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산림청 개청 이후 47년 만에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 탄생했다고 떠들썩했다. 외부 인사가 아니라 연구직 공무원이 국립수목원장 자리에 오른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수목원 역사를 그려온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의 이야기다.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 여학생이라고는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 혼자였다. 그저 막연하게 누구나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왜 ‘식물’이었을까.
내 삶은 ‘녹색 우주’
“대문 앞 가장 굵고 오래된, 집의 기둥 같은 단풍나무는 우리 아빠 나무, 동그랗고 아름다웠던 늘 푸른 사철나무는 우리 엄마 나무, 주목 나무는 동생 나무였어요. 저는 맏딸이라 꽃을 맡았어요. 황철쭉이었죠. 어머니가 꽃을 워낙 좋아하셔서 집 안에도 꽃이 많았고, 봄이면 매년 어머니랑 꽃씨를 심었어요.”
이 원장의 가족은 조그마한 정원 한편에 저마다의 나무를 가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된 건 어릴 때부터 꽃과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가정의 문화가 있었기 때문일까. 대단한 목표를 가졌던 게 아니라 그저 남들과 다른 일을 하고 싶었고, 식물이 좋아 선택한 전공이기에 이 원장은 식물 연구하는 일이 ‘우연이면서도 필연’이라 생각한다고.
그에게 지도교수는 식물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꽃’을 연구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식물분류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이후 1994년 산림청 임업연구원 임업연구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왔다. 우리나라에 ‘국립수목원’이 존재하기도 전부터 연구를 시작한 이 원장은 식물 분류 및 수목원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식별이 쉬운 나무 도감’,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 등 30여 권의 저서와, ‘한국산 조팝나무 속의 분류학적 연구’ 등 100여 편의 논문을 냈다.
1999년에는 임업연구원 중부임업시험장 수목원과가 산림청 국립수목원으로 신설되면서 광릉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수목원으로 승격했다. 이유미 원장은 수목원 발전의 흐름 속에서 희소멸종위기 식물 보전, 전국 생물 다양성 조사, 국가표준식물명 제정, 한반도 식물지 사업 등 다채로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국립수목원장으로 취임했다. 이 원장은 취임 후 3년 동안 유용식물증식센터를 개원하고, DMZ 자생식물원을 열었다. ‘우리 식물 주권 바로잡기’로 소나무에도 붙어 있던 일본식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바꾸어 알렸다. 우리 특산식물 33종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권위 있는 보고서 ‘레드 리스트’에 국내 최초로 등재했고, 국내 자생식물 2945종을 망라한 ‘한국 관속식물 분포도’를 발간했다.
“돌아보면 참 놀라워요. 어쩌면 남들이 가는 길을 막 따라가지 않았던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민간이 할 수 없지만, 꼭 필요한 일은 국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시에는 도감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그런 일을 찾다 보니 굵직하고 지평을 여는 일들이 된 것 같아요. 수목원이 발전해온 흐름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셈이죠.”
이유미 원장은 “내가 평생 몰두하는 일이 자연이라는 건 정말 큰 축복”이라고 했다. 자연을 보면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는 날은 비가 오는 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매일 다르게 느껴졌단다. 무궁무진함이 담긴 자연과 식물이야말로 그에게는 ‘녹색 우주’라고 했다.
‘여성’이라는 타이틀과 ‘최초’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다녔던 이 원장이다. 대학 시절부터 여학생은 혼자라 희귀한 존재 취급을 받았다. 이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제가 ‘최초’라는 말이 좀 많이 붙긴 했죠?(웃음) 남녀 차별이 많던 시절이었고, 필드를 다녀야 하는 일이다 보니 선입견도 많았죠. 직업 특성상 ‘여직원 혼자 보내도 돼?’라는 말이 종종 나오니까요. 하지만 남자도 힘이 센 사람, 약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빨리 달리는 사람, 느리게 달리는 사람 정도의 차이를 두려고 하죠. 한창 연구할 때는 ‘여성’이라는 말이 따라다니지 않도록 ‘여성’을 지우고 ‘전문가’로서 일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또 그런 시간을 다 지내고 보니 오래 일하는 여자가 드문 모양이에요. 스스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할 때는 ‘여성’을 지우려고 노력했는데, 기관장이 되니까 반대로 조직이나 사회 안에서 여성이 가지는 어려움에 대해 선배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를 더 고민하게 됐죠.”
식물과 세상 연결하는 ‘플랫폼’
이유미 원장은 처음 국립수목원장을 맡을 때부터 수목원을 식물과 세상이 만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었다. 국립세종수목원으로 온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식물 덕후들이 모이는 장을 보고 나니 더욱 확신을 얻게 됐다. 반려식물로 유명한 베고니아를 키우던 배 팀장에게 사계절전시온실의 작은 공간을 내주었더니, 온라인에서 식물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안 주임의 활약으로 약 300종의 베고니아 컬렉션을 만들더라는 것.
어느 날 열린 수목원 축제에서는 분야별 식물 덕후 40여 명이 모여 자신의 장을 열더니 그들의 팬들이 새로운 걸 보러 모여들었다. 말 그대로 반려식물 축제 마당이 열린 것. 이제는 식물 덕후들이 자발적으로 수목원 내에서 ‘반려식물 상담소’도 운영한다. 수목원을 식물과 세상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꿈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광릉숲을 중심으로 한 국립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이렇게 세 개의 국립수목원이 있다. 각 수목원은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식물을 보전하고, 전시하고, 교육하는 건 국립수목원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죠. 다만 기능적으로는 조금씩 달라요.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기초 종에 관한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드볼트라는 야생식물 종자저장고가 있고,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훼손된 생태를 복원하고 보존하는 일을 합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 수목원이죠. 축구장 90개만 한 면적의 논이었던 곳을 가꾸어나가는 거예요.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보니 정원·교육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연구원 시절부터 우리나라에도 국립수목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연구원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막연하게 꿈꿨던 일들이 구체화되고 있어요. 훨씬 잘된 것들도 많고요. 수목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던 일들이죠. 보전도 처음 해보고, 기초 연구 틀도 만들고, 정원이라는 문화가 들어오면서 수목원법이 제정되고, 도심형 수목원까지 왔죠. 이런 것들이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라, 20여 년 전부터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꿈꾸고 만들어온 그림에서 파생된 결과예요. 지금도 참 기적 같습니다.”
