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토 에세이] 새 길을 걷다
- 설호가 시작되던 날 호수 위로 새 길이 열렸다 숲의 그림자가 획을 더하자 백설의 수묵화가 완성된다 다른 계절엔 걸을 수 없던 자연이 만든 새 길을 걷는다
- 2022-12-22 08:21
-
- 저비용 고효율로 누리는 ‘소확행’
-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는 재미와 별개로 간절한 것이 바로 ‘먼 이국’으로의 여행이지만 지금은 해외로 나가는 발길이 묶여버린 상황. 언제까지 코로나19가 잦아들기만을 넋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홀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저비용 고효율로 즐길 수 있는, 이름하여 ‘한국에서 즐기는 외국 여행’ 가이드. 인생은 짧고 갈 곳은 많다. 한국에서 만나는 독일, 스위스, 사막, 지중해, 중국, 스페인 산티아고, 아프리카 등 지금 당장 가슴이 끌리는 그곳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한국에도 사막이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 사구 지대로서 해안 사구가 지닌 환경적,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2년 11월 해양수산부에 의해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지정됐다. 오랜 세월 바람에 의해 날려온 해안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으며 길이 약 3.4㎞, 폭 약 200m에서 최대 1.3㎞ 규모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사구 표면은 대부분 사초로 덮여 있으나 육지 쪽에는 방풍림이 조성되어 있고 해안 가까이 해당화도 자라 사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는 현재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생태계 보존 지역이니 자연을 아끼는 각별한 마음도 가져가야 한다. 위치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유럽풍 숲속 정원을 거닐다 제이드 가든 숲속 정원 ‘제이드 가든’(Jade Garden).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공간 만병초원을 비롯해 어릴 적 즐겨 읽고 보던 동화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지은 유럽풍 마을, 젊은이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가 좋은 이탈리아 웨딩가든, 그리고 수생식물원, 고산식물원, 꽃물결원, 피크닉가든, 은행나무미로원, 키친가든, 재배온실 등을 천천히 거닐며 몸과 마음을 치유해보자.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점 등의 휴게 공간도 마련돼 있고 가든 가꾸기 프로그램도 상시 진행한다. 하절기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500원, 경로우대 7000원. 굴봉산역-제이드 가든 왕복 셔틀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위치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햇골길 80 독일 교포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 독일마을 1960년대 독일의 광산과 병원에서 일해온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한국에 돌아와 살 수 있도록 마련한 생활 터전이다. 독일에서 반백 년 가까이 살았던 교포들이 실제로 살고 있어 독일 정취와 문화를 느끼고 경험하기에 좋은 곳이다. 2001년, 남해군이 사업비 30여 억 원을 들여 40여 동의 건축물 택지를 교포들에게 분양했다. 그 후 이 주택들은 교포들의 주거지 또는 휴양지로 쓰이는 동시에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민박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독일 전통 소시지와 맥주 맛보기, 독일마을 추억 만들기, 전통의상 입어보기, 파독 전시관 관람하기 등이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상주하는 독일 교포들이 해설사 역할도 한다. 위치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74-2 오감 만족 스위스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아름다운 숲과 마을, 스위스풍 건축물과 공원을 통해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커피, 치즈, 초콜릿, 와인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다양한 주제별 박물관을 포함해 스위스 테마관, 동물농장, 양떼목장, 사랑의 연못, 에델바이스 광장, 갤러리, 포토존 등 전시 시설과 전원 시설을 다채롭게 누릴 수 있다. 어둑해지면 인터라켄 마을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주말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000원, 경로우대 7000원. 