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늘 궁금했다. 정월 대보름에는 왜 단단한 부럼을 먹는 것일까? 동지에는 왜 팥죽을 먹을까? “메밀묵 사려~ 찹쌀떡!”은 왜 겨울에만 들리고 여름에는 안 들리는 걸까?
겨울은 만물이 얼어붙는 시기다. 식물의 지상부는 시들고, 곰은 동면에 들어간다. 한의학에서는 겨울 3개월을 폐장(閉藏)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피부를 닫고[閉], 속으로는 열과 에너지를 저장[藏]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사람 역시 웅크리고, 살찌며, 피부는 두터워지고, 따뜻한 집 안으로 숨는다. 겉으로는 찬 공기와 많이 접하기 때문에 수족 냉증이 잘 생기고, 찬 바람에 감기, 폐렴, 중이염, 비염이 많이 생기며 피부가 많이 건조해진다. 속으로는 열이 몰리면서 중풍, 심장마비,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계 질환이 많이 발생한다.
겨울철에 적합한 음식은 찰진 음식, 따뜻한 음식, 견과류
첫째로 추운 북쪽에서 자라는 곡식(찹쌀, 찰기장, 밀, 메밀 등)은 찰기가 있다. 이런 찰기를 이용해서 면, 빵, 묵, 떡을 만들어 먹는다. 이러한 찰기는 뭉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면, 빵, 묵, 떡을 먹고 속이 뭉쳐 체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피부를 뭉치고 두텁게 해서 추위에 대비하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메밀묵 사려~ 찹쌀떡!”이라는 외침은 겨울철에만 들리는 것이다. 동지 팥죽에 새알이 들어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메밀의 원산지는 바이칼 호, 히말라야, 동북아 등 아주 추운 지역이다. 메밀을 원료로 해서 만드는 메밀국수(소바), 냉면, 막국수는 원래 추운 지역의 겨울 음식이다. 이 음식들이 피부를 틀어막아 추위를 견디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면도 함흥냉면, 평양냉면 등 북쪽 겨울 음식이 유명하다. 일본의 소바도 북알프스, 중앙알프스, 동계올림픽으로 유명한 나가노 현의 추운 고산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겨울철에 피부가 두꺼워진 상태에서 옷을 두껍게 입고 뜨거운 음식만 계속 먹다 보면, 내부에 열이 몰려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겨울철에 중풍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이유다. 메밀은 성질이 차가워서 겨울철에 뜨거워진 속의 열을 식혀준다. 겨울철에 가끔 메밀국수와 냉면, 막국수를 먹어주면, 밖으로는 피부를 틀어막아 추위를 이기게 해주면서, 속으로는 열을 식혀주고 기름진 음식으로 탁해진 피를 맑게 해준다. 메밀이야말로 겨울철에 꼭 필요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설날에 떡국을 먹듯 일본에서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에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떡국처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계절과 관련된 식문화가 비슷한 데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 뭉친 음식을 먹으면 잘 체한다. 체할 때는 떡 한 조각, 빵 한 조각에도 체한다. 이런 음식을 먹을 때 체하는 것을 막으려면 팥이나 매운 식재료(생마늘, 생파, 생무, 고추, 차조기 등)를 같이 먹는 것이 좋다. 붕어빵, 동지팥죽, 찐빵, 타이야끼에 모두 팥이 들어가는 것도 밀가루의 독이 뭉쳐 체하게 하는 것을 풀기 위해서다. 팥은 강한 신맛이 있어 뭉친 것을 잘 풀어주고 녹인다. 팥의 붉은 색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전염병을 예방해준다는 속설이 있어 동짓날 팥죽을 먹기도 한다.
둘째로 체온 보존을 위해 염소고기, 양고기, 보신탕 등 따뜻한 음식들을 많이 먹는다. 중국 북부와 몽골 사람들은 추위에 버티기 위해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 부추도 속을 따뜻하게 해서 추위를 이기게 해주므로 자주 먹는 것이 좋다. 그래서 겨울에 많이 먹는 만두에는 항상 부추가 들어간다. 부추만두는 콘셉트가 참 좋다. 만두피로 피부를 두텁게 해서 추위를 막아주고, 부추로 속을 데워 추위를 이기게 하는 음식이다.
으슬으슬 추울 때는 생강차나 고추, 마늘 등 매운 음식이 도움이 되지만, 장복하는 것은 좋지 않다. 에는 겨울에 생강, 마늘, 파를 많이 먹으면 봄에 간과 눈이 나빠지고 흰머리가 나며 수명이 짧아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동면해야 할 겨울에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 땀구멍을 열게 하고 정액, 피를 땀으로 내보내면 봄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다. 보약 먹을 때 파, 마늘, 무를 먹지 말라는 말은 같은 의미다.
셋째로 견과류의 딱딱한 껍질은 내부의 엑기스는 꽁꽁 응집시켜놓고 외부의 세균, 바이러스 등 이물질은 완전히 몰아내는 역할을 한다. 정월 대보름에 견과류를 먹는 것은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① 딱딱한 견과류는 정액, 진액을 갈무리하고 기침을 멎게 한다. ② 피를 맑게 해 겨울철에 자주 발병하는 중풍, 심장마비,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 피가 맑아지면 부스럼 등 피부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③ 이빨은 뼈의 일종인데, 뼈 중에서 유일하게 밖으로 드러난 부분이다. 뼈에 자극을 주면 뼈가 더 단단해지고, 뼈가 단단해지면 기력과 면역력이 높아지고 장수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기공법에서는 이빨을 서로 부딪치게 하는 고치법(叩齒法)을 자주 실천한다. 딱딱한 부럼을 직접 이빨로 깨서 먹는 것은 이런 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따라서 겨울에는 연자육, 밤, 호두, 은행, 잣, 아몬드, 피스타치오를 먹어주면 좋다. 그런데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내열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적당히 먹어야 한다. 하루에 한 주먹 정도의 분량이면 적당하다.
겨울철은 꽁꽁 얼어붙는 계절이므로, 갈무리를 잘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좋지 않으며, 멀리 나다니는 것도 좋지 않다. 태양의 운행에 맞춰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새벽에 찬 공기를 맞으며 운동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외면하고 늦게 자고 무리하게 일하곤 한다. 이렇게 겨울을 보내면 봄에 춘곤증이 심해진다. 겨울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봄에 ‘spring’처럼 튀어 오르지 못한다.
겨울에 너무 따뜻하게만 지내는 것도 여름철 냉방병만큼 좋지 않다. 몸이 추웠다 더웠다 하면서 면역력, 적응력이 높아지는 것인데, 겨울에 춥다고 더운 방에서만 생활하면 면역력, 적응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밖에 나가 찬 바람을 맞으면 금방 감기에 걸린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가을의 유명한 먹거리를 찾아 보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 이름 자체에 가을이 들어가 있는 추어탕(鰍魚湯), 서해안의 대하(大蝦), 낙지… 그런데 왜 모두 물에서 자라는 것일까? 가을은 땅에서도 열매가 많이 맺히는 결실, 수확의 계절인데.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하늘이 높아진다는 것은 대기가 건조해진다[燥]는 말이고, 말이 살찐다는 것은 겨울을 대비해서 몸이 불어난다[濕]는 말이다. 식물은 가을이 되면 잎과 줄기가 마르면서 형형색색의 단풍을 만들어 내고[燥], 모든 진액은 열매와 뿌리 속으로 갈무리되어서 열매와 뿌리가 부푼다[濕].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으고, 곰은 많이 먹어서 체중을 20~30% 늘려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사람도 피부는 건조해지고[燥], 속은 살이 쪄서 겨울을 대비한다[濕].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가을을 마를 조(燥)와 거둘 수(收, 濕)로 대표한다.
