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부 연금 개혁안, 보험료율 13% 세대별 차등 인상...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
- 정부가 세대별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률 속도를 달리하면서 13%까지 올리고, 명목 소득대체율을 42%로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물가상승률과 가입자 수 증감률도 함께 반영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국민연금 가입 의무 연령 상향도 검토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한다. 납입 기간이 많이 남은 반면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는 젊은층일수록 인상 속도를 늦춘다. 정부가 제시한 방안에 따르면 50대는 매년 1%p씩 4년간 인상되며, 40대는 0.5%p씩 8년간, 30대는 0.33%씩 12년간, 20대는 0.25%p씩 16년간 오른다. 또한 청년 세대 신뢰 확보를 위해 국가 지급 보장 근거를 명확하게 규정할 방침이다.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을 얼마 받는지의 비율을 나타내는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개혁안에서는 42%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세대별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50대 50.6%, 40대 45.1%, 30대 42.6%, 20대 42% 수준이다. 재정과 인구 여건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장치 도입에 대한 논의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연금액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급했던 것에 더해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이나 기대여명 증감률 등도 반영해 연금액과 수급 연령을 조정하는 장치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금 소진 시점을 더욱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소득 보장 수준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었고, 기대 여명도 증가한 만큼 의무가입연령을 현재 59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방향도 검토한다. 하지만 의무가입기간만 늘어나면 퇴직 후 연금을 받기까지의 공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고령자의 고용 여건 개선과 함께 장기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60~64세의 고령자를 채용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연금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고령자 재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외에도 국민연금의 경우 출산 크레딧과 군 크레딧을 확대하며, 보험료 지원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장기 가입 기반을 강화한다. 또한 저소득 노인을 지원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40만 원으로 인상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 생계 급여 지급을 축소하는 현행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대한 개선안도 더해 다층 연금 체계가 이뤄지도록 할 전망이다. 퇴직연금은 실질적인 노후 소득 보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장 규모가 큰 곳부터 퇴직연금 도입 의무하를 추진하고, 영세사업장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 개인연금은 일시금이 아니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투자 기관 간 경쟁을 촉진해 수익률 향상을 도모한다. 앞으로 연금개혁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연금 특위 등 논의 구조에 적극 참여 및 지원할 예정이며, 2025년 법률을 개정하고 예산 확보를 거쳐 2026년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 2024-09-05 17:51
-
- IMF “韓 정부 부채 50년 뒤 GDP 2배…연금 개혁 필요” 경고
-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50년 뒤엔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크 코리아’ 현실화 우려 IMF는 지난달 발표한 ‘2023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고령화가 한국의 공공 부채(public debt)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207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이 20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GDP 대비 공공부채비율은 50% 수준이다. IMF의 예상은 향후 50년 이상 연금 정책에 변화가 없고 정부가 국민연금의 적자를 메운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IMF가 GDP 대비 공공부채비율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고령화다. 1990년 8명이었던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2050년 8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100명당 80명의 고령층을 부양해야 한단 의미로, 노년부양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지는 만큼 연금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편, IMF는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1.4%에서 내년 2.2%로 높아졌다가, 이후로는 2.1~2.3% 범위에서 소폭 등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도별로 보면 오는 2025년 2.3%를 기록했다가, 2026년과 2027년 각 2.2%, 2028년에는 2.1%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올해와 내년 전망치에는 중국의 경기회복세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의 성장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지만, 중기적 관점에서 2%대 초반의 성장세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이다. 동시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안팎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2.1%, 내년과 2025년 2.2%, 2026~2028년 2.1%로 각각 추산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이처럼 저성장과 재정 악화로 ‘피크 코리아’(Peak Korea) 전망이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글로벌 경제에서 피크 코리아라는 말이 돌고 있다”며 “일본이 성장률 0에서 2%대에 머무는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듯 한국도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일만 남아 기나긴 저성장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을 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금·노동 개혁 필요 전문가들은 연금‧노동 개혁 없이는 '피크 코리아'라는 암울한 전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헤럴드 핑거 IMF 미션 단장은 “장기적인 성장을 촉진하고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조 개혁이 중요하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63세이며, 5년마다 한 살씩 높아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올라간다. IMF는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의 증가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연금 기여율 상향과 퇴직 연령의 연장, 연금의 소득 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현재 42.5%) 하향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낮은 소득대체율의 경우 급여 적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득 하위 70% 고령층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인상과 같이 고려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 연금 등과의 통합 방안도 제시했다. 별도의 연금 제도 운영이 형평성에 대한 우려를 초래하고 노동시장의 이동성을 떨어뜨리며 행정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는 게 IMF의 분석이다. 이 밖에도 IMF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수 확충과 지출 합리화 방안도 제안했다. 소득 공제 축소, 산업·중소기업에 대한 조세 지출 효율화, 부가가치세 면제 합리화, 부가세 인상 등이다.
