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얼음을 연상시키는 액세서리로 무장한 아버님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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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에서 미용실을 하는 어머님의 손.”
3
“친할머니의 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었지만 반지는 여전하다.”
4
“성북동 새이용원 이덕훈 이발사의 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이발사다.”
5
“동양적인 패턴의 팔찌와 넥타이핀이 눈길을 끄는 어느 아버님의 손.”
6
“개량한복을 캐주얼하게 소화하신 어머님의 손. 옥으로 된 팔찌가 트렌디하다.”
김동현
시니어 스트리트 패션 전문 사진작가. 2019년 멋진 할아버지를 찍은 뒤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셔터를 누르고 있다. 작업 반경은 동묘에서 남대문 인근, 인사동까지. 50대에서 80대 사이의 멋쟁이 어르신을 발견하면 슬금슬금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저서로는 사진집 이 있다.
에디터 조형애 출처 김동현 사진작가 디자인 유영현
1
“서병구 동서대학교 뮤지컬과 교수님. 만난 어르신 가운데 최고 멋쟁이!”
2
“타이다이(옷을 끈으로 묶은 다음 염색하는 방식) 청바지를 입고 계신 아버님.”
3
“인사동에서 만난 이상홍 아버님. 패션에는 나이가 없고 스타일만 존재한다…!”
4
“첼시 부츠 아버님. 목도리부터 부츠까지 이어지는 갈색 톤이 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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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부츠 아버님. 눈 내리는 추운 날씨도 끄떡없어 보였다.”
6
“민호근 아버님. 지팡이만 100여 개 있으신데, 스타일에 따라 바꿔 드신다고!”
7
“불꽃 반스 아버님. 패션만 보면 영락없는 젊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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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마틴 워커 어머님.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잘 아는 분!”
김동현
시니어 스트리트 패션 전문 사진작가. 2019년 멋진 할아버지를 찍은 뒤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셔터를 누르고 있다. 작업 반경은 동묘에서 남대문 인근, 인사동까지. 50대에서 80대 사이의 멋쟁이 어르신을 발견하면 슬금슬금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저서로는 사진집 이 있다.
에디터 조형애 출처 김동현 사진작가 디자인 유영현
1
“잠시 고국에 들른 파독 부부. 나란히 가죽 재킷과 연청 바지를 입고 계셨다.”
2
“멀리서부터 시선을 집중시키는 패셔너블한 부부!”
3
“인사동 단짝. 두 분의 오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4
“안국 꽃집 부부. 한눈에도 금실 좋아 보인다. 마침 꽃집이 있어 찰칵.”
5
“경복궁 부부. 어머님을 찍어주려는 아버님을 발견하고 인사했다. ‘찍어드릴까요?’”
김동현
시니어 스트리트 패션 전문 사진작가. 2019년 멋진 할아버지를 찍은 뒤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셔터를 누르고 있다. 작업 반경은 동묘에서 남대문 인근, 인사동까지. 50대에서 80대 사이의 멋쟁이 어르신을 발견하면 슬금슬금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저서로는 사진집 이 있다.
에디터 조형애 출처 김동현 사진작가 디자인 유영현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 일부를 옮겨 싣는다. 열한 번째 주제는 ‘커플 룩’이다.
1 ‘파독 부부’. 나란히 가죽 재킷과 연청 바지를 입고 인사동 거리를 걷고 계셨던 백발의 노부부. 어머님은 1960년대 대한민국 파독 간호사들의 첫 대표로서 그들을 인솔했다. 한국에서 만난 두 분은 같이 독일로 이주했고, 촬영 당시 자식들을 만나러 잠시 한국에 오신 터였다. 촬영이 아니었다면 들을 수 없을 이야기였다.
2 ‘동대문 외국인 부부’. 동대문에서 만난 젊은 바이브가 느껴지는 외국인 부부. 블랙으로 커플 룩을 맞춰 입은 모습이 굉장히 멋스럽다.
