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의 바다는 분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말부터 2월 경까지가 매생이의 수확철이기 때문이다. 매생이는 가난했던 시절 김 양식장에 버려진 것을 뜯어와 끓여먹은 추운 겨울의 아침 국이었다. 이제는 웰빙 음식으로 거듭난 건강한 겨울 밥상의 메뉴가 되었다.
매생이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전남 장흥의 내저마을에 갔을 때는 겨울바람이 매섭던 날이었다. 시린 바람 속의 바다 입구에는 매생이를 채취하는 어민들의 움직임으로 활기가 넘쳤다. 이미 새벽에 채취해온 매생이를 선착장에 설치된 세척장에서 바삐 손질되고 있었다. 그리고 선별장으로 옮겨져 깐깐한 이물질 제거작업이 이어진다. 마을 실내 공동작업장에는 숙련된 마을 부녀자들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400g 내외의 어른 주먹만 한 매생이 '재기'를 만들어 담고 있었다.
매생이는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추워지기 시작하는 11월 말쯤이 되면 채취를 시작한다. 작은 배를 타고 나가 갑판에 엎드린 채 발에 붙은 매생이를 뜯어내느라 어민들의 허리가 뻐근하지만 매생이는 추운 겨울 내저마을 어민들의 삶에 중요한 몫을 한다.
이런 작업 과정으로 우리의 밥상 위에 오르는데 양식이 매우 까탈스러운 해조류다. 깊은 심연이 아닌 가까운 물 위에 매생이를 붙게 하는 대나무발을 설치해 놓아야 한다. 특히 환경오염에 민감해서 오염된 바다에서는 생육이 불가능하다. 다행히도 장흥 대저마을의 앞바다는 최적의 조건을 가진 곳이다. 청정한 갯벌의 내해에서 자라기 때문에 맑고 푸른 남해의 건강한 안심 먹거리로는 최고의 무공해 식품이다.
이렇게 바다향기 가득한 매생이를 먹을 수 있는 시기는 그동안 겨울 한 철뿐이었다. 이제는 수산물 가공법이 발달해서 취급과 보관이 용이한 급속냉동 건조한 블럭스타일이 나와서 영양소 파괴없이 건강하게 사계절 먹을 수 있다. 칼로리가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맛이 뛰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특히 여행용으로도 요긴할 것 같다.
요리법이 간편해서 매생이굴국밥, 매생이전, 매생이죽, 매생이 파스타, 매생이 달걀말이... 등 다양하게 요리해서 먹을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 부드러운 목넘김이 환상이다. 김도 미역도 파래도 아닌 것이 매생이는 펄펄 끓여도 부글거리거나 김이 나지 않아 방심하고 냉큼 후루룩 먹었다가는 입천장이 요절날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엔 미운 사위 매생이국이라는 재미있는 해학이 깃든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겨울바람이 세차던 전남 장흥의 내저마을에서 먹었던 매생이는 겨울이 깊어질수록 맛이 더해진다고 한다. 역시 제철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인 듯하다. 수확이 한창이던 장흥 내저마을의 겨울바다는 활기찼다.
필자는 국립공원인 북한산과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다. 요즘 등산하는 인구가 많아져서 산은 항상 붐빈다. 남들은 자가용이나 버스로 이곳까지 와서 산에 오르지만, 필자는 운동화 끈만 질끈 매고 문을 나서면 언제라도 산에 오를 수 있으니 비록 땅값 집값이 싼 동네라지만 만족하고 공기 좋은 우리 동네를 사랑하고 있다. 잠시 전에도 산에 다녀왔다. 흰 눈이 내린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하얀 눈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보석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설경이었다. 계곡을 따라 눈이 많이 쌓였고 군데군데 작은 폭포도 흐르던 모양 그대로 얼음 조각상이 되었다.
한여름에 웅장하게 쏟아져 내리던 커다란 연못도 작은 구멍을 남기고는 모두 꽁꽁 얼어버렸다.
그래도 난간에 기대어 지난번 보았던 연못 속의 물고기가 있으려나? 찾았더니 살얼음이 얇은 곳에 여전히 작은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이 보여서 반가웠다.
이렇게 추운데 물속은 어떠냐고 혼잣말을 하며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이제는 무릎도 아프고 산길도 좀 미끄러워서 높게는 못가고 중간 약수터까지만 올랐다. 쨍하는 차가운 날씨지만 오랜만에 오르는 산은 쾌적하고 산뜻한 기분이 든다.