그래서 가을에는 겉으로는 건조해서 생기는 피부병은 악화되고, 습기가 많아서 생긴 피부병은 호전된다. 건성 아토피나 건선, 안구건조증 등은 악화되고, 습성 아토피, 어루러기 등은 호전된다. 속에서는 살이 찌면서 습기가 더 강해진다. 그러므로 우울증이 심해지고, 디스크, 관절염도 심해진다. 에서도 가을 습기에 상하면 겨울에 기침을 많이 한다고 했다. 가을은 폐가 주관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폐와 관련된 코, 호흡기, 피부 질환이 많이 나타난다. 감기, 비염, 천식, 피부병, 상기증, 어깨와 등이 뭉치고 아픈 증상 등을 주의해야 한다. 폐가 원래 안 좋은 사람은 가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가을에 적합한 음식으로는 갯벌, 진흙에 사는 수생 생물과 가을 과일, 견과류를 들 수 있다.
물고기, 낙지, 대하 등 물에 사는 생물은 자신의 몸에 들어온 물을 순환시켜서 몸 밖으로 내보내는 힘이 강하다. 따라서 물고기를 먹으면 예외 없이 부종을 소변으로 빼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산후에 붓기를 빼려고 잉어, 붕어, 가물치 등 물고기를 먹는 것이다. 그중에서 진흙, 갯벌에 사는 물고기, 낙지, 대하는 습을 소변으로 잘 내보낸다. 물이 정체된 것과 습이 정체된 것은 좀 다른데, 물이 정체되면 위장이 출렁거리고, 습이 정체되면 소화가 안 되고 붇고 머리가 무겁다. 물이 정체되면 안개, 습이 생기기 쉽다. 물이 정체된 진흙, 갯벌에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습을 제거하는 능력이 발달했다. 그래서 진흙, 갯벌의 생물을 먹으면 습을 순환시켜 건조해진 피부를 촉촉하게 해 주고, 몸속의 습은 소변으로 빼내 준다. 그러므로 피부가 건조해지고 몸속이 습해지는 가을에는 갯벌, 진흙에 사는 수생 생물이 좋다. 이들은 가을철 음식으로만 좋은 것이 아니라, 산후 유즙 분비를 촉진하는 음식으로도 우수하다. 산후 유즙 분비는 위장 기능이 좋아야 하고 피가 충분해야 하며 붇기가 없어야 하는데, 갯벌, 진흙의 수생 생물들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추어탕은 미꾸라지(鰍魚)와 초피(제피)를 이용한다. 미꾸라지는 몸속 습기를 소변으로 빼 주면서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초피는 기침을 멎게 한다. 이 둘은 속도 덥혀 준다. 그러므로 추어탕은 가을이라는 조건에도 맞고 감기 예방과 치료도 해 주는 좋은 음식이다.
가을 전어가 유명한 것도 가을철 건강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가을 전어는 물고기라서 습기를 소변으로 잘 빼내 주고, 통통해서 살이 찐 상태이기 때문에 내 몸이 겨울을 대비하도록 하며, 피부를 윤기 있게 한다.
가을철에 낙지가 유명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낙지는 갯벌에 살면서 소화를 돕고 습기를 소변으로 잘 빼내 주며, 기혈을 보충하고 피부를 좋게 한다. 낙지는 또한 근육의 힘이 좋기 때문에, 뱀장어, 가물치처럼 남자의 힘을 돋우어 준다. 연안 진흙바닥에 사는 대하나 수입 민물 대하는 모두 아랫배의 양기를 돋우어서 겨울을 대비하게 한다.
도토리가 다람쥐의 겨울나기를 돕듯이, 가을 과일은 사람,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돕는다. 단맛은 에너지를 만들고, 떫고 시큼한 맛은 진액, 정액을 수렴해서 겨울을 버틸 준비를 하게 한다. 여름 과일인 수박, 참외 등은 단맛이지만, 가을 과일인 감, 사과, 배, 귤, 오미자는 모두 시큼하다. 이 시큼한 맛은 땀구멍을 닫아 피부가 찬바람에 쉽게 상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피부의 땀구멍이 닫히면 인체 내부는 부풀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부풀면 겨울철 추위를 이기기 쉽게 된다. 하지만 약간 서늘한 성질이 있는 편이므로 많이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단단한 과일인 견과류는 피부에서 속까지 진액, 정액을 단단하게 응축해 주기 때문에 겨울 대비용으로 좋다. 연자육, 밤, 도토리, 땅콩, 호두, 좁쌀 등을 하루 한 줌 정도 먹는 것이 좋다. 견과류는 단단하고 둥글게 응집되어 있다. 사람이 견과류를 먹으면 마찬가지로 뼈와 피부가 단단해져서 찬 기운을 이길 수 있게 도와주며, 기침에도 좋다. 기운이 약한 것, 뼈가 약한 것, 설사가 잦은 것에도 좋으며, 눈과 뇌, 척추에도 좋다.
환절기라는 것은 계절의 변화가 급격하다는 것이다. 특히 가을에 따뜻하다가 추워지면 몸의 저항력이 약한 사람은 폐가 쉽게 약해져 기침, 콧물을 흘리게 된다. 변화의 급격함에는 모두가 약하다. 열대에 사는 사람이 한대에 가거나, 시차가 많이 나는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온도차가 급격하거나, 감정의 급격한 변화를 겪거나 하는 것은 모두 감기에 걸리기 쉬운 상황이다. 따라서 환절기 감기를 예방한다는 것은 급격한 변화를 완만하게 하거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외부 환경을 조정하거나 내 몸의 내부 환경을 조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부 환경은 잠을 잘 때 긴 팔을 입고, 창문을 꼭 닫고, 방의 온도를 약간 높이거나, 따뜻하게 먹는 것이다.
내부 환경을 조정하는 것은 생강차, 계피차 등으로 몸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가을, 겨울에 쉽게 땀이 나고 배 아픈 사람에게는 계피차가 특히 좋다. 저녁을 일찍 먹고, 일찍 자고, 약간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심호흡을 자주 해 주는 것 역시 적응력을 높여 준다. 갑자기 추운 곳에 나갈 때는 조금씩 흡입량을 늘려 찬 공기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 얼굴이 흰 사람은 황기, 인삼 등이 좋고, 얼굴이 검은 사람은 산수유 차가 좋다.
