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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환경 잘 살린 상하이 4대 명문 클럽, 미란호골프장
- 중국 상하이의 미란호골프장은 2004년 여름 정식으로 개장했으며, BMW 마스터스가 열렸던 마스터스 코스(천연공원, Natural Park)와 잭니클라우스 코스(산림 코스, Forest)로 이루어진 36홀 코스다. 골프장 전체에 1000여 개의 지하 배수 시설을 갖춰 비가 온 후 30분 이내에 라운딩이 가능하며, 천둥번개 센서 시스템을 구비해 골퍼들의 안전한 경기 운영을 돕고 있다. 골프 코스 외에도 골프장 내에 274개 객실을 보유한 5성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어 골프장 이용도 편리하고, 최고급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다. 빅토리아풍 외관을 갖춘 클럽하우스에는 커피숍, 시가바, 사우나, 휴게실 등을 갖췄다. 홍차오공항에서 45분, 푸둥공항에서 1시간 거리이며, 인민광장에서는 25㎞ 정도 떨어져 있다. 2011년 우승 상금 200만 달러의 ‘상하이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매킬로이가 우승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2012~2015 ‘BMW 마스터스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을 한데 모으는 데 성공했으며, 700만 달러의 큰 상금으로 중국 골프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거리는 모두 그린 앞까지를 나타내므로 실제로는 매 홀마다 10야드에서 20야드는 더 봐야 한다. 전체 캐디는 190명이라고 한다. 자연의 특징을 살린 마스터스 코스 마스터스 코스(파72, 7259야드)는 상하이 마스터스와 BMW 마스터스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으며, HSBC 대회가 열리는 서산골프장과 더불어 상하이를 대표하는 명문 골프장으로 자리 잡았다. 회원제 코스로 반드시 회원을 동반해야만 라운드가 가능하다. 그린 스피드는 10피트를 넘나들며 기복이 심해(75%) 어려운 그린이다. 105개에 달하는 벙커는 골퍼들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한다. 특히 벙커가 길고 커서 실제 개수보다 훨씬 많아 보인다. 잔잔한 호수 주변으로 형형색색의 수생식물을 볼 수 있으며, 큰 벙커와 난도 높은 레이아웃으로 도전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골프장 설계다. 3번 홀(파5, 496야드) 티 박스 왼쪽부터 멋진 돌과 작은 물길이 이어진다. 300~350야드 앞에서 페어웨이를 가르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며 큰 호수를 이룬다. 드라이버가 짧거나 세컨드 샷이 거리가 나지 않으면 슬라이스에 유의해야 한다. 7번 홀(파5, 516야드) 레이디 티 박스 앞의 오른쪽부터 거대한 모래땅과 링크스 풀이 150야드 이상 이어진다. 이 모래땅과 풀은 8번 홀과 공유하기도 한다. 그린 주변이 온통 벙커이기 때문에 정확한 샷이 매우 중요하다. 14번 홀(파4, 426야드)과 15번 홀(파5, 545야드), 16번 홀은 긴 벙커들이 길게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18번 홀(파4, 407야드) 그린 앞 물과 벙커들이 위협적이다. 그린 오른쪽에는 BMW 마스터스 대회를 위해 관중석을 고정으로 만든 곳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12~2015 네 차례에 걸친 BMW 마스터스 대회의 영광을 느껴볼 수 있다. 산림 표방하는 잭니클라우스 코스 잭니클라우스 코스는 산림 코스(Forest)를 표방하며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의외로 나무가 많지 않으며 물이 많은 평지 코스다. 기후와 토양의 문제로 잘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 골프장 측 설명이다. 잭니클라우스 코스(파72, 6240야드)는 티 박스가 3개만으로 되어 있다. 레귤러 티와 시니어 티, 그리고 레이디 티다. 후반 홀은 파3, 파4, 파5가 각각 3개씩 구성되어 있다. 물론 6240야드지만 실제로는 모든 거리가 그린 앞까지여서 300야드 이상 추가해야 하므로 결코 짧은 레귤러 티는 아니다. 2번 홀(파4, 440야드) 실제로는 460야드 이상 길고, 페어웨이가 좁으며 좌우에 OB가 있다. 페어웨이 오른쪽에 일직선으로 길게 이어지는 큰 나무들이 모처럼 산림 코스의 면모를 보여준다. 6번 홀(파4, 381야드) 페어웨이가 넓지만 220야드 지점 페어웨이 한가운데 작은 벙커가 자꾸 눈에 거슬린다. 그린 앞에는 벙커가 장사진을 치고 있다. 또한 그린이 좁고 가로로 길게 있어 부담스러우며, 정지가 되지 않을 만큼 지속적인 오르막이다. 16번 홀(파5, 505야드) 페어웨이 왼쪽은 벙커들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긴 물길이 그린 오른쪽까지 이어지는 멋진 레이아웃이다. 위험도가 높아 그린에 공이 올라갈 때까지 신중한 샷이 필요하다. 18번 홀(파4, 400야드) 보기 드문 멋진 아일랜드 홀이다. 티잉 구역 앞 오른쪽부터 커다란 호수가 페어웨이를 따라 넓고 길게 이어지면서 오른쪽에 있는 그린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완벽한 아일랜드 홀이다. 아름다움과 공포가 공존하는 홀로, 그린 뒤에 자리한 멋진 호텔과 클럽하우스가 더욱 빛난다. 두 개의 그린으로, 왼쪽 그린은 480야드다. 주말이면 이것을 이용한다고 한다. 오른쪽 아일랜드 그린을 이용하면 너무 밀려서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9번 홀(파4, 418야드), 18번 홀(파4, 407야드)은 페어웨이 중간에서 바라본 클럽하우스와 호텔의 화려하고도 웅장한 모습과 함께 BMW 대회용으로 썼던 마스터스 코스의 갤러리 하우스가 아직도 그 영광을 재현하는 듯한 멋진 코스다. 기회가 된다면 꼭 라운드해볼 것을 강추한다.
