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X세대, MZ세대 등 직장 내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요즘, 세대 갈등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대립 양상은 기업 문화를 흩트리고 업무 성과를 저해하는 등 악영향을 불러오곤 한다. 기업에서는 세대 간 화합과 소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최근 각광받는 솔루션 중 하나가 ‘리버스 멘토링’이다. 단순히 나이와 직급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세대 간 고정관념이나 생활방식을 뒤집어보는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및 도움말 금천구청
‘불치하문’(不恥下問)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배움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기존의 ‘멘토링’과 반대 개념인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역멘토링) 또한 멘토(시니어)와 멘티(주니어)의 역할을 바꿔봄으로써 세대 간 학습과 이해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령화 흐름에 따라 리버스 멘토링의 필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 한 논문(‘기업 내 세대 교류의 가능성: 국내외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 도입 및 성공요소 사례연구’, 2021)에서는 “한국 사회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며 노동 현장에서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리버스 멘토링이 노동 현장에서 고령 세대와 신세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도구로 부상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단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측면뿐 아니라 일자리 다양성, 삶에 대한 가치관, 글로벌 감각 등 신세대의 감각과 관점을 접하고 배우는 측면까지 포괄한다. 이를 통해 기업 내 임직원과 각 세대가 서로 분리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조직 내에서 적극적으로 통합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리버스 멘토링의 장점과 효과를 내다봤다.
시니어도 원하는 리버스 멘토링
이러한 이점들에 대해서는 기성세대도 인지하고 리버스 멘토링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채용 포털 ‘인크루트’가 2021년 직장인 102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베이비붐 세대 및 X세대 등 기성세대 직장인의 92.4%가 ‘회사에 리버스 멘토링 제도가 도입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28.9%), ‘세대 간 소통할 수단이 필요해서’(25.3%)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기업 내 리버스 멘토링의 시초로 알려진 건 글로벌 제조사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GE의 잭 웰치 회장이 젊은 엔지니어에게 인터넷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면서, 500명 넘는 고위 간부들에게 젊은 사원과 1대1로 팀을 이뤄 리버스 멘토링을 실천한 사례다. 이러한 일화가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전파되며 IBM, 구찌, 에스티로더 등 해외 유수 기업에서도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2010년대 후반부터 상당수 기업이 이러한 효과에 착안해 관련 프로그램을 시도해나가고 있다. 해외와 비교해 나이와 연공서열 중심으로 수직적인 구조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는 좀 더 수평적이고 탈권위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목표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공공기관 및 기업 등에서 조직 내 ‘리버스 멘토링’ 사례가 알려지고 있다. 그 예로 서울에서는 금천구와 강서구, 지방에서는 안양시·포천시·제천시 등이 있고, 한국해양공사·경기도성남교육지원청·경기주택도시공사 및 삼성생명·KB라이프생명·유진그룹·동양 등이 리버스 멘토링을 실천했다. 특히 정부 조직인 인사혁신처와 법제처는 조직 내 기관장을 포함한 국·과장급 이상 간부들과 MZ세대 공무원들이 소통하는 ‘역으로 조언하기’(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수년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지난해 최초로 기관 간 리버스 멘토링을 위한 ‘거꾸로 학교’를 시행했다. 이는 후배 공무원이 다른 기관 선배 공무원의 멘토가 되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형식적으로는 상하관계를 역전한다고 하지만, 젊은 세대의 솔직한 생각을 기성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을 덜기 위해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은 타 기관 선후배 간 역멘토링을 진행함으로써 더욱 허물없는 교류를 꾀한 것이다.
경직된 조직문화 풀어주는 윤활유 역할 톡톡히
올해 초 금천구는 국장급 공무원(4급)과 과장급 공무원(5급) 등을 대상으로 ‘리버스 멘토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세대 간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와 수평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해 업무 효율과 성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앞서 금천구는 당해 행정혁신 과제 중 하나로 탄소배출 절감을 위한 ‘종이 없는 회의’를 도입했다. 이에 주요 회의 자료를 종이에서 전자 문서로 대체하면서 태블릿 PC를 도입했는데, 이러한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간부 공무원을 위한 적응 교육 차원에서 리버스 멘토링을 활용하게 됐단다.
프로그램을 기획‧담당한 금천구 기획예산과 조성익 주무관은 “종이 없는 회의를 실현하려면 태블릿 PC 사용이 필수였다. 하지만 최신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는 데 조직 구성원, 특히 간부 공무원의 거부감이 상당했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감을 넘어설 방법이 필요했다”며 리버스 멘토링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태블릿 PC 사용에 익숙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거리낌 없는 신규 직원들(7급 이하 직원 7명)이 모였다. 이들 리버스 멘토끼리 여러 상황을 가정하여 운영 방안을 마련한 후,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리버스 멘토링을 실행했다.
