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똥돼지 화장실’은 이제 전설처럼 남아있다. 그러나 제주도 출신 40대 이상은 ‘통시’라고도 불리던 그 재래식 화장실을 지금도 대부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제주민속촌 박물관에 전시된 통시와 돼지사육 현장을 돌아보면서 옛날의 그 화장실 모습을 추억해본다.
제주도 농촌마을에서는 1990년께까지도 이 ‘통시’를 사용해왔다. 통시는 집 외부에 설치돼 흑돼지를 같이 키웠다. 지붕도 없고 돼지우리와 통시 주위를 돌로 낮게 울타리를 둘러쌓았다. 돼지우리의 한쪽에는 돌로 높이 담을 쌓아 그 위에 사람이 앉아서 볼 일을 볼 수 있도록 넓은 돌 2개를 올려놓았다.
통시에서 나오는 변 냄새는 집 주변을 온통 냄새로 물들게 하곤 했다. 그러나 시골 어른들은 용케도 그것에 익숙해지며 한 평생을 살아왔다. 볼 일 보는 모습은 당연히 다른 사람이 다 볼 수밖에 없으며 밤에 통시를 갈 때는 플래시를 켜고 가야만 했다. 어린 아이들은 밤에 통시를 갈 때 어둡고 돼지 소리가 무서워서 울면서 가곤 했다. 통시에서 볼 일을 보면 돼지가 아래를 왔다갔다 하면서 변을 집어 먹어 말그대로 똥돼지가 된다. 그 돼지를 아들 딸 결혼할 때 잡아서 손님 대접용으로 쓰곤 했다.
그 당시 육지쪽 손님이 제주도 농촌을 찾아올 때면 가장 큰 애로사항이 화장실이었다. 주인 입장에서는 화장실을 보여주기가 민망했고 손님 중에는 화장실 때문에 제주도 농촌 방문하기를 꺼리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통시는 모두 사라지고 제주민속촌 박물관에만 전시용으로 남아있다.
옛날에 고약한 냄새 속에서도 이렇게 돼지를 키운 것은 가족의 변을 처리하면서 돼지를 키워 목돈도 마련하고 또 잔치 때 고기로 활용하기 위한 다목적용이었다. 이제는 제주에도 대부분 수세식 화장실을 쓰면서 통시는 전설로만 남게 됐다.
5가지 맛(쓴맛·단맛·신맛·짠맛·매운맛) 중에서 쓴맛은 몸속의 습을 제거해준다. 습이 많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속이 울렁거리고 입맛도 없어진다. ‘동의보감’에는 10가지 병 중에 8~9개는 습과 관련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옛말이 있다. 한의학에서 볼 때 대부분의 병은 원인과 관계없이 화와 열이 머리 쪽으로 몰릴 때 온다. 그런데 강한 쓴맛에는 화와 열을 끌어내리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한약에는 강한 쓴맛이 나는 약재가 많다. 황금과 황련, 황백, 씀바귀, 민들레, 대황 등이 그것이다. 녹차도 강한 쓴맛이 난다. 고기와 녹차가 궁합이 맞는 것은 고기의 뜨거운 열을 차가운 성질의 쓴맛이 나는 녹차가 중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쓴맛이 나는 차를 마시면 열이 내려가 눈과 머리가 맑아진다. 블랙커피에도 이런 효능이 있다.
약한 쓴맛은 씁쓰름한 맛이다. 첫맛은 쓰지만, 끝맛은 은은한 단맛이 나면서 입에 침이 감돌게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과 의미가 통하는 맛이다. 춘곤증으로 나른해지는 봄날에 취나물, 곰취, 씀바귀, 왕고들빼기 같은 씁쓰름한 봄나물을 먹으면 입맛이 돌고 기운이 나면서 몸이 가벼워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삼, 홍삼은 씁쓰름하면서 나중에는 단맛이 난다. 인삼과 홍삼의 약한 쓴맛은 기운을 보충해준다. 그래서 몸이 무겁고 축 처지며 입맛이 없을 때 씁쓰름한 맛이 나는 음식이 제격이다.
쓴맛의 3가지 효능
약한 쓴맛의 효능은 크게 3가지다. 첫째, 기운을 끌어올여준다. 인삼이나 홍삼, 봄나물이 대표적인 식품이다.
둘째, 약한 쓴맛은 허열을 내려 머리를 맑게 한다. 녹차와 커피를 마셨을 때 잠이 깨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것은 바로 쓴맛 때문이다. 약한 쓴맛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능, 즉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항진됐을 때 완화시켜준다. 약한 쓴맛은 먹고 난 뒤 입에서 침이 돌아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수행하는 사람들이 약한 쓴맛의 음식을 먹는 건 이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도 약한 쓴맛이 좋다. ‘동의보감’에도 “상추가 머리를 총명하게 한다”는 기록이 있다. 약한 쓴맛의 효능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셋째, 소화를 잘되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밥을 먹고 난 다음에 숭늉을 끓여 먹었다. 밥을 살짝 태워 만든 누룽지는 약한 쓴맛이 나는데 이 맛이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식후에 약한 쓴맛의 차를 마셔 소화를 돕게 한다. 서양에서는 커피와 홍차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했다. 모두 약한 쓴맛의 효능을 응용한 것이다. 이때는 처음에는 쓴맛이었다가 끝맛은 구수해야 제대로 효과가 나타난다. 식사 중에 상추, 샐러드 등을 곁들이면 약한 쓴맛이 침을 분비하게 해서 소화를 돕는다.
입이 쓴 것은 병에 대한 몸의 반응
머리로 허열이 오르면 이목구비의 기능을 떨어지고 입맛도 없고 입이 쓰고 침도 마른다. 이럴 때 숭늉, 봄나물 등 씁쓰름한 맛이 나는 음식을 섭취하면 침 분비를 자극해 입이 마르는 것을 방지한다.