가을철에는 태양의 운행에 맞춰 겨울보다는 일찍 일어나고 여름보다는 일찍 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여름처럼 마음을 들뜨게 하지 말고, 가을 성격에 맞게 마음을 안정하고 정신을 수렴해야 한다. 또한 성생활도 지나치게 하면 수렴을 방해하므로 당연히 주의해야 한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호흡기질환이나 피부질환이 쉽게 생길 수 있으므로 체액을 증강해 건조함에 대비하고, 옷을 껴입고 기운을 보충해 서늘한 바람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휴일 나들이 나선 고속도로에서 시원하게 달리며 “와 오늘 차가 잘 빠지는데?” 했는데 얼마 못 가 꽉 막혀서 거북이걸음을 하게 되었을 때 입찬소리했다며 핀잔을 받게 된다. 또 어떤 일에 대해서 의견을 말했는데 잘 안 풀리면 입바른 소리를 해서 안 되었다고 원망도 듣는 일이 생긴다. 어느 젊은 엄마가 시어머니와 담소 중에 우리 아기는 다른 아이들보다 덜 아프고 잘 큰다고 자랑했더니 그런 입찬소리는 하는 게 아니라며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겸손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한다. 남의 아이에게 생긴 안 좋은 일이나, 문제아나 그 부모에게 비난이라도 하면 자식 가진 사람이 입찬소리하는 거 아니라는 말을 한다.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니 비난보다는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전해 내려오는 말로 입바른 소리라는 표현이 있다. 입바른 소리는 바른말을 하는데 거침이 없다는 뜻이 있으니 부정적인 뜻은 아니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니 좋은 의미일 수도 있다. 그와 비슷한 표현으로 입찬소리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 또한 자기의 지위나 능력을 믿고 지나치게 확신을 하며 자신 있게 말한다는 뜻이다. 사전적으로는 그렇게 정의하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입바른 소리 한다거나 입찬소리 하지 말라는 건 자기의 의견을 경솔하게 내뱉을 때 경고의 의미로 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필자도 입바른 소리를 한 탓인지 힘든 시간을 겪었다. 모임이 있었는데 친구 두 명이 요즘 감기 무섭더라며 지금 며칠째 감기에 걸려 많이 아프다는 말을 했다.필자도 몇 년에 한 번쯤은 감기로 고생을 했지만 짧은 기간이어선지 감기에 걸렸었다는 생각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만다.그러면서 친구는 아픈데 필자는 건강하다는 자만심에 그만 “나는 감기에 걸려본 지가 언젠지 몰라.”하고 얄미운 소리를 하고 말았다.친구들이 “에구-입찬소리하고 있네, 그래도 조심해라.”라고 한마디씩 거들었다.필자가 그런 경솔한 말을 해서였는지 그 날 저녁부터 온몸이 으스스하고 머리가 아픈 몸살에 걸리고 말았다.
꼭 입찬소리해서라기보다 친구로부터 감기 바이러스를 옮겨 받았음이 확실한데 그래도 필자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 감기에 걸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며 옛말 그른 것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몸이 으슬으슬하기만 한 게 아니라 기침도 나기 시작했다. 갈비뼈 사이가 간질거려 기침을 심하게 하게 되니 기침이 나올 때마다 명치끝이 아프기까지 했다.
나흘 동안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다. 젊었을 적엔 웬만큼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았고 하루 이틀 땀을 푹 내면서 한 잠 잘 자고 나면 씻은 듯이 증세가 없어져서 약이나 주사에 의존하지 않고 회복되는 내 몸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었다. 지금도 며칠 푹 쉬면 나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손자 손녀를 가까이 봐야 하니 그렇게 자연히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게 되었다. 아기들에게 감기를 옮기기라도 하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입찬소리를 해서 걸린 감기는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경솔한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한 번 더 다짐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게 겸손함이다. 정당한 일에 뒤로 비켜서지 않고 입바른 소리를 하는 건 필요하겠지만 쓸데없는 일로 자만하여 겸손하지 못한 입바른 소리, 입찬소리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몸살 기침 감기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며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선암이란 이름은 마을 앞까지 배가 들어와서 배를 묶는 바위가 있어서 그렇게 불리었다고 내가 어릴 때 말씀해 주신 기억이 난다. 아마도 오래전에 심한 지각 변동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바다에서 먼 이곳까지 배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월출산을 바라보면서 우리 선조께서 4월의 따스한 기온이 내리쬐는 이곳 선영에 자리하고 계시는 모습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참 편안해짐을 느낀다.
어제 일요일이 시제를 지내는 날이라 오랜만에 시제에 참례하였다. 오전 3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6시 서울을 출발하여 10시쯤 선영에 도착하였다. 증조부모님부터 조부모님 그리고 백부모님 순서로 인사를 드린 후에 시제를 지내고 나서 옛날 조부모님께서 사시던 고가로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사촌들이 함께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었다.
시제에 참여하신 집안 당숙과 숙모님, 그리고 형님뻘 되시는 나이든 형님 및 형수님들과 함께 자리하니 객지생활만 하던 나도 고향이란 이런 곳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
사촌 큰 형님이 양자로 갔으나 같은 집안이라 여전히 시제 준비를 제수씨들과 함께 형수님께서 주로 하신 것 같다. 마침 바로 밑의 사촌 동생이 시골로 귀향하여 옛날 고가를 수리하여 생활하고 있으니 마치 옛 어른들을 뵙던 과거의 일들에 대한 기억이 봄날 새싹 돋아나듯이 생각났다.
건너 방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던 곳이었다. 기침을 유달리 많이 하시면서도 족보관련 말씀을 즐겨 해주셨던 할아버지, 만석궁의 딸로 시집와서 고생하시면서 지내셨지만 항상 우아한 모습과 여유를 지니셨으나 동네 아시는 분들에게 부족한 손자 자랑은 부끄러움 없이 꽤 많이 하셨던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자 눈시울이 시큰거린다. 그분들의 체취가 갑자기 그리워졌다. 우리 아버지가 효자이셨기에 나도 가끔 그런 흉내를 내려고 해왔다. 사탕을 드리면서 누워 계실 때 책을 읽어드리거나 안마해드리면 즐겨하시던 모습, 소원을 여쭤보고 해결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던 기억들이 눈물 속에 아롱거렸다.
우리 선영은 월출산을 마주보며 위치해 있어 산을 좋아하셨던 옛날 선비들의 취향에 꼭 어울리는 것 같다. 공자도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하였으니 선조께서는 물과 산을 함께 좋아하셨던 것 같다. 아마 그분들은 해마다 이때쯤 산 아래서 실시되는 왕인박사 관련 축제행사도 다 지켜보고 계실 것만 같다.
14대 선조께서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하시어 계시다가 귀경 후에도 4형제의 막내아들인 우리 직계 선조인 후(後)자 경(庚)자 할아버지께서 영암의 최 씨 집안의 규수와 결혼하시어 계속 사시면서 일가를 다시 일으키신 곳이다. 연전에 14대 조부께서 사시던 생가와 한석봉 등을 제자로 학문을 가르치던, 그리고 조선시대 이이 율곡과 같은 대학자들과 학문을 논하던 이우당을 방문하였던 생각이 난다. 결과 지금은 반상의 구별이 없어졌지만 지금도 옛 어르신들로부터 이 지역 최고의 가문이라는 칭송을 받는다.
바로 위 형님이셨던 선(先)자 경(庚)자 할아버지는 지금 서울 오금 공원에 영면해 계시고 그 비석은 시울시 문화제 75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 위의 두 분 할아버지 선(先)자 갑(甲)자 와 후(後)자 갑(甲)자 할아버지는 서울 수락산의 선산에 영면해 계신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서울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것은 우연히 아니고 조상님과 함께 하기 위함인 것도 같다. 이름이 비슷하여 족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두 분은 쌍둥이셨다. 그래서 어쩌면 약간은 의도적으로 우리 직계 할아버지가 결혼하여 멀리 떨어져 살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 영혼의 고향은 달이 처음 비추는 곳이라는 바로 월출산의 정기가 서린 곳이다.
따뜻한 봄소식은 겨우내 꽁꽁 얼었던 우리 마음을 다시 따뜻하게 만들지만, 봄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소식도 들린다. 꽃가루나 황사와 같은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인자들이 대표적인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다. 특히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천식은 속 시원한 치료법이 없는 호흡기 질환으로 꼽힌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영 교수
천식(喘息)은 가슴이 답답해지고, 기침이 나거나, 천명(喘鳴) 혹은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알레르기질환이다. 천식은 가역적인 기류 제한, 기도의 만성적인 염증과 기도과민성의 특징을 가진다. 쉽게 이야기하면 어떤 날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어떤 날은 전혀 문제없는 날들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은 질병이라는 뜻이다. 애매한 증상만큼이나 그 원인 역시 콕 집어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고려대병원에서 만난 유영 교수는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설명한다.