몇 년 전에 필자는 일 년간 새벽 6시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산에 오른 적이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였는데, 어느 폭우가 쏟아졌던 장마철, 징검다리에 물이 넘쳐서 건널 수 없었던 날 하루를 그냥 돌아온 걸 제외하면 정말 비가 오면 우산을 받치고 눈이 오면 두툼한 옷으로 무장을 하고서 하루도 거른 적이 없었다. 물론 첫 번째 이유는 건강 지키기, 다이어트 때문이었고 다른 이유는 새벽 6시 이전에는 무료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국립공원이 1200원씩 입장료를 받았다. 돈이 그렇게 궁한 것은 아니어도 매일 1200원씩 내야만 산에 갈 수 있다는 건 이 동네에 사는 사람으로서 작은 불만이었다. 그런데 새벽 6시 이전엔 아직 매표소가 문을 열지 않아 그냥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정말 열심히 산에 올랐었다, 그 새벽에, 2.5 킬로미터쯤 오르면 영추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곳까지 매일 다녔다. 다이어트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건강에 도움은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1년쯤 산행이 계속되던 어느 날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었다. 참 이상하다, 그렇게 열심히 새벽마다 산에 갔는데 이제는 하루 중 아무 때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니까 새벽 등산을 게을리하게 되었다. '가고 싶을 때 가면 되지'하는 안이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필자의 새벽 등산은 중단되었고 그 후로는 가끔씩만 산에 가고 있다.꼭 입장료 때문에 그 새벽에 나갔던 것일까? 그건 아닐 텐데 리듬이 무너져버린 지금 다시 새벽등산을 하라면 못 할 것 같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아쉬운 기분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째깍째깍 소리를 내고 움직여야 할 탁상시계가 죽어있다. 가까이 가서 귀 기우려보고 손바닥으로 탁탁 쳐봐도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다.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모양이다. 시계 뒤 뚜껑을 열고 배터리를 확인해보니 1.5V AA타입 1개가 들어있다. 방전된 배터리를 빨리 꺼내지 않으면 배터리 액이 흘러나와 전기접점에 녹이 나게 한다. 길게는 기계내부 소자(素子)에 흘러들어가 기기를 망가뜨린다. 먼저 배터리를 뽑아내야 했다.
집에는 이 배터리가 없다. 집 가까이 있는 천 원짜리 물건을 주로 파는 ‘다이소’에 갔다. 배터리 4개를 소포장해서 천원에 팔고 있다. 우선 값이 싸다. 메이커를 보니 중국제다. 역시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이 있어 물건 값이 싸다. 배터리는 제조일자가 중요하다 오래되면 분극작용에 의해 배터리가 서서히 방전되어 사용 할 수 없다. 제조일자가 표시되어있지 않다. 재고를 걱정한 생산자의 꼼수다. 길거리에서 값싸게 파는 배터리는 제조 된 날자가 오래된 것들이 많다. 당연히 잔존수명이 짧다.
배터리는 딱 1개가 필요한데 4개를 사야했다. 두고두고 쓰면 된다고 하지만 보관도 어렵고 자연방전 되어 낭비다. 요즘 판매방식이 1+1이 많다. 하나 사면 하나를 더 주는 것이다. 형광등도 딱 1개가 필요한데 최소 2개정도 묶어서 판다. 다음에 쓰기위해 나머지 한 개를 장롱 뒤에 숨겨 놓았다. 하지만 진정 필요할 때는 장롱 뒤에 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또 새로 산다. 나중에 이사할 때 발견하고 아차차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형광등은 나중에 쓰면 될 것이라고 말 하지만 이미 시대의 변천에 따라 LED등으로 교체되어 대부분 형광등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식당에 가면 밥을 반공기정도 먹고 남기는 사람이 많다. 이미 고기를 먹어서 밥이 들어갈 틈이 없다. 다이어트의 목적으로 적게 먹고 남긴다. 혹자는 쌀이 과잉 생산되어 남아돌아가는데 뭐 어떠냐고 말한다. 소비가 미덕이라고 추켜세우기 까지 한다. 쌀은 남아도 사료용 곡물 수입은 엄청나다. 남는 쌀이 있다면 생산한지 오래된 쌀부터 사료용으로 돌리면 수입 사료를 그만큼 줄일 수가 있어 무역수지가 좋아진다.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국가제도의 연장선상에서 이중 곡가제(생산자에 비싸게 사서 소비자에게는 싸게 파는)의 부활도 이제는 필요하다. 밥을 많이 하면 해외 수입연료를 더 많이 써야하고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돈이 든다. 아예 반공기의 밥을 반값에 파는 메뉴판이 있어야 한다.
배추 반포기, 무 반개, 감자2개와 같이 소포장 판매가 늘고 있다. 핵가족 사회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많으니 이를 적극 권장해야 한다. 일부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카페테리아 판매방식으로 김치 한 접시 300원, 꽁치 한 마리 천원과 같이 필요한 것만 사 먹을 수가 있다. 손님의 식성도 모르고 양도 알 필요도 없이 식당주인의 밀어내기식의 가득 차린 밥상은 개선이 필요하다.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병들어가고 있는데 주된 원인이 에너지의 과다소비다. 먹다가 남기고 버린다. 입다가 싫증난다고 버리고 새로 산다. 잔존수명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 진다. 딱 1개가 필요한데 묶어서 4개를 사라는 것은 지나치다.
추억이 있어서
언젠가 쓸 것같아서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이라
여러 가지 이유로 메모한장,다양한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을 못 버린다.
아니 못버리고 산지 오래다.
정리수납에 대해 배우는 모임에서 정리수납의 달인들이 하시는 말씀이
정리정돈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누군가 더 필요한 분들에게 기증도 하고 나눔도 하는 것 과감히 우리 집에서 내보내는 것
중요하고 선택해야할 활동이다.
책상 위가 아주 정신없는 학생 본인은 아주 지장 없이 잘 쓸수 있다고 하지만
바라보는 입장은 아내이든, 엄마든 간에 답답한 노릇이다.