자주 “입이 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화병, 열병, 과로로 몸의 진액이 마른 상태에서 나타난다. ‘동의보감’에는 “입맛이 쓴 것은 심장의 열 때문이거나, 간장의 열이 쓸개로 옮겨간 것이거나,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즉 화가 입의 진액을 말려버린 것이다. 이럴 때 몸이 스스로 반응하면서 입맛을 쓰게 만들어, 머리로 올라온 열을 식히고 침을 분비하도록 한다. 즉 입맛이 쓴 것은 병의 결과가 아니라, 병을 낫게 하려는 몸의 자연스런 반응이다. 입맛이 쓸 때 사용하는 약들은 대부분 쓴맛이 난다. 열을 내리고 진액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약한 쓴맛이 나는 음식을 매일 먹으면 스트레스로 심장에 생긴 화와 혈당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숙면을 도와주는 효과도 있다. 치커리, 상추, 씀바귀, 고들빼기, 왕고들빼기, 민들레, 취나물, 쑥, 케일, 더덕, 여주 등은 약한 쓴맛이 나는 대표적인 음식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밥을 먹고 난 다음에 숭늉을 끓여 먹었다. 밥을 살짝 태워 만든 누룽지는 약한 쓴맛이 나는데
이 맛이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치유학교 ‘그루’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강물에 패이고 풍파를 이겨내며 살아온 세월. 아팠던 일은 아프지 않게 마음 속에 저장한다. 잊고 싶은 순간은… 담담하게 그 자리에 내려놓는다. 과거는 낭만으로 포장돼 기억되기 마련. 그게 나이 듦의 특권일 수도 있다. 평양식 맛집으로 소문 자자한 봉화전 주인장 김봉화(金鳳華) 씨를 만났다. 고운 얼굴 수줍은 미소가 기억하는 옛 추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해봤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에 내려 멀지 않은 거리에 봉화전이 있다. 강남이라고 해서 멋들어진 건물 자태 운운하면 곤란하다. 건물만 똑 떼어 어느 시골 마을 장터에 갖다 놔도 어색함이 없을 만큼 정감 가는 분위기를 뽐내는 곳이 봉화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먼저 온 사진작가를 앞에 두고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김봉화 씨. 주제는 전쟁이었다. 평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6·25전쟁 때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상황과 드라마보다 더 무거운 옛일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열심히 들려줬다. 직장인들이 시끌벅적 점심을 먹고 돌아간 후, 피곤할 만도 할 텐데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이제 좀 끝내는가 싶더니 음식 솜씨에 대한 수다가 이어진다.
“저희 집안이 경주 김 씨 왕손 집안입니다. 평양에서 피란 내려왔어도 음식은 고급스럽게 먹었어요. 어머니가 저를 잡아두고 요리를 가르친 건 아닌데 결혼하고 나서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 가져다 먹고 또 나이가 들다 보니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요리나 하면서 지금까지 살았어요. 정말 우연하게 봉화전을 열었습니다.”
평양식 온반과 어복쟁반, 특히 부침 전이 맛있기로 소문난 봉화전. 이곳에 처음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봉화전이 ‘경북 봉화 지역의 전’을 말하나보다 하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김봉화(봉화)가 전하는 이야기[傳]’란 의미다. 광고기획사 다니던 큰아들이 가르치던 학생들과 고민해서 만들었다.
“한 학생이 그러더래. ‘봉화전’ 어떠냐고요. 처음에는 싫다고 했어.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 나는 싫었거든요. 어쨌든 봉화전이 식당 이름이 된 거예요.”
평양 양반댁 요리의 정갈함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인의 취향과 입맛에 맞췄기에 그녀 스스로도 전통이라는 말로 봉화전의 요리를 표현하지 않는다.
“요즘 스타일이에요. 옛날 잔칫집에서는 고기를 꼬치에 크게 꼽고 전을 부쳐냈는데 그렇게 안 합니다. 음식은 그저 먹기 좋게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북식 배추김치는 여기처럼 배추 전체에 양념을 치대지 않아요. 이파리 속에다 단정하게 넣어요. 그 상태로 자르면 정말 꽃 같아요. 예쁠 뿐만 아니라 아삭아삭하고 맛있어요. 그런데 싱겁죠. 평안도 사람 입맛에는 맞겠지만 여기 사람들에게는 아닐 수도 있잖아요? 초창기에는 전 부칠 때 전통식대로 돼지기름도 써봤지만 제가 직접 기른 돼지도 아니고 못 믿죠. 지금은 콩기름에 부쳐요. 최대한 평양 맛을 고수하되 요즘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을 많이 고려합니다.”
요즘은 봄철이라 두릅전을 계절 음식으로 내놓는데 인기가 좋아서 금방 동날 정도란다. 그녀는 매일 시장에 가고, 전과 함께 먹을 반찬도 그날그날 바꾼다.
“젊은 사람들 입맛에 맞아야 하잖아요. 촌 음식 그대로 해주면 안 먹어. 내가 여기에 오면 이것저것 신경 쓰고 고민하게 돼요. 젊은 사람들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거 같아요. 고맙죠. 잘해주고 싶고 과일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어요. 이 나이에 돈만 벌겠다고 나와 있는 건 아니에요.”
어느 날 찾아온 인생 일탈 ‘봉화전’
봉화전을 열기 전까지는 가족들 뒷바라지하며 사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어머니였다. 생업 전선(?)에 뛰어든 것은 막내아들 때문이었다며 또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이 자리가 원래는 곰장어 집 자리였대요. 2011년에 막내아들이 ‘엄마 나 조그마한 가게 두 개 계약해놨는데 한번 봐주실래요?’ 그러는 거야. 여기 와서 보니까 엉터리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아들한테는 표시 안 했어요. 그런 얘기하면 실망하잖아요. 이미 돈도 다 줬더라고요. 여기서 식당했던 사람마다 망했다는 얘기도 들렸어요. 일단 다른 가게는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포기했어요. 이것만 남겼죠. 아무 경험도 없는데 자신감이 있었겠어요?”
자리만 봐주고 발을 빼도 되나 싶었는데 아들이 다시 부탁을 해왔다.
“아들이 ‘엄마, 3일만 봐주세요. 여기 일하시는 분들한테 요리하는 방법 좀 가르쳐주셔요’ 그러는 거야. 내가 속으로 3일 가르쳐서 되면 뭐든지 잘되게?(웃음) 그랬어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아들이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투자했는데 잘못되면 큰일이었다. 약속한 3일이 문제가 아니었다.
“장사할 준비도 제대로 못했는데 손님들이 문 두드리고 들어오는 거예요. 잠깐 동안 80만 원어치 팔았어. 막 음식을 해 달라는데 어쩌겠어.”
정작 일을 벌인 아들은 개업 한 달 만에 사업하겠다며 중국으로 가버렸다. 첫날부터 대박식당으로 소문이 나더니 문 연 지 얼마 안 돼 방송사에서 촬영까지 해갔다. 맛집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난 ‘수요미식회’(tvN)에 소개되면서 대한민국 맛집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어느 날 가수 이현우가 왔다는 거야. 누군가 하고 봤더니 여기서 먹고 가곤 했대요. 그 사람이 ‘수요미식회’에 소개한 거예요. MC인 신동엽 씨랑 전현무 씨도 와서 우리 음식 먹어보더니 정말 맛있다는 거야. ‘우리 아들 망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내가 이 집을 떠나면 안 되겠구나’ 합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요리하다
봉화전을 열 때 아들이 그녀에게 알려 달라는 요리는 단 한 가지였다.
“내가 집에서 노상 해주던 음식이었어요. 그게 가장 맛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제가 요리에 관심이 좀 있었어요. 젊었을 때는 남편을 위해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음식연구원을 다녔어요. 남편이 방산사업을 했는데 외국 바이어들을 저희 집에 자주 데리고 왔습니다. 호텔에 가봤자 별 볼일 없잖아요. 그때마다 남편 생각해서 정성을 다해 우리나라 요리를 만들어 대접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사업도 잘 풀렸습니다. 방부제 들어가지 않은 빵을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어서 오븐을 사서 빵도 구웠습니다. 제빵사 자격 이런 건 없었는데 정말 잘 만들었어요. 몇 년 전 오랜만에 아들 친구를 만났는데 제가 만든 빵을 기억하더라고요.”
