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온 큰 변화 중 하나가 비대면 교육이다. 화상을 통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하는 화상 교육이다. 초중고와 대학에서도 실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줌(Zoom)을 설치해 쉽게 접촉할 수 있다. 발표자가 리드하고 동시에 여러 수강생이 접속해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모든 교육 과정에서 보편화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실시간 동시 화상 통화로 출퇴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사는 이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거라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라 예언한다.
어쨌든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가 지구는 한 가족이라는 사실이다. 성경에 보면 한 언어를 사용하던 인간들이 하느님과 같이 되고자 바벨탑을 쌓는 장면이 나온다. 신은 그 교만한 마음을 심판하기 위해 서로 언어가 다르게 흩어놓았고 결국 바벨탑이 무너진다. 생각이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아 소통이 안 된 것이다. 바벨탑의 교훈은 인간의 교만한 마음에 대한 심판이다. 그리고 코로나19의 문제는 각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지구촌의 문제라는 걸 보여준다. 중국의 우환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중국 전역에 번지더니 주변국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먼 나라 이야기처럼 방관하던 나라들이 불과 몇 달도 안 되어 함께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바이러스에 이렇게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다.
올해는 황사나 미세먼지로 고생한 기억이 별로 없다. 황사는 주로 중국이나 몽골의 건조, 황토 지대에서 바람에 실려 중국의 산업화 지역을 거치면서 규소나 납 등 중금속 물질의 농도를 높여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미세먼지는 공장이나 자동차 매연 등 석탄과 석유 등의 화석 연료가 연소할 때 배출 가스가 문제된다. 어찌되었든 코로나19로 차량 운행이 줄고 중국 해안지대 공장의 운영이 순탄치 않으면서 황사나 미세먼지가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지구촌의 환경오염 등 기후 위기 해결책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 틀림없다.
코로나19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청명한 가을하늘과 신선한 맑은 공기에 살맛 난다는 사람도 많다. 쉽게 끝나지 않겠지만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방식을 많이 변화시켰다. 마스크는 일상의 도구가 되었고, 수시로 손 씻기, 대면 접촉 최소화하기, 불필요한 회식이나 술잔 돌리기 등도 사라졌다. 비대면 교육인 온라인 강의가 확대됐고,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결국 현대 의학으로 머지않아 극복되겠지만, 코로나19가 준 교훈을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인류는 산업화와 정보화 등 급속한 변화와 성장 속에 달려왔다. 지나친 경쟁으로 자연환경은 파괴되고 그에 따른 기후변화와 위기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감기나 독감처럼 우리 인류가 끌어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하루 신규 확진자 100명 선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유럽은 하루 수만 명씩의 확진자 발생으로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다. 당분간 해외여행도 어려울 것 같다. 비대면 소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정보통신의 발달 덕분이 아닌가 싶다.
‘테스 형은 알까?’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어쩔 수 없이 시간도, 교통비도 절약되니 비대면 교육으로 마음의 양식이나 채워야 할까보다.
프랑스 생장에서 시작해 스페인 북서쪽의 산티아고를 향해 약 800km의 길을 한 달가량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이제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물론 출발지는 제각각 다를 수 있다). 이제는 멀리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도 섬이나 들판을 가로지르며 순례길처럼 걷는 길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안 섬의 12사도 순례길은‘섬티아고’라 부른다. 지난 초여름에 다녀온 신안 섬의 순례길은 갯벌이 살아 있는, 때가 묻지 않은 천혜의 섬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길이 있다. 바로 당진의 버그내 순례길이다. 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곳. 가을이 한창이던 지난달에 다녀와서 지금껏 그 들판이 차분하게 나를 다스린다. 여건상 순례길 일부만 돌아봤지만 다시 한 번 조용히 찾아가 제대로 걸어볼 생각이다. 마음속에 기분 좋은 여정을 감춰두고 기다리는 은밀한 기분이다.
순례길의 주요 지점은 솔뫼성지를 시작으로 합덕제와 합덕성당, 원시장과 원시보 우물터를 거쳐 무명 순교자의 묘를 경유해 신리성지까지 약 13.3㎞ 코스로 비순환형이다. 이곳은 한국 천주교회 초창기부터 이용되었던 순교자들의 길이다. 시간은 발걸음에 따라 4~5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름길이나 거친 길 없이 고요하고 평온하기만 해서 이곳이 더 알려지지 않고 지금만큼만 유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버그내 순례길의 시작인 솔뫼성지, '소나무가 뫼를 이루고 있다' 하여 솔뫼라는 순 우리말로 이름을 지었다. 이곳이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탄생한 자리다. 1784년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 직후 김대건 신부의 증조할아버지부터 4대에 걸친 순교자가 살았던 곳으로 신앙의 못자리이자 한국의 베들레헴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지난 2014년 천주교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으로 전 세계적인 천주교 성지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곧 다가올 2021년은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의 해이다. 유네스코 세계 기념인물로도 선정되어 당진 일대를 걷다 보면 곳곳에 행사를 예고하는 글귀를 볼 수 있다.
솔뫼성당 입구로 들어서 조금 걸으면 원형 공연장 겸 야외 성당인 솔뫼 아레나가 쉼터처럼 펼쳐진다. 둘레에 12사도가 세워져 있어 야외 행사의 느낌이 남다를 듯하다. 성당 주변을 둘러싼 솔밭 사이로는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조형물들이 이어진다. 천주교 전파를 위해 피를 흘린 순교자들의 모습이 노송들 사이에서 성스럽게 서 있다.
버그내라는 이름은 삽교천으로 흘러들어 만나는 물길로, 합덕 장터의 옛 지명인 ‘범근내포’에서 유래됐다. 이 물줄기를 중심으로 천주교 신앙이 퍼져나간 것이다. 이 길에 서린 순교와 박해의 역사를 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이다.
발길 따라 계속 걷다 보면 합덕 평야에 농업용수를 조달하던 저수지 합덕제를 거쳐 합덕성당을 만난다. 1929년 프랑스 선교사였던 페랭 신부가 봉헌한 합덕성당은 조용한 합덕 마을을 앞에 두고 고요히 서 있다.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 구조를 이룬 두 개의 종탑이 반짝인다.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은 형상이라고 하는데 그 경건함이 붉은 벽돌의 고딕과 어울려 아름답다. 가던 길 멈추고 이 지역의 랜드마크인 합덕성당에 들러 그 풍경 속에서 한참 머물다 가길 권한다. 100년쯤의 역사를 간직한 이 성당은 한국 천주교회에서 사제와 수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성소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합덕의 너른 들에 가득 차 있는 기운을 받으며 처절한 순교의 길을 택한 이들을 기억하며 구불거리는 길을 걸어간다. 바람 부는 평야를 지나 조붓한 둑길을 걸으면 평온한 자연 속에서 버그내 길이 이어진다. 걷고 또 걸으며 순례길이 품은 순교자들의 신념, 아픔, 그리고 뜨거웠던 영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위안을 받는 또 다른 시간이다.