“천식의 원인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숙주인자와 외부 환경인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자는 천식 관련 유전인자나 비만 등이 대표적이고, 환경적 요인으로는 알레르겐(항원)과 감염, 직·간접흡연, 대기오염, 약물, 식품, 스트레스 등이 있습니다.”
고령의 시니어들에게 위험한 병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겠지만, 천식 역시 나이가 많은 시니어들에게는 위험한 병이다.
유 교수에 따르면 천식을 얼마나 앓고 있는지 나타내는 유병률은 인종이나 국가의 경제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데,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의 유병률(100명당 발병인원)이 높은 편이고, 2010년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병률은 약 2~13% 정도로 조사됐다고 했다.
나이별로 살펴보면, 천식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나지만 어린이와 노인의 유병률이 더 높다고 했다. 소아와 청소년에게서의 유병률은 약 5~10%로 높아지다가, 성인기에 약간 낮아지고, 다시 65세 이상에서 약 12.5%까지 증가한다.
특히 시니어들이 천식과 관련해서 잘 알아야 할 점은 고령인 상태에서 발생한 천식이 젊을 때부터 앓아온 천식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점이다. 시니어 때 발병한 천식은 병을 앓게 되는 기간이나 중증도가 다양하고, 기간과 상관없이 많은 환자에게서 기도폐쇄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유 교수는 “고령에 발병한 천식의 치료는 일반적인 천식의 치료와 같지만 기관지 확장제가 잘 듣지 않거나, 스테로이드제에 대한 부작용이 많고, 다른 폐질환을 동반하는 때도 적지 않아 까다로운 편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이런 경우 폐기능이 감소하는 정도가 젊은 성인에 비해 빠르고, 사망률도 높아 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특효약 없어 장기적인 관리 필요
천식은 완치를 위한 특효약이 없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 그래서 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원활한 호흡을 유지하고, 염증을 가라앉혀, 폐기능의 악화를 방지하는 데 치료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천식의 약물치료는 크게 증상완화제와 질병조절제로 나눈다. 대표적인 증상완화제는 속효성 베타2항진제(기관지 확장제)가 있는데, 천식의 급성 증상 완화를 위해서 제일 먼저 선택되는 약제다.
증상 악화 시 먼저 속효성베타2항진제를 사용하면 수축된 기관지를 확장해, 질병조절제가 효과를 나타내기 전까지 천식 악화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증상이 개선되어 안정화되면 증상 완화제를 주기적으로 계속 사용하기보다는 증상이 있을 때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질병 조절제는 흡입용 스테로이드, 류코트리엔 조절제, 지속성 베타2항진제, 서방형 테오필린 등이 있다. 질병 조절제는 천식의 만성적인 기도염증을 감소시키고 폐기능의 악화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질병 조절제는 약 3개월 간격으로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서 약제의 종류나 사용량 등을 조절하게 된다.
수면 중 찾아오는 발작 주의해야
특히 시니어들의 경우 천식을 앓고 있을 때 간혹 수면 중 심한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호흡곤란이 동반돼 위험한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경우까지 있는데, 이럴 때를 대비해 상비약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고 유 교수는 설명한다.
“갑작스러운 천식 발작이 있으면 상비해 둔 기관지확장제(속효성 베타2항진제)를 이용해 수축된 기관지를 확장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0분 간격으로 3번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한 후에도 호흡곤란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으면 산소 공급이나 스테로이드제 투여가 이뤄져야 하므로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급성 천식 발작의 경우 호흡곤란이나 기침, 천명, 가슴 답답함 등의 증상이 갑자기 빠르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특히 전에 기계호흡이나 기관 삽관이 필요했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천식으로 인해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 경력이 있는 경우, 최근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갑자기 중단한 경우, 최근 흡입용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속효성 베타2항진제를 매일 한 통 이상 자주 사용한 경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경우 등은 급작스러운 천식 악화로 사망할 수 있는 고위험군이므로 관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미세먼지 피하고 채소·생선 즐겨야
천식을 예방하기 위해 알맞은 음식은 딱히 없다. 다만 최근 연구 결과로는 서구식 식습관이 천식이나 다른 알레르기 질환 증가와 연관성이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일이나 채소와 같은 항산화 물질과 생선에 많은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하는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위 식도역류가 있는 경우 천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역류를 악화시키는 음식이나 식습관은 피해야 한다. 비만도 위험인자 중 하나로 평가되기 때문에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호흡기에 좋지 않은 담배 연기나 미세먼지에 노출을 피하고 아스피린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등 약제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고재종은 농사를 지으며 시를 써온 전남 담양 출신의 시인입니다. 그의 빼어난 작품 중에서 ‘한바탕 잘 끓인 추어탕으로’부터 먼저 읽어보겠습니다. 길지만 전문을 인용합니다.
우리 동네 성만 씨네 산다랑치논에, 그 귀퉁이의 둠벙에, 그 옆 두엄 자리의 쇠지랑물 흘러든 둠벙에, 세상에, 원 세상에, 통통통 살 밴 누런 미꾸라지들이, 어른 손가락만 한 미꾸라지들이 득시글벅시글 거리더라니, 그걸 본 가슴팍 벌떡거린 몇몇이, 요것이 뭣이당가, 요것이 뭣이당가, 농약물 안 흘러든 자리라서 그런가 벼, 너도 나도 술렁대며 첨벙첨벙 뛰어들어, 반나절 요량을 건지니, 양동이 양동이로 두 양동이였겄다!
그 소식을 듣곤, 동네 아낙들이 성만 씨네로 달려오는데, 누군 풋배추 고사리를 삶아 오고, 누군 시래기 토란대를 가져오고, 누군 들깨즙을 내오고 태양초물을 갈아 오고, 육쪽마늘을 찧어 오고 다홍고추를 썰어 오고, 산초가루에 참기름에 사골에, 넣을 것은 다 넣게 가져와선, 세상에, 원 세상에, 한 가마솥 가득 붓곤 칙칙폭폭 칙칙폭폭, 미꾸라지 뼈 형체도 없이 호와지게 끓여 내니
그 벌건, 그 걸쭉한, 그 땀벅벅 나는, 그 입에 쩍쩍 붙는 추어탕으로 상치(尙齒)마당이 열렸는데, 세상에, 원 세상에, 그 허리가 평생 엎드렸던 논두렁으로 휜 샛터집 영감도, 그 무릎이 자갈밭에 삽날 부딪는 소리를 내는 대추나무집 할매도, 그 눈빛이 한번 빠지면 도리 없던 수렁 논빛을 띤 영대 씨와, 그 기침이 마르고 마른 논에 먼지같이 밭은 보성댁도 내남없이, 한 그릇 두 양품씩을 거침없이 비워 내니
봉두난발에, 젓국 냄새에, 너시에, 반편이로 삭은 사람들이, 세상에, 원 세상에, 그 어깨가 눈 비 오고 바람 치는 날을 닮아 버린 그 어깨가 풀리고, 그 핏줄이 평생 울분과 폭폭증으로 막혀 버린 그 핏줄이 풀리고, 그 온몸이 이젠 쓰러지고 떠나 버린 폐가로 흔들리는 그 온몸이 풀리는지, 모두들 얼굴이 발그작작, 거기에 소주도 몇 잔 걸치니 더더욱 발그작작해서는, 마당가의 아직 못 따 낸 홍시알들로 밝았는데,
때마침 안방 전축에선, 쿵짝 쿵짝 쿵짜자 쿵짝 네 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눈물도 있고 이별도 있다고 하며, 한번 놀아 보장께. 기필코 놀아 보장께, 누군가 추어대곤, 박수 치고 보릿대춤 추고 노래 부르고 또 소주 마시니, 세상에, 원 세상에, 늦가을 노루 꼬루만 한 해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한바탕 잘 노니, 아 글쎄, 청천하늘의 수만 별들도 퉁방울만 한 눈물 뗄 글썽이며, 아 글쎄, 구경 한번 잘 하더라니!