좋은 집안에 태어나 피란 통에도 좋은 것 먹고 곱게 자란 그녀였지만 과감한 면이 있었다. 좋은 선 자리 마다하고 연애결혼을 한 것이다.
“어머니는 제가 잘사는 집안으로 시집가기를 바랐어요. 서너 군데서 선도 들어왔고요. 그때는 스무 살만 넘어도 빨리 시집가라는 분위기였잖아요. 근데 제가 꿈에서 어떤 키 큰 남자를 봤는데 누군가가 ‘저 사람이 네 신랑감’이라고 말해주는 거예요. 그 꿈을 꾸고 나서 한 일주일 됐나? 키 큰 공군사병이 저를 따라오는 거예요. 그리고 3년 동안 저를 쫓아다녔어요. 제 남편이요.”
열두대문집 손자였으나 가세가 기울어 경제적으로 내세울 것 없었던 남편을 어느 날 어머니에게 보여드렸다. 내심 걱정했지만 어머니의 한마디는 “사람 괜찮구나”였다.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다. 큰 회사의 커리어우먼이었던 김봉화 씨는 남자 친구이던 남편이 군 제대를 하고 취업하기 전까지 데이트 비용에 용돈까지 줘가며 연애에 푹 빠져 살았다. 결혼식 이야기를 듣고 보니 엄앵란, 신성일 부부가 생각날 정도.
“결혼식은 워커힐에서 했어요. 앙드레 김 웨딩드레스를 입었어요. 오드리 헵번이 입었던 짧은 드레스였습니다. 훗날 남편에게 들었는데 돈 엄청 썼더라고요. 다 늙어가지고 얘기하더군요.”
사실 그녀는 돈에 대해 신경 쓰고 살아온 적이 없었다. 남편도 가족들이 부족한 것 없이 살 수 있게 해주려 늘 최선을 다하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남편은 살아 계신가요?”
기자의 질문에 김봉화 씨는 순간 멈칫했다. 왼쪽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다 포물선을 그리며 손을 내렸다. 눈가가 촉촉해지기에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외국에 가 있어요.(웃음) LA에 몸 관리하느라고요, 늙어빠져가지고서는. 거기 사촌들이 다 있어요. 나는 어딜 가도 남편하고 같이 갔어요. 여자는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해서 친정에서도 못 자봤고요.”
어디든 함께 다녔던 남편은 환갑을 넘기고 몇 년 뒤 지병으로 세상과 작별했다. LA는 남편 살아생전 함께 다녀온 마지막 여행지.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상상하며 사는 것이 그녀가 선택한 속 편한 방법이리라.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준 존재가 봉화전이다. 홀로 남아 방황하는 그녀를 위해 아들딸들도 발 벗고 나선다. 매일 추억을 다듬고 고향 음식과 벗하며 하루하루 예쁜 모습 유지하며 살아가길 자식들은 바란다.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물었다.
“나? 죽고 싶지 않아요.(웃음) 시장에 갔을때 새로 나온 봄나물 보면 손님들에게 해주고 싶어요. 매일 여기에 나와서 메뉴 개발하고요.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제 인생이 아까워서 될 수 있으면 오래 살아야겠어요. 젊은 마음으로 살면서 아들딸하고 같이 지내고 싶습니다.”
연세를 물으니 “아직 백 살 되려면 한참은 남았다”며 한사코 나이 공개를 하지 않는 그녀. 과거를 추억하기보다 이제는 미래를 꿈꾸며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 마음 변하지 않기를 응원한다.
봉화전이 자랑하는 메뉴
깻잎전, 육전, 돼지고기전, 고추전
봉화전 인기 메뉴. 깻잎전과 고추전에는 소고기가 들어간다. 비결은 두껍지 않게 부치는 것. 평안도식 돼기고기전도 인기가 좋다. 삶은 돼기고기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사용한다. 원래 평안도 잔칫상에는 더 크게 꼬치에 꽂아서 내놓던 요리다.
평양식 온반
이북에서 잔칫날 먹는 대표 음식으로 원래는 꿩고기가 들어가야 하는데 구하기 쉽지 않아 소고기를 쓴다. 육수는 삶은 양지머리와 꼬리뼈를 우려서 낸다. 삶은 소고기를 손으로 찢은 후 소금, 참기름, 파, 마늘, 깨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대접에 밥을 퍼 담고 그 위에 소고기와 알맞은 크기로 부쳐낸 녹두전, 지단을 순서대로 올린다. 여기에 맑게 끓인 뜨끈한 온반육수를 부어 먹는다.
최근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한 방송을 통해 공개한 아침 식단이 화제가 됐다. 호박죽과 색색의 채소 한 줌, 찐 감자와 반숙 달걀 등 익숙한 식재료로 차려진 한 상이었다. 각종 TV 건강 프로그램과 SNS 등의 영향으로 독특한 식이요법이 주목받는 요즘, 김 교수의 소박한 식단은 더욱 특별하게 비쳤다. 그의 식단은 건강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와 더불어 세간에 떠도는 아침 식사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풀어보자.
도움말 김순미 가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 100세 김형석 교수의 아침 식단
•호박죽 또는 야채수프 •다양한 색깔의 채소 •찐 감자 또는 빵 •반숙 달걀
100세의 나이에도 집필과 강연을 이어오며 그야말로 ‘건강백세’의 표본이 된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그의 아침 식단은 건강에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YES’. 그러나 ‘김형석’이라는 주어가 바뀌면 답은 ‘NO’가 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섭취하는 식재료의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순미 가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오랜 세월 이 식단을 유지해 100세까지 장수하셨다면, 그것이 김형석 교수에겐 최적의 식단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몸엔 세포 수보다 훨씬 많은 장내 세균이 존재하는데, 이는 생명의 질과 수명에 영향을 끼친다. 장내 세균은 유전형질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따라서도 변화한다.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는 자신에게 잘 맞는 음식으로 꾸린 식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건강한 김형석 교수의 모습을 보면, 그의 아침 식단은 안성맞춤인 셈이다. 김순미 교수는 일반 시니어가 즐겨도 손색없을 정도로 영양 균형도 잘 맞는 음식들이라고 덧붙였다.
“영양학에서 균형 잡힌 식단의 기준이 되는 6가지 식품군은 곡류군, 어육류군(고기·생선·달걀·콩 등), 채소군, 과일군, 우유군, 지방군입니다. 이 중 과일과 우유는 굳이 아침에 먹지 않아도 되고, 지방군은 조리 과정에서 사용하길 권합니다. 위의 식단에서 호박죽, 야채수프를 만들 때 우유가 쓰였다면, 영양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양한 색깔의 채소로 각종 피토케미컬(phytochemical, 식물성 화학물질) 섭취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노년기엔 소화기능이 떨어지는데 죽, 수프, 찐 감자 등 위장에 부담 없는 조리법도 좋습니다.”
◇ 77세 가미노가와 교수의 아침 식단
김형석 교수의 식단에서 부족한 것은 없을까? 김순미 교수는 식품면역학계의 권위자인 가미노가와 슈이치 전 동경대학교 교수의 식단을 예로 들었다.
