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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갔어야 했는데, 드레스덴
- 폴란드의 한 유태인 마을에 신앙심이 강한 사람들이 죽기 전에 성지 순례를 한번 다녀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소한 이유들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가스실 문으로 끌려들어 가며 하던 말이 있다. 그때 갔어야 했는데... 놓친 것이 못내 머릿속을 맴돌 때마다 뜬금없이 류시화 님의 글 중에 라는 글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이럴 때 딱 맞는 비유의 글은 아니지만 굳이 끼워 맞춰본다. 또한 포기하거나 미루기의 증세가 느껴질 때면 이 글이 떠올라 조바심을 부채질을 한다. 10여 년 전쯤 프라하 여행 중에 뾰족 지붕 아래 전망 좋은 꼭대기 층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다. 아침이면 함께 투숙한 여행자들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면서 그날의 계획을 꺼내놓으며 정보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리고 각자의 여행을 마치고 늦은 밤에 하나 둘 귀가하면 필스너 맥주 한 잔씩 마시면서 그날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여행지에서의 열린 마음들이 거리낌 없는 정보가 되고 공감하는 동지애가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그중에서 중학교 교사였던 젊은 여행자가 그 날 인접국인 드레스덴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두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서 하루를 보내고 온 이야기였다. 혼자 차분히 느끼며 다닌 그녀의 드레스덴 이야기가 내 마음에 들어와 박혔다. 잠깐 우리도 거기 가볼까 갈등을 했었다. 하지만 그땐 이미 뮌헨으로 넘어갈 일정이 있어서 그곳엘 가질 못했다. 그 후 그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간간히 드레스덴이 생각났다. 그때 갔어야 했는데... 그쪽을 다시 가기가 어디 뭐 쉬운가. 그때가 좋은 기회였는데... 간 김에 그때 하루쯤 시간 만들어 다녀왔으면 좋았을걸. 아무래도 그때 갔어야 했어. 그런 아쉬움의 여파인지 아들이 유럽 여행 중에 들른 드레스덴의 사진을 어느 날 밤 스무 장이 넘게 보내와 자다 말고 일어나 한참을 들여다보았던 적이 있다. 내가 너무 안달을 했나 하는 생각에 언제부턴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 역시 기억하고 있었고 이번 여행에 드레스덴을 집어넣었다. 프라하에서 Flix bus로 드레스덴까지 1시간 55분 걸린다. 물론 국경을 넘으니까 티켓과 함께 여권 검사를 한다. 유럽의 들판을 달리고 숲길을 스치는 풍경은 덤이다. 마치 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기나 한 듯 결국 왔어야 할 곳에 온 듯한 기분으로 드레스덴 중앙역 앞에서 내렸다. 역 뒤편에서 내린 줄도 모르고 숙소 쪽으로 향하다가 '어? 이 길이 아닌걸?' 하는데 마침 지나가던 현지인 인듯한 부부가 우리 지도를 들여다보더니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한참 걸어서 예약된 숙소 앞까지 우릴 데려다 놓고 그들은 후딱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간다. 고맙다고 인사를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쉽다. 그 부부의 등 뒤에 대고 우리말로 '감사합니다아~' 크게 외쳤더니 돌아보며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 미소가 기분좋다. 드레스덴 여행의 예감이 좋다. 신기하게도 시작부터 모든 순간들이 거리낌이 없다. 발걸음을 옮기면 마침 그것이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앞으로 걸어가는 길에 공기의 저항조차 없이 길을 열어주는 듯하다. 배가 고파서 골목을 돌아서면 맛있는 음식점이 있을 거란 예감이 적중했다. 다리를 쉬고 싶으면 멋진 풍경이 눈앞에 있는 벤치가 나타났다. 이 무슨 신비한 조화인가. 언제까지 이럴 것인지 모르겠지만 드레스덴의 은혜를 마음껏 믿어본다. 머리와 마음을 텅 비워가지고 온 내게 이 도시의 충만한 햇빛과 에너지와 고고한 문화를 채우는 시간은 피곤하도록 길어져도 좋다. 구시가지의 돌길에 내딛는 내 발걸음 소리가 어느 날 역사가 될 거라는 당치도 않은 상상을 하면서. 어째서 낯설지 않은 걸까. 엘베강을 바라보며 오랜 전통의 미술대학이 세워진 것도, 그 강변의 행위 예술가들도, 긴 세월의 든든함 아우구스투스 다리, 폭격에 허물어진 교회 벽돌 하나하나 시민들에게 번호를 부여해서 보관했다가 재건에 사용하던 그 마음이 담긴 교회도 모두 자연스럽게 조화롭다. 온 도시가 2차 대전의 공습으로 불타고 무너져 내렸어도 그 거뭇한 색감조차도 생소하지 않다. 전쟁의 아픔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도시 자체가 가슴으로 다가온다. 브륄의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엘베강은 마치 내가 본 듯한 그 옛날의 강처럼 흐른다. 괴테가 즐겨 산책하며 유럽의 발코니라 일컬었음을 나도 인정하기로 한다. 거길 걷다 보면 그 시가지를 오가는 사람들이 풍경이 된다. 독일의 피렌체라 불릴 만큼 각종 문화유산에서 고풍스러움의 멋이 도시를 채우고 있었다. 왕궁이나 대성당, 오페라하우스나 마차가 다니는 골목길에 스며들어본다는 것은 심장이 두근대는 걸 느끼는 시간이다. 어딜 돌아보아도 감각적인 바로크 건축물들의 위용이 도시의 멋과 고고함에 흠뻑 빠뜨린다. 요하네스 왕 청동 기마상 앞 광장에서 BTS노래를 틀어놓고 춤추던 젊은 청춘들을 보며 어쩐지 가슴 뭉클. 오옷... 이쁘신 우리의 bts~. 길 가다가 갈증 나면 노천카페에 앉아 맥주 한 잔 마시며 이 도시를 넓은 눈으로 둘러본다. 거리의 아티스트가 벌이는 전위 예술도 인상적이었고, 가던 길 멈춰 서서 들었던 숄로스 광장의 털보 악사의 연주도 기억난다. 특히 밤 산책길이 이쁘고 편안했던 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남동쪽으로 마이센과 피르나 사이에 있는 엘베 강 유역에 있는 작센 주의 주도 드레스덴. 게르만의 식민에 의하여 1200년 이전에 성(城)이 구축되고 1206년에 도시가 되었다. 베를린 남쪽 약 189km 지점에 위치했다. 독일의 도시중 외곽으로 멀리 떨어진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슬라브어(語)로 숲 속의 사람이란 뜻의 드레스덴(Dresden), '평야의 삼림 거주민'을 뜻하기도 하는데 드레즈단이라는 슬라브족 촌락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옛 동독의 古都, 도시가 오가는 이들을 압도할 만큼 크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이쁜 뮌츠 골목도, 강변을 바라보는 나란한 벤치들도, 노란색 트램도, 소소하게 품격을 느끼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천천히 다닐 수만 있어도 좋은 곳, 이 도시가 폼나니까 그 속에 서 있는 사람들까지 아름답다. 그들의 눈빛은 따뜻하다. 그냥 다녀도 가슴 벅찬데 게다가 마냥 관대해지기까지 한다. 드레스덴은 더없이 은혜로웠다. 그때 갔어야 했는데... 잊을만하면 떠들어댈 만했다. 그리고 오고야 말았다. ▲드레스덴의 맛 독일에는 감자요리가 여러 가지 있다. 그 중에 노천카페에서 먹었던 뢰스티는 우리의 감자채전과 흡사하다. 그 위에 소스와 잘게 썬 베이컨이나 샐러리 등을 뿌리고 채소를 듬뿍 얹어서 먹기 때문에 식후에도 가벼운 느낌이 좋다. 특히 구운 토마토와 콩 요리를 많이 먹었는데 잘 익은 토마토 맛의 풍부함은 최고다. 그리고 드레스덴에 왔으니 흑맥주 한잔쯤 빠뜨릴 수 없다.
