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보통 사람들은 건강과 돈, 가족과 친구, 명예 등을 떠올린다. 반면 삶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인 습관을 떠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잘 들인 습관이 열 가지 노력 부럽지 않다는 말도 있듯, 습관에는 노년기의 삶을 청춘의 것처럼 빛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9월호는 커버스토리에서 ‘습관의 물리학’을 다뤘다. 나쁜 습관의 최고봉인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 ‘아하! 내가 지금 화를 내고 있구나!’, 이퇴계의 생활 습관, 습관적 사유와 행동 그리고 ‘약속하는 나’ 등의 콘텐츠를 담았다. 비대면 시대의 시니어가 SNS 사용 시 주의해야 할 나쁜 습관과 좋은 매너, MZ세대에게 배우는 리추얼, 미국 시니어들의 일상 습관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달라지게 만드는 웰에이징 습관은 시니어 독자로 하여금 좋은 습관을 들이게 해 주는 안내자가 될 것이다.
‘나는 원래 웃겼다’는 탤런트 김성환을 표지와 기사로 만날 수 있다. 베테랑 연기자이자 30년 넘는 경력의 라디오 진행자, 예능 MC까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인생 철학은 무엇일까. 성공한 방송인이자 가수, 노인의료나눔재단 이사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의 변죽 좋은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온다.
스페셜 인터뷰에서는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이병철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 부행장을 만났다. 은퇴한 시니어가 두 번째 인생을 즐기며 의미 있게 놀고, 행복한 인생을 스스로 만들기를 바란다는 그. 이 부행장에게서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뒷얘기와 신한은행이 바라보는 새로운 시니어 라이프 가치 등에 대해 들어봤다.
참 좋은 시절에서는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올림픽체조경기장, 리츠칼튼호텔과 박경리문학관 등을 설계한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 류춘수를 만났다. 그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인 서울월드컵경기장 설계를 맡을 때, 건축계의 ‘골리앗’ 현대건설을 상대로 던진 다윗의 승부수가 무엇이었는지 기사로 확인해보자.
추석 연휴가 있는 9월,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기분 좋게 대화하는 데 필요한 세대공감 소통법도 담았다. 배우 윤여정과 유튜버 밀라논나, 외식사업가 백종원 등 청년과 원활히 소통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시니어 3인방의 소통 노하우도 참고할 수 있다.
최근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인 우주여행 이야기도 담았다. 시니어들의 오랜 로망 우주여행이 국내에서도 가능할 수 있을지, 트렌드 톺아보기에서 국내 우주여행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신문물 설명서에서는 5060세대에게 더 나은 쇼핑 ‘옴니채널’을 소개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 채널의 장점만 모아 유기적으로 연결한 옴니채널을 이해하고 나면 쇼핑이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추어탕, 판소리와 광한루의 고장, 남원.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길 거리 많은 이곳에 최근 여행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명소가 등장했다. 감성 솔솔! 미술관 여기에서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을 소개한다. 매혹적인 물의 정원과 ‘생명 작가’ 김병종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 김병종미술관으로 떠나보자.
이 외에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 9월호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되어줄 ‘브라보 마이 러브’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대상 수상작 ‘대륙에서 길을 묻다’ ▲재개발과 재건축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점들을 알려주는 구해줘 부동산 ▲연금부자로 가는 지름길 TDF를 소개하는 생활 속 법률 상식 ▲나도 지구도 건강해질 수 있는 특별한 운동 ‘플로깅’을 소개하는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 등의 알찬 콘텐츠로 시니어 독자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고품격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 9월호는 전국 서점과 인터넷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50대 중장년 남성 A 씨는 최근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는 날이 잦아졌다. 소변을 보고 돌아오면 쉽게 잠들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이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나이 들면 자다가 소변 보는 일이 많아진다고 해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소변 때문에 자꾸 선잠을 자니 만성피로까지 생겼다.