이유미 원장은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도심형 국립수목원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열섬 현상, 미세먼지, 탄소 줄이기, 기온 낮추기 등 식물이 가장 필요한 곳은 역설적으로 도시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조금 더 가속화된 반려식물 트렌드가 이를 보여준다. 이 원장은 이제 공존과 생명 순환을 고민한다. 보기 좋게 개량된 야생 식물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매해 버려진다. 심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것. 그동안의 정원이 ‘식물 소비’였다면, 이제는 생명이 순환되도록 할 때다. 자연주의 정원이 유행한 배경이기도 한데, 그만큼 이제는 생물 다양성, 다른 생명과의 공존 등이 중요한 화두가 됐다. 한국식 정원은 자연을 들여온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가 된다.
“야생에 있던 식물들이 공원에 들어와 매해 피고 지려면, 나비나 벌 같은 ‘폴리네이터’가 있어야 하거든요. 꽃을 피웠을 때 수분을 해주어야 할 친구들이니까요. 그런데 요즘 꿀벌도 사라진다는 말이 종종 들리죠. 다양한 생명이 함께 깃들어 살아야 하는 거예요.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도록 만드는 과정 자체가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화가 되어야겠죠.”
야생의 식물이 우리 곁으로 오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반려식물로 유명한 식물은 대부분 외국 종이다. 정원과 관련해 화분 같은 소재도 대부분 수입품이다. 이유미 원장은 ‘홍지네고사리’, ‘파초일엽’ 등 우리나라 자생종이 반려식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실험적인 정원’이라는 뜻의 트라이얼 가든(Trial Garden)도 시도한다. 일명 케이테스트 베드(K-Test Bed) 사업이다. 자생식물이나 우리나라 꽃과 나무로 만든 신품종이 정원 소재로 적합한지 시험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민간 육종가들이 연구한 품종들이 꽃 농사로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정원식물 전시·품평회는 높은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돼 수출까지 이어지려는 참이다.
19세기 영국에서 긴 항해 동안 운반되는 식물을 보관했던 상자 ‘워디언 케이스’(Wardian Case)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미니 온실처럼 현대식으로 개량해 특허도 냈다. 아직 판매는 시작하지 않았지만, 집 안에 온실을 만들 수 있는 길을 하나 내었다. 식물과 사람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드는 일이다.
이유미 원장은 “나무를 꼭 친구로 두세요”라는 말을 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크게 자라는 존재는 ‘나무’다. “수백 년씩 자라 속이 비어가고 굳어가는 나무들도 봄이면 어김없이 말랑말랑한 새싹을 내놓습니다. 그 새싹이 또 꽃을 피워요. 나이가 들수록 자아가 강해지고 고집스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나무처럼 평생 말랑말랑한 느낌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늘 지나다니는 집 앞, 회사 앞에 어떤 나무가 서 있는지 아세요? 혹시 은행나무 꽃을 본 적 있으세요? 가을이 되어 온몸이 노랗게 물들고서야 ‘은행인가 보다’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나무 안에 삶도 위로도 나의 모든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나무 아래 멈추어 서서 한번 바라보세요.”
두 개의 선이 서로 의지하며 맞닿은 형태의 사람 인(人)은 책과 또 다른 책을 잇는 징검다리 같은 모양새다. 오병훈 식물 연구가는 전국의 명산과 절해고도를 다니며 희귀식물을 발견해 세상에 소개한다. 인간과 자연을 서로 연결하는 일이 그의 역할이다. 그는 이번 북人북에서 소박하고 겸손한 식물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여름날. 짧은 시간 함께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그는 내내 풀과 꽃, 나무에 대해 이야기한다. 짧고 담백한 어투에서 식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도로 주변으로 즐비한 식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읊고 참 예쁘다며 살풋 웃다가도, 관리가 소홀했던 탓에 말라버린 풀 몇 포기를 바라보곤 안타까운 탄성을 내뱉는다. 한국수생식물연구소 대표, 한국수생식물연구회 회장, 한국식물연구회 명예회장 등 많은 식물 관련 직함을 갖고 있다지만 이토록 식물 사랑이 지극할 줄은 몰랐다.
살아 숨 쉬는 ‘식물 돋보기’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식물과 함께 자랐다.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우며 식물에 더욱 빠삭해졌다. 미세하게 다른 생김새의 잡초까지 한눈에 구별할 정도였다. 대학 전공은 서양화, 젊은 시절엔 기자로 일했다. 그러다 1984년, 식물을 향한 그의 올곧은 마음을 끄집어낼 기회가 찾아왔다. 원로 식물학자 고(故) 이창복 서울대 교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한국의 과학자를 소개하는 연재 기사를 위해 취재를 다니던 때였다.
“자생식물연구회에 참가해 같이 전국을 탐사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간 곳은 발왕산이었습니다. 이제껏 몰랐던 식물을 직접 보면서 공부해보니 너무 재밌고 좋은 거예요. 그때부터 한 달에 두 차례씩 산과 들을 누볐어요. 식물의 매력에 푹 빠졌죠. 이후에는 북방 수종을 찾으러 중국, 몽골, 러시아, 알래스카 등 해외도 다녀왔어요.”
그는 40여 년간 전국을 답사하며 수많은 희귀식물을 찾아내 지켜왔다. 풀 한 포기를 위해 1박 2일간 산을 활보하다 간첩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다. 1980년대 중반 태백산 정상에서 흰노랑무늬붓꽃을, 1993년 북한산에서 산개나리 자생지를 찾아냈다. 버들잎진달래, 노랑유홍초, 좁은잎새팟, 긴말채나무 등은 이름을 직접 붙였다. 2013년에는 기록만 있고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나비국수나무를 70여 년 만에 세상에 알렸다.