- 2020-04-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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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은 늙었지만, 투자는 '청춘'
- 은퇴한 시니어도 젊은 세대처럼 돈을 번다. 만족스런 일자리에 재취업한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자산투자로 매달 고정수입을 올리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안정을 추구하던 이들의 투자 성향도 공격적인 태세로 전환됐다. 활기찬 투자 성향은 이제 젊은 세대 못지않다. 소득 창출의 대표적인 방법은 ‘일자리’다. 노동활동은 급여라는 현금과 교환되고 이 돈은 소비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은퇴 후 고정수입이 사라지면 노후를 고민하는 시니어가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 노후준비에 충실했다면 고민을 덜 수 있겠지만, 그래도 100세 시대를 풍요롭게 보내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공격적인 투자 은퇴 이후에 직장을 구하는 ‘시니어 취준생’이 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눈에 띄는 건 자신에게 투자하고 자격증을 얻어 일자리를 찾는 시니어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자기계발을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모습이 젊은 세대와 흡사하다. 그동안 관심이 많았지만 먹고사느라 평생 미뤄온 일에 뛰어드는 도전정신도 돋보인다. 하지만 은퇴 후 일을 하는 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지만, 재취업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는 건 젊은 세대와 닮았으나 나이에 따른 한계를 넘어서긴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젊은 세대 못지않다. 체력은 달리지만 도전하고 성취하려는 의지는 넘친다. 금융투자시장에 뛰어들어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중위험·중수익 이상의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들의 과감함은 젊은 세대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공격적인 성향이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금융상품에 투자해 주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니어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들의 투자는 과거에 비해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게 특징인데 그 이유는 초저금리 시대의 영향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중위험·중수익’으로 간 투자 성향 초저금리 시대를 넘어 마이너스금리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제 은행에 돈을 맡기면 보관료를 내야 하고, 돈을 빌린 사람은 그보다 적은 돈을 갚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전 세계 거래 국채의 3분의 1이 마이너스 금리다. 자산을 늘리기는커녕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시대에 은퇴를 한 시니어라면 과연 은행의 예·적금으로 만족스런 노후를 설계할 수 있을까. 시니어들의 투자 성향이 공격적으로 바뀐 배경이다. 과거에는 원금을 잃어버리지 않는 안전 투자가 노후 대비의 밑바탕이었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고개를 젓는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구성된 3층 연금만으로 희망하는 노후를 충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이에 시니어들은 노후를 대비해 모아둔 금융자산을 활용해 지속적인 소득을 낼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상품 투자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100세시대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THE100리포트’를 살펴보면 시니어들은 가격변동에 따른 자본손익보다 이자, 배당 등으로 구성되는 인컴(income)에 주목한다. 금융에서 인컴이란 매매와 상관없이 자산을 보유하는 동안 꾸준히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으로 채권 이자, 주식 배당, 부동산 임대수익 등이 해당된다. 인컴자산은 다른 위험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편이지만, 원금손실의 리스크가 있는 ‘중위험·중수익’으로 분류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펀드에 5억 원을 투자한 A(66세) 씨는 3개월마다 600만 원가량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해당 펀드는 5년 만기 상품으로 4~6%의 배당수익률을 자랑한다. 또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B(63세) 씨는 지수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오르내리긴 하지만 통상 매달 3~4%의 이자를 받는다. 3억 원을 투자한 B씨의 배당금은 월 100만 원 정도다. 해외 고배당주도 체크해볼 만하다. 최근 블룸버그가 분석한 주요 국가의 배당수익률은 러시아(6.6%), 호주(5.6%), 영국(4.3%), 대만(4.1%), 홍콩(3.7%), 스웨덴(3.6%), 싱가포르(3.6%), 프랑스(3.0%), 독일(3.0%), 중국(2.9%), 일본(2.2%)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1%다. 인컴투자는 현재의 금융투자 환경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적절한 투자전략이다. 은퇴 후 자산관리 관점에서도 좋은 투자전략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은퇴자산을 활용한 투자는 크게 손실을 보면 복구할 수 있는 시간과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인컴자산의 종류와 특징 대표적인 인컴자산은 채권이다. 채권은 발행 시점부터 앞으로 받게 될 이자와 원금이 확정돼 미래의 현금흐름을 예측하기 쉽다. 일정 수준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라면 신흥국 국채, 하이일드 채권 등이 적합하다. 