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8

[현장에서] “병원까지 두 시간” 무너지는 섬 의료

입력 2026-05-08 16:59

고령층 많은 섬 지역 의료 공백 심화, “10조 원 썼지만 주민 의료·복지는 뒷전”

▲8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서·산간 및 비수도권·비도시 지역 주민의 건강과 의료' 세미나에서 강제윤 한국 섬 연구소 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8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서·산간 및 비수도권·비도시 지역 주민의 건강과 의료' 세미나에서 강제윤 한국 섬 연구소 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섬에서는 골든타임이 20분이 아니라 2시간, 4시간, 때로는 10시간이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서·산간 및 비수도권 비도시 지역 주민의 건강과 의료’ 세미나에서 강제윤 한국 섬 연구소 소장은 섬 지역 의료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육지였다면 살 수 있었던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쳐 숨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섬은 의료 취약지가 아니라 사실상 의료 공백 지역”이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현재 병원선 시스템의 한계부터 지적했다. 접안 시설이 부족한 작은 섬에서는 고령 주민들이 작은 보트를 타고 병원선까지 이동한 뒤, 군사 훈련을 하듯 몸을 끌어올려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병원선이 와도 한 달에 한 번 수준”이라며 “거동이 불편한 주민은 아예 진료를 포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응급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강 소장은 백령도·울릉도·흑산도·거문도 등을 사례로 들며 “교통사고나 낙상 사고가 발생해도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어렵다”며 “헬기 이송 역시 야간이나 악천후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거도에서는 야간 응급환자 이송 과정 중에 헬기가 추락해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8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서·산간 및 비수도권·비도시 지역 주민의 건강과 의료' 세미나에서 강제윤 한국 섬 연구소 소장의 발표 자료(박지수 기자 jsp@)
▲8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서·산간 및 비수도권·비도시 지역 주민의 건강과 의료' 세미나에서 강제윤 한국 섬 연구소 소장의 발표 자료(박지수 기자 jsp@)

의료 인프라 자체가 없는 섬도 적지 않다. 강 소장에 따르면 전국 유인도 481개 가운데 298개 섬에는 보건지소나 보건진료소 등 기본 의료시설조차 없다. 그는 “밤에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사실상 손쓸 방법이 없다”며 “그동안 그렇게 많은 주민이 의료 사각지대에서 숨져왔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정부 예산이 섬 주민 삶보다 토목 사업 중심으로 집행돼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1988년부터 이어진 섬 개발 사업에 10조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지만 대부분 방파제·도로·출렁다리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사용됐다”며 “정작 주민 복지와 의료에는 돈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섬 주민은 줄고 유인도 수도 절반 가까이 감소했는데도 여전히 토건 사업 중심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며 “주민 의료와 돌봄에 투입돼야 할 예산이 개발 사업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작은 섬에 왜 예산을 지원하느냐는 시각이 있지만, 섬은 단순 생활 공간이 아니라 해양 영토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일본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일본은 도서·산간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과 디지털 의료 시스템 구축 등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결국 필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어 “토건 사업 중심 예산 구조에서 벗어나 실제 주민 의료와 복지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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