나비국수나무는 이창복 박사가 1926년 수락산에서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으나, 1939년 이후에는 자생지에서 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대학교에 보관했던 표본마저 한국전쟁 와중에 분실됐다. “1990년대 초 산림청에서 희귀·멸종위기 식물 도록을 펴낼 때도 이창복 박사가 갖고 있던 잎사귀 3장의 사진만 겨우 수록했을 만큼 자료가 부족했어요. 처음엔 한국에 없다고 생각했죠. 전국을 누비다 결국 치악산에서 찾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나비국수나무는 기존의 국수나무와는 달리 잎 끝이 동그랗고 가로가 세로보다 더 넓거나 같아요. 좌우 대칭인 잎의 모양이 날개를 펼친 나비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풀 한 포기, 나뭇잎 한 장의 필요
희귀식물은 자생지에 다시 옮겨 심기 위해 종자를 발아시키거나 삽목(가지, 뿌리, 잎 등의 일부를 잘라 땅에 꽂은 후 뿌리를 내리게 하는 방법)으로 번식 작업을 한다. 서식지가 극히 제한된 경우가 많아 특별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시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어서다.
환경 복원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식물을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송추 사패산 터널 공사 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자생 산개나리를 생각하면 여전히 안타깝다. 해마다 우수, 경칩이면 몸에 좋다며 찾는 사람들에 의해 수난을 당하는 고로쇠나무는 또 어떻고 말이다.
“식물은 우리에게 중요한 자원과 먹을거리가 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약을 선물해줘요. 필요 없는 풀은 하나도 없습니다. 잡초도 작물을 가꾸는 인간의 입장에서나 해롭다고 여길 뿐, 사실 모든 식물은 지구에서 매우 생산적인 존재예요. 육상에서는 나무가, 물에서는 수초가 산소를 내뿜고 동물을 호흡할 수 있게 해요. 인간이 아닌 식물이 생산자의 입장입니다. 우리는 식물에 의존해 삶을 영위해나갈 수밖에 없지요. 아름다운 자연이 빠른 속도로 눈앞에서 허물어져갈 때 허망함을 느낍니다.”
담쟁이와 같은 마음으로
식물은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서 때로는 경쟁하고, 서로 도우며 지낸다. 이는 어쩌면 우리 삶과 닮아 중요한 교훈을 주기도 한다. 그는 사색거리를 던져주는 많은 식물 중 담쟁이와 새삼을 예로 들었다. 담쟁이는 절벽이나 돌담, 옆의 거목에게 자신을 의지하기 때문에 초라한 기생식물로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나무의 진을 빨아먹는다는 오해도 받는다. 하지만 담쟁이는 햇빛을 가릴 만큼 위로 자라지는 않아 의지한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싸 안은 이파리로 나무 기둥의 습도를 유지해줘 도움을 준다.
그러나 새삼은 다르다. 잎도 뿌리도 없어 남을 위해서는 물론 스스로를 위해 단 한 방울의 양분조차 만들지 못한다. 땅에서 자라면서 가느다란 줄기를 이리저리 휘저어 양분을 빼앗을 만한 기주식물에 달라붙은 뒤 흡혈귀처럼 수액을 빤다. 그러다 스스로 뿌리 쪽 줄기를 자른 후에는 또 다른 나무로 옮아가며 주위의 식물까지 죽인다.
“담쟁이는 제 분수를 알고 은혜를 갚으려 는 태도를 보입니다. 다른 존재와 사이좋게 공생하는 셈이죠. 반면 새삼은 사람으로 따지면 얌체 같은 족속이라 말할 수도 있겠네요. 자신의 가엾은 과거를 숨기고 거드름을 피우며, 타인의 몫을 빼앗는 이와 다를 바 없어요. 담쟁이와 새삼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의 자세를 취해야 할지 느낄 수 있습니다. 아, 물론 새삼도 열매를 피우고 약재로 쓰이니 너무 미워하진 말자고요!”
‘자연’스러운 사고의 힘을 기르는 책
by 오병훈
식물 연구를 하고 있지만, 사실 모든 학문의 기본 바탕은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과 철학을 알아야 사고하는 힘이 생기고, 자연의 너그러움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몇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조선문화사 서설 (모리스 쿠랑 저)
“‘조선문화사 서설’은 1894년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어로 펴낸 전 3권 중 서론 부분만 1946년 서울에서 김수경이 번역본으로 출간했죠. 저자 모리스 쿠랑은 프랑스공사관 서기로 2년간 경성에 체류하면서 직접 본 풍물과 서지학적 내용을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19세기 말까지도 조선은 독자적인 문화가 없고, 말과 글이 중국에 종속돼 있다고 믿던 서양인들의 고정관념을 깼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조선사론 (신채호 저)
“‘조선사론’은 ‘조선사연구초’와 함께 단재 신채호 선생의 대표적 명저입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조선사를 일본인의 시각으로 기술하고, 조선 역사를 날조·왜곡한 부분이 많았어요. 보다 못한 단재는 역사를 보는 눈이 진실해야 한다고 판단해 역사론을 펼쳤습니다. 이 책에서는 역사의 정의와 조선사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기존 ‘조선상고사’의 잘못은 무엇인지 지적했습니다. 철저한 민족사학적 입장에서 역사를 재해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했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선생과 같은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장자 (장주 저)
“‘장자’는 장주의 별호이며 책 이름이기도 합니다. 노자와 함께 중국 고대 철학자이자 사상가죠. 도를 천지 만물의 근본 원리로 삼아 대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이루려 하지도 않으며, 주어진 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습니다. 돈, 명예, 사회적 지위 등 세상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완전한 자유만이 진정 행복할 수 있다고 했죠. 이 책은 현대인의 욕망과 정신적 고민을 치유하는 큰 힘이 될 겁니다.”