조 주무관은 “태블릿 PC 사용 능력은 간부 공무원 간에도 개인 편차가 존재했다. 그러나 단순히 디지털 기기의 사용 방법을 교육하는 것을 넘어 종이 없는 회의라는 정책을 수용하는 측면에서 멘토-멘티 간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며 “간부 공무원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리버스 멘토링이 긍정적 수단이 됐다. 아울러 상명하복 관계라는 관료제의 분위기를 탈피하고, 평등한 분위기에서 새로운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리버스 멘토링은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천구 멘토·멘티의 후일담 “리버스 멘토링 직접 해보니”
“당시 일을 시작한 지 고작 6개월밖에 안 된 때였습니다. 새내기 어린 공무원이 간부급 공무원을 가르치는 상황은 이례적이기에, 멘토링 전 긴장을 꽤나 했습니다. ‘시간도 없는데 뭐하러 이런 걸 하냐’라는 분위기이면 어쩌나 걱정도 앞섰습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멘티로 나온 국장님들은 호기심 가득 찬 눈빛으로 교육에 응해주셨습니다. 알려드리는 것 외의 기능에 대해서도 물어보시면서 적극적으로 배움에 임하셨습니다. 그동안 선배들에게 물어가며 일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완전히 뒤바뀐 위치에서 국장님들의 질문에 답해드린 경험이 신기하고 새로웠습니다. 이후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국장님들이 적극적으로 태블릿 PC를 활용하려는 의지도 자주 보여주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조금 뿌듯함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익히 들어왔던 경직된 공직사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많이 보았습니다. 시니어 멘티들의 변화를 수용하는 자세, 적극적인 참여가 뒤따른다면 오랜 시간 굳어졌던 체계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행정은 법령과 규칙에 따라 공정하고 정확하게 추진해야 하므로, 역할과 기능상 경직성을 띠게 됩니다. 더욱이 공직사회는 연공서열로 이루어진 큰 조직이라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합니다. 하지만 민간의 변화에 따라 행정에도 변화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공직사회에도 사회 변화에 맞추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졌습니다. 그동안 우리 구에서는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행정 혁신을 일상적으로 수용하도록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중 한 사례가 ‘리버스 멘토링’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선배’의 지식이라도 모두 유용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후배’가 아는 것이 없다고 외면하기엔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 중 값진 것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연령이나 직급과 무관하게 조직 구성원은 누구에게든 배우고 공유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리버스 멘토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겠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듯하지만, 그의 손과 눈과 귀는 바삐 움직인다. 손목으로 주전자를 돌리며 커피를 내리고, 필터로 빠져나오는 커피 방울을 눈이 빠지게 지켜본다. 방울이 컵에 또르르 떨어져 쌓이는 소리를 듣는다. 박이추(74) 명장은 지금 커피와 대화 중이다. 커피 생각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는 그는 가끔 꿈에서도 커피를 만난다.
“이런 제가 비정상이라거나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데 미치지 않으면 맛있는 커피는 세상에 나올 수 없습니다.”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보헤미안박이추커피공장’에서 커피업계의 큰어른 박이추 명장을 만났다. ‘바리스타 1세대’ 1서 3박(서정달·박원준·박상홍·박이추) 가운데 유일하게 현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에 드립커피 대중화를 이뤄낸 인물이다. 박 명장은 어른이라는 표현에 손사래를 치며 “바리스타 1세대로 불리는데, 짐을 메고 있는 기분이 든다. 부담이 아닌 숙제를 안고 매일매일 살아가는 것 같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박이추 명장은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본점에 출근한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쉬는 까닭은 손목과 팔을 우려해서다. 하루에 300잔의 커피를 만든 적도 있다는 그는 현재도 하루 100여 잔을 손님에게 대접한다. 바리스타로 일한 지 40년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커피가 탄생했을까. 그럼에도 명장은 아직 커피에 대해 다 깨우치지 못했노라고 겸손한 고백을 한다.
“몸, 마음, 커피가 하나 될 때 맛있는 커피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만들 때 어떤 생각을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사실 저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죠. 그러나 아직 맛있는 커피를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가 만든 커피가 맛이 없다거나 경지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스스로 만족, 납득이 안 된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도 커피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해야만 하죠. 내가 발전해야 커피 맛도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서울, 강릉, 그리고 울진
“커피를 배우지 않았다면 목장을 운영하고 있겠죠?” 갑자기 웬 목장이냐 하겠지만, 박이추 명장의 본래 꿈은 낙농인이었다. 재일교포인 그는 1974년 한국으로 와 경기도 포천에서 2만 5000평의 목장을 일궜다. 이후 경기도 광주, 강원도 원주에서도 소를 키웠지만, 모두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꿈을 이루지 못한 그는 다시금 도시에 살고 싶어져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려면 기술 하나쯤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운 것이 바로 커피 만드는 방법이다.
“외식 산업에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를 배우다가 우연히 커피를 만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커피에 대한 마음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죠. 커피는 커피콩 수확, 로스팅, 핸드드립으로 내리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커피나무를 볼 때가 가장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자연을 좋아하나 봅니다. 2018년 라오스에 6000평짜리 커피 농장을 세웠습니다. 보통 3000평에 2000~3000그루를 심는 편입니다. 코로나 후에 못 가봤는데 나무들이 잘 있는지 궁금해서 가보고 싶네요.”