반대로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투자자는 선진국 국채, 투자등급 회사채 등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이 좋다. 주식도 꾸준히 발생하는 수익인 배당이 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이지만 몇 년 사이 배당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아지면서 ‘고배당주’가 안정적인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고배당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주요 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반면 글로벌 고배당주는 더 많은 인컴 수익 기회를 제공한다. 부동산이나 인프라 시설 등 대체투자자산을 통해서도 인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자산을 보유하는 동안 계속 얻을 수 있는 부동산 임대수익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임대수익은 개인이 직접 투자해 얻을 수 있고, 부동산 펀드나 리츠(REITs) 같은 간접투자상품을 활용하면 소액으로도 가능하다. 리츠는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 2020-04-1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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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 6원 하락한 1215원대 출발 예상
- 오늘(9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에서 6원 하락한 1215원대로 출발할 전망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전날 달러화는 특별하게 발표된 경제지표가 부재했던 가운데 샌더스 민주당 후보의 사퇴소식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정 기대 등이 맞물려 뉴욕증시가 상승했고, 미국 금리 역시 반등하면서 소폭 올랐다. 반면 독일 IFO 경제연구소는 독일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9.8%로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유로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215.71원으로 6원 하락 출발할 전망”이라며 “달러 강세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2020-04-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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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산 롤러코스터
- 2017년, 갑작스런 사위의 발령으로 인해, 손자들은 어학 준비를 못 한 채 파리의 국제학교에 입학했다. 영어, 불어, 모국어 사이에서 방황하는 손자들은 매일 아침 등교를 거부하였다. 낯선 이국생활의 시작은 딸 자신에게도 매우 버거웠다. 급기야 나에게 SOS가 날아왔고 딸바보인 나는 이틀 만에 프랑스에 도착했다.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손자들의 등하교 챙기기였다. 군소리 안하고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 등교 시 1유로씩, 하교 시 나를 쳐다보지 않고 앞장서서 제대로 집을 찾으면 1유로씩을 지급했다. 그리고 각종 생활수칙을 잘 지키면 즉시 현금 포상을 하였고, 특히 그 돈들은 절대 딸 내외가 손을 못 대게 하였다. 이렇게 등하교 및 이국생활 문제들은 해결되었고 애들은 점차 학교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나자 손자들의 학교생활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먼저 식당에서부터였다. 프랑스에서는 급식시간에 모든 학생들에게 잼이 지급된다. 그런데 그 용기는 햄버거 가게의 토마토케첩처럼 손톱으로 찢어야만 한다. 그런데 외국 아이들은 그것에 매우 서투르다. 하지만 우리 손자들은 옷에 흘리지 않게 귀퉁이를 잡아 찢는, 그 섬세한 작업을 아무렇지도 않게 쉽사리 해 냈다. 그래서 점심시간마다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에게 잼 봉지 찢기 봉사를 하며, 손자들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 후 체육시간에 신발 끈을 제대로 못 매 쩔쩔매는 영국 애들, 교복 넥타이를 못 매는 독일 애들, 연필을 칼로 못 깎는 미국 애들까지 도와주면서, 타고난 손재주를 과시하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모두 한민족 유전자 덕분이었다. 프랑스 주최인 2019년 5월의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의 명성은 상한가를 쳤다. 딸네가 살고 있는 파리 근교의 자그마한 동네(Chatou) 영화관에서도 ‘기생충’이 상영되었다. 딸 부부는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자막 없이 보는 한국 영화가 반가웠기도 했지만, 영화 종료 후 동네사람들이 딸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축하를 받으며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갔다. 2020년, 우울한 시작이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한반도를 급습했다. 그러자 프랑스 사람들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 교장선생님은 직접 딸에게 전화를 해 겨울방학 중 한국에 다녀왔는지를 물었다. 길거리에서의 동양인들은 기피 대상이었고, 2월인 작은 손자의 생일파티는 당연히 취소되었다. 그들에게 우리 한국인은 검정색 마스크를 쓴 채 파리 중심가에서 쇼핑하는 중국인 관광객들과 다르지 않았다. 특히 유력 신문인 ‘르몽드’에 코로나19 확산의 주역인 신천지교회 이만희 총회장이 땅에 엎드려 절하는 사진이 실리면서, 그동안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급락하였다. 프랑스 사람들은 IT산업 강국인 한국과 이상한 종교가 판치는 한국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원래 신체가 건장하고 생활수준도 높아 코로나19쯤은 걸려봤자 감기처럼 금방 낫는다고 자부했다. 자신들의 문화와 어긋나는 마스크 착용은 당연히 무시되었다. 그들에게 코로나19는 먼 극동의 비위생적인 국가들 얘기였다. 그런데…. 프랑스에서의 코로나19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는 마크롱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19에 대한 논의를 하였고 그로 인해 G20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다시 롤러코스트를 탔다. 이제는 한국 방역모델이라는 말이 일반명사화 될 정도로 자주 등장하고, 한국을 걱정하던 이들이 한국을 부러워하는 분위기로 급변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앞으로 또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파리에서 3명의 자녀와 함께 4년째 거주하고 있는 딸과 사위는 이렇게 고국의 위상 변화에 얹어져 어지러운 롤러코스트를 타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 2020-04-0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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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증시, 2조 달러 '슈퍼 부양책' 기대감에 폭등