그것보다 나이가 들어 자녀들이 결혼하여 분가한 경우라도
요즘 정리수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언젠가 방송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방송을 하였는데 재활용하거나 판매하여
물건을 현금화 하려는지 모으고 또 모아서 방으로 들어갈 때 자신의 집도 아주 힘들게
드나드는 분을 보고 놀래기도 하고 그 외에 들은 이야기인데요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것을 치우는데도 며느리들과 아들들이 몇날 며칠 사람 써서
함께 치웠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도 이번에 새삼 집안을 정리정돈 하는 일하다 보니
미혼 유치원교사시절 언젠가 다시 재취업하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메모노트가 몇 권이 나오고 세상에 무슨 교육가서 받은 자료까지 나온다.
또 정리하다보니 아기 키우던 시절 사용하던 기저귀가방 큰 것 안에 장가간 두 아들의
배내저고리까지 나온다.
전문가 들이 정리수납에 대해 전하는 말씀이 시간, 체력,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주 수긍이 가는 부분이 상당하다.
좀 버릴 줄도 아는 태도가 아주 중요하다.
식빵구입하고 나온 반짝이 끈조차 모아둔 것도 나온다.
옷이든 뭔가 자신이 아끼던 물건중 옷이든 추억의 물건이든 쳐다보고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데 신혼여행갈 때 우리 시절에는 명동이나 이대앞에서 맞춰서 입고 신혼여행을
가는데 그 옷을 아직도 못 버리고 있다. 다이어트해서 입을 것 같지도 않은 사이즈에
옷 스타일도 연예인 평상복처럼 평범하다 예사롭지 않은데도 왜 아직도 못버리는지
그건 다시 옷걸이로 다시 걸어두었다.
정리수납 함께 공부하는 모임에서 전체미션으로 옷장, 주방, 냉장고를 정리하라고
과제를 주셔서 정리하여 본 주말시간이었다.
버릴 것을 생각하여 쓰레기봉투와 다시 들어갈 자료 수선이 필요한 것 등 분리하면서
정리수납하다보니 역시 삶이 더 의욕적이 되고 늘 살던 집인데도 애착이 간다.
우울증 치료에도 정리수납이 효과적이라더니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머리어깨무릎발이 다 아프다.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매장에서 다양한 수납도구를 저렴한 가격이 구입해서 해도 도움 되고
평소 택배 오는 박스나 각티슈를 이용하여 상자를 만들어서 정리 수납하니 아주 보람찬
정리의 시간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마구 아무렇게나 꺼내 쓰고 지냈는데 이젠 좀 정리하고 사는 습관을
들여 보려 한다.
언제 누가 열어봐도 으악~~ 할 정도로 살지는 않으려 한다.
정리수납을 하면서 몇 가지 책을 들여다 보니
이런 말이 있다.
버림의 자유를 실천하고
채움을 바르게 채워야하며
나눔은 나눔의 행복을 이야기 하고 있다.
공간의 주인은 사람이다. 사람중심인 공간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다.
9월 12일 365mc네트웍스는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 지방흡입 시스템의 공개장소로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즈 호텔을 골랐다. 이 장소는 이제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인류에게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대결을 치른 장소이기 때문이다. 365mc의 김남철 회장도 그런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기 때문에 이 장소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장소를 떠나 인공지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료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전 거래일에 상승 마감했던 코스닥 시장이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도로 인해 오늘은 하락 출발했다. 15일 오전 9시 3분 현재 코스닥 지수는 1.44포인트(-0.22%) 하락한 663.97포인트를 나타내며, 660선을 두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이하생략·2017년 9월 15일자).
9월 14일 주식 시장의 주요 상승 테마는 주류(+3.34%), 게임(+3.05%) 관련주 테마였으며, 풍력에너지(-2.98%), 통신(-2.58%) 관련주 테마는 하락세를 보였다(이하생략· 2017년 9월 14일자).
위에 작성된 두 가지 기사의 토막은 우리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기자가 쓴 기사가 아니다. 바꿔 말하면 사람이 작성한 기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문장들은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시험운용 중인 로봇기자 ‘이투봇(e2BOT)’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이 로봇기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시시각각 변하는 증권시장의 시황이나 테마주 동향, 환율까지 분석해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기사를 내놓는다. 속보가 생명인 증권시장에서는 최적화된 기자인 셈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먼 미래가 아닌 우리 눈앞에 있다. 이미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읽는 많은 기사는 로봇에 의해 쓰이고 있다. 물론 이 기사는 아니다.
인공지능의 주된 관심사는 암 치료
인공지능이 가장 활발하게 투입되고 있는 의료 분야는 역시 암이다. 아무래도 유병률, 사망률이 높고 정복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의학적, 산업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IBM의 왓슨이다. 왓슨은 정확히 말하면 환자의 진료기록이나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료 가능한 방법을 권고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 대신 수술을 하거나 몰랐던 병을 찾아주는 만능 기계는 아니다. 왓슨은 2012년 처음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며 암 환자의 진료를 터득했으며 현재도 교육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가천대 길병원이 최초로 도입했다. 2016년 12월 5일은 가천대의 왓슨을 통해 국내에서 최초로 진단이 이뤄진 날로 기록됐다. 왓슨은 대장암 진단을 받은 61세(당시) 남성 조태현씨에게 치료법을 제안했다.