절로 흥이 나고 즐거운 이 시의 세 번째 연에 상치(尙齒)마당이 나옵니다. 상치는 이를 받들어 모시는 것이니 나이든 노인들을 위해 베푼 잔치마당을 말합니다. 가을철 미꾸라지 보양식으로 한데 얼려 흥겹게 한때를 보내는 마을공동체의 존노상치(尊老尙齒) 전통이 핍진하고 약여합니다.
예로부터 “조정에서는 작위만한 것이 없고 마을에서는 나이만한 것이 없으며 세상을 돕고 백성들의 어른 노릇함에는 덕망만한 것이 없다”[朝廷莫如爵 鄕黨莫如齒 輔世長民莫如德]고 했습니다. 신라 3대 유리왕부터 16대 흘해왕 때까지 썼던 왕호 ‘이사금’은 이가 많은 사람, 즉 연장자는 성스럽고 지혜로운 사람[聖智人]이라고 한 데서 유래된 치리(齒理)라는 말입니다. 유리왕과 탈해왕이 서로 왕위를 양보하다가 이가 더 많은 유리왕이 먼저 즉위한 다음부터 왕을 이사금으로 불렀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흥겨운 상치모임이라도 이가 없으면 저작(詛嚼)을 할 수 없습니다. 못된 사람을 일러 불치인류(不齒人類), 사람 축에 들지 못한다는 말도 하지만 이가 없으면 사람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없는 입으로 한없이 오물오물하며 식사를 하던 시골 할머니들 생각이 납니다. 그런 분들의 고통과 불편을 스스로 낙치(落齒)의 나이가 돼서야 알았으니 이가 나는 것도, 이가 빠지는 것도 다 인간이 철드는 일 중 하나인가 봅니다. 견마지치(犬馬之齒)란 개나 말처럼 헛나이를 먹었다고 겸손하게 하는 말인데, 지금 이 나이가 견마지치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의술이 발달해 치아를 때우고 새로 해 넣고 교정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예전엔 이가 빠지면 그저 잇몸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지난해 어금니 한 개 빠지더니/올해는 앞니 한 개가 빠졌다/어느새 6, 7개가 빠졌는데/그 기세가 줄어들지 않는구나.” 당송 팔대가 중 한 명인 한유(韓愈·768~824)의 시 ‘낙치(落齒)’ 중 일부입니다. 마지막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말하네/이가 빠지는 건 수명이 다한 거라고/나는 말하네. 인생은 유한한 것/장수하든 단명하든 죽는 건 마찬가지.”
여섯 수로 이루어진 다산 정약용의 시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에도 치아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산은 첫 번째 시에서 “늙은이 한 가지 유쾌한 일은/민둥머리가 참으로 유독 좋아라”라고 합니다. 이어 두 번째 시에서 “늙은이 한 가지 유쾌한 일은/치아 없는 게 또한 그 다음이라”고 한 다산은 마지막에 “유쾌하도다. 의서 가운데에서/치통이란 글자는 빼버려야겠네”라고 합니다. 이가 다 빠졌으니 이제 아플 일도 없다는 말입니다.
이 빠지는 게 유쾌할 리 없지만, 이렇게 달관과 해학적인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는 건강과 노화, 두 가지를 알려주는 인체 측정장치입니다. 노(老)를 쇠퇴나 쇠약이 아니라 노숙과 노련으로 해석하려 해도 빠진 이가 새로 날 수 없고 만든 이가 온전히 내 이와 같을 리 없습니다.
한국인들은 참 악착같이 살아왔습니다. 악착도 이와 관련된 말입니다. 작은이 악(齷)과 이 마주 붙을 착(齪)이 합쳐진 악착의 본뜻은 ‘작은이가 꽉 맞물린 상태’ ‘앙다물어 이가 맞부딪히는 상태’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를 앙다물고 악물고 살아온 게 아닐까요?
그러나 이제 나이 들고 여유가 좀 생겼으면 달라져야 합니다. 재미있는 시를 많이 쓴 오탁번 시인은 ‘문학청춘’ 올해 여름호에 발표한 ‘늙은이애’에서 이렇게 말했더군요.
‘애늙은이’라는 말은 있는데/‘늙은이애’라는 말은/왜 없을까//콩팔칠팔/흘리고 까먹고/천방지방 하동하동/나는 나는/늙은이애!//‘늙은이애’라는 말을/국어사전에 등재는 하지 않고/국립국어원은/낮잠 주무시나?
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늙은이애’처럼 살아가는 게 보기 좋을 것입니다. 각자무치(角者無齒), “뿔이 있는 건(동물) 이가 없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가 없는 분들은 뿔이 있다고 생각하고 각자 자기 분야에서 두각(頭角)을 나타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거나 다투지는 말고!
담배를 피우는 게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세상고민을 이야기하는 게 멋있는 모습으로 비치곤 했다.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흡연에 대해 관대했다. 버스나 택시, 극장, 사무실 어디에든 재떨이가 있었다. 끽연가들의 삶에 제약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흡연은 사회적 문제가 됐다. 담배의 성분처럼 흡연자들은 백해무익한 존재로 전락했다. 담뱃값도 껑충 뛰었고, 자칫 잘못하면 벌금도 물어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비흡연자들이 존중받는 시대로 변했다. 흡연자들은 사회적 인식과 대접에서 거의 천덕꾸러기가 됐다. 폐암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으니 백 번 끊어야 한다고 말해도, 본인이 느끼지 않으면 금연은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기자 역시 하루에 한 갑반을 피우는 흡연자로, 주변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한 부분이 많았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도움말 임민경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
흡연은 국제기준(국제질병분류, 미 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상 약물중독으로 기록된다. 흡연을 하면 신경전달물질 니코틴은 인위적으로 뇌 보상회로를 활성화시킨다. 흔히 말하는 도파민으로 인한 쾌감을 일으키는 것. 영화나 뉴스에서만 보고 들었던 코카인, 필로폰 중독과 같은 형태를 띤다.
금연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중요하고 즉각적으로 건강에 이득이 된다. 흡연 관련 질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적용된다. 경제적 이득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불쾌감을 조성하는 담배연기, 쩐내도 사라진다. 보다 ‘젠틀한 인간’으로 변한다.
만약 지금부터 금연을 한다면
금연 후 20분이 지나면 혈압과 맥박이 정상으로 떨어지고, 손발의 체온이 정상으로 증가한다. 8시간 후 혈액 속 일산화탄소량이 정상으로 떨어지고, 혈액 속 산소량이 정상치로 올라간다.
2주~3개월이 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폐기능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1~9개월에는 기침, 호흡곤란이 감소하고, 폐의 섬모(점액을 외부로 밀어내는 털과 유사한 작은 구조체)가 정상기능을 회복해 점액배출이 증가하고 폐가 깨끗해지며 감염 위험이 감소한다.
