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 애호가들의 축제 ‘제4회 서울 레코드페어’가 개최된다.
오는 28~29일 양일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음악 레이블, 음반점, 출판사 등 50여 곳이 참가해 LP, CD 음반을 소개하고 판매한다.
예년 행사에서 진열된 음반 중 CD와 LP 레코드의 비율이 반반 정도였다면, 올해는 LP 판매 비중이 70%가 넘을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LP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CD 판매가 저조한 상황에서 들국화, 전람회, 부활 등 많은 가수의 LP 출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외 판매자도 참가해 국내에 없는 유럽 오리지널 레코드도 선보인다.
서울 레코드페어의 주요 이벤트 중 하나인 ‘서울 레코드페어 한정반 발매’는 올해에도 이어진다. 한국 펑크의 걸작 노브레인의 데뷔작 ‘청년폭도맹진가’, 언니네 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DJ 소울스케이프의 데뷔작 ‘180g Beats’, 포크계의 신예 김목인의 데뷔작 ‘음악가 자신의 노래’, 각광받는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의 컴필레이션 앨범 ‘11:11’을 각각 500장씩 판매된다. 이들 한정반은 사전 예약 없이 축제가 열리는 이틀 동안 현장에서만 구매 가능하다.
지난 3년간 서울 레코드페어는 유료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1만 2000명을 모았다. 4회를 맞이한 이번 행사에서는 음악가의 새 앨범 쇼케이스 등 부대행사가 축소된 대신 무료입장으로 바뀌어 더욱 많은 관객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이후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히어로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영원한 가객 故 김광석의 명곡들을 소재로 한 최초 뮤지컬이자 '주크박스 뮤지컬'의 모범사례인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4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간 대전 CMB엑스포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김광석이 부른 주옥 같은 노래 20여 곡을 소재로 한 뮤지컬로 2012년부터 올해까지 2년여 동안 주크박스 뮤지컬의 모범사례라는 찬사 속에 공연계에 김광석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2012년 11월 30일, 김광석의 고향인 대구에서 초연한 후 서울 대학로로 진출해 김광석팬을 중심으로 한 마니아층까지 확보하며 2년여 동안 꾸준하게 공연되고 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김광석의 노래와 음악정신을 제대로 구현해낸 뮤지컬이자 소극장과 콘서트의 가슴 따뜻함을 지닌 뮤지컬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줄거리는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밴드 '바람' 멤버들이 꿈, 사랑, 우정 그리고 군대, 취직, 결혼, 육아 등 현실적인 문제와의 갈등 속에서 밴드를 접고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음악과 우정에 대한 진실을 발견하고 10년 후에 다시 모여 콘서트를 갖게 된다는 내용이다.
생활인으로 살아가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래 속에서 우정과 사랑을 찾고자 했던 '바람' 밴드 멤버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순수했던 젊은 시절, 꿈을 접고 생활전선에 나서야 하는 현실에 대한 고뇌 등이 극 곳곳에 담겨있다.
주인공 이풍세 역에는 한국 모던포크의 계승자로 평가받으며 4집 음반을 통해 진솔하면서도 강단 있게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한다는 평가를 받는 박창근과 히든싱어 '김광석'편의 히로인으로 떠오른 최승열이 열연한다.
아울러 많은 웃음을 선사하는 멀티맨과 멀티녀에는 박정권과 강초롱, 문보람이 출연하며 홍영후 역에 권혁준, 김상백 역에 임철명, 이풍세의 여자친구인 최고은 역에 황지영, 백은영 역에 언희가 각각 출연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기존 뮤지컬처럼 화려한 무대기술과 볼거리보다는 소극장 콘서트를 그대로 구현한 담백한 무대가 특징이며 통기타, 하모니카, 베이스기타, 젬베, 건반 등을 직접 연주하는 배우들의 연주실력이 수준급이어서 이 또한 볼거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서정적인 분위기의 뮤지컬이라는 의미에서 어쿠스틱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했으며 '나의 노래', '그날들', '부치지 않은 편지', '거리에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주옥 같은 김광석 노래와 주연배우 박창근이 작곡한 '어느 목석의 사랑', 음악감독 홍종화가 작사 작곡한 '그대를 향한 이 마음' 등 총 21 곡이 불려진다.
제작사 LP STORY의 이금구대표는 "김광석이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노래로 던져주었던 삶에 대한 애환과 사랑 그리고 노래로의 소통 등 그가 보여준 진정성을 담으려 노력했다"며 "처음 기획하고 만들던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며 관객들이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3만 - 5만 원. 12일 오후 3시ㆍ7시, 13일 오후 1시·5시. 문의 ☎ 1644-4325.
대전일보 / 최신웅 기자
음악에 장르는 있어도 시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6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 록 밴드 비틀즈(The Beatles)의 음악이 현재까지도 사랑을 받는 이유다. 시대를 막론하고 음악 안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 희로애락은 음악의 장르에 따라 달콤하게 또는 담백하게 때로는 소소하게 표현 된다.