당시는 알파고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인공지능 의사’에 쏟아지는 관심은 지대했다. 많은 언론이 몰렸고, 서울의 5대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왓슨을 찾아 떠난다는 기사도 보도됐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중대형 병원의 인공지능 도입을 가속화했다. 부산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등이 뒤를 이어 왓슨을 도입했다. 수도권 대형병원과 환자유치 경쟁을 펼쳤던 지방병원들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거품이 꺼졌다는 평가도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경쟁 병원의 왓슨 도입 이후 걱정했던 것보다 병원에 미친 영향이 적다는 평가가 많다”며 “차라리 예산을 고가의 수술 장비 등에 투자해 실질적으로 치료 수준을 높이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왓슨이 암 치료 방법을 의료진에게 제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CT와 같은 의료영상 결과를 직접 판독해 병을 찾아내는 인공지능도 등장했다. 홍콩중문대 연구팀은 지난 9월 인공지능 식별 기술을 통해 폐암과 유방암 환자의 영상을 판독해 암을 진단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간이 놓칠 수 있는 초기 암 조직도 발견해내며 판독 시간은 길어야 10분이라고 했다.
이와 유사한 기술은 일본에서도 발표됐다. 지난 6월 국립연구법인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인공지능을 통해 유방암 판독이 가능해졌으며 의사가 의심한 병변의 85%를 발견해냈다고 밝혔다.
로봇이 직접 수술하는 시대 올까?
인공지능의 도입이 가장 늦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한의학에서도 조심씩 성과는 나고 있다. 권영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과 교수팀은 지난 6월부터 ‘인공지능 기반 임상실습용 한의진단 전문가시스템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연구팀은 한의사가 환자 진료 과정에서 행하는 ‘한의학적 진단’을 인공지능 기술에 적용시켜 한의학 인공지능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왓슨의 한의학 버전인 셈이다.
지방흡입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지방흡입과 다이어트 치료로 잘 알려진 365mc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개발한 지방흡입 인공지능 ‘M.A.I.L. System(Motion captur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ssisted Liposuction System)’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M.A.I.L. 시스템’은 모션 캡처 기술로 지방흡입 수술 집도의의 전체 수술 동작을 저장, 이를 통해 누적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지방흡입술은 작은 알갱이로 분리된 지방조직의 특성 때문에 흡입 도구인 핸드피스를 움직이는 ‘스트로크’라는 동작을 수술 한 회당 2만 번 가량 반복하게 된다. 이 동작의 정확도에 따라 지방흡입술의 성공 여부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좌우되기도 한다. 365mc는 이 점에 착안해 빅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 학습을 수술 중 의사의 스트로크 동작에 접목해 M.A.I.L . 시스템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앞으로 로봇이 의사의 동작을 흉내 낼 수 있는, 즉 인간을 치료하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다. 365mc 김남철 회장은 “로봇이 진료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먼 미래의 얘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의사의 동작을 기록한다는 것은 앞으로 로봇이 동작을 따라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로봇수술 등 관련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접목을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굽이굽이 숲 속 사이에 자리 잡은 공장 사택에서 태어났다. 붉은 화로가 이어진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짙푸른 나무 숲, 맑은 물, 흐르는 산골 출신이라 생각할 테지만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도시로 이사한 이후에도 이모가 살고 계신 그곳으로 방학 때가 되면 찾아갔다. 내 고향 공장 근처 저수지에서 죽어 있는 물고기들을 발견했고 다시는 그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푸른색 자연이 전부가 아니었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자연을 목격하다
태생적으로 자연에 관한 궁금증이 많았던 나는 20대 초반 환경단체의 일원이 됐고 잠시나마 단체의 간사로 활동했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 말고도 환경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고, 보지 않으면 모를 사회문제를 하나씩 알게 되면서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다. 중·고등생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새만금간척사업의 당위성은 정당하지 않았다. 뉴스도 믿을 게 못 됐다. 누군가 사실을 왜곡하고 포장해서 하면 안 되는 일을 자연에게 해 왔다. 자연이 사라진 첨단 미래 도시가 멋질 것이라 상상하고 꿈꿨던 어린 시절이 부끄러웠다.
환경단체 회원과 간사로 마주했던 과거의 환경 관련 사업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치열했던 순간인 2003년 새만금 갯벌 살리기 운동과 지율스님의 기나긴 단식으로 기억되는 천성산 도롱뇽 소송, ‘녹조라떼’ 논란 4대강 사업 반대운동 등이 있었다.
‘환경을 보호하자’, ‘자연을 살려내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들 사업을 막아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새만금에 살던 백합조개는 물길이 막혀 죽었고, 철새들은 내려서 쉬고 먹을 공간을 잃었다. 도롱뇽이 살던 곳에는 큰길이 뚫렸고, 4대강 사업은 새 정부가 전면 재조사 방침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자연은 이미 훼손됐다. 자연은 끝 모르는 발전 욕구, 빠른 성장이 필요하다는 조급함이 각인된 이들에게 아주 쉽게 숨통을 조일 수 있는 상대였다.
순간적으로 몇몇 소수는 이득을 봤다. 국민들은 개발 주체들이 내놓은 청사진에 환호하다 사업이 미진하다 싶으면 이에 화내기는커녕 잊기 바빴다. 현재까지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혹여 어떤 이는 내 일이 아니니 괜찮다고 할 것이다. 과연 남의 일일까? 국책사업에 들어간 돈은 우리 모두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매일 중요 뉴스로 보도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관련한 갑론을박, 끝난 줄 알았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재점화, 밀양 송전탑 문제 등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이 이 나라 주인 우리의 일이다.