신앙의 못자리이자 한국의 베들레헴이라는 말, 처음 듣는 표현이었다. 이 말이 당진 곳곳을 지나면서 자주 보였다. 여기에 이런 말이 있었구나 내심 생소했지만 하루쯤 걷고 둘러보면 누구나 수긍하게 된다. 순교자들을 기리는 성지로서 그들의 뿌리와 죽음은 물론이고 그들의 아픔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란 것을.
걷기 열풍이 계속 이어지는 추세이지만 순례길만의 깊은 의미를 새기는 시간은 남다르다. 지난해엔 걷고 싶은 길로 선정되었을 만큼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다만 주변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으니 조용히 묵상하면서 걷는 예의도 명심할 일이다. 비대면 여행이 강조되는 이즈음에 순례길 걷기는 더없이 좋다. 특히 이곳은 '혼행'으로 최적이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비행기나 여객선을 타지 않아도, 애써 여러 날을 비울 필요도 없다. 어느 날 하루 훌쩍 떠나면 된다. 신념의 전파를 위해 피 흘리기를 택했던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무언가 가슴에 실리는 것이 있을 것이다. 단 하루면 가능한 버그내 순례길의 여운은 아주 길다.
▲주변 명소& 맛집
당진 면천읍성(沔川邑城 ) 마을
당진시 면천읍성 일대를 성안마을로 부른다. 아주 오래된 이곳은 뉴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마을이다. 우체국을 미술관으로 만들어낸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 자전거포를 동네 책방으로 변신시킨 ‘오래된 미래’, 원래는 대폿집이었던 소품 가득 감성 가득 ‘진달래 상회’, 건너편에 면천향교를 둔 연꽃 가득한 연못 ‘골정지’, 면천 관아의 문루였던 ‘풍락루’ 등 마을 전체가 개발이 제한된 유적지여서 푸근한 시간여행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마을. 느리게 그러면서도 충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 면천읍성 마을이다.
아미미술관
당진보다는 아미미술관을 아는 사람은 많을 것 같다. 들길을 지나고 산 아래로 다가가면 나타나는 맑은 공기 속 예술 공간 아미미술관. 덩굴로 뒤덮인 담장이 먼저 객을 맞이한다. 유동초등학교라는 이름의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이다. 주변의 자연, 낡은 학교 원형을 그대로 살려 멋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오랜만에 갔더니 복도의 설치 작품들이 교체되어 다시 새롭다. 실내의 전시작품, 마당의 너른 잔디밭과 핑크 뮬리가 혼잡한 세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소설 '상록수'가 탄생한 곳, 심훈의 필경사
상록수의 작가 심훈이 낙향해 터를 잡은 곳, 당진에 내려와 직접 설계해 지은 집 ‘필경사’(筆耕舍). 필경사라는 옥호는 '붓으로 밭을 일군다'는 뜻이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대표 농촌 소설인 ‘상록수’가 집필되었다. "농부가 쟁기로 밭을 가는 것처럼 지식인은 붓으로 시대의 어둠을 가는 존재다"라는 심훈의 말처럼 당시 농촌계몽활동을 하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조형물들과 시비가 마당에 전시되어 있다. 그 옆 심훈기념관에는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따사로운 풍경 속에서 한참을 쉬어도 좋을 농촌 마을이다.
교황님도 다녀간 당진 식당 '길목'의 '꺼먹지 정식'
‘꺼먹지’는 당진의 향토음식이다. 가을 무청을 염장했다가 다음해에 먹을 수 있는 무청 짠지로 처음에는 파랗게 절여졌던 것이 검게 변했다 하여 꺼먹지라고 한다. 걸쭉한 들깨 찌개에 구수한 꺼먹지가 함께 어울려 맛을 내는 음식이다. 그릇도 흰 분청사기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손맛이 좋은 반찬들이다. 교황이 솔뫼성지 방문 후 사제단 만찬을 이곳에서 했을 때 꺼먹지 정식이 제공되었다고 한다.
명장이 만든 떡, 민속떡집
민속떡집의 쑥 왕송편이 유명해서 당진을 떠나면서 늦은 저녁에 들렀더니 왕송편은 이미 다 팔린 후였다. 떡 명장이 만들어내는 민속떡집은 당진시 최초로 백년가게에 선정되었다.
낙엽이 하나둘 떨어지는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은 탈모의 계절이다. 가을에는 길거리의 무수한 낙엽마냥 우리 주변에도 수많은 머리카락을 남긴다. 왜 가을만 되면 머리카락이 더 잘 빠질까?
◇ 국내 탈모 인구 1000만 명… 탈모증 4년 새 12% 늘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5년 20만8534명에서 2019년 23만3628명으로 4년 새 12%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한다고 추산한다. 그만큼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탈모인이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탈모는 미용 상 작지 않은 문제를 발생시키지만 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 또한 엄청나다.
탈모는 비정상적으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모발이 정상적으로 존재해야 할 곳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모낭은 2~8년의 생장기와 2주의 퇴행기, 1~3개월간 성장을 멈추는 휴지기로 이뤄지는 주기를 반복한다. 머리카락 하나가 평생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자라다 성장이 멈추면 빠지고 다시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는 식이다.
머리카락은 평생 계속 교체된다. 보통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면 탈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하루에 수십 가닥씩 머리카락이 빠지고 새로 나는 일은 정상이다. 하루에 평균 100개 이상 빠질 때 탈모라고 한다.
◇ 건조한 날씨와 일교차는 두피에 악영향
머리카락의 수는 봄·여름에 늘고 가을철에는 많이 줄어든다. 머리카락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가을철 대기가 건조해지면 두피 또한 건조해지고 이때 피지량이 감소하면서 건조한 두피에 각질이 쌓이기 쉽다. 각질이나 오염물질은 모공을 막아 모낭세포의 활동을 떨어트리고 이 때문에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이다.
가을철 큰 일교차도 탈모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일교차가 커지면 두피의 유·수분 균형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각질이 생기면서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가을철에는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는데, 테스토스테론이 인체 내 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Dihydrotestosterone)으로 전환되면 모발 성장을 막고 모발이 쉽게 탈락하게 된다.