1년이 지나면 관상동맥질환(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흡연자의 절반으로 감소한다. 5년 후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방광암 위험이 절반으로 감소하며,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으로 낮아진다. 10년이 지나면 폐암사망률이 흡연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며 15년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와 동일한 수준이 된다.
그러나 금연하기 어려운 이유
담배를 끊어야 하는데 끊기 어렵다는 점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본질적으로 이 부분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담뱃갑의 경고 문구는 흡연자들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특히 50대가 되면 암,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등을 포함한 흡연관련 만성질환이 급증한다. 흡연, 그 자체가 수십 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노년의 건강한 삶을 꿈꾸는 많은 퇴직자들의 삶을 질병으로 좌초시키킨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담뱃값이 올라도, 피울 사람은 피운다.
그래서 국가 금연사업을 설계하고 있는 임민경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에게 ‘흡연자를 비흡연자로 만들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설명을 부탁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흡연율이 높은 상태였다. 특히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계층인 남성흡연율이 높았던 점은 흡연이 ‘정상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국가금연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정상적’인 흡연을 ‘비정상적’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때문에 개인의 기호를 침해한다는 이유를 시작으로 수많은 항의를 받고 있는 것이 금연사업이다. 그래도 최근 7~8년 사이에 국민의식이 많이 바뀌게 됐다.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사실 금연의 동기는 굉장히 직접적인 형태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부터 ‘폐암에 걸렸다’까지 몸에 이상이 생겨야 끊으려는 의지가 강하게 생긴다. 몸소 체험하기 전에 하루 빨리 끊어 버리는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본인 의지와 함께 도움이 필요하다.
금연 지원사업을 잘 이용하자
우리나라의 금연 지원사업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국 단위의 금연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도적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담배규제기본협약의 조항별 이행률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금연클리닉은 2005년부터 전국 보건소에서 연간 약 44만 명 정도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상담과 니코틴 대체요법을 포함한 금연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연 상담전화의 경우도 2006년부터 전문상담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35명의 전문 금연 상담사가 연간 약 15만 건의 전화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각각 서비스의 금연 성공률도 높아 보건소 금연클리닉 이용자의 6개월 금연 성공률은 약 49.2%, 금연 상담전화 이용자의 1년 금연 성공률은 약 26% 수준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공률이 높다.
>>> 금연상담 전화서비스(1544-9030)
금연을 생각했다면, 우선 금연상담 전화서비스(1544-9030)를 이용해 보자. 일반인 누구에게나 금연과 흡연 예방을 위한 정보 제공은 물론 전문 금연상담사가 흡연자에 대해 금연의지 확인, 금연 결심, 금연 실천, 금연 유지 등의 단계별 금연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30일 금연프로그램(첫 상담~금연 30일까지)
금연을 원하는 사람이 성공적으로 금연할 수 있도록 30일 동안 정해진 수순에 따라 상담을 해 주는 프로그램. 예약 상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상담 외에 금연지침서와 SMS 문자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지프로그램(30일 금연 이후~금연 1년)
30일 금연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비흡연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금연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금연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5주째 재흡연 방지하기에 이어, 6주째는 금연이유를 재확인시킨다. 18주째는 금연이득을 생각하게 하고 20주부터는 체중관리 상담도 진행한다. 1년 동안 약 14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 보건소 금연클리닉
실질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면 인근 보건소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 전국 보건소에서는 각 지역 내 흡연자에게 무료로 금연상담 및 금연 치료서비스를 제공(주민등록상 지역주민이 아니더라도 이용자의 접근성과 편의를 고려)한다. 등록 후 금연상담 결심일로부터 6개월간 9회차 이상의 금연상담과 함께 일산화탄소 측정을 포함한 다양한 금연 행동요법을 안내하고 니코틴 보조제, 행동강화 물품을 제공한다.
금연성공 클리닉(등록~6주) 금연 시작과 동시에 보건소에 개인정보가 등록되며, 본격적으로 금연을 위한 상담이 이뤄진다. 금단증상 파악과 대처방법 등을 상담하고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4주, 6주째 금연 성공을 확인하고 보건소 정보시스템에 6주차 성공이 기록된다. 대면상담은 3회 이상, 전화상담은 2회 이상 진행된다.
재흡연 예방(7주~12주) 12주 금연 성공이 확인되면 기념품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절주, 운동 등 건강행위에 대한 상담을 이어간다. 대면상담과 전화상담은 각 1회 이상 진행된다.
금연 유지기간(13주~24주) 24주(6개월)간 금연 성공이 확인되면 금연성공 수료식을 해준다. 금연 유지를 위한 상담은 계속된다. 추후관리(24주 이후) 24주부터 12개월까지는 금연유지 관리단계다. 대면, 전화, SNS, 이메일을 통해 확인을 받게 되며 금연사업 정보시스템에 기록된다.
>>> 지역금연지원센터
보건복지부는 지역 금연지원센터 18곳(국립암센터, 서울성모병원, 인하대병원, 충남대병원 등)을 선정, 4월부터 3년간(2015~2017년) 기관별로 연 평균 10억원의 국비를 지원키로 했다.
지역 금연지원센터는 의지만으로는 금연 성공이 어려운 중증·고도 흡연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전문적 금연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금단현상이 발생하는 시기에 금연상담, 의학적 치료, 영양 및 건강상담 등이 포함된 전문치료 서비스를 해준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역시 의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금연 성공은 본인의 의지 문제로 귀결된다. 실제로 흡연에 대한 갈망으로 금연 초기 3개월 이내에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실패한다. 금연을 한 번에 성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면 할수록 성공률이 높아진다.
무료함, 외로움, 배고픔, 분노, 피곤함을 최대한 피하고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흡연 욕구를 다스리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해본다.
>>> 흡연욕구 다스리기(4D)
Delay(지연하기) 흡연욕구가 생길 때 반응을 지연시킨다. 흡연욕구는 담배를 피우나 안 피우나 몇 분만 지나면 사라질 것. 막연히 참지 말고 당근, 오이, 미역이나 다시마 줄기, 호박씨, 무가당 껌, 은단 등 ‘금연간식’을 활용한다.
Drink water(물 마시기) 물을 마시는 것은 금연을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시원한 물은 입속의 감각을 다르게 하여 흡연욕구를 많이 없애준다. 또 물은 니코틴과 각종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한다.
Do something different(다른 생각하기) 흡연욕구가 강렬할 때는 다른 것에 몰두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예를 들면 걷기, 근육이완 체조, 샤워나 목욕, 취미에 몰두하는 것이 좋다.
Deep breathing(심호흡하기) 심호흡은 담배연기를 깊게 빨아들이는 흡연습관을 대체할 수 있으므로 흡연욕구와 금단증상을 다루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하는데, 웃을 때마다 피식피식 새어나오는 소변. 가혹한 요실금은 사실상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에 더 취약하다. 추운 날씨에는 근육 수축에 영향을 미치는 교감신경이 보다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철, 얇게 입은 바지 사이로 흐르는 소변은 겨울의 그것과 차원이 다른 수치심을 느끼게 할 것이다. 신중년들이여! 더 늦기 전에 자신감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자.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도움말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요실금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흐르는 배뇨이상을 말한다. 그 당혹스러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일 것이다. 혹자는 ‘사회적인 암’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다수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숨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치심 때문에 숨기는데…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지난해 20대 이상 여성 525명을 대상으로 ‘방광질환 치료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갱년기 이후 여성은 대부분 방광질환을 경험했다. 그러나 특별한 대처 없이 증상이 호전되길 기다리는 등 치료에 소홀하거나, 수치심 때문에 혼자만 앓고 있는 이들이 절반이나 됐다.
