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렸지만 먼 하늘엔 구름이 없던 날 태양이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때 불타오르는 여의도는 세상사를 보는 듯하다 오렌지빛 부와 코발트빛 권력이 뒤엉키는 곳 그들의 욕망은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산성 꼭대기에서 보는 불구덩이 속 화염은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만든다
한낮의 햇살이 연꽃 정수리에 내려앉았다. 연꽃이 연등처럼 밝게 빛난다. 꽃잎은 선녀의 비단 옷자락을 닮았다. 심청의 환생이다. 뿌리는 질척한 흙에 두고 있어도 물 위로는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잉태해낸다. 속세에 찌들어도 마음은 더럽혀지지 않기를 蓮처럼 나의 모든 것이 세상에 쓰임이 있기를 눈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연꽃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