- 2022-08-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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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서 초록을 찾는 ‘식물 탐험가’ 오병훈 식물 연구가
- 두 개의 선이 서로 의지하며 맞닿은 형태의 사람 인(人)은 책과 또 다른 책을 잇는 징검다리 같은 모양새다. 오병훈 식물 연구가는 전국의 명산과 절해고도를 다니며 희귀식물을 발견해 세상에 소개한다. 인간과 자연을 서로 연결하는 일이 그의 역할이다. 그는 이번 북人북에서 소박하고 겸손한 식물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여름날. 짧은 시간 함께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그는 내내 풀과 꽃, 나무에 대해 이야기한다. 짧고 담백한 어투에서 식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도로 주변으로 즐비한 식물의 이름을 하나하나 읊고 참 예쁘다며 살풋 웃다가도, 관리가 소홀했던 탓에 말라버린 풀 몇 포기를 바라보곤 안타까운 탄성을 내뱉는다. 한국수생식물연구소 대표, 한국수생식물연구회 회장, 한국식물연구회 명예회장 등 많은 식물 관련 직함을 갖고 있다지만 이토록 식물 사랑이 지극할 줄은 몰랐다. 살아 숨 쉬는 ‘식물 돋보기’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식물과 함께 자랐다.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우며 식물에 더욱 빠삭해졌다. 미세하게 다른 생김새의 잡초까지 한눈에 구별할 정도였다. 대학 전공은 서양화, 젊은 시절엔 기자로 일했다. 그러다 1984년, 식물을 향한 그의 올곧은 마음을 끄집어낼 기회가 찾아왔다. 원로 식물학자 고(故) 이창복 서울대 교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한국의 과학자를 소개하는 연재 기사를 위해 취재를 다니던 때였다. “자생식물연구회에 참가해 같이 전국을 탐사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처음 간 곳은 발왕산이었습니다. 이제껏 몰랐던 식물을 직접 보면서 공부해보니 너무 재밌고 좋은 거예요. 그때부터 한 달에 두 차례씩 산과 들을 누볐어요. 식물의 매력에 푹 빠졌죠. 이후에는 북방 수종을 찾으러 중국, 몽골, 러시아, 알래스카 등 해외도 다녀왔어요.” 그는 40여 년간 전국을 답사하며 수많은 희귀식물을 찾아내 지켜왔다. 풀 한 포기를 위해 1박 2일간 산을 활보하다 간첩으로 오해받은 적도 있다. 1980년대 중반 태백산 정상에서 흰노랑무늬붓꽃을, 1993년 북한산에서 산개나리 자생지를 찾아냈다. 버들잎진달래, 노랑유홍초, 좁은잎새팟, 긴말채나무 등은 이름을 직접 붙였다. 2013년에는 기록만 있고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나비국수나무를 70여 년 만에 세상에 알렸다. 나비국수나무는 이창복 박사가 1926년 수락산에서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으나, 1939년 이후에는 자생지에서 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대학교에 보관했던 표본마저 한국전쟁 와중에 분실됐다. “1990년대 초 산림청에서 희귀·멸종위기 식물 도록을 펴낼 때도 이창복 박사가 갖고 있던 잎사귀 3장의 사진만 겨우 수록했을 만큼 자료가 부족했어요. 처음엔 한국에 없다고 생각했죠. 전국을 누비다 결국 치악산에서 찾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나비국수나무는 기존의 국수나무와는 달리 잎 끝이 동그랗고 가로가 세로보다 더 넓거나 같아요. 좌우 대칭인 잎의 모양이 날개를 펼친 나비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풀 한 포기, 나뭇잎 한 장의 필요 희귀식물은 자생지에 다시 옮겨 심기 위해 종자를 발아시키거나 삽목(가지, 뿌리, 잎 등의 일부를 잘라 땅에 꽂은 후 뿌리를 내리게 하는 방법)으로 번식 작업을 한다. 서식지가 극히 제한된 경우가 많아 특별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시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어서다. 환경 복원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식물을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송추 사패산 터널 공사 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자생 산개나리를 생각하면 여전히 안타깝다. 해마다 우수, 경칩이면 몸에 좋다며 찾는 사람들에 의해 수난을 당하는 고로쇠나무는 또 어떻고 말이다. “식물은 우리에게 중요한 자원과 먹을거리가 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약을 선물해줘요. 필요 없는 풀은 하나도 없습니다. 잡초도 작물을 가꾸는 인간의 입장에서나 해롭다고 여길 뿐, 사실 모든 식물은 지구에서 매우 생산적인 존재예요. 육상에서는 나무가, 물에서는 수초가 산소를 내뿜고 동물을 호흡할 수 있게 해요. 인간이 아닌 식물이 생산자의 입장입니다. 우리는 식물에 의존해 삶을 영위해나갈 수밖에 없지요. 아름다운 자연이 빠른 속도로 눈앞에서 허물어져갈 때 허망함을 느낍니다.” 담쟁이와 같은 마음으로 식물은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서 때로는 경쟁하고, 서로 도우며 지낸다. 이는 어쩌면 우리 삶과 닮아 중요한 교훈을 주기도 한다. 그는 사색거리를 던져주는 많은 식물 중 담쟁이와 새삼을 예로 들었다. 담쟁이는 절벽이나 돌담, 옆의 거목에게 자신을 의지하기 때문에 초라한 기생식물로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나무의 진을 빨아먹는다는 오해도 받는다. 하지만 담쟁이는 햇빛을 가릴 만큼 위로 자라지는 않아 의지한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싸 안은 이파리로 나무 기둥의 습도를 유지해줘 도움을 준다. 그러나 새삼은 다르다. 잎도 뿌리도 없어 남을 위해서는 물론 스스로를 위해 단 한 방울의 양분조차 만들지 못한다. 땅에서 자라면서 가느다란 줄기를 이리저리 휘저어 양분을 빼앗을 만한 기주식물에 달라붙은 뒤 흡혈귀처럼 수액을 빤다. 그러다 스스로 뿌리 쪽 줄기를 자른 후에는 또 다른 나무로 옮아가며 주위의 식물까지 죽인다. “담쟁이는 제 분수를 알고 은혜를 갚으려 는 태도를 보입니다. 다른 존재와 사이좋게 공생하는 셈이죠. 반면 새삼은 사람으로 따지면 얌체 같은 족속이라 말할 수도 있겠네요. 자신의 가엾은 과거를 숨기고 거드름을 피우며, 타인의 몫을 빼앗는 이와 다를 바 없어요. 담쟁이와 새삼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의 자세를 취해야 할지 느낄 수 있습니다. 아, 물론 새삼도 열매를 피우고 약재로 쓰이니 너무 미워하진 말자고요!” ‘자연’스러운 사고의 힘을 기르는 책 by 오병훈 식물 연구를 하고 있지만, 사실 모든 학문의 기본 바탕은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과 철학을 알아야 사고하는 힘이 생기고, 자연의 너그러움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몇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조선문화사 서설 (모리스 쿠랑 저) “‘조선문화사 서설’은 1894년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어로 펴낸 전 3권 중 서론 부분만 1946년 서울에서 김수경이 번역본으로 출간했죠. 저자 모리스 쿠랑은 프랑스공사관 서기로 2년간 경성에 체류하면서 직접 본 풍물과 서지학적 내용을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19세기 말까지도 조선은 독자적인 문화가 없고, 말과 글이 중국에 종속돼 있다고 믿던 서양인들의 고정관념을 깼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조선사론 (신채호 저) “‘조선사론’은 ‘조선사연구초’와 함께 단재 신채호 선생의 대표적 명저입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조선사를 일본인의 시각으로 기술하고, 조선 역사를 날조·왜곡한 부분이 많았어요. 보다 못한 단재는 역사를 보는 눈이 진실해야 한다고 판단해 역사론을 펼쳤습니다. 이 책에서는 역사의 정의와 조선사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기존 ‘조선상고사’의 잘못은 무엇인지 지적했습니다. 철저한 민족사학적 입장에서 역사를 재해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했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선생과 같은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장자 (장주 저) “‘장자’는 장주의 별호이며 책 이름이기도 합니다. 