1988년 다시 한국에 돌아온 박이추 명장은 서울 혜화동에 ‘가베 보헤미안’을 열었다. 이후 고려대 인근인 안암동으로 옮겨 10년을 보냈다. 믹스커피가 커피의 전부인 줄 알았던 1990년대. 박이추의 핸드드립 커피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새롭고 고급스런 커피 맛이 입소문 나면서 카페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 시작했을 때 카페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컸지만, 정작 커피 만드는 실력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은 손님을 만났지만, 서울에서 카페 할 때 만난 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건강이 좋지 않은 분이었는데, 의사가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했는데도 한 달에 한 번은 저를 찾아왔죠. 그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셨기에 커피 내리는 입장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온전히 커피에 집중하고 싶었고, 바다를 보고 싶었던 박이추 명장은 이번에는 강원도로 내려갔다. 강원도 곳곳을 전전하던 그는 2004년 지금의 본점인 카페를 차리며 강릉에 정착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싶다며 강릉까지 찾아오는 일이 벌어졌다. 거기에 더해 2009년 강릉 커피축제가 개최되면서 강릉은 현재 커피의 메카가 됐다. 이러한 사연으로 강릉 커피의 원조로 통하는 그는 “저는 그냥 할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보헤미안박이추커피’는 서울에 두 곳(상암동·여의도), 강릉에 세 군데 있다. 연곡면의 본점, 사천면의 커피공장, 그리고 아버지의 추천으로 커피를 배운 아들 박태철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경포점. 이처럼 강릉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박 명장은 2025년 경상북도 울진군으로 옮겨갈 계획을 갖고 있다. 그곳도 그가 가면 커피로 유명해질지 모를 일이다.
“강릉은 제게 특별한 곳이고 축복의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울진으로 가려는 이유는 강릉이 싫어져서가 아니에요. 서울을 떠나왔던 것과 같은 이유로, 사람이 아닌 커피와 대화하고 싶어서 조용한 곳을 찾아가는 겁니다. 커피와 가까워져야 하니까요. 그런데 내년이면 삼척~ 울진~포항을 잇는 철도가 개통된다고 해서 조금 걱정입니다. 하하.”
행복을 주는 사람
대한민국은 어느새 커피 공화국이 됐다. 시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소비량(152잔)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 박이추 명장은 “현대인에게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각 전환도 됩니다. 커피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저는 하루에 커피를 2~3잔 마십니다. 커피 마실 때도 물론 좋지만, 커피 생각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맛있는 커피로 행복을 주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제가 만든 커피로 누군가 행복해진다면, 그것이 또 행복 아니겠습니까?”
커피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커피 산업이 활성화된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듯이, 커피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고 업계에 뛰어드는 사람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손을 거치는 모든 커피에 애정을 쏟는 박이추 명장이 가장 우려를 표하는 지점이다.
“제게 커피를 배운 제자들도 커피를 돈으로만 볼 때가 있어요. 정말 가슴 아픈 일이죠. 커피로 돈을 벌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마음이 급해져서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카페를 열게 되죠.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카페를 여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페 사장이기 이전에 바리스타로서 커피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죠. 저는 사람이 아닌 커피를 위해서 커피를 만듭니다. 그저 주인공인 커피가 빛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니까요.”
로봇 바리스타의 등장에 대해 박 명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커피를 한땀 한땀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사람으로서 허무함을 느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AI가 우수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시대가 왔다니 신기하다”면서 “맛은 사람만큼 안 날 수 있지만, 일손 해결 등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로봇 바리스타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뤄진 일이지만, 커피로 돈을 벌려는 사람은 마음을 잘못 품은 것이기에 그 점을 질책한 것이라 해석된다.
박이추 명장은 커피를 ‘인생의 동반자’라고 표현한다. 커피를 못 만드는 날은 아마도 자신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면서, 앞으로도 커피를 인생의 친구로 두고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명장은 어느 책에서 본 ‘맛있는 커피는 당신의 팔자와 운명을 바꾼다’는 문장을 언급하며, “나는 이 말을 믿는다”고 밝혔다. 그 말이 사실이 될 수 있음을 박 명장은 이미 증명하지 않았는가.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면 당일 저녁 혹은 다음날 새벽이면 문 앞에 신선한 재료들이 도착하는 시대다. 하지만 고령자가 많은 동네에서는 일본처럼 근거리에 식료품을 구매할 곳이 없는 ‘쇼핑 난민’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거주지 500m 이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경우를 조사하고 ‘장보기 약자’, ‘쇼핑 난민’을 정의해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쇼핑 난민은 800만 명을 넘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식품 사막’을 사회 문제로 정의하고 해당 지역 거주 주민을 위한 영양 관리 프로그램 실시, 해당 지역 신규 식품 창업자 세금 지원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식품 사막 현상, 쇼핑 난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로 젊은이가 없고 고령자가 많은 마을에서 슈퍼마켓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다.
전남 구례구 지천리의 한 마을에는 하나 남아있던 슈퍼마켓이 5년 전 문을 닫았다. 장을 보려면 차를 타고 20분 정도 나가거나, 하루에 몇 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이 마을은 온라인으로 신선식품 배송이 되지 않는 지역인 데다, 음식 배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식품 사막화 현상은 인구 감소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에는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식품점이 없어지면서 근거리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없는 지역이 발생했다.
