포노 사피엔스’ 저자가 말하는 AI 시대 이야기로, 산업·분야별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팬더스트리’(팬덤+인더스트리)의 부상을 예측했다. ◇전국 맛집 가이드북(한국여행작가협회·상상출판) 한국여행작가협회 소속 작가 20명이 전국 팔도를 여행하며 직접 맛보고 엄선한 맛집 300곳의 정보가 담겼다. 맛있는 여행을 계획해보자. ●Stage ◇햄릿 일정 6월 9일 ~ 9월 1일 장소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손진책 출연 전무송, 이호재, 박정자, 손숙, 정동환, 길용우, 김성녀, 길해연, 강필석, 이승주, 루나 등 연극 ‘햄릿’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로,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덴마크 왕자 햄릿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해랑 선생의 연출로 1951년 첫선을 보인 뒤 관객과 꾸준히 만나고 있다. 신시컴퍼니의 ‘햄릿’은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16년 초연됐으며, 2022년 재연을 거쳤다. 2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공연에서도 연극계 원로 배우와 젊은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60년 경력의 최고령 전무송을 비롯해 24명의 배우가 출연하며, 연기 경력만 900년에 달한다. 손진책 연출은 “햄릿의 통시성은 그대로 가져오되 더 감각적이고 격조 있는 현대의 햄릿을 선보이려 한다”며 “경륜 있는 배우들이 주축을 이루는 만큼 그들의 존재감과 연기력이 빛나는 무대를 만들겠다”라고 전했다. ◇메노포즈 일정 6월 13일 ~ 8월 25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연출 이윤표 출연 문희경, 유보영, 조혜련, 서지오, 이아현, 김현숙, 류수화, 주아, 민채원, 신봉선 중년 여성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낸 뮤지컬 ‘메노포즈’가 2018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메노포즈(Menopause)란 폐경을 뜻하는데, 근래에는 월경을 완성했다는 의미에서 ‘완경’으로 해석되는 추세다. 우연히 백화점 란제리 세일 코너에서 만난 네 명의 여성은 옥신각신하다 완경이라는 공통된 고민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문직 여성, 한물간 연예인 등 살아온 삶은 다르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고통을 함께 나눈다. 그 과정을 통해 중년 여성에게 ‘완경기는 완성된 여자로서 또 다른 시작’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프랑켄슈타인 일정 6월 5일 ~ 8월 25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왕용범 출연 유준상, 신성록, 규현, 전동석, 박은태, 카이, 이해준, 고은성 등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1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친다.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다. 철학과 의학의 천재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는 유준상, 신성록, 규현, 전동석이 캐스팅됐다. 박은태, 카이, 이해준, 고은성은 빅터의 조수 앙리 뒤프레와 괴물 역을 맡는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한국 공연계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공연의 완성도와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6-0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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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 즐겨요… 가정의 달 5월 문화소식
- ●Exhibition ◇누구의 숲, 누구의 세계 일정 6월 2일까지 장소 대구미술관 전시는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주제인 환경과 생태계 위기에 대해 살펴본다. 작가 13명의 작품 70여 점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는 누구의 숲이며, 누구의 세계인지 질문한다. 첫 번째 섹션 ‘봄이 왔는데도 꽃이 피지 않고 새가 울지 않는…’에서는 미래 환경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정주영 작가의 변화하는 기후·구름·우주, 김옥선 작가의 외래종 나무, 장한나 작가의 새로운 형태의 돌(New Rock 프로젝트) 작품을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 주제는 ‘잊혀진 얼굴, 봉합된 세계’로 문명의 발전 이면에 발생한 인간의 욕망과 자연에 관한 태도에 주목했다. 강홍구, 김유정, 백정기, 송상희, 이샛별, 이해민선의 작품이 소개된다. 마지막 섹션 ‘세계에 속해 있으며, 세계에 함께 존재하는’에서는 권혜원, 정혜정, 아니카 이,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을 통해 자연에 대한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시선을 엿본다. 박보람 학예연구사는 “도시 문명, 환경, 생태계 문제에 대해 다채로운 관점을 담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반성적 감각을 회복하고 인류세 시대, 그 이후에 관한 공생, 생태적 감각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 일정 5월 31일까지 장소 영인문학관 영인문학관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서화첩(글씨와 그림을 모아 만든 책)전이다. 문인, 화가, 서예가, 섬유예술가, 패션디자이너 등 60여 명의 정상급 예술가들이 서화첩 한 권에 프로필을 채웠다. 자화상, 좌우명, 애송시, 자전적 글 등 담긴 내용은 다양하다. 