노자와 함께 중국 고대 철학자이자 사상가죠. 도를 천지 만물의 근본 원리로 삼아 대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이루려 하지도 않으며, 주어진 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습니다. 돈, 명예, 사회적 지위 등 세상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완전한 자유만이 진정 행복할 수 있다고 했죠. 이 책은 현대인의 욕망과 정신적 고민을 치유하는 큰 힘이 될 겁니다.” 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 (로저 디킨 저) “저자는 영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숲 여행가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나무와 꽃, 새들과 함께 지내면서 얻은 지식과 자연의 신비를 영화처럼 자세히 보여주고 있죠. 작은 식물부터 큰 나무까지 저자의 시선을 따라 세심하게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도 담았어요. 자연 예찬과 문명 비판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자연과 인간은 공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 2022-07-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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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가지 않아도 화사한 봄 꽃이 활짝
-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앞다투어 봄꽃 개화 시기를 전하고 있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 철쭉, 산수유, 수선화, 튤립... 그리고 벚꽃엔딩까지 친절한 안내가 줄을 잇는다. 그야말로 꽃철이다. 멀리 남녘 지방까지 가지 않아도 주변에서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의 기운을 맞을 수 있는 곳, 날마다 꽃이 피어나고 있는 수도권 부천의 꽃 이야기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사정에 따른 변동으로 꽃 축제와 입장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은 언제나 필수다.) 부천 원미산 진달래 꽃동산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이런 시 한 소절이 아니어도 봄을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진달래꽃이다. 부천 원미산(富川 遠美山)은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하다. 봄이 되면 원미산을 뒤덮는 진달래가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만개한 꽃물결 속에 파묻혀 봄을 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초입에 세워진 김소월 님의 진달래꽃 시비(詩碑)를 지나 능선을 조금 오르다 보면 발아래로 저 멀리 부천 FC 스타디움이 보인다. 원미산 167m에 올라 정상의 원미정에서 내려다보는 부천 시가지와 종합운동장, 역동적인 축구장을 진달래 동산이 에워싸는 포인트에 서면 봄을 만끽하는 순간이 된다. 3월 중순경부터 약 한 달 남짓 만발한 진달래를 볼 수 있다. ♤가는 길: 지하철 7호선 부천 종합운동장 2번 출구로 나와서 500m 정도 거리에 있다. 참고로 1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우측 놀이동산을 끼고 부천 순환 둘레길이 나온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둘레길 걷기의 시작이 된다. 특히 1구간의 향토 유적 숲길은 운치 있다. 부천 자연생태공원 튤립 정원 사월과 오월 중순쯤까지 가장 화려한 색감으로 온 누리를 빛내주는 튤립을 볼 수 있는 곳, 부천 자연생태공원이다. 이곳은 부천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 부천 무릉도원 수목원, 농경유물전시관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무엇보다도 테마 정원과 유아 숲 체험관, 힐링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아이 어른 상관없이 다양한 볼거리가 가능한 문화휴식 공간이다. 코로나로 훌쩍 떠나지 못하는 수도권 시민들이 찾아드는 곳이기도 하다. 부천 무릉도원 수목원의 튤립은 고결하고 우아한 자태로 봄 햇살을 받으며 가장 강렬한 색감으로 최상의 멋을 보여준다.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튤립 꽃길을 걸으며 선명한 빨강, 노랑과 보라, 하양, 핑크 등의 화사한 꽃들을 들여다보는 행복은 오직 이때뿐이다. 이 무렵 담장 너머 목련은 이미 지는 중이고, 춘덕산에서는 부천을 상징하는 복사꽃 피는 마을답게 춘덕산 복사꽃 축제가 이어졌었다. 튤립 정원을 지나 나타나는 수목원은 편백 군락지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힐링의 숲이다. 천천히 걷거나 곳곳의 벤치에 앉아 봄의 정취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주상절리를 연상케 하는 폭포, 생태연못 쪽으로 가면 수생식물들과 시원하게 내뿜는 분수의 물바람을 맛볼 수 있다. 나비정원, 풍차, 귀여운 토끼나 공작새의 미니 동물원은 튤립을 보러 왔다가 자연 속의 풍경에 푹 빠지는 시간이 된다. 출구로 나가면 주변에 맛집도 즐비하다. ♤경기도 부천시 길주로 660(춘의동) 7호선 까치울역 1번 출구에서 3분 정도 직진 내비게이션 명칭 검색 : 부천식물원 또는 자연생태박물관 ☏부천 자연생태공원 공원 조성과(032-625-3502)로 연락 백만 송이 장미원의 화려한 봄날 해마다 오월이면 장미가 온 천지에 가득했던 부천 백만 송이 장미원, 올해도 여전히 피어나겠지만 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혹시라도 아쉬움에 찾아가 장미원 둘레 담장 너머로 먼발치의 장미꽃들을 바라볼 만도 하다. 돌아보면서 군데군데 나타나는 장미 터널과 예쁜 포토존이 행복감을 주는 장미원이다. 부천 백만 송이 장미원은 부천시에서 1998년 150000여 그루의 장미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되었다. 장미 한 그루에서 7~10송이의 꽃이 피어나기에 백만 송이의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벚꽃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주변의 도당산이 에워싸고 장미를 비롯한 야생화 단지와 분수대, 체력장 등의 시설들이 갖추어진 장미꽃 테마공원이다. 오월과 칠월 사이에 절정을 이루는 백만 송이 장미를 풍성하게 볼 수 있다.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 산 34 지하철 역곡역이나 까치울역에 내려 마을버스 013-3번 ☏부천시청 공원관리과 공원관리 2팀(032-625-4854) 부천 상동호수공원의 꽃양귀비 계절별 꽃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상동호수공원. 그중에서 5~6월이면 붉은 꽃양귀비가 피어나 짙은 아름다움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준다. 부천시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공원으로 호수 근처로 나무 데크 길이 길게 연결되어 있어서 바람 쐬며 걷는 맛이 최고다. 또한 체육 시설과 놀이시설, 휴식 공간이 두루 잘 갖추어져 있어서 산책길에 한나절쯤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원이다. 꽃양귀비 정원에 들면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의 붉은 양귀비와 함께 청보리가 자라나고 있다. 두 가지의 어울림을 조화롭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혹시 코로나의 여파로 꽃밭 가까이 갈 수 없을 수도 있으니 촬영하려면 망원렌즈를 지참해야 한다. 멀리 꽃구경 가기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부천 상동호수공원은 수도권에서 쉽게 나설만한 곳이다. ♤지하철 7호선 삼산체육관역 1번, 5번 출구 역 경기 부천시 길주로 16 복사 부천 중앙공원 능소화 터널 한때는 능소화를 찾아서 저 아랫녘까지 가기도 했다. 이제는 길거리나 동네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꽃이 되었다. 그 옛날 구중궁궐 속에서 다시 찾지 않는 임금이 하도 그리워 궁녀 소화는 날마다 임금의 발자국 소리에 오매불망 귀를 기울였다. 죽으면서도 담장 아래에 묻혀 님을 기다리겠다는 애절한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궁녀 소화, 님의 발소리를 들으려 귀를 활짝 열어놓은 듯 피어난다. 기다림의 세월이 능소화로 곱게 다시 피어났다는 전설의 꽃이다. 부천 중앙공원에 가면 능소화가 터널을 이루어 피어난다. 6월 말부터 7월 중하순까지 흐드러지게 만개했다가 툭툭 떨어지며 진다. 꽃이 지는 모습도 볼만해서 능소화 터널 아래 낙화가 뿌려져 있을 때 다시 가기도 한다. 더위와 비바람에도 흐트러진 남루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꽃잎 하나씩 날리며 지는 게 아니고 미련 없이 꽃 한 송이 통째로 떨어뜨리는 게 능소화의 마지막 모습이다. ♤경기 부천시 중동 1177(부천 시청 뒤편)