수면 중 소변이 마려워 1회 이상 잠에서 깨 배뇨하는 증상을 ‘야간뇨’라고 하는데 주로 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빈뇨·야간뇨·다뇨 환자 수는 2016년 5만6000여 명에서 2020년 6만9000여 명으로 23.2% 늘었다. 2017년 이후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김대경 회장은 “보통 야간뇨를 노화로 인해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령 환자일수록 다양한 합병증에 노출되는데, 빈번한 야간뇨는 숙면을 방해하고 우울증이나 낙상에 의한 골절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야간뇨는 왜 발생하는 걸까. 우선 생활 습관이 원인일 수 있다. 잠들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는 잘못된 수분 섭취 습관이 대표적이다. 과도한 음주와 고카페인 음료 섭취, 불규칙한 수면 습관도 야간뇨를 일으킨다.
다음으로 자연스러운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다. 나이가 들면 항이뇨호르몬이 감소하는데, 이 항이뇨호르몬은 콩팥에서 물을 재흡수하게 해 소변 양을 줄이는 호르몬이다. 또 노화로 인한 콩팥 기능 저하도 야간뇨에 영향을 미친다. 콩팥의 주요 기능은 농축인데 나이가 들면 이 농축 기능이 떨어져 같은 양의 혈장이 지나가도 생성되는 소변의 양이 늘어난다.
또 남성은 전립선비대증일 가능성도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남성의 방광 바로 아래에 위치해 요도를 둘러싸는 전립선이 커지는 질병이다.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전립선이 방광을 들어올리는 결과를 낳아 방광을 자극해 야간뇨를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은 방광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여성은 요도가 짧아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방광염에 걸리고 쉽고, 감각이 예민해 과민성 방광증후군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야간뇨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생활 습관 개선을 먼저 이야기한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과다한 수분 섭취를 제한하고 일정한 시간에 숙면을 취한다. 과도한 음주와 고카페인 음료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즈러브 여성비뇨기과 김경희 원장은 “야간뇨는 정확한 진단으로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며 “우선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꾸고, 그래도 야간뇨가 계속되면 비뇨기과에서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대체공휴일법’ 공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서 16일 월요일이 첫 번째 대체공휴일이 되면서 시민들에게 ‘광복절 연휴’를 선물했다. 코로나 시국에도 문화생활을 즐기고픈 시니어에게 안전하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전시와 극장을 소개한다. 추억을 되새기고 새로운 해석에 감탄하다 보면 찾아오는 즐거움은 덤이다.
자녀와 함께 자전거 타고, ‘라떼는 말이야’ 전시도 즐기고
‘환승 지옥’에 출근길 가장 혼잡한 지하철역으로 악명 높은 신도림역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겼다. ‘신도림 문화공간 다락(多樂)’이 지난 2일 신도림역 2번 출구 앞 자전거주차장 2층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다락의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라떼는 말이야’ 전시회에는 1970~1980년대를 살아온 시니어라면 반가울 법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당시 사용하던 생활용품, 포스터, 옛날 오락실 게임기, 만화책 등 70여 점의 소품이 시니어 관객 뿐만 아니라 MZ세대의 눈길을 잡아 끈다.
이성우 구로구 문화예술팀장은 “요즘 인기인 ‘뉴트로(New+Retro)’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를 통해서 시니어가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젊은 세대와의 유대감이 형성되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자녀와 함께 방문하는 시니어 관람객이 많다”며 “어머니가 자녀 세대에게 생소할 수 있는 물건의 사용법을 설명해 주면 굉장히 흥미로워 하더라”고 덧붙였다.
오는 12월 31일까지 ‘라떼는 말이야’ 특별 전시가 열리는 다락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관람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입장 제한 15명으로 운영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MZ세대가 제안하는 ‘건강한’ 노년을 일러스트로
꽃다발을 안고 다정하게 기대 서있는 노부부. 수박껍질을 뒤집어 쓴 채 나란히 앉아 족욕을 즐기는 노부부. 건강한 노년의 삶을 주제로 한 전시 ‘구딩 노부부처럼 나이들기 - 당신과 함께여서 더 건강합니다’의 노부부는 어딘가 다르고, 조금 특별하다. ‘노부부’가 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깬 일러스트 ‘구딩 노부부 시리즈’는 MZ세대 일러스트 작가 긴숨의 작품이다.