서울시 황학동에는 이 모든 희로애락이 보관돼 있는 곳이 있다. 음악의 연대와 장르를 불문한 엘피(LP)음반과 씨디(CD)가 마치 동굴을 연상케 하는 곳. 황학동의 ‘장안레코드’다.
가나다순, 장르별, 종류별로 깔끔하게 분류된 음반들. 수많은 음반 숲 사이에서 내가 찾는 음반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닌 듯하다. 장안레코드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1층에만 있는 음반이 모두라고 생각하면 오산. 건물의 지하와 2층 창고에도 LP음반들로 빼곡히 들어차있다.
장안레코드의 박임선(55)대표는 1979년에 문을 연 이 후 35년 동안 황학동을 꿋꿋이 지켜왔다.
지난 달 6일 오후. 황학동 골목에는 각종 중고가전과 잡동사니를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었다. 고장 난 라디오, 멈춰버린 시계 등을 판매하지만 꽤나 활기 넘치는 곳이다. 그 가운데서 존 윌리암스(John Williams)가 연주한 아랑페즈 협주곡이 ‘장안레코드’에서 흘러나왔다. 황학동 골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했지만, 전성기를 훌쩍 넘긴 물품들과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곡처럼 느껴졌다.
구시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LP. 디지털음반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LP 시장은 사양 산업의 길로 접어드는 듯 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장안레코드’는 이를 빗겨갔다.
“LP시장뿐만 아니라 음반 시장 모두 힘들다던데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항상 꾸준하게 손님들이 찾아오고 계시죠. 그리고 우리 LP 시장에서는 손님의 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손님이 어떤 음반을 구매하시느냐가 매출에 더 큰 영향을 줍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판매하는 LP의 가격은 그 희귀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천원부터 희귀한 음반은 500만원까지. 손님 한명이 한 장의 LP음반을 산다 하더라도 희귀음반 하나를 팔면 결국 남는 장사인 것이다. 500만원이나 하는 LP음반이 어떤 음반인지 궁금해 귀띔 좀 해달라는 요구에 박 대표는 “우리 가게만의 영업 비밀”이라며 정중하게 손사래를 쳤다.
◇ 이 음반을 추천합니다. – 샤데이(Sade), 명혜원
“박 사장님 이 계통에서 최고입니다. 모르는 음악이 없다니까요.”
이 날 ‘장안레코드’를 찾은 한 중년남성은 ‘샤데이(Sade)’의 앨범을 구매했다. 박 대표에게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음반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그가 추천한 것은 ‘샤데이’의 음반. 이 이야기를 들은 남성이 갑자기 샤데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음반을 달라고 한 것이었다.
“저는 여자 재즈 보컬을 좋아해요. 그 중에서 명반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서는 명혜원, 팝은 샤데이에요. 명혜원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블루스 리듬의 노래를 부른 가수인데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샤데이는 모델 출신이어서 실루엣 또한 대단한데 허스키한 목소리까지 더해져 곡이 감미롭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 음반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좋아할 만한 음반이라고 생각해요.”
샤데이와 명혜원을 추천한 박 대표였지만, 그는 사실 섣부르게 음반을 추천 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음악적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추천을 해달라는 손님이 있으면 음악 취향을 먼저 물어본 뒤 적절한 음악을 추천해준다. 그는 음악 초보를 자처한 사람에게는 사이먼 앤 가펑클(Simon&Gafunkel), 비틀즈(The Beatles), 비지스(Bee Gees)의 음반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고 했다.
◇ "저에게 딱 맞는 천직입니다…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음악적 조예가 깊은 박 대표 때문에 이곳에 발걸음을 하는 이들이 많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들었던 수많은 음반들. 그리고 ‘장안레코드’를 찾는 ‘숨은 고수들’에게서 배운 음악적 지식들이 이제는 그의 재산이 됐다.
‘음학(音學)이 아닌 음악(音樂)’이라는 인식을 자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특정 음악을 권유하거나 추천 한 적이 없는 그였다. 그러나 피 끓는 음악 마니아의 열정은 숨기기 힘들다. 음반가게 대표가 아닌 음악을 즐기는 마니아 중 한 사람으로서 ‘숨은 고수’의 알짜 명곡을 배웠을 때 느끼는 기분도 남다르다.
“저는 이 일이 너무 좋아요. 아주 딱 맞는 천직입니다. 음악이라는 기억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박 대표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인터뷰 초반 물었던 ‘왜 레코드가게를 하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여섯 글자로 대답했다. 평범한 대답이었지만 인터뷰의 모든 내용을 알려주는 함축적인 복선이었다.
“그냥 좋아서요.”
“취미 삼아 찍은 건데 틈 날 때 한 번 보세요.”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지난해 6월 기자에게 취미 삼아 촬영한 야생화 사진이 담긴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건네며 한 말이다.