위치 경기 가평군 설악면 다락재로 226-57 포천 숲속에서 느끼는 아프리카의 숨결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카라반펜션캠핑장 태천만 관장이 수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 30여 개국을 다니며 150여 부족에게 수집한 유물과 민예품 560여 점, 석목 조각 330점, 미술품 30점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성인식, 토속 춤, 혼례 및 장례 등 제례의식과 왕족, 족장, 전쟁과 사냥 등과 관련한 유물 및 악기, 각종 생활용품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카라반펜션캠핑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도심을 벗어난 자연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까지 즐길 수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에서 저녁 6시까지 운영하며 요금은 성인 1만2000원, 경로우대 1만 원. 위치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967 산토리니의 호젓한 골목을 걷고 싶다면 지중해마을 푸른 지붕에 파스텔 톤 골목들이 알록달록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지중해에 접한 그리스의 섬과 프랑스 남부의 건축 양식을 빌렸다. 지중해마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원래는 너른 포도밭이었는데 주변 땅이 개발하면서 탈바꿈의 시기를 거쳤다. 3층짜리 60여 동 건물에는 레스토랑, 와인바, 베이커리, 카페, 기념품 숍, 식당,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주민들의 거주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야간에는 골목 위로 은하수 조명이 매달려 마을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또 마을 공원 곳곳에는 벤치가 있어 이국적인 건물을 바라보며 호젓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위치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면로8번길 55-7 사진 출처 충남 홈페이지 한국적 정취와 어우러진 작은 산티아고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 신안군 다도해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목포나 무안에서 배를 타고 30분에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썰물 때면 드러나는 노둣길이 대기점도, 기점도, 소악도, 진섬을 마치 하나의 섬처럼 이어준다.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은 하나로 이어진 이 섬들을 걷는 12㎞ 트레일이다. 길을 이어 걷는 중간에 예수의 제자 12사도의 이름을 딴 열두 개의 예배당을 쉼터처럼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섬에는 마을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가 한 곳 있으며 섬 누리집에는 교통편과 노둣길 물때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어 처음 가는 사람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위치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
- 2020-07-31 08:00
-
- 자체 발광 소녀 감성, 전성기를 맞이하다-박애란 동년기자
- 작년 초, 2기 동년기자 발단식에 범상치 않은 여인이 나타났다. 망사와 레이스로 된 코사지를 머리에 올려 쓰고, 화려하게 빛나는 공단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박애란 동년기자였다. 상냥한 어투로 자신을 핑크레이디라고 소개하던 그녀는 어느새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없어서는 안 되는 대표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중. 최근에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영상 제작에도 참여하며 그 누구보다 활발히 동년기자 활동을 넓혀가고 있는 그녀다. 잘 영근 숙녀의 삶 속에는 어떤 우여곡절이 숨어 있을까? 동년기자 리포터 가능할까요? 박애란 동년기자에게 자주 가는 장소가 어디냐고 물으니 서울 강남에 있는 서초문화원이라고 했다. 현재 이곳에서 모델워킹 수업과 시창작 수업을 듣고 있다고. 대부분 시간을 주로 강남 일대에서 보내는데 1분 1초도 아깝지 않게 살뜰히 모아 사용하고 있다. “2012년부터 다니기 시작했어요. 평택에서 컴퓨터 선생님으로 교사생활 33년 하고 나서 서울로 이사왔습니다. 이곳에서 수필창작, 영어회화, 시낭송, 왈츠를 등록해 열심히 다녔어요. 패션학원도 등록해서 다녔어요.” 어렸을 때 꿈 중 하나가 교사였는데 이것은 벌써 이뤘고, 다른 하나는 패션디자이너라고 했다. 교사직을 맡고 있을 때도 꿈을 이루기 위해 평택과 서울을 오가며 패션 특강을 들었다고. 한국폴리텍대학교에서 패션디자인 야간과정을 6개월 정도 밟기도 했다. 순간마다 패션의 길로 접어들까 고민한 적도 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대신 패션 공부했던 경험을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다. 박애란 동년기자가 입고 두르고 가지고 다니는 것 대부분이 스스로 리폼한 제품이다. “어렸을 때 바느질을 좋아했어요. 내 옷은 내가 리폼하고요. 이 가방도 다섯 번도 넘게 끈 부분을 갈았어요. 레이스를 손바느질로 덧대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명품가방을 만든 거지요.” 퇴직하고 난 이후에 더욱더 열심히 사는 박애란 동년기자다. “생각을 바꿔야 해요. 퇴직 전은 전반생, 그 후는 여생이 아니라 후반생. 