- 미국 뉴욕증시가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상승했다. 미국의 사상 최대 규모의 ‘슈퍼 부양책’ 협상 타결이 뉴욕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2조 달러(약 2462조 원) 규모의 슈퍼 부양책을 내놨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95.64포인트(2.39%) 상승한 2만1200.55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슈퍼 부양책 합의 소식에 이틀간 13% 이상 급등했다. 전날 1933년 이후 최대 상승폭인 2112.98포인트(11.37%)가 오르며 2만704.91에 장을 마친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이틀째 상승했다. 전날보다 28.33포인트(1.15%) 상승한 2475.56에 거래를 마감했다. 다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3.56포인트(0.45%) 하락한 7384.29에 장을 마쳤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 등이 모두 하락한 영향 때문이다. 한편 유럽 주요국 증시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는 4.45%,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1.79%,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4.47% 상승했다.
- 2020-03-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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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른하르트 랑거의 도전
- 누가 그의 시대는 끝이 났다고 감히 이야기하는가? 천만의 말씀, 그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베른하르트 랑거(Bernhard Langer)의 이야기다. 2019년 11월 10일. 미국 PGA 투어 챔피언스 2019 시즌 마지막 대회인 ‘찰스 슈왑 컵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가 펼쳐졌다. 먼저 경기를 마친 스콧 매캐런(Scott McCarron)은 클럽 하우스 식당에서 와인을 홀짝이고 있었다. 그는 이 대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그래도 그때까지 시즌 누적 포인트는 1위. 뒤쫓아오는 선수 중 포인트 높은 선수들이 우승만 하지 않으면 2019 시즌 챔피언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매캐런은 함께 TV를 보고 있던 아내를 간간이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시즌 종합 성적 2위 자리에만 머문 게 벌써 몇 번째인가? 2018년 시즌에도 포인트 1위를 달리다가 막판에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매캐런을 번번이 좌절하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랑거. 이날도 그가 우승하면 매캐런은 또 한 번 쓴잔을 마실 판이었다. 시즌 마지막 대회 막바지. 랑거가 선두를 바짝 뒤쫓았다. 그때 매캐런은 또다시 악몽이 되풀이되는 건 아닐까 하며 얼마나 초초했을까? 랑거는 세 홀을 남기고 선두와 한 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드디어 들어선 마지막 홀. 여기서 버디를 잡으면 공동 선두가 될 수 있었다. 티 샷은 잘 갔다. 잘하면 투온할 수 있는 거리. 다만 그린 오른쪽이 패널티 구역(물)이라 위험해 보이긴 했다. 그렇다고 끊어 가자니 그다음 샷으로 버디 찬스를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랑거는 긴 클럽을 잡았다. 그랬다. 그는 승부사였다. 두어 번 연습 스윙을 하더니 시원하게 클럽을 휘둘렀다. 그런데 이런! 피니시가 약간 엉거주춤했다. 등과 허리가 불편해 그랬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당시 나는 골프채널코리아에서 이 대회 중계 해설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마음속으로 누가 우승하길 바랐는지는 물어보나마나다. 그렇다. 바로 랑거다. 챔피언스 투어의 절대 강자인 ‘독일 병정’ 베른하르트 랑거. 그래서 그가 찰스 슈왑 컵 2019 시즌 챔피언까지도 거머쥐길 바랐다. 랑거의 18번 홀에서 세컨샷한 볼은 날아가면서 점점 오른쪽으로 밀렸다. 그쪽은 물인데. 결국 그린에 살짝 미치지 못하고 물에 빠졌다. 그렇게 랑거는 그 대회와 2019 시즌 전체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그 순간 클럽 하우스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매캐런의 시즌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국내 언론 몇 곳은 “랑거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제목으로 미국 PGA 투어 챔피언스 최종전 소식을 전했다. 나는 그 제목에 기분이 상했다. 샷 하나가 가른 결과를 갖고 랑거 시대가 끝났다고 쓴 언론이 괘씸했다. 랑거가 그 시즌을 어떻게 보냈는지 안다면 그들은 그렇게 쓰지 않았을 것이다. 랑거는 지난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오아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보기 좋게 출발했다. 바로 전주에 열렸던 첫 대회, 미쯔비시 챔피언십에서도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어진 몇몇 대회에서도 ‘톱 10’에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2019년 역시 랑거의 해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랑거는 1957년생으로 2019년 시즌 때 만 62세였다. 그런 그가 쟁쟁한 영건을 물리치고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골프 팬들은 다 아는 얘기이지만 PGA 투어 챔피언스는 시니어 투어로 만 50세부터 참가한다. 2019년 랑거의 성적엔 변곡점이 있었다. 4월 말부터 갑자기 성적이 저조했다. 같은 달 하순에 열린 대회 두 개는 참가하지도 않았다. 그러자 슬슬 “랑거 시대가 기울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바로 직전에 그가 만든 대기록 때문이었다. ‘마스터스 골프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이 그것이다. 그는 2019년 4월 13일에 끝난 2019 마스터스 대회 2라운드에서 이틀 합계 1언더 파를 쳐서 당당히 컷오프를 통과했다. 내로라하는 여섯 명의 젊은 선수들이 탈락한 그 대회에서 말이다. 