- 2023-12-05 08:37
-
- [연금 가이드 ⑤한국 편] 퇴직연금 기금형 도입 초읽기, 연착륙 여부에 관심
- 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기금형 연금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2022년 처음으로 기금형 연금제도가 도입된 만큼, 짚어봐야 할 부분들이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 높여라 2015년 12월 퇴직연금이 처음 도입된 이후 2020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52.4%가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퇴직연금 규모는 2022년 기준 336조 원에 이른다. 2032년이면 860조 원으로 약 2.5배 증가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제도별로는 DB형이 같은 기간 192조 원에서 398조 원으로, DC형이 86조 원에서 222조 원으로, IRP가 58조 원에서 239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퇴직연금 규모는 매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20년 기준 2% 수준이다. 최근 5년, 최근 10년 수익률은 각 1.96%, 2.39%에 불과하다. 게다가 퇴직연금은 연금으로서 기능해 노후 안전망으로 사용되기보다 일시금 수령이 많고, 아직도 근로자의 절반가량은 퇴직연금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제안됐다. 앞서 [연금 가이드] 시리즈로 살펴본 것처럼, 선진국의 퇴직연금은 대부분 기금형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데 있어 노사의 참여가 더 활발해질 수 있고, 자산운용 전문성도 높일 수 있다.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원금보장보다는 수급권 보호를 강화하고 이를 운영하는 수탁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의 AIJ 사건이 핵심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 기금형 도입을 추진했다. DB형과 DC형을 계약형과 기금형으로 운영하는 방안이었는데,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이후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다시 국회에 제출되었고, 2022년부터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제도, 적립금운영위원회 등이 시행되고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해당 법이 개정되면서 기금형 운영과 관련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시행 △적립금운용위원회 구성 의무화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이하 중퇴기금)는 3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 가입할 수 있는 제도다. DC형처럼 사용자가 근로자의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을 매년 해당 근로자의 퇴직연금계좌로 납부하고 근로자가 퇴직하면 받게 되는 구조다. 기존의 DC형과 다른 점은 근로자 본인이 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과 외부 전문기관이 적립금을 운용하게 된다. 정부는 기금 운용 규모가 커지면 수익률도 높아지고 수수료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KIRI는 중퇴기금 도입으로 근로복지공단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사업장에서 30인 미만 사업장이 92.4%에 달하고 근로자 비중으로는 전체 근로자의 40%에 해당한다”면서 “중퇴기금을 독점 운용하고 집합투자운용이 가능해 공공성 등을 고려할 때 근로복지공단 시장지배력은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근로복지공단 운영 특성상 운용관리업무만 수행하고 자산관리업무 등의 운용은 금융회사에 위탁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단과 금융권의 상생도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로 DB형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는 300명 이상 기업은 적립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할 의무가 생겼다. 그동안에는 사용자가 적립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결정했는데, 원리금보장상품 위주로 운영한다는 지적이 있어 합리적으로 운용하면서 수익률도 높일 수 있도록 적립금운용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적립금운용위원회는 5~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연 1회 이상 개최해야 하고, 목표수익률 설정, 자산배분 등 적립금 운용에 관한 사항, 적립금운용계획서, 재정안정화계획서 등을 심의·의결한다. 만약 최소적립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장이라면 적립금운용위원회에 근로자대표, 퇴직연금 관련 부서장, 퇴직연금 전문가를 각 1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거나 적립금운용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기금형 도입 초읽기 KIRI는 “중퇴기금과 적립금운용위원회 제도 도입으로 사업장 규모별, 가입자 특성별로 구분된 기금형은 이미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보편적 의미의 기금형이 도입될지는 논의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편적 기금형 도입이 되더라도 시장 변화는 오래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영국 등의 사례에 비춰보면 DC형에 기금형이 도입된 것은 가입자 관점에서 지금처럼 별도의 운용지시를 내려야 하므로 계약형과 다른 차이가 없다. KIRI는 “집합투자운용이 병행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실적배당형 투자 성향이 강해지면서 펀드 수수료 등으로 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수수료 체계도 정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DB형의 경우 퇴직연금과 운용수익률이 근로자에게는 무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기금형 제도로 바꾸는 데 있어 근로자의 동의를 얻을 요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산운용의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해 그동안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주로 운영했던 사용자로서도 기금형을 도입하는 데는 신중할 수 있다. KIRI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무엇보다 수급권보호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금형을 운영하면서 수익률을 높이려다 보면 투자 리스크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PBGC나 영국의 PPF에 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DC형 예금자 보호 수준이 5000만 원이지만 생애 자산을 보호하려면 예금보상 한도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도 활발해져야 한다. KIRI는 “사업자 범위를 온라인뱅크, 자산운용사 등으로 확대해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지배구조가 등장하면 계약형과 경쟁을 통해 퇴직연금을 성장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호주 사례처럼 퇴직연금 기금 간 경쟁이 활발해지도록 다양한 형태의 기금형 도입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퇴기금과 적립금운용위원회 도입으로 기금형 성격이 강화된 만큼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수탁자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할 필요도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에서 수탁자는 근로자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자신의 재량으로 운영·관리하게 되므로 그 역할과 책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KIRI는 “기금형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탁자보증보험과 수탁자책임보험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살펴본 바와 같이 이제 막 기금형이 도입된 상황이다. 미국, 영국, 호주처럼 보편적인 기금형의 도입은 아니지만,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금융기관으로 퇴직연금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있다. 조직 내부에서 연금심의위원회, 자산운용전략위원회, 투자심의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인공제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2021년 기준 7.7% 수준이다. KIRI는 “연금심의위원회를 둬 자산 배분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연금심의위원회는 기금형의 특징이지만 국내에서는 계약형 제도 내에서 추진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좀 더 보편적으로 기금형 제도가 도입되고 자리 잡으려면, 이번에 도입된 중퇴기금과 적립금운용위원회 그리고 과거부터 운영해온 연금심의위원회 같은 기금형 특성을 갖는 제도들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내고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처럼 기금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금형이 잘 안착해 고령자의 노후 안전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2023-03-30 08:24