소설가 김채원은 언니 김지원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시기에 그린 우는 자화상을 서화첩에 넣었고, 부친을 여읜 서예가 김병기는 ‘아버지가 애송하던 한시를 통해 슬픔을 달랜다’는 발문과 함께 58쪽의 글을 썼다. 한편 작가의 방은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김상옥의 방을 재현했다. 특별 전시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서재를 재공개한다. 예약을 통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에 관람 가능하다. ●Book ◇느리게 나이 드는 기억력의 비밀(김희진·앵글북스) 동년배보다 보통 20~30년 젊은 뇌를 가진 사람을 슈퍼에이저(Super-ager)라고 부른다. 그들은 젊은 사람만큼 뛰어난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가졌다. 저명한 치매 전문의 김희진 한양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인간의 노화란 예정된 것이 아니라 소모에 의해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신체를 어떻게, 얼마나 잘 관리하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뇌가 나이 드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습관이 기억력과 뇌 건강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1부는 ‘이해하기’ 파트로 뇌의 구성과 각 부분의 기능을 설명한다. 여러 실험과 사례를 통해 풀어내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 하기’ 파트인 2부에서는 일상 점검을 비롯해 식단과 운동, 감정과 스트레스 관리, 수면과 약 복용법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총 7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부록에는 많은 이들이 실제로 효과를 본 다양한 방법과 저자도 실천하고 있는 작은 습관들을 상세히 담았다. 그러나 슈퍼에이저의 습관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뇌에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고,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조건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희진 교수는 “실제로 자신에게 맞고 큰 효과를 가져오는 행동 지침들을 선별해 30일 두뇌 관리 루틴을 세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문재인의 독서노트(문재인·평산책방) 문재인 전 대통령이 쓴 102권의 독후감을 ‘취임 이전’, ‘재임 시기’, ‘퇴임 이후’로 나누어 담았다. 일상을 포착한 40여 장의 사진도 함께 수록됐다. ◇밥묵자(꼰대희·21세기북스) 개그맨 김대희의 부캐인 ‘꼰대희’는 50대 후반 꼰대 아저씨를 콘셉트로 한다. 책은 인·의·예·지 네 파트로 나뉘어 있고, 세대 간 화합을 이끈다. ◇하이 애나, 나는 한국 할머니란다!(류관순·미다스북스) 워킹맘으로 살던 저자는 외동딸과 미국인 사위 사이에서 태어난 손녀 덕분에 초보 할머니가 됐다. 손녀와 함께 성장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Stage ◇영웅 일정 5월 29일 ~ 8월 1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김민영 출연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 김도형, 서영주, 최민철 등 ‘영웅’은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뮤지컬이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재현하며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은 애국심과 감동을 자아낸다. 2009년 초연 이래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창작 뮤지컬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은 15주년 기념 공연으로 안중근 역에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이 캐스팅됐다. 특히 정성화는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출연하며 ‘영웅’과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간다. 제작사 에이콤의 윤홍선 대표는 “관객 여러분 덕분에 어느덧 15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즌을 맞이할 수 있었다”라며 “한층 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봄 일정 5월 8일 ~ 6월 7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연출 이기쁨 출연 왕은숙, 문희경, 오성림, 예지원, 황석정, 유보영 등 중년 여성들의 인생 2막을 그린 뮤지컬 ‘다시, 봄’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꿈, 갱년기, 폐경, 은퇴 등에 대해 왁자지껄한 수다를 펼친다. 31회 공연이 더블 캐스트로 운영된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이 주축인 ‘다시 팀’과 내로라하는 여배우들로 구성된 ‘봄 팀’이다. 황석정은 ‘다시 팀’에, 뮤지컬에 첫 도전한 예지원은 ‘봄 팀’에 각각 합류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다시, 봄’을 통해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50대 여배우들을 비추고, 객석은 중장년층 관객들이 차지했다. 뮤지컬 관객 저변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벤자민 버튼 일정 5월 11일 ~ 6월 30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조광화 출연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 등 뮤지컬 제작사 EMK가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단편 소설을 원안으로 한다. 