첫날에는 71타, 둘째 날에는 72타를 각각 기록했다. 그의 나이 만 61세 7개월 때였다. 그는 이어서 남은 이틀을 지독한 난코스와 싸웠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다 안다. 랑거의 최종 성적은 컷 통과한 선수들 중 최하위였다. 랑거가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세운 2019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타이거 우즈가 우승했다. 워낙 큰 뉴스여서 랑거가 선전한 얘기는 밑으로 묻혀버렸다. 랑거는 그 주에 얼마나 진을 뺐는지 두어 주 쉬고 나서야 시니어 투어로 돌아왔다. 그러곤 한동안 맥을 못 췄다. 부진은 몇 달간 이어졌다. 마스터스 대회에서 선전하는 모습에 가슴이 뜨거웠던 나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랑거의 골프가 진짜 석양길로 접어드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는 2019년 7월 25일부터 나흘간 영국에서 열린 ‘2019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에서 또 우승했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대회까지 맹추격에 나섰다. 랑거의 도전은 2020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첫 대회에서는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이 글을 독자가 읽게 될 때쯤에는 시즌 첫 우승을 할지도 모른다. 거장의 시대는 결코 쉽게 저물지 않는 법이다. 시니어가 됐다고 뜨거운 열정이 한순간에 사그라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김용준 한마디로 소개하면 ‘골프에 미친놈’이다. 서른여섯 살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독학으로 마흔네 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KPGA 경기위원으로, 골프채널코리아에서 골프 중계 해설을 맡고 있다.
- 2020-03-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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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하기 전에 가치를 묻는다
- 슈퍼리치의 소비가 가치를 묻는다. 과거에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고 돋보이게 하기 위한 소비를 했다면 최근엔 가치를 따지고 스토리가 담긴 소비를 한다. 전 세계 슈퍼리치들은 과연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지 살펴봤다. 전 세계 슈퍼리치들은 어떤 상품과 어떤 서비스를 구매할까. 이들은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면 비용에 상관없이 구매하는 소비성향이 두드러진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주는 선물을 고를 때도 가치를 따진다. 슈퍼리치들이 소비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는 건 과연 무엇일까. 예술적 디자인 까다롭게 평가 슈퍼리치의 소비가 가치를 묻는다. 무작정 비싼 상품과 서비스에만 돈을 지불할 것 같았던 슈퍼리치들이 언젠가부터 가치를 따지고 스토리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연다. 먼저 슈퍼리치들이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것부터 살펴보자. 슈퍼리치들은 미용과 패션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인맥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들은 다른 슈퍼리치와의 만남에서 품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미용에 대한 관심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은데, 품위를 위해서라면 지불해야 할 가격이 높건 낮건 중요하지 않게 여긴다. 전 세계 여성 슈퍼리치들이 이용하는 런던 불가리 호텔의 샴페인 목욕 서비스는 부자들만 누릴 것 같은 사치스러움이 있지만 가격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약 67만 원의 호텔 예약비를 먼저 지불한 뒤 서비스를 받을 경우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샴페인 목욕에 사용되는 수십 병의 와인은 따로 구비돼 있고 90분짜리 전신마사지는 약 90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 슈퍼리치들은 까르띠에, 티파니, 부첼라티, 반클리프앤아펠 등의 명품 주얼리를 너끈히 구매한다. 이들이 수억 원짜리 주얼리를 구매하는 건 과시욕보다는 감상 욕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프랑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앤아펠’은 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액세서리다. 반클리프앤아펠의 베스트셀러 중 ‘빈티지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는 가격이 무려 7800만 원이나 되지만 상상력과 기술이 낳은 예술적 자태를 뽐낸다. 반클리프앤아펠은 할리우드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사랑한 주얼리로 유명하다. ‘희소성’ 있는 브랜드 선호 남성 슈퍼리치라면 자동차, 특히 명차를 빼놓을 수 없다. 벤틀리, 마이바흐와 함께 3대 명차로 꼽히는 ‘롤스로이스’는 과거엔 아무나 탈 수 없는 차였다.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자격이 안 된다는 이유로 구매를 거절당한 일화는 유명하다. 롤스로이스는 돈이 있어도 가질 수 없는 명차였기에 슈퍼리치들은 자신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이 차를 더 간절히 원했고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부여했다. 2009년 이후 롤스로이스는 ‘성공한 사람이면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라는 콘셉트를 내세웠고 전 세계는 물론 국내 슈퍼리치들도 기꺼이 거금을 내놓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6억 원대인 ‘팬텀’보다는 저렴한 ‘고스트’. 이 역시 4억 원을 훌쩍 넘는다. 슈퍼리치는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 JTBC의 ‘캠핑클럽’ 핑클 편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캠핑 열풍이 다시 몰아쳤다. 슈퍼리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이 캠핑카에 많은 관심을 보이자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를 개조한 프리미엄 차량 ‘화이트 하우스B’를 슈퍼리치용으로 내놓았다. 이 차는 다임러트럭코리아의 2차 제조사 화이트하우스코리아가 스프린터 편의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제작한 1억600만 원대 모델이다. 