우유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여름 내내 두피가 가득 흡수한 자외선은 가을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한여름 자외선으로 인해 휴지기에 탈모가 일어나면서 머리카락이 탈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외선 때문에 머리카락 각질층이 깨지는 일도 흔하고, 머리카락이 부러져 머리숱이 더 적어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여름은 피지와 땀 분비가 많은 계절이다. 지루성피부염이나 모낭염 등 두피 상태가 나빠지면서 가을에 머리카락이 더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탈모는 주로 남성에게 나타나는데 남성 탈모는 이마의 양쪽 끝부분이 올라가면서 M자 형태를 보이고 정수리의 머리도 같이 빠지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 여성 탈모는 이마 선은 유지한 채 정수리의 머리숱이 전반적으로 적어지는 형태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여성 탈모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이 보유하고 있는 남성호르몬의 증가나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제의 민감도가 커지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과도한 스트레스, 다이어트와 같은 영양 결핍, 파마, 염색, 자외선 노출에 의한 모낭의 손상, 머리를 세게 묶는 습관 등도 영향을 미친다.
머리를 감는 횟수도 탈모와 관련이 있다. 피지 분비가 많지 않은 사람은 2일에 한 번씩 머리를 감아도 괜찮지만 피지 분비가 많다면 매일 감는 것을 권고한다.
◇하루 100가닥 이상 빠진다면 전문의 찾아야
가을철 탈모를 줄이려면 일상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건 두피의 청결이다. 두피에 땀과 피지 등 노폐물이 쌓이면 염증을 일으키고, 이 염증은 탈모의 원인이 된다. 두피 청결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머리를 감을 때는 미지근한 물로 계면활성제가 없는 샴푸를 이용해 꼼꼼히 감는다. 아침보다 일과를 마친 저녁에 감는 것이 좋다. 머리를 말릴 때는 수건으로 모발을 비비지 말고 두피 마사지를 하듯 꾹꾹 눌러준다. 머리카락은 적절한 수분을 유지하지 못하면 쉽게 끊어진다. 샴푸 후 자연 바람이나 드라이어 찬 바람으로 말리는 것이 좋다. 채소와 과일에 많은 항산화제 성분은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잡곡, 해조류, 견과류 등도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탈모에 나쁜 생활습관은 버려야 한다. 흡연은 탈모를 악화시킨다. 스트레스 역시 탈모는 물론 지루성피부염 등 두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나 수면 주기는 모낭의 성장주기에 영향을 줘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식품 등 서양식 식습관도 탈모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만큼 줄이는 것이 좋다.
우유리 교수는 “하루에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 빠지거나 머리가 가늘어졌다고 느낀다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며 “머리를 감은 후 빠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봤을 때 한 움큼 정도 잡히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베개에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 있을 때는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어느덧 11월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여파인가 아직 겨울의 찬 기운보다는 가을의 그림자가 길게 그리고 더 짙게 남아 있음을 실감하는 나날입니다. 구절초꽃 피면 가을 오고 지면 가을 간다는데, 구절초꽃 한 송이 소개 않고 가을을 맞았으니 이제라도 구절초 꽃다발 한가득 내밀며 가을을 보내려 합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특산식물로서, 높은 산 바위 절벽에 피는 희귀한 구절초 한 다발 치켜들며 가는 가을에 작별인사를 합니다.
이름하여 바위구절초가 그 주인공입니다.
구절초, 이화구절초, 울릉국화, 포천구절초, 남구절초, 한라구절초, 신창구절초, 산구절초 등과 함께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된 9종의 국내 자생 구절초 가운데 하나입니다. 강원도 이북의 높은 산 능선에 주로 자라며, ‘바위’란 단어가 이름의 앞자리를 차지할 만큼 암벽을 유난히 좋아하는 전형적인 북방계 고산식물입니다. 당연히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고향’인 백두산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데, 수목한계선 위 화산석이 바닥에 깔린 평원지대에서 흔히 자랍니다. 백두산의 가을이 이미 시작된 8월 초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원형의 능선 주변 암벽에 핀 꽃도 바로 바위구절초입니다.
생존 환경이 열악한 암벽에 붙어사는 바위구절초는 돌마타리나 바위떡풀, 산솜다리, 벌깨풀 등 비슷한 여건에서 사는 다른 고산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악조건들을 이겨내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진화했습니다. 세찬 바람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키를 낮추고 줄기나 잎 등 전초를 가는 털로 감싼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실제 바위구절초는 전초의 높이가 20cm 안팎에 불과한데, 이는 구절초 중 가장 작은 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위 겉이나 좁은 틈새에 붙어사는 만큼 땅속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하고 옆으로 뻗으며 번식합니다.
8월에서 10월 사이 한 뼘 정도 길이의 꽃대 끝에 백색 또는 연한 홍색의 꽃이 하나씩 달리는데, 지름 3cm 안팎의 머리모양꽃차례는 전초나 화경에 비해 매우 크게 느껴집니다. 돌려나는 잎은 가늘고 깊게 깃꼴 모양으로 갈라집니다.
바위구절초는 가늘고 긴 잎 때문에 ‘가는잎구절초’라고도 불리는 산구절초의 일종인데, 바위구절초와 산구절초를 같은 종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산구절초는 깊은 산 중턱부터 자생하며, 키가 높게는 60cm까지 자라 바위구절초의 3배 정도 됩니다. 높은 산 정상에서 만나는 바위구절초는 대개 고산식물의 꽃들이 그러하듯, 잡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꽃색으로 눈길을 끕니다. 산구절초는 물론 낮은 곳에서 자라는 여타 구절초에서 느낄 수 없는 고졸한 기품과 기상이 엿보인다고 할까요.
Where is it?
“한국 북부, 중국 동북, 러시아 극동지구에 분포한다. 전국의 고산지대 산정에서 자란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분포지 설명인데, 막연하다. “강원도 금강산·설악산, 함경남도 부전고원, 함경북도 관모봉 등지에 분포한다.” 국립공원공단의 식물종 정보인데, 역시 아쉽다. 백두산 이외, 남한 땅에서 바위구절초를 손쉽게 만나는 곳은 석병산(石屛山)이다.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해발 1055m의 석병산은 정상 일대를 석회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쌓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었다. 바위구절초는 물론 두메닥나무, 바위솜나물, 시호, 큰제비고깔 등 희귀 북방계 식물의 보고로 유명하다. 바위구절초는 정상인 석병산 표지석 주변 일월문, 일월봉 등 암벽까지 올라야 만날 수 있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나는 서예에 입문한 지 8년이 넘었다. 그런데 덧없고 가뭇없고 하염없다. 붓을 잡기 전에는 내가 그래도 좀 쓸 줄 알았더니 도무지 나아지는 게 없고, 지금 서예에 기울이는 열성과 공부시간은 시작 때보다 훨씬 못하다.
이틀 전 서예모임 겸수회(兼修會)가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하는 겸수회 소풍은 일반 단체의 나들이와 다르다. 그 계절에 맞는 시문을 선정한 다음 지필묵을 준비해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한 글자씩 써서 글을 완성하는 게 주 행사다.
