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태(52) 씨는 2019년 중국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무려 16년 만의 귀국이었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이는 50대 진입을 앞뒀는데, 보유하고 있는 뚜렷한 기술이 없는 게 문제였다. 이에 권영태 씨는 뭔가를 배워야겠다고 생각, 국비지원이 되는 한국폴리텍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대구에 거주하던 권영태 씨는 2020년 대구 캠퍼스를 찾았다.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기술 자격증을 더 보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의 관심을 끈 분야가 공조냉동. 공조냉동 신중년특화과정 교육은 대전 캠퍼스에서 진행됐다. 그는 대구에서 멀리 대전까지 찾아가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수업이 진행됐는데요. 신중년특화과정은 신중년 눈높이에서 교육을 해주고, 지원도 아낌없이 해줍니다. 기숙사도 지원해줘서 학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죠. 한국폴리텍대학이 어떤 개인 학원보다 좋은 것 같아요.”
권영태 씨는 4개월 동안 공조냉동·에너지·가스 세 분야의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실기시험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관심을 조금만 더 갖고 시간 투자를 하면 자격증을 병행 취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격증이 많으면 취업할 때 이점이 된다.
“저는 문과, 경영학과를 졸업했어요. 필기시험은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실기시험은 처음 해보는 거라 힘들더라고요. 실기시험은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니까 손에 익도록 연습을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학교에서 실습을 많이 할 수 있게 지원해준 덕에 실기시험도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권영태 씨는 한국폴리텍대학 교육 수료 후 곧바로 취업에 성공해 지난해 7월부터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일하고 있다. 선수촌 용역회사와 계약해서 근무하게 된 것. 그는 기계팀에 소속돼 냉난방기 관리 및 공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권영태 씨는 이제 경력 1년 차로 많이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자기 사업을 하던 사람인데 신입부터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웃으며 “그런 생각이면 자격증 취득도 못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하나라도 더 배우고 내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영태 씨는 공조냉동기계기능사의 장점에 대해 “기술직이다 보니 정년이 보장된 점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하면서 공조냉동기계산업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경영학과가 유사 관련 학과로 인정받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권영태 씨는 이후 기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고, 창업도 생각하고 있다. 어쨌거나 기술을 갖고 있으니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의 선택지가 다양하다고 느낀다.
“요즘은 정년이 되기 전에 퇴직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새로운 방향이나 길을 찾아야 될 텐데 조금만 노력해서 정보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우리 주변에 국비지원 교육도 많거든요. 전 친구들한테 한국폴리텍대학 수업을 많이 추천합니다. 문과를 나왔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자신한테 맞는 기술을 찾으라고 말해요. 국비 교육을 잘 활용해서 기술 자격증을 취득하면 앞으로 10년, 길게는 30년의 생활이 좀 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그런 희망을 갖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세요!”
지구온난화 시대에 공조냉동 분야가 주목받는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공조란 공기조화(Air Conditioning)의 줄임말이다. 공조냉동 업무를 쉽게 설명하면 건물의 냉난방을 관리하며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공조냉동 분야 취업의 첫 단계 자격증이자 누구나 취득할 수 있는 공조냉동기계기능사를 소개한다.
공조는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박테리아·먼지·유해 가스를 제거해 실내에 있는 사람과 물체에게 가장 쾌적한 환경을 조절하거나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는 현장에서 공조냉동기계를 설치·운전하며, 냉매를 교환·보충하는 업무를 맡는다. 압축기, 응축기, 증발기, 펌프, 모터, 밸브 등과 같은 부속 설비를 관리, 보수, 점검하는 업무 또한 수행한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는 지구온난화와 맞물리며 주목받는 직업이 됐다. 기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미세먼지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쾌적한 환경에 대한 갈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공기조화와 냉동기계설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유지·보수를 하는 엔지니어의 수요가 늘어났다. 앞으로 없어서는 안 될 직업으로 예상되는 공조냉동기계기능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누구나 자격증 취득 가능
공조냉동기계기능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국가기술자격증을 발행한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 제도는 냉동과 공기조화에 관한 공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공조냉동기계와 관련된 생산, 공정, 시설, 기구의 안전관리 등의 직무를 담당할 기능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제정됐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는 공조냉동기계 분야 첫 단계로,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다. 다만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기계과·냉동공조과 등 관련 과를 전공했거나, 직업전문학교나 전문기술학원 등을 통해 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 취득에 좀 더 유리하다.
기능사 위의 단계인 산업기사, 기사, 기술사는 응시 자격이 있다. 전문대학 이상 관련 학과를 졸업했거나 실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다른 말로 설명하면 공조냉동기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경력이 없다면 무조건 기능사 자격증부터 취득해야 한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증은 필기시험, 실기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주어진다. 둘 다 1년에 4번 시행되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받아야 한다. 자격증 시험 응시자는 인기를 입증하듯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필기시험은 2021년 기준 7913명이 응시했으며, 4047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51.1%다. 실기시험은 57.7%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그 이전 연도 통계도 비슷했으며, 평균 합격률은 50%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필기시험 과목은 공조냉동, 자동제어 및 안전관리다. 냉동기계, 공기조화, 보일러설비 설치, 유지·보수공사 안전관리, 자재관리, 냉동설비 설치, 공조배관 설치 등에서 문제가 출제된다. 객관식 4지 선택형 60문항이 출제되고 시험 시간은 1시간이다. 기출문제를 위주로 열심히 공부하면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다.