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 (로저 디킨 저)
“저자는 영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숲 여행가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나무와 꽃, 새들과 함께 지내면서 얻은 지식과 자연의 신비를 영화처럼 자세히 보여주고 있죠. 작은 식물부터 큰 나무까지 저자의 시선을 따라 세심하게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도 담았어요. 자연 예찬과 문명 비판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자연과 인간은 공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긴 명절 연휴가 지난 자리엔 여운이 남기 마련이다. 명절 스트레스와 같은 여독(餘毒)이든, 귀향·귀경길 장거리를 이동하며 생긴 여독(旅毒)이든 말이다. 이 여운을 멀리 떠나지 않고도 간편하게 해소할 방법이 있다. 바로 볕 좋은 날 도심 속 녹지를 걷는 것.
낮에 자연을 거니는 활동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스티브 카플란 교수는 사람이 자연을 체험하면 몸과 마음의 힘을 되찾고 기억력을 회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8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강연자로 나섰던 미국 환경보호청 소속 대기 전문가 리처드 발도후 박사 역시 “녹지가 주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민들 건강과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어린 시절을 자연과 가깝게 보낸 중장년층에게 도심 속 녹지는 반가운 공간이다. 34세 이상의 중년 인구나 어린 시절 야외활동을 많이 했던 이들이 도심에서 녹지공간을 자주 찾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폴 브린들리 셰필드대 교수는 “도심의 녹지가 시민들의 삶에서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작용하면서 건강과 웰빙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숲과 정원, 폭포까지 한 번에 누리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내 최대 규모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서울에서 산책하기 좋은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박물관 주변을 둘러싼 넓은 숲과 공원, 폭포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정원의 전통적인 석조물들은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물인 청자정을 지나면 등장하는 나무숲과 거울못, 미르폭포에서 용산가족공원 사이를 잇는 대나무 숲이 푸른빛 휴식을 선사한다.
이곳에서는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도보해설관광 코스도 이용할 수 있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시작하는 해설 코스는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다. 청자정-박물관 오솔길-석탑정원-미르폭포-용산가족공원-보신각종-석불-조선석물정원-승탑정원-박물관중정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청명한 가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궂은 날에도 자연 속 산책이 가능한 곳, 국립세종수목원
국내 유일의 도시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도 도심에 녹아든 가을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이다. 세종시 중심 평지에 자리 잡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도 산책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한국전통정원, 어린이정원, 희귀특산식물원과 분재원 등 다양한 정원들이 펼쳐져 있어 취향 따라 산책로를 고를 수도 있다. 수목원 입구에 있는 방문자센터에는 식당과 카페 같은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다만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울창한 숲과 나무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종수목원에는 계절이나 날씨에 관계없이 자연과 함께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넓이가 1만 ㎡에 달하는 사계절전시온실이다.
붓꽃의 세 꽃잎 모양을 본떠 설계한 온실은 지중해전시온실, 열대전시온실, 특별기획전시온실로 나뉘어 있다. 지중해전시온실 전망대에서는 세종수목원의 야외 구역과 온실 구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별기획온실에서는 ‘여름 정원에서 쉬어가다’라는 주제로 기획 전시가 진행 중이다. 10월 3일까지는 여름 꽃 가득한 정원이 가꾸어져 있으니, 물러가는 계절이 아쉽다면 세종수목원에 들러 여름의 끝자락을 만끽하는 것도 좋겠다.
고향보다 더 고향 정취 가득한 청운문학도서관
올 추석 명절에 고향을 다녀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추천지도 있다. 인왕산 자락에 숨어든 종로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이곳은 인왕산자락길 내 청운공원에서 관리소로 쓰던 낡은 주택 건물을 종로구에서 최초 한옥공공도서관으로 재탄생시킨 장소다. 도서관 본관과 그 옆의 자그마한 폭포가 조화를 이루며 SNS에서 ‘인생샷’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색색 옷을 갈아입는 인왕산자락길의 나무숲, 그 안에 지어진 전통한옥은 고향보다 더 고향의 정취를 한껏 머금고 있다. 주차공간은 없지만 입장료도 없어 주머니 가볍게 가을 산책을 나서기에 좋다. 게다가 도서관과 바로 이어지는 시인의 언덕은 한옥과 자연이 하나된 경치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언덕 위에 오르면 시선 아래 펼쳐지는 기와지붕들이 방문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어느덧 가을의 네 번째 절기 추분(秋分)이 지났다. 낮보다 밤 길이가 점차 길어지는 만큼 가을도 그만큼 더 깊어갈 것이다. 가까운 도심 녹지를 찾아 청명한 하늘을 보며 어느덧 찾아온 가을을 편하게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겨울이 채 물러나기도 전 얼음장을 뚫고 복수초와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이 서둘러 피더니 순식간에 온 숲에 연둣빛이 차고 넘칩니다. 산비탈과 계곡에 나뒹굴던 칙칙한 갈잎은 어느새 저만치 물러나고, 생기발랄한 신록의 이파리들이 오가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 이양하의 ‘신록예찬’ 중
그렇습니다. 이즈음의 신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아니’하다는 데 동감하지만, 그럼에도 연둣빛 숲에 화룡점정(畵龍點睛)하는 또 다른 주연이 있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지랑이 피는 들녘을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노랑나비처럼, 여기저기 피어나는 샛노란 노랑붓꽃이 그 주인공입니다.