전반생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살았다면 후반생에는 의무감에서 벗어나도 괜찮아요.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살면 돼요. 그래서 후반생은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며 사는 거죠. 내가 또 몸치이기는 한데 왈츠도 배우고 탱고 동호회도 나가고 있어요. 발레도 하고요. 이 나이에 몸이 잘 늘어나겠어요? 왜 내가 내 돈 들이면서 이 고생하나 하다가도 우아한 발레 음악 들으면 엄청 행복해집니다.(웃음)” 인터뷰 바로 전날에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 제작하는 영상 프로그램 촬영을 다른 동년기자들과 마친 상태였다. 이후 의학 관련 영상에서는 리포터로도 활약했다. 검증된 끼와 재능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간판 리포터(?)로 벌써부터 점쳐졌던 인물이 박애란 동년기자였다. “아무래도 시작이다 보니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생기더라고요. 안 그래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도 영상을 시도할 만한데?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시작하더라고요. 동년기자들이 대단한 내공을 가진 시니어잖아요. 내 생각이 그대로 옮겨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대한 애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품격 있는 시니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잡지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며 홍보 멘트를 꼭 날린다. 우리 잡지에 처음 자신의 기사가 실렸을 때는 너무 좋아서 기절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생각해보니 당시 기자 앞에서도 본인 기사가 실린 잡지를 열어보고는 방방 뛰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웃는 얼굴에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슬프고 착한 아이, 애란을 만나다 “내 패션이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지? 왜 이런지 물어봐주실래요?” 한껏 하늘을 날 것처럼 깃털 같은 얘기를 이어가다가 갑자기 기자에게 질문했다. 별 얘기 아니려니 하고 원하는 질문을 던졌다. 뜻밖의 소재로 이야기가 바뀌었다. “옷을 이렇게 입게 된 건 언니 때문이었어요. 어린 시절 아빠가 언니만 사랑해줬어요. 언니가 아버지를 닮았거든요. 한번은 언니랑 싸우는데 아빠가 싸우지 말라고 우리를 다그치다 저랑 언니를 톱자루로 엉덩이를 한 대씩 때렸어요. 정말 너무너무 아팠어. 그때 든 생각은 ‘언니도 아프게 때렸을까?’ 였어요. 나도 사랑받고 싶었어요.” 이때의 기억은 말 그대로 트라우마(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남아 있었다. 똑같이 때렸을 거란 기자의 말에 “아니, 아닌 거 같아요”라고 맞받아쳤다. “어느 날 언니가 책을 산다며 아버지한테 용돈을 달라고 했어요. 저한테도 ‘돈이 필요하지 않냐?’고 아버지가 물었어요. 그런데 저는 ‘됐어요. 그동안 제가 모아놓은 돈으로 사면 돼요’라고 했어요. 누가 착한 아이야?” 이 말에 기자는 “아버지가 속으로 많이 상처를 받았을 거 같다”고 답했다. 이에 박애란 동년기자는 그게 왜 상처냐고 되물었다. 아이 입장에서는 ‘돈 잘 모은 행동’을 칭찬받고 싶었겠지만, 아버지 입장에서 ‘용돈을 주겠다’는 말이 일종의 사과였고 화해의 사인이지 않았을까. 박애란 동년기자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며 “너는 도대체 애다운 맛이 없다”며 나무랐다. 화해의 손을 놓아버린 고집 세고 질 줄 모르는 애어른으로 아버지는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그때 박애란 동년기자가 아버지한테 “저도 책이 사고 싶어요, 돈 주세요”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아버지는 분명 화해를 표했던 것이라고 꼭 박애란 동년기자에게 얘기하고 싶다. 어린 시절 언니를 편애하던 아버지 이야기가 끝나고 나니 초등학교 시절 너무 예뻐서 한 치도 따라잡을 수 없었던 두 친구 이야기로 흘렀다. 외모 콤플렉스에 관한 이야기였다. 선생님께 예쁘게 보이기 위해 길에서 주웠던 군번줄을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학교에 갔던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려줬다. 아버지에게 거부당한 사랑은 선생님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사랑으로 표출됐다. 이쁨받기 위해 고운 옷을 골라 입었고, 모자 쓰기를 좋아했다. 말을 하는 내내 박애란 동년기자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아직도 그렇게 서러운 걸까. 밝은 웃음 뒤에 철저하게 감추고 있었던 상처받은 어린 박애란이 바로 눈 앞에서 울고 있었다. 그나마 박애란 동년기자 인생에서 다행인 것은 어린 시절의 아픔을 서둔야학에서 대신 치유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서둔야학은 박애란 동년기자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야학으로 서울대학교 농대 재학생들이 주축이던 곳이다. 작년 말에는 서둔야학당터에서 ‘서둔야학 홈커밍데이’ 행사를 열었는데 본지가 찾아가 탐방 취재를 하기도 했다. 선생님 모두 착한 아이로서 박애란 동년기자를 인정해주었고 예뻐해줬다. 훗날 박애란 동년기자의 교사 꿈을 이루게 해준 놀라운 곳도 바로 서둔야학이다. 