•벌꿀 한 스푼을 넣은 요구르트 150g •빵 한 조각 혹은 밥 한 그릇 •볶은 검정콩 10개 •삶은 달걀 1개 •아몬드 3개 등의 견과류 •호박씨 30개 •소시지나 햄(때때로) •채소주스 200㎖(당근 반 개를 기본으로 제철 채소와 과일을 간 것)
“김형석 교수에겐 더할 나위 없는 식단이지만, 굳이 첨가할 것을 찾자면 가미노가와 교수의 식단을 기준으로 얘기해볼 수 있습니다. 그는 저서 ‘장이 편해야 인생이 편하다’에서 위의 식단을 ‘면역에 가장 좋은 아침 식단’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를 참고했을 때, 김형석 교수의 식단에는 견과류와 과일, 벌꿀 등을 곁들인 요구르트가 추가됐으면 합니다. 다만, 한 번에 식사량이 많으면 위에 부담이 되니, 간식으로 섭취하시길 권합니다.”
◇ 아침식사, 이것이 궁금해! (답변 김순미 교수)
아침 꼭 먹어야 할까?
아침 식사에 대한 논란은 아마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저마다 처한 환경과 체질 등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회식 등 늦은 저녁을 먹은 다음 날 소화가 덜 된 상태라면 아침 식사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경우가 아니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굳이 아침을 거를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면 당뇨 환자가 아니더라도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공복이 길면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간단하게라도 아침을 꼭 먹는 것이 좋다.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시니어가 해도 괜찮을까?
아침을 굶고 간헐적 단식을 하면 체중 감량에는 효과가 있다. 공복이 길수록 몸의 비상연료인 체지방을 더 많이 태우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건 ‘체중 감량’과 ‘건강’을 동일시하는 현상이다. 시니어가 간헐적 단식을 하면 저혈당 위험뿐만 아니라 체지방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과량의 유리지방산이 혈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간 과체중인 이들의 건강 수명이 더 길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체중 감량이 시급하지 않다면 간헐적 단식은 피하는 게 좋다.
비타민과 영양제로 아침을 대체해도 될까?
어떤 연구도 보충제 형태의 영양제를 먹었을 때 시니어가 염려하는 질병(특히 암)에 효능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영양소가 효과를 발휘하는 건 음식물로 섭취한 경우에 한해서다. 따라서 매일 꾸준한 아침 식사를 통해 골고루 필요한 영양분을 채우는 것이 좋다. 또 영양제 과량 복용 시의 부작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명심하자.
토마토, 바나나, 고구마가 공복에 좋지 않다던데?
최근 온라인상에서 ‘아침에 안 좋은 음식’, ‘공복에 피할 음식’ 등의 정보가 퍼졌다. 아침에 즐기는 토마토, 바나나, 고구마 등이 꼽혔는데, 위장질환이나 가슴 통증 등이 부작용으로 언급돼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일말의 가능성으로 영양은 차치한 채 공복에 좋지 않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여태껏 아침에 먹고도 탈이 안 났다면 애써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아침에 좋다는 음식이라도 자신에게 안 맞으면 이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인터넷 정보에 현혹되기보다는 나에게 좋은 음식, 즉 먹고 이상이 없고 속이 편한 음식을 찾아야 한다.
아침에 육식은 피해야 할까?
시니어의 경우 육식을 심하게 기피하면 자칫 근감소증으로 일상 수행 능력이 떨어지거나 면역력 감소, 혈당 조절 장애, 삼킴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매일 일정량의 단백질(어육류군)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때 가급적 붉은 살코기는 피하고, 지방이 적은 부위를 택한다. 직화나 팬에 굽는 것보다 삶아서 쌈을 곁들여 먹는 것이 가장 건강한 육식 섭취 요령이다.
코코넛오일? 크릴오일? ‘우리’ 들기름!
코코넛오일, 크릴오일 등이 건강에 특효라는 기사가 쏟아졌었다. 이렇듯 국내에서 생소한 식재료를 칭송(?)하는 정보 대부분이 외신을 번역한 것인데, 우리 식생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주목받는 땅콩버터 역시 고지방 식사에 적응된 서양인에게는 알맞지만, 한국인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근래 일어나는 대사질환들은 서양 식단의 영향이 크다. 평생 접해보지도 못한 음식을 애써 찾아 먹기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건강 식재료를 애용하길 권한다. 크릴오일에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오메가3는 우리 들기름 섭취로도 충분히 챙길 수 있다.
아침에 버터커피? ‘건강식품강박증’에서 벗어나자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이 유행하며 ‘버터커피’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블랙커피에 무염버터와 코코넛오일을 넣어 마시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지속해 아침 식사 대용으로 좋다는 권고였다. 그러나 커피는 기호식품이다. 기호식품은 영양이나 건강보다는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커피 한 잔조차 건강과 효능을 따지며 마시려는 사람은 건강식품강박증(orthorexia)을 경계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커피마저 이렇듯 신경 쓰며 마시는 게 이로울지는 고민해볼 문제다.
산으로 들로 향하기 좋은 봄이 왔다. 움츠렸던 몸 기지개 펴듯 꽃망울 터지는 요즘, 크고 작은 여행 모임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다음카페의 걷기 동호회 ‘신나는도보여행’도 시동을 걸었다. 한 해 동안 건강하게 잘 걷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시도제에서 느린 걸음으로 서로를 생각하며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버스로 두 시간 달려 도착한 곳은 강원도 횡성군의 청태산 자연휴양림. 다음카페 ‘신나는도보여행’이 시도제를 위해 선택한 장소다. 산악회는 ‘시산제’라고 하는데 걷기 모임이기에 명칭을 달리해 ‘시도제’라고 부른다. 거의 매일 소모임으로 북한산이며, 곳곳의 도보길을 다니는데 이날만큼은 많은 인원이 함께했다. 올해 도보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무릎관절의 무사안위 염원(?)하는 시도제
휴양림 입구 주차장 맞은편에 마련된 무대 위의 시도제(始道祭) 상에는 시루떡, 고기, 포, 대추, 과일 등의 음식이 차려졌다. 실제 돼지머리를 대신할 큼지막한 빨간 돼지 저금통도 올려 구색을 맞췄다. 걷다가 당이 떨어질 걸 대비해 준비하는 젤리도 상에 올랐다. 시루떡 위에 ‘신나는도보여행’ 회원이 가지고 다니는 작은 깃발 두 개를 꼽고, 현수막까지 걸고 나니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 모두들 오래도록 건강하게 함께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축사를 낭독하고 한마음으로 절도 하면서 시도제를 마쳤다.
올해로 결성된 지 2년을 조금 넘긴 ‘신나는도보여행’은 신미숙 카페지기가 만든 모임이다. 다른 도보여행 카페에서 길 주최자(아는 길을 카페에 공지하고 도보여행 시 앞서서 걷는 사람)로 시작해서 운영자를 거친 도보여행 고수이기에 찾는 이들이 꽤 된다.