3 ‘인사동 단짝’.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두 분은 드레스 코드를 ‘노란색’이라고 정하고 인사동 나들이를 나온 듯했다. 두 분의 오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4 ‘안국 꽃집 부부’. 한눈에도 금실 좋아 보인 부부. 모자부터 재킷 등 옷을 맞춰 입은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마침 꽃집이 근처에 있어 그 앞에서 촬영했는데, 두 분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린다.
5 ‘경복궁 부부’. 경궁을 걷던 중 저 멀리서 어머님을 찍어주려는 아버님을 발견했다. 다가가 “제가 찍어드릴까요?” 라고 하니, 아버님은 가벼운 인사와 함께 어머님 옆에 섰다. 아버님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은 후, 내 카메라에 담고 싶어 촬영을 요청드렸다.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드리자 아버님은 “내 손이 별로 안 예쁜데”라며 머뭇거리시더니 이내 어머님의 손을 꽉 잡으셨다.
한국골프관광협회 미국 지사 인증식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협회 사무실에서 열렸다.
2022년 법인을 설립한 한국골프관광협회(회장 박병환)는 해외 관광객과 외국 교포들의 국내 인바운드골프, 국내 골퍼들의 하이엔드 해외 골프를 핵심으로 전 세계 다양한 국가들과 교류한다. 대한민국의 우수한 골프장과 역동적인 골프를 전 세계에 알리고, 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 유력 골프 제품 등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한다.
협회는 한국 100대 골프코스 선정위원회 등 10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이번 해외분과위원회 미국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전 세계 40개 국가에 지사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지사의 첫 번째 사업으로는 7월에 진행되는 10박 13일 일정의 페블비치 하이엔드 골프 여행 상품을 출시가 있다. 오거스타 마스터스 상품, 29박 30일 미국 횡단 골프투어 상품 출시 또한 눈앞에 두고 있다.
박병환 회장은 “한국골프관광협회 설립 1년 6개월 만에 미국분과를 설립하면서 믿을 수 있는 하이엔드 미국골프 여행을 실현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40여 개 국가에서 분과위원회 모집에 들어가 전 세계 최고의 골프 여행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 일부를 옮겨 싣는다. 열 번째 주제는 ‘가방’이다.
1 ‘명동성당 어머님’. 2022년 크리스마스쯤 명동에 갔는데, 인파속에서 특히 한 분이 눈에 띄었다. 2주 후 어머님을 다시 만났을 때는 비비안웨스트우드 가방을 들고 계셨다.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사망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얘기를 나눠보니 멀리 사시는데도 미사를 드리기 위해 매주 명동에 오신다고 했다.
2 ‘이상홍 아버님’. 지난가을 인사동에서 예사롭지 않은 아버님을 만났다. 현재 트렌드의 최전방에 있는 브랜드 발렌시아가 티셔츠를 입고 계셨다. 패션에는 나이가 없고 스타일만 존재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우쳤다.
3 ‘마르지엘라 어머님’. 멀리서부터 시선을 집중시키는 패셔너블한 부부. 어머님께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브랜드 메종마르지엘라 가방을 착용해 더욱 눈길이 갔다.
4 ‘채명희 어머님’. 숭례문 앞에서 만난 어머님은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자 멋진 포즈를 취해주셨다. 빨간색 커다란 가방이 개성 넘치는 패션을 완성했다.
5 ‘구찌 가방 어머님’. 밀리터리 룩을 멋지게 소화하신 어머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6 ‘서병구 교수님’. 내가 만난 어르신 가운데 최고의 멋쟁이는 서병구 동서대학교 뮤지컬과 교수님이다. 가방, 모자 등 패션 잡화를 활용하는 패션 센스가 감탄을 자아낸다.
노포에는 그곳만의 정서가 있다. 간판, 차림표, 의자, 그릇, 음식 그리고 주인과 오랜 단골들까지. 곳곳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하루아침에 꾸며낼 수 없는 세월의 내공을 자랑한다. 이처럼 희로애락을 머금고 삶의 내공을 지닌 한국 노인의 초상(肖像)에 주목한 이가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 화가 아론 코스로우(Aaron Cossrow, 37)다. 그는 어르신들의 얼굴을 그리며 켜켜이 쌓인 개인의 추억을 나누고, 그 속에서 가장 한국다운 문화를 발견해낸다.