꽃봉오리가 먹물을 머금은 붓을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은 붓꽃. 붓꽃과 식물은 세계적으로 1500여 종이, 우리나라에도 20여 종이 자생한다고 합니다. 꽃이 크고 모양과 색이 화려한 데다 잎도 풍성해 예술적 창의성을 발휘하기에 적합해서인지, 예로부터 많은 화가의 그림 소재가 되어왔습니다.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도 붓꽃을 즐겨 그린 화가로 유명합니다. 그가 입원해 있던 프랑스 남부의 한 정신병원 화단의 붓꽃을 보고 그렸다는 일련의 붓꽃 그림은, ‘아이리스(Iris·붓꽃) 연작’이란 이름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노란색 꽃병에 가득 담긴 붓꽃’이 그러하듯 그 색은 보라색 일색입니다. 대표작 ‘해바라기’처럼 노란색 붓꽃도 그렸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아쉽지만 이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바람입니다. 노랑붓꽃은 한국의 특산식물이기에, 그릴 수 없었겠지요. 학명의 ‘koreana’는 바로 노랑붓꽃이 우리나라의 토종식물임을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노랑붓꽃은 금붓꽃과 더불어, 4~5월 노란색 꽃을 피웁니다. 계곡 주변 숲속 그늘에서 자라고, 키는 20cm 정도로 대표 종인 붓꽃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뿌리에서 나오는 3~4장의 잎은 선형인데 폭 1.3cm, 길이 35cm까지 자랍니다. 꽃 색과 형태는 금붓꽃과 흡사합니다. 다만 꽃대 하나에 1개의 꽃이 피는 금붓꽃과 달리 항상 2개씩 꽃이 달리는, 즉 1경(莖·줄기) 2화(花)라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화창한 봄, 연초록 숲에 핀 수십 송이의 노랑붓꽃은 하늘에서 내려온 샛노란 요정들을 보는 듯한 황홀경을 선사합니다.
Where is it?
봄부터 가을까지 산과 들에 다양한 붓꽃이 핀다.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보라색 꽃을 피우는 붓꽃을 필두로 각시붓꽃과 난쟁이붓꽃, 솔붓꽃, 대청붓꽃, 부채붓꽃, 노랑무늬붓꽃, 등심붓꽃 등 20여 종이 조금씩 다른 저만의 독특한 꽃을 피운다. 제주도 이외 전국에 분포하는, 개체 수가 풍부한 금붓꽃과 달리 노랑붓꽃은 전북 변산반도 일대와 전남 내장산 일대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한다. 한반도 고유종인데, 이는 국내 자생지가 파괴되면 종 자체가 절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각별한 관심과 보호가 요구된다.
붓꽃은 꽃봉오리가 먹물을 머금은 붓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우리 이름입니다. 서양에선 다양한 붓꽃을 통칭해 아이리스라고도 부릅니다. 무지개를 뜻하는 그리스어 이리스(Iris)에서 온 말입니다. 이 붓꽃을 사랑한 명사 중엔 우리가 잘 아는 빈센트 반 고흐가 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으로 대표되는 걸출한 명작이 쏟아졌던 고흐의 말년, 그가 사랑했던 소재 중 하나는 바로 붓꽃이었습니다. 고흐의 여러 작품에서 붓꽃을 만날 수 있는데, 그가 붓꽃이 불안한 영혼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주는 형태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런 뒷이야기는 붓꽃을 더욱 신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Tip
1 아이리스는 전체적으로 푸른보라 계열이기는 하나 빛에 따라 약간씩 색상이 다르게 보인다. 가지고 있는 색상 안에서 비슷한 색상을 선택해 꽃잎의 결 방향에 따라 부드럽게 채색한다. 가운데 노란 부분도 밝은 색을 먼저 채색하고 이어서 어두운 노랑을 채색한다. 잎 부분도 연한 그린을 전체적으로 음영에 따라 채색하기 시작한다. 2 중간 톤이 어느 정도 채색된 꽃잎에 약하게 보이는 선을 강약이 느껴지도록 긋는다. 밑색이 어느 정도 채색된 잎에 철펜과 같은 뾰족한 도구를 이용해 잎에서 보이는 가는 잎맥을 그려 자국을 만들어놓는다. 자국 위에 더 어둡게 그린을 채색하면 잎맥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3 어두운 그림자 톤에는 그레이 컬러를 섞어 사용하도록 한다. 전체적으로 톤을 높여가며 양감에 주의하면서 채색해 완성한다.
이해련
blog.naver.com/lhr1016 / 인스타그램@haeryun_lee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실내환경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과 신구대학교식물원 보태니컬아트 전문가 과정의 겸임교수이며 한국 보태니컬 아트 작가협회(KSBA)와 보태니컬아트 아카데미 ‘련’의 대표다. 영국 보태니컬 아트 작가협회(Society of Botanical Artist)의 Annual Exhibition 2017에 참가하는 등 국내외 각종 전시에서 활동 중이다.
지구온난화니 뭐니 해도 겨울은 겨울입니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에서 차디찬 냉기가 느껴지는 게 엊그제 불던 가을바람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아, 정녕 봄은 아직 멀고 복수초는 눈 속에 묻혀 있는 12월입니다. 제아무리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도라고 해도 한겨울 해변에는 세찬 바닷바람만 오갑니다. 초가을부터 서너 달 동안 바닷가를 지켜왔던 보랏빛 해국도, 제주 해변 특유의 왕갯쑥부쟁이도, 노란색 감국과 산국도 저마다 여기저기 한 무더기씩 깡마른 흔적만 남긴 채 스러졌습니다.