- 2022-05-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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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조름한 갯내음, 시흥 갯골생태공원
- 아침부터 비가 뿌렸다. 그저 창밖으로 비를 바라보며 가라앉은 마음으로 있기에는 내 안에서 스멀스멀 삐져나오는 것이 있다. 그래, 흩뿌리는 가랑비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 이럴 땐 뛰쳐나가 보는 것도 방법이다. 갯골생태공원의 소금창고 소금기 까슬하고 끈적하게 깊은 골이 파인 갯골이었다. 지금은 빗물이 가득 고여 흘러가고 있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에는 옛 염전의 풍광을 그대로 보여주는 둑길을 따라 푸르거나 붉은빛으로 자라고 있는 염생식물들이 비를 맞고 있었다. 생태공원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바닷물을 먹고 자라는 염생식물과 각종 어류와 양서류가 서식하고 있어서 국가습지보호구역이기도 하다. 붉거나 푸른 풀들이 얼핏 화려하기까지 하다. 바닥에서 자라는 아무 잎이나 뜯어서 맛을 보면 짭조름하다. 소금이 귀하던 그 옛날 가난한 이들은 염생식물로 소금을 대체하기도 했다 하니, 우리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금과 염전의 위력을 되짚어보게 된다. 이곳 갯골생태공원에 전시된 붉은색의 ‘가시렁차’는 일제강점기에 소금을 실어 나르던 협궤열차였다. 가솔린을 연료로 가릉가릉 하는 소리를 내며 달렸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염전 구석구석에 깔린 궤도는 가까운 수인선 기차역까지 소금을 운반하기 위한 특수 목적의 철도였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되던 소금은 일본의 수탈이고 약탈이었다. 서해 간석지가 발달해서 농경지나 염전으로 이용했던 곳. 이 일대의 갯벌이나 토질, 그리고 해수의 염도와 일조량 등의 중요한 조건이 잘 맞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해방 이후에도 이 소금밭으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한때 소금값이 만만찮던 시절에는 40개 정도였던 소금창고가 보물창고였다 한다. 현재 갯골생태공원에 남아 있는 2동의 소금창고 원형은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되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늠내길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시흥 늠내길 4개 코스 중 2코스 갯골길에 해당된다. ‘늠내’는 고구려 시대의 ‘뻗어나가는 땅’이라는 의미로 시흥의 옛 지명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사방으로 탁 트여서 정말 그 말이 어울리는 느낌이다. 비까지 내려주어 풍경도 마음도 촉촉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안개가 끼면 안개 속의 풍경대로, 날씨의 변수에 따른 정직한 풍경이 눈앞에 있다. 내 안의 뻣뻣함도 스르르 풀어진다. 갯골을 끼고 펼쳐진 풍광에 흠뻑 스며들어가는 순간이다. 비 내리는 갯골의 뿌연 모습은 서서히 빠져들기 딱 좋은 풍경이다. 처음엔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안개비였다. 하지만 갯골생태공원에 들어설 때는 우산을 써야 했다. 우산을 들고 천천히 걷기에 적당한 분위기다. 안개처럼 내리던 비가 제법 뿌려서 카메라가 젖을까봐 급기야 가슴팍에 숨기듯 끌어안았다. 전망대에 올랐다. 흔들림이 감지된다. 구조적으로 풍하중에 대한 흔들림이 허용치 내로 시공되었다는 안내문을 읽었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느낌이 지금 눈앞의 풍경과 어울린다. 22m의 6층 목조 전망대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갯골의 전경이 안개처럼 뿌옇게 한 겹 가려져서 신비롭다. 아스라함이 수증기처럼 피어오르는 풍경이다. 생태공원을 둘러싼 너른 평야, 수로 밑으로 물이 가득 고여 흐르는 갯골, 비를 받아들이고 있는 생태공원의 해수 풀장, 빗속을 걷는 사람들… 흔들 전망대 공중에 높이 붕 떠서 빗속의 풍경에 마음껏 압도되었다. 시흥 늠내길은 4코스가 있다. 이 중에서 이날 2코스를 걸어보려고 마음먹었던 터다. 안개비로 시작한 비가 갈수록 제법 내려서 핑곗김에 갯골생태공원 산책으로 마쳤다. 빗속에서 갯골생태공원을 걸으며 상쾌함과 신선함을 흠뻑 맛보니 다소 가라앉았던 기분이 어느새 날아갔다. 연꽃테마파크 관곡지(官谷池) 드넓은 연밭에 홍련과 백련이 고고하게 자태를 뽐내는 시절. 여름이 시작되고 장마까지 겹치는 즈음 연밭에 들어서면 늘 후끈하던 기억이 있다. 폭염의 강렬한 태양 아래서도 연(蓮)은 우아한 멋을 지닌 채 물 위에서 기품을 보여준다. 연꽃 개화 시기가 되면 얼른 떠올려지는 곳, 관곡지(官谷池), 갯골생태공원에서 멀지 않다. 수도권에서도 찾아가기 쉬워서 일출 무렵의 새벽이나 비가 내리면 비를 받아들이는 연꽃을 보러 나서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또한 한밤중에 고고한 자태로 대관식을 하고 한여름 밤의 꿈처럼 장렬하게 사라지는 빅토리아 연(蓮)의 마지막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들기도 한다. 여전히 비가 오다 말다 한다. 역시 비를 맞는 연못의 풍경이 제맛이다. 개망초꽃이 새하얗게 피어난 둑길을 지나면 양옆으로 연밭이 펼쳐진다. 진흙을 딛고 맑은 얼굴로 여기저기 피어나 존재감을 보여준다. 수면 위로 삐죽이 모습을 내민 봉오리와 화사하게 만개한 연꽃들이 연밭을 채우고 있다. 몇 군데 물이 고인 웅덩이에는 갖가지 수생식물들과 수련이 청초하다. 가끔씩 저어새가 넓은 날개를 펼치고 푸드덕 날아올라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만 번식하는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이곳 연밭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걸 간간이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205호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다.) 관곡지는 시흥시 향토유적 제8호로 지정된 조선 세조 때의 연못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농학자 강희맹이 명나라에서 가져온 연꽃씨를 이곳에 심은 것이 시초였다. 관곡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잇고자 시흥시에서는 연꽃테마파크를 조성했고, 그 덕에 해마다 잘 자라고 잘 피워내는 연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연밭 한편에 강희맹 선생의 묘역이 있으며, 연지 사적비와 은휴정이라는 정자와 문중 가옥이 있다. 후손들이 관리하는 개인 사유지니 함부로 행동하지 않도록 명심할 것. 잔디마당에는 설치 조형물 등의 볼거리가 있는데 요즘 출입이 가능한지는 확인해볼 일이다. 숲속 소래산길 소전미술관 연꽃을 둘러보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햇볕이 뜨거울 때는 주변에 미술관이 있음을 떠올릴 것. 관곡지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도자 테마 박물관인 ‘소전미술관’이 소래산 자락에 호젓하게 자리 잡고 있다. 숲속에 둘러싸인 미술관 앞의 넓은 정원이 비에 젖어 푸릇푸릇하다. 1층과 2층에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조선시대 백자가 전시되어 있어서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다. 선이 아름다운 도자기의 단아함과 다양한 용도의 작품들을 둘러보는 특별한 시간이다. 2층에서는 특히 창문을 통해 바라보이는 야외 정원의 푸르름이 가슴을 촉촉하게 한다. 야외 정원의 조각품들과 미술관 풍경의 운치는 가랑비 덕분에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하다. 매주 토요일이면 오전 11시~오후 5시에 아트 마켓이 열린다고 한다. 주변에 요즘 핫한 카페가 있으니 연꽃테마파크와 미술관을 함께 볼 겸 겸사겸사 들러볼 만하다.