15년 전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20대 청년 아론 코스로우는 영어 강사로 일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 예술가의 길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방황하던 시기였다. 그렇다고 그림을 놓아본 적은 없었다. 벽화, 아크릴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자신의 진로를 끊임없이 고민해나갔다. 그는 한때 ‘소주킹’(Sojuking)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일러스트를 창작했는데, 독특한 그림체로 누리꾼들 사이에 알려지기도 했다.
머나먼 타국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으니 기분 좋은 성과로 받아들일 만한데도, 아론 코스로우는 여전히 갈증을 느꼈다. 그는 한 단계 높은 도약을 위해 유화를 시작했다. 도통 그림 실력이 늘지 않아 좌절하는 나날도 많았지만, 차분히 자신을 수련해나갔다. 동시에 초상화 모델을 찾기 위해 서울 곳곳을 누비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의 눈에 흥미로운 피사체가 포착됐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자 첫 유화 작품의 주인공인 ‘신당동 대장장이’였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제겐 예술가로서 기회도 없었고, 기술도 부족했어요. 그러나 예술가가 자신의 길을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죠. 유화를 처음 시작했을 땐 너무 어려웠어요. 몇 년을 해도 늘지 않아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그러다 포토샵으로 디지털 페인팅을 하면서 조금씩 갈피를 잡았고, 작품을 해도 좋겠다 싶었죠. 당시 모델이 필요했는데, 신당동 대장장이가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4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해온 장인이셨죠.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아내분께 대신 부탁드려 허락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첫 작품 이후 열흘에 한 명꼴로 새로운 인물을 그렸고, 현재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곳곳에 어린 영감, 한국은 거대한 미술학교
아론 코스로우는 2021년 1년가량 그린 작품을 모아 첫 개인전 ‘얼굴을 보이다: UNMASKED’를 열었다. 같은 해 두 번째 전시 ‘초상화 2021: Portraits’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는 20여 점의 초상화 작품을 망라해 ‘탑골공원의 소년들: The Guys in the Park’로 관람객을 맞았다. 전시는 작품의 주제와도 밀접한 탑골공원 인근, 서울노인복지센터 내 탑골미술관에서 한 달간 진행됐다. 탑골공원에 모여 매일 장기 두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소년의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시를 안내한 실버 도슨트 최명락(70) 씨는 “아론이 ‘한국은 나에게 거대한 미술학교와 같았다’는 인상적인 말을 했다. 그만큼 한국에는 작품에 영감을 주는 요소가 많다는 거였다. 관객들도 그런 작가의 작품에 감탄하고 여운을 많이 느낀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이태원 거리의 구두닦이, 불광동의 목재상, 을지로4가의 점심식사 배달부, 그리고 탑골공원에서 장기 두는 노인들까지. 특유의 색감과 질감 덕분에 인물의 정서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정취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또 사실적인 요소들의 묘사가 가득해 단조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 그림의 대상을 포착하고 그려내는 과정에서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또한 배경과 디테일이다. 아론 코스로우는 이 모든 것을 통합하고 어우러지게 하는 일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요소로 가득한 흥미로운 장소에서 흥미로워 보이는 인물일 때 모델로 선택하는 것 같아요. 제 작품에는 대략 100가지 디테일이 담겨 있다고 보는데요. 가령 ‘한남동에서의 치킨 파티’ 같은 그림을 보면 술자리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 테이블 위의 소주병, 껍질을 까놓은 귤과 옛날통닭까지 모든 요소 하나하나를 아름답게 어우러지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세부적인 것들로 그림을 가득 채웠을 때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종종 제 작품을 본 분들이 어떤 공통된 경험을 말하거나 추억이 떠올랐다고 하는데, 그런 반응을 들을 때 가장 기쁩니다.”