이번 가을엔 단풍을 노래한 연산군(1476~1506)의 한시와, ‘가을’이라는 한글 가곡이 선정됐다. 연산군의 시는 이렇다. “단풍잎 서리에 취해 요란히도 곱고/ 국화는 이슬 젖어 향기가 난만하네/ 천지조화의 말없는 공 알고 싶으면/가을 산에 올라 그 경치 보면 되리”[楓葉醉霜濃亂艶 菊花含露爛繁香 欲知造化功成默 須上秋山賞景光] 연산군의 시를 쓴다는 데 놀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진지하고 즐겁게 참여했다.
이렇게 함께 글씨를 쓰다 보니 내가 참 엉터리라는 걸 다시 알게 됐다. 스스로 한심 두심 세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붓의 소풍’은 나들이를 통해 우의를 도모하면서 각자의 자세와 내공을 점검하는 의미를 갖는데, 남들 앞에서 붓 잡고 글씨를 쓰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초창기에 덜덜 떨었던 나는 지금도 남들이 보는 데서 글씨를 쓰는 게 영 어색하고 서투르다.
나는 모든 서예 단체가 이런 형식의 소풍을 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우리 서예 스승인 하석 박원규 선생님의 창안이었다. 글을 고르는 것, 지필묵을 준비하는 것, 막내부터 역순으로 글씨를 쓰는 것, 그리고 끝난 뒤 식사와 산책으로 마무리하는 전 과정이 소풍이면서 학습이다. 노는 듯하지만 간단없이 이어지는 공부인 것이다.
이런 걸 뭐라고 불러야 하나. 벼루가 들어가는 말로는 세연례(洗硯禮)가 있는데, 글을 짓거나 책을 읽는 모임을 마칠 때 베푸는 잔치를 뜻하는 거라서 의미가 좀 다르다. 선비들이 글을 지으며 노니는 만남과 풍류의 모임을 아회(雅會)라고 하니 필아회(筆雅會) 또는 묵아회(墨雅會)라고 불러볼까. 붓을 모아 시문을 완성하니 합필(合筆)아회라고 해볼까. 그러나 찾아보니 합필은 여러 필의 토지를 합쳐 한 필로 만든다는 말이었다. 합필이 안 되면 거꾸로 필합(筆合)은 어때? 필합아회, 발음하기 쉽지 않다. 붓잔치, 즉 필연(筆宴)은 어떨까. 춘필연 추필연 식으로 쓰면? 그것도 좀 어색한 것 같다. 그러면 기초로 돌아가 그냥 알기 쉽게 필묵회(筆墨會)?
이렇게 이름을 궁리하느라 자료를 찾다가 영조~순조 연간의 문신 권상신(權常愼, 1759~1824)의 소풍 이야기를 읽게 됐다. 그는 1784년 3월(물론 음력) 어느 날 벗들에게 남산 꽃놀이를 제안한다. 비가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에 제1조, 제2조 형식의 ‘남고춘약’(南皐春約, 남산 봄나들이 조약)을 정했다. 빗속에 노니는 것은 꽃을 씻어주니 세화역(洗花役), 안개 속에 노니는 것은 꽃에 윤기를 더해주니 윤화역(潤花役), 바람이 불면 꽃이 떨어지지 않게 지켜주는 것이니 호화역(護花役)이라고 했다. 간단히 말해 날씨 핑계 대지 말고 놀러 가자는 것이다.
꽃을 꺾으면 벌주, 잘 걷는다고 혼자만 가도 벌주, 규정시간이 지났는데 글을 못 짓고 끙끙거려도 벌주, 술잔을 잡고 가만있어도 벌주다. 재미있는 건 술이 약한 사람에 대한 배려다. 도저히 못 마시겠으면 술을 꽃 아래에 부으면서 머리를 조아려 “삼가 꽃의 신이시여. 주량을 살피소서. 주량이 정말 적어 술을 땅에 붓습니다” 하고 고해야 한다.
권상신의 소풍 규약은 봄나들이, 그러니까 구체적으로는 진달래꽃이 필 때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가을에 국화 필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음력 9월이며 음력 9월의 별칭은 국추(菊秋), 국월(菊月)이다. 가을은 곧 국화다. 계절은 23일 상강, 25일 중양절(음력 9월 9일)로 이어진다. 가을은 깊어지고 깊어져 어느덧 저물려 하고 있다.
“푸른 물가 한두 잎 낙엽이 지고/ 들리느니 개울물 소리뿐이네/ 타다 못해 지는 잎 내 어이하리.” 그날 우리가 함께 쓴 한글 시는 내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전범중)이 짓고 음악 선생님(박일환)이 작곡한 노래다. 50여 년 전에 배웠지만 여전히 새롭다.
이렇게 함께 어울려 글씨를 쓴 다음 즐겁게 점심을 먹고 우리 동연(同硯, 서예를 함께 배우는 동료 학우)들은 한강변을 거닐었다. 유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햇살이 반갑고 바람이 시원했다. 한강변에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붓을 가지고 놀았지만, 사실은 그날도 붓이 날 가지고 놀았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나? 언제나 붓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아니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건지. 강변을 거닐며 싱거운 소리를 연발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계속했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소풍을 대체 뭐라고 해야 되지? 좋은 이름이 없나? 누가 좀 멋지고 적확한 말을 찾아내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후사할 텐데(후사=일이 다 끝난 뒤 고맙다고 말로 때우는 것).
쌀쌀한 바람 불어오는 날이면 따끈한 차 한 잔 하며 여유를 부리고 싶다. 추석 연휴 동안 쌓인 피로도 풀 겸 가을을 맞아 호텔에서 마련한 애프터눈 티 세트와 객실 패키지를 즐겨보자.
3대 진미와 곁들이는 로열하이티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로비 라운지에서는 가을의 정취를 담은 ‘로열하이티’를 마련했다(11월 30일까지). 미국 명품 차 브랜드인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의 시그니처 티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대추, 사과, 홍시 등 제철 로컬푸드로 만든 디저트는 물론 캐비어, 트러플, 푸아그라 등 3대 진미로 만든 메뉴도 맛볼 수 있다(2인 기준 7만5000원).
가을, 한 모금 패키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한국 전통 도자기 브랜드 ‘광주요’와 함께 ‘가을, 한 모금’ 시즌 패키지를 출시했다(11월 22일까지). 객실 타입에 따라 디럭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로 나뉘며 투숙객에는 ‘광주요 소리잔’을 제공한다(가을 한정, 20만 원부터). 더불어 라운지에서 조식과 애프터눈 스낵 등도 서비스로 즐길 수 있다.