박애란 동년기자가 울컥할 때 주문처럼 되뇌는 마법과도 같은 말이 있다. “울면 안 돼, 짜장면은 돼!” 세상의 모든 낭만적이고, 슬프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순간에 박애란 동년기자는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아픔을 덮어주는 이불과도 같은 말. 이제는 좀 따뜻한 마음으로 사그라지고 아물고 용서할 수는 없을까. 백설공주처럼 예쁘게 안녕 “큰일날 뻔했어. 이 좋은 세상 못 보고 이생을 하직할 뻔했잖아.(웃음)” 상황 불문 눈물, 콧물 짜며 소녀감성 폭발하는 박애란 동년기자. 세상을 비관하고 꽃다운 나이에 자살을 시도했던 일화도 꽤 오랜 시간 털어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야학에서 공부를 하고 나니 막상 갈 곳이 없었다. 결국 선택한 곳은 대한방직이었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책에 빠져 있는데 현실은 공장이잖아요. 숨이 턱턱 막혔어요. 내 방에 공주들 사진을 붙여놓으면 아버지는 그런 것을 벽에 붙이면 귀신 나온다며 떼어버리라고 그러셨고요.” 이러다 평생 여공으로 살 것 같았다. 그러느니 죽자. 수면제가 가장 깨끗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을 듣고 수면제를 사다 모았다. 사랑으로 감싸준 서둔야학 선생님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헝겊으로 꽃을 만들었다. 죽음 초읽기에 들어갔다. “1968년도 5월 15일에 야학당에 가서 스승의 날 꽃이라며 선생님들 가슴에 달아드렸어요. 정말 눈물을 꾹 참고요. 내 나이 열여덟 살이었어요.” 죽을 때 죽더라도 예쁘게 죽겠다는 생각에 하늘색 브라우스에 스커트를 입고 꽃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입 안에 수면제를 털어넣었다. 천운이었을까, 일어나보니 하늘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막 우시더라고요. 그래도 아버지가 고와보이지 않았어요. 제가 초등학교 때 맞았던 사건 이후로 아버지한테 사랑받기를 포기했어요. 무엇보다 아버지는 가족들 앞에 무력했습니다. 그땐 절망이었습니다.” 기운을 차리고 야학당으로 가서 그곳에 계신 대학생 선생님들에게 자신의 자살소동과 관련한 얘기를 했다고. “그때 번뜩 정신을 차렸어요. 선생님이 제 얘기를 듣고 놀라기도 했어요. 선생님 하시는 말씀이 ‘누가 너 죽은 모습을 보고 아! 아름답다’ 하겠냐고. 백설공주를 본 왕자는 아름답다고 외쳤는데. 암튼 그때 제 생각에 꽃이 달린 모자를 쓰고 죽으려 했던 것이 너무 낭만적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반전은 죽었으면 큰일날 뻔했어. 지금 사는 게 너무 재밌거든. 요즘 생각하면 죽기 정말 아까워요.” 여직공, 여교사 되다 “되게 힘들게 살긴 했네요. 고비, 고비. 길고긴 고비. 내가 산전, 수전, 지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사람이에요. 처음에는 수원에서 딸기를 땄어요. 그다음에 버스회사 사환을 했어. 방직공장에 들어갔어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 일반직으로 이십대 때 근무했어요. 그다음에는 타자학원 강사로도 일했고요. 그리고 결국 스물아홉 살에 중등교사자격시험에 합격했어요. 이후에 공립학교 임용고시에 붙어서 선생님으로 33년 살았잖아요. 교사자격증을 손에 쥐었을 때 눈물이 강물이 되도록 울었어요.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말씀드렸는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서울대학교 농대에서 일할 당시 선생님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농대 학장은 유독 박애란 동년기자에게 “우리 여 선생님 오셨네”라고 하셨다. “일반직 여직원이 80명이 넘는데 저한테만요. 내가 주장하고 싶은 건 꿈은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제가 학교와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제게 학교로 가는 길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트라우마를 조금씩 치유하고 어릴 적 자신과 타협하며 매일 조금씩 나아가며 살아가는 박애란 동년기자는 화려하게 보이는 일은 물론이고 매일 공부하며 사는 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현재는 문화원에서 다양한 공부를 하는 것 이외에도 방송통신대학교에서 미디어영상학과를 전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농학과, 국어국문학과, 가정학과와 문화교양학과에 이어 미디어영상학과까지 5번째 입학이다. “우리 집 TV는 방송대 채널에 고정돼 있어요. 예능프로그램은 볼 생각해본 적 없고 클래식 음악 채널이나 다큐채널을 틀어놓아요.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인 거 같아요.” 압구정 날라리는 폼생폼사? 인터뷰도 하기 전에 이런 제목이 어떨까 하고 물어온 박애란 동년기자. 저 느낌이 본인 캐릭터라고 밝게 웃는다. 글쎄 눈물의 근원과 굴곡진 인생 얘기를 듣고 나니 그녀가 가볍게 폼생폼사로 살아간다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마감할 뻔했던 삶을 치유하고 보듬으며 매일을 기똥차게 열심히 사는 시니어, 내면에서 흐르는 진정한 멋을 가진 여인으로 느껴졌다. 앞으로 더 깊고 고운 아름다움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빛내는 동년기자로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브라보 3기 동년기자 릴레이 인터뷰를 본지 에디터가 진행합니다.