긴숨 작가는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디자인 연수를 받던 중 마주친 영국의 노부부들을 접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벙거지 모자를 쓴 할머니, 에코백을 맨 할아버지를 그리며 설레고 기다려지는 노년의 일상을 꿈꿨다. 캐릭터 이름인 ‘구딩(Good+ing) 노부부’는 ‘좋다’는 의미의 영단어 ‘Good’과 현재 진행형을 만드는 어미 ‘ing’이 더해 만들어졌다. 항상 좋은 일과 멋진 순간이 계속되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있다.
구딩 노부부는 서울 종로구 서촌의 ‘건강책방 일일호일(日日好日)’에서 8월 2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구딩 노부부 시리즈의 대표 작품 33점, 건강책방 일일호일과 협력한 3점의 신작이 젊은 세대보다 더 젊게 살아가는 건강한 부부를 통해 노년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제시한다. 일일호일 김민정 책방지기는 “외롭고 병든 노년이 아닌, 젊고 활력 있는 일상을 살아가는 구딩 노부부의 삶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강한 노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철저한 방역 속에 진행돼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입장 시간과 정원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전시 기간 내 현장 방문을 통해 별도 예약 없이 무료 관람이 가능하지만, 수용 인원에 따라 현장 대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일일호일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굿바이 서울극장, 영화로 남기는 마지막 인사
1979년부터 약 40년 간 시민들의 문화 생활을 책임져 왔던 서울극장이 폐업을 앞두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서울극장은 지난 11일부터 ‘고맙습니다 상영회’를 진행 중이다. 영업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3주 동안 평일 하루 100명, 주말과 공휴일엔 하루 200명에게 선착순으로 무료 영화 관람 티켓을 제공한다. 당일 영화에 한해 원하는 시간대의 영화로 예매가 가능하며, 하루에 1인 2매까지 예매할 수 있다.
서울극장을 운영한 합동영화사는 1964년 영화 ‘주유천하’를 시작으로 247편의 한국영화를 제작했다. ‘빠삐용’(1973), ‘미션’(1986) 등 100여 편의 외화를 수입하고 배급해오기도 했다. 서울극장의 설립자인 고(故) 곽정환 합동영화사 회장이 1978년 종로 세기극장을 인수했고, 이듬해 스크린 한 개를 건 서울극장이 문을 열었다.
스크린 하나로 시작해 상영관을 11개까지 늘린 서울극장은 피카디리와 단성사, 대한극장 등과 함께 종로3가를 1980~1990년대의 한국 영화 흥행의 중심지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확장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의 약진, 코로나19로 인한 관객 수 급감 등, 영화 산업 생태계를 덮친 변화의 파도를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고(故) 곽정환 회장이 연출하고 고은아 합동영화사 현 회장이 출연한 ‘쥐띠부인’(1972)이 서울극장의 역사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특별 상영된다. 그동안 서울극장의 기획전에서 누락된 명작 영화들도 다시 상영한다.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폭스캐처’(2014), ‘걸어도 걸어도’(2008),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의 모티브가 됐던 ‘서칭 포 슈가맨’(2011) 등의 영화가 준비돼 있다.
이 외에도 현재 상영 중인 ‘모가디슈’, ‘휴먼 보이스’, 지난해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등 하반기 개봉 예정작 4편을 프리미어(정식 개봉 전 특별 상영)로 만나볼 수 있다. 당일 무료 선착순 인원이 마감돼도 일반 상영작은 6000원으로 관람할 수 있다. 특별상영작인 ‘쥐띠부인’과 프리미어 상영작, 정상 개봉작은 정상가에 관람 가능하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환상이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환상, 사랑 자체에 대한 환상, 환상 없이는 애초 사랑이 설 자리가 없는 거지. 사랑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사랑이 갖는 그 환상성 때문 아닐까? 거기에 착각의 고명을 올리면 한 그릇 사랑으로 손색이 없겠지.”
“그럼 넌 사랑해봤니? 네 식으로 말하자면 환상해봤니? 어째 네 말이 체념적으로 들리네.”
“…….”
친구와의 대화가 여기서 중단됐다. 환상을 발설하는 순간 은빛 날개가 잿빛으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에. 남루하고 추레한 본색이 드러나면 내 삶의 발판도 흔들리니까. 그에 대한 나의 환상이 지워질세라 지금도 그의 실체에 조바심 나는 덧칠을 수시로 해댄다. 평범한 청동상에 찬란한 도금을 입히듯. 그의 실체라니?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는 내게 더없이 따뜻하고 섬세한 사람 아니었나. 단지 어느 날 그가 차갑게 돌아섰고, 그럼에도 그를 잊을 수 없는 나의 고통의 간격을 환상으로 메우고 있을 뿐….