옥자, 미자 그리고 나
영화 는 마치 고향 산천과 공장,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인간의 허황된 탐욕 덩어리인 슈퍼 돼지 ‘옥자’를 스리슬쩍 무공해 자연에 옮겨놓은 모습이 산속 연기를 뿜던 공장과 어느 정도 닮아 있었다. 지금까지도 자연은 도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인공 자궁 역할을 강요당하고 있고 결국 남은 것은 폐허뿐이다. 정복하고 착취하는 것은 쉬울지 모르겠지만 후회해도 다시 예전으로 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서 숨 쉬는 모든 자연은 존엄하다. 사람 또한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 눈 딱 감고 뺏고, 쉼 없이 사용하고, 버렸다. 자연은 점점 사라졌고 자취를 감출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멀어지고 사라져 버리는 자연을 제자리에 놔두고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이 모여 생겨난 것이 바로 환경단체다. 영화에서 옥자를 구하는 ‘ALF(동물해방전선)’처럼 적극적인 행동으로 환경 문제에 파고드는 것뿐만이 아니다. 환경과 관련해 시민 참여를 일깨우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보급하고 알리는 역할도 환경단체의 중요한 임무다. 각 단체의 크고 작은 실천 운동은 정책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도시 텃밭과 장터, 빈 그릇 운동, 환경 관련 실태 등을 조사하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생명을 지켜가는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의 중심에 서 있는 박그림 공동대표와 함께 백두대간과 서울 주요 등산로 실태조사를 실시해왔다. 걷기 열풍으로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수용 한계에 다다른 전국의 등산로는 깊게 패여 몸살을 앓고 있었다는 것을 녹색연합이 조사해 알렸다.
산양보호운동 또한 녹색연합 활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통해 경북 울진 지역 주민과 소통을 해오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을 정착시켰다. 예약탐방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방문 전 인터넷을 통해 예약해야 숲길을 이용할 수 있다(uljintrail.or.kr). 지역주민 해설사와 반드시 동반 탐방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환경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좋은 사례다. 녹색연합의 홍보모금 담당 부서의 상상공작소 박효경 팀장은 ‘불편해도 괜찮은 여행법’이라는 가이드를 만들어 자연을 대하는 기본 예의를 정리해 주었다.
‘불편해도 괜찮은 여행법’
1. 여행의 기본은 텀블러와 에코백.
2. 환경에 무해한 세제 사용. 비누, 치약, 자외선차단제 중 하나라도 친환경용품 준비.
3.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박시설과 음식 선택. 여행지의 문화를 깊게 체험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것.
4.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만나자. 렌터카 이용 시 소형차나 하이브리드차를 고르자.
5. 외출 시, 전등과 냉난방 꼭 끄기.
6. 희귀 동식물로 만든 기념품은 사지 않고, 보신 음식은 먹지 않는다. 야생동물이 있는 숲에서는 조용히 걷고,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잠시 머물다 온다.
여자라면 꼭! 알자!-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는 여성생태학적(에코페미니즘) 관점에서 모든 생명과 환경을 바라보는 곳이다. 지금 이곳에서 펼치고 있는 운동 중 여성 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친밀한 것이 월경문화캠페인 ‘나는달’과 ‘화장품 다이어트’다.
과거에 당연하게 여겨지던 생리대인 면 생리대가 ‘대안 생리대’로 불리면서 다시 세상에 돌아온 이유는 시중에 판매되는 일회용 생리대 속 성분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성분을 표기하는 ‘전성분표시제’가 현재까지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플라스틱 소재를 쓰고 있는 일회용 생리대는 통풍이 되지 않아 피부가 짓무르거나 체온으로 인해 세균 번식이 쉽다. 13세에서 50세까지 약 37년 동안 여자는 약 1만1100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 이는 매년 여의도만 한 숲을 파괴해야 가능하단다. 여성환경연대는 최대한 면 생리대를 삶아 쓰는 것을 권하고 있으나 그게 어렵다면 적어로 향이 없는 제품을 고르기를 권한다. 향이 있는 제품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수치가 높다.
화장품 다이어트의 기본은 천연 제품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기초화장 단계를 줄이고 적게 씻는 것이다. 기초화장은 천연비누로 세안 -> 토너 -> 로션/에센스/크림 (중 하나만) -> 자외선 차단제 4단계로 충분하다. 폼 클렌저, 클렌징 오일 등 클렌징 제품으로 화장을 지운 다음 이중 세안은 진한 색조화장이 아니라면 할 필요가 없다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화해’를 통해 화장품 전 성분 표시를 확인하고 화장품을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되도록 무향, 무색소 제품과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이용할 것과 영·유아에게 탈크가 함유된 파우더 사용하지 않기 등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을 안내하고 있다.
화장품 다이어트의 각질 제거 TIP!
베이킹소다 혹은 곡물가루 이용한다. 일주일에 1~2차례 소다(탄산수소나트륨 혹은 베이킹소다)나 쌀겨를 물에 적셔 얼굴에 바르고 부드럽게 마사지 한 후 미지근한 물로 헹군다.
당신 손 안의 스마트폰 오래오래 소중하게 다루세요.-그린피스
그린피스에서는 이제 실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 등 IT 관련 분야에 관해 접근하고 있다. 애플사에서 2007년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내놓았을 당시 손 안의 혁신을 가져다 준 창조적 결과물에 감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사람은 쓰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안 쓰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2G 핸드폰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했고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의 신모델이 출시돼도 프로그램이 안정적이지 않다며 초기 모델을 선호하기도 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왔다. 이상한 것은 과거에는 가능했던 스마트폰의 기능이 현재는 사라지고 있다. 메모리 카드로 저장 공간을 확장을 못하고 배터리도 본체와 일체형이라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교체할 수 없다. 기계의 결함과 고장, 침수 등 고장이 났을 때도 수리를 맡기지 않고 새 상품을 갈아타버린다.