반신반의하며 UBS를 열어 본 기자는 5000여 장의 사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박 회장이 우표, LP판, 그림, 꽃, 와인 등을 수집하거나 그 분야에 대한 조예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입소문을 들었지만 야생화 사진은 이미 취미 수준을 넘어 전문가 경지에 있었다.
박 회장은 다음달 12~ 25일 갤러리 나우(종로 인사동길 39번지 성지빌딩)에서 ‘꽃이 사랑이다’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그만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회는 북한 어린이에게 풍진 백신을 보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 의미가 깊다.
전시 사진은 총 59점으로 박 회장이 강원도 곰배령에서 제주 한라산까지 전국을 돌며 찍은 수십만 컷의 꽃 사진 중 엄선한 작품들이다.
박 회장은 꽃사진을 찍게 된 계기를 “어릴 때부터 꽃과 나무를 좋아해 스스로의 기억을 보관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왔다”고 설명한다.
앞서 그는 지난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머무를 때 여행을 통해 촬영한 사진들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꽃들’이라며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2011년 미국 서부지역에서 촬영한 야생화를 중심으로 첫 번째 전시회를 여는 계기가 됐다.
당시 박 회장이 유진룡 문화부 장관(당시 을지대 부총장)을 만나면서 취미생활이 전시회으로 격상됐다. 유 장관은 “사단법인 봄, 독일 카리타스재단과 함께 북한 어린이들에게 B형 간염백신을 접종할 비용을 조달하는 데 사진을 좀 써도 좋겠냐”고 제의했고, 박 회장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전시회로 발전된 것.
박 회장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북한 어린이들이 전염병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해 저문 어느 오후 집으로 향한 걸음 뒤엔, 서툴게 살아 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 날.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 노래의 첫 구절이다. 멋스러우면서도 세련되지 않지만 구구절절 소소한 일상들을 그대로 반영한 노랫말들. 잔잔한 감동이 배어 나온다.
해 저문 어느 오후 압구정의 한 LP바.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다. 어느 덧 50대로 접어든 그들 이었지만 세월의 흔적을 찾기 힘들만큼 멋진 감각을 뽐내고 있었다. 게다가 LP바의 희미한 백열등 불빛은 그들의 목소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그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53)ㆍ전태관(53)씨의 인생, 그리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하나가 만들어지고 그 제목을 딴 영화, 라디오 그리고 잡지까지 만들어 진다는 것. 그것은 뮤지션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인 것 같아요.”
김종진의 말처럼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그들의 대표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제목이 영화와 라디오, 그리고 잡지에까지 사용될 정도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을 ‘브라보 마이 라이프’로만 평가 하려고 한다면 섭섭한 일이다. 1986년 데뷔 이후 ‘쓸쓸한 오후’, ‘어떤 이의 꿈’,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대중에게 사랑을 받은 곡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대중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었음에도 그들은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단 한 번도 구태의연한 음악을 하려고 한 적이 없어요”
뮤지션으로서 단 한번이라도 느슨하게 음악을 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저희는 매일이 슬럼프에요. 흔히들 목표한 바가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기는 하지만, 뜻대로 나아가지지 않을 때 슬럼프에 빠졌다고 하는데요. 저희는 늘 목표한 것 그리고 생각한 것보다 더딥니다. 더 많은 음악활동을 하고 싶고, 더 많은 곡들을 발표하고 싶고, 더 매일 연주하고 싶은데 항상 꿈에 못 미칩니다.“
항상 새로운 음악활동을 갈구하는 그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욕심은 끝이 없었다. 화기애애한 인터뷰 분위기였지만 음악 이야기만 나오면 이야기가 더 깊어졌다. 두 사람 이외에 친한 친구를 알려달라는 기자의 질문에도 그들은 뮤지션 친구들만 열거 할 만큼 그들에게 있어 음악은 삶의 전부였다.
그들은 친구들과 만나면 ‘물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소유욕.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 그 열정에 혀를 내둘렀다.
“친구들과 만나면 역시 음악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아니면 소유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 그 소유욕. 너무 가지고 싶은 것이 많거든요.”
“그것이 무엇인가요?”
“무엇이겠어요. 악기지. 끊임없는 이 물욕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음악가의 길은 안 걸었으면요? 아마 음악 감상가의 길을 걷고 있었을 것 같아요. 이곳 LP바 사장님처럼 음악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꿈이거든요. 사실은 지금도 음악을 연주하는 것 보다 음악을 듣는 것이 훨씬 행복합니다.”(김종진)
“저는 어린 시절 사업가가 꿈이었어요. 무작정 돈 좀 벌어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악기를 배우고 음악을 접하게 되면서 음악이라는 깊은 물에 빠져들게 됐습니다.”(전태관)
기자는 음악에 대한 길이 아닌 다른 길에 대한 대답을 기대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그런 기대치는 점점 낮아졌다. 기자는 ‘혹시나’하며 넌지시 질문을 꺼냈지만 김종진은 ‘역시나’로 응수했다. 음악이 좋아서 선택한 길. 그러나 막상 일이 되니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음악 때문에 스트레스는 쌓여갔고, 좌절감이 커질 때도 많았던 탓이다. 그래서 그 둘은 심적 소모가 덜한 음악을 듣는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들이 좌절감을 느끼면서 무대에 서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행복감을 전달하는 것. 좋은 음악으로 대중들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 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종진과는 달리 전태관은 사업가를 꿈꿨었다. 무작정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서강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전태관은 “별다른 꿈보다 그냥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전혀 고민 없이 경영학과를 입학하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음악가의 천성은 버릴 수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접한 엘튼 존(Elton John)의 ‘돈 고 브레이킹 마이 허트(Don’t Go Breaking My Heart)’는 그를 음악에 길로 인도했다.