‘봄은 아직 멀고 복수초는 눈 속에 묻혀 있는’ 한겨울, 그러나 제주도의 바닷가가 그저 텅 빈 것만은 아닙니다. 모든 꽃이 지고 스러진 계절 바닷가 현무암 더미 위에, 그리고 바다를 에둘러 난 둘레길 길섶 곳곳에 송골송골 황금빛 꽃송이를 가득 단 국화가 노란색 카펫이 깔리듯 풍성하게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 이름도 낯선 갯국입니다. 등심붓꽃이나 뚜껑별꽃, 국화잎아욱, 좀양귀비 등과 마찬가지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외국에서 들어와 제주도의 자연 상태에 적응하고 뿌리를 내린, 일종의 귀화식물인데 기존의 자생식물들이 겨울나기에 들어간 시기 쓸쓸한 바닷가에 황금빛 활력을 불어넣는 ‘핀치 히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제주도와 남해안의 벼랑이나 길섶에만 자생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일부 수목원이나 식물원 등지에서 일부러 심어 가꾸고 있지만, 대개는 눈여겨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대부분의 식물도감에도 소개되지 않고 있고,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재배식물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애초 원예용이나 조경용으로 들여온, 일본 동해안이 원산지로 알려진 갯국은 특히 제주도의 바닷가에 잘 적응해 갈수록 자생지가 늘고 있습니다. 덕분에 12월부터 1월까지 눈 내리는 한겨울 제주도를 방문하는 이들은 황금색 갯국이 핀 장관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자생지의 특성을 따서 해변국화, 꽃 색을 반영해 황금국화라고도 불리는데 꽃 못지않게 잎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잎 뒷면에 하얀 솜털이 촘촘히 돋았는데, 그로 인해 잎 가장자리에 은색 띠를 두른 듯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촘촘히 난 솜털은 눈 내리는 동지섣달에도 갯국이 시들지 않게 보온재(保溫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겨울 살을 에는 추위와 바닷바람을 이기고 피는 갯국의 특성을 반영한 듯 꽃말은 곧은 절개, 일편단심입니다.
Where is it?
지금까지 알려진 자생지는 제주도 및 거제도 등 남부 다도해 지역에 불과하다. 제주도에서는 최근 수년 동안 해변 및 해안도로를 따라 자연적으로 피어난 야생 갯국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주택의 화단 등지에서 가꾼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서귀포 송악산 인근 해안도로변에 핀 갯국은 저 멀리 눈 덮인 한라산과 우뚝 솟은 산방산, 짙푸른 하늘과 바다, 검은색 현무암과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어 인기다.
어느 날 인생 이모작을 잘 준비했다는 지인을 만나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 부분이 있었다. 이제 남은 시간엔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것이었다. 또 죽을 때까지 공부를 멈추면 안 된다는 것. 하기 싫은 일이나 시험을 위해 하던 공부에서 해방되었으니 허락된 시간을 누리자는 생각이었다.
인문학 책을 함께 읽고 나눌 그룹을 찾다가 독서클럽은 아니지만, 글 쓰는 훈련을 하는 그룹이 있어 탐색 겸 백화점 문화센터에 갔다. 보통은 말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 모두가 말을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 가끔 글은 좋은데 강의는 엉망인, 작가 반열에 오른 분을 만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잠깐 들어본 강의가 맘에 척 달라붙어서 계속 듣게 되었다. 입을 벌릴 때마다 주옥같은 박식함이 무슨 보석처럼 인생의 경험에 녹아 나오면 수업 내내 행복한 마음으로 강의를 경청하곤 했다. 3개월 12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주 1회 1시간 30분씩 듣는 강의였다.
수필을 쓰고 퇴고를 거치며 글쓰기를 연마하는데 인간이 살아가며 경험하는 솔직한 표현들이 좋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따스함으로 가만가만 스밀 때는 저절로 눈이 감긴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수필을 외워서 문학회의 ‘연간 행사’로 무대에 올라 낭송하게 되었다. 원하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처음엔 외운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요령은 그냥 반복해서 읽는 수밖에 없다. 어느 단계가 되면 저절로 외워진다. 외우다 보면 작품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고 또 독자에게 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데 이 과정은 좀 힘들어도 얻는 것은 그 이상이다. 좋은 작품을 외우게 되면 글쓰기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부수적으로 발성, 호흡에 대해서도 기본 훈련을 하게 되어 발음이 정확해진다.
처음에는 무대에서 느낌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고, 무대 울렁증이 있는 사람도 있어서 열심히 외웠어도 보통 7분 정도 소요되는 중간에 잊어버리거나 어색해져서 진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곧 익숙해진다. 한번은 남여 듀엣으로 아포리즘 고전 수필 낭송을 했었다. 조선 인조 때 문신으로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한문 4대가의 한 사람인 ‘신흠’의 아름다운 수필이었다. ‘숨어 사는 선비의 즐거움’으로 한가로움과 풍류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필자와 남자는 함께 호흡과 감정을 조절하며 연습을 여러 번 했다. 작은 몸짓까지도 맞추며 우린 무대 위 완벽한 커플로 탄생할 참이었다. 그는 감청색 양복을, 필자는 양반가의 여인답게 하늘색 모시 저고리와 연청색 모시 치마를 기품 있게 받쳐 입고 한 손에는 부채를 들고 무대에 섰다. 인사도 맵시 나게 연습한 대로 잘했다.
이제 마이크를 숨소리 같은 부담스러운 잡음이 나지 않도록 조절하며 낭창거리는 소리로 낭송을 시작했다. 그와 필자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선비의 멋스러움과 풍류를 살려가며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켜나갔다. 필자의 대사가 끝나고 그가 할 차례가 되었다. 시작을 잘하는가 싶었는데 아뿔싸! 이상하게 같은 대사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두 번쯤 그러더니 소리가 끊겼다. 난감했다. 필자는 그의 대사까지 외우지 못했다. 스토리가 연결되는 글은 잊어먹어도 비슷한 내용으로 이어나갈 수 있지만 이런 수필은 단락이 끊어져 있어 외우기도 어렵고 중간에 잊어버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20개 정도의 단락을 각자 외우고 있었는데 단락의 시작을 찾아야 꼬이지 않고 술술 나오게 되어 있다. 그는 순간 당황했는지 단락의 처음부터 다시 낭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을 맺었지만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 혹시 잊었으면 자연스럽게 다시 시작해도 사람들은 반복이겠거니 생각하기도 한다. 당황하지만 않으면 그럴 일은 별로 없다.
묵독이 아닌 낭독의 문화 즐기기
시는 글이 짧고 은유가 많아 청취자에게 전달이 쉽지 않을 때도 있지만 수필은 작가의 체험에서 나온 글이라 이해가 쉽고 공감이 잘된다. 그 대신 시보다는 외워야 할 분량이 많다는 어려움이 있다. 시와 비교해서 감정을 잘 살리면 즐거운 시간이지만 아니면 지루한 시간이 되기도 쉽다.