실기시험은 2022년까지 작업형(동관 작업+동영상)으로 시행됐으나, 2023년부터는 작업형의 동영상 시험이 폐지되고 필답형이 도입되어 복합형(동관 작업+필답형)으로 시행된다. 동관 작업은 주어진 재료를 활용해 도면과 같이 작품을 제작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시험 시간은 약 2시간이다.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실기시험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 교육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실기시험을 치를 때 유의할 점은 동관 작업 시험을 위해 준비물을 지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제시한 준비물은 유성 사인펜, 직각자, 계산기, 몽키스패너 등 종류도 다양하고 총 18종에 이른다. 그러나 준비물을 지참하지 않았다 해도 감점이 되진 않는다. 작업에 꼭 필요한 물건들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공구 위주로 준비물을 지참할 것을 조언했다.
중장년 취업에 왜 좋을까
공조냉동기계기능사는 정년이 없는 기술직으로 중장년을 위한 취업 교육이 확대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폴리텍대학 대전캠퍼스에서는 공조냉동 직종 신중년특화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전액 국비지원 교육과정이다.
신중년특화과정에서는 △공조냉동설비 △배관설비 △용접설비 △CAD △설비 자동제어 등을 교육한다. 교육생들이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 현장 실무를 이끌어갈 기술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백승문 한국폴리텍대학 녹색산업설비학과장은 공조냉동 분야가 유망 직종인 이유에 대해 “요즘은 모든 건물에 냉난방 시설이 잘돼 있고, 큰 건물에는 기계실이 따로 있을 정도다. 이로 인해 공조냉동 분야의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계설비법이 바뀌어서 의무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승문 학과장은 “보통 나이가 들면 취업이 어려운데 공조냉동 분야는 50대 중반에 은퇴한 후에도 취업이 가능하다. 60대까지도 괜찮다”고 말했다. 백 학과장은 “산업설비 계열은 워낙 수요가 많고 70대까지도 일할 수 있어서 제2의 직업으로 좋다”고 덧붙였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다양한 방향으로 취업할 수 있다. 에너지와 가스 자격증을 함께 따면 취업이 더욱 쉬워진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증 취득 후 주로 공조냉동설비 관련 업체, 냉난방 및 냉동장치 제조업체, 냉동고압가스업체, 식품냉동업체 등으로 취업한다. 건설업체, 감리전문업체, 엔지니어링업체, 정밀기계제조업체, 제약회사 등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의 기술인력,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의한 냉동기 제조시설의 안전관리책임자, 건설기술관리법에 의한 감리전문회사의 감리원 등으로도 고용될 수 있다.
전문가는 공조냉동기계기능사의 평균 연봉은 3000만 원 정도라고 짚었다. 경력을 쌓아 기사 이상 되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4000만 원대 이상도 벌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기계설비유지관리 선임이 되거나 창업하면 더욱 많은 수익이 보장된다.
환경과 패션을 결합한 신개념 패션쇼에 시니어 모델들이 나섰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신당동 르돔에서 진행된 ‘FASHION for ECO with EMA’가 성료했다.
이번 행사는 ‘친환경, 지구를 살리자’라는 주제로 (주)엘리트모델에이전시(EMA)와 K-패션의 리더 와이쏘씨리얼즈(Whysocerealz), 트리플루트(TRIPLEROOT)가 함께 기획했다. 패션쇼뿐만 아니라 MUD의 댄스 퍼포먼스, 나무 심기, 바자회 등 환경을 생각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시선을 끌었다.
패션쇼의 또 다른 특이점은 무대에 오른 모델들이 모두 시니어모델이라는 점이다. 엘리트모델에이전시는 시니어모델 전문 에이전시이자 아카데미다. 시니어모델들은 패션쇼의 의미가 좋아 적극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패션쇼의 의상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책임졌다. 즉, 환경보호를 주제로 신구가 조화를 이루며 의미를 더했다.
와이쏘씨리얼즈 이성빈 디자이너는 ‘FASHION for ECO with EMA’를 연 배경에 대해 “트리플루트와 EMA와 함께 행사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콘셉트에 대한 논의 중 ‘ECO’, ‘친환경’, ‘지구를 살리자’의 콘셉트로 하면 어떨까라고 의견을 제시했고, 모두 동의해 진행됐다”라고 밝혔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쇼를 두개의 파트 ‘일상생활 속 환경오염 vs 일상생활 속 지구 지키기’로 나눴고, 반전되는 무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쇼를 준비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서 “그동안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모르고 살았다. 제가 일상에서 하는 행동들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도 몰랐다.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아는 것이 힘이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쇼에서는 ‘일상생활 속 환경오염’에 대해 일회용 컵으로 커피 마시기, 텀블러·물티슈·치약 과다 사용, 유튜브 과다 시청 등을 언급했다. 반대로 ‘일상생활 속 지구 지키기’에 대해서는 전기 절약, 계단 사용, 헌 옷 기부, 손수건 사용 등 일상에서 쉽게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이번에 쇼를 준비하면서 배운 게 많다. 당장 평소에 사용하는 일회용 컵부터 친환경 소재로 바꾸게 됐다. 포크·나이프, 포장재, 완충재, 봉투 등도 마음만 먹으면 모두 친환경 소재로 바꿀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트리플루트 이지선 디자이너는 “환경과 패션의 만남을 통해 일상에서부터 작은 행동들을 실천해 변화를 희망했다. 모든 실천은 나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신 100분께 감사드린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해 우리의 취지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알렉스 강 EMA 대표는 “단순히 즐기는 패션쇼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의미 있는 패션쇼를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패션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지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로 융합될 때 더 많은 의미와 멋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환경보호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도 시니어모델들과 함께 친환경적,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패션쇼를 기획하려고 한다”면서 많은 응원을 당부했다.