어텀 브리즈 애프터눈 티 세트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10월 31일까지 ‘파노라마’ 라운지에서 가을을 테마로 한 ‘어텀 브리즈 애프터눈 티’ 세트를 선보인다. 독일 프리미엄 티 브랜드 로네펠트의 컬렉션 11종을 비롯해 다양한 디저트와 티 푸드를 즐길 수 있다(2인 기준 6만5000원). 특히 ‘해피니스’와 ‘진저어페어’는 국내에 처음 판매되는 메뉴로, 가을에 잘 어울리는 허브티다.
초콜릿&네스프레소 애프터눈 티 파크하얏트 서울의 ‘더 라운지’는 달콤한 오후를 위한 ‘초콜릿&네스프레소 애프터눈 티 세트’를 준비했다(12월 6일까지).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와 협업하여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세이버리와 디저트를 제공한다. 애프터눈 티 아이템은 특별 제작한 3단 도자기 트레이에 담아 더욱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티 타임을 즐길 수 있다(1인 4만8000원).
어텀 겟 어웨이 패키지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가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어텀 겟 어웨이 패키지’를 10월 5일부터 출시한다. 단풍으로 물든 남산자락이 창 너머로 보이는 객실에서 피자와 맥주 등을 즐기며 피로를 풀기 좋다(55만 원부터). 아울러 투숙객에게는 환절기 피부 고민을 덜어줄 ‘이영애 리아네이처’ 제품 4종을 선물로 제공한다.
스위트 어텀 애프터눈 티 세트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라운지 카페 ‘갤러리’는 가을맞이 ‘스위트 어텀 애프터눈 티 세트’를 11월 30일까지 선보인다(5만 원부터). 홍차, 녹차를 비롯한 카페 음료와 배, 밤, 무화과 등 제철 과일로 만든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같은 기간 ‘더 스파’에서는 환절기 피로를 풀어줄 ‘바이탈 트리트먼트 패키지’를 운영한다(주중 29만7000원, 주말 31만9000원).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아아,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금지곡’을 먼저 발표합니다. 이 자리를 즐겁고 흥겹게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니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선구자’ 부르지 마십시오. 일송정 푸른 솔이 혼자 늙어가거나 말거나 내비두세요.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실개천이 옛이야기 지줄대는 ‘향수’도 금지곡입니다. 이걸 눈치코치 없이 끝까지 다 불러 사람들 지겹게 하고 ‘꿈엔들 잊힐리야’ 하게 만드는 건 바보입니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딴 디 가서 부르세요. 여기는 칠순, 팔순잔치 하는 곳 아닙니다. 또 엄정행처럼 부르든 다른 사람처럼 부르든 ‘오 내 사랑 목련화야’를 외치는 사람도 환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도 제발 참아주십시오. 10월만 되면 오나가나 이 노래 땜에 아주 지겹습니다. 이런 거 말고 차라리 ‘땡벌’, ‘아파트’ 이런 걸 부르세요. 요즘 유행하는 ‘테스형’도 좋습니다. 아니면 확 그냥 ‘인천에 성냥공장…’을 부르시거나.
내가 모임 사회를 볼 때 맨 먼저 한 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게 말한 것도 있고 그렇게 말하려 한 것도 있다는 거지, 그렇게 다 말한 건 아니다. 어느 모임 무슨 행사든 여흥 순서가 되면 정말 눈치코치 없이 장황하고 지루하게 지 명곡을 너무도 진지/성실하게 불러 남들을 지겹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애국가는 죽어도 4절까지 다 안 부르면서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를 다섯 번이나 읊어대는 사람도 봤다.
위에서 발표한 ‘금지곡’ 중에서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이야기해볼까.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결혼식장에 가지 않고 돈만 부치는 경우가 많지만, 작년만 해도 10월이면 이 노래를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하루에 두 번 들은 날도 있다. 클래식계의 ‘잊혀진 계절’이라나 뭐라나 10월만 되면 꼭 듣게 되는 ‘제철 음악’이다. 어떤 피아니스트가 하루 세 곳에서 연주한 적이 있다고 쓴 글도 보았다. 앙코르로 무슨 곡을 원하느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이 곡을 꼽는다고 한다.
대충 흘려들어서 가사도 외우지 못하지만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라고 시작해서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이렇게 끝나는 노래다. 그런데, 들을 때마다 난 느끼하고 오글거리고 닭살이 돋는 기분이 든다. 가사 중 ‘바람[願望]’을 ‘바램’이라고 하는 것도 영 귀에 거슬린다(차라리 안 부르고 말지!).
난 왜 이 노래를 싫어할까. 사랑과 행복한 만남을 이야기하는 노래이고 축가인데. 난 왜 이렇게 사람이 못되고 비뚤어졌지? 그래서 어느 날 가만히 이 노래가 싫은 이유를 생각해봤다. 노래에는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가 나오지만, 난 이 노래가 싫은 이유를 알아야겠더라. 결론은 뭔가 박제된 감성, 획일화한 도시락 정서, 상투적인 사랑 표현, 곡의 단조로움과 되풀이, 그리고 강제된 반복 청취, 이런 거 때문인 거 같았다. ‘세상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지 없을지 어떻게 알아?’ 가사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알고 보니 이 노래의 원곡은 1995년 혼성 2인조 시크릿 가든이 발표한 ‘봄의 세레나데’(Serenade to Spring)였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봄노래를 가을노래로 싹 바꾼 건데, 그것 자체는 뭐라 할 수 없겠지만 나라면 차마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기야 봄보다 가을이 더 좋을 수 있고, 결혼이나 만남에는 수확의 계절이 더 어울리겠지만.
나는 좌우간 인생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이야기, ‘차카게 살자’류의 미담이나 교훈이 되는 에피소드 이런 걸 누가 보내오면 카톡이든 메일이든 대부분 삭제하기 바쁘다. 그중엔 가짜뉴스나 왜곡된 것도 많다. 자기 글이 아니라 만들어진 기성품 인사(명절 때는 물론 입춘, 한로 이런 절기 때나 한 주일의 시작인 월요일에도 보내는 사람이 있다)도 받는 족족 삭제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싫어하는 것도 그와 비슷한 기분인 것 같다.
그런데,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같은 노래는 왜 들어도 지겹지 않을까? 그 노래도 가사는 대충 뻔하고 교과서적인데, 나나 무스쿠리의 목소리로 들어서 그런 걸까? 부르는 사람에 따라 노래를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도 있겠다 싶다. 나는 ‘유 레이스 미 업’(You Raise Me Up)이라는 노래도 싫어했었다. 어떤 여성에게 전화를 걸면 이 노래가 나오곤 했는데, 전화할 때마다 좀 지겨웠다. 그런데 어느 날 네덜란드 가수 마틴 허킨스(67)의 목소리로 듣고부터 이 노래가 좋아졌다. 그의 살아온 이력까지 알게 되니 가사가 더 그럴듯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도 어느 날 좋아지게 될까? 1년의 가장 좋은 계절, 내 생일이 들어 있는 달, 그중에서도 한복판인 요즘, 이 눈이 부시게 삽상(颯爽)한 날씨와 정밀(靜謐)한 풍경에는 무슨 노래든 다 좋아져야 할 텐데. 그게 정상일 텐데 말이다.