“엘튼 존의 노래는 저를 음악의 물로 살살 끌어들인 노래입니다. 이 즈음해서 드럼도 배우게됐죠. 단지 취미 생활로 치부하다가 대학 입학이후 많은 음악을 접하다 보니 ‘아! 이것이 더 나를 미치게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 이 세계로 뛰어들게 됐습니다.”
이 둘은 젊은 시절 음악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꿈꿨다. 그것도 음악 교육의 요람이라고 하는 버클리 음대다. 진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김수철과 작은거인,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이런 굵직한 선배들과 함께 음악활동을 했던 시간들이 버클리 음대에 대한 동경을 상쇄시키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 거친 파도를 즐기는 뱃사공들
그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30년의 세월을 바다의 파도에 비유했다. 현재도 그 거친 파도 위를 항해중이라고. 하지만 30년 이라는 세월. 그 세월의 풍파 속에서 모진 파도를 견뎠다. 또 그 험난했던 파도를 즐기며 음악계의 유능한 뱃사공으로 거듭났다.
“이런 파도가 잔잔한 수영장 보다 재미있잖아요.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고, 파도를 이겨내면 이겨냈다는 포만감도 생기고 말입니다. 30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많은 성격적ㆍ음악적ㆍ사업적 트러블이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생기기전에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 둘이 만나 한 팀을 이뤄 30년 동안 파도를 항해한다는 것. 그들의 순조로운 항해의 힘은 ‘배려’였다. 인터뷰 중간 마다 주고받는 그들의 대화와 눈 맞춤에서 그들의 우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운명에 냉랭한 기운이 감돈 적이 있다. 무리 없이 항해하던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배가 침몰할 뻔했다. 청천벽력 같은 전태관의 신장암 소식 때문이었다. 악성종양이었지만 초기에 발견한 덕분에 다행히 치료에 성공했다.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왔던 삶. 그 삶에 제동을 걸었던 신장암이라는 병. 전태관은 신장암을 앓고 난 후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이제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죠. 그래서 무엇보다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가족의 소중함도 느껴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가족이 제 든든한 버팀목이니까요. 또 이전에 불규칙적인 생활 때문에 몸이 망가졌던 것 같아서 되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 합니다.”
기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무명시절' 그 서러움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의 최고 약점이 한가지 있다고 고백했다. 기자는 고개가 갸우뚱졌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김종진의 어조는 담담하면서 자신감이 넘쳤다.
“잘난 척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저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설움의 시절이 없었다는 것 입니다. 발표한대로 잘 돼서 더욱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김수철과 작은 거인,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과 같이 굵직한 선배들과 함께해서 몰랐던 것이죠. 또 음악 발표를 하면 몇 십 만장이 판매됐기 때문에 안주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냉철하게 말하면 그것이 우리의 최고 문제점입니다. 그래서 진짜 진국의 음악이 안 나올 수도 있는 기로에 늘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난 척이 아니었다. 좋은 선배들과 함께 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자, 선배들에게서 배운 것을 통해 소위 ‘뿅가는 음악’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책임감의 표현이었다.
이렇게 봄여름가을겨울의 30년은 신장암과 음악적ㆍ성격적ㆍ사업적 트러블이라는 파도기를 거쳤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음악에 대한 열정, 선배들에게서 배운 튼튼한 음악적 기반이 파도를 항해하는 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 고장난 시계
지난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봄여름가을겨울. 26주년을 맞는 올해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후배가수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3월 27일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숲’으로 26주년 첫 공연에 나선다.
그들이 25주년을 맞이해 낸 곡. ‘고장난 시계’. 이미 그들 앞에서 세월은 ‘고장난 시계’였다. 50을 넘긴 나이.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은 30년 전 그대로다. 26주년을 맞은 지금. 봄여름가을겨울의 향후 25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불꽃을 피우리라. 태워도 태워도…”
윤시내의 '열애'가 흘러 나왔다. 그냥 묵묵히 아무 표정없이 두 눈을 감고 있는 사람. 그런데 그 사이로 다른 얼굴들이 들어온다. 눈을 감고 추억에 젖은 사람, 윤시내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
다소 촌스러운 분위기. 조명이라고 해봐야 노란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마치 예전의 디스코텍을 연상케 한다. 현란하지 않지만, 튀지 않는 소박한 분위기는 잠깐 잡념을 떨쳐 버리고 나만의 세계에 젖어들기 충분하기도 했다. 나즈막한 DJ의 중후한 목소리. 자세히 들어보면 꽤 세련된 모습이다.