-
- [연금 가이드 ④일본 편] 퇴직연금제도 선호도 낮아 개혁 진행 중
- 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이번에는 일본의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본다. 일본은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많지 않다. 한때 활성화되었던 기금형 제도는 거품경제 붕괴 이후 AIJ 사건 등에 따라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가입이 감소하는 추세다. 자리 잡지 못한 퇴직연금제도 일본은 종신고용과 연공급여 체계 등 기존의 고용 방식에서 능력과 실력 위주의 고용방식으로 전환하는 시기를 거쳤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조를 보인다. 경제 성장기를 거쳐 저성장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퇴직연금 개혁을 진행했기에 우리나라가 참고할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일본의 퇴직연금제도는 1960년대 도입된 후생연금기금(EPF), 세제적격 퇴직연금제도(TPP), 2000년대 초 도입된 확정급부기업연금(DBP), 확정갹출연금(DCP)로 나뉜다. EPF는 후생연금보험법에 따라 후생노동성의 인가를 통해 기업이 법인형태로 연기금을 설치하는 DB형(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이다. TPP는 세제적격 요건을 충족한 계약을 국세청장이 승인하는 형태로, 사업주가 금융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역시 DB형 제도다. DBP는 DB형을 가져가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금형과 규약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기금형은 후생연금기금 구조와 동일하며 규약형은 기업이 스스로 동의와 승인 절차를 거쳐 수탁자(은행, 증권, 보험사 등)와 계약해 운용을 위탁하는 방식이다. DCP는 규약형으로만 운영되며 미국의 401k를 참고한 기업형과 우리나라 개인형 퇴직연금을 참고한 개인형으로 나뉜다. EPF는 2014년부터 신규 가입을 금지했으며, 올해 폐지된다. TPP는 2012년에 폐지되었다. 우여곡절을 겪은 퇴직연금제도지만 이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일본 인사원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종업원 50인 이상 기업의 퇴직급여제도 도입률은 91.9%다. 이 중에서 퇴직금제도를 운용하는 기업은 복수응답 기준 91.2%지만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45.8%에 불과하다. 퇴직금제도는 대부분 기업이 도입했지만 연금의 형태가 아니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기업이 절반에 이른다는 의미다. 퇴직연금제도는 독일, 영국, 미국 등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해당 국가들은 '신탁'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혀 있었기에 퇴직연금으로 백만장자가 된다는 사례들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신탁이 활발하지 않은 일본은 다른 국가들처럼 연금 관련 제도들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없었다. 기금형 제도, 퇴직연금 제도, 디폴트 옵션 모두 실패 사례로 꼽힌다. 기금형 연금제도와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기 시작한 우리나라도 실패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에서 퇴직연금제도 개혁은 여전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연기금 연쇄 파산의 비극 일본의 경제활동인구 대비 퇴직연금 가입률은 25%이며 근로자 가입률은 37.7%다. 퇴직연금 자산 규모는 2020년 기준 98조 8000억 엔이다. TPP와 EPF는 감소하는 추세고 DBP와 DCP가 2020년 기준 각각 67조 5000억 엔, 16조 3000억 엔 규모를 이뤘다. 기금형만 따로 보자면 EPF가 15조 엔 수준(2001년에는 57조 엔 규모였다)이며 DBP 기금형은 따로 통계를 내지 않아 알 수 없다. KIRI는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기금형 가입자 수는 DBP와 EPF의 DB형 가입자 중 약 52%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EPF에서 이탈한 가입자들이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며 “2020년 기준으로 DBP 기금형과 규약형 도입률이 각각 19.5%, 41.9%로 기금형 도입률이 낮다”고 분석했다. 기금형 도입률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자산운용 실패로 인한 EPF의 부실화, AIJ 퇴직연금기금 사기 사건에 따른 EPF 폐지 등으로 기금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KIRI의 분석처럼 일본의 기금형 제도가 감소한 데는 AIJ 퇴직연금기금 사기 사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운용회사가 자금을 불법 투자해 가입자의 은퇴 자산이 사라지고 연기금이 연쇄 파산한 사건이다. 당시 AIJ투자자문사(이하 AIJ)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맡긴 퇴직연금기금(EPF) 자산을 AIJ가 파생금융상품 등 대체상품에 불법 투자했다가 원금의 90%를 잃었다. 84개의 EPF 연기금과 약 88만 명의 중소기업 가입자가 맡긴 연금자산 1458억 엔 중 1377억 엔이 사라졌다. 이에 AIJ에 운용을 맡긴 퇴직연금기금이 연쇄 파산했고, 은퇴자금을 맡긴 가입자들이 노후 파산을 직면해야 했다. 시사점은 ‘관리 감독의 중요성’이다. 앞서 살펴본 미국, 호주, 영국은 모두 수급권보호와 수탁자 규제를 강하게 하고 있었다. KIRI는 “후생노동성과 금융청으로 나뉘어 있었던 연기금 감독 기관의 협력체계 부재와 역할 분담의 불투명, 감독 당국 정보 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며 “연기금 대부분이 비전문가에 의해 자산운용 등의 주요 의사결정을 수행했고, 위험자산 비중 확대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으로 일본 정부는 수급권 보호와 수탁자 규제 강화를 위해 후생노동성의 자산운용 방법을 개선했고, 사후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 퇴직연금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금융청의 금융상품거래법규 개정 등을 시행했다. 원금 까먹는 디폴트 옵션? 미국이나 호주가 퇴직연금으로 백만장자를 꿈꾸게 한데는 디폴트 옵션의 도입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일본은 디폴트 옵션 정착에 실패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19년에는 퇴직연금 자산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우리나라에서 디폴트 옵션을 도입할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이 ‘원금 보장형’ 상품을 두느냐 마냐다. 당시 연금 가입자의 자금 보호를 위해 원금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일본처럼 디폴트 옵션을 선택할 때 ‘예금’이라는 선택사항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퇴직연금을 어떻게 굴려 수익률을 낼 건지 선택하는 제도인 디폴트 옵션에서 ‘예금처럼 둔다’는 선택권을 준다는 의미다. 원금 보장을 원하는 가입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도 있겠으나,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는 이유가 ‘수익률을 높여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본 정부는 2016년 확정기여연금법 개정을 통해 디폴트 옵션 제도 안착을 다시 시도했다. 법 개정 전까지는 신규 가입자의 디폴트 옵션 선택 비율이 15% 수준이었으며, DB형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96% 이상이 디폴트 옵션으로 ‘원금보장형’ 상품을 지정하고 있었다. 일본 기업연금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DBP 자산은 기금형과 규약형 모두 원리금 보장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디폴트 옵션에서 장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을 지정하도록 디폴트 옵션의 정성적 기준과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 교육에 중점을 둔 제도들을 마련하고 있다.