“5년여 한곳에 소속돼 있다 보니 제 성향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활동을 접고 쉬었는데 저와 길을 걷던 분들이 섭섭해 했어요. 우리끼리라도 만나서 걷자는 마음으로 카페를 열었습니다.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신나는도보여행’을 만들었어요.”
청태산 길을 걸으면서 회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예전부터 걷기를 통해 신미숙 씨를 알았다고 했다. 특히 ‘신나는도보여행’은 누구나 쉽게 오가는 카페가 안 됐으면 해서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다.
“카페 운영이 공개가 되면 일단 저희 초상권도 문제이고 일정이 노출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지요. 자연 훼손도 문제예요. 저는 여행에 앞서 걸어보고 새로운 여정으로 연결해서 다닙니다. 가끔은 보호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생명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그런데 한 번 알려지면 사람들이 떼로 몰려가더라고요. 조용하던 길이 그렇게 훼손되는 걸 너무 많이 봤거든요.”
함께하는 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켜줘서 좋다. 얼마 전 들어온 신입 회원 박연희 씨는 그동안 다른 동호회에서 활동했는데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피로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신나는도보여행’의 경우 도보할 때와 버스 안에서의 음주를 철저히 금지한다. 카페지기가 준비해간 술 이외에는 마실 수가 없다고. 단 도보가 끝나고 나면 한두 잔 하면서 회포를 푼다.
회원 대부분이 50~60대이다 보니 될 수 있으면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지향한다. 저렴한 경비로 많은 곳을 걷기보다는 좋은 길 하나라도 제대로 걷고자 한다.
“우리들은 그럴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애들도 다 키웠고 직장생활 마쳤잖아요. 힘들게 무박에다가 좁은 버스에 끼어다니지 말고 회비를 좀 더 내더라도 우아한 여행을 해보자 했어요. 회원이 빠르게 느는 건 아니지만 저희 모임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만 와요.”
그래서 현재까지 회원 모집은 지인들의 소개로 이뤄졌다. 지인 추천이라 신뢰도 높고 좀 더 편안한 카페로 정착하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이 모임에는 퇴직 교사가 유난히 많다. 취재 당일에도 10명 정도의 퇴직 교사가 참여했다. 물론 회원 전체가 다 모이면 교사들이 이보다 더 많다. 신미숙 카페지기와 이전에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했던 김경숙(해피·62) 씨도 교사 출신이다.
“여기서 활동한 지는 2년 됐습니다. 은퇴하고 뭘 할까 고민하다가 도보여행을 하게 됐습니다. 산들네(신미숙 씨 닉네임)가 주최하는 모임에 가야지 생각했는데 따로 동호회를 만들었더라고요. 시니어는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여행 다니기가 쉽지 않아요. 길 안내하는 사람이 봉사정신이 없으면 동호회도 운영하기 힘들고요. 일단 여행을 좋아해야 해요.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잖아요. 나이 들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여기 와서 사람들과 걷다 보니 몸이 개운해졌어요. 무릎 통증도 사라졌고요. 혼자서는 걷기 힘든데 이런 동호회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너무 감사하죠. 시니어가 건강해야 국가 경제 또한 건강해지는 거예요.”
한 달이면 열흘 정도 걷는다는 김경숙 씨는 외국 트레킹도 해봤지만 경치가 좀 다를 뿐 우리나라 산을 걷는 것이 훨씬 좋다고 한다.
이날 후미에서 회원들을 챙기면서 걷던 정영일(코아이·64) 씨는 도보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뒷산에도 못 올라갈 정도로 약골이었는데 지금은 북한산 둘레길 걷기 모임 리더로 활동 중이다.
“이전에는 걷는 게 힘들어요. 자꾸 참여하다 보니 늘더라고요. 지리산 둘레길도 완주했고, 서울둘레길은 세 번인가 돌았어요. 저도 걷기 모임에서 리더로 활동하잖아요. 선두로 걸으면서 속도 조절도 하고, 회원들 상황을 살펴가며 쉬어야 할 때를 적절히 판단해야 합니다. 시간 맞춰서 식사도 해야 하고요. 북한산 둘레길이 71.8㎞입니다. 회원들과 만날 때마다 10㎞ 정도씩 걸어요. 지금까지 두번 걸었어요. 다음주에 회원들이랑 또 갈 거예요.”
그런데 정영일 씨가 ‘신나는도보여행’에 나오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바로 술 마시는 재미란다.
“퇴직하고 좀 쉬다가 요즘 하는 일이 있는데 늦게 끝나다 보니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요. 여기는 술 마시는 재미로 와요. 걷는 시간도 유익하지만 끝나고 나서 친한 사람끼리 어울려서 한잔 마시는 게 참 좋습니다.”
신미숙 카페지기는 같은 취미를 통해 만나게 된 회원들을 가족이나 옛 친구보다 더 자주 본다고 했다. 앞으로도 도보여행을 통해 함께 건강도 지키고 마음을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무리해서 걷는 건 싫어요. 길을 걸으면서 그 시간에 취하고, 행복을 느끼고, 야생화 한 송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바라보는 마음, 그게 중요해요. 정상을 향해서 가는 것이 도보의 목적은 아니잖아요?(웃음)”
※ 라이프@이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소개하고 싶은 동창회, 동호회 등이 있다면 bravo@etoday.co.kr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춘분(春分),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이 절기를 전후하여, 한 해 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춘분 무렵은 기온 변동이 가장 큰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도 오후부터 찬바람과 함께 꽃샘추위가 찾아온다고 하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아직 쌀쌀하지만 말그대로 봄을 나누는 춘분, 가족 혹은 지인과 함께 춘분에 먹는 음식을 먹으며 따뜻한 봄 기운을 나눠보는 건 어떨까?
머슴떡(나이떡)
양력 3월 21일(음력 2월 1일)은 흔히 '머슴날'로 불렸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기 전 쉬고 있던 머슴들을 불러서 한 해 농사를 잘 부탁한다며 음식과 술을 푸짐하게 대접하는 행사를 치렀기 때문이다. 이때 먹었던 음식이 바로 ‘머슴떡’이다. 모양은 송편과 비슷하고, 그해 무병과 소원성취를 위해 머슴뿐만 아니라 온 식구가 제 나이만큼 떡을 먹는다고 해서 ‘나이떡’이라고도 했다.
볶은 콩
옛날에는 춘분에 집마다 꼭 콩을 볶아 먹었다고 한다. 이날 볶은 콩을 먹으면 새와 쥐가 사라져 곡식을 축내는 일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설을 차치하고도 콩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건강에 좋다. 콩의 ‘사포닌’ 성분이 비만 체질을 개선하고, ‘레시틴’ 성분이 뇌세포의 활동에 관여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원료가 되어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또 항암 작용과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쥐눈이콩에는 항암효과가 있는 ‘아이소플라본’ 성분이 일반 콩보다 5~6배 많이 함유돼있다.