경기도 포천의 한 마을은 가장 가까운 마트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려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다행히 지역 사정을 알게 된 한 대형 마트가 마을 40곳을 돌며 이동형 마트를 자처하고 있어, 이 마을에도 2주에 한 번 방문하는 것이 장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동네 슈퍼 뿐 아니라 대형 마트도 수가 감소하고 있다. 2019년 423개 점포에 달했던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2023년 396개로 줄었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는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주었지만, 동시에 근거리 슈퍼나 마트가 감소하는 계기도 됐다.
게다가 새벽 배송은 고령자에게 그림의 떡인 서비스다. 온라인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서비스 불가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당일 배송, 다음날 배송 등 빠른 배송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쿠팡의 로켓 배송, 로켓 프레시 등이 있는데 주문하고자 하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물류창고가 없으면 이용하기 어려운 서비스다. 로켓 프레시의 경우 지역에 따라 배송 가능한 품목도 천차만별로 나뉜다.
이렇게 신선 식품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장보기 취약 계층의 건강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장보기가 어렵다 보니 오래 보관 가능한 인스턴트 식품 섭취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일본 등 해외 다른 국가들처럼 식품 사막 지역을 조사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처럼 신선 식품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의 건강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일본처럼 민관이 이동형 마트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식품 사막(food desert)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의미하는 말이다. 특히 채소, 과일, 우유 같은 신선 식품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이나 마트가 근처에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 용어는 1990년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어느 지역의 빈곤한 주민들이 신선 식품을 쉽게 구하지 못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에는 영국, 미국, 일본 등 고령화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 사용되면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쇼핑 난민(買い物難民)
식료품점이 멀리 떨어져 있어 이용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해 상점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의미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쇼핑 난민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경기도가 50~60대의 노후 설계, 평생교육, 취·창업 등을 지원하는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기존 용인과 포천에 이어 화성, 의정부, 양주, 안성, 양평에도 추가 설치한다. 이로써 경기도는 모두 7개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운영하게 된다.
경기도는 8월 1일부터 경기 중장년 행복캠퍼스 하반기 교육생 1092명을 모집한다고 28일 밝혔다. 교육 과정도 다채로워졌다.
앞서 경기도는 2021년 5월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대학에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설치했다. 중장년을 위한 전용 활동 공간으로 재사회화 교육, 취업․창업 관련 전문교육 등 고품질 교육과정과 상담, 소통·휴식,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도는 사업 첫해 남부권역 강남대학교(용인)와 북부권역 대진대학교(포천)에서 반기별 교육생 250여 명 규모로 행복캠퍼스를 운영했다. 설문조사 결과 교육생 93% 이상이 만족해 교육 기관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도는 지난해 시‧군 신청을 받아 화성, 의정부, 양주, 안성, 양평에 시‧군 직영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도 직영인 강남대와 대진대는 운영비를 100% 도비로 하며, 시‧군 직영은 도비 50%와 시‧군비 50%로 운영한다. 각 시‧군에서 공모로 선정된 대학교는 화성 협성대, 의정부 경민대, 양주 서정대, 안성 한경대, 양평 아신대다.
시‧군 직영을 포함해 7개 행복캠퍼스는 올 상반기부터 교육과정을 운영했으며, 휴식‧소통 공간 등을 8월까지 조성 마무리해 하반기 교육과정부터 정식 개소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교육과정은 반려식물, 치매예방지도사, 문해강사 양성, 유품정리사 등 53개 과정과 종합상담,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한다.
교육생 모집 규모는 지난해 250명에서 4배 늘어난 총 1092명이다. 주민등록상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50~64세(1972~1958년) 중장년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이나 일부 재료비, 자격증 취득비용은 유료다.
교육 기간은 8월부터 11월까지 대면 교육으로 진행되며,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교육과정과 세부 일정은 행복캠퍼스별로 달라 각 대학교 누리집이나 모집 현황을 확인하고 해당 중장년 행복캠퍼스로 문의하면 된다.
조태훈 경기도 노인복지과장은 “50~60대의 재도약과 종합적 지원을 위한 중장년 행복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중장년의 높은 교육 수요를 고려해 내년에 행복캠퍼스 추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염병과 맞서던 지난한 시간도 배움을 향한 열정만큼은 꺾지 못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시기, 팬데믹이 지나간 교육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초여름 햇볕이 따갑던 지난달 12일, ‘옛 지도로 읽는 한양과 서울’ 수업이 있는 동남권 캠퍼스 강의실을 찾았다.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이현군 강사가 어린이날 휴무로 인해 2주 만에 만난 학생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날 강의 참석자는 정원 15명 중 11명. 5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네 번째 답사인 한양도성 방문을 앞두고 이론 수업을 듣기 위해 모인 학생들은 한 줄에 한 명씩 거리를 띄워 앉았다.
“여기는 지금의 어디일까요?”