- 2023-03-23 16:33
-
- [연금 가이드 ③호주 편] 퇴직연금 규모의 경제로 이뤄낸 ‘연금 천국’
- 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이번에는 호주의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본다. 호주 퇴직연금 계좌 보유자는 근로자 수보다도 많으며, 대형 기금을 통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연금 백만장자 만든 ‘슈퍼애뉴에이션’ 호주에 연금계좌 잔액이 백만 달러가 넘는 ‘연금 백만장자’가 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잔액이 100만 호주달러(약 8억 7000만 원) 이상인 퇴직연금 계좌는 2만 677개로 2015년 대비 약 8배 증가했다. 1992년 7월 도입한 퇴직연금 상품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은 연 8% 수익률을 내며 근로자들의 은퇴 후 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월 소득 450호주달러 이하의 소득을 얻는 근로자, 18세 미만의 비정규 근로자, 65세 이상 근로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의무적으로 슈퍼애뉴에이션에 가입을 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 가입이 원칙이지만, 기금에 따라서 배우자 명의로도 가입할 수 있다. 호주 퇴직연금의 특징은 기초연금을 보완하기 위한 상품으로서 사용자(고용주) 부담률을 지속해서 인상했다는 점이다. 처음 도입했을 때는 고용주가 월급의 3%를 의무적으로 근로자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야 했는데, 2022년에는 10.5%까지 높아졌다. 오는 2025년에는 12%까지 오른다. 다양한 기금 선택권 보장, 규모의 경제 이뤄 호주의 퇴직연금은 다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공적기금이 있다. 정부기관 공무원과 공공부문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 후 공공부문 일자리를 그만두더라도 기여금은 계속 낼 수 있다. 다음으로 가장 보편적인 기업형 기금이 있다. 슈퍼애뉴에이션의 원형으로, 기업이 자체적으로 기금을 설립한다. 여러 기업의 퇴직연금을 묶어서 운영할 수 있고, 가입자는 다른 기금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특정 산업에 속한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는 산업형 기금이 있다. 다만, 현재는 근로자가 아닌 일반인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소매형 기금도 있다. 이 상품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금융자문서비스 비용을 내면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자기관리기금이 있다. 최대 6명까지 가입할 수 있고, 가입자가 직접 기금 설립, 운영 등 모든 부분을 책임진다. 이 상품은 주로 가족 단위로 가입이 이뤄지며, 주로 부유층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KIRI(보험연구원)는 호주 퇴직연금에 대해 “기금 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면서 “기금 투자수익률 및 수수료는 기금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이는 규모의 경제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대형기금 중심으로 운영되면서도, 금융회사를 수탁자로 포함해 소비자가 개인의 선호에 맞게 다양한 기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물론 근로자라면 슈퍼애뉴에이션에 자동으로 가입이 되겠지만, 동시에 산업형과 소매형 기금에 중복 가입도 할 수 있다. 2021년 기준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규모는 3조 3100억 원 호주달러 수준이다. 2017년 대비 33.8% 증가했다. 이렇게 다양한 기금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기금의 활발한 합병 활동 때문이다. KIRI는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진 기업형 기금 개수는 2004년 1088개에서 2021년 14개까지 급감했다”면서 “기업형 기금 적립금은 소매형이나 산업형 기금으로 이전되었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운영관리비는 낮아지는 대신 투자상품 옵션이 많고 운용전문가가 많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기금 간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연금 수익률이 더 높아질 수 있도록 호주금융감독원(APRA)는 매년 일정 수준 이하의 수익률을 내는 수탁법인을 발표한다. 2021년부터는 최하위 수익률을 낸 곳은 시장에서 퇴출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퇴직연금으로 재테크를? 호주의 퇴직연금은 대부분 확정기여형(DC형) 기금형 중심으로 운영된다. 2020년 DC형 계좌 수는 약 2200만 개로 자기관리기금을 뺀 퇴직연금 계좌 중 95%를 차지하고 있다. 적립금 기준으로는 약 79%가 DC형이다. 계약형인 퇴직저축계좌(RSA) 상품이 있지만, 호주 퇴직연금 시장에서 이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대형 기금을 중심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퇴직연금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국민이 많다. 호주 국세청(ATO)에 따르면 2020년 퇴직연금 계좌를 보유한 호주 국민은 약 1700만 명으로 근로자 수(1291만 명)보다 많았다. ‘퇴직’ 연금이지만 근로자 수보다도 많은 계좌가 운영될 수 있는 건 앞서 언급했듯 여러 상품을 중복으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로자가 아니어도 소매형이나 산업형 기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ATO에 따르면 퇴직연금 계좌를 1개만 보유한 사람은 1260만 명이고, 2개 이상의 퇴직연금 계좌를 보유한 사람은 약 450만 명이다. 호주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8.5%를 기록했다. 유형별로 보면 2021년 기준 최근 10년 투자수익률은 산업형이 8.6%, 공적 기금이 8.1%, 기업형이 7.5%, 소매형이 6.8% 수익률을 보였다. KIRI는 “산업형 기금의 중장기 투자수익률이 다른 퇴직연금 기금에 비해 높은 것은 기금 규모가 클수록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높은 투자수익률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호주 퇴직연금 수익률이 계속 높아질 수 있었던 건 2013년 6월 도입된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역할이 컸다. 수탁회사들이 실적배당형 상품에 적절하게 자산을 배분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슈퍼애뉴에이션 가입자의 약 80%가 디폴트 옵션을 이용하고 있다. 2021년 호주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은 70% 이상이 주식, 채권 등의 금융자산에 투자되고 있다. 부동산 등의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미만이다. 자산은 해외주식 28%, 호주주식 23%, 호주채권 10%, 해외채권 8%, 부동산 8% 등 다양한 자산으로 분산투자되고 있다. 수익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수수료는 낮은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수수료를 보면 공적 기금이 0.5%, 기업형과 산업형이 0.6%, 소매형이 0.8%다. 자기관리기금의 수수료는 1.2% 수준으로 가장 높다. KIRI는 “가입자 수와 기금 규모가 작으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수수료 절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2023-03-10 08:39
-
- [연금 가이드 ②영국 편] 퇴직연금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 ‘원조’