극 중 타이틀 롤인 벤자민 버튼은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이 연기한다.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인물로 재즈 가수 블루와의 사랑을 쫓는다. 특히 2003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심창민은 21년 만에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다. 그는 “뮤지컬을 연습하며 가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5-0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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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전’ 33년 만에 폐관, 떠나는 ‘큰 산’ 김민기
- 1991년 3월 15일 그리고 2024년 3월 15일. 정확히 33년의 서사를 쓴 대학로 소극장 ‘학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부른 가수 김민기가 설립한 곳이다. ‘배울 학(學) 밭 전(田)’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문화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가 되어줬다. 한국 대중문화의 산실이었으며 역사적인 공간이었기에 학전의 폐관은 유독 안타깝다. 3월 15일 폐관 당일. 문을 닫은 학전 앞마당에는 쓸쓸함만이 감돌았다. 2주간 이어진 ‘학전, 어게인 콘서트’도 전날 종료된 상황으로, 장비와 물품 등은 어딘가로 바삐 옮겨지고 있었다. 아직 여운이 남아 있는데 이렇게 바로 정리되다니, 너무나도 야속한 속도였다.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에 학전을 찾아오는 시민들도 종종 있었다. 학전 앞을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 사이로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연출가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교수인 김재엽이었다. 야외수업의 일환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학전에 온 터였다. 1990년대에 대학교를 다닌 김재엽 연출가는 학전에 자주 놀러왔고, 문화예술인의 꿈을 키웠다고 밝혔다. 학전과의 특별한 인연도 있었다. 그의 아내는 학전의 대표 아동극 ‘고추장 떡볶이’에 출연한 배우 이소영으로, 2월 24일 마지막 공연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김 연출가는 “학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연극인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로가 점점 상업화되어가는 와중에도 학전은 순수 창작 공연을 지향했다. 사람을 키워내는 예술 공간으로서 의미가 있고,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창이었다”고 말하며, 학전의 정신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기획한 가수 박학기는 본지에 “학전은 제게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떠나 음악의 고향 같은 곳이었다. 평소에는 형님이라고 부르는 김민기 대표님을 뵈러 가끔 방문하면 큰 나무 그늘 아래 있는 것처럼 편안했고, 시골집에 온 기분이 들었다”며 아쉬움 가득한 소감을 전했다. 수많은 스타 배출한 학전 “모두 다 그저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지난 2월, ‘학전 블루 소극장이 2024년 3월 15일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밝히며 김민기 대표가 전한 인사다. 돈은 안 되지만 의미 있는 아동극 등의 공연을 이어가며 만성적인 재정난을 겪었던 학전. 여기에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고, 위암 진단을 받은 김민기 대표가 투병하면서 결국 폐관을 택했다. 지난 33년간 학전에서 기획·제작된 작품은 총 359개다. 학전을 대표하는 작품은 단연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다. 학전은 180석 규모밖에 되지 않는데, 이 작품은 1994년 초연한 이래 4257회 공연, 누적 관객 73만 명을 돌파했다.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는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렸다. 특히 학전에서 포스터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설경구는 이 작품에 캐스팅되면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고 하니, 그에게 매우 의미 있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또 학전은 라이브 콘서트의 기틀을 마련한 곳이다. 가수 고(故) 김광석은 이곳에서만 1000회 공연을 채웠다. 그래서 학전 앞에는 김광석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노영심, 안치환, 동물원 등도 많은 공연을 펼쳤다. 주요 멤버였던 박학기는 “그때의 저는 나름 전성기였다. 학전 개관 멤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연을 많이 하면서 김민기 대표님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또한 대단한 영광이었다”고 회고했다. 학전 하면 아동극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원작을 김민기 대표가 번안, 연출한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등이 대표적이며, 순수 창작물도 많이 공연됐다. 