매년 출시되는 신모델에 발맞추다 보면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는 스마트폰을 대세에 떠밀리듯 바꿔버린다. 제품 수명이 줄어들면 결국 이익을 보는 것은 제조업체사다. 무엇보다 충분한 시간을 사용하지 않고 기계를 자주 바꾸면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된 자원, 에너지, 인력 등의 낭비가 가속된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를 채굴하기 위해 콩고의 가난한 광부들은 지도나 안전장비 하나 없이 깊은 땅속에서 질식과 매몰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2년 2개월이며 18세에서 35세 사이 연령층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이미 90%를 넘어섰다. 우선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품과 부속을 재사용하고 폐기된 기기에서 가능한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많이 재활용해야할 것이다. 이에 덧붙여 그린피스는 재생가능에너지로 제조하는 것 또한 자연을 위하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병원의 어떤 과보다 가기 싫은 곳이 치과인데 그만 치과에 갈 일이 생겼다. 치아의 건강은 오복 중 하나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반 정도가 다양한 잇몸질환 초기에 있다고 한다. 노년층에 이르면 80~90%가 잇몸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다고 하며 이는 이를 뽑게 되는 원인이 된다.
잇몸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은 플라크인데 이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단단한 치석이 되어 이 사이가 벌어지고 그 사이를 세균이 침투한다니 치석 제거를 잘해야 치아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치아가 시린 듯한 스케일링(치석 제거) 후의 증상이 싫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치과 치료를 받을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엔 크라운으로 이미 치료를 받은 이가 말썽을 부려서 먹는 걸 즐기는 필자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이가 서로 닿는 부분이 너무 아파 그렇게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속이 상했지만 평소 하기 힘들었던 다이어트를 저절로 하게 되었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긴 필자는 치과라면 어릴 때부터 인연이 깊다. 초등학교 3~4학년 무렵 대전에 살 때였는데 시내에 우리 가족이 다니던 ‘남욱 치과’가 있었다. 치과에 들어서면 ‘지이-잉’ 하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고 환자의 비명소리도 들려 그야말로 공포스러웠다. 의자에 앉아 입을 벌리고 ‘위-잉’ 돌아가는 기계소리를 듣는 건 정말 싫고 무서운 일이었다.
그러나 남욱 선생님은 어린 눈에도 훤칠하니 잘생기시고 친절한 분이셨다. 필자에게 다정한 말씀도 많이 해주시며 공포에 떨던 필자를 안심시키려고 애쓰시던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부터 필자의 이가 안 좋았던 건지 엄마 손을 잡고 ‘남욱 치과’에 자주 다녔다. 아니, 이가 안 좋았다기보다는 앞니 두 개가 돌출되어 약간 뻐드렁니였다. 엄마는 필자의 앞니를 교정시켜주려고 치과에 데리고 다니신 것이다.
요즘 치아에 철사 같은 기구를 낀 젊은이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구강 교정을 위한 도구다. 당시 필자는 앞니 두 개에 철로 된 줄을 채우고 옆의 이에 동그란 고리를 달아 연결한 틀을 끼고 있어야만 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입안에서 열도 나고 아프기도 했다. 그래서 엄마가 안 볼 때는 몰래 빼놓곤 해서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필자가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자 남욱 선생님은 “나중에 커서 미스코리아 나가려면 이걸 잘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엄마의 윽박지름보다 나중에 미스코리아에 나가려면 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 때문에 지금 이나마 필자의 이가 교정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스코리아대회에는 서보지도 못했지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오랫동안 치과에 들락거렸는데도 여전히 치과는 무섭고 싫다. 젊은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정기적으로 플라크 제거를 잘 해서 치아 건강을 지켰으면 좋겠다. 오늘도 크라운을 벗기고 마취주사를 맞고 아픈 이를 갈아내는 치료를 받았다. 다음 주에 다시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좀 다르게 필자를 위로하기로 했다. 세월 따라 몸에 변화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이만큼 건강하게 살아온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이 나이까지 버텨준 어금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정성껏 치료해주면서 잘 지내볼 생각이다.
자신을 가꾸고 멋을 내는 그 이유가 뭘까.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전부는 아니다. 젊어서는 이성에게 아님 친구에게 멋지게 보이려는 욕심이 많았다.
그러나 점점 자신에게 만족을 주기 위한 이유가 더 상위로 올라가고 있다. 우선 멋을 내기 위해서는 기본 바탕을 만들어야 하는데 몸이 뚱뚱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폼이 안 난다. 그래서 다이어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몸이 가벼워야 컨디션도 가볍다. 언제든 의욕적이 된다는 것은 활력이 넘친다는 것이고 즐겁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비장함으로 출발했다.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 ‘으음, 좀 뚱뚱하지만 아직은 버틸 만 해’라고 넘기곤 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행사 후 사진을 점검하다가 얼마나 비참했는지 모른다.
틀리 빼 논 할머니 같은 여자가 사진에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철 습도가 높으면 내 머리카락은 물먹는 하마처럼 습기를 빨아 올려 곱슬머리는 마구 구부러지고 지친 모습이 영락없었다.