1교시의 주제는 옛 지도로 읽는 도성과 서성(탕춘대성), 북한산성. 수업의 진도는 한양도성을 시작으로 동서남북, 네 가지 방향으로 펼쳐졌다. 2주 만에 만난 탓인지 복습차 묻는 질문에 대답이 곧바로 들려오지 않았다. 그럴 때면 다시 시작점인 한양도성부터 천천히 되짚으며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학생들의 열정도 만만치 않았다. 직접 뽑아온 옛 지도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생소한 내용은 수첩에 필기하는 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학생은 빔프로젝터로 띄워둔 지도의 지명이 잘 보이지 않자 손을 들고 지도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옛 지도로 읽는 한양과 서울’은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에서 제공하는 서울학 강좌 중 하나다. ‘다양한 수업을 양질로 제공하자’는 서울시민대학 운영 방침 아래, 전문가 자문과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 만들어진 과정인 만큼 전반적으로 높은 수강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데, 서울학 강좌는 특히 인기가 높다. 이론 수업과 현장 답사를 병행하는 덕분인지 수강 신청이 열리자마자 마감될 정도다. 김정호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시민참여팀 주임은 “수강 신청을 받던 시점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때문에 수강 인원이 줄어들어 더욱 경쟁이 치열했다”고 증언했다.
“강의실이 조금 덥죠?”
부쩍 더워진 날씨에 강의실이 조금 후덥지근하다 느껴질 참이었다. 이미지 학습 매니저가 학생들의 의사를 확인한 뒤 에어컨 작동을 위해 밖으로 나섰다. 강의실 구석에 앉아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을 듣기에 강의를 신청한 학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강의에 배정된 학습 매니저였다.
서울시민대학에서는 강의당 학습 매니저를 한 명씩 배정한다. 강의 환경을 항상 확인하고 수업 시작 전 출석 체크를 하는 등 강사와 학생들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온라인 강의의 경우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조절하는 일을 맡는다. 옛 지도로 읽는 한양과 서울 수업의 학습 매니저는 조금 더 할 일이 많다. 답사가 있는 날이면 학생들을 인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체 기념촬영의 사진 기사 역시 그의 역할이다.
10분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학생들이 다시 자리를 채우자 2교시 수업이 시작됐다. 포천 이동막걸리의 ‘이동’이 어쩌다 붙었는지, 잠실새내는 왜 ‘새내’가 되었는지, 평창동과 창동의 공통점 등 지명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19세기에 제작된 전국 8도의 지도 ‘동국여도’의 연융대도, 도성연융북한합도 등을 띄워놓은 채였다.
54년 만에 개방된 북악산 남측면 ‘김신조 루트’에 대한 보너스 설명도 있었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등 북한의 무장대원 31명이 청와대 기습을 시도했던 ‘1·21 사태’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자 강의에 대한 집중도가 올라갔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하던가. 서울학 강의의 하이라이트는 다음 시간 집합 장소에 대한 안내 후 이어지는 답사지 근처의 맛집 소개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처럼 답사 후 학생들과 뒤풀이를 할 수 없자 이 강사가 고안해낸 방식이다.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호를 되묻자 직접 검색해 확실한 상호를 알려주는 등 가장 열정적인 시간이었다.
수업 시작 전 만난 이현군 강사는 “과거와 현재의 오버랩”이라고 자신의 수업을 평가했다. 고문헌, 지도, 그림 등 다양한 사료들이 교재가 된다. 살고 있는 지역에 얽힌 옛이야기와 지명의 유래에 대해 배우고, 직접 걸어보며 답사에 나서면 지식도 오래 남고, 학생들도 수업을 더욱 즐길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수업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졸거나 딴짓을 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배움을 향한 열정 앞엔 그 무엇도 방해물이 될 수 없다. 코로나와 탈(脫)코로나의 경계에서 계속되는 배움의 열기가 초여름 들녘처럼 푸르렀다.
예로부터 서민 음식으로 불린 술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특히 요즘 주류 업계에서는 ‘뉴트로’ 열풍을 타고 향수를 자극하는 상품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술을 더욱 즐겁고 재밌게 마실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출시된 상품 중 중장년층이 특히 반가워할 ‘추억 몰이’ 술을 소개해 본다.
먼저 과거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맥주’ 크라운맥주가 30년 만에 돌아왔다. CU는 지난 25일부터 크라운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크라운맥주는 대한민국 최초 맥주회사인 조선맥주(지금의 하이트진로)가 1952년 선보인 상품으로 40년 이상 인기리에 판매됐다.
맥주의 패키지는 과거와 비슷한 색깔인 황금빛으로 디자인됐다. 여기에 왕관(크라운) 이미지를 삽입해 크라운맥주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했다.
크라운맥주는 고품질의 아로마 홉을 활용한 프리미엄 에일 맥주다. 특수 공법을 활용해 에일 특유의 쓴맛은 줄이고 묵직함과 시트러스 향을 강조해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추억의 중장년층과 함께 젊은 세대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그런가 하면, 1964년에 출시돼 현재까지 무려 19억 개나 팔린 대한민국 대표 빵 ‘크림빵’이 맥주로 재탄생했다.
‘크림삐어’는 홈플러스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만든 기획 상품이다. SPC삼립과 수제 맥주 전문기업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가 협업해 맥주를 만들었다. 맛부터 외관까지 추억의 원조 크림빵을 모티브로 했다.