여름철 유난히 발병이 잦은 질병이 있다. 중장년 남성에게는 ‘요로결석’이 대표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요로결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2015년 26만6493명, 2017년 28만3754명, 2019년 30만7938명으로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다른 계절에 비해 7~9월 여름철에 요로결석 환자가 많았는데, 특히 8월에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 환자가 2배 가량 많다. 연령대별로는 젊은 연령층보다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요로결석 환자 증가 추세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은 매년 50만 여명이 요로결석 때문에 응급실을 찾고 있고, 환자 수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요로결석은?
요로결석은 요로계에 결석이 만들어져 소변 흐름에 장애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격심한 통증을 일으키거나 요로 감염, 수신증, 신부전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결석은 소변 속 칼슘과 인산염, 요산, 수산염 등이 결합해 결정체로 변해 나타난다.
요로결석 증상은 갑작스레 옆구리 통증 같은 측복부 통증을 느끼며 나타난다. 의학계에서 출산, 급성 치수염과 함께 ‘3’대 통증‘으로 부를 만큼 극심한 통증이 대표 증상이다. 남성은 하복부와 고환, 음낭으로, 여성은 음부로 통증이 뻗어간다.
결석이 방광 근처까지 내려와 위치하면 빈뇨 등 방광 자극 증상도 발생한다. 통증이 심할 때는 구역과 구토, 복부행만, 혈뇨를 동반하기도 한다. 또 요로 감염, 수신증, 신부전을 유발하기도 한다.
수신증은 콩판에서 요관과 방광으로 내려가는 길이 막혀 소변이 고이고, 이로 인해 막힌 부위 압력이 상승해 콩팥 신우와 신배가 늘어나는 증상이다. 신부전은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요로결석 치료법은?
요로결석 대부분은 소변에 포함돼 자연스럽게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깨진 칼날 조각이 엉겨 붙어있는 듯한 결석 모양 때문에 배출될 때까지 극심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비뇨기과를 빠르게 방문해 치료받는 것이 좋다.
비뇨기과를 방문하면 의사 진단에 따라 약물요법과 체외충격파쇄석술, 요관경하 배석술, 경피적 신쇄석술, 복강경 및 개복수술 같은 방법으로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
요로결석 원인은?
요로결석은 식이 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발병 원인은 수분 섭취 감소다. 물을 적게 마시면 요석결정이 소변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요석이 더 크게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요로결석은 유전적인 소인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나 후천적인 생활습관도 연관성을 보인다. 요로결석을 유발하는 식습관은 예방법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비만도 요로결석 원인이다. 과체중이 되면 소변의 화학성분이 결석이 생기기 쉬운 상태로 바뀐다.
여름에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온도와 계절은 요로결석 발생에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면서 소변량이 줄어든다. 그만큼 소변 농도가 짙어지면서 요로결석이 만들어지기 쉬워진다. 또 햇볕에 많이 노출되면 비타민D가 많이 만들어지는데, 이런 현상이 요로결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더운 여름철에 요로결석 환자가 늘어난다.
요로결석 예방법은?
요로결석은 식습관으로 쉽게 예방할 수 있다.
① 수분 섭취
수분 섭취 감소가 요로결석의 가장 큰 발병 원인이다. 따라서 가장 예방법에서도 가장 중요한 방법이 수분 섭취 증가다. 충분한 수분 섭취를 위해 하루 1.5~2L 가량의 수분 섭취를 권장한다.
② 과다한 염분 섭취는 금물
염분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칼슘뇨를 유발하고 구연산 배설을 줄인다. 따라서 염분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염분이 많은 냉동 식품, 생선이나 육류의 캔류 가공식품, 김치, 간장, 피클, 된장,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③ 과도한 수산화나트륨 섭취 제한
소변에 수산화나트륨이 많이 나타나는 고수산뇨증도 요로결석의 위험 인자다. 따라서 과도한 수산화나트륨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수산화나트륨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는 견과류와 초콜릿, 시금치, 홍차, 양배추, 파, 부추, 딸기, 당근이 있다.
④ 과도한 단백질 편식 제한
날씬하고 단단한 근육질 몸매를 만들기 위해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흔히 있다. 그런데 단백질은 잘 알려진 요로결석 위험 인자다. 따라서 결석 예방을 위해서는 과도한 단백질 편식을 제한해야 한다.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식품으로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 생선 등이 있다.
⑤ 적절한 칼슘 섭취
요로결석 환자에게 칼슘 섭취 제한은 오히려 결석 위험도를 높인다. 따라서 적절하게 먹는 것이 좋다. 칼슘이 많이 함유된 식품에는 저지방 요구르트와 밀크셰이크, 치즈, 우유, 연여, 버섯, 굴, 옥수수빵이 있다. 다만 고용량 칼슘 약제는 결석 위험도를 증가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⑥ 구연산 함유 식품 섭취
구연산은 결석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성분이다. 따라서 구연산 함유 식품을 먹으면 결석 예방에 좋다. 오렌지와 자몽, 귤 같은 시큼한 과일과 오렌지 주스에 구연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
요로결석에 대한 잘못된 상식?
요로결석 진단을 받으면 “맥주를 많이 마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맥주를 마시면 소변량이 늘어서다.