이렇게 뚱뚱한 할머니로 늙을 것인가, 날씬한 할머니로 걸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당연히 날씬한 할머니로 걷기를 선택하고 식사량 조절에 들어갔다. 또 아침마다 50분 씩 빠른 걸음으로 탄천을 걷는다.
문제는 예상보다 빨리 왔다. 날도 더워 안 그래도 기운이 빠지지만 반으로 줄인 식사량 때문에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고 의욕저하로 이어지곤 했다.
외관은 눈 밑이 쭈글쭈글, 턱이 홀쭉해지고 주위에서 다이어트 중이냐고 묻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것은 다이어트에 표시가 난다는 것이니 상당히 고무적이다.
체중은 62kg에서 59kg로 바뀌었다. 체중계에 오르는 시간에 희비가 교차한다.
‘덜 먹어야지, 더 걸어야지.’
이렇게 3개월을 버티면 사람들이 물어볼 것이다. 어디 아프냐고.
다시 6개월이 되면 체중은 6kg정도 감량이 되고 사람들은 중병에 걸렸을 수도 있으니 병원에 가보라고 재촉할 것이다.
그러나 이게 시작이다. 마른 몸은 이제 불필요한 기름덩어리를 덜어내고 가볍게 다시 살아나 주름이 펴지고 단단한 근육이 자리 잡으며 탄탄해 질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계획한 다이어트의 과정이다.
7월 한 달을 버텨내니 이제 별로 힘들지 않다. 몸이 익숙함을 기억하고 많이 먹으면 그만 이라고 소리칠 줄을 안다. 좀 부족하게 먹어도 일어서면 배가 부른데 그것을 넘어서면 몹시 거북하다. 종종 꼬르륵 소리를 즐긴다. 입이 심심해도 참아내야 한다.
건강한 음식을 조금 먹는 안도감과 운동을 하여 몸을 만든다는 자신감이 더해지고 줄어드는 체중에 다이어트가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안색이 나쁘다는 소리는 신경 쓰인다. 생기 없어 보이기는 싫지만 오늘도 견뎌낸다. 목표 체중에 다가가고 있다.
요즘이 휴가철이긴 한가보다.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보니 확실히 느껴진다. ‘다들 어디 가려고 이렇게들 나온 걸까?’ 했지만 우리처럼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일 것이다. 밀리면 밀리는 대로 여행 시작의 들뜬 기분은 필자를 설레게 한다.
참 오랜만에 여름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아이가 어릴 땐 여름, 겨울 꼭 휴가를 갔는데 한동안 휴가 여행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텐트에 물놀이 기구, 밥해 먹을 도구, 식료품을 가득 싣고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요즘에야 어딜 가든 잠잘 곳을 예약하고 떠나지만, 예전엔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 민박을 하거나 야영지에서 텐트를 쳤다.
우리가 주로 택했던 여행지는 동해안과 설악산이었다. 1년에 두어 번씩 다니다 보니 강원도 인제 원통을 지나서 가는 길이 고향길처럼 익숙하고 정겨웠던 기억이 난다. 오색약수를 지나 한계령으로 올라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기도 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남겨준 고마운 코스다. 당시 새로 지어진 한옥 민박집. 수다스러웠지만 훈훈한 인심을 보여줬던 할머니도 생각나고 물레방아 휴게소에서 맛있게 먹었던 점심마저도 그립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건 바람불이 계곡에서의 야영이다. 설악산의 세찬 물살이 흐르는 계곡 옆 유료 야영장 ‘바람불이’에서 텐트를 치고 테이블을 펼쳐 파라솔을 꽂으며 자연 속에 동화되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관리소 마룻장 밑에 잔뜩 들어 있던 뱀을 보며 소스라치듯 놀랐던 일, 밤하늘의 쏟아질 듯 가득한 별을 세 식구가 바라보았던 추억이 아직도 아름답게 남아 있으니 여행의 소중함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크면서부터는 사는 일에 바빠 가족 여행이 점점 줄어들다가 언제부터인지 휴가 여행이라는 말을 아예 잊고 살았는데 얼마 전 낚시를 같이 다녀온 시동생 부부가 멋진 펜션을 예약했다고 해서 휴가를 같이 보내게 되었다. 목적지는 안면도로 섬 안 바다와 호수가 마주 보는 장소에 우리가 지낼 펜션이 있었다. 어디나 펜션이 있는 곳은 경관이 뛰어나다. ‘레이크 앤 시’라고 이름 지은 이 펜션은 주인이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풍광이 아주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숙소 선정부터 여행 내내 스케줄을 미리 짜보았다며 시동생이 의기양양하셨다. 점심은 ‘딴뚝’ 이라는 곳에서 간장게장을 먹을 것이며 저녁은 가는 길 홍성의 한우매장에서 고기를 사서 준비하고 다음 날 아침은 그 지방에서 유명하다는 게국지라는 음식과 함께 바닷가에서 회를 먹을 예정이라고 했다. 게국지는 게로 만든 찌개인데 먹기가 좀 불편한 음식이었다. 게살을 발라먹기가 귀찮았지만 국물은 아주 시원한 게 괜찮았다. 이러니 맘먹은 다이어트는 멀리멀리 떠나버렸고 식도락에 빠져 휴가 내내 행복하기만 했다.
특별 이벤트로 시동생이 요즘 취미로 푹 빠지신 색소폰 연주회도 있을 거라고 했다. 펜션 주인과는 구면으로 같이 색소폰을 연주한다고 했다. 펜션 관리실에는 조촐하고 아담한 음악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가끔 연주회도 열린다는데 아름다운 풍경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색소폰 선율이 한여름 밤의 정취를 한껏 높여주었다.