- 2018-09-11 09:49
-
- 분위기 쫌 타는 사람과 주책바가지
- # 장면 1. 지난주, 파리에 있는 딸네 집에 다녀왔다. 사위가 출근한 후 다섯 살짜리 손녀는 장난감 전자피아노를 연주하며 필자에게 춤을 추라고 졸랐다. 그래서 음악에 맞춰 그동안 몰래 문화센터에서 배운 룸바를 신나게 추고 있는데, 주방에서 돌아온 딸이 그 장면을 봤다. “어? 아빠가 이제 춤을 추실 줄 아네!” 하면서 대학 시절 스윙을 추었던 딸이 필자에게 달려들었다. 둘이서 춤을 추다가 흥이 난 부녀는, 유튜브에 연결해 쇼스타코비치 2번에 맞춰 왈츠까지 췄다. 평소 ‘백설공주’라는 만화영화에서 왕자와 공주의 춤을 즐겨보는 손녀는, 우리의 왈츠가 신기한지 계속 추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이 흘러간 후, 사위와 손자들이 직장과 학교에서 돌아왔다. 저녁을 먹은 후, 갑자기 손녀가 “하비, 엄마랑 또 춤춰봐!” 했다. 사위 앞에서 춤을 추다니 그건 아니었다. “아냐! 하비는 너랑 있을 때만 춤추는 거야.” 그러자 손녀는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 직전이 되었다. 당황한 필자는 “엇, 울지 마. 하비가 춤추면 되잖아!” 그렇게 시집보낸 지 10년 동안 그 흔한 노래방 한 번 같이 안 갔던 사위 앞에서, 방정맞은 자이브와 왈츠까지 추게 되었다. 이왕 망가진 거 더 망가지기로 했다. 딸과 잔디밭으로 나가 차차차까지 췄다. 사위는 필자가 춤추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그동안 외국생활에 지쳐 했던 딸이 활짝 웃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래서 이 모습을 또 보고 싶으면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고 우리들끼리의 비밀로 하자는 약속을 받았지만, 귀국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약간 불안하다. # 장면 2. 신입생 환영회 때의 일이다. 그해 면접 과정과 뒷조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 ROTC 오락부장 출신으로 유명했던 신임교수가 같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나이트클럽을 빌려 행사를 진행했는데 3학년 홍보부장이 사회를 봤다. 그런데 그 녀석이 다른 학번들에 비해 말주변이 없어서 분위기가 점점 식어갔다. 참다못한 필자가, 학과장의 사명감을 핑계로 무대에 뛰어올라 마이크를 빼앗았다. 고교 시절 응원단장 경력이 있었던 필자는, 술김에 신나게 사회를 보며 학년별 게임을 유도했다. 그런데 그때 돌발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함께 참석한 신임교수가 무대로 갑자기 뛰어오르더니 필자 마이크를 빼앗았다. “분위기가 지루하니까 지금부터 개인 장기대회를 연다. 내가 먼저 시범을 보인다!” 그는 각종 성대모사와 개다리 춤으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거기에 자극받은 필자는 그동안 학생들에게 절대 안 보였던, 그야말로 망가지는 각종 개인기를 선보였다. 그해의 신입생 환영회는 교수들의 장기 경연대회장이 되어버렸다! 그 후 홈커밍데이가 되면 졸업생들이 한마디씩 했다. 엄숙한 주례사를 하시는 교수님을 보다가도 그 장면이 생각나면 자꾸 웃음이 터져 나온다고…. # 장면 3. 사돈 부부와 테니스를 쳤다. 사돈끼리의 경기는 항상 긴장감이 감돈다. 이겨도 적당히 이겨야 한다. 접대 고스톱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훈련 과정에서 형성된 운동신경과 동물적 본능에 의한 반사신경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필자의 강한 스매시를 안사돈이 발리로, 그것도 너무나 멋지게 맞받아쳤기 때문이다. 필자는 코트에 떨어진 공을 주워 서비스권을 가진 안사돈에게 건네주며 “사람이 아니무니다~”라고 외쳤다. 그 시절, 개그콘서트의 박성호가 갸루상 역할을 하며 유행시킨 말이었다. 사람이 받아칠 정도가 아닌, 그야말로 너무 멋진 발리라고 칭찬한 뜻이었다. 그런데 개콘을 안 보는 안사돈은 가슴에 넣어두었다가 나중에 필자의 딸에게 심각하게 그 뜻을 물어봐, 해명을 하느라 애를 먹었단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나 통하는 유행어를 아무한테나 쓴다고, 딸한테 한마디 들었다. 그러나 오늘도 필자는, 젊은이들의 유행어를 ‘고르곤 졸라’ 쓰며 낄낄거리고 ‘개 웃기며’ 산다! 젊은 시절에는 ‘분위기 좀 탈 줄 안다’고 표현되던 것들이 나이 들어서는 어느새 ‘주책’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정작 우리 인생의 진한 추억들은, 이제 거기에 더 깊이 새겨진다.