- 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영국의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본고장이자, 가장 복잡한 연금 개혁 과정을 거친 나라다. 퇴직연금 전문 운용 공공기관 NEST 영국 퇴직연금의 특징 중 하나는 국민연금처럼 퇴직연금을 전문으로 운용하는 공공기관이 있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는 2008년 퇴직연금법을 제정하고 2012년 퇴직연금 전문 운용 공공기관인 국가퇴직연금신탁(NEST, 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을 도입했다. NEST는 일반 DB·DC형 퇴직연금과는 별개로 운영된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보험료율 4%, 3%를 내면 정부가 소득세 일부를 근로자의 연금계좌에 환급해주는 형태다. 일반 DB·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자동으로 NEST에 가입된다. 가입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히면 가입 후 해지가 가능하다. 퇴직연금 가입자 약 2300만 명 중 절반가량은 NEST를 이용하고 있다. 2015년 200만 명이었던 NEST 가입자는 2022년 1분기 기준 1110만 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4억 2000만 파운드(약 6671억 원)였던 NEST 운용자산은 241억 파운드(약 38조 원)가 됐다. 또한 NEST는 분기, 연간 보고서를 통해 투자 비중과 종목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2012년 46.5% 수준이었던 전체 퇴직연금 근로자 가입률은 2021년 79.4%로 올랐다. 퇴직연금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받는 데는 역시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NEST 가입자의 99%는 영국의 디폴트 옵션 상품인 RDF(우리나라의 TDF)를 이용한다. RDF2040 기준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9.9%에 달한다. RDF는 30년을 기준으로 4단계에 걸쳐 운영된다. 1단계에서는 약 5년간 기여금을 쌓고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2단계에서는 약 15년간 물가상승률에 3%포인트 이상 수익률 달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주식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3단계에서는 10년간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정을 추구한다. 4단계는 은퇴 후 단계로 투자자가 퇴직연금을 한 번에 찾거나, 사망 시까지 연금 형태로 받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다. 저소득층 가입 유도한 낮은 수수료 NEST의 연간 운용 수수료는 0.5%다. 저소득층의 퇴직연금 가입을 늘리기 위해 낮은 수수료 정책을 유지한 것. 또한 영국 정부는 2001년 중저소득층 근로자를 위해 수수료를 낮게 책정한 DC형 연금인 ‘스테이크홀더 연금’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이에 30%가 넘던 영국의 노인빈곤율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 기조를 따라 다른 퇴직연금 수수료도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2020년 기준 DC형과 기금형 평균 수수료는 0.48%, 0.49%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DC형 퇴직연금 수수료를 최대 0.75%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KIRI(보험연구원)는 “퇴직연금 수수료가 낮을 수 있는 것은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가 퇴직연금에 자동 가입된 사람에게 신규 컨설턴트 비용을 부과하지 못 하게 했기 때문”이라면서 영국의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가 낮은 것은 “정부의 적극적 수수료 규제와 함께 저소득층의 퇴직연금 가입을 확대하기 위한 NEST의 낮은 수수료 정책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자동 가입, 낮은 운용 수수료, 높은 수익률 등에 힘입어 퇴직연금 납부자는 DC 기금형이 2016년 388만 명에서 947만 명으로 늘었으며, DC 계약형은 417만 명에서 536만 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DB 기금형은 125만 명에서 50.5만 명으로 줄었다. 1998년 퇴직연금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았던 DB형에서 DC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KIRI는 “2016년~2021년 동안 제도 수는 감소하고 가입자 수는 증가해 기금의 대형화 추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금형과 계약형의 공존, 대세는 DC형 영국의 퇴직연금은 기금형이 우위에 있지만, 계약형이 공존한다. 기금형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모두 선택할 수 있지만, 계약형은 DC형만 있다. 영국의 퇴직연금은 기금형이 강세를 보인다. 동일직장 내 구성원들이 단체로 가입하는 그룹 개인연금, 스테이크홀더, 일반 개인연금의 경우 기금형과 계약형 중 선택할 수 있는데, 12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DC 기금형을 주로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는 2만 8360개의 퇴직연금 기금이 있으며, 이 중 94%가 12인 미만의 소규모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DC 기금형의 특징은 여러 펀드를 조합한 상품인 조합형 펀드(PIV)에 주로 투자한다는 점이다. 2021년 4분기 기준 DC형 퇴직연금의 PIV 투자는 2230억 파운드, 직접투자는 190억 파운드로 PIV 비중이 96% 수준을 보였다. 한편 계약형의 평균 가입자 수가 기금형보다 큰 것은 비용을 이유로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이 계약형을 활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외에 대표적인 영국 퇴직연금 기금형으로는 통합기금형(Master Trust)이 있다. 여러 회사의 퇴직연금을 하나의 운용 주체에 위탁하는 것인데, 2017년부터 시행했다. 영국에는 37개의 통합기금이 있으며, 가입자는 1600만 명, 자산은 360억 파운드(약 57조 원) 규모다. 수급권 보호는 이중, 관리·감독도 철저히 영국도 미국처럼 퇴직연금이 자리 잡는 데에 수급권을 보호하고 연금 운용을 관리·감독하는 제도가 한몫했다. 영국의 수급권 보호는 이중으로 설계되어 있다. 영국은 2004년 연금법을 통해 수급권보호를 위한 FAS(Financial assistance Scheme)를 설립했다. FAS는 DC형 제도와 2005년 4월 이전에 설립된 DB형 제도를 보장한다. 2005년 4월 이후 설립된 DB형 제도는 연금보호기금(PPF, Pension Protection Fund)에서 보장한다. 세금으로 운영하던 FAS는 2016년 폐지되었고, 이제는 우리나라의 예금자 보호제도와 유사한 FSCS(Financial services Compensation Scheme)가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PPF는 2021년 기준 939개의 연금제도를 인수해 361억 파운드가 넘는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PPF는 DB형 펀드의 부족분을 지급해주는 펀드로 27만 명 이상의 근로자와 퇴직자를 보호하고 있다. 영국 퇴직연금 관리·감독은 연금노동부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2004년 연금법에 따라 2005년 설립된 연금감독청(TPR, The Pension Regulator)은 신탁형 퇴직연금 규제, 수탁자 역할과 의무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하고 있다. FCA는 금융회사의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기관으로, 2007년 이후 DC형 퇴직연금을 제공하는 사업자와 판매업자를 규제하고 있다. 이런 수급권 보호와 더불어 운용위원회와 각종 자문 기관이 영국 퇴직연금 시장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DC 계약형은 기금형의 기금운용위원회에 해당하는 ‘독립운용위원회’(IGC)를 설치해야 한다. IGC는 운용 주체인 사업자가 연금 가입자에게 비용에 맞는 편익을 제공했는지, 투자상품이 적절한지 등을 평가한다. 또한 자문 기관들은 NEST를 포함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연금 운용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 2023-03-02 09:14
-
- [연금 가이드 ①미국 편] 퇴직연금으로 백만장자 꿈꿀 수 있는 나라