펜션의 잘 가꾼 마당을 지나면 바다 건너편으로 큰 호수가 있고 그곳에 낚시터가 있었다. 사유지로 통해서인지 매우 깨끗하게 관리가 잘되어 있어 특별히 낚시를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였다. 이번엔 아예 읽다가 만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가방에 넣어왔다. 지난번 낚시터에서 다들 낚싯대 찌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통에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는 경치 감상밖엔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파란 잔디와 잔잔한 호수, 깔끔하고 예쁜 집, 어느 곳에 눈길을 줘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낚시를 하며 희희낙락 즐거운 식구들을 바라보다가 벤치에 앉아 소설책 한 페이지를 넘기니 마치 동화 나라에 들어온 것처럼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2층 숙소의 삼각 창을 통해 밖의 경치를 내다볼 때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된 기분도 들었다. 유치하긴 하지만 아직 녹슬지 않은 필자의 감성이 기쁘다.
빠듯한 일상을 살다 보면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휴가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일부러 짬을 내서라도 휴식시간을 갖는다면 몸과 마음이 재충전된다. 한동안 잊고 지낸 휴가를 잘 보냈다. 훗날 생각해보면 오늘도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엄마가 동네 산책할 때 신을 운동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백화점엘 갔다. 여러 매장을 다녀본 후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고르셨다. 오랜만에 온 백화점이라 아이쇼핑을 하면서 믹서도 새로 샀고 참 예쁘게 생긴 주방용품도 몇 개 고르며 즐거워하셨다. 필자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 편인데 엄마는 예쁘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사고 싶어 하셨고 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신다.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필자와는 좀 다른 성격이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식당가로 가서 메뉴를 골라보기로 했다. 다이어트에 신경 쓰면서부터는 맛없는 음식으로 배가 부른 상태가 제일 싫다. 그래서 음식 메뉴 선택이 더 어려워졌다. 식당 층을 두어 바퀴 돌고 난 후 우동을 먹기로 결정했다. 메뉴를 보니 왕새우 우동 정식이 1만6000원이다. 엄마는 왕새우 우동 정식을 시켰고 필자는 돌솥 우동 8000원짜리를 주문했다. 워낙 국수류를 좋아하므로 뜨거운 돌솥에 담겨 나온 우동을 맛있게 먹었다. 값이 두 배인 왕새우 우동은 그저 튀김옷만 두텁게 해서 튀긴 새우가 세 마리 곁들여졌다.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냈다. “네, 1만8500원입니다”라고 계산원이 말했다. 그런가? 어쩐지 계산이 틀리다는 생각이 스쳤다. 사인을 하고 나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셈이 좀 느리긴 하지만 곧 우리가 먹은 음식 값을 덜 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미 계산을 했으니 모르는 척할까? 아니면 계산이 잘못되었으니 다시 음식점엘 가야 할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 자신이 좀 우스워서 머쓱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엄마에게 “엄마, 음식점 직원이 계산을 잘못해서 5500원을 덜 받았어, 어떡하지? 그냥 갈까?” 했더니 당장 가서 다시 계산하고 오라고 하신다. 그렇게 작은 일에 정직하지 않으면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하면서 재촉하셨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냥 오고 싶었다. 계산원이 실수한 것이지 필자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그렇게 파렴치하거나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아니다. 몇 년 전 지역에 있는 대형 백화점에서 고객 편의를 위해 꽤 먼 동네까지도 셔틀버스를 운행한 적이 있었다. 손님 입장에서는 참 편리해서 시간 맞춰 나가 백화점 셔틀버스를 이용해 쇼핑을 하러 다니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익숙해져 간단한 시장을 볼 때도 백화점으로 갔다. 당시는 그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 줄 몰랐다. 편리함만을 생각해 모두들 백화점으로만 가니 동네 마트나 재래시장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중소상인들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 문제가 드러난 뒤 나라에서 규제를 시작했고 백화점 셔틀버스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 후 많은 발길이 다시 재래시장과 동네마트로 돌려졌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셔틀버스가 폐지되기 전 어느 날 장을 잔뜩 봐서 백화점 버스에 올랐는데 계산대 옆 직원이 필자가 산 물건을 비닐 봉투에 넣어주는 대로 들고 왔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필자가 사지 않은 물건이 담긴 봉투가 하나 더 있었다. 아마 매장 직원이 뒷사람의 물건을 필자 쇼핑 봉투에 넣어준 듯했다. 당시 필자는 백화점에 바로 전화해서 “내가 산 물건 아닌 게 있다”고 신고했다. 백화점 측에서는 감사하다며 수고스럽지만 다음 배차시간에 맞춰 도착할 셔틀버스에 다시 실어 보내달라고 해서 돌려보낸 적이 있다. 그랬던 필자가 오늘은 왜 우물쭈물 망설였는지 부끄럽기만 하다.
우동 집으로 다시 가서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말했더니 “어머나, 다른 음식으로 잘못 계산되었네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더 낸 돈을 환불하러 오는 사람은 있어도 덜 냈다고 오시는 손님은 없다며 웃는다. 잠시였지만 그냥 갈까 망설였던 어두운 마음이 개운하게 걷히고 양심을 지켰다는 생각에 기분이 가벼워졌다. 그래도 남들은 이런 경우 어떻게 행동할지 슬쩍 궁금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