- 2018-03-07 09:14
-
- 그리운 스키장
- 한 때 겨울의 꽃이라는 스키에 열광한 적이 있다. 가까운 곳은 양지스키장부터 천마산, 베어스타운으로 갔고 좀 멀리로는 강원도의 아주 예뻐서 인상적이었던 알프스스키장과 용평스키장을 다녔다. 백설의 슬로프를 멋진 11자 포즈로 스키 폴 대를 짚어가며 질주해 내려오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지만 그건 잘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고 나는 A자형으로 간신히 타는 수준으로 시작했다. 나는 참 용감한 편이었나보다. 특별한 강습도 받지 않고 처음부터 무식하게 리프트를 타고 중급자 코스로 올라갔다. 남편과 아들의 도움으로 벌벌 떨면서도 슬로프를 다 내려왔을 때의 그 기분이 생생하다. 너무 재미있어서 다들 중간 슬로프쯤에 있는 간이 쉼터에서 커피와 스낵을 즐길 때도 나는 열심히 이, 삼십 분 씩 줄을 서서 리프트를 기다렸다가 올라가서는 5 분 만에 미끄러져 내려와 또 줄을 서길 반복하며 정말 열심히 탔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멋지게 활강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활기찬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게 참 좋았고 나도 저렇게 탈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었었다. 스키장 가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몸이 스키에 적응 돼가는 느낌이 들었다. A자로 스키를 벌리고 타는 것에서 약간 다리를 붙일 수 있었으며 언제인가는 모굴 이라고 하는 울퉁불퉁한 눈길도 리듬 있게 즐길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또 재미있는 건 처음부터 스키를 식구대로 준비하고 스키복도 갖추었다는 점이다. 미국에 사는 시누이 가족이 방학이라 한국에 왔다. 큰집 작은집이랑 시누이 가족 모두 용평으로 스키 여행을 가기로 했다. 다들 모였을 때 시누이가 어쩌면 하나같이 스키복을 차려입었냐면서 박장대소를 했다. 외국에서는 청바지 차림으로 타는 게 보통이라면서. 세련된 시누이 눈으로 볼 때 울긋불긋 차려입은 우리가 좀 우습게 보인 듯했다. 이제 좀 리듬 있게 탈 수 있겠다고 즐거워하던 어느 날 사고를 당했다. 스키를 타다가 넘어졌는데 내 무릎 위로 어떤 아가씨가 엉덩이로 누르며 덧 넘어진 것이다. 순간 나는 찌익 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 그냥 느낌인데 그런 소리가 난 것처럼 생각된 것 같다. 미안해요, 하고 그 아가씨는 내려가 버렸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구조 요원이 와서 인대가 늘어 난 것 같다며 나를 들것에 눕게 하고 모포로 얼굴까지 덮어주며 스키를 타고 나를 끌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누워서 거꾸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모포를 살짝 내리고 옆의 풍경을 보았는데 너무 재밌고 신났다. 참 철없었던 시절이다. 그 후 두 달 동안 깁스를 해야 했지만, 스키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겨울철만 되면 스키를 즐겼는데 아이가 성인이 되니 자기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스키장 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지금도 집 구석에 스키가 장식품처럼 세워져 있다. 안탄지 오래 되었지만, 추억을 생각하니 버릴 수가 없어서 그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다시 스키를 타라면 못 탈 것 같다. 이 나이에 넘어져서 어디 한군데 부러지기라도 하면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 슬프다. 겨울이면 하얀 눈밭에서 멋지게 스키나 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냥 나도 한 때 다 해 보았다고 만족을 하며 외면하련다.
- 2016-12-22 16:07
-
- 말레피센트
- 누구나 어린 시절 동화책을 많이 읽고 자란다.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 백설 공주, 인어공주, 잠자는 숲 속의 미녀나 전래동화로는 해님 달님, 콩쥐 팥쥐, 장화홍련전, 흥부 놀부 등이 있다. 재미있는 건 서로 다른 나라임에도 동화의 내용이 비슷한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나쁜 새엄마와 의붓언니에게서 구박받으면서도 씩씩하게 견디어 드디어 왕자님과 결혼까지 하게 되는 신데렐라도 우리나라의 콩쥐 팥쥐와 같은 내용이어서 흥미롭다. 나라가 달라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뜻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월트 디즈니에서 만든 영화 ‘말레피센트’를 보게 되었다. 매우 섹시하고 예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았다. 월트 디즈니에서 각색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어낸 작품으로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이야기가 펼쳐졌다. 