- 2021-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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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그레 웃는 섬, 완도(莞島)
- 기분 좋지 아니한가. 무표정하지도 소란하게 호탕하지도 않은, 빙그레 웃는 남도의 섬. 섬은 그렇게 여행자를 맞는다. 뭍과 다르게 섬을 달리다 보면 바다가 있고, 조금 더 달리면 물 빠진 뻘이 나타나고, 저 건너편으로는 또 다른 작은 섬이 오도카니 물속에 잠겨 있다.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비릿한 갯내음이 벌써부터 가슴을 뛰게 한다. 해신(海神) 장보고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섬, 완도. 통일신라시대 이 땅의 해상로를 통해 국제무역을 주도했던 장보고의 이야기는 드라마 ‘해신’이 아니어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역사 이야기다. 이 섬에서 장보고 찾기는 도무지 어려울 게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른바 ‘장며들기’에 빠져드는 곳이 완도다. 장보고 해상무역의 흔적들, 완도 청해진 유적지 장보고의 활동 근거지 청해진 유적지가 있는 장도를 가려면 완도 동쪽의 장좌리 앞바다로 가야 한다. 한때는 마을에서 하루 두 차례의 썰물 때만 걸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장도 목교가 놓여 있어서 출입이 자유롭다. 특히 바다에 물이 빠졌을 때 갯벌에 나타나는 ‘목책’은 중요한 역사적 흔적이다. 목책은 청해진 방비를 위해 굵은 통나무를 섬 둘레에 박아놓은 것으로, 지금도 1000여 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무심히 바닥을 들여다보면 잘 알 수 없는데, 찾기 쉽게 깃발을 꽂아놓은 친절함. 물 빠진 갯벌에선 살아서 꿈틀거리는 갯고동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부디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땅으로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청해진 유적지 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6m 깊이의 우물을 지나게 된다. 바닷속 지하수를 길어 올려 청해진 군단의 식수원으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쪽으로 올라가면 청해진 터였던 곳의 전진기지와 초소 역할을 했던 모습도 남아 있어서 그 시절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지역에 청해진을 설치한 장보고는 신라, 일본, 당나라 3국의 해상무역권을 장악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적한 분위기의 바다 풍경과 역사적 사실에 다가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무엇보다도 자연 속의 완도를 피부로 느낀다. 장보고 대사의 해상 활동과 일대기, 장보고기념관 청해진 옛 터에 해상왕 장보고의 일대기를 전시와 영상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념관이 설립돼 바다를 향한 모습이 고즈넉하다. 상설전시관과 중앙홀 전시관이 있어 장보고 대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으며, 체험형 입체 관람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현장이나 유적지, 기록물 전시장을 ‘아이들과 함께 가보면 좋은 곳’이라고 소개하는 걸 자주 보게 된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보고 배우고 즐길 이 모든 것들이 그저 ‘교육적’이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은 곳이라고만 하니 이 말이 당키나 한가. 죽청리 쪽으로 가면 장보고 동상이 우뚝 서 있는 장보고 어린이놀이공원이 있다. 장보고라는 역사적 테마로 감성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거대한 동상 아래로 장보고의 유년기부터 활동기의 기록이 전시된 전시관이 있으니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뜻깊다. 완도는 장보고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는 묘미를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완도의 랜드마크, 완도타워 당일 여행에는 완도타워가 더욱 필요하다. 높은 타워에 올라 완도를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으니, 이럴 땐 슬기로운 여행법이다. 완만한 속도의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노라면 양옆의 산책로와 다도해 일출공원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높이 오를수록 완도의 면면이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앞바다에 보이는 동그랗고 예쁜 섬은 천연기념물 28호인 ‘주도’로 상록수림이 빽빽하다. 녹음이 싱그러운 숲과 선명한 빛깔의 꽃들, 바다를 둘러싼 완도를 바라보면서 타워에 다다른다. 타워까지 이르는 길목에 자리한 중앙광장의 장미터널이 환영하듯 화사하다. 산책하는 걸음으로 언덕배기를 오르면서 고개를 돌려보면 야트막한 완도 시내의 풍경이 아기자기하다. 이어서 가슴이 탁 트이는 전망대. 360도 파노라마로 구성되어 한 바퀴 돌면 완도의 풍경을 한눈에 다 담을 수 있다. 크고 작은 섬과 다리들, 멀리 영암의 월출산, 전복 양식장, 봉수대가 눈앞에 있다. 야간에는 환상적인 조명 레이저쇼가 진행되고, 날씨에 따라 제주도가 보인다는 높이다. 타워 주변엔 현장 수업 중인 아이들이 재잘대며 선생님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땀 뻘뻘 흘리며 아이들을 인솔하면서 완도 역사를 가르치는 젊은 선생님의 열정에 몇 번씩 바라보게 된다. 선생님도 멋지고 아이들도 그저 예쁘다. 여름 한낮, 덥다. 완도에서 맛볼 수 있는 비파주스가 있다. 연한 주황색의 비파는 아열대 과일로 완도의 특산물이다. ‘비파나무 한 그루 있으면 아픈 사람이 없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건강에 좋은 과일이라고 한다. 살구 비슷한 모양에 복숭아와 감의 중간인 듯 부드러운 맛이다. 짚라인 탑승장 옆의 완도타워 매점에서 얼음 가득 넣고 만든 비파주스 한 잔으로 시원하게 갈증을 날리고~. 깊은 숲의 기운, 완도수목원 전남 유일의 난대림 수목원이다. 수목원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주변을 둘러싼 산을 포함해서 상왕봉 아래 조성된 수목원이 어마어마한 규모인 걸 비로소 알고 놀랄 수밖에. 2000ha의 광활한 면적. 거의 축구장 2000개 넓이라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진다. 동식물과 상록활엽수로는 세계 최대 집단 자생지다. 완도수목원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을 수상한 숲이기도 하다. 산책 삼아 걷기 좋은 깨끔길은 ‘동네 앞의 나지막한 산’이라는 전라도 사투리다. 푸르름으로 울창해서 피톤치드 속에 갇힌 듯하다. 빼어난 풍치의 수목원 안에는 산림전시관, 열대·아열대 온실, 동백숲, 관찰로, 수생식물원, 전망대, 야영장, 농구장 등이 갖추어져 있어서 돌아보기만 해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난대림 산길을 몇 군데 걸으며 둘러보고 산림전시관을 돌아보았는데, 당일 나들이다 보니 아주 조금 맛만 본 셈이다. 엄청난 넓이, 한나절로는 어림없다. 하루나 이틀쯤 피톤치드 가득한 숲의 기운을 받으며 느릿하게 ‘숲멍’도 하면서 푹 쉬는 여유를 갖는다면 실로 멋진 힐링이 될 듯하다. 완도의 맛, 전복거리 섬을 떠나기 전 들렀다 가야 할 곳이 있다. 완도 하면 무엇보다 전복 아니던가. 바다의 산삼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과 영양의 최고 식품. 전복거리를 걸으며 수산물과 건어물을 구경하다 구입하기도 하고, 수협 수산시장의 살아 있는 삶의 현장도 느끼는 시간이다. 김이나 전복 등 수산물을 현장에서 구입한 후 가족이 있는 집으로 즉시 택배송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코로나19의 여파인지 거리도 한산하고 수산물시장도 북적이지 않았다. 어서 빨리 소란스럽고 붐비는 파시를 이룬다면 좋으련만. 때가 되면 기분 좋게 허기를 채워야 한다. 완도에선 당연히 신선한 생선구이 밥상이다. 푸짐하게 생선을 구워와 직원이 두툼한 살점까지 발라주고 간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생선의 신선도가 확실히 다르다. 된장에 해초류를 넣고 끓인 갯국의 시원한 맛도 독특하다. 또한 전복 특산지 완도답게 전복 하나가 통째로 고스란히 들어간 전복빵이 있다. 장보고빵이라고도 한다. 빙그레 웃는 섬 완도의 푸른 여름 빙그레 웃는 섬답게 걷다 보면 빙그레식당, 빙그레공원, 빙그레마트, 빙그레… 이런 상호들이 흔하다. 절로 빙그레 미소 짓게 하는 섬. 당일로 가볍게 다녀왔지만, 여유 있게 며칠 정도 완도의 푸르고 느린 풍경 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 지낼 수 있다면 더없이 충만한 휴식이 될 것이다. 하루 코스로도 버겁지 않았던 스마일의 섬 완도. 그 섬은 지금 푸름에 잔뜩 물들어 있다. 이젠 섬도 당일치기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이라는 말은 이제 구닥다리 옛말처럼 들릴 만도 하다. 그런데도 섬 여행은 좀 예외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단 하루쯤이라도 뚝 떨어진 섬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면 망설일 이유 없다. 한반도 남서쪽 끝자락에서 빙그레 웃음 짓고 있는 청정한 섬, 완도. 당일 도전도 어렵지 않다. KTX가 바쁜 현대인의 시간을 단축시켜준 것이 여행뿐일까 싶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여유 있는 시간을 제공했고 어디든 훌쩍 나서볼 수 있게 해주었다. 용산역에서 이른 아침 KTX 첫차를 타면 광주역(편의에 따라 목포나 나주역도 가능)에 두 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이어서 버스나 각자의 기동성을 이용해 완도로 곧장 이동하면 된다.