2013년 60세 이상 요실금 환자 3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요실금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는 10명 중 1명도 안 됐다. 병원을 찾지 않는 이유는 질환이 아닌 노화의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치료나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요실금이 중증이 되면 질 이완이 함께 진행돼 질염이 발생하고 남녀 모두 성감 저하 등의 문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약물치료가 어려워지고 해부학적 교정이 필요한 상태로 변한다.
요실금의 4가지 유형
일반적으로 요실금은 4가지로 분류된다. 복압성 요실금은 갱년기 이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재채기, 웃음, 줄넘기, 달리기와 같이 배에 힘이 들어갈 때 소변이 흐르는 경우로, 가장 큰 원인은 출산 시 방광하부 조직이 손상돼 방광의 위치변동과 요도괄약근의 약화이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의 감소는 골반 내 장기가 질 속으로 빠지는 상태를 유발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소변이 나가는 것을 조절해주는 요도 괄약근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하기도 한다. 절박성 요실금은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어 화장실에 가는 도중에 소변이 흘러나오는 증상을 일컫는다. 대부분 예고 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게 된다. 개운치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방광에 소변이 전혀 차지 않는 나쁜 질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방광염이나 과민성 방광 등에 의하여 나타난다. 일루성 요실금은 방광 내의 소변이 원활히 배출되지 못해 방광이 꽉 찬 상태에서 소변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전립선비대증 등으로 발생한다. 혼합성 요실금은 위의 3가지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신중년 요실금 원인부터 찾아야
신중년의 요실금은 △남성은 전립선비대증 △여성은 방광염 △방광을 조율하는 뇌 기능 이상 △노화에 따른 자연적인 변화 △심혈관계 전신질환 △이뇨제, 칼슘차단제나 정신과 약물 △관절염으로 인한 행동장애 등으로 발생한다.
이처럼 여러 가지 원인이 신중년 요실금을 만든다. 하지만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원인이 되는 질병을 치료하면 자연스럽게 요실금은 고쳐진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전신질환을 앓고 있는 신중년은 요실금이 생겼을 때 전문의에게 빠른 상담을 하는게 좋다.
요실금 자가 진단법
○소변이 마렵기 시작하면 참을 수 없을 정도다.
○화장실 도착 전에 소변을 종종 흘린다
○소변이 자주 마려우며 참기 어렵다.
○기침, 재채기 등을 할 때 소변이 나온다.
○운동하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등 몸의 자세를 바꿀 때 소변을 흘린다.
○소변을 보아도 시원하지 않다.
※ 위의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해당된다면 요실금을 의심해야 한다.
요실금에 좋은 음식
요실금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자신에게 맞는 체중을 유지한다.
가벼운 운동은 장을 튼튼하게 한다. 특히 걷기는 하체를 강화하고 골반을 지탱하는 근육을 발달시켜 방광 건강에 도움이 된다. 과체중은 복압성요실금 등 방광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자신의 신장에 맞는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담배와 술을 끊고 카페인 섭취량을 줄인다.
방광을 자극하거나 이뇨 작용을 촉진하는 음식 섭취는 방광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배뇨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방광을 자극하는 알코올과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차 등의 음료 섭취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대표적 요인인 흡연은 방광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음, 흡연이 야간빈뇨, 요실금 등의 배뇨장애와 연관성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매일 8잔의 물과 섬유질을 섭취해 변비를 예방한다.
매일 8잔의 물을 마시면 활발한 배뇨 활동을 돕고 소변을 묽게 해준다. 또한 섬유질은 장 운동을 도와 배변활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변비는 복통과 복부팽만감, 불쾌감 등뿐 아니라, 잦은 소변을 유발할 수 있어 적절한 수분과 섬유질 섭취를 통해 예방할 필요가 있다.
△방광 훈련을 시행한다.
과민성 방광으로 적은 양의 소변을 참지 못하고 자주 화장실에 가는 경우라면, 방광 훈련을 통해 정상적인 배뇨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방광 훈련은 자신만의 시간표를 정해 일정 시간이 경과하기 전까지 소변을 참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짧은 간격으로 시작하여 시간을 서서히 늘려가며 꾸준히 진행하면 증상을 호전 시키고 규칙적인 배뇨 활동을 할 수 있다.
△배뇨 일지를 작성한다.
배뇨 일지는 스스로 집에서 일기를 쓰는 것처럼 배뇨횟수, 배뇨량, 배뇨 관련하여 느낀 불편함 등을 기록하는 방법이다. 소변을 볼 때 불편함을 느끼거나, 횟수가 느는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스스로 배뇨 일지 작성을 통해 체크해 본 후,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의와 상의한다. 하루 소변 횟수가 8회 미만이면 정상이며, 평소보다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어나는 경우에는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밤에 소변이 마려워 2회 이상 잠에서 깨면 야간뇨를 의심해봐야 한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적극적인 생활을 한다.
요실금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과 증상을 이야기하고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요실금이 있는 연령대는 적극적인 생활이 필요하며, 요실금 팬티 등 대체용품을 통해 외부활동이 가능하도록 한다.
요실금 예방 케켈 운동방법은?
의사와 환자, 생명을 걸고 맡기는 관계, 둘 사이에 맺어지는 깊은 신뢰감을 ‘라뽀 (rapport)’
라고 말한다. 당신의 의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심장을 이식받아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김현중(金泫中·44)씨와 그를 살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재중(金宰中·57) 교수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열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충성!”
분주하게 병원 복도를 오가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두 사람을 주목한다. 심장이식을 받은 김현중씨가 주치의 김재중 교수를 보자마자 하는 인사다. 김씨에게 김 교수는 생명을 준 대장님이다.
“아이 참, 됐어요. 등산은 잘 다녀왔나요?”
김 교수는 흐뭇한 미소를 띠며 안부부터 물어본다. 김 교수에게 김씨는 살아줘서 또 활발히 활동을 해줘서 고마운 전우다.
이들은 다시 뛰는 심장을 공유하고 있는 애틋하고도 강렬한 관계다. 그 중심에는 사후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을 내어준 이에 대한 감사함도 얽혀 있다. 이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더 깊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생수 유통업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기침이 나더군요. 가슴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어느 날, 너무 고통스러워서 소리쳤던 날이 기억나네요. 그때 살고 있던 광주광역시 모 종합병원을 찾았는데 심장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심장이식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억장이 무너져 내리더군요.”
남들처럼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했던 김씨에게 불현듯 심장병이 찾아왔다.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진 확장성심근병증. 돌연사 확률이 매우 높은 병을 얻게 된 그는 고민에 빠졌다.
병아리 같은 자식과 부인을 두고 갑작스런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은 막아야만 했다. 유일한 해결방법은 아쉽게도 먼저 세상을 떠난 자의 심장을 제공 받아야 하는 것. 심장이식밖에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동네 종합병원에서는 심장이식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김씨는 살기 위해 직접 서울로 가기로 했다.
“동네 병원에서는 심장이식을 할 수가 없었죠. 무의미하게 약만 복용하면서 연명하는 식의 치료만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심장이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에 찾아가자.’ 그래서 수소문 끝에 2009년, 서울아산병원에 왔고 지금 제 대장이신 김재중 교수를 만나게 됐습니다. 유명한 의사라고 해서 뻣뻣할 줄 알았는데, 무척 자상했죠. 왠지 모르게 보는 순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만 믿고 따라가자. 그러면 나는 내 아내와 자식들을 지킬 수 있을 거야’라고 말이죠.”