크림삐어는 크림에일 스타일로 맥주 고유의 재료만을 활용했다. 깔끔한 바디감과 풍부한 거품으로 어떠한 음식과도 잘 어울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데일리 맥주다.
크림삐어는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에서 만들어 애주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크림빵 특유의 상큼한 맛을 재현해 빵과 비교해서 먹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또한, 추억을 떠올리는 주류들도 출시됐다. 먼저 포천이동막걸리로 알려진 이동주조1957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와의 컬래버레이션 막걸리를 지난 4월 출시했다. ‘전원일기’는 22년이라는 최장수 방영 기록의 드라마로 최불암, 김혜자, 김수미 등이 출연했다.
이름하여 ‘전원일기 이동막걸리’는 건강한 일상을 지향하는 중장년층 이상의 소비자 성향을 반영해 알코올 도수 9%, 500mL 소용량으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전원일기의 푸근한 인심을 단호박 맛을 가미해 표현했다.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라벨 디자인도 정감을 더한다.
GS25는 지난 4월 한국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MBC 청룡 맥주와 MBC 청룡 팝콘을 선보였다. MBC 청룡은 LG트윈스의 전신이다. 실제로 야구팬들이 프로야구를 관람하면서 맥주를 마시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맥주보다는 팝콘이 맛있다는 평가가 많다.
추억의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등장인물 고길동을 모티브로 한 '고길동에일'도 최근 출시됐다. 고길동은 서울 쌍문동에 거주하는 한 집안의 가장이자 평범한 직장인이다.
한때 ‘고길동을 이해하면 나이가 든 것’이라는 말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어렸을 때는 고길동이 둘리와 친구들을 내쫓으려고 하고 혼내는 나쁜 아저씨 같아 보였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그를 이해하고 된다는 것. 심지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이에 고길동에일은 과거에는 만화를 보던 어린이였지만 이제는 직장인이 되어서 힘들어하는 세대들을 위로하기 위해 출시된 맥주라고 할 수 있다. 맥주는 자몽, 망고, 파인애플 등 트로피컬 향을 담아 상큼하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맛이라고 한다.
KBS 공채 38기 한상헌 아나운서가 최근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에 위치한 포천노인전문 요양센터에 방문해 기부금과 물품을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포천노인전문 요양센터는 2007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 이래 현재까지 운영 중인 노인전문 요양센터로, 시설 내에서 어르신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살피고 있다.
포천노인 요양센터 관계자는 “한상헌 아나운서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센터를 방문해 많은 기부금과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생활 물품을 전달했다”며 “직접 봉사활동을 하며 어르신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민 그의 선행이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상헌 아나운서는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라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자 나눔을 실천하게 되었다”며 “센터에 지속해서 기부와 봉사도 이어가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상헌 아나운서는 현재 KBS1 주말 정오 뉴스와 KBS1 라디오 매주 월요일~금요일 밤 한상헌의 스포츠 스포츠를 통해 시청자와 청취자를 만나고 있다.
배우 이용녀(66)는 ‘유기견의 대모’로 통한다. 그녀가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한 지도 벌써 19년. 수중에 돈이 없을 때도 있었고, 한 번에 200마리를 돌볼 때도 있었지만 유기견 보호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용녀는 현재 전국동물활동가연대 대표로 활동하며 동물보호 법안 개정 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자신보다 동물을 더 생각하면서 사는 그녀에게 동물은 어떤 의미일까.
이용녀는 현재 경기도 포천에서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기견 40마리, 유기묘 7마리와 함께 산다. 지난해 화재로 인해 유기견 40마리 정도는 다른 곳에 있다.
이용녀의 하루 24시간은 유기견들과 함께 돌아간다. 10마리 이상 그녀의 집 안에서 동고동락한다. 이용녀는 이른 아침부터 연탄을 갈고, 견사에 가서 배설물을 치우고, 빨래하고, 밥 주고, 청소하고, 시멘트칠을 한다. 그러다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면 집 안에 들어와 또다시 청소 시작이다. 저녁 식사도 한숨 돌릴 수 있는 늦은 밤에 먹는다.
특히 그녀의 든든한 보디가드인 유기견 윌리엄은 9년을 함께 살았다. 파양됐다가 다시 돌아온 윌리엄을 보면 이용녀는 “이제 입양을 못 보내겠다”고 말한다. 윌리엄 역시 그녀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이용녀에게서 좀처럼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용녀는 장기간 영화 촬영 때 어쩔 수 없이 윌리엄을 데리고 갔는데, 감독이 윌리엄을 마음에 들어 해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용녀는 “윌리엄이 제일 연기를 잘했다”면서 웃었다.
포천에 자리 잡기까지
이용녀가 개를 좋아하게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녀는 “그냥 생활이었다. 집 마당에 늘 개가 있었다. 열 마리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용녀의 아버지는 딸이 중학생이 되자, 하굣길에 시장에 들러 닭집에서 닭머리를, 야채 가게에서 배춧잎 버린 것을 담아오게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그것들을 끓여 개들에게 밥을 주곤 했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연극배우였던 그녀는 대학로 근처 금호동에서 살았다. 아버지가 키우던 개 4마리와 함께 살던 이용녀는 우연한 기회로 유기견의 실상에 대해 알게 됐다.