소박하지만 뭔가 진중한 이 분위기 속에서도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 미동이 나타난다. 음악가락에 몸을 맡기는 사람, 눈을 살포시 감는 사람. 처음찾은 이곳은 어색하기만 했는데, 이미 먼저 자리를 찾은 사람들은 이미 분위기에 흠뻑 젖어있었다. 이 자그마한 공간은 훈훈한 추억의 온기로 가득 했다. '추억 더하기’에 다들 몰입해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양은 도시락을 먹는 사람, 차를 마시며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 그리고 친구들과 옛 이야기에 웃음 짓는 사람으로 15개의 테이블은 만원이었다.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추억더하기’는 지난 해 5월 문을 열었다. 양은 도시락 3000원, 잔치국수 3000원, 커피 2000원.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제공하는 ‘추억더하기’는 신중년들의 쉼터이자 놀이터 그리고 일터가 됐다. 추억더하기가 문을 연 취지를 설명하는 김대영 실장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추억더하기는 장사 목적이 아닙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와 서비스 차원에서 운영되는 거예요. 추억더하기는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거리에 내몰린 어르신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 맞잡은 두손, 노년 데이트의 장
추억더하기에는 삼삼오오모여 이야기꽃을 피운 할머니들, 젊은 시절 못 다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있다. 이곳에서 만난 유 할아버지(84)와 김 할머니(78)는 두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기자는 그 맞잡은 손이 너무나 아름다워 귀여운 손자 웃음을 지었다. 한 달에 두세번 이곳을 찾는다는 노년커플에게 왜 계속 오게 되냐고 묻자, 가게에 대한 호평 일색이다.
“여기가 좋은 이유? 너무 많지. 성실한 대접도 좋고, 가격도 싸고, 음식도 깔끔하고 우리같은 노인네가 갈데가 어디 있어 이만하면 아주 좋지. 아 참. DJ 저 양반 목소리가 구수해서 자꾸 찾게 돼.”
이 노년 커플이 처음 발을 들인 것은 근처에 위치한 실버영화관에서 영화데이트를 즐긴 이후 였다. 실버영확관의 팸플릿 광고를 통해 알게 돼 이곳을 찾은 이후, 이 커플은 추억더하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김 할머니는 젊은 시절 유 할아버지가 장교였던 탓에 이제야 제대로 된 데이트를 이곳에서 한다며 웃음 지었다. 육군 대령으로 전역해 재한 군인회 회장까지 한 유 할아버지는 “추억은 아름답잖아”라며 추억더하기에 있는 의미를 전했다. 김 할머니는 젊은 시절 군인인 남편 탓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자가 넌지시 “할아버지가 야속하셨죠”라고 농담을 던지자, 귓속말로 “(데이트 할 때 마다 사람)수가 너무 많았어”라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 노년 커플은 인사동과 종각 그리고 사적지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인생 이막의 데이트를 꽃피우는 것이다. 유 할아버지는 “옛날부터 인사동을 많이 찾았는데, 지금은 인사동 거리 변천사를 보기 위해 찾아와. 어떻게 변했을까. 종각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어떨까 이런 것을 보려고 말이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변해버린 종로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종로는 말이야. 보신각도 있고, 인사동도 있고 해서 우리나라 전통이 많이 살아 있는 곳이야. 근데 지금은 너무 많이 변해버렸어. 외국인들이 저렇게 많이 찾는데도 종각에서는 전통 음식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신세대 음식점으로만 만들어져 있어서 뭔가 많이 아쉽네.”
오후 4시 DJ가 DJ 박스에서 나오자 젊은이랑 함께해서 좋았다는 얘기를 남기고 노년커플은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 추억을 틀어드립니다. 장민욱 DJ
“나도 신성일처럼 생겼으면 좋았을 텐데. 근데 말이에요. DJ의 첫째 조건은 못 생겨야 돼. 난 잘 생긴 DJ들 미워. 그래서 배철수 씨가 좋아. 여러분 남자의 시기 질투가 더 무서운 겁니다. 아시죠?”
중후하면서 유머 넘치는 DJ의 멘트에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능글능글한 진행으로 노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DJ 박스의 주인은 37년차 베테랑 DJ 장민욱(58)씨다. 다른 곳에서 DJ를 하다 4년전부터 낙원동에서 DJ를 한다는 그는 신중년들에게 추억여행을 선사한다. 손님들이 보내는 각가지 사연을 소개하고, 신청곡을 틀어주면서 말이다.