- 2021-08-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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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비용 고효율로 누리는 ‘소확행’
-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는 재미와 별개로 간절한 것이 바로 ‘먼 이국’으로의 여행이지만 지금은 해외로 나가는 발길이 묶여버린 상황. 언제까지 코로나19가 잦아들기만을 넋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홀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저비용 고효율로 즐길 수 있는, 이름하여 ‘한국에서 즐기는 외국 여행’ 가이드. 인생은 짧고 갈 곳은 많다. 한국에서 만나는 독일, 스위스, 사막, 지중해, 중국, 스페인 산티아고, 아프리카 등 지금 당장 가슴이 끌리는 그곳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한국에도 사막이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 사구 지대로서 해안 사구가 지닌 환경적,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2년 11월 해양수산부에 의해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지정됐다. 오랜 세월 바람에 의해 날려온 해안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으며 길이 약 3.4㎞, 폭 약 200m에서 최대 1.3㎞ 규모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사구 표면은 대부분 사초로 덮여 있으나 육지 쪽에는 방풍림이 조성되어 있고 해안 가까이 해당화도 자라 사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는 현재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생태계 보존 지역이니 자연을 아끼는 각별한 마음도 가져가야 한다. 위치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유럽풍 숲속 정원을 거닐다 제이드 가든 숲속 정원 ‘제이드 가든’(Jade Garden).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공간 만병초원을 비롯해 어릴 적 즐겨 읽고 보던 동화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지은 유럽풍 마을, 젊은이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가 좋은 이탈리아 웨딩가든, 그리고 수생식물원, 고산식물원, 꽃물결원, 피크닉가든, 은행나무미로원, 키친가든, 재배온실 등을 천천히 거닐며 몸과 마음을 치유해보자.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점 등의 휴게 공간도 마련돼 있고 가든 가꾸기 프로그램도 상시 진행한다. 하절기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500원, 경로우대 7000원. 굴봉산역-제이드 가든 왕복 셔틀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위치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햇골길 80 독일 교포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 독일마을 1960년대 독일의 광산과 병원에서 일해온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한국에 돌아와 살 수 있도록 마련한 생활 터전이다. 독일에서 반백 년 가까이 살았던 교포들이 실제로 살고 있어 독일 정취와 문화를 느끼고 경험하기에 좋은 곳이다. 2001년, 남해군이 사업비 30여 억 원을 들여 40여 동의 건축물 택지를 교포들에게 분양했다. 그 후 이 주택들은 교포들의 주거지 또는 휴양지로 쓰이는 동시에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민박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독일 전통 소시지와 맥주 맛보기, 독일마을 추억 만들기, 전통의상 입어보기, 파독 전시관 관람하기 등이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상주하는 독일 교포들이 해설사 역할도 한다. 위치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74-2 오감 만족 스위스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아름다운 숲과 마을, 스위스풍 건축물과 공원을 통해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커피, 치즈, 초콜릿, 와인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다양한 주제별 박물관을 포함해 스위스 테마관, 동물농장, 양떼목장, 사랑의 연못, 에델바이스 광장, 갤러리, 포토존 등 전시 시설과 전원 시설을 다채롭게 누릴 수 있다. 어둑해지면 인터라켄 마을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주말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000원, 경로우대 7000원. 위치 경기 가평군 설악면 다락재로 226-57 포천 숲속에서 느끼는 아프리카의 숨결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카라반펜션캠핑장 태천만 관장이 수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 30여 개국을 다니며 150여 부족에게 수집한 유물과 민예품 560여 점, 석목 조각 330점, 미술품 30점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성인식, 토속 춤, 혼례 및 장례 등 제례의식과 왕족, 족장, 전쟁과 사냥 등과 관련한 유물 및 악기, 각종 생활용품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카라반펜션캠핑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도심을 벗어난 자연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까지 즐길 수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에서 저녁 6시까지 운영하며 요금은 성인 1만2000원, 경로우대 1만 원. 위치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967 산토리니의 호젓한 골목을 걷고 싶다면 지중해마을 푸른 지붕에 파스텔 톤 골목들이 알록달록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지중해에 접한 그리스의 섬과 프랑스 남부의 건축 양식을 빌렸다. 지중해마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원래는 너른 포도밭이었는데 주변 땅이 개발하면서 탈바꿈의 시기를 거쳤다. 3층짜리 60여 동 건물에는 레스토랑, 와인바, 베이커리, 카페, 기념품 숍, 식당,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주민들의 거주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야간에는 골목 위로 은하수 조명이 매달려 마을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또 마을 공원 곳곳에는 벤치가 있어 이국적인 건물을 바라보며 호젓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위치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면로8번길 55-7 사진 출처 충남 홈페이지 한국적 정취와 어우러진 작은 산티아고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 신안군 다도해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목포나 무안에서 배를 타고 30분에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썰물 때면 드러나는 노둣길이 대기점도, 기점도, 소악도, 진섬을 마치 하나의 섬처럼 이어준다.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은 하나로 이어진 이 섬들을 걷는 12㎞ 트레일이다. 길을 이어 걷는 중간에 예수의 제자 12사도의 이름을 딴 열두 개의 예배당을 쉼터처럼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섬에는 마을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가 한 곳 있으며 섬 누리집에는 교통편과 노둣길 물때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어 처음 가는 사람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위치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
- 2020-07-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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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을 알리는 ‘물의 요정’, 순채!