사라져가는 장인들의 초상을 기록하다
그동안 한국에 살며 그가 흥미를 느낀 배경은 이태원, 인사동, 을지로, 종로 등이다. 특히 을지로에서는 꽤 의미 있는 작업도 진행했다. 바로 ‘을지로3가의 장인들’ 프로젝트다. 아론 코스로우는 최근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노동자들의 모습에 주목했다.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지역민들의 모습을 기록하고자 했고, 작품 중 가장 큰 사이즈의 대형 유화를 그렸다. 그림에는 총 23명의 을지로 장인들의 모습이 담겼다. 작품이 완성됐을 때 그는 을지로 골목에서 팝업 전시를 열고 주인공들과 함께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국적을 떠나 따뜻한 정을 나누고, 그들의 상황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기존 노동자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게 너무 슬펐습니다. 저는 그런 개발이 진정한 개발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기존의 고유한 문화를 파괴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파트를 들여놓는 게 과연 유익할까요? 프로젝트 당시 저는 100년 넘은 인쇄기를 보기도 했고, 수십 년 세월 숙련된 장인들도 만났습니다. 그런 오랜 역사를 지닌 동네는 갑자기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도 없고, 돈으로 살 수도 없습니다. 사실 역사라고 말하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그건 그들이 사라졌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그들은 아직 존재하잖아요. 나중에 진짜 역사로 남게 된다면,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며 이곳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되새겼으면 해요. 아마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 특별함을 깨닫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이 거리가 흔하디흔한 카페와 뷰티숍 등으로 뒤덮이는 순간, 과거의 활기찼던 문화를 그리워할 테죠.”
아론 코스로우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이 쌓여 세월이 묻어난 것들에 애착을 갖는다. 그런 요소들이야말로 가장 꾸밈없이 진실된 모습으로 짙은 아름다움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는 기성세대의 모습을 통해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강하게 느낀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모델로 그들을 바라보지만, 성실히 자신의 삶을 꾸려온 그들의 모습에서 그가 살아가야 할 길을 발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제가 그려온 노인 대부분은 지난날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매일매일 신발을 고치는 구두수선공, 새벽부터 지하철 역사를 깨끗이 치우는 청소원,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 주인. 모두가 멋진 삶을 이루고 계셨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며, 저 또한 좋은 삶을 위해 평생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곤 해요. 제가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삶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고 발전해서 더 많은 대중에게 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길 바랍니다.”
초상화를 그리는 그에게 꼭 필요한 마중물이 있다. 바로 그림의 모델이 될 인물이다. 끝으로 그는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그리고 주인공이 될 한국의 어르신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제 경우에는 작품 하나만으로 의미를 전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모두 아울러 종합적인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봐주시면 좋겠고, 그 속에서 공유되는 어떤 메시지가 전해지길 원하죠. 제가 만나온, 만나게 될 분들의 삶을 관통하는 ‘모두의 기억’을 포착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제가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이야기를 듣도록 허락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제 작품 의뢰에 응해주시고 관대하게 대해주신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수많은 작품을 만들고, 지금의 실력을 키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겐 여러분이 진정한 인생의 챔피언입니다.”
취재 협조 탑골미술관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 일부를 옮겨 싣는다. 다섯 번째 주제는 ‘스카프’다.
1 ‘샤넬 스카프 아버님’. 버건디 슈트에 샤넬의 실크 스카프를 착용하신 덕에 멋과 고급스러움을 모두 챙겼다.
2 ‘하늘색 스카프 아버님’. 상·하의부터 가방까지는 갈색 톤인데, 스카프는 하늘색이다. 단조로울 수 있는 패션이 스카프 하나로 재밌어졌다.
3 ‘우리 할머니’. 나의 영원한 뮤즈인 친할머니. 멋을 아는 할머니는 여름과 가을에는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는 패션을 즐기셨다.
4 ‘주황색 포인트 아버님’. 머리부터 발끝까지 주황색으로 포인트를 준 패션에서 화룡점정은 단연 화려한 패턴의 스카프다.