필자가 어린 날 읽었던 내용으로는 왕국에 공주가 태어나고 축하받는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나쁜 마녀가 아기 공주에게 16살 되는 날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히 잠들고 깨어나지 못한다는 저주를 내리면서 다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를 받으면 깨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심술 맞은 마녀가 말레피센트였는데 영화는 필자가 알고 있던 내용과 좀 달랐다. 말레피센트는 그렇게 나쁜 마녀가 아니었다. 세상에는 왕국과 경계를 이루는 곳에 요정 나라가 있었다. 요정 나라의 어린 요정 말레피센트는 우아한 날개를 가진 어여쁜 소녀였다. 어느 날 그곳에 인간 세상 사람인 어린 소년 스테판이 찾아온다. 둘은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친해진다. 이들은 점점 멋진 청년과 아름다운 요정으로 자라며 우정을 키웠다. 어느 날 스테판은 말레피센트에게 키스를 하고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갔다. 그 무렵 인간 세상의 왕은 요정 세계를 지배하려고 요정 나라 숲을 침략했다. 그러나 말레피센트의 지휘로 숲 속 요정들이 힘을 합쳐 대항해 왕은 참패를 당한다. 왕은 죽기 전에 요정인 말레피센트의 힘을 없애는 자에게 왕국을 물려주고 공주와의 결혼을 허락한다 했다. 이에 신하였던 스테판은 왕이 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사랑하는 요정 말레피센트의 날개를 자르기로 하고 그녀를 찾아간다. 출세에 눈이 멀어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도 돌아보지 않는 인간의 속성이 안타깝고 슬프다. 오랜만의 만남에 즐거워하는 말레피센트에게 약을 탄 음료를 마시게 한 후 잠든 그녀의 날개를 잘랐으니 추악한 욕망을 가진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에 분통이 터졌다. 잠에서 깨어난 요정은 날개가 없어진 걸 알고 절망을 느낀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스테판이었기에 배신과 절망은 더욱 컸다. 말레피센트의 날개를 가져온 스테판은 왕위를 이어받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며 예쁜 공주 오로라를 낳았다. 오로라의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에 많은 사람이 초대되고 작은 요정 삼총사도 찾아와 행운을 빌어준다. 그때 날개는 없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숲의 지배자 말레피센트가 나타나 공주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16세가 되는 날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한 잠에 빠질 거라는 저주를 내린다. 이에 스테판은 공포를 느껴 세 요정에게 16세 되는 다음 날 왕궁으로 데려오라며 공주를 맡아 키워 달라고 부탁하고 깊은 숲 속으로 보낸다. 그리고는 나라에 있는 모든 물레를 창고에 모아 아무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아기는 무럭무럭 귀엽고 예쁘게 자라났다. 어느 날 숲으로 놀러 간 오로라는 말레피센트와 만난다. 말레피센트는 미워할 수 없는 아기 공주의 수호천사가 되어 돌보고 위험에서 지켜준다. 오로라를 사랑하게 된 마녀는 그가 곧 16세가 될 시기에 공주의 저주를 풀려고 노력하지만, 영원히 라고 했기 때문에 풀 수가 없었다. 그 무렵 숲에 있던 공주는 길을 지나던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이웃 나라 왕자였다. 그들은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한다. 이 왕자가 후에 잠든 공주를 키스로 깨울 것이라는 암시를 받게 된다. 한편 말레피센트가 자신에게 그런 저주를 내렸다는 걸 알게 된 공주는 16세가 되던 날 왕국으로 간다. 왕은 16세 되는 다음날 데려오려고 했는데 하루 일찍 도착한 오로라를 감금하라 명령하고 공주는 궁을 헤매다 결국 물레 바늘에 찔려 잠이 들고 만다. 숲에서 만났던 왕자가 해법일 줄 알았는데 왕자의 키스에도 일어나지 않던 공주가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며 입맞춤 한 말레피센트의 키스에 눈을 뜬다. 진정으로 공주를 사랑한 건 말레피센트였다. 스테판 왕은 병사를 동원해 말레피센트를 죽이려 하고 말레피센트는 위기에 빠진다. 그때 아버지가 잘라 온 마녀의 날개를 발견한 공주가 벽에서 떼어내자 날개는 주인을 찾아 날아가 말레피센트는 막강한 힘을 되찾게 되고 왕은 성에서 떨어져 죽는다. 이후 인간 세상과 요정 나라가 화합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동화 속 이야기지만 출세에 눈이 멀어 사랑과 우정을 배반한 추악한 인간의 욕망에 화가 났고, 복수심에 불탔지만 어린 공주를 사랑하게 되는 마녀의 애틋한 마음이 훈훈했던 영화이다. 말레피센트를 연기한 안젤리나 졸리의 우아하고 매력적인 모습과 풋풋한 오로라 공주역의 엘르 패닝의 연기가 환상적으로 다가왔다. 멋진 한편의 영화가 어린 날 감동으로 읽었던 동화책처럼 잔잔하게 필자 마음을 적셔주었다. (PS-오로라 공주 어린 시절 역을 맡은 귀여운 아기가 안젤리나 졸리의 친딸이었다는데 캐스팅된 이유가 재미있다. 오디션 보던 모든 아기들이 마녀로 분장한 안젤리나 졸리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는데 친딸인 비비안 졸리 피트만이 엄마를 알아보고 울지 않아서 뽑혔다고 한다.)