냉이, 달래
춘분 무렵에는 온화한 날씨로 산과 들에서 파릇파릇하게 움튼 봄나물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냉이와 달래는 비타민C가 풍부해 식욕부진과 춘곤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냉이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무기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에게 좋다. 잎에는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돼있고, 뿌리에는 알싸한 향의 콜린 성분이 있어 간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 생리불순 등 부인병 완화에 효과가 있다. 냉이는 잎과 줄기가 작은 어린 냉이가 맛있다. 전체적으로 수분감이 있으며 뿌리가 너무 단단하지 않고 잔털이 적은 것, 잎의 색이 짙은 녹색인 것을 고르는 게 좋다. 대로변, 강변, 공원 등에 있는 냉이는 중금속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직접 캐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달래는 작은 마늘이라고도 불린다. 맛이 유사한 파, 마늘은 산성식품이지만 달래는 다량의 칼슘을 함유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매운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을 갖고 있어 원기회복과 자양강장 효과가 크다. 특히 철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여성 질환과 빈혈을 예방해준다. 비타민, 무기질, 칼슘이 풍부해 육류의 콜레스테롤 저하에 효과가 있어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달래는 잎이 진한 녹색이며 알뿌리가 둥글고 가지런한 것, 그리고 향이 강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신문에 보니 국내 연구 결과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10~28%가 근감소증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줄어들어 70대에는 30~40대에 비해 30%나 적다는 것이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근육뿐 아니라 뼈, 혈관, 신경, 간, 심장, 췌장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근력이 악화되면 보행 장애가 오고 일상생활도 힘들어진다. 2차적으로는 당뇨병, 심혈관 질환이 온다. 균형 장애까지 오면 낙상, 골절 등의 위험까지 따른다. 몸이 약해지면 운동을 더 게을리 하게 되니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얼마 전 건강박람회장에 갔다가 근육량 체크를 받아봤다. 맨발로 기계에 올라가 있으면 자동으로 근육량이 체크되는 검사였다 그런데 담당자가 검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무슨 운동을 하느냐고 물었다. 근육량이 같은 연배와 비교할 때 월등히 많다는 것이었다. 댄스스포츠 선수라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 기초 골격은 중학교 시절 2년간 유도를 배울 때 형성됐다. 어른들과 매일 유도를 하다 보니 어깨도 벌어지고 근육도 생기면서 한창 성장기에 기초 골격이 완성된 것이다. 그 후로는 직장생활로 바빠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다. 성장기의 운동은 평생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퇴직 후 댄스스포츠 선수생활을 할 때는 하루 4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훈련을 한 적이 있다. 파트너를 잡고 뛰는 운동이라 무척 고되었다. 그러나 덕분에 각종 대회에 나가 예선부터 결승까지 체력 저하 없이 무난히 뛰었다. 고관절 부위의 근육은 그때 강화된 듯싶다. 양쪽 고관절 앞쪽의 근육은 허벅다리와 골반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근육인데. 단련하기가 쉽지 않다.
인체의 근육은 하체에 70%가 몰려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하체 근육에 집중하면 근감소증 문제가 해결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운동을 한동안 쉬면 허벅다리 근육이 제일 먼저 빠진다. 걷기를 생활화하라는 권고는 그 때문이다. 걷기는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운동 강도가 약하다. 나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매일 걷는다. 요즘은 걷기 모임도 많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산 주변 둘레길 정도는 걸어야 도움이 된다. 그보다는 중급 난이도 이상의 등산을 열심히 하면 다리 근육이 회복된다. 물론 겨울철이라고 쉬다 보면 다시 빠진다. 나도 지난번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온 뒤 허벅다리 근육이 되살아났지만 한 달이 지나자 다시 빠졌다.
악력은 좋은 편이다. 악수할 때 손힘이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걸 보면 아직은 끄떡없는 것 같다. 30대 때 평균 악력이 47kg인데 70대에는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악력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활용한다.
근육을 키우려면 영양 섭취도 중요하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 지인들은 고지혈증을 염려해 고기를 멀리한다. 곱창을 먹자고 하면 도망가고 삼겹살이나 쇠고기도 기피한다. 이미 심혈관 질환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육식을 할 때는 잘 먹는 후배들과 어울리게 된다.
휴일 오전, 전철 1호선을 타고 종착역인 인천역으로 간다. 한산한 전철 안에서 시간여행자가 되는 상상을 한다. 인천역 앞에 있는 화려한 패루를 통과하면, 1800년대 말 인천 개항 시절의 풍경이 펼쳐지는 상상 말이다. 실제로 패루 너머에 근대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그곳에 새겨진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시간을 되짚어보면, 나도 모르게 근대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고 만다.
걷기 코스
전철 1호선 인천역▶ 제1패루▶ 차이나타운▶ 선린문(제3패루)▶ 자유공원▶ 제물포구락부▶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인천 중구청(옛 일본영사관)▶ 중구생활사전시관▶ 인천개항박물관(옛 인천일본제1은행)▶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옛 인천일본18은행지점)▶ 신포시장▶ 답동성당▶ 애관극장▶ 싸리재 카페▶ 전철 1호선 동인천역
인천 개항과 함께 형성된 화교 마을
1883년 인천 개항 후 청국인, 일본인, 러시아인, 독일인, 영국인들이 앞다퉈 제물포(지금의 인천항)로 몰려왔다. 항구 일대에는 각국의 조계지가 형성되었다. 최초의 근대식 공원, 극장, 학교, 호텔, 은행과 같은 서양식 근대건축물도 세워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철도, 시외전화, 화폐, 구두, 등대, 담배 성냥, 축구, 야구 등 해외 문물도 물밀듯 들어왔다. 이 시절의 흔적이 제물포와 가까웠던 지금의 인천시 중구에 오롯이 남았다. 그 자취를 찾으며 질풍노도 같았던 인천의 근대사를 돌아본다.
출발지인 인천역부터 특별하다. 인천역은 1899년에 개통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의 시·종착역이었다. 인천역에서 서울 노량진까지 우마차나 수로로는 반나절 이상 걸릴 길을 열차로 한 시간 만에 갔다고 하니, 당시 사람들에게는 신세계나 다름없었겠다.
인천역 광장 맞은편에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시에서 기증한 패루가 화려한 단청을 뽐내며 서 있다. 패루 사이로 차이나타운의 ‘T’자형 대로가 보인다. 차이나타운 골목마다 붉은색으로 치장한 대규모 중식당과 중국 간식 상점, 기념품점이 즐비하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개항 후 중국 산둥성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살기 시작한 곳이다. 이때 정착한 화교들이 중국요리점을 열고, 한국인 입맛에 맞는 자장면을 개발했다고 한다. 자장면의 대명사로 불렸던 ‘공화춘’의 우희광 씨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983년에 문을 닫은 공화춘은 30년 뒤인 2012년에 ‘짜장면박물관’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옛날 공화춘의 인기는 신승반점, 만다복, 연경, 중화원 등이 잇고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요리 외에 화덕 호떡인 옹기병과 월병, 홍두병, 공갈빵 같은 중국 전통 간식도 재미 삼아 먹어볼 만하다.