※ ‘운수 좋은 날’은 운세 전문 사이트 '운세사랑'으로부터 띠별운세 자료를 제공받아 읽기 쉽고 보기 좋게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 쥐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하)
가을 초목이 서리를 만난 격이니 만사를 조심하라. 도모하고 자 하는 일이 있다면 시기를 잘못 선택하여 운기가 불량해지니 잘 살펴봄이 길할 것이다.
•84년생 : 억울한 일이 생기나 올바른 마음이 통하게 한다.
•72년생 : 귀인이 돕는다. 도울 거리를 잘 제공하라.
•60년생 : 서방이 불길하니 서쪽에서 오는 사람을 믿지 마라.
•48년생 : 감언이설은 조심하고 충고하는 말에 소득이 따른다.
◈ 소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메마른 가지에 한줄기 소나기라 갈증은 풀리나 충분치 못하다. 어려운 일이 있다면 다소 해갈은 될 것이나 해결을 보기는 어렵다. 좋은 시기가 올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림이 길하다.
•85년생 : 생각지도 않던 이성운이 오나 오기 발동하면 없어진다.
•73년생 : 팔도에서 다 모여도 마음이 드는 것이 없다.
•61년생 : 새로운 일은 청사진만 요한 하다. 투자는 조금 해보자.
•49년생 : 한 건은 잘되고 나머지는 힘들다.
◈ 호랑이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상, 건강운 : 상)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사람들이 합심하여 일은 성사되나 여흥을 조심하라. 오늘의 일진은 희로애락이 번갈아 일어나니 이는 방심한 가운데 발해지는 것이다. 망동하지 말고 자중함이 길하다.
•86년생 : 생각하던 것이 내게 닦아 오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74년생 : 나의 말이 통하지 않고 억울한 일이 발생하나 친구가 돕는다.
•62년생 : 장하도다. 노력의 대가가 이제야 나타나는구나.
•50년생 : 매사 순탄하나 가짜가 진짜 행세하니 도둑을 조심하라.
◈ 토끼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점점 열리나 친구를 조심하고 도적을 조심하라. 인간 구설과 손재가 발하니 좋은 운기가 감할까 두렵다. 매사에 신중할 것이니 소지품을 잘 지키기 바란다.
•87년생 : 남을 돌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마라. 돌보는 중에 이득이 있다.
•75년생 : 고였던 물이 길을 만나 바다로 가니 일이 술술 풀린다.
•63년생 : 일시적인 도움은 있으나 영원하지가 않다. 하루는 잘 넘긴다.
•51년생 : 눈 속의 송백이 그 절개를 변치 아니한다.
◈ 용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천신이 나를 도우니 기쁜 일이 많도다.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귀인의 도움도 있고 운기가 화통하여 만사가 여의해진다. 그러나, 경거망동은 금물이니 좋은 운기에 겸손함이 필요하다.
•76년생 : 재운이 좋으니 기회를 놓치지 마라.
•64년생 : 우연히 재물을 얻어 하루아침에 부자 되는 운이다.
•52년생 : 원기가 서로 생기니 백사가 유통하도다.
•40년생 : 급살이 침노하니 도둑을 조심하라. 도둑은 안에서 발생한다.
◈ 뱀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선악을 잘 가려 사람을 두면 만사가 형통하리라. 귀인과 악인이 주위에 있으니 어찌 구분하기 쉬울 것인가 하지만, 좋은 말은 독이 되고 듣기 싫은 말은 약이 됨을 명심하고 하길 바란다.
•77년생 : 재운은 오는데 싸움으로 체면이 상한다.
•65년생 : 명예에 뜻을 두니 금전에 손해가 크다.
•53년생 : 가뭄에 비를 만나니 잊고 있던 것이 제물이 된다.
•41년생 : 백사에 흠이 없으나 화재를 조심하라
◈ 말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하, 건강운 : 상)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곳곳에 영광이고 가는 곳마다 환영이다. 오늘의 일진은 뜰 안에 만 가지 꽃들이 봄을 만나 개화한 모습과도 같으니 모든 일이 여의해지고 기분마저 화평하다.
•78년생 : 새로운 일거리가 나선다. 잘 고르면 평생 일이다.
•66년생 : 운수가 대통하니 재수가 여의 하도다.
•54년생 : 한 집안이 평안하니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진다.
•42년생 : 운이 서방에 있으니 범이 날개가 나도다.
◈ 양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집안에 모두 한마음이니 꾀하는 일을 이룬다. 가화만사성이라 가정이 화평하면 모든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잘 이루어짐과도 같으니 가족 간의 화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79년생 : 혼미한 중에 후배가 도우니 나도 도움을 주라.
•67년생 : 경쟁자가 도리어 나를 도우니 마음을 바로 씀이다.
•55년생 : 처마 밑에 신발도 신어야 내 것이지 무엇이든 잘 보존하라.
•43년생 : 그동안 모르게 한 일이 명예를 높이는 일이 된다.
◈ 원숭이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좋은 것이 변하여 흉하게 되니 망령되이 움직이지 마라. 길함에 액이 낄 우를 범할 수 있으니 가벼이 행하지 말라.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침착히 처리할 것이니 꿩이 변하여 닭이 안 되도록 주의하라.
•80년생 : 애정행로에 방해가 많으나 힘으로 밀어붙이니 성사된다.
•68년생 : 뜻밖의 재물을 얻을 수니 기회를 잃지 마라.
•56년생 : 손재수로 기분이 망가지나 잃은 만큼 들어온다.
•44년생 : 안 들어 옴을 원망하지 마라. 나중에 다 들어온다.
◈ 닭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마음을 맑게 하고 욕심을 적게 하면 자연히 몸이 편하도다.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과욕으로 인해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 지나친 욕심은 버리길 바란다. 자신을 다스리는 힘이 필요하다.
•81년생 : 내가 남을 속이면 남도 나를 속이는 일이 많다.
•69년생 : 몸이 재운에 태워지니 동산이 환하도다.
•57년생 : 나르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이롭게 대인을 만난다.
•45년생 : 반드시 재물을 얻는다 아니면 집안에 좋은 일이라도 생긴다.
◈ 개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시운이 길함을 만났으나 마음이 바르고서 얻어진다. 이치에 맞지 않은 일이나 과욕으로 인해 길함을 잃을 우가 있으니 오늘의 일진은 망동하지 말고 은인자중함이 필요하다.