- 여름은 누가 뭐래도 ‘물의 계절’입니다. 폭염이 시작되면 산과 들로 향하던 발길이 자연히 시원한 바다와 강, 계곡, 연못 등을 찾기 마련입니다. 앞서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 공중에서 천상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등칡꽃을 소개하면서 귀띔했듯,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에는 땅과 하늘, 바다, 물 등 어느 곳에서든 꽃이 핍니다. 그중 연꽃과 수련을 비롯해 각시수련, 남개연, 어리연꽃, 마름, 자라풀, 통발, 물여뀌, 보풀, 물옥잠, 부들, 갈대 등 다양한 식물들이 저수지나 연못, 늪지, 습지 등에 자생하며 특유의 꽃을 피웁니다. ‘수생식물’이라 불리는 이들 중 어떤 것은 물밑 땅속에 뿌리를 내린 채 잎과 줄기를 물 밖으로 내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잎을 수면에 띄우기도 하고, 어떤 것은 뿌리와 줄기를 수중에 뻗은 채 물 위를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식물체 전체가 아예 물에 잠겨서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런 식물 중 6월이면 피어나 ‘물의 계절’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물풀이 있습니다. 처음엔 암꽃이었다가 그다음 날부터는 수꽃으로 살기에 ‘물의 요정’이라 부르는 순채(蓴菜)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금은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연꽃이나 수련, 마름처럼 친숙한 수생식물이었습니다. 나물 채(菜) 자가 이름에 들어 있듯, 잎과 줄기 등을 쌈과 국 등으로 식용하거나 약재로 활용했을 만큼 전국적으로 폭넓고 풍성하게 자라던 우리 꽃입니다. 하지만 근대화와 산업화의 여파로 순채가 자라던 저수지, 연못, 물웅덩이 등이 없어지거나 오염되면서 대부분 함께 사라졌고, 일부만 살아남아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연못에서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가는 순채는 고달픈 생존 투쟁의 와중에도 어김없이 5월 말부터 늦게는 8월까지 단아하면서도 품격 높은 홍자색 꽃을 선물처럼 내어줍니다. 꽃자루마다 하나씩 달리는 2cm 안팎의 꽃은 이틀 동안 피는데, 첫날 오전 암술이 성숙한 암꽃으로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물속에 잠깁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두 배 이상 높게 물 위로 솟아 수술이 가득한 꽃잎을 펼쳤다가 물속으로 잠깁니다. 처음 10개 안팎의 암술이 성숙한 암꽃이었다가 다음 날 20개 안팎의 수술이 암술을 감싸는 수꽃이 되어 수면 위로 높게 오르는 것은, 자기 꽃가루받이를 피해 열성 유전을 막으려는 고도의 생존 본능 결과라고 식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꽃의 크기는 지름 2cm 안팎이고, 각각 3장인 꽃잎과 꽃받침잎이 모두 꽃잎처럼 보이지만, 안쪽의 꽃잎이 바깥쪽 꽃받침잎보다 다소 길어 구분됩니다. 특히 순채의 물속줄기와 꽃줄기, 어린잎은 우무라 불리는 투명하고 끈끈한 액체에 싸여 있는데, 예로부터 약재이자 나물로 쓰였다고 합니다. 다 자란 잎은 길이 6~10cm, 너비 4~6cm 크기의 타원형으로 수면을 가득 채웁니다. Where is it? 북쪽의 강원도 고성과 속초에서 시작해, 중부의 충북 제천, 남으로는 경남 합천, 그리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10여 곳 정도의 몇몇 오래된 연못이 순채의 자생지로 남아 있다. 제주의 경우 북제주의 선흘곶자왈을 비롯해 김녕, 동복, 덕천, 남제주의 하천과 신풍 등 6곳의 연못에 순채가 자라고 있어 비교적 만나기가 수월한 편이다. 자생지의 수는 적지만 자생지에 서식하는 개체 수는 풍부해, 찾아가기만 하면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 2020-06-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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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 실내식물원의 아름다움
-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길주로 자연생태공원 안에 식물원이 있다. 실내에서 운영되는 식물원이다. 대지면적 27,124㎡, 건물 연면적 3,523㎡에 지하 2층과 지상 2층이다. 실내 식물원이기 때문에 계절과 관계없이 식물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겨울철에도 시민들이 많이 방문한다. 설날 다음날 식물원 현장 취재를 위하여 방문했다. 온실에서 가꾸고 있는 300여 종의 특이하고 다양한 꽃과 식물을 직접 볼 수 있다. 경기도는 물론 서울에서도 가까운 곳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자연학습장으로서 적합한 식물원이다. 식물원의 형태는 중앙 전시관과 자생식물관, 다육식물관, 아열대식물관, 수생식물관, 재미있는 식물관 등 5개 테마별로 운영하고 있다. 1층은 식물전시관이고 2층은 식물체험관이다. 자생식물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 중 중부지방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수종 위주로 식물을 심었다. 동백, 백양금, 천양금, 하와이무궁화, 소엽풍란 등 50여 종이 있다. 다육식물관은 선인장 종류의 식물이 식재되어 있다. 사막지방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주변환경을 조성했고 특이한 모습의 선인장도 많다. 다양한 선인장들과 꽃기린, 석화기린, 우주목 등 40여 종이 있다. 아열대식물관에는 아열대 수종인 야자류와 고무나무류로 풍성하고 우거진 밀림을 연출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야자류를 만날 수 있다. 커피나무, 박쥐란, 야자류 등 60여 종이 있다. 수생식물관은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인공폭포와 연못을 조성하고 주변으로 수생식물과 양치식물을 배치하여 색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낭만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극락조화, 속새, 보스턴펀 등 60여 종이 있다. 재미있는 식물관에는 식충식물을 비롯하여 모양이 특이한 식물, 움직이는 식물, 향기가 나는 식물들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이 있다. 흥미로운 식물관이다. 여우꼬리풀, 수염틸란드시아, 안스리움, 도깨비고비 등 90여 종이 있다. 2층 식물체험관은 여러 가지 식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설치되었다. 꽃의 색깔별 종류, 한라산의 꽃, 울릉도의 식물 등으로 분류해 놓았다. 특히 학생이나 식물 학자들이 식물을 배우고 연구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 2020-01-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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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를 담은 마음으로 얻지 못할 사랑이 있으랴
- 가을 억새꽃 군락과 습지의 이색적 경관을 즐기기 좋은 호반 둘레길이다. 대전시 동구 추동에 위치한 대청호자연생태관에 주차, 대청호자연수변습지와 억새꽃 군락이 있는 추동습지를 탐방한다. 호수 수위가 높을 때엔 둘레길 일부가 물에 잠긴다. 도보만이 아니라 차로 대충 둘러보기에도 적당한 곳이 대청호 오백리길이다. 해 기울어 노을빛 어릴 때, 호수는 비로소 생기를 띤다. 불그레한 잔광을 받은 수면에, 직격탄처럼 쏟아지는 한낮 햇살 아래에선 보이지 않던 색감과 물무늬가 아롱진다. 현(絃)의 진동처럼 섬세하게. 수묵화처럼 농담(濃淡)마저 입은 채. 호수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호수의 내향성에 감흥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도 대개 이 시각쯤이다. 거기에 더 순수하고 더 고혹적인 풍경이 있다고 믿어서다. 물은 인간의 재주에 놀랄 것이다. 필요와 이용을 위해서라면 밀반죽 주무르듯 물길을 맘껏 가공하기를 서슴지 않으니. 대청호는 금강을 댐으로 막아 조성한 인공호수다. 물의 감옥이라 할 수밖에. 그러나 신생 호수는 불화하는 법 없이 순리를 좇았다. 인위의 사슬을 풀고 호수의 호수다운 본연을 생성했다. 타율에서 벗어나 어느덧 자율로 풍경과 생태를 펼쳐놓는 저 장엄한 물의 도가니. 이 호수 앞에서 사람의 삶은 옹색하다. 옷 하나 입는 일조차 남의 눈과 유행을 고려하는, 우리는 타율의 노예이지 않던가. ‘호반낭만길’은 25개 구간으로 이루어진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으로 호수와 습지와 억새밭, 숲과 오솔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둘레길이다. 추동습지의 가을 억새꽃이 특히나 유명하다. 물가에 자라기에 물억새라고 한다. 꽃향 한 오라기 뿜을 줄 모르고, 그 무슨 곱디고운 형용을 지니지 않았으면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모은다. 군락의 장관, 그 은빛 억새꽃 물결에 사람들은 찬탄하는 것이다. 저만치 저 홀로 사는 억새를 본 적이 있는가. 서로 뺨을 비비고 서로 껴안아 촌락을 이루는 게 억새의 생리다. 무릇 모든 공생은 미덥다. 소나무꽃, 벼꽃, 오이꽃, 그리고 억새꽃의 공통점을 아시는가. 모두 ‘안갖춘꽃’으로 분류되는 꽃들이다. 대부분의 꽃은 암술, 수술, 꽃잎, 꽃받침, 이렇게 네 가지 요소를 구비한 ‘갖춘꽃’이다. 억새꽃은 꽃잎을 갖추지 않아 ‘안갖춘꽃’이다. 그렇다면 억새꽃의 섬약한 아름다움을 결핍의 미학이라 읽어도 무방하겠지. 꽃잎을 두르지 않고 피어난, 제정신 아닌 저 억새꽃들의 아우성을 일탈의 합창이라 봐도 좋겠지. 허공에선 자주 바람이 몰려와 가녀린 억새를 흔들어대지만, 끄떡없다, 억새꽃은 겨울을 지나서까지 시들망정 꺾이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몇 가닥 남은 백발로 퍼석퍼석 말라가면서 세상을 천천히 지나간다. 호숫가 오솔길에도 놀빛이 들이친다. 야트막한 야산을 에돌아 펼쳐지는 숲길이다. 나무를 만나면 구면처럼 늘 반갑다. 다정한 눈짓을 해오는 나무들의 품에 안겨 천천히 걸어드는 적막한 산길. 산길 밖으로는 연달아 호수가 보이고, 물 위에 뜬 수생식물과 물속에 반쯤 잠긴 버드나무들, 그리고 터무니없이 환상적인 작은 섬 두세 개가 보인다. 때 묻지 않은 순수와 단조롭지 않은 겹겹의 풍색으로 미묘하다. 여기에선 그 무엇도 모독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당신의 아름다운 연인을 이곳으로 초대하는 게 좋겠다. 방금 치른 부부싸움의 화해를 바라는 당신이라면, 짝과 함께 이곳의 순정한 풍경에 취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가곡 ‘내마음’은 호수를 닮은 마음이면 얻지 못할 사랑이 없다고 노래하는 것 같다. 사랑이 괴로워지는 건 애욕에 휘둘린 마음 사이즈가 간장종지로 쪼그라들 때다. 호수는 크넓은 그릇이다. 수평으로 평등한 호수의 얼굴은 관용의 표정으로 빛난다. 물 깊어 좀체 방정맞게 요동칠 줄 모르는 수면은 엉뚱한 파란을 야기하지 않는다. 사랑이건 인생이건 노를 저어 도달하기 힘겨운 운항이지만, 호수처럼 안전한 행로라면 선혈을 흘릴 일이 없으리라. 다시 억새를 만난 건 호숫가에 숱한 게 억새여서다. 호수로 달려가는 세찬 바람을 따라 억새꽃들도 덩달아 일제히 고개를 튼다. 이 순간 억새는 따귀를 올려붙이는 힘을 느낄지도 모른다. 나를 부수고 깨뜨리려는 것들과 조우하지 않아도 되는 운명이란 세상에 없다. 서럽게 떨지 않고 존재하는 생명도 없다. 온몸으로 슬픔을 녹이는 춤은, 그래서 대안이다. 바람 많은 가을날, 호숫가 억새들의 출렁거림. 그마저 나의 망막엔 춤으로 각인된다.