베테랑 DJ답게 웬만한 LP판은 모두 소장하고 있다. 장 DJ의 자리 뒤쪽에 위치한 2700여개의 LP판이 그의 DJ 인생을 대변해준다. 폴 모리아악단의 ‘이사도라’, 노사연의 ‘님 그림자’, 윤시내의 ‘열애’. 신중년들의 신청곡이 쏟아진다. 장 DJ는 수많은 LP판 숲에서 신청곡을 금새 찾아 뽑아낸다. 그야말로 프로 중의 프로였다.
어느덧, 기자와 마주 했던 시간이 가고 오후 4시가 되자 그는 LP판이 가득한 DJ 박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턴테이블에 판을 건다. 이어서 마이크를 당기며 '멘트'를 날리기 시작했다. 낮은 톤으로 마치 속삭이듯, 그 옛날 그 다방에서 그랬듯.
"오늘 하루 어떠셨습니까? 요즘 모두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지금 좋은 분들과 함께 하고 계신가요? 여러분 어깨에 걸린 묵직한 삶의 무게, 그 시절 그 음악으로 덜어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신청곡과 함께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번 신청곡은 노사연의 ‘님 그림자’, 이어지는 곡 윤시내의 ‘열애’ 입니다."
# 우리는 70대 직장인
추억더하기를 들어가려는 찰나. 얼굴의 미소를 한껏 머금은 ‘만학도’ 교복 할아버지가 기자를 맞이했다. 교복을 입은 어르신의 가슴에는 ‘청춘복’이라는 명찰이 새겨져 있었다. 이곳에는 70년대 교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두 분이다. 한 명의 홀 서빙, 한 분은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다.
매니저를 맡고 있는 정광석(73)씨는 이곳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일한 원년멤버다. 추억더하기에는 정 씨와 같이 70세가 넘은 노년들 16명이 일하고 있다. A조와 B조로 나눠 격일로 근무하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도 덜하다. 원래는 서빙을 맡고 있는 여성 할머니들도 교복을 입고 근무를 했지만 음식이 튀거나, 치울 때 더러워져 남성 할아버지들만 교복을 입기로 결정했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표정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은 여느 젊은이들 못지않다. 일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이곳 '추억더하기'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다.
“나이 칠십 먹은 노인네를 어디서 써주겠어. 그저 아침에 일어나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지. 친구들도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일도 어렵지 않아서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다니까”
추억더하기가 지난 해 5월 문을 연 이후 종업원이 바뀌거나, 중도에 그만 둔 사람이 한명도 없다. 이러한 종업원들의 성실함과 직업의식이 더해져 추억더하기를 더욱 빛내고 있다.
추억더하기는 옛 기억을 추억하는 노년들이 발길이 늘자 안산에 2호점을 낼 예정이다. 어르신들의 쉼터와 놀이터 그리고 일터로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어르신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추억더하기는 대한민국 성장의 땀방울이었던 신중년들을 모시고 대접하는 따뜻한 가게로 낙원동을 빛내고 있다.
‘지지직….’ LP판에 바늘을 올리자 귀에 익은 잡음과 함께 가수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가 흘러나온다. LP가 돌아가며 음악을 뿜어내니 그 날의 추억이 생생하게 피어난다.
LP판이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신기함을 느꼈고 음악으로 감성을 채웠던 그 시절. 모바일 리듬 게임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이러한 추억을 담고자 했다. 그래서 일까. 화려한 3D 그래픽을 구현해 유저들의 시각을 자극하는 요즘 게임과 달리 LP만 덩그러니 놓여져 투박한 느낌마저 든다.
리듬 게임은 음악에 맞춰 위에서 내려오는 노트를 정확한 타이밍에 지정된 위치에 터치하는 방식으로 LP판을 문지르는 듯한 느낌의 사용자 경험(UX)을 구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행복한 피아니스트 개발사인 아이즈 소프트는 기술력과 트렌드를 담아 세련된 LP 사용자 환경(UI)을 구현했다. 자신이 아는 노래를 기다리는 설렘을 모바일에 담아내고자 심혈을 기울였고, 사용자들은 다운로드수로 부응했다. 두뇌 싸움도, 치열한 공성전도 아닌 지친 심신을 음악으로 달랠 수 있는 힐링게임 행복한 피아니스트를 개발한 아이즈 소프트 임종관 대표를 만났다.
◇음악 게임의 대중화 앞서다= 리듬 게임은 마니아층이 한정돼 출시된 후 단기간에 호불호가 갈린다. 임 대표는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음악 게임의 대중화를 위해 제작됐다”며 “기존에 주로 마니아들 위주로 인기를 얻었던 이 장르를 좀 더 다양한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눈 높이를 맞췄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가 굳이 피아노를 선택한 이유는 누구나 한 번쯤 배워보고 싶어 했을 법 한 향수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피아노를 전혀 다루지 못한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감을 주고 싶었다”며 “위에서 내려오는 붉은 노트를 가볍게 문지르기만 하면 진짜 피아노를 연주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즐길 수 있다. 경쟁사의 음악 게임이 노트를 맞추지 못하면 끝나는 것과 달리 틀리더라도 한 곡을 완전히 연주(클리어)할 수 있게 했다. 임 대표는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사용자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게 목적이지만 능숙한 유저들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별 4.5~5개 난도의 곡도 꾸준히 업데이트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400만 다운로드… 넓은 유저층이 강점= 임 대표는 행복한 피아니스트의 출시도 감성이 풍부한 ‘크리스마트 이브’에 맞췄다. 이 후 22일 만에 400만 다운로드를 기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임 대표는 “국민 게임 기준인 1000만 다운로드 달성 전략을 따로 세운 것은 아니지만 유저들이 리듬 게임의 매력을 느끼고,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힐링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업데이트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복한 피아니스트에서 제공하는 노래가 8090 세대를 겨냥했지만 유저층은 10~40대에서 25%씩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최근 다양한 TV 오디션 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복고’가 유행을 타자 10대들도 그 시절의 명곡에 익숙한 덕분이다.