5 ‘인사동 예술가 어머님’. 매력적인 컬러 조합의 옷을 입은 어머님께 사진 촬영을 허락받고 주변을 보던 그때, 어머님의 스카프와 똑같은 색깔의 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님을 그 벽 앞으로 인도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 완벽한 순간이 카메라에 담겼다.
6 ‘서병구 교수님’. 동서대학교 뮤지컬과 멋쟁이 서병구 교수님. 초록색 스카프만 봐도 그의 패션 센스를 알 수 있다.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의 일부를 옮겨 싣는다. 세 번째 주제는 선글라스다.
1 ‘인사동 대학생 어머님’. 백팩으로 포인트를 준 패션이 대학생 같아 ‘대학생 어머님’이라고 했다. 어머님의 핑크색 선글라스 속에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살짝 보이는 것이 재밌다.
2 ‘하늘색 티셔츠 아버님’. 캐릭터가 그려진 하늘색 티셔츠와 커다란 알의 선글라스로 젊은 패션 감각을 선보인 아버님.
3 ‘디올 어머님’. 브랜드 디올(Dior)을 사랑하는 어머님. 꽃무늬 옷도 고급스럽게 소화하셨다.
4 ‘루이비통 아버님’. KBS에서 동묘로 나의 작업 현장을 취재 나온 날이었다. 촬영 전 젊은이들이 입을 법한 루이비통×슈프림 재킷을 입은 아버님을 포착했다. 잠깐 뒷모습만 봤는데, 촬영이 시작된 후 아버님과 마주쳤다. 조심스럽게 인사를 드리자 흔쾌히 촬영을 허락해주셨다. 나도 언젠가 아버님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5 ‘카우보이 아버님’. 청청 패션의 아버님을 보자 서울 동묘가 미국의 황무지로 바뀐 듯한 착각이 들었다. 화룡점정은 역시 빈티지 선글라스.
세상은 늙음을 가리켜 ‘지루하고 멋지지 않다’고 말한다.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패션은 오롯이 젊음의 몫인 양 분리한다. 영어 문화권에서는 유행에 뒤떨어진, 구식의 무언가를 칭할 때 ‘Old-fashioned’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다. 여기에 젊은 작가가 반기를 들었다. 김동현(30) 사진작가는 노인 ‘스트리트 패션’을 필름 사진에 담았다. 그의 사진을 접하면 감탄하게 될 것이다. ‘참 멋있다.’
스트리트 패션(Street Fashion)이란 단어 뜻 그대로 길거리 사람들의 패션이다. 젊은 세대의 유행에서 시작되는 영역이라, 수많은 잡지를 장식한 스트리트 패션 사진에는 옷차림에 신경 쓴 청년들이 가득했다. 노인과 묶어 생각하는 경우는 없었다.
김동현 작가는 2019년 동묘에서 우연히 그럴 기회를 얻었다. 가볍게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가 멋진 할아버지를 찍게 된 것. 그는 젊은 멋쟁이 사진을 찍던 때와는 다른 종류의 떨림을 느꼈다고 했다. 그렇게 시니어의 스트리트 패션을 주구장창 찍는 전문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국내에선 단발성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그가 최초다.
‘나만 찍을 수 있다’는 확신
작업 반경은 동묘에서 남대문 인근, 인사동까지다. 50대에서 80대 사이의 멋쟁이 어르신을 발견하면 슬금슬금 다가간다. 인사와 함께 명함을 건넨다. “저는 이런 사진을 찍는 사람인데, 선생님 사진을 멋지게 찍어드리고 싶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려둔 사진 중 피사체로 점찍은 분이 좋아할 만한 사진을 골라 보여드린다. 운 좋게 허락이 떨어지면 신중히 촬영을 한다. 촬영 후에는 초상권 사용 허가와 출판에 대한 동의를 무조건 받는다. 혹 촬영한 다음이라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사진은 폐기한다.