“어느 날 연습실에 가려고 지하철역으로 가는데, 눈이 터져서 고름이 고인 시츄 한 마리가 길가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얘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수의사가 요즘 버려진 개들이 많다는 거예요. 더군다나 시 보호소에서는 얘들을 모아서 버리고 있었죠. 그때는 한 달에 한 번씩 죽였는데, 지금은 열흘에 한 번 죽인다고 해요. 너무 놀라서 그 애를 보낼 수가 없었죠. 그 개를 시작으로 이 보호소에서 7마리, 저 보호소에서 15마리를 집으로 데리고 왔어요. 그러다 그 집에서 쫓겨났어요.”
이후 이용녀는 왕십리 재개발 동네로 이사 갔다. 철거하기 전까지 빈집에 살다가 경기도 하남시로 옮겨갔다. 그녀의 집에 살던 개가 당시 200마리에 달했다고 한다. 모아놓았던 돈도 다 써버려 “그때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제가 생전 돈을 빌려본 적이 없는데 애들 사료 살 돈조차 없는 거예요. 후배들한테 2만 원 빌려서 사료를 사곤 했죠. 그러면서 이제 보호소에 가도 아픈 애들은 못 데리고 오기 시작한 거예요. 감당이 안 되니까… 돈 안 드는 애를 선택하는 비겁한 사람이 된 거죠. 그러고 집에 오면 애들이 눈에 밟혀서 사람하고도 얘기하기 싫고 우울증이 생겼어요.”
하남 집에서 월세를 점점 올리자, 이용녀는 ‘월세 없는 땅으로 간다’고 선언하고 현재의 포천으로 이사했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산골짜기였다고. 그녀는 4년 동안 펜스를 세웠고, 수도 시설이 없어 지하수를 쓰고 있다. 이용녀는 “불편한 점이 많지만 애들이 마음껏 뛰고 짖을 수 있어서 마음은 편하다”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화재보다 무서운 화병
그렇게 포천에 터전을 잡았지만, 지난해 2월 화재가 발생하고 말았다. 피해 추산액만 약 3000만 원이었고, 화재로 유기견 8마리를 잃었다. 안타까운 소식에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돕기에 나섰고, 후원도 이어졌다. 특히 방송인 유재석이 큰 성금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이용녀는 “방송에서 몇 번 본 게 전부인데 어떻게 알고 통장으로 큰돈을 보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화재 후 1년, 현재는 집도 재건하고 복구가 많이 된 상태다. 이용녀는 “한 9~10개월은 마당에서 살았다. 몸이 안 좋아졌다”면서도 “그건 고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전국동물활동가연대 대표로서 동물들한테 좋은 정책을 마련해주고자 힘쓰고 있다. 시위를 하고 목소리를 높여도 반대에 부딪히거나 정책이 통과되지 않을 때 답답하고 화병이 난다고 했다.
이용녀는 지난 3월 대선을 앞두고 매우 바빴다. 당선이 유력한 이재명, 윤석열 후보에게 ‘개 식용 반대’ 공약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두 후보에게 공약을 받고 나서야 ‘살아났다’고 그녀는 말했다.
또 하나 이용녀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 등록칩 의무’다. 칩을 무료로 해주고 백신 주사를 1년에 두 번 의무적으로 맞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녀는 “반려견이 예쁘다고 데리고 와서 칩을 등록하고 한참을 키웠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다 애가 아파서 병원비가 엄청 들어가는 거다. 그래서 슬쩍 내다 버리면 그다음에 주사 맞으러 오라는데 못 가게 되지 않나. 칩을 의무화하면 이때 300만 원 벌금을 물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유기견을 죽이는 데 돈이 100만 원씩은 들어가요. 유기견 포획해야지, 거기에 수의사, 관리인들 월급 줘야지, 소각해야지. 그렇게 쓰이는 세금이 1년에 1조가 넘는 거죠. 우리가 내는 세금이 애들 죽이는 데 쓰이는 거예요. 그 돈으로 애들 칩을 만들어주면 평생 쓰거든요. 제가 지난여름 포천시에서 칩을 무료로 제공하라고 1인 시위를 계속했어요. 그래서 올해 1월 1일부터 포천시는 칩이 무료예요. ”
어머니 치매 호전 기적 겪어
이용녀는 유기견 입양도 잘 보낸다. 아무한테나 보내지는 않는다. 입양해간 사람이 자기 형제, 아파트 단지 내의 사람, 직장 동료 등 믿을 만한 사람을 추천하면 유기견을 보내준다. 2018년 1500마리를 넘겼고, 현재는 약 2000마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기견의 대모’인 이용녀는 입양 자체보다 그 이후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반려동물을 책임질 자신이 없으면 키우지 말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해야 할 숙제가 많은데, 그것을 잘 해낼 자신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직접 기적적인 일을 겪은 바 있다. 유기견들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병을 좋아지게 한 것이다.