그러나 이 조언은 일부 중장년에게는 오히려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다. 소변이 지나는 통로에 크기가 6mm 이하의 작은 결석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알코올을 섭취하면 탈수현상 때문에 역효과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 맥주 속 퓨린 성분은 몸속에서 요산이 늘어나게 하는데 요산이 쌓이면 결석이 된다. 따라서 맥주 대신 물을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박형근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요로결석 환자의 30~50%가 5년 안에 재발한다”며 “재발을 피하려면 평소 수분을 충분하게 섭취하는 습관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럼에도 재발이 자주 일어난다면 병원을 찾아 요로결석을 일으키는 감염, 소변 양 감소 같은 원인을 제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전까지 환경이 선택사항이었다면, 지금부터는 필수다. 환경보호는 더 이상 소수가 주장하는 가치가 아니다. 이제는 기업을 경영하는 일도, 식품을 고르는 일도, 집을 짓는 일에도 모두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세상이 변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지구의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지난해 9월 세계기상기구(WM O)가 발표한 ‘2015~2019 전 지구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덥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가장 높은 기간이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는 이전 5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WMO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심각한 기후 위기를 지적하며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인 탄소 중립은 배출한 온실가스만큼 대기 중 온실가스를 제거해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 기업이 탄소 중립을 목표로 했다면 기업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나무를 심거나, 탄소를 줄이는 기술과 관련된 투자를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제시한 ‘그린딜’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10년 동안 1조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2050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연말쯤에 발표할 예정이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업계 관련자 및 각종 전문가와의 토론회를 활발히 개최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 중립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석탄과 같은 산업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통한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정부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 수립을 위해 치열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투자 기준, ESG
탄소 중립은 ESG 투자에도 영향을 주었다. ESG 투자는 기업의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투자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투자 포트폴리오의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기업 경영에서 환경이 이제는 필수로 고려해야 할 투자 기준이 된 것이다.
ESG 투자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ESG 투자 및 정책 동향’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12년 13조3000억 달러에서 2018년 30조6830억 달러로 3배 정도 증가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향후 20년간 ESG 펀드에 20조 달러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ESG 투자가 활성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수익률’이다. 지난 2월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ESG 투자 사례와 시사점’에 따르면, ESG 펀드는 ‘코로나19’라는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글로벌 투자 리서치 회사 모닝스타(Morning Star)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도 1분기에 유럽 전체 펀드 시장에서 1480억 유로가 이탈했지만, ESG 펀드에는 약 300억 유로가 유입되었다. 같은 기간 미국 ESG ETF에도 115억 달러가 들어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ESG가 중요해질 것이다. 환경오염 발생으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임직원의 도덕적 리스크 같은 문제가 터지면 바로 불매운동이 일어난다. ESG 관리 여부가 기업의 성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떠오르는 비거 노믹스
‘ESG’가 투자시장의 먹거리라면, ‘비건’은 식품시장의 먹거리다. 최근에는 ‘비거 노믹스’(Veganomics)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채식주의자(Vegan)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를 뜻한다. 채식을 비롯해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물건을 만드는 전반적인 산업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시장이 바로 대체육 식품시장이다.
대체육은 진짜 고기처럼 만든 인공 고기로서, 향후 떠오르는 유망 식품 분야 중 하나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 세계 대체 육류시장 규모는 41억 달러로, 2026년까지 8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체육 시장은 ‘비욘드미트’(Beyondmeat)와 ‘임파서블푸드’(Impossiblefood)가 이끌고 있다. 임파서블푸드는 2011년 설립된 푸드테크* 회사다. 두 회사는 코로나19 상황에도 건재함을 보여줬다. 지난 5월 비욘드미트는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4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같은 기간 새롭게 입점한 유통 점포만 777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코로나19에도 끄떡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국에서 일어난 육류 대란 때문이다. 육가공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대부분 문을 닫거나 부분적으로 운영됐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대체육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대체육의 선호가 단순한 현상에 그치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체육 시장은 꾸준하게 성장세를 보였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 현대의 밀집 사육, 도축 시스템이 전염병 확산에 일조한다는 분석과 함께, 영양뿐만 아니라 맛까지 더해진 대체육은 혁신적인 상품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미래에는 대체육 식품이 하나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푸드테크(Food-tech):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식품 및 관련 산업에 4차 산업기술 등을 적용해 이전보다 발전한 형태의 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
해외 사례로 본 제로 에너지
제로 에너지 건축 시대도 성큼 다가왔다. 탄소 배출이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제로 에너지 건축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건물 부문이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 중 36%로 집계됐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9%로 나타났다. 결국 건물이 탄소 배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셈이다.
필요성과 더불어 시장성도 갖춰졌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의 세계 산업시장은 2017년 기준 420조 원, 2024년은 156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필요성과 함께 시장성도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박진서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권 문제가 부각되고,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 더 강화되면 앞으로 제로 에너지 건축물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제로 에너지 건축은 단열과 공기 유출을 최대한 막아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건물을 짓는 것이다. 에너지 제로화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바깥 온도의 변화가 건축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적은 에너지로 실내 환경을 유지하게 하는 패시브,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지만 높은 성능으로 운전할 수 있거나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액티브가 있다. 예를 들면 패시브에는 고성능 창문, 액티브에는 고효율 LED 조명이 있다. 마지막으로 태양광 발전과 같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신재생 기술이 있다. 오른쪽 박스 내용은 이러한 기술들을 적용한 해외의 제로 에너지 건축물 사례다.
해외의 제로 에너지 건축물
베딩톤 제로 에너지 단지(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
2002년 런던에 위치한 오수처리시설 부지를 친환경 주택 단지로 조성한 것이 베딩톤 제로 에너지 타운이다. 알록달록한 닭 벼슬 모양의 환풍기가 유명하다. 이 환풍기를 통해 실내 환기와 건물 내부의 온도를 조절한다. 모든 주거용 공간은 남향으로 배치하고, 3중 유리를 설치해 태양에너지 이용을 극대화한다. 낭비되는 에너지도 없다. 주택의 지붕 위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빗물과 오수의 정화수는 화장실과 옥상정원 관리에 활용한다. 주민은 자가 차량 운전을 최소화하고 전기차를 이용한다.