- 2019-11-2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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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여름 축제 한마당① 축제? 먹고 즐기자!
- 수년째 폭염이 이어지고 있으니 일단 더위는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말이다. 집 안에서 에어컨 바람 쐬는 것도 좋지만 전국 각 지역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축제에서 가는 세월을 즐겨보면 어떨까? 더위!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핫(?)한 여름을 책임질 전국 방방곡곡의 축제를 찾아봤다. 연재순서 ① 축제? 먹고 즐기자! ② 개운하게 한잔 촤악! 마시자 ③ 시원하게 솨악! 물놀이 사진 제공 각 지자체 축제? 먹고 즐기자! 잘 먹어야 더위도 이겨낼 수 있다. 축제에서 빠트리면 안 되는 것은 단연 먹거리 아닐까. 그 지역만의 문화와 먹거리 특산품을 전면에 내세운 놀이마당이 우리나라 축제의 특성. 지역의 정취를 느끼고 특산품을 현지에서 직접 맛도 보고 비교적 싼값에 구매할 수 있어 시니어 관광객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7월에는 여름 과일을 대표하는 수박축제가 열리며, 여름 야채인 토마토 는 5월부터 9월까지 부산, 화천 등지에서 수확 시기에 맞춰 축제가 열린다. 마침 7월과 8월 사이에는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논산 토마토 페스티벌이 있다. 시골 냇가에서 고기 잡아 먹던 추억에 젖게 해주는 은어축제와 섬진강 맑은 물길 따라 몸도 마음도 시원하게 해주는 재첩축제도 먹거리 축제 중 하나다. 향기 그윽한 연꽃을 주제로 연꽃차 등을 시음할 수 있는 축제도 있다. 봉화은어축제 올해로 21회째를 맞이하는 ‘봉화은어축제’는 조용한 산골마을을 들썩이게 한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잃어버렸던 옛 시골 정취도 느끼고 냇가에서 놀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낙동강 상류인 봉화 지역에서 회유하는 은어는 수라상에만 오르던 귀한 민물고기였다. 봉화의 역사와 함께해온 은어이기에 더 의미 있는 축제다. 은어반두잡이와 은어낚시, 맨손잡이 체험이 기다리고 있고, 은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슬기잡이와 물싸움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기간 7월 27~8월 4일 장소 경북 봉화군 내성천 체육공원 일원 진안고원 수박축제 올해로 11회째인 진안고원 수박축제는 청정 고랭지 지역인 전북 진안 동향에서 열린다. 동향수박은 20℃ 이상의 일교차가 큰 고랭지 기후의 영향으로 아삭한 식감과 12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자랑한다. 이번 축제에도 할인된 가격으로 동향수박을 무한 구입할 수 있다. ‘진안고원 수박축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각종 체험, 전시, 판매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수박 공예를 비롯해 수박부채만들기, 수박터널걷기 등은 휴가철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체험 행사다. 체련공원 특설무대에서는 깜짝 수박경매, 수박퀴즈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기간 7월 27~28일 장소 전북 진안군 동향면 체련공원 일대 부여 서동연꽃축제 백제 무왕 35년(634년)에 만들어진,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령 인공연못인 궁남지에서 펼쳐진다.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축제 이름도 부여서동연꽃축제다. 매년 7월에 열리는 이 축제장에서는 백련, 홍련, 수련, 가시연 등 330여 m² 규모의 연못에서 자라는 50여 종의 다양한 연꽃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용을 품었다는 포룡정은 더없이 아름답고 연꽃 단지 곳곳에 추억 어린 원두막이 놓여 있어 나들이 장소로도 좋다. 또한 야생화와 수생식물이 많아 아이들의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무왕의 탄생과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를 담은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연꽃쿠키 만들기, 연잎차 다도시연 및 시음, 연꽃디퓨저 만들기 등 연꽃을 소재로 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기간 7월 5~14일 장소 충남 부여군 서동공원 일원 무안 연꽃축제 동양 최대 백련 서식지인 회산 백련지에서 펼쳐지는 무안 연꽃축제는 뜨거운 여름의 정점에서 열린다. 1997년부터 매년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백련을 비롯해 홍련, 수련, 어리연, 가시연 등 각종 연꽃과 함께 수생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랑, 소망 그리고 인연’이라는 주제로 소망등을 달고 백련가래떡 나눔잔치에 참여할 수 있다. 연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하며 연차시음 및 행다시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밖에 연꽃얼음물길, 연꽃우산거리, 안개분수거리, 바람개비동산 등 연꽃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특별 산책로도 걸어볼 수 있다. 기간 7월 25~28일 장소 전남 무안군 회산백련지 일원 알프스하동 섬진강문화재첩축제 경상남도 하동군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알프스하동 섬진강문화재첩축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말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손꼽힌다. 2015년부터 시작한 ‘섬진강문화재첩축제’는 먹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남녀노소가 참여하고 소통하는 축제로 인기다. 재첩홍보판매관 및 재첩시식관을 운영하고, 특산품 전시와 판매도 겸한다. 축제의 주요 행사로 ‘하동청년회의소와 함께하는 치맥페스티벌’, ‘정두수 전국가요제’, ‘황금(은) 재첩을 찾아라’, ‘섬진강을 날아라!(무동력 행글라이더대회)’가 열린다. 기간 7월 26~29일 장소 경남 하동군 송림공원 및 섬진강 일원 논산 토마토 페스티벌 토마토를 주제로 한 축제가 논산에서도 열린다.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스페인토마토축제를 벤치마킹한 논산 토마토 페스티벌은 무더운 시기에 열리는 만큼 물총축제도 겸한다.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토마토 던지기, 토마토를 주제로 한 요리와 샴페인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는 복합문화체험 축제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여름 페스티벌로 자리 잡을 계획이라고. 매일 밤마다 버스킹 공연이 이어지고 주말 저녁에는 K팝을 좋아하는 외국 여행객들을 위한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 기간 7월 19일~8월 18일 장소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남리 일원
- 2019-06-18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