임 대표는 “특정 연령대를 공략하기 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요를 중심으로 선택했다”며 “초반에 수록한 가요들을 의외로 다양한 연령층에서 알고 있었고, 노래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빠른 업데이트로 최신곡을 담아낸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사 삽입도 ‘신의 한 수’= 특히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다른 게임과 달리 연주가 시작되면 화면에 가사가 보인다. 귀로 멜로디를 들으며 연주하면 ‘매직아이’처럼 가사가 눈에 쏙 들어온다. 가사의 감성이 또렷하게 전달되는 느낌이다.
임 대표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퍼블리셔인 넷마블과 숙의해 가사를 넣어봤는데, 주변에서 ‘신의 한수’라고 평가했다”면서 “가사 덕분에 감성 게임이라는 수식어가 완성된 느낌”이라고 의미를 뒀다. 이어 그는 “아이들에게도 부담 없이 권할 수 잇고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맞게 명곡들을 흥얼거릴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리듬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행복한 피아니스트는 터치 정밀도 부분과 고레벨을 위한 업데이트를 계획 중이다. 임 대표는 “이 게임은 배경음이 재생되면서 피아노 소리를 동시에 재생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단말기 사양에 따라 차이가 많다”며 “현재 저사양 단말기를 위한 최적화와 고레벨을 위한 고난도의 곡들에 대한 추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수 고(故) 유재하의 육성이 담긴 미공개 노래가 발표됐다. 유재하가 생전에 녹음기에 남긴, 미국의 돈 맥클린(69)이 불러 크게 히트했던 팝송 ‘빈센트(Vincent)’다.
음반 제작사 C&L뮤직은 21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마리아칼라스홀에서 미공개곡 ‘빈센트’를 공개했다.
이 곡은 유재하가 생전에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노래로 그가 직접 통기타를 튕기며 노래한 음악이다.
제작사는 유재하의 데뷔작이자 유작 음반인 ‘사랑하기 때문에’를 고음질 LP로 재발매하기로 했다.
‘빈센트’는 이 음반 맨 마지막곡으로 수록된다.
유재하는 한양대 작곡과 출신이다. 스물다섯이던 1987년 11월 교통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하면서 요절한 가수 김현식과 비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을 뜨기 3개월 전에 발표한 1집 ‘사랑하기 때문에’는 꾸준히 회자되는 당대의 명반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너무나도 빠른 사회 변화와 디지털에 대한 피로감 때문인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복고 열풍을 타고 LP(Long Playing)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검은색 LP 음반 위 가는 선을 따라 뾰족한 바늘이 물 흐르듯 미끄러지면서 만드는 보드랍고 따뜻한 음색이 우리의 귀와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LP 음반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중고 LP의 수요가 늘고 대학가와 도심을 중심으로 소소한 LP 바(BAR)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그러나 LP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 그리 많지 않다. 한때 성업했던 음반가게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회현지하상가, 홍대앞, 용산전자상가 등에서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음반 가게들은 서로 특화된 전문분야를 내세우며 마니아층 사이에선 이미 명물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직접 청음을 하기 어렵고 청음을 하더라도 여유 있고 쾌적한 공간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 같은 아쉬움 속에 LP 마니아 사이에서 최근 명소로 꼽히는 LP 중고숍 및 LP 바가 서울 강남에 오픈해 화제다. 시가 10억원에 달하는 10만 장의 중고 LP를 소장,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압구정동에 위치한 ‘게스후’ ’(02-547-9063)다.
게스후는 LP 마니아들의 욕구를 고루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공간이다. 90평에 달하는 바에는 다양한 LP가 도서관처럼 천장까지 빽빽이 들어차 있어 직접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게다가 시가 2000만원 상당의 JBL 파라곤 스피커로 본인이 직접 찾은 LP를 들어볼 수도 있다. JBL 파라곤 스피커 혼(Horn)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뮤지션이 직접 라이브로 연주하는 듯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게스후를 운영하는 김형신(43) 대표는 1998년부터 LP를 다뤄 왔으며 클래식, 샹송, 재즈, 메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적 조예가 깊은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곳에선 그가 선곡한 클래식과 재즈를 설명과 함께 듣는 묘미 또한 색다르다.