그의 연장은 필름 카메라다. 필름 위에 사진 36장을 다 찍고 현상과 인화 과정을 거쳐야만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생각이다. 필름 카메라 사진의 투박함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멋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다. 인화한 사진은 선물하거나, 사진 파일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낸다. 이 모든 과정이 사진 촬영의 과정이자 소통이라고 생각하기에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덕분에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는 촬영 날짜와 ‘디올 어머님’, ‘힙스터 아버님’, ‘부족장 아버님’ 같은 별칭으로 기록된 멋쟁이 노인들이 빼곡하다. 가끔은 ‘오늘 옷을 멋지게 입었는데 촬영하러 나오지 않느냐’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
“2021년에 유명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에서 연락을 받고 작업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제 자신을 갈아 넣다시피 작업했어요. 걸어 다니는 그 잠깐 사이에 피사체를 놓칠까봐 자전거를 타고 다녔죠. 동묘앞역에서 시작해 남대문, 청계천,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사거리를 매일같이 다녔어요. 마땅한 벌이가 없던 때라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200번 거절당하면 10장은 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매일 거리에 나갔어요. ‘이 일은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속으로 되뇌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죠.”
이렇다 할 경력이 없던 그가 시니어 스트리트 패션 전문 사진작가로 거듭나는 과정은 고난의 길 그 자체였다. 건설 현장에서 막일을 하고, 동대문 창고에서 짐을 날랐다. 그렇게 번 돈을 모두 촬영하는 데 썼다. 하지만 고생스러운 촬영을 거듭할수록 그에게는 확신이 생겼다. 이런 사진을 ‘나만큼 노력해서 찍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워가는 결과물에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다.
유명인의 사진 몇 장으로 동묘가 한순간 ‘힙’의 성지로 재탄생하는 것을 지켜보며 다시금 확신을 얻었다. 2018년 세계적인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가 인스타그램에 직접 찍은 동묘의 어르신들 사진 몇 장과 ‘세계에서 가장 멋진 거리’(best street in the world)라고 적어 올리자 언론이 해당 소식을 일제히 퍼 날랐다. 그렇게 동묘는 새로운 패션의 성지로, 노인의 패션이 ‘힙’한 것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동묘는 ‘고루한 노인들만 모여 있는 동네’이고, 그곳의 패션은 ‘멋지지 않은 것’이었어요. 그런데 낯선 거리를 흥미롭게 여겼던 유명한 외국인의 게시글 하나로 인식이 한순간에 뒤집혔죠.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각했어요. 이 사진을 계속 찍다 보면 나도, 내 작업물도 언젠가 빛을 보겠구나.”
3년이 넘어가는 요즘도 운이 좋아야 하루에 서너 명의 어르신을 찍는다. 주말 내내 사진 한 장 못 건질 때도 있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의 특성상 처음 보는 일반인을 붙들고 사진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허탕 치는 날이 많다. 하지만 김동현 작가는 굴하지 않고 서울의 멋쟁이 노인들을 찾아 주말마다 거리로 나선다.
젊음은 따라 할 수 없는 ‘멋’
그가 피사체를 선정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젊은 사람도 공감 가능한 스타일(왼쪽 사진)이거나 스타일에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질 때(중간 사진), 혹은 독특하고 뚜렷한 스타일이 있다면(오른쪽 사진) 섭외를 시도한다. 세 번째는 스타일만큼 성격이나 주관이 단단한 분들이 많다. 맷집과 시간을 무기로 내세우는, 수천 번 거절당해본 김 작가도 섭외하기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절대 시도하지 않을 천연색 정장, 과감한 단청 무늬 티셔츠 차림은 작가로서 가장 욕심나는 피사체다. 또 한 번 거절당할 각오를 하며 명함을 내밀 수밖에.