불릿센터(Bullitt Center)
2012년에 준공한 미국 시애틀의 불릿센터는 ‘살아 있는 건물’로 불린다. 환경자선단체인 불릿재단이 건축한 건물이다. 시애틀의 다른 고층빌딩보다 에너지 효율이 약 80% 정도 높다. 지붕에 있는 575개의 태양광 패널은 1년 동안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곳은 화장실이 특이하다. 일반 화장실은 배설물이 정화조에 차면 오수관으로 배출된다. 반면 이곳의 화장실 배설물은 시설 내 설치된 장치로 퇴비화 작업을 거친 후 원예용 퇴비로 만들어진다.
펄 리버 타워(Pearl River Tower)
2013년 중국에 준공된 펄 리버 타워는 건물 내부에 풍력 발전기가 있다. 71층 규모이며 높이는 303m다. 중국의 담배회사 CNTC(China National Tobacco Corporation) 본사 건물이다. 건물 전면을 관통하는 개구부가 남쪽과 북쪽에 각각 4개씩 있는데, 건물로 불어오는 남풍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 전기는 건물의 공조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쓰인다. 창문은 자연 환기를 위해 이중 유리벽으로 만들었고, 태양광 패널로 생산한 전기는 냉난방에 쓰인다.
환경보호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필(必)환경’ 시대, 우리는 지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활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통계와 수치를 통해 알아본다.
뜨거워지는 지구, 급습하는 이상 기후
폭염, 산불, 태풍 등 오늘날 지구는 이상 기후로 신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9개월간 이어진 호주 대규모 산불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외에도 2017년 남미 아르헨티나에서는 영하 25℃까지 기온이 내려갔고, 올해 6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은 38℃를 기록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기후 재앙’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31.4일간 폭염이 이어졌고, 지난해 7개의 태풍이 지나갔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와 학자는 입을 모아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 배출이 그 원인이라 지적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
일회용 플라스틱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5년 플라스틱에서 유래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3.8% 수준이지만, 2050년에는 온실가스의 15%가량이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세계 교통수단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 비중과 같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이 큰 나라 중 하나다. 현재 국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의 소비량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공장식 축산업
공장식 축산업도 지구 온난화의 큰 원인 중 하나다. 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71억tCO₂eq(온실가스 배출량 단위)으로, 전체 배출량의 14.5%에 달한다. 육류 중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식재료는 소고기다.
노력하면 희망이 보인다
환경부 온실가스정보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는 정부가 2014년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5억4300만 t)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통계도 보였다. 환경부는 같은 자료에서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3.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프가 우하향한 것은 2014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이상 기온에 시달리고 있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서 환경을 위한 개개인의 작은 실천도 중요하다. 당장 습관을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좀 더 관심을 갖고 미래 세대를 위해 행동하는 현명한 시니어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푸른 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이 펴낸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라는 책을 얼마 전 읽었다. 저자는 기후 위기 대응 NGO 활동으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에서 수여하는 ‘생명의 토지상’을 받았다.
2017년 5월에 출간됐으니 이미 한참 구간이 된 책이다. 물론 화제의 베스트셀러는 되지 못했다. 이 책은 몽고에서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유목민들이 대대로 살아왔던 초원이 사막으로 변해 황폐화된 후,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초원이 사막으로 황폐화되면서, 몽고 유목민들이 초원 대신 대도시 쓰레기장 근처의 난민촌으로 몰려들며 어떻게 환경 난민이 됐는지, 또한 어떻게 ‘푸른 아시아’와 함께 극복하고 있는지, 생태 회복에 관한 NGO 활동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발간된 지 3년이 지나서야 이 책을 읽었고, 그 후 생각이 많아졌다. 그동안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며 살았구나 하는 질책도 스스로에게 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구 온난화와 미세먼지, 황사를 짜증스러워하고 불평만 해댔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는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세대는 목적지를 향해 돌아가는 사람은 바보취급 당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지름길과 사잇길로 남보다 더 먼저 도착하고 남보다 더 멀리 도달하려고 안달했다. 늘 바쁘고 분주한 삶이었다. 이런 일상 속에서 지구 환경을 염려하고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건 사치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물 절약을 위한 나만의 생활 철칙, 소소한 방법 두 가지
이제 비로소 눈을 위로 치켜뜨지 않고 내 발밑까지 두루두루 훑어볼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작은 힘을 보태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내가 보태는 작은 힘을 꼽아보라고 묻는다면 정말 소소하지만 그래도 답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한 가지는 ‘이틀에 한번 머리 감기(?)’, 또 하나는 ‘양치질하면서 세면대 물 안틀어놓기’다. 이런 생활 습관을 갖게 된 것도 불과 5년 전부터다.
물과 기름을 가진 자, 미래 사회 지배자 되리
2015년에 영화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를 보고 난 후, 며칠을 당혹감에 시달렸다. 영화를 보면서 손과 다리가 덜덜 떨릴 만큼 공포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사막으로 변한 미래의 지구에서 물과 기름을 독점한 권력자 임모탄은 그 일가와 자신을 지키는 병사들만 견고하게 구축된 절벽 위 동굴에서 지내게 하고 자신의 왕국을 건설해 세상을 지배한다.