게스후에는 중고 LP숍 공간과 청음실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중고 LP숍은 김형신 대표가 홍대앞에서 운영하던 중고 LP숍을 정리해 재오픈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중고 LP숍은 중저가 LP를 판매하는 재팬 레코드와 희귀 레코드를 판매하는 33RPM으로 나뉘어 있으며 33RPM에서는 운이 좋으면 최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LP를 구경할 수도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최고가 앨범은 에르텔만의 바이올린 바흐 무반주(휘어진 활로 켜는 바이올린 연주)와 엔니코 마이나르디의 무반주 첼로 음반으로 둘 다 400만원을 호가한다.
카멜, 비틀즈 등 올드팝부터,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등 스탠다드 재즈 넘버 그리고 수준 높은 클래식 앨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반이 존재하는 게스후는 수준 높은 음악적 문화충전 공간이다.
ING생명, 버거킹, 네파, 동양생명, 웅진식품, 할리스커피’.
이들 기업의 특징은 최근 PEF(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1년 새 매각금액이 수천억원대에서 조 단위를 넘나드는 대형 인수합병(M&A) 딜에서 PEF들이 저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 PEF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와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서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동북아 최대 PEF, MBK파트너스 주요 딜 석권
특히 국내 토종 강자 PEF 선두주자로 꼽히는 MBK파트너스의 성과가 단연 돋보인다.
지난 1월 1조1914억원에 사들인 코웨이(옛 웅진코웨이), 6000억원에 인수한 일본커피 프랜차이즈업체인 고메다(KOMEDA)에 이어 아웃도어 업체 네파 지분 87%를 약 9700억원에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매물이 쏟아져 업계 구도가 재편 중인 금융권 M&A시장에서도 저력을 자랑한다. 최근엔 올해 빅 딜로 꼽힌 ING생명 인수(1조 8000억원)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MBK파트너스의 투자 성공은 안정적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비내구성 소비재 등 경기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고객 기반이 확실한 기업들에 집중 투자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한미캐피탈, KT렌탈, 루예파마, 갈라TV,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인보이스 등 6건에 대한 엑시트(자금 회수)에 성공했으며,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의 지분 일부 매각에도 성공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설립 시 미국계 사모펀드와 달리 한국적 정서, 기업의 임직원들을 파트너로 생각했다”며 “이 같은 투자철학을 바탕으로 투자한 기업들이 평균 18% 정도 인력 증가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MBK와 더불어 국내 토종 PEF 1세대로 꼽히는 보고펀드는 지난 2006년 노비타를 시작으로 동양생명, 비씨카드, LG실트론, 버거킹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 신흥 PEF들도 다크호스로 등장…기관 니즈 커져 시장 확대 예상
기존 PEF 강자와 더불어 신흥 강자의 세대교체도 올 한해 돋보였다는 평가다.
IB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와 IMM PF, 모건스탠리PE, 어퍼니티PE, HMQ PE 등을 주목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1년 싱가포르 테마섹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등 여러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설립된 한앤컴퍼니는 대한시멘트, 쌍용양회, 웅진식품 등을 인수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006년 IMM인베스트먼트에서 분리돼 설립된 IMM PE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셀트리온제약, 한독약품 등에 투자하고 지난 7월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업체 할리스를 약 1000억원 규모에 인수했다.
외국계 PE로는 모건스탠리PE, 어피니티PE, H&Q PE들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PE는 2011년 국내 토종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인 놀부NBG, 위생용지 2위 업체 모나리자 등을 인수했고, 어피니티PE는 지난해 싱가포르투자청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서 인수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PEF가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저금리와 저성장이 지속되며 대형 연기금 등 기관들이 이들 기업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유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또 PEF를 통한 자금 회수율(엑시트)도 높아 점차 기관들의 니즈가 커 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구조조정 국면에 빛을 발하는 PEF들의 특성상 요즘처럼 어수선한 시기에 향후 더 돋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004년 국내 PEF 시장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9조7000억원(약정액 기준)의 뭉칫돈이 PEF시장으로 몰렸다.
삼성증권이 올 초 개최한 2013년 글로벌 PEF에 참석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국내기관 투자자들의 72.2%가 올해 1000억원 규모 이상의 PEF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패 사례도 만만치 않다. 현재 콘래드호텔 인수를 추진 중인 CXC는 아이엠투자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어 결국 인수에 실패했다.
이덕훈 전 우리은행 행장이 이끌던 키스톤 PE는 지난해 5월부터 한국토지신탁, 예성저축은행, 리딩투자은행 등의 인수를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예성저축은행과 리딩투자은행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연기금, 공제회 등 펀드 투자자(LP) 자금 조달에 실패해 인수에도 고배를 마신 것.
또 다른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려한 경력을 무기 삼아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투자하고 회수하는 PEF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결국 자금조달이나 회수에 실패하는 사례도 빈번해 PEF업계 간 양극화가 벌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