- 고령 인구 증가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연금 시장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누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돼 수익률이 연 1% 수준에 그쳐 노후 소득으로는 턱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적연금 고갈 이슈가 매년 쏟아지는 지금, 사적연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해야 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획 시리즈 [연금 가이드]를 통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더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인 만큼 국내에서의 실효성이 어떨지 관심이 높다. KIRI(보험연구원)가 낸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선진국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보고, 국내에서는 기금형이 과연 노후 설계의 주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를 짚어본다. 기금형 연금으로 ‘평범한 근로자도 은퇴하면 백만장자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401K’ 연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신탁 핵심인 기금형 퇴직연금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주로 계약형으로 이뤄져 있다. 기업이나 근로자가 은행, 보험,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하지만 미국, 호주 등 연금 관리 선진국은 퇴직연금이 주로 기금형으로 이뤄져 있다. 기금형은 전문 위탁기관과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처럼 별도 조직이 운용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여러 사업장이 참여하는 연합형 퇴직연금 기금 등도 가능해진다. 또한 기금형은 수탁법인 즉, 대리인(기금)으로 기금운용위원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위원회가 노사의 의견을 반영해 기금을 직접 혹은 위탁해 운영한다. 계약형은 운용과 자산관리 모두 외부 금융회사에 위탁하면 금융감독원이 관리·감독한다. 반면 기금형은 운용 업무는 수탁법인이 직접 하거나 위탁하고, 자산관리 업무는 위탁하는 구조다. 자산운용지침서인 투자원칙보고서를 작성해 운영하며 관리·감독은 고용노동부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형과 기금형의 차이는 운용위원회가 있는지에 따른다고 볼 수 있으나, 계약형에서도 적립금운용위원회와 같이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때에 따라 혼합형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기금형 제도를 운용하지만, 계약형을 따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KIRI는 보고서에서 “선진국에서 두 지배구조는 공존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법적으로 계약형만 가능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퇴직연금 주체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어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기금형 퇴직연금은 다시 신탁형과 보험형으로 나뉘고 어느 유형이든 지명수탁자를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지명수탁자는 기금 운영과 관리에 책임을 지는 관리자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금융 상품 선택하는 DC형 늘어 퇴직연금에 기여금을 내는 미국의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2019년 기준 9810만 명에 이른다. 자산 규모는 2019년 기준 10조 달러 이상이다. DB형(확정급여형)이 3조 2744억 달러, DC형(확정기여형)은 7조 4326억 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KIRI는 “평생 노후를 보장하는 형태로 DB형을 운영하다가 최근 산업구조와 경기 변화 등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고자 DC형으로 전환 중”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퇴직연금은 회사가 기금을 만들어서 퇴직연금 관리회사,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와 협업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DB형은 기금이 자산을 전적으로 운용하고, DC형은 가입자의 운용 지시에 따라 기금이 운용하되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잘 내릴 수 있도록 운용상품을 선별해 제시한다. DC형 금융상품은 주로 뮤추얼펀드, 국공채, 원리금 보장형 상품 등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디폴트 옵션은 DC형에서 적용되는 것으로 가입자가 연금을 방치할 경우, 사전에 동의한 대로 전문기관에서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운용하는 ‘사전지정운용’ 제도다. DC형 비중이 높아서인지 미국 퇴직연금은 자산운용을 주식, TDF(타깃데이트펀드) 등 고수익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특징이 있다. 2018년 기준 401K의 자산 배분은 전체 5.2조 달러 중 약 63%인 3.3조 달러가 뮤추얼 펀드에 투자되고 있었다. 또한 전체 뮤추얼펀드 중 58%가 주식형 펀드에 투자되고 있다. KIRI는 “20년 장기로 보면 DB형이 DC형보다 조금 더 수익률이 높았지만, 10년 이내 평균 수익률에서는 DC형이 조금 더 높았다”며 두 제도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고 평가했다. 자동으로 가입되는 연금 ‘401K’ 미국의 은퇴자들이 노후 걱정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미국의 DC형, 일명 ‘401K’로 퇴직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401K 백만장자’를 목표로 투자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투자 과정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DC형 연금이 발전하게 된 데는 여러 법 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4년 제정된 ERISA법(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은 DC형 발전의 계기가 됐다. DC형 퇴직연금을 401K라고 부르는 것은 ERISA법 401조 K항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세액공제 역시 DC형의 성장을 이끌었다. 1978년 제정된 미국 내국세입법은 401K에 가입하면 소득세 이연 및 연간 1만 4000달러 한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업이 근로자의 401K에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면 법인세를 공제해주기도 했다. 2006년 제정한 연금보호법은 DC형 성장에 불을 붙여 퇴직연금 가입액이 늘고 운용 수익률도 높아지는 결과를 냈다. 연금보호법은 모든 근로자가 자동으로 401K에 가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근로자가 가입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일단 자동가입 후 탈퇴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 이를 해지하는 근로자가 많지 않아 정책 효과가 컸다고 분석한다. 연금보호법에서는 근로자의 임금 인상에 따라 적립률도 올라가는 ‘자동인상 제도’도 도입했다. ‘SMarT: Save More Tomorrow’라고 불리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근로자들의 적립률은 3년 뒤 약 4배 정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2005년 2조 3930억 달러였던 퇴직연금 자산은 2019년 말 7조 달러가 넘는 규모로 크게 성장했다. 여기에 디폴트 옵션으로 자동 투자까지 이뤄지면서 수익률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에 따르면 2020년 401K의 평균 수익률은 15.1%이며, 5개년 누적 수익률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와 보호 정책도 강하게 미국 퇴직연금의 특징은 감시기능과 수급권보호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퇴직연금 운영을 자율에 맡기는 형태에서 지명·신탁수탁자가 의무를 위반할 경우를 대비해 연금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서 작용한다. 