김 대표는 돈을 더 벌 수도 있었으나 2008년 ‘지하철 1호선’ 공연을 돌연 중단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신이 원했던 아동극 작업에 더욱 몰두했다. TV와 미디어 외에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적·문화적 토대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졌던 터라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공연을 이어갔다. 김민기라는 존재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폐관 전날인 14일, 학전 소극장에는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울려 퍼졌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이는 배우 황정민, 가수 박학기, 권진원, 노래를찾는사람들, 알리, 정동하. 그들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의 마지막이자 학전의 33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는 학전 폐관 소식을 들은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뭉쳐서 연 공연이다. 가장 학전다운 방식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 위해서다.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20회의 릴레이 공연을 펼쳤고, 3000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갔다. 티켓은 단숨에 매진됐으며, 수익금은 모두 학전에 기부됐다. 윤도현을 시작으로 김현철, 윤종신, 유리상자 등 가수와 황정민, 설경구, 장현성, 이정은 등 배우들이 함께했다. 그렇다면 학전은 이제 어떻게 될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연장으로 학전 공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내가 없으면 학전은 없다’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존중해 ‘학전’ 명칭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어린이극 등 학전의 기존 사업은 유지한다. 공연장 내부 시설 개보수 등을 거쳐 7월 재개관할 예정이다. 33년의 추억을 남긴 학전은 영영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학전을 일군 김민기 대표는 우리 곁에 있다. 과거 대한민국이 힘든 시기에 노래로 빛이 되어준 그. 이제는 후배들의 응원을 받아 다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학전의 마무리에 쓰라며 1억 원 이상 기부한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김 대표에 대해 “조용하며 나서지 않고, 나서야 할 때는 묵묵히 책임만 감수하는 순수하고 맑은 시인”이라고 표현하며 존경심을 표한 바 있다. 조승우는 “선생님이 꼭 쾌차하셔서 같이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말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박학기 역시 메시지를 남겼다. “김민기 대표님은 그저 큰 산이고, 바다 같은 분이셨습니다. 더 이상의 수식어도 필요 없죠. 뻔히 손실 볼 것을 알면서도 꾸준히 어린이 연극과 뮤지컬을 해오면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 분입니다. 우리 문화예술인 모두 대표님께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대표님의 편안한 노후를 보장해드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하시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2024-04-0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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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놀이 말고 공연·전시 보자… 4월 문화소식
- ●Exhibition ◇유람일지: 유(儒)를 여행하다 일정 4월 21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에서 만나는 충청 유교 문화유산’을 주제로 하는 전시는 조선시대 선비의 삶을 ‘고택’, ‘서원’, ‘구곡’(九曲)으로 나눠 소개한다. 집, 학교, 자연이라는 공간을 통해 나고 자란 선비의 삶의 궤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닮았다. 1부 ‘고택유람’은 충청도 명문가인 파평 윤씨 가문의 명재고택을 중심으로 한다. 윤증의 초상 초본, 문중의 교육 공간인 종학당의 디오라마(실물 축소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2부 ‘서원유람’에서는 충청도 유일의 유네스코 등재 서원인 돈암서원을 통해 배움과 실천을 지향한 선비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예학을 정립한 김장생과 그의 아들 김집, 그리고 송준길, 송시열은 서원의 대표 선비로 꼽힌다. 3부 ‘구곡유람’에서는 율곡 이이의 정신적 이상향이자 선비들이 자연에 은둔하며 학문을 수양했던 공간인 ‘구곡’을 디지털 화폭에 담아낸 수묵 미디어아트 영상을 전시한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선비들이 이야기하는 시대정신, 일상의 가치, 타인을 대하는 태도, 자연을 품은 풍류 등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힐링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제길 : 빛 사이 색 일정 5월 12일까지 장소 전남도립미술관 평생 ‘빛’을 쫓으며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 우제길(1942~) 작가의 회고전. 