그 믿음 덕분이었을까. 6개월간의 대기기간을 거쳐 기적적으로 장기기증자를 찾았고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물론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김씨는 점차 건강을 회복했다. 직업도 다시 갖게 됐고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뒷바라지도 이제는 문제가 없다. 다시 뛰는 심장으로 그는 새 삶을 살게 됐다.
병원 밖 감사의 연결고리
“감사합니다. 이 말을 하루에도 수백 번씩 해도 모자라다는 것을 아시나요? 특히 저와 같은 심장이식 환자에게는 두 명의 천사가 있죠. 한 명은 바로 옆에 계시는 김재중 대장님이고, 다른 한 분은 심장을 주신 이름 모를 그분입니다. 한시도 잊을 수가 없죠. 잊으면 배신자가 되는 겁니다.”
그 감사함을 전파하기 위해 김씨는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 환우회 서울경기지역 지부장을 맡아 환우들과 김 교수의 메신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 환우들이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기적인 산행모임과 김 교수와의 만남을 병원 밖에서도 이어가게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실제로 6월 13일, 남산둘레길 걷기대회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 걷기대회는 심장이식 후 운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환우들과 함께 궁금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자리가 된다. 약 30명의 환우가 참여할 계획이다.
김씨는 김 교수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알찬 시간을 만들겠다고 다짐 또 다짐한다.
“환우회 걷기대회의 장점은 동질감을 느끼는 동료와, 그리고 우리를 이끄는 대장님과 함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죠. 환우들에게는 몇 년이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하는 특별한 시간이 되죠.”
어느샌가 김씨는 김 교수와 함께 행사를 추진하는 기획자로 변해 있었다. 그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받은 만큼, 그 이상으로 나눠야 행복해집니다. 저는 심장이식 이후,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긍정적으로 밝게 웃음을 짓고 살아야 한다는 것.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심장이식 권위자, 그의 비밀노트
1991년부터 지금까지 심장이식 520건의 사례를 성공시킨 서울아산병원 김재중 교수. 그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심장이식의 한 획을 긋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말만 들으면 권위적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의 장점은 환자를 가족처럼 보는 세심한 배려에 있다.
특기는 깨알 같은 메모다. 그의 집무실에는 수많은 파일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 물론 김씨의 파일도 두껍게 작성됐다.
“심장이식은 이식이 끝난 뒤부터 새로운 치료가 시작됩니다. 면역억제제를 평생 동안 복용해야 하고 다른 이의 장기가 이식된 것인 만큼 사소한 부분이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환자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 임무죠.”
무덤덤하게 별일 아닌 듯 들려주는 김 교수의 말. 그런데 그것을 아는가. 깨알 노트가 심장이식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적극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국제심폐이식학회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10년 생존률: 아산병원 75%, 학회 47%)를 기록하고 있다.
‘밴드’로 매일 만나는 사이
김 교수는 매일 1시간 동안 밴드(모바일그룹 메신저)를 한다. 환자들의 질문, 사소한 고민에까지 일일이 답변을 달고 있다. 김씨가 환우들의 의견을 받아 대표로 질문을 올리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한 깨알 노트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생기는 작은 변화를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는 일종의 소명감에서 하는 일이다. 굳이 아산병원 환자가 아니더라도 질문의 답은 꼭 해주고 있다.
“사실 외래진료가 밀리고 여러 일정이 잡히면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가 많아요. 그래도 꼭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소통을 했었는데 이제는 휴대폰으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죠.”
뇌사자 장기기증 활성화, 우리의 소망
김 교수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말이다.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아직 많이 있습니다. 장기기증을 통해 새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큰 가치를 믿고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서약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에 김씨도 덧붙인다. “제가 받은 새 생명은 장기기증자의 또 다른 삶이기도 합니다. 저의 모든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 뇌사자 장기기증이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새로운 심장을 갖게 된 김현중씨와 주치의 김재중 교수는 누구보다 따듯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병원 밖에서도 수시로 만나 일상을 함께하는 둘의 모습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심장이식 환우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어떤 차를 마셔야 내 몸이 좋아할까? 단순히 기호음료가 아니고 효능 면에서 약리(藥理)적인 효과가 있음이 알려진 각종 차들. 각자의 체질에 맞는 이로운 한약재를 선별해 마신다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옴니허브 허담 원장이 한의학의 한열조습론(寒熱燥濕論)을 따라 차를 선택하는 방법을 공개했다.
차가운 사람은 ‘귤피+현미+계피’
몸이 차가운 사람은 ‘한(寒)’체질로 혈액순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평소 따뜻한 물 한 잔도 보약이 될 수 있다. 차가운 몸에 맞는 한약재로는 따뜻하고 온화한 성질의 귤피, 계피, 생강, 인삼, 대추, 황기, 강황 등이 있다.
몸에 좋은 한방차로는 당귀차, 귤피차, 회향차, 쑥차, 생강꿀차가 있다. 잘 어울리는 재료를 배합해 블랜딩차로 만들어 마시면 차 마시는 즐거움과 이로움이 배가된다. 차가운 몸에 어울리는 따뜻한 블랜딩차는 유기농 귤피와 현미, 계피의 혼합으로 만들 수 있다. 구수한 단맛에 향긋한 내음이 일품이다.
더위타는 사람은 ‘볶은메밀+박하+솔잎’
더위를 많이 타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다혈질적 성격이거나 평소 갈증이 많은 사람은 ‘열(熱)’체질인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몸의 안팎을 식혀줄 수 있는 차갑고 서늘한 성질의 한약재들이 적합하다.
대표적인 한약재들로는 박하, 메밀, 뽕잎, 국화, 치자, 갈근, 맥아, 황금 등이 있다. 차로 마시기에는 국화차, 박하차, 민들레차, 인진쑥차, 시원한 보리차 등이 맛도 좋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한방차이다.
블랜딩 차로는 볶은 메밀에 말린 박하잎과 솔잎을 넣어 살짝 우려 마시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들의 조합은 맛이 깔끔하고 청량한 것이 특징.
건조한 사람은 ‘둥글레+밀+모과’
평소 피부가 잘 건조해지거나 마른 기침이 잦은 이들이 ‘조(燥)’체질에 해당된다. 이들은 한의학에서 보면 인체의 진액이 잘 마르는 형이기 때문에 진액을 보충해 몸에 윤기가 흐를 수 있게 해주는 한약재들이 유용하다.
대표적인 한약재는 둥글레, 오미자, 매실, 구기자 등이며, 한방차로 어울리는 것들은 둥굴레차, 맥문동차, 산수유차, 홍삼지황차, 오미자차 등이다. 가장 좋은 조합의 블랜딩 차는 둥굴레와 밀, 모과를 섞은 차로 이들의 조합은 구수하고 단백하다.
살찌는 사람은 ‘귤피+연잎+율무’
평소 몸이 쉽게 붓고 무거워 움직임이 둔하거나 나른한 사람들, 혹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들이 ‘습(濕)’체질에 해당한다.
이들의 습한 기운을 줄여줄 수 있는 성질의 한약재는 백출, 복령, 율무, 귤피, 여지, 도라지, 생강 등이 있으며 차로 마시기에는 연잎차, 도라지차, 솔잎차, 생강차, 율무차, 귤피차 등이 좋다. 가장 좋은 조합의 블랜딩 차는 유기농 귤피와 연잎, 율무를 혼합한 차로 은은한 향과 함께 부드러운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