먼저 근로자와 고용주, 소유자와 연금사업자 사이 이익 충돌 방지를 위해 연금계리사 등 제삼자 감시기능장치를 두고 있다. 책임준비금 등 연금 수리에 있어서 연금계리사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ERISA법(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에서는 “등록연금계리사 합동위원회에 등록된 연금계리사를 고용해 매년 수리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1974년 DB형 퇴직연금 가입자 보호를 위해 연금지급보증공사를 연방정부 기관으로 설치했다. 기업이 파산 등으로 인해 퇴직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 공사에서 지급하도록 한 제도다. 수탁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수탁자보증보험과 수탁자책임보험을 ERISA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탁자보증보험은 수탁자가 의무 이행에 불성실했을 때 연기금과 연금수급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수탁자책임보험은 수탁자의 과실, 태만뿐 아니라 일반적인 행위에 의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도 보험 가입으로 보호하는 것으로 가입 여부는 자율이다.
- 2023-02-23 15:17
-
- 정부 중소기업 퇴직연금 도입률 44%까지 올린다 “노후 든든 보장”
- 정부가 근로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현재 24%에서 44%로 대폭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1호 가입 기업인 ㈜페이도커뮤니케이션즈를 찾아 기념행사를 하고, 직원들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페이도커뮤니케이션즈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하며, 교육 콘텐츠 개발업 회사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퇴직연금제도 도입률이 낮아 근로자의 노후가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통해 근로자들의 퇴직급여 적립금을 잘 운용하여 든든한 노후 자금으로 되돌려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는 퇴직연금 도입률이 낮아 퇴직급여 수급권 보호가 미흡한 30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촉진하고 근로자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사용자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을 적립해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용하고 그 수익을 근로자의 퇴직급여로 지급한다. 기금 조성을 위해 사용자는 근로자의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매년 근로복지공단에 적립금으로 내야 한다. 이와 별개로 근로자는 개별 부담금을 추가 납입할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4월 14일 제도 시행 이후 주거래은행(우리은행)⋅자산운용기관(미래에셋증권·삼성자산운용)을 선정하고, 전산 구축 작업을 거쳐 9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납입한 적립금은 근로복지공단이 전문 자산운용기관의 기술을 활용하여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하여 운용한다. 정부는 이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을 발판 삼아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현재 24%에서 앞으로 44% 수준으로 대폭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현재 300인 이상 근로자가 근무하는 기업의 퇴직연금제도 도입률은 90.8%에 달한다. 고용부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도입률을 높아기 위해 3년간 사용자 부담금의 일부를 지원하고 수수료를 최저 수준으로 설정하였으며, 근로복지공단의 퇴직연금 누리집이나 모바일앱을 통하여 ‘온라인, 무서류, 무방문’ 가입 신청이 가능하게 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계약형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한 중소기업(8.5만개소)을 대상으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로의 전환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 2022-09-07 17:43
-
- 30인 이하 중소기업 퇴직연금 시행 시작, "도입률 44% 목표"
- 30인 이하의 중소기업 근로자가 퇴직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가 14일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사용자부담금 일부 지급, 최저 수준의 수수료 책정으로 가입을 촉진할 계획이며 도입률 44% 달성이 목표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4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발대식’을 개최하며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의 출발을 알렸다. 이어 열린 ‘제1회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운영위원회’에서 기금제도 운영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했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란 상시 30명 이하 중소기업의 사용자·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영하여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는 소규모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높이고 소속 근로자의 노후 자산을 전문적으로 운용하여 근로자의 은퇴 후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도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30인 미만 24.0%, 30~299인 77.9%, 300인 이상 90.8%다. 전문금융기관과 근로복지공단이 협업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을 관리하면서 안정적인 운용과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중소퇴직연금은 기존 퇴직연금과 같이 사업주가 매년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또 근로자는 연 180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부담금을 납부하면 된다. 정부는 3년간 사용자부담금 일부를 지원한다. 월평균 보수 230만원 미만 근로자의 사용자부담금 10%에 대한 재정 지원으로 근로자 1명당 연 최대 23만원 수준이다. 또 최저 수준의 수수료(0.2% 이하)를 책정해 가입을 촉진할 예정이다. 이번 달부터 근로복지공단을 통한 사전접수 절차를 진행하여 가입 수요를 조사하고 하반기인 9월부터 본격적인 가입 신청·접수 및 부담금 납부가 이루어질 계획이다. 안경덕 장관은 “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서 10년 후 76만 개의 사업장이 제도를 도입, 30인 이하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 44%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하면서 중소기업 사업장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 2022-04-15 10:06
-
- 탄탄한 노후설계 위한 퇴직연금 A to Z