•82년생 : 우연히 재물을 얻을 운이다.
•70년생 : 걱정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면 다시 일어선다.
•58년생 : 자존심을 버리면 길성이 보인다.
•46년생 : 투기심을 버리고 조용히 지내면 손재는 면한다.
◈ 돼지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어린나무를 심으니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이룬다.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처음은 미약하나 후에는 많은 결실을 보게 됨을 의미한다. 노력하지 않은 가운데서는 기대하기 어려우니 열심히 매진하라.
•83년생 : 나쁜 생각을 많이 하면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난다.
•71년생 : 동방에 길함이 있고 서방은 불길하다.
•59년생 : 비가 순조롭고 바람이 알맞게 불어주니 재수가 대통이라.
•47년생 : 몸가짐을 겸손히 하니 여기저기서 나를 부른다.
로하스 연천이라고도 불린다. DMZ가 인접한 청정지역답게 때묻지 않은 가을 햇살이 바삭하다. 그 햇살에 덮인 자연은 렌즈에 필터를 한 겹 더 씌운 듯 깊이 있다. 연천은 구석기부터 고구려시대까지의 성(城)을 비롯한 유적이 가장 많은 곳이다. 순수한 자연을 누리며 오랜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가능하다. 경기 북부 연천의 가을 들녘, 마음이 풍성해지는 외출이다.
연천 지역에서 고구려 문화유산 흔적은 일상의 풍경이다. 자동차를 타고 연천의 들길을 달리다 보면 나지막한 민둥산처럼 보이는 성이 나타난다. 호로고루성, 당포성, 은대리성이다. 연천을 대표하는 고구려 문화유적이다. 임진강변의 높은 절벽 위에 흙을 쌓아 다지고 돌을 높이 올려 성벽을 이룬 천혜의 요새로서 지금도 그 자취를 볼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을 따라 동서로 길게 뻗은 주상절리, 적의 방어기지이자 물자 이동의 상업적 지역이었던 고랑포구, 한탄강과 장진천이 만나는 은대리성의 숲 등 연천은 민통선과 가까운 전방 도시이지만 역사도시이기도 하다.
해바라기가 함께하는 호로고루성
꽃철마다 붐비는 곳이 있듯이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면 물결을 이룬 해바라기를 보러 사람들이 몰려온다. 호로고루성은 독특한 이름만으로도 솔깃한데 언제부터인가 고구려 성벽 아래 펼쳐진 해바라기 밭으로 사람들이 찾아든다. 이제는 북새통의 절정기가 지나고 한가하다. 이미 노란 꽃잎을 떨구고 씨를 내민 해바라기 밭 건너편으로 우뚝 솟아오른 호로고루성, 그 주변으로 한가롭게 오가는 이들의 모습이 가을 풍경과 잘 어울린다.
성 위에 올라서 보면 낮게 흐르는 임진강과 연천의 산천이 따스한 가을볕에 덮여 있다. 흙과 돌을 이용해 토성과 석성의 이점을 결합한 축성술이 돋보이는 호로고루는 그 옛날 개성과 서울을 잇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연천과 개성 간의 거리는 30km 정도. 강 건너편의 개성이 보일 듯 말 듯하다. 든든한 주상절리를 믿고 유유히 흘러가는 임진강은 물이 깊지 않아서 예로부터 육상통로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전해진다. 그 강을 옆에 둔 호로고루성 위에서 내려다보는 해바라기 밭이 계절을 물씬 전한다. *사적 제467호
고랑포구의 추억
연천은 산을 돌아 들길과 강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호로고루성 들판을 건너 바로 근처의 고랑포구는 한국전쟁 이전엔 무역항으로 이름을 떨치던 곳이었다. 전쟁 이후 그 명성은 사라졌지만 지난해 '고랑포구 역사공원'을 개관하면서 다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역사관 실내엔 교역이 왕성했던 고랑포구의 옛 풍경을 재현해놓았고 체험실과 첨단의 콘텐츠를 설치 전시해서 찾아드는 여행객들을 맞고 있다. 특히 역사공원 앞마당에 들어서면 ‘레클리스’(Reckless)란 이름의 군마 동상이 눈길을 끈다. 그 앞으로 멀리 임진강변의 고랑포구를 바라보며 강물 따라 흘러간 역사를 그려본다.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무덤
고랑포구 역사관에 왔으니 바로 옆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신라 마지막 왕의 무덤 경순왕릉에 들르지 않을 수 없다. 경주나 개성 어디쯤에 있을 듯한 신라의 왕 무덤이 연천에? 하면서 의아해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고려 태조 왕건에게 나라를 위탁하고 개성에서 여생을 마친 후 경주로 운구되는 중 고려 조정에서 “왕의 구(軀)는 백 리 밖으로 나갈 수 없다” 하여 이곳 고랑포리 언덕에 장례를 모셨다고 한다. 민란이 염려되어 임진강도 못 건너고 연천에 머물게 된 비운의 왕릉이다. 경순왕릉은 소박하고 석물의 배치나 종류도 간소하다. 조선시대의 여느 왕릉처럼 거대하지는 않지만 병풍처럼 두른 산이 있어 제법 위엄 있다. 잠시 넓은 잔디밭과 숲 그늘을 거닐어본다. 역사 저편의 사연을 안고 연천 땅에 묻힌 경순왕의 고뇌를 경건하게 되새겨보는 시간이다. *입구에 문화해설사가 상주해 있다.
고려 왕조의 역사가 깃든 숭의전(崇義殿)을 아시나요
고려 왕조의 위패가 봉안된 숭의전, 입구의 태조 왕건이 마셨다는 약수터 어수정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홍살문을 지나 5분쯤 천천히 길을 오른다. 마치 오래된 옛 길을 걷는 듯하다. 그 숲길에 간간이 밤이나 도토리가 툭툭 떨어져 떼구루루 구른다.