“12년 전에 엄마가 치매에 걸리셨어요. 병원에서 두 달 안에 돌아가시니까 준비하라고 했어요. 그때 엄마는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손도 못 움직이고, 눈동자에 초점이 없고, 말도 못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하남 집으로 모시고 갔죠. 엄마가 평소에 개를 좋아하셔서 배 위에다 강아지들을 올려주곤 했어요. 그랬더니 좋아하시더라고요. 서너 달 지나서는 애들하고 눈도 마주치셨고요. 그러다 8개월쯤에 제가 잠깐 나갔다 온 사이에 누가 오줌을 싼 거예요. 내가 ‘누가 그랬어’ 했는데 엄마가 한 마리를 가리키면서 ‘쟤가 쌌어’ 하고 말을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엄마가 걔가 싼 걸 보고 기억을 하고 계셨던 거죠.”
어머니는 그 이후 말문이 트였고, 2년 반 정도 같이 살았다고 한다. 현재도 90세가 넘으셨지만 건강하시다고. 이용녀는 어머니와 유기견들 사이에 ‘교감’이 통했다고 짚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도 이 교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끼리 얘기하려면 말 속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고 머리를 굴려야 하니 어렵잖아요. 그런데 얘네들은 그런 게 없어요. 내가 얘들하고 얘기할 때는 굉장히 릴랙스되고 대화가 뚝딱 돼요. 서로 그런 것 없이 100%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거죠. 그러니 반려동물을 인형처럼 대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이용녀는 ‘유기견의 대모’ 이전에 배우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뮤즈로 통한다.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아가씨’에 출연했다. 이용녀는 같이 작업한 감독들이 계속해서 찾아준 게 지금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배우, 연예인이라는 명예가 아닌 일을 계속해서 유기견들을 돌볼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제가 조금 더 힘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게 없는 것이 좀 아쉬워요. 저는 주변에 친한 이름 있는 연예인들에게 동물에 관해 말해달라 이런 부탁을 안 해요. 괜히 나 때문에 불이익당하는 것을 원치 않거든요. 저는 그저 오늘 ‘곁에 있는 동물들을 보호해주고 지켜주고 사랑해주면 결국 그대로 나한테 돌아온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경기도가 14일부터 도내 17개 시군에서 ‘농민기본소득’ 신청 대상자를 모집한다. 다음달 중 신청 절차를 완료하고 5월부터 매월 5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농민기본소득은 농업 생산에 종사하는 농민에게 매월 5만 원씩 연 60만 원을 시군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올해 농민기본소득을 시행하는 시군은 이천, 안성, 포천, 양평, 여주, 연천, 용인, 가평, 광주, 김포, 의왕, 의정부, 평택, 하남, 양주, 동두천, 파주 17곳이다.
신청 대상은 사업 신청 시작일 기준 해당 시군에 연속 3년 또는 비연속 10년간 주소를 두고 거주하면서 해당 시군(인접 시군 포함)에 농지를 두고 1년 이상 농업 생산에 종사해온 농민이다. 농업의 범위에는 농작물 재배업뿐만 아니라 축산업과 임업도 포함된다. 대신 지급금은 지급일로부터 3개월 내 사용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해당 시군 모든 농민 개인에게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하지만, 중앙정부의 직불금 부정수급자, 농업 외 종합 소득 3700만 원 이상인 농민, 농업 분야에 고용되어 근로 소득을 받는 농업 노동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청서 접수는 해당 시군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하거나 농민기본소득 통합지원시스템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농민기본소득 신청서를 제출하면 해당 읍면동에서 신청 자격을 확인하고 농민이 참여하는 농민기본소득위원회에서 농업 경영체 등록 정보와 현장 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지급 대상 자격이 없는 사람이 부정한 방법으로 농민기본소득을 받는 경우 기본 소득 지급이 중지되거나 환수 조치될 수 있으며 3∼5년간 신청이 제한될 수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우리나라 전국 주요 산림에 자생하는 식물의 올해 봄꽃 개화(만개) 예측 지도를 발표했다. 예측지도에 표기된 지역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산림 17개 지역과 권역별 국‧공립수목원 10곳이다.
이번 예측은 산림청 주관으로 전국 국·공립수목원 10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기록된 현장 관측자료(개화>50%)를 기반으로 조사했다. 분석에는 우리나라 산림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생강나무와 진달래, 벚나무류를 기준으로 통계 모델 기계학습(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 방식을 적용했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산림 봄꽃의 절정은 대체로 3월 중순 시작될 예정이며, 특히 남부에서 중부지역으로 점차 확대됐던 과거와 달리 제주도와 전라남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절정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보면 벚나무류가 남부권 오산시의 물향기수목원이 4월 12일, 포천시의 국립수목원이 전국에서 가장 늦은 같은 달 18일께 만개한다. 제주도의 한라수목원과 전라남도의 완도수목원이 4월 3일로 가장 빨랐다. 다만 기준일은 ±5일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최영태 국립수목원장은 “산림청 국립수목원의 봄꽃 개화 예측지도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매해 산림 현장에서 직접 관측되고 있는 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측 자료를 확보해 예측의 정도를 점점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