가끔 절벽 아래 사막을 떠도는 이들을 모아놓고 하사하듯 물을 절벽 밑으로 방류하면서 마치 조물주가 된 듯 세상을 주무른다.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기 위해 아래 세상은 지옥이 된다. 임모탄의 지배를 거부하는 이들은 물도 없고 기름도 없는 사막을 떠돌다 말라 타들어 죽거나 광폭한 지배자 휘하의 무장병사들에게 사냥감처럼 잡혀와 온갖 인체 실험 대상이 되어 서서히 죽어간다.
황폐한 미래 사회를 그린 너무나 리얼한 영상들에 손과 다리가 떨리고 공포감이 엄습했다. 미래에 내 딸의 아들 혹은 딸(그러니까 내 손자 손녀)이 저런 황폐화된 지구에서 살게 되는 건 아닌지 극도의 불안감이 몰려왔다. 물론 27세가 된 나의 딸은 결혼 생각도 없고 언제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버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나는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 서부지역, 물 부족 심각
미국 캘리포니아도 가뭄으로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 중 하나다. 사막에 자리 잡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주택 정원을 선인장으로 꾸며놓는 게 일반적인데 요즘엔 거주 구역별로 정해진 시간에 물을 줘야 한다. 집주인 맘대로 정원에 물을 주면 어김없이 벌금 고지서가 날아온다. 인근 주민이 몰래 지켜보다가 신고를 하는 것이다.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캘리포니아는 부족한 물을 콜로라도 주로부터 구매해 끌어 쓰고 있다. 과거에 미국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이었던, 초록색 잔디가 깔린 정원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스위트 드림은 이제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가뭄이 심해지자 주 정부는 각 주택이 정원의 잔디를 걷어내고 돌과 선인장, 물이 많이 필요 없는 플랜트로 디자인해 새롭게 정원 공사를 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 밖에 물 절약을 위한 다양한 홍보와 마케팅도 실시하고 있다. 이때 나온 슬로건이 바로 ‘Brown is New Green!’이다. 사막화를 막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 서부지역의 현실이다.
내가 전혀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몽고.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고비사막으로 여행이나 가볼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지냈던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책,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20년 전부터 나무를 심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유목민들이 늘고 있고 새롭게 마을이 형성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나무 심는 일을 묵묵히 해오고 있는 이 NGO 단체를 한국인들이 운영하고 있다니 자랑스럽기만 하다.
기후 환경 변화에 관심을 갖게 해줄 한 권의 책,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와 한 편의 영화 ‘분노의 도로’. 깊어져 가는 가을날, 미래 세계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도 결국 인간의 난개발과 이로 인한 기후 변화, 생태계 변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속에서 발생한 게 아닐까? 코로나19로 전 세계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모래폭풍 속으로 우리 모두 들어가고 있음을 자각하게 됐다.
어느덧 11월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여파인가 아직 겨울의 찬 기운보다는 가을의 그림자가 길게 그리고 더 짙게 남아 있음을 실감하는 나날입니다. 구절초꽃 피면 가을 오고 지면 가을 간다는데, 구절초꽃 한 송이 소개 않고 가을을 맞았으니 이제라도 구절초 꽃다발 한가득 내밀며 가을을 보내려 합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특산식물로서, 높은 산 바위 절벽에 피는 희귀한 구절초 한 다발 치켜들며 가는 가을에 작별인사를 합니다.
이름하여 바위구절초가 그 주인공입니다.
구절초, 이화구절초, 울릉국화, 포천구절초, 남구절초, 한라구절초, 신창구절초, 산구절초 등과 함께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된 9종의 국내 자생 구절초 가운데 하나입니다. 강원도 이북의 높은 산 능선에 주로 자라며, ‘바위’란 단어가 이름의 앞자리를 차지할 만큼 암벽을 유난히 좋아하는 전형적인 북방계 고산식물입니다. 당연히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고향’인 백두산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데, 수목한계선 위 화산석이 바닥에 깔린 평원지대에서 흔히 자랍니다. 백두산의 가을이 이미 시작된 8월 초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원형의 능선 주변 암벽에 핀 꽃도 바로 바위구절초입니다.
생존 환경이 열악한 암벽에 붙어사는 바위구절초는 돌마타리나 바위떡풀, 산솜다리, 벌깨풀 등 비슷한 여건에서 사는 다른 고산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악조건들을 이겨내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진화했습니다. 세찬 바람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키를 낮추고 줄기나 잎 등 전초를 가는 털로 감싼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실제 바위구절초는 전초의 높이가 20cm 안팎에 불과한데, 이는 구절초 중 가장 작은 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위 겉이나 좁은 틈새에 붙어사는 만큼 땅속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하고 옆으로 뻗으며 번식합니다.
8월에서 10월 사이 한 뼘 정도 길이의 꽃대 끝에 백색 또는 연한 홍색의 꽃이 하나씩 달리는데, 지름 3cm 안팎의 머리모양꽃차례는 전초나 화경에 비해 매우 크게 느껴집니다. 돌려나는 잎은 가늘고 깊게 깃꼴 모양으로 갈라집니다.
바위구절초는 가늘고 긴 잎 때문에 ‘가는잎구절초’라고도 불리는 산구절초의 일종인데, 바위구절초와 산구절초를 같은 종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산구절초는 깊은 산 중턱부터 자생하며, 키가 높게는 60cm까지 자라 바위구절초의 3배 정도 됩니다. 높은 산 정상에서 만나는 바위구절초는 대개 고산식물의 꽃들이 그러하듯, 잡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꽃색으로 눈길을 끕니다. 산구절초는 물론 낮은 곳에서 자라는 여타 구절초에서 느낄 수 없는 고졸한 기품과 기상이 엿보인다고 할까요.
Where is it?