조선시대에 고려 태조를 비롯한 7왕의 위패를 모신 사당, 고려의 부흥을 이끈 옛 고려 왕조를 향한 충절이 깃든 곳으로 태조 왕건의 위패와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입구의 담장과 기와에서 자라는 푸른 이끼가 오랜 세월을 말해준다. 고려 왕실을 지켜준 550년 수령의 느티나무 숲 절벽 아래로는 임진강이 흐르고 우거진 숲 사이로 캠핑하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역사 유적이 자리 잡고 있는 힐링 숲, 그 아래 고즈넉하게 흐르는 임진강, 온통 정적만 감도는 경내 한쪽에서는 보도자료 영상을 촬영하는 팀이 보이기도 한다. 고요한 태곳적 숲의 사적에 내려앉은 따사로운 가을볕에 마음이 여유롭다. *평화누리길 11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언덕 강벽 위의 옛 진루, 사적 제468호 당포성
숭의전을 내려와 5분쯤 달리면 삼각형 절벽의 땅 위에 쌓은 당포성이 가을바람 속에 있다. 마치 호로고루성과 쌍둥이 성인 듯 흡사하다. 성의 생김새나 임진강을 옆에 두고 있는 주변 지형도 비슷하다. 나루 위에는 동벽과 전망대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당개나루로 불렸다는 옛 포구는 교통상 중요한 위치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고구려시대의 성(城)이 연천에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주상절리에 있다. 임진강과 한탄강을 따라 병풍처럼 이어진 주상절리라는 자연적 성벽 위로 흙과 돌로 쌓아 올려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삼은 것이다. 성 위로 단 한 그루의 나무가 오롯하게 서 있다. 역사의 한 장면인 듯 바라보았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아름다움, 주상절리
멀리서 바라만 봐도 주상절리를 품은 임진강의 잔잔한 물결이 평화롭기만 하다. 화산활동 후 용암대지가 강의 침식을 받아 생겨난 기하학적 형태의 현무암 주상절리, 그곳엔 긴 시간의 이야기가 켜켜이 스미어 있을 것이다. 천년 요새였던 그 강가에 강태공 한 명 세월을 낚으며 앉아 있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은 마냥 다디달다.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듯 잡초와 야생화가 가득 피어 있는 주상절리 둑방길도 한적하다.
휴전선과 가까운 민통선 북방지역답게 연천은 철원, 포천 등과 함께 흔히들 말하는 군 전방지역이다. 그 들길과 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삼엄한 전방 군부대를 군데군데 지나치게 된다.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은 철조망 철책 따라 줄지어 걷는 군부대 장병들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온다. 이 땅 최북단의 군부대에서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씩씩한 아들들을 한참 바라봤다. 고마운 청춘들.
DMZ와 인접해 있는 연천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임진강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풍부한 수자원과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서 멸종위기종이나 희귀한 생물 자원이 서식하는 등 생태적 가치가 높은 구역이다. 또한 구석기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구석기인들의 생활 흔적이 발견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세계 고고학계에서 매우 중요한 곳으로 인정하는 지역이다. 이곳에 오면 누구라도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 한탄강 하류에 위치한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을 품고 있는 재인폭포(才人瀑布)의 장관도 빠뜨릴 수 없다.
연천의 하루, 심신이 편안하다. 그 옛날 우리의 오천년 시간 속에서 고구려가 써나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읽어낸 시간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에 연천의 시골 인심 한 보따리를 차에 실었다. 민통선 청정지역답게 맑은 물, 비옥한 토지에서 자란 각종 채소와 과일 등 다양한 농산물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그 들녘엔 지금 가을이 풍성하다.
◇영화처럼 맛보기
기왕 연천에 갔으면 북쪽으로 조금 더 달려 군부대 앞의 망향비빔국수를 맛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이 국숫집은 연천에서 군생활을 했던 병사들이라면 거의가 다녀간 집이다. 그런 추억 때문에 일부러 먼 길 달려가 먹는 국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영화 '강철비'에서 대한민국 외교안보수석과 북한 최정예 요원으로 분한 배우 곽도원과 정우성이 국수를 후루룩 맛있게 먹는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국수 위에 올린 상추 한 잎은 '망향의 시그니처'로 불린다.
완연한 가을이다.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답답해진 일상에 새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허나 무덥고 습한 여름 환경에 적응해 있던 몸은 갑작스레 새로운 환경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름을 나는 동안 우리 몸은 많은 양의 땀을 배출하면서 진액과 양기를 소모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가운 공기가 직접 체내로 유입되면 폐와 주변 기관들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폐는 호흡기능뿐만 아니라 외부의 병균, 바이러스와 싸우는 첫 번째 관문 역할을 하는 만큼 호흡기가 받는 부담이 커질수록 면역력에 악영향을 끼친다.
가을에는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여기에 겨울철 코로나19 제2차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만큼 면역력 증진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양생을 위한 시니어 생활습관
추위가 본격적으로 찾아오기 전에 우리 몸은 월동 준비를 해야 한다. 미리 체력과 면역력을 길러 각종 질환들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양생’(養生)이라고 한다. 겨울철 양생법의 기본은 찬 기운을 피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 양기를 축적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36.5℃ 안팎의 체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체온이 낮아질 경우 혈액순환과 같은 체내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져 영양분이 몸 곳곳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진다. 체온은 대부분 근육수축을 통해 발생하는데,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적은 시니어일수록 체온이 떨어지기 쉽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신체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생활습관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실내에 있을 때도 얇은 옷을 두세 겹 정도 겹쳐 입어 체온 손실을 막아주면 좋다. 또 외출 전후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원활한 혈액순환과 함께 관절과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식을 통해 몸속의 찬 기운을 몰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기름진 음식은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고단백 음식 위주로 섭취하되 비타민이 풍부한 제철 채소나 과일, 필수아미노산이 함유된 해조류 등도 고루 챙겨 먹어야 한다. 삼계탕이나 추어탕 등 성질이 따뜻한 보양식으로 양기를 보충해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한방치료법으로는 뜸이 있다. 혈자리 혹은 환부에 쑥 등을 태우거나 온열을 가하는 뜸은 따뜻한 기운을 체내에 불어넣어 경락을 소통시키고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줘 원기를 회복하게 만든다. 실제로 뜸치료 이후 백혈구가 증가해 몸속 세균을 잡아먹는 식균작용이 활발해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가을철 면역력 높이는 한약
한약도 좋은 건강관리법이 될 수 있다. “보약은 봄과 가을에 먹어야 된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는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는 시기에 한약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라는 의미다. 원기가 부족한 시니어들의 면역력을 높이는 한약으로는 한방 3대 명약 중 하나인 ‘공진단’(拱辰丹)을 들 수 있다. 공진단은 녹용, 당귀 등을 환으로 빚은 약으로 간장, 심장, 신장기능을 강화해준다. 특히 공진단에 신장기능 강화에 좋은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처방이 더해진 ‘육공단’(六拱丹)은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의과대학의 연구 결과, 혈액순환 및 뇌세포 재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Egr1을 활성화하는 효능이 풍부함이 입증됐다. 특히 육공단은 뇌신경 보호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만성피로, 신경쇠약, 스트레스 개선에도 좋아 전반적인 면역력을 키워준다.
특히 올해 10월부터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시작되어 한약을 처방받는 이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특색이 뚜렷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몸도 큰 변화를 맞이한다. 올해는 코로나19 건강수칙으로 그 어느 때보다 방역 및 예방에 힘쓰고 있다. 면역력 증강까지 꾀한다면 무탈하고 건강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생활 리듬이 불안정해지거나 신체적인 증상이 특별히 나타날 경우에는 신속히 전문가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