젊은 사람 눈에도 멋있어 보이고, 누가 봐도 신경 썼음이 느껴지는 옷차림도 마찬가지다. 거울 앞에서 고민했을 모습이 그려지면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어떤 양말을 신을지’, 혹은 ‘오늘 입은 옷에는 어떤 형태의 모자를 써야 좋을지’. 웬만한 20대보다 옷 잘 입는 어르신들을 수두룩하게 만난 그로서는 나이 듦으로 멋의 유무를 구분 짓는 사회가 잘못됐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는 나이 듦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태도를 유지하는 어른을 존경한다. 그래서인지 6000장이 넘는 사진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옷에 대한 태도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추한 건 아닐까. 나이가 들면 멋짐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당당한 자세를 취한 노인들의 사진은 공연한 걱정을 지운다. 멋짐은 나이가 아니라 당당한 태도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제 사진 속 어르신들은 지금보다 힘든 시절에도 옷차림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분들이에요. 지금보다 패션을 등한시하던 시대, 남들과 다르면 눈총을 받던 시대를 살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왔던 거죠. 그건 노인만이 가질 수 있는 멋이에요. 젊은 사람은 옷을 똑같이 따라 입는다 해도 따라갈 수 없죠. 옷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거의 반평생 패션에 진심인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어요.”
3년, 6000장의 멋, 그 이상을 위하여
그는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자신의 패션 세계를 개척해나갔던 친할머니 덕분이다. 김동현 작가의 친할머니는 ‘교통비를 아끼려 2km를 걸어 다니더라도 고급 모피 코트를 사서 입을 줄 아시는 분’이었다. 작은 돈은 아껴도 옷은 좋은 것을 입고 다녀야 한다고 이르던 멋진 할머니 덕분에 옷을 챙겨 입는 즐거움을 일찍이 깨달았다.
하지만 미디어는 노인을 지루하고 추한 존재로 그려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항 없이 그 이미지를 받아들였다. 김동현 작가가 자라면서 보고 겪은 것과 달랐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고, 반박하고 싶었다.
“사회에서 가장 젊다고 여겨지는 영역인 패션 산업을 이끄는 건 나이 든 사람들이에요. 실제로 명품 브랜드의 수장, 디자이너들 대다수가 40대 이상의 중장년이죠.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명품 컬렉션을 발표하고 있어요. 우리는 젊은 사람이 입는 옷을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옷은 나이 든 사람이 디자인한 결과물이에요. 그런데도 패션은 젊음의 것이라고 여기는 세상이 이상하지 않나요?”
그래서 누가 봐도 멋있다고 느낄 사진을 찍었다. ‘멋’(mut_jpg)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짤막한 대화를 갈무리한 글과 함께 사진을 쌓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나라 노인이 멋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그를 찾는 사람들, 사진의 좋아요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동조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걸 보면서 그는 뿌듯함을 느낀다.
지난해 5월 그는 첫 사진집 ‘멋’(MUT : the fasion of Seoul)을 냈다. 2019년부터 3년간 촬영한 약 6000장의 사진 중 400여 장을 추려서 책으로 출판했다. 사진집에는 한국어와 영어가 함께 쓰였다. 한국의 시니어 패션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김동현 작가의 목표가 반영된 것. 책을 제작하기 위해 한 달간 크라우드 펀딩을 열었는데, 목표액인 200만 원을 훌쩍 넘긴 2225만 원이 모였다. 책을 내고 나서는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영국 ‘가디언’지가 그의 이야기와 사진을 취재해 갔고, 지난 11월에는 영국 TV 방송사 채널5의 다큐멘터리에 소개돼 우리나라의 시니어 패션을 직접 알리기도 했다.
그의 꿈은 현대 패션사(史)에 이름 석 자를 남기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그의 사진과 ‘멋 작가’를 알리기 위해 모든 인터뷰에 응했지만, 앞으로는 보다 더 작업에 집중하려 한다. 지난해에는 해외 출판 에이전시와 출판 계약을 맺었다. 올해 안에 ‘멋’ 사진집을 전 세계에 선보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시니어 헤어스타일 아카이빙 북 제작을 위한 촬영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그가 프레임에 담는 ‘동묘 스타일’에 세계가 반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