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났다? 역사 속 인물의 조우라는 발칙한 상상이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 EMK뮤지컬컴퍼니의 신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베일을 벗었다. 한국적 역사 인물을 중심으로 한 K-뮤지컬로 글로벌 진출을 꿈꾼다.
◇공연 소개(EMK뮤지컬컴퍼니)일정 3월 8일까지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권은아
출연 •영실&강배 : 박은태, 전동석, 고은성 •세종&진석 : 카이, 신성록, 이규형 •정화대장&마 교수 : 민영기, 최민철 등
러닝타임 18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관람료 VIP석 17만 원, R석 14만 원, S석 11만 원, A석 8만 원
◇관람 포인트•한복과 LED가 만들어내는 시공간 초월 무대
•뮤지컬 스타 총출동, 가창력과 몰입감
•장영실과 다빈치, 천재들의 상상적 만남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 감정선
◇REVIEW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신작’이자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기획임이 분명한 작품이다.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삶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팩트+픽션) 사극이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서사를 LED를 활용해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대로 풀어낸다. 한복을 전면에 내세운 무대 미학은 K-컬처 열풍 속에서 한국의 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 위에 배우들의 연기와 귀에 쏙 들어오는 넘버까지 더해지며, 작품은 시각·청각적 완성도를 고루 갖췄다.
이야기는 바로크 시대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PD 진석이 오래된 비망록을 손에 넣으며 시작된다. 그는 다빈치의 비행기 도면과 닮은 조선시대 비행 장치 ‘비차’의 설계 흔적을 발견하고, 친구 강배와 함께 숨겨진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그 미스터리의 핵심은 장영실이 다빈치의 스승이었다는 가설이다.
작품은 1막 조선, 2막 유럽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1막에서는 노비 출신에서 실력 하나로 세종의 신임을 얻는 장영실의 삶을, 2막에서는 이탈리아로 건너간 장영실의 이야기와 현재 시점의 추적 서사가 교차한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은 1인 2역을 소화하며 극의 밀도를 높인다.
스토리의 발상은 분명 신선하다. 다만 원작의 서사가 방대한 만큼, 러닝타임 180분 안에 모든 이야기를 담기에는 한계가 느껴진다.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다소 이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고, 위인전적 서사 구조로 인해 일부 장면에서는 지루함을 느낄 여지도 있다.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단연 무대 연출과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감성적인 넘버들이 이어지며 장영실의 꿈과 조선을 향한 그리움이 교차한다. 이는 관객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장치로 작용한다.
작품은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았다. 기자가 관람한 회차는 신성록(세종&진서 역)·전동석(영실&강배 역) 페어였다. 두 배우는 ‘드라큘라’, ‘지킬 앤 하이드’ 등에서 같은 배역으로 각각 활약해온 바 있어, 한 무대에서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신성록은 세종 역에서 인자함과 냉철함을 오가는 군주의 면모를 안정적으로 표현하고, PD 진석 역에서는 미스터리를 좇는 집요함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전동석은 장영실 역을 맡아 성악 전공자다운 탄탄한 발성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극의 감정선을 이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두 인물이 만들어내는 브로맨스다. 세종과 장영실 사이의 신뢰와 연대, 존경의 감정선이 과하지 않게 드러나며 작품의 주요 매력으로 작용한다.
‘한복 입은 남자’는 오랜 준비 기간과 대작의 스케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서사를 중심으로 향후 수정과 보완을 거친다면 작품은 더 단단해질 가능성이 크다. 장영실이 끝내 타지 못했던 비차 대신, ‘한복 입은 남자’는 무대를 통해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
◇원작 소설 돋보기
뮤지컬의 원작은 2014년 출간된, 이상훈 작가의 장편 역사소설 ‘한복 입은 남자’다.
작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제자 파울 루벤스가 그린 ‘한복 입은 남자’의 모델이 장영실일 수도 있겠다는 의문을 품었다. 여기서 나아가 세종의 총애를 받던 장영실이 안여(수레) 파손 사건 이후 실록에서 자취를 감춘 점에 주목하며, 그가 이탈리아로 향했을 가능성을 서사로 풀어냈다.
이 작품은 집필에 앞서 약 10년에 걸친 역사 연구와 취재를 거쳐 완성됐다. 이상훈 작가는 지난해 11월, 뮤지컬 개막 시기에 맞춰 약 13년 만에 개정판을 출간했다.
작가는 개정판 출간 소감으로 “장영실과 세종이 만들어낸 조선의 르네상스가 오늘의 우리와 필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며 “이야기가 글로벌 무대를 향해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어 감회 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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