홈파티에서 보여주는 특별한 안목 슈퍼리치에게 홈파티는 당연한 사교모임이다. 다른 슈퍼리치를 집에 초대해 그들만의 사교모임을 갖는 건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일종의 관례와 같다. 하지만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슈퍼리치의 홈파티는 의미가 없다. 이들은 집 안을 럭셔리하게 꾸며놓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안목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재력을 과시하는 것과는 좀 다른 얘기다. 홈파티를 즐기는 슈퍼리치들은 집 안 가구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들에게 인기 있는 가구는 북유럽 감성을 담은 덴마크의 ‘프리츠한센’이다. 절제의 미학, 미니멀리즘 등 프리츠한센이 추구하는 디자인과 슈퍼리치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유명 아티스트 작품을 소장한다는 의미와 오랜 시간을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 때문에 사랑받고 있다. 특히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의자들이 인기다. 동글동글한 디자인의 ‘에그체어’ 가격은 최고 1900만 원을 호가한다. 최근에는 하이메 아욘, 오키 사토, 세실리에 만즈 등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새 가구를 만들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요리를 준비하는 주방도 슈퍼리치들이 당연히 신경 쓰는 장소다. 이곳에 놓는 오븐으로는 프랑스 ‘라꼬르뉴’가 손꼽힌다. 오븐계의 명품으로 알려진 라꼬르뉴는 전문 장인이 주문을 받아 제작하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를 자랑한다. 구매자가 컬러부터 소재, 외관 등 디테일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슈퍼리치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오븐’이라는 희소성은 가치 있는 스토리가 된다. 라꼬르뉴의 최고가 라인 ‘샤또 시리즈’ 가격은 오븐이 8700만 원, 후드가 2000만 원에 달한다. 이 오븐은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칼 라거펠트, 이브 생 로랑 등 수많은 유명인사가 애용하고 있다. 건강이 ‘최우선’ 슈퍼리치는 건강을 위해 식재료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심지어 송로버섯이 들어간 소금만 먹는 슈퍼리치도 있다. 가격대가 20만 원을 훌쩍 넘지만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식료품점도 아무 곳이나 이용하지 않는다. 영국 런던의 부촌지역 첼시의 대형마트나 세계 최고의 백화점으로 선정된 셀프리지 등은 슈퍼리치가 애용하는 마켓이다. 이곳에서 파는 이베리코 돼지 뒷다리 가격은 200만 원이 넘고, 알비노 철갑상어 알 1㎏은 무려 2000만 원에 육박한다. 전 세계 슈퍼리치가 건강관리를 위해 찾는 의료관광 패키지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EW 빌라 메디카’가 있다. 세포재생시술을 한 번 받는 데 드는 비용은 2000만 원, 3박 4일 의료관광 패키지는 약 3000만 원이다. 연회비가 1억 원이 넘지만 전 세계 부자들이 앞 다퉈 예약한다.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 영화배우 미셸 로드리게스 등 유명인사가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피트니스센터도 인기다. 슈퍼리치가 주로 찾는 해외 유명 피트니스센터는 1년 회원권이 900만 원이나 하는 곳도 있다. 국내에도 고액의 피트니스센터를 즐겨 찾는 슈퍼리치가 많다. 이들은 근육운동보다는 자세교정을 위한 운동에 더 관심이 많다. 이들이 자세교정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시간당 7만~8만 원 선이다. ‘스토리’가 있는 선물 슈퍼리치들은 주변인들을 위한 소비에도 과감하다. 오히려 선물을 고를 때 까다로운 취향을 드러내며, 작은 펜 하나를 선택할 때도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 슈퍼리치들이 좋아하는 펜을 꼽자면 희소성의 가치를 지닌 ‘파버카스텔’이 단연 최고다. 파버카스텔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필기구 브랜드. 슈퍼리치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하는 상품은 ‘클래식 퍼남부코’ 시리즈로, 가오리 가죽이나 상어 가죽, 스네이크우드, 말총, 상아 등을 소재로 사용하고 심지어 2억 년 이상 석화된 나무로 제작된 펜도 있다. 이 시리즈의 가격은 샤프와 볼펜이 각각 42만 원, 수성펜 55만 원, 만년필 80만 원이다. 그렇다면 슈퍼리치는 손자녀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영유아일 경우 유아용품을 선물할 것이다. 하지만 유아용품이라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세계적인 부호들은 어린 손자녀를 위해 거액을 아끼지 않는다. 유모차 한 대를 사는 데 무려 500만 원을 지불하는 사람도 있다. 영국 유모차 제조업체인 실버크로스가 600대 한정판으로 만든 유모차는 이너시트를 양털로 만들었고 캐시미어 담요도 딸려 있다. 이탈리아의 유아용 고급가구 제작업체인 ‘수오모’는 순금으로 만든 침대를 165억 원에 판매한다. 침구는 비단과 최고급 면인 피마 면을 소재로 사용했고 금실로 자수를 놓았다. 다이아몬드와 백금으로 이름을 새길 수도 있다. 국내 슈퍼리치는 자녀들에게 주식을 선물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후상속보다 사전증여를 통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선물한다는 이유로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5월, 자산 기준 5조 원 이상인 국내 대기업 59개사를 조사한 결과, 18세 미만 미성년자 주주가 19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무려 335억 원에 달했다. 안타까운 한국 슈퍼리치의 ‘기부문화’ 슈퍼리치에게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통한다. 세계 최대 면세점 전문기업 DFS의 창업주인 척 피니는 부자들이 롤 모델로 여기는 슈퍼리치다. 그는 15년 동안 약 8조4000억 원을 기부했는데, 정작 자신은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3만 원짜리 플라스틱 손목시계를 착용한다. 척 피니를 존경한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도 40조 원이 훨씬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부하고 추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부를 하면 돈의 가치가 한층 빛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한국에도 기부에 앞장서는 슈퍼리치가 있긴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이다. 평소에 삶에서 돈은 큰 의미가 없어 기부할 생각이 있다고 말하는 부자가 많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의 부자는 이기적이고 인색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왜일까? 바로 세금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기부를 하면 세금 부담이 많이 줄어드는 데 반해 한국은 혜택이 크지 않다. 그러나 세금 혜택을 떠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의식의 선진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 2020-02-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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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재탄생 ‘성수연방’을 찾아서