“한국 북부, 중국 동북, 러시아 극동지구에 분포한다. 전국의 고산지대 산정에서 자란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분포지 설명인데, 막연하다. “강원도 금강산·설악산, 함경남도 부전고원, 함경북도 관모봉 등지에 분포한다.” 국립공원공단의 식물종 정보인데, 역시 아쉽다. 백두산 이외, 남한 땅에서 바위구절초를 손쉽게 만나는 곳은 석병산(石屛山)이다.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해발 1055m의 석병산은 정상 일대를 석회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쌓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었다. 바위구절초는 물론 두메닥나무, 바위솜나물, 시호, 큰제비고깔 등 희귀 북방계 식물의 보고로 유명하다. 바위구절초는 정상인 석병산 표지석 주변 일월문, 일월봉 등 암벽까지 올라야 만날 수 있다.
35년간 암을 연구해온 암 과학자 김규원(金奎源·68) 서울대학교 약대 명예교수. 그는 2006년부터 투병해온 암 환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에게 암은 한때 동료처럼 친근했지만, 하루아침에 어둠 같은 존재로 돌변했다. 그러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자 몸과 마음이 공명하기 시작했고, 육체적 상실은 정신적 자유로 승화했다. 아직 암은 완치되지 않았지만 그는 ‘미로 속에서 암과 만나다’를 통해 어둠 속 암에 작은 희망의 등불을 비춰보고자 한다
단순 비염으로 여기고 이비인후과를 찾았던 김 교수. 얼마 뒤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비강상악동 미분화암종’이라는 희귀 암 진단을 받은 것. 암 연구자답게 그는 관련 문헌부터 찾아봤다. 자료에 따르면 극히 희귀한 암으로, 증식 속도가 매우 빨라 판정 후 생존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하며 뚜렷한 치료법도 없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암들은 치료 방식이 확립돼 있어 대부분 생존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제 경우엔 워낙 희귀 암인 데다가 몇 개월 안에 사망한다니 무척 막막하더라고요. 그동안 쌓아온 암에 관한 지식도 그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더군요. 관념적으로만 대해왔던 암과 실제는 천지차이였죠. 온통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휩싸였고 모든 게 다 멈춰버린 듯했어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딸과 아내에게 유서도 미리 써둘 정도로 불안했었죠. 당시 딸아이가 고1이었는데, 대학 갈 때까지만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더라고요.”
몸과 마음의 공명으로 찾은 평안
다행히 그는 투병생활을 잘 견뎌냈고, 간절했던 소원도 이뤘다. 또 그동안의 경험을 담은 저서 ‘미로 속에서 암과 만나다’도 펴냈다. 같은 처지의 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더 빨리 선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간 두 번이나 재발이 됐고 후유증 치료를 하느라 시간이 부족했어요. 중간에 전공 관련 서적을 출간하긴 했지만, 이번 책은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염두에 두고 쓴 거라 의미가 다르죠. 전반부에는 당시 수기로 적어뒀던 투병일지를 실었고, 후반부에서는 항암제와 암의 역사를 짚어봤어요. 제 경험을 통해 공감과 위로의 말씀도 드리고자 했지만 암 연구가 나아갈 길을 논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인 희망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만큼 의연해진 모습이지만, 김 교수 역시 처음엔 고통스러웠다. 무엇보다 자신의 존재를 사라질 수 있게 하는 죽음이 눈앞에 와 있다는 공포가 가장 컸다. 주변에서 건네는 위로의 말에 힘을 얻기도 했지만, 충격의 나날들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동료나 제자들이 와서 긍정적인 말을 해주면 잠시 기운이 나요. 그러다 혼자일 땐 피할 수 없는 두려움과 마주하곤 했죠. 바로 ‘죽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어느 누구도, 가족조차도 내 앞에서는 죽음을 언급하지 않았어요. 저 혼자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였던 거죠. 초반엔 죽음만 떠올리면 마음이 확 얼어붙었어요. 굳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진 건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면서부터였죠.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다 죽는다, 누구도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생성된 모든 것은 변화와 소멸을 겪는다, 나도 마찬가지, 암도 마찬가지…. 명상을 통해 그런 생각들에 집중하다 보니 차차 덤덤해지고 편해지더군요. 그렇게 얼어 있던 마음이 녹아 흘러가고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안을 되찾으려 애쓰고, 명상으로 마음이 아물어갔지만, 몸 곳곳엔 암이 휩쓸고 간 흔적이 뚜렷했다. 후각과 미각, 그리고 청각 대부분을 상실했고, 괴사가 일어난 얼굴엔 눈에 띄는 구멍까지 생기고 말았다. 2년 5개월에 걸친 11차례의 성형수술 끝에 구멍은 다행히 메웠다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을 터. 혹시 외적인 변화로 인한 상실감에 우울하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당연히 상실감이 컸죠. 암이 제일 큰 원인이지만 노화로 인한 변화도 있었어요.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생성된 모든 것들은 변화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나이가 들고 병이 생기니 당연히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건강하던 젊은 시절에 매여 있는 건 집착이죠. 몸의 흐름에 마음이 따라가면 되는 거예요. 달라져가는 모습에 상실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내면의 소리에 따라 몸과 마음이 공명하면 금방 적응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야로 바라보는 암과 약
김 교수는 몸소 암을 겪으며 외부 대상에만 비췄던 연구의 관점이 자연스레 스스로를 향하기 시작했다.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그에 따른 감각, 감정의 흐름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더불어 고통을 겪는 환자 등 주위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의 폭도 넓어졌다. 무엇보다 그는 투병 과정을 통해 암을 새로운 측면에서 바라보고 연구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현재까지의 암 연구는 세분화에 집중해왔어요. 크고 넓은 시야로 바라보지 않고, 암 세포나 유전자 등 세밀한 영역으로만 파고들었던 거죠. 가령 암 분야에서 가장 해결이 안 되는 게 ‘전이’입니다. 암이 전이되려면 림프계나 면역계, 순환계 등을 거쳐야 하는데, 어떤 이유로 우리 몸의 시스템이 전이가 가능하게 놔두는 것인지, 몸속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어떻게 암세포와 상리 공생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데, 그 해답에 대한 실마리를 찾으려면 암을 조금 멀찍이 두고 봐야 한다는 거죠.”