총 10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1부 ‘기하학적 추상의 시작’은 ‘빛’을 주제로 하기 전인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그의 과도기적 작품을 살펴본다. 2부 ‘어둠에서 찾은 빛’에서는 절단된 면의 틈 사이로 솟아나는 빛 작품들과 어두운 배경에 작가 특유의 직선이 강조된 대작들을 소개한다. 3부 ‘새로운 조형의 빛으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구도가 다양해지고 밝은 색채가 등장하며 확장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4부 ‘색채의 빛’은 원색의 빛을 다양한 실험적 방식으로 구현한 작품들을 소개하며, 5부 ‘지지 않는 빛’에서는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Book ◇어른의 말습관(김진이·다른상상) 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은 반감을 사고, 어떤 사람은 호감을 얻는다. 그 이유는 바로 ‘말하기’의 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경인방송 아나운서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진이는 책 ‘어른의 말습관’을 통해 성숙하게 말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어른답게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분명히 말할 줄 알고, 그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또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고 관계의 중심을 단단하게 지킬 줄 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히 말투만 바꾼다고, 기술만 답습한다고 되지 않는다. 내 말 속에 숨어 있는 디테일과 패턴, 즉 말하는 습관을 돌아보고 바꿔야 한다. 노력만이 말습관을 기르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책에서는 서투른 언어를 다듬어 말하는 법, 각각의 상황과 내가 의도하는 바에 따라 말과 태도를 장착하는 법, 사람들과 주파수를 맞춰나가며 내 세계를 확장하는 법, 부정적 말의 패턴을 소거하는 법, 감정을 차분히 다스려 담백한 말로 갈무리하는 법 등 여러 가지 말하기 방법을 소개한다. 자기 말의 주인이 되어 일, 관계, 인생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 보자. ◇멋진 인생을 위해 오십부터 해야 할 것들(김옥림·미래문화사) ‘가슴이 뛰는 한 영원한 청춘’이라는 시인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나답게 사는 것이 인생 후반기를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위험하고 매혹적인 제로 이야기(찰스 세이프·DKJS) 제로(0)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자 철학, 종교, 수학, 물리학의 근간이다. 저자는 0의 출현, 억압, 성장 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시니어를 위한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조진화·임지윤·포레스트북스) 디지털 전문 강사인 모녀가 합심해 만들었다. 스마트폰·키오스크 사용법 등 부모님이 알았으면 하는 디지털 정보 10가지를 안내한다. ●Stage ◇러브레터 일정 4월 4일 ~ 4월 27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연출 김민정 출연 정보석, 박혁권, 하희라, 유선 연극 ‘러브레터’는 30개 언어로 공연된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밀도 높은 2인극이 특징으로, 무대에는 50년 동안 편지를 매개로 서로의 인생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앤디와 멜리사만 존재한다. 글을 사랑하는 모범생 앤디 역은 정보석과 박혁권이 맡아 연기한다. 그림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멜리사 역에는 초연 당시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 하희라와 함께 유선이 캐스팅됐다. 제작사 측은 “깊은 내공으로 다져진 베테랑 배우들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사랑과 이별, 그 무수한 사연들도 디지털 기기의 버튼 하나로 정리되는 요즘, 잊고 있었던 우리의 순수성을 깨워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친정엄마 일정 4월 20일 ~ 5월 26일 장소 서울 한전아트센터 연출 김재성 출연 김수미, 이효춘, 신이현, 선예, 김도현, 박장현 등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 ‘친정엄마’는 2004년 원작소설 출간 이후 연극, 뮤지컬, 영화로 제작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뮤지컬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진수로 통하며,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이번 시즌에는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딸을 걱정하는 친정엄마 봉란 역에 김수미와 이효춘이 캐스팅됐다. 김수미는 초연부터 봉란 역을 연기하고 있으며, 이효춘은 뮤지컬에 첫 도전한다. 엄마와 티격태격하다 이내 사랑을 깨닫게 되는 딸 미영 역은 신이현이 지난 시즌에 이어 연기하며,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새롭게 합류했다. ◇클로저 일정 4월 23일 ~ 7월 14일 장소 플러스씨어터 연출 김지호 출연 이상윤, 진서연, 김다흰, 이진희, 최석진, 유현석, 안소희, 김주연 연극 ‘클로저’는 1997년 초연 이후 50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됐으며, 2004년에는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극은 현대 런던을 배경으로 앨리스, 댄, 안나, 래리라는 네 명의 남녀가 만나 서로의 삶에 얽혀드는 과정을 그린다. 국내 공연은 8년 만인 가운데, 원더걸스 출신 안소희가 연극에 첫 도전해 눈길을 끈다. 앨리스 역을 맡은 그는 “연극이라는 무대와 관객들과의 교감에 긴장과 더불어 설레는 마음이 있다”며 좋은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4-05 0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