-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2020년도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만큼이나 자기 인생도 스스로 매니지먼트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마음일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세상의 모습을 알아야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가 더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낸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읽었다. 책에서 이야기한 여러 트렌드 중에서도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성수동은 변해 있었고, 변해 가는 중 지난해 우리 사회에 나타났던 도심의 낡은 시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개선해 새로운 공간으로, 새롭게 만든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서는 공간을 재해석하고, 체험형 성격 중심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업종들을 모아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트렌드라고 예측했다. 책에서 언급한 여러 사례 중 서울 성수동에 있는 ‘성수연방’을 찾아갔다. 내 기억 속의 성수동은 사각형 모양의 2층으로 된 건물과 마당을 가진 영세한 공장들, 구두가 가득 진열된 쇼윈도의 수제화 점포들이 밀집해 있는 주거, 공업 지역이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내린 후 만난 ‘성수이로 길’은 기억의 성수동과 달랐다. 여전히 많은 소규모 공장과 차량 정비공장, 공장 창고, 수제화 점포들이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기억에 있는 거리의 을씨년스러움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달라질 정도로 해일이 몰려와 거리를 바꿔놓은 것은 아니었다. 옛것의 낡음을 재해석해서 탈바꿈시킨 몇몇 공간과 건물들이 길의 풍경을 바꾸는 중이었다. 창고의 외벽을 그대로 살린 채 투박스러운 나무로 꾸민 카페는 세상살이에 꽁꽁 얼어붙은 사람들의 날 선 경계심을 조금씩 늦춰 주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를 찾기가 어려운 그림 전시장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했다. 가난한 화가 지망생의 캔버스가 되어버린 골목길 어귀의 담장 스페이스는 자꾸 눈길을 끌었다. 길 건너편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공간의 세련된 음식점들이 계속해서 나를 유혹했다. 이제 ‘성수이로 길’에서는 뉴욕 브루클린(Brooklyn)의 향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억지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에서 천천히 바라볼 수 있어 더 많은 시간의 모습이 보였다. 길을 걸을 때 어깨에 살포시 내려온 겨울 햇살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켰다. 삶 속에서 나를 안아주는 길. 그런 길을 또 하나 찾은 2월의 오후였다. 화학공장에서 변한 ‘성수연방’의 모습 ‘성수연방’은 화학공장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성수동의 랜드마크가 된 이곳은 ‘ㄷ’자 모양의 3층 건물이 양옆으로 서 있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의 1층 공간은 정원과 파빌리온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건물 2층 양 끝에는 건물을 서로 연결해 주는 통로가 있다. 새로운 트렌드의 복합문화공간 ‘성수연방’을 구성하는 각 공간을 소개한다. 띵굴마켓(Thinggool) Better day, Better living가 컨셉인 라이프스타일 편집 숍이다. 각종 주방용품부터 생활용품, 음식까지 각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예쁘게 잘 정리 해놓았다. 가격과 디자인 모두 실용성을 추구하는 매장이나 편집 매장의 특성상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전시된 제품과 인테리어를 보면서 일상생활을 꾸밀 상상을 한다면 행복해질 것이다. 인덱스(index caramel): 수제 캐러멜 판매 매장. 설탕 대신 100% 사탕수수 등 천연재료로 자연스런 단맛을 내는 12가지 캐러멜을 판매하는 매장. 리카리카(likalika): 반려동물 토탈라이프 스타일 제품 판매 매장. 반려동물과 관련된 음식, 봉제품 등 판매. 샤오쟌: 구아바오 등 대만식 음식 전문점 창화당: 만두, 튀김, 떡볶이를 판매하는 익선동 맛집으로 유명한 곳 JAFA 브루어리: 소규모 맥주 제조 시설을 갖춘 브루어리, 도수가 가볍고 마시기 쉬운 독일식 맥주를 지향해 만든다. 품질이 검증된 재료로 한정된 수량만을 생산한다. 아크앤북: 전문 큐레이션에 의해 취급 도서와 관련 제품을 선정해서 판매하는 편집형 서점이다. 현재 전국에 4개 매장이 오픈되어 영업 중이다. 성수연방의 카테고리 콘셉트는 마일(Mile 책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 1마일: 평소 독자가 늘 곁에 두고 보는 책과 소품들 - 10마일: 생활 관련 도서와 집을 나설 때 드는 물건들 - 100마일: 국내 여행, 문학 관련 책. 밖에 나가서 놀고, 쉬고 싶을 때 사용하는 가볍고 단순한 소품들 - 1000마일: 해외 여행 관련 책과 소품, 가방들,기타 미술 등 전문 서적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서 외에 액세서리, 캐리어, 일상 소품과 자체 브랜드인 ‘로우로우(RAW ROW)’의 잡화도 취급하고 있다. 존 쿡 델리 미트: 오픈형 공장 형태로 매장을 꾸민 육가공 식품 전문회사. 햄, 소시지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판매하며, 제조 생산 과정을 이곳에서 다 볼 수 있다. 플레트 메뉴를 취식할 수 있는 테이블도 구비되어 있으며, 소시지 제조 클래스 수업도 진행한다. 천상가옥: 명실공히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인 예쁜 카페. 투명한 천장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압권이다.