뜨거운 옹기병을 뜯어 먹으며, 차이나타운 중간 지점에 있는 선린문(제3패루)으로 향한다. 3개의 계단을 지나 마지막 계단 위에 우뚝 세워진 선린문은 차이나타운 최고의 포토존이다. 선린문을 통과해 다시 계단을 조금 오르면 자유공원 입구와 만난다. 왼쪽 길에 초한지 벽화 골목이 있고, 오른쪽 길은 자유공원 산책로와 연결된다.
우리가 알아야 할 인천 근대사 이야기
자유공원은 1888년 응봉산에 건립된 국내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이다. 공원 초입에 있는 석정루에 올라 인천 앞바다와 월미도를 조망하고, 한미수교 100주년(1982년)을 기리는 기념탑과 한국전쟁 영웅으로 알려진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둘러본 뒤, 제물포구락부로 이동한다. 제물포구락부는 자유공원과 이어진 계단 중간에 있다. 이곳은 개항 당시 제물포에 거주했던 독일, 미국, 러시아, 일본인들의 사교장이었다. 하얗게 회칠한 외벽과 고풍스러운 홀이 인상적이다. 제물포구락부와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도 거리가 가깝다. 이 계단은 일본과 청나라가 각각 조계지를 설정하고,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계단을 경계로 북성동 쪽은 청나라의 차이나타운이, 신포동 쪽은 일본 건축물이 들어섰다. 계단 양쪽에 세운 석등조차 중국식과 일본식으로 구별돼 있다. 계단 상단의 공자상도 중국 쪽으로 약간 치우쳐 세워졌다. 외국인들이 조선 땅을 땅따먹기하듯 갈라놓은,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현장이다.
청일조계지 계단을 내려와 왼쪽, 중구청(옛 일본영사관)으로 가다 보면, 일본 적산가옥과 일본제1은행, 구 일본18은행과 같은 근대건축물이 모여 있는 개항장 거리를 만난다. 차이나타운처럼 이국적인 분위기다. 거리 입구에 있는 중구생활사전시관은 1888년에 개업한 국내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의 외관을 되살려 지은 건물이다. 귀부인이 머물렀을 법한 객실과 1960~70년대 인천 중구의 의식주 생활공간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나무 전봇대가 세워진 골목길과 문방구, 백항아리집(선술집), 극장, 다방, 의상실, 이발소 등 추억을 부르는 풍경이 마냥 반갑다.
전시관 옆 개항박물관은 옛 일본제1은행을 개조한 것이다. 1883년에 건축한 르네상스풍의 석조 건물로서 일본영사관의 금고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어온 우표와 우편물, 우체통, 전보와 전화기, 경인선 기관차 모형 등을 전시하고 있다. 같은 라인에 있는 근대건축전시관은 일본제18은행 건물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나가사키 상인들이 상해에서 수입한 영국 면직물을 한국에 수출해 큰 이익을 얻자, 인천에 은행 지점을 세운 것이다. 이곳에서 개항장 일대에 현존하는 근대건축물과 소실된 건축물의 모형을 볼 수 있다.
인천과 서울을 연결했던 싸리재 고갯길
개항장 거리를 지나 먹거리 성지인 신포국제시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신포시장은 인천 개항 이후 형성된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이다. 19세기 말 화교 농민들이 산둥성에서 채소 씨앗을 가져와 키워 시장에 내다 판 것이 신포국제시장의 시초라고 한다. 역사가 깊은 만큼 먹거리도 풍성하다.
쫄면의 탄생지도 신포시장이며, 신포순대, 신포만두의 고향도 이곳이다. 주먹으로 깨 먹는, 단단한 공갈빵과 매콤한 맛을 강조한 신포 닭강정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닭강정을 사려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골목 안이 새까맣게 보일 정도다.
시장 골목 끝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국내 성당 중 가장 오래된 답동성당과 국내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을 만날 수 있다.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뜻을 지닌 애관극장은 1895년에 ‘협률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1920년대부터 애관극장으로 불리며, 복합상영관이 주름 잡는 이 시대에도 꿋꿋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시설은 여느 극장과 비슷하고, 상영작도 같다.
흐뭇한 마음으로 애관극장을 구경하고, 동인천역으로 내려가는 고갯길, 싸리재를 걷는다. 옛날에 이 길에 싸리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낙후한 거리가 되었지만, 1920년대 말부터 70년대까지만 해도 병원, 한약방, 약국, 양화점, 포목점 등이 즐비했던 곳이다. 서울 명동 못지않은 상권을 자랑했다고. 옛날 양복점과 병원 건물과 기록 사진만이 싸리재의 옛 영화를 증명한다.
최근,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싸리재의 아날로그 정취가 돋보인다. 그 중심에 ‘싸리재’ 카페가 있다. 지은 지 90년 된 목조 카페에서 노부부가 커피를 내린다. 카페 안쪽에는 노부부의 100년 된 한옥 살림집이 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부부는 수집한 축음기로 레코드판 음악을 들려준다. 마침 퀸의 ‘보헤미안랩소디’가 흘러나와 한껏 흥에 젖는다. 바리스타인 박차영 대표에게 메뉴 추천을 부탁하니 자신이 개발한 ‘커피봉봉’과 ‘싸리재’를 권한다. 모든 커피를 모카포트로 내려준다. 쌉싸래한 에스프레소와 달콤한 연유, 촉촉한 생크림의 조화가 감미롭다. 싸리재의 빈티지한 분위기와 포근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노부부가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다. 싸리재 카페에서 동인천역은 멀지 않다. 전철을 타기 전에 송현동 순대 골목이나 화평동 냉면 거리, 동인천 삼치 거리에서 요기를 해도 좋겠다.
주변 명소 & 맛집
신승반점과 명월옥
공화춘은 1983년에 폐업했으나 우희광 씨의 자손들이 공화춘의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우희광 씨의 외손녀가 운영하는 신승반점이 그곳. 신승반점의 인기 메뉴는 돼지고기와 채소를 갈아 춘장과 볶은 유니자장면이다. 달지 않으면서 감칠맛 나는 자장 소스와 부들부들한 면발이 입맛을 당긴다. 흰 자장면이 궁금하다면 만다복(032-773-3838)을, 맛있는 짬뽕을 먹고 싶다면 복림원(032-773-8778)을 추천한다. 한식은 신포시장 가는 길목에 있는 백반식당, 명월집이 잘한다. 1966년에 개업한 식당이다. 7000원짜리 백반에 밑반찬만 열 가지. 여기에 곤로 위에서 푹 끓인 돼지김치찌개와 누룽지도 양껏 먹을 수 있다.