작품에 따라 무대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효과음악을 고르고 표정과 작은 몸짓도 연구하고 무대에 오른다. 작품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와 마치 새로운 연인을 만나듯 가슴이 뛰고 활기가 넘친다.
필자는 4년째 기획, 연출, 낭송을 즐겁게 하고 있다. 함께하는 회원(10명)과 1년에 두 번씩 공식무대를 만들고 외부 초청 낭송에도 응한다. 작가의 강연 때 그의 작품을 낭송해 강의를 풍요롭게 하기도 한다.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다.
꼭 문학단체가 아니라도 격조 있는 모임에서 옛 선비들이 시조를 읊듯 시나 수필 낭송을 원할 때도 있다. 종종 감동한 관객이 끝나도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보람이다. 얼마 전 어떤 문학회 출판기념회에서 초청, 낭송을 했는데 70명 정도 모이는 조촐한 모임이었다. 그 모임 지도교수님의 대표작 낭송이 끝나자 교수님은 벌떡 일어나 젖은 눈으로 다가와 필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고맙다, 잘했다, 문우들은 그 작품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 작품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고 말했다. 낭송하는 시간은 마치 앞에 앉은 사람이 필자에게 눈을 맞추고 자신의 얘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듯하다. 그래서 몰입하면 깊은 내면을 함께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수입은 낭송 작품당 보통 20~30만원을 받는다. 외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노력을 생각해서 그리 주시는 것 같다. 필자는 현재 두 개의 작품이 예약되어 있다. 하나는 피천득 기념 강좌에서 선생님의 작품 ‘보스턴 심포니’를 낭송하고, 또 하나는 일현수필문학회 송년회에서 손광성 선생님의 ‘누나의 붓꽃’을 낭송하기로 되어 있다.
식물이 갖고 있는 색은 크게 잎의 색인 초록색과 줄기의 색인 갈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초록색은 심리적으로 스트레스와 격한 감정을 차분하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갈색은 감정에 대한 억압이나 두려움을 완화시켜준다.
따라서 식물이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감정의 힐링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원을 조성하기 전 단계에 해야 하는 것을 말했었고,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정원조성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정원디자인 - 주의점과 전문가의 도움
정원부지에 대하여 충분히 조사하고 관찰하여 정리하고, 내가 원하는 정원에 대한 상상이 끝났으면 이를 바탕으로 설계를 진행하여야 한다. 물론 설계를 하지 않고 바로 정원조성을 하여도 크게 문제가 없다. 초등학교때 방학이 시작되면 스케치북에 시간표를 작성해서 어머니와 씨름하던 기억이 있다. 항상 그렇듯 시간표는 안 지켜지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방학의 기분을 내기에 그보다 더한 것은 없었다.
정원설계도 마찬가지이다. 설계를 안하고 조성을 하여도 무방하다. 다만 자신의 구상을 실제의 설계도로 그리면, 정원이 더 정돈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작업도 용이하고 사후관리도 편하기 때문이다.
정원설계가 막연하다고 생각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정원설계전문가는 의뢰인이 생각하는 정원이미지를 도면에 실체화할 수 있으며, 더 낳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시공비용을 계산하고, 시공할 때 의뢰인을 대신하여 설계대로 시공이 되는지 체크하고, 변경된 의뢰인의 요구사항을 즉시 시공에 반영할 수 있도록 대처할 수 있다. 설계비용은 디자이너의 능력과 경험에 따라 다르지만 이 계획에 대하여 노력한 시간과 일수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팁을 주자면 큰 조직일수록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정원설계시 유의사항은 무수히 많으나 몇 가지로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① 식물을 심는 정원은 배수가 매우 중요하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도 있지만 뿌리가 있는 곳이 지하수위보다 낮으면 고사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 문제는 후에 땅고르기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② 꽃보다 잎이 더 오래가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나무는 잎과 꽃 뿐만 아니라 줄기도 미적인 요소일 수 있으며, 이쁜 수형을 갖고 있는 나무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③ 햇볕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시설(텃밭, 잔디밭, 연못, 비닐하우스 등)은 반드시 해가 잘 드는 곳에 위치하여야 한다. (너무 당연하지만 잘 안 지켜지는 내용이기도 하다.)
④ 정원을 한번에 못 만드는 경우에는 안쪽부터 바깥쪽으로 채워가거나 아니면 눈에 보이는 곳부터 조성한다.
⑤ 부지가 작으면 단순하고 과감하게 설계하여야 한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거나 오밀조밀한 진열은 산만하게 만든다.
⑥ 어떠한 장식물을 설치하다라도 장식물의 배경은 식물이 되어야 볼거리가 풍성해진다.
위의 사항들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점이며,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흔히 실수하는 내용이니 유념해야 한다.
① 10년후를 생각하고 정원을 설계하여야 한다. 식물들이 생장하는 속도나 높이는 제각각이다. 그래서 훗일을 생각하지 않고 식재를 하면 화단의 모양이 어수선해지기 때문에 다 자랐을 때의 키를 짐작해서 키가 작은 것은 앞에 심고 큰 것은 뒤에 심어야 한다. 특히 나무는 성목이 되어 키가 훌쩍 크면 창문이나 거실, 잔디밭에 큰 그늘을 드리우는 경우가 있으므로 위치선정에 심사숙고하여야 한다.
② 너무 많은 종류를 심지는 않는다. 너무 많은 종류의 꽃을 심으면, 정원 전체의 리듬감과 조화로움이 깨지므로 욕심을 버리고, 포인트가 되는 곳을 선정하여 집중한다.