-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 수명은 82.7세다. 더불어 오는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이에 은퇴 후 노후대비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는데, 실버 재테크 방법 중 하나로 '퇴직연금'이 꼽힌다.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퇴직금)를 회사가 아닌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에 맡기고 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하여 근로자 퇴직 시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지난 2005년 근로자들의 노후 소득보장과 생활 완정을 위해 도입됐다. 일시금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퇴직금제도를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해 노후 소득재원 확충을 통한 노후생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단순히 계좌에 쌓아두기만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퇴직연금은 무엇이고 어떻게 투자하면 좋을지 좀 더 알아봤다. 퇴직연금, 다양한 노후설계 가능하게 해 퇴직연금이 최초 마련된 배경은 퇴직금을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다. 회사의 재정 상태가 어려워지면, 회사 측에서는 퇴직금을 주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고, 퇴직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퇴직연금이라는 제도가 마련됐다. 퇴직연금은 퇴직급여가 꼬박꼬박 금융회사에 적립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근로자는 사용자의 적립금으로 체불 걱정 없이 퇴직급여를 수령하고, 사용자는 부담금 납입금에 대해 법인세(사업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적립금 운용수익으로 사용자 부담은 줄이고, 퇴직급여는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운용수익으로 퇴직급여 지급 부담을 낮추고, 근로자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운용수익으로 퇴직급여를 증액시킬 수 있다. 세 번째 장점은 퇴직연금의 가장 큰 장점이다.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회사를 옮기더라도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를 통해 퇴직급여를 계속 적립하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여 다양한 노후설계가 가능하다. 퇴직연금은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 가능하다. 금융 전문가들은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한다.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받으면 연금으로 받을 때보다 세금이 30% 많아진다.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 퇴직소득세를 30% 경감해주며, 발생한 세금은 연금을 수령하는 동안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여기에 세금을 줄이는 연금 수령 팁이 있다. 퇴직연금은 수령 연령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연금소득세 적용 세율이 69세 이하 5.5%, 70~79세 4.4%, 80세 이상 3.3%로 적용된다. 또한 연금소득이 12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연 1200만원을 초과하면 다음 연도에 다른 소득과 합산해 전액 종합소득세 대상이 된다. 종합소득세 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최대 42%에 달한다. 현재 1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이 의무화돼 있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퇴직연금계좌로 퇴직 급여를 받게 돼 있다. 그렇다면 나의 퇴직연금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 사이트는 연금 관련 정보를 모아놓은 곳이다. 공동인증서 등으로 본인 인증을 하면 나의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적립금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다양한 유형의 퇴직연금 퇴직연금의 유형으로는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 퇴직연금제도)가 있다. 유형별로 차이가 있으니 자신한테 유리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먼저 DB형은 '확정급여형'이라는 말처럼 퇴직금이 고정되어 있다. 회사가 퇴직금을 적립하고 운용도 회사가 직접 운용한다. 운용 손익은 모두 회사에 귀속된다.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 X 근속연수'로 계산한다. DC형은 회사가 퇴직금을 적립하고 근로자가 운용한다. 운용 손익은 근로자에게 귀속된다. 이에 퇴직금이 증가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감소할 수도 있다. 전문가는 임금상승율이 높다면 DB형이, 임금상승율이 낮고 재테크에 자신이 있다면 DC형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IRP은 소득이 있다면 누구나 자율로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유형이다. DB·DC형의 퇴직금도 IRP계좌로 받게 된다. 또한 투자형으로 관심이 높은 DC형과 IRP은 투자 수익 이외에도 연말정산 세액공제의 혜택이 있다. 연금 사각지대 해소될까? 2018년 기준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1.4%였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24.0%에 그쳤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대기업 근로자에 비해 노후대비가 취약할 수 있다. 퇴직금 수급권 보호 측면 뿐 아니라 적은 적립금 규모에서 발생하는 퇴직연금 운용의 난점도 지적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오는 4월 14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가 도입된다. 30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납입한 퇴직급여 부담금을 모아 공동의 기금을 조성해 운용하는 제도다. 기금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용하는데, 설립 초기에는 외부전문가위탁 운용방식(OCIO) 등이 활용될 방침이다. 더불어 오는 7월 12일부터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된다. 지난해 12월 9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했다. 디폴트옵션은 이른바 '퇴직연금 방치 방지 제도'이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일정 기간 적립금을 방치해두면 자동으로 미리 지정해놓은 포트폴리오에 따라 적립금을 굴려주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대부분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의 원리금보장상품 편입 비중은 2018년 90.3%, 2020년 89.3%, 2021년 9월 86.4% 등이다. 이는 운용 책임을 기업이 지는 DB형의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21년 9월 말 국내 퇴직연금 총 적립금 규모는 266조원이고 이 중에서 DB형은56.9%(151조2000억원)를 차지했다. 때문에 저금리 환경에서 퇴직연금이 사실상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왔고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된 것. 디폴트옵션이 작동하려면 우선 가입자와 사업자가 원리금보장상품이나 TDF(타깃데이트펀드)·혼합형펀드, 스테이블 밸류 펀드, 부동산 인프라 펀드 중에서 하나 이상을 사전에 정하는 계약을 맺어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TDF 투자가 좋다고 추천한다. TDF는 은퇴 목표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 비중을 운용사가 알아서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다. 주식 비중이 일시적으로 80%까지 올라가도 추후에 위험 비중을 조절하는 만큼 퇴직연금 적립금 전액을 담는 것도 가능하다. TDF와 닮은꼴인 TIF(타깃인컴펀드)도 인기가 많다. TIF는 은퇴 후 쓸 돈을 정기적으로 인출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 2022-03-14 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