신승반점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44번길 31-3, 매일 11:00~21:00
명월옥 인천 중구 신포로23번길 41, 07:30~19:30(일요일 휴무)
송월동 동화마을
송월동 동화마을은 차이나타운과 이어져 있다. 2013년 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세계명작동화를 주제로 마을을 예쁘게 꾸몄다. 입구의 아치문을 통과하면, 알록달록한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진다. 골목마다 도로시길, 빨간모자길, 전래동화길 등 테마가 있다. 동화 캐릭터 입체 조형물이 많아 곳곳이 포토존이다. 이 마을이 개항기 때 독일, 일본, 프랑스인들이 살았던 부촌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인천 중구 자유공원서로37번길 22(연중무휴)
짜장면박물관
1908년 차이나타운에 개업한 중식당, 공화춘의 내부를 개조해 2012년에 개관했다. 전시물을 통해 화교와 자장면의 탄생기, 전성기, 자장라면의 역사 등을 알 수 있다. 1930년대 공화춘 접객실, 1960년대 공화춘 주방을 실제 크기로 재현했다. 졸업식이나 운동회 날에 부모님과 자장면을 먹으러 갔던 추억이 떠오른다. 공화춘 건물은 중국 산둥 지방의 장인이 참여해 중국식으로 지었으며, 2006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 56-14, 09:00~18:00(월요일 휴관)
걷기 Tip
❶ 차이나타운은 골목이 많으므로 인천역 앞에 있는 관광안내센터에서 지도를 받아, 갈 곳을 미리 표시해두는 게 좋다. 송월동 동화마을을 코스에 넣는다면, 맨 먼저 들르자.
❷ 신포시장까지만 걷는다면, 수인선 신포역에서 전철을 타면 된다.
❸ 개항박물관, 짜장면박물관, 중부생활사전시관, 근대건축전시관, 한중기념관 등 5개 전시관 통합관람권을 구매하면 입장료를 아낄 수 있다. 통합관람권 어른 3400원.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의 날에는 입장료 무료.
소금 섭취량이 많으면 뇌졸중과 관상동맥질환, 뇌심혈관질환을 일으키며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일 나트륨 섭취량은 4719mg(소금으로 12g)으로 이는 WHO(세계보건기구)의 나트륨 섭취 권고량인 2000mg(소금 5g)의 2.4배이며 일본 4280mg,영국 3440mg 미국 3426mg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우리의 주 음식인 국ㆍ찌개ㆍ면류에서 나트륨을 가장 많이 섭취한다.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 간장ㆍ고추장ㆍ된장은 물론 발효음식인 김치에도 나트륨 함유량이 많다. 최근 소금에서 간수를 빼서 단맛이 나오는 저염도 소금도 선보이고 된장, 간장과 김치나 젓갈류에도 저염도의 제품 생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짜게 먹지 않으려고 숙성된 김치를 안 먹거나 물에 씻어먹고 채소는 날걸로 된장에 찍어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나아가 나트륨 배설을 위해 칼륨이 많이 함유된 고구마와 감자를 자주 먹으라고도 한다. 사실 혀의 맛 때문에 간을 하는 것이지 음식이 목을 타고 식도로 넘어가면 맛을 알지 못한다. 내가 근무하는 산업체 식당에서는 ‘저나트륨 날’을 정해 평소 국의 염도 0.7%를 0.6%로 낮춰 제공한다. 사실 0.1% 차이는 내가 맛으로는 잘 느끼지 못하는 걸로 보아 훈련이 되면 지금보다 0.1%를 낮춘 저염도 음식을 먹어도 충분히 견딜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다.
1. 국, 찌개, 국수 등의 국물 적게 먹기
2. 탕류 음식을 먹을 때 소금 대신 후추, 파, 등 다른 양념 먼저 넣기
3. 고기나 생선은 소금을 뿌리지 않고 구워 먹기
4. 가공식품 구입 시 저염 제품 선택하기
5. 외식 시 음식을 싱겁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
6. 하루 한 끼는 김치 대신 생야채 먹기
7. 나트륨 배설을 도와주는 채소, 과일 먹기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노화는 물론 혈관의 노화도 진행되므로 자연히 혈압은 올라간다. 고혈압, 뇌졸중, 심혈관계 질환의 발발 개연성도 점점 더 높아진다. 과연 우리 집 음식의 염도는 얼마나 될까? 이러한 궁금증도 풀어주고 저염도 식단 홍보를 위해 보건소에서 무료로 국을 담아가면 염도 측정을 해준다고 한다. 구청의 직원식당에서 국 대신 숭늉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참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을 짜게 먹는 것도 습관이다. 나이가 들면 맛을 느끼는 감각기능도 저하되므로 점점 더 짜게 먹게 된다. 할머니가 만드는 음식이 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즐겨 먹는 음식의 염도는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저염도 식단에 점점 적응해가면 좋겠다.
노화의 시작인가! 소지품을 챙기지 않고 집을 나서다 아차차! 하고 되돌아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휴대폰, 지갑, 안경, 손수건 따위다. 일본에서는 집에 두고 온 안경이나 서류 뭉치를 회사로 가져다주는 퀵 서비스도 있다 하니 깜박 잊어버리는 건 나이 들면 어느 나라 사람에게나 흔한 일인 모양이다. 그래도 집에 두고 나온 물건은 잠시 불편해도 잃어버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문제는 밖에서 잃어버릴 때다. 주머니나 가방 속에 넣어둔 물건은 잃어버리지 않지만 손에 든 물건은 옆에 잠시 놔뒀다가 일어설 때 깜박 잊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안경을 잃어버렸다. 평소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나는 먼 곳을 볼 때는 흐릿해 안경이 필요하지만 책이나 스마트폰을 볼 때는 안경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워 벗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평소에는 안경을 잘 쓰지 않는다. 이렇게 쓰다 말다 하는 물건들을 잘 잃어버린다.
안경을 잃어버린 날은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 잠시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안경을 벗어 옆자리에 놓았다. 잠시 뒤 기차가 오자 급한 마음에 안경을 깜박 잊고 승차를 해버렸다. 기차가 출발한 뒤에야 ‘아차 내 안경’ 했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고맙게도 누군가가 기차역 분실물센터에 맡겨주길 바랄 뿐이었다. 며칠 뒤 기차역 분실물센터를 찾아가 직원에게 분실물 중 혹시 안경이 없었느냐고 물어봤다. 직원이 분실물 대장을 확인해보더니 없다고 했다. 더 이상 찾을 길이 없었다. 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고 잃어버린 안경에 대한 추억만 새록새록 살아났다.
앞으로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첫째로 집을 나설 때 내가 소지한 물건이 어떤 것이 있는지 상기했다. 주로 휴대폰, 지갑, 손수건, 자동차열쇠 등이다. 안경은 안경집을 갖고 다니며 사용하지 않을 때는 번거롭더라도 집어넣은 후 주머니에 챙겼다. 주머니도 손이 자주 들락날락하는 바깥 주머니보다. 깊숙한 속주머니가 더 안전하다.
그리고 잃어버려도 습득한 사람이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건에 적어뒀다. 열쇠고리에는 전화번호를 넣은 고리를 달고, 모자 안쪽 상표에도 전화번호를 썼다. 습관도 중요하다.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설 때는 반드시 그 자리를 살펴본 뒤 문을 나서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 외출할 때는 전등은 껐는지 보일러는 외출에 맞춰놓았는지 창문은 닫았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3초의 여유를 갖기로 했다. 이렇게 잊거나 잃어버리지 않으려 조심하는 행동은 기억력 보존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