김 교수는 2017년 정년퇴임 후에도 서울대학교 약대 명예교수 겸 석좌교수로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제2인생에 대한 계획을 묻자 그는 별다른 재능이 없어 전공의 연장선에서 일궈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스스로 지은 아호 ‘약산’(藥山)처럼 그야말로 약학 분야의 외길을 걸어가는 셈이었다. 그런 그가 향하는 약산의 정상은 어떤 모습일까.
“약학 분야에서 큰 공적을 쌓아 산을 이루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산처럼 높은 곳에 올라서서 보면 약학 분야를 좀 더 넓고 깊게 조망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아호도 그리 지은 거죠.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항생제는 10~20%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농축산물이나 어류 양식장 등에 쓰이죠. 그런 항생제의 남발로 지구상의 수많은 미생물과 생태계에도 문제가 생길 텐데, 우리는 인간 중심적으로만 약을 대해온 것 같아요. 이제 약의 용도가 뭔가를 죽이고 박멸하는 기능에만 머무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약의 지평을 넓혀가야만 현재 인류가 겪는 지구온난화나 환경오염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주 먼 옛날 높은 산 인적이 드문 암자에 노스님과 동자승이 살았습니다. 어느 겨울날 노스님이 양식을 구하러 마을에 내려갔는데, 그만 큰 눈이 내려 길이 끊기는 바람에 제때 암자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천애고아였던 동자승은 이제나 오시나 저제나 오시나 하며, 암자 밖으로 나와 노스님을 기다리다 그만 얼어 죽었습니다. 뒤늦게 돌아온 노스님이 몹시 애통해하며 양지바른 곳에 동자승을 묻어주었는데, 그해 여름 억수 같은 장대비가 그친 뒤 바로 그 자리에 주황색 꽃이 피어났습니다. 동자승의 해맑은 얼굴을 똑 닮은 동그란 꽃이 피어났습니다.
처연한 주황색 동자꽃에 담긴 애잔한 전설. 진부하고 상투적이지만, 그래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연에 턱없는 소리 말라며 내치기는커녕 한 번 더 들여다봅니다. 오래전 야생화의 진가를 미처 알지 못하고, 하나하나 그 이름을 불러주지도 못하던 시절 푹푹 찌는 무더위를 피해 경기도 양평의 한적한 골짜기에 들었습니다. 용문산과 유명산 사이 임도를 지나는데 가까이에 꽃 한 송이가 눈에 띄기에 차를 세웠습니다. 장미처럼 붉은 것도 아니고, 원추리처럼 노란 것도 아닌 묘한 중간색의 꽃. 지름 4㎝ 안팎의 단정한 생김새에 티 없이 맑고 밝은 주황색 꽃 색이 참 매력적이어서 하염없이 바라보며 “너는 어디서 온 누구냐”라고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꽃이 바로 ‘어린 동자승의 눈물 꽃’임을 뒤늦게 알고는, 왠지 모를 처연함을 주체할 수 없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 어느 산에서나 흔하게 자라는 동자꽃. 높고 깊은 산에서는 초입에서도 자라지만, 도심 인근의 산에서는 숲 안으로 조금은 들어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전초는 키 50㎝에서 1m 정도. 잎은 마주나고 긴 타원형, 또는 둥근 타원형에 끝이 뾰족합니다. 한여름인 7~8월 줄기와 잎겨드랑이에서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주황색 꽃이 한 송이씩 달립니다. 꽃은 지름 4㎝ 안팎의 납작한 원형인데, 가운데가 파인 거꿀심장모양의 꽃잎 5장이 둥글게 원을 그립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전국 어디서나 비교적 손쉽게 볼 수 있는 동자꽃 이외, 3개의 유사종 동자꽃이 더 있습니다. 꽃은 물론 잎과 줄기 등 식물체 전체에 길고 흰 털이 있고 진홍색의 꽃잎이 손가락 굵기 정도로 갈라지는 털동자꽃, 진한 홍색의 꽃잎 5장이 전체적으로 동그란 원형을 유지하되 각각의 꽃잎 끝이 잘게 갈라져 끝이 뾰족뾰족한 톱니바퀴를 연상케 하는 가는동자꽃, 그리고 제비동자꽃이 있습니다. 진홍색 꽃잎이 크게 5개로 나뉘고 각각의 꽃잎은 다시 4갈래로 가늘고 길게 갈라지는데, 날렵하게 뻗은 모습이 마치 제비의 꽁지를 닮았다고 해서 제비동자꽃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Where is it?
동자꽃은 전국에 분포하지만, 나머지는 쉽게 만날 수 없다. 털동자꽃은 남한에는 자생지가 거의 없고 백두산에나 가야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희귀식물인 가는동자꽃은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다 몇 해 전 부산 금정산 습지에서 극소수가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비동자꽃 역시 알려진 자생지는 대관령과 대암산 등 단 2곳에 불과하다. 지구온난화 및 불법 채취 등으로 절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다만 가는동자꽃이나 제비동자꽃은 인위적인 증식이 잘되는 편이어서, 자생지 이외 여러 식물원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