③ 땅의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 꽃이나 나무를 심지 않는다. 식물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이 다르다. 예를 들어 소나무는 극양수(極陽樹)이기 때문에 그늘에 심으면 안되며, 메타세콰이어나 버드나무는 호습성(好濕性) 수목으로서 습지나 지하수위가 높은 곳에 심으면 좋다. 또한 주목이나 동백나무는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허브식물인 라벤더는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며, 단오의 상징인 창포나 붓꽃은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이와 같은 내용을 고려해 정원을 설계하며, 설계는 즉시 시공에 들어갈 수 있도록 되도록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그려야 시공과정에서 생기는 변수를 줄일 수 있다.
…[김인철의 야생화 포토기행④]
한여름 폭염과 장맛비에도 꽃은 핀다 '한탄강 꽃장포'
불면 날아갈세라 만지면 터질세라 가냘픈 풀꽃이 핍니다.
학명은 Tofieldia nuda Maxim.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한여름 찜통더위에도 꽃은 핍니다. 태풍과 장맛비에도 꽃은 핍니다. 든든한 뒷배를 가진 나무 꽃이 아니라, 불면 날아갈세라 만지면 터질세라 가냘픈 풀꽃이 핍니다.
한탄강변에 피는 꽃장포가 그 주인공입니다. 잎새는 난초의 잎 못지않게 날렵합니다. 청초하고 풍성한 연록색 잎 사이에서 길게 뻗어 나온 꽃대에 촘촘히 달린 순백의 꽃은 단아하기가 소심이니 석란이니 하는 난 꽃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해마다 7월 폭염이 시작되고 태풍과 장맛비로 인해 강물이 불기 시작할 즈음이면 하얀색 꽃무더기가 한여름 밤하늘에 총총히 별이 뜨듯 위험천만한 강원도 철원 한탄강 바위절벽에 어김없이 피어나 숱한 야생화 동호인들을 어서 오라고 유혹합니다. 와서 꽃장포 만나러 오는 바람, 꽃장포 만나고 가는 바람이 전하는 여름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손짓합니다.
한여름 우리 땅에는 꽃장포 외에 숙은꽃장포(사진)와 한라꽃장포 등 모두 세 종류의 꽃장포가 핍니다.
모두 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인데, 숙은꽃장포는 백두산과 가야산 등에, 한라꽃장포는 한라산에서 자생하고 있습니다. 한결같이 높은 산 정상 근처 바위틈에 자라고 있으니, 그야말로 전형적인 북방계 고산식물이라는 뜻입니다. 때문에 현재 꽃장포를 만나는 경기·강원 접경 지역이 꽃장포의 남방한계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백두산 천지 바로 아래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평원에서 만난 숙은꽃장포는 꽃장포보다 짧지만 더 굵고 튼실한 꽃대 끝에 붉은색이 감도는 횃불 모양의 꽃송이를 당당하게 곧추세우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야생의 꽃장포, 숙은꽃장포, 한라꽃장포는 희귀 고산식물이어서 만나기 쉽지 않지만, 화원 등지에서 분재로 거래되는 꽃장포는 흔하게 볼 수 있다니 한탄강변 꽃장포도 혹여 수난을 당하기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붓꽃의 일종으로 잘 알려진 꽃창포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식물입니다.
Where is it?
경기도 연천, 강원도 양구·화천 등 휴전선 인근의 내륙 골짜기나 냇가에 핀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전해지는 자생지는 철원의 한탄강변이 거의 유일하다. 꽃 피는 시기가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장맛비가 내리는 7~8월로, 강물이 불어나면 위험하다. 실제 폭우로 물이 불면 접근이 차단되기도 한다. 한국전쟁 전 북한이 공사를 시작해 전후 남한이 완공했다는 교각인 승일교(사진)로부터 한탄강을 따라 100m쯤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강기슭 바위틈에서 만날 수 있다. 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여름 꽃인 물레나물(사진)과 패랭이꽃(사진) 이 무더기무더기 활짝 핀 것도 볼 수 있다.
전문위원/야생화 칼럼니스트│김인철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산책(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야생화 화첩기행'(푸른 행복) 저자
서울시는 27일 봄나들이에 좋은 '서울 봄꽃길 140선'을 소개했다.
봄꽃길 140곳은 공원 내 꽃길 44곳, 가로변 꽃길 54곳, 하천변 꽃길 35곳, 녹지대 7곳 등이다.
시는 봄꽃 길을 성격에 따라 ▲봄나들이하기에 좋은 길 ▲드라이브에 좋은 길 ▲산책과 운동하기에 좋은 길 ▲색다른 꽃을 감상하는 길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길 등 5가지로 분류했다.
나들이에 좋은 길로 중랑캠핑숲, 북서울꿈의숲, 뚝섬 서울숲, 어린이대공원, 서울대공원, 보라매공원, 국립현충원, 서대문 안산, 석촌호수(송파나루공원), 서서울호수공원 등을 꼽았다. 중랑캠핑 숲은 공원으로 조성하기 전 배나무 과수원이 있던 지역이다. 산책로를 따라 하얀 배꽃이 4월 중하순 경에 장관을 이룬다.
드라이브에 좋은 길로 종로구 인왕산길, 광진구 워커힐길, 강서구 곰달래로, 금천구 벚꽃로 등이 선정됐다. 산책과 운동에 좋은 길에 안양천변, 양재천변, 남산공원 순환로, 청계천 등이 꼽혔다.
서울 창포 원에서는 개나리와 철쭉 이외에 붓꽃을 구경할 수 있고, 동작구 사당로와 송파구 로데오거리 등에서 이팝나무꽃을 감상할 수 있다.
봄꽃과 함께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남산공원 100만인 걷기대회, 강동구 천호공원 철쭉축제, 여의도에서 열리는 봄꽃축제 등에 참여하면 좋다.
봄꽃길 정보는 시 홈페이지(www.seoul.go.kr)와 공원 홈페이지(http://parks.seoul.go.kr/park)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인 '스마트 서울맵'을 이용하면 모바일 기기를 통해 꽃길 위치와 주변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개나리와 진달래는 다음 달 2일께 활짝 피고, 벚꽃은 15일에 만개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