- 2020-02-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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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판매실적 6위 등극
-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1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으로 각각 9위와 11위를 차지했고 두 회사의 실적을 합한 현대차그룹은 6위로 올라섰다. 자동차업계와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 EVs’는 지난해 전세계 순수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판매가 전년 대비 10% 증가한 220만9831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하이브리드차(HEV)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사이드 EVs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중국시장의 경우 정부의 보조금 문제로 수요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달 감소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수요가 꾸준히 늘어 전체적으로 10%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 1위 브랜드는 글로벌시장에서 36만7820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차지했다. 중국의 비야디(BYD·22만9506대), 베이징자동차(BAIC·16만251대), 상하이자동차(SAIC·13만7666대)가 2~4위로 뒤를 이었다. 5위에는 독일 BMW(12만8883대)가 올랐다. 현대차(7만2959대)는 폭스바겐(8만4199대)과 닛산(8만545대), 중국 지리자동차(Geely·7만5869대)에 이어 9위를 기록했다. 기아차(5만3477대)는 일본 도요타(5만5155대)에 이어 11위에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 실적을 합한 현대차그룹은 12만6436대로 6위에 올랐다.
- 2020-02-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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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 해법 가르쳐준 영화 '두 교황'
-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라 상영하는 극장이 적어서 미뤄두었던 숙제를 설 연휴 중에 대한극장을 찾아가 해결했다. '두 교황'. 영화가 소개되던 초기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다. 교황이 임기 중에 은퇴한 초유의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라 필시 무슨 곡절이 있으리라 짐작했다. 무엇보다도 주연 배우가 연기의 신이라는 ‘안소니 홉킨스’ 아닌가.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의 대화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지루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약간의 긴장감이 두 시간을 지배한다. 그것은 어쩌면 극단적으로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방식 때문일 것이다. 13억 신자들을 둔 종교 지도자로서의 품격을 새삼스럽게 경험할 수 있었다. 영화는 교황과 한 예수회 소속 추기경이 교황의 여름주택 정원을 거닐면서 시작된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호르헤 베르골리오 추기경(조나단 프라이스)은 교황청의 보수적 도그마에 회의를 느껴 당시 교황이던 베네딕토 16세(안소니 홉킨스)를 직접 찾아와 은퇴하려는 뜻을 전하고 사직서 서류에 교황의 서명을 받으려 한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교황은 한사코 서명을 거부한다. 당시 교황청 고위직 신부들의 성추행 추문으로 교황은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추기경의 사임은 자칫 교황에 대한 불신임으로 비칠 우려가 있었다. 그와 함께 교황은 이미 마음속으로 교황청의 쇄신을 위해 자신의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 배경이 서명을 거부한 이유였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교황은 보수적이며 내성적인 자신과 달리 교황 선출 당시 2위를 했던 적극적이며 진보적 성향의 호르헤 추기경에게 끌린다. 그들의 대화는 어느새 교리 논쟁을 넘어서 일상생활과 취미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스웨덴 팝그룹 아바(ABBA)가 등장하고 비틀스가 언급된다. 교황은 피아노를 치는 음악가 지망생이었다. 둘은 어린 시절 성직을 택하던 고뇌의 순간에 관해 얘기를 나눈다. 호르헤 추기경은 약혼자를 버리고 예수회 신부로 입교하고, 살벌하던 군부 통치하에서 친하던 신부들을 배반했다는 가책에 시달린다. 유머를 모르는 독일 출신의 교황은 어느새 탱고를 좋아하는 추기경을 이해하게 된다. 맛없는 독일 음식을 혼자 먹던 그가 추기경과 함께 길거리 피자를 즐기기도 한다. 추기경도 교황의 인간적 고뇌를 알게 되고 그의 은퇴 계획을 받아들인다. 1년 뒤 교황 은퇴가 공식화되고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에서 호르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압도적 표차로 선출된다. 교회의 역사가 바뀐 것이다. 이 영화는 종교 영화라는 외피를 쓰고 있으나 내면은 휴먼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 마지막에 두 교황이 와인과 독일 맥주를 마시며 2014년 월드컵을 시청하는 장면은 귀엽기까지 하다. 한편 영화에서 나오는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말은 오늘날 우리 상황을 일깨우는 죽비와도 같다. “장벽이 아닌 다리를 지어라.”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 모두의 잘못이다.”. 이 영화는 흑백논리, 진영논리가 판을 치는 현실 속에서 서로 다른 견해 차이를 어떻게 접근해 풀어가는지 실증적인 방식으로 일깨운다. 아울러 신념이 달라도 시대의 소명을 알아 흔쾌히 자리를 양보하는 아름다운 뒷모습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모든 감동은 오로지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라는 명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이 ‘골든 글로브’에 노미네이트(후보로 지명)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 2020-01-31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