- 2016-08-11 18:38
-
- 가족들과 함께하는 ‘뮤지컬·연극
- 설 명절을 맞아 가족과 함께 볼 만한 뮤지컬이 풍성하다. TV브라운관 앞을 벗어나 생동감 넘치는 표정, 몸짓, 노래가 있는 공연장을 찾는 것은 설 준비로 지친 어른들의 기분 전환에 으뜸일 듯싶다. 또,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는 문화생활의 기회가 될 것이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1월 4일~2월 5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이 바로 안성맞춤이다. 가수 소향과 박기영이 더블 캐스트로, 폰 트랍 가의 입주 가정교사가 된 수녀 마리아를 연기한다. 더불어 양희경이 마리아를 가정교사로 추천하고, 사랑에 빠진 그녀를 조언하는 원장수녀 역으로 무대에 선다. 아역 배우들이 소화하는 폰 트랍 대령의 말괄량이 일곱 자녀들의 끼와 매력도 눈길을 끈다. ‘도레미송’, ‘에델 바이스’ 등 ‘사운드 오브 뮤직’의 넘버는 1965년 줄리 앤드류스 주연으로 뮤지컬을 각색한 동명의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사랑 받으며 오늘날까지 고전이자 명곡으로 남아 있다. 2001년 초연 이후 연극 관객에게 10년 넘게 사랑을 받아오다 지난해 말 뮤지컬로 만들어진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1월 24일~2월 1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가 연장공연에 돌입했다. 동화 ‘백설공주’를 재해석한 따뜻한 내용으로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어린이 뮤지컬 ‘구름빵’의 신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상연하는 ‘구름빵’ 외에도 각기 다른 3개의 작품이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그림자 연극 ‘구름빵’(1월 4일~2월 28일,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 물), 동요콘서트 뮤지컬 ‘구름빵’(2월 4일~3월 2일, 서울 윤당아트홀 1관), 영어뮤지컬 ‘구름빵’(2013년 11월 9일~3월 2일, 서울 네오아트홀)이다. ‘구름빵’은 전 세계 40만권의 판매량을 올린 동화책을 원작으로, 2009년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로 제작돼 그간 10만여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30일과 31일에는 휴연한다. 이밖에 뮤지컬 아이스쇼 ‘디즈니 온 아이스-트레저 트로브’(1월 22일~2월 2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는 ‘라푼젤’, ‘토이스토리’, ‘라이온킹’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8가지 스토리와 60가지가 넘는 인기 캐릭터가 은반 위에 등장한다. 대사가 아닌 몸짓과 소리로만 구성된 넌버벌 퍼포먼스 ‘위자드 머털’도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애니메이션 ‘머털도사’를 각색해 화려한 액션과 3D영상을 가미했다. 특히 퍼포먼스 ‘점프!’의 오리지널 배우들이 10년 만에 뭉쳐 제작했다. 이처럼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이 된 자녀까지 함께할 수 있는 공연이 설 연휴에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가족과 손잡고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길에 시간을 낸다면 바람은 차갑지만 마음은 따스하게 덥힐 수 있는 여유로 되돌아올 것이다.
- 2014-01-24 17:32
-
- [추천 경매물건]금호동 금호삼성래미안 등
- ◇서울 성동구 금호동1가 1500 금호삼성래미안 = 201동 1204호가 경매에 나왔다. 2002년 준공된 11개동 582가구의 단지로 해당 물건은 15층 건물 중 12층이다. 5호선 신금호역에서 도보 7분, 5호선 행당역에서 도보 8분, 1호선 응봉역에서 도보 12분 거리다. 주변에 근린공원, 근린공원, 금호공원, 대현산공원, 대현산배수지공원, 용봉근린공원, gs마트 등 레저편의시설이 있다. 금북초, 광희중, 금호여중, 대경중, 무학중, 대경정보산업고, 무학여고 등 교육시설도 풍부하다. 최초 감정가 5억1700만원에서 1회 유찰돼 이번 경매 최저 매각가는 4억1360만원이다. 입찰은 오는 2월 17일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2계에서 실시된다. 사건번호 2013-15214. ◇서울 노원구 상계동 173-1 벽산 = 102동 701호가 경매에 부쳐진다. 1989년 준공된 9개동 1590가구의 단지로 해당 물건은 15층 건물 중 7층이다. 4호선 상계역에서 도보로 2분, 4호선 당고개역에서 도보 15분, 7호선 노원역에서 도보 18분 거리에 있다. 주변에 삿갓근린공원, 수락산공원 등 레저편의시설이 있다. 중계초, 상계제일중, 온곡중, 재현중, 중계중, 미래산업과학고, 재현고 등 교육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최초 감정가 2억7000만원에서 1회 유찰돼 이번 경매 최저 매각가는 2억1600만원이다. 입찰은 오는 2월 24일 서울북부지방법원 경매7계에서 실시된다. 사건번호 2013-18141.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465 래미안노블클래스 = 202동 302호가 경매에 나왔다. 2010년 준공된 9개동 459가구의 단지로 해당 물건은 26층 건물 중 3층이다. 주변에 홈플러스, 매탄공원, 효원공원 등 편의시설이 풍부하다. 동수원초, 매원중 등의 교육시설도 가까이 있다. 최초 감정가 3억9000만원에서 1회 유찰돼 이번 경매 최저 매각가는 2억7300만원이다. 입찰은 오는 2월 19일 수원지방법원 경매9계에서 진행된다. 사건번호 2012-53259.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870-1 백설마을 코오롱 = 584동 301호가 경매에 나왔다. 1999년 준공된 8개동 692가구의 단지로 해당 물건은 20층 건물 중 3층이다. 주변에 정자2공원, 정자4공원, 정자공원, 롯데마트 등 레저편의시설이 풍부하다. 대평초, 동신초, 효천초, 대평중, 명인중, 정천중, 천천중, 대평고, 장안고, 천천고, 동남보건대 등 교육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최초 감정가 2억1100만원에서 1회 유찰돼 이번 경매 최저 매각가는 1억4770만원이다. 입찰은 오는 2월 18일 수원지방법원 경매7계에서 진행된다. 사건번호 2013-54214.
- 2014-01-22 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