그와 나는 공중파 라디오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로 만났다. 직업 특성상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나를 만난다는 것이 그에게 약간의 설렘을 주지 않았을까. 물론 방송에 출연할 정도면 그 또한 알려진 사람이라고 해야 할 테지만. 그렇게 내가 다소 우위에서 우리의 만남이 시작되었지만 1년 후 나는 그에게 차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가 내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는 홀연히 떠났다. 이후 나는 7년째 ‘환상 중’이다.
내과의사인 그를 의학 정보 코너에 초대하고 일주일 후, 그는 방송 출연료로 내게 밥을 사고 싶다고 했다. 출연자들로부터 그런 식으로 식사 대접을 받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건 없었다. 일로든, 개인적 호감으로든 친분과 인연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자리였음에도 첫 만남부터 그와 나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미 좋아진 관계에서 왜 우리가 서로 좋아하게 되었나를 분석할 필요는 없다.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찾는 거라면 몰라도. 어느새 그는 나에게 완벽한 남자, 나는 그에게 완벽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적어도 우리 둘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어떤 젊은 여자가 신랑감을 부모에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란다. 키 크고 인물 좋고 직업 좋은데,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엉망인 치열, 왜 여태 교정하지 않았냐고 여자의 부모가 물었다. 당황한 쪽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고. 1년 넘게 교제하면서도 남자친구의 치열이 심하게 고르지 못하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상대의 약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약점조차 장점으로 보이게 하는.
그처럼 내게 혹은 그에게 남이 보기엔 약점이 있었다 할지라도 우리 또한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관계를 타인에게 노출한 적이 없었으니. 우린 그냥 자석의 S극과 N극처럼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겼다. 그도 돌싱 나도 돌싱, 게다가 50대 중반. 세상에 대해 너그럽고 둥근 시선을 가질 만한 때라는 보편적 공감대도 견고했다.
“지금까지 어디 있었니? 어디 있다가 지금 나타난 거야.” 세 번째 잠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속삭였다. 섹스 뒤의 후희처럼 그의 언어는 나른하고 황홀했다. 내 환상의 그물코는 그렇게 꿰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는 수시로 꽃이나 향수, 책 등을 선물했고, 치료에 대한 답례로 환자에게 받은 자잘한 명품 소품들도 자신이 갖지 않고 내게 건넸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도 내가 사는 동네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과자 따위를 손수 사들고 오기도 하고, 새벽에 불쑥 내 집 앞에 서 있기도 했다. 마치 밤새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지치고 간절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봐야 그날 병원 일을 안정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한마디로 그는 자상하면서도 멜랑콜리했다. 유약하고 섬세했다. 내 안의 보호본능을 불러일으켰다. 내 모든 것을 내어줄 태세로 나는 감동했다. 환상과 착각의 그물이 빠른 속도로 짜여져갔다.
“헤어진 아내는 남편하고 자식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어. 착했지만 답답했지.”
돌이켜보면 눈치 챌 순간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스테이크의 마블링처럼 그의 맘짓, 말짓 사이사이에 그의 성격적 단면이 비쳤으니. 그게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중년의 한국 남자가 그만한 일로 아내와 이혼을 한다? 남편과 자식밖에 모르는 그의 아내가 먼저 이혼을 요구했을 리는 없으니. 나도 이혼을 했지만 남편은 도박중독에 빠진 데다 재활 의지도 없었으니까. 적어도 그 정도 사유는 돼야 이혼까지 간다는 게 통념 아닌가.
머지않아 내게도 잔인한 순서가 닥쳤다.
“우리 이제 그만 끝내자. 언젠가는 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어. 당신과 가까워질수록 그만 만나야 한다는 조급함이 맥박처럼 뛰었지.”
당신은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냐고 속삭일 때는 언제고, 처음부터 헤어질 궁리를 하고 있었다는 말은 또 뭔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내가 무슨 유부남의 내연녀도 아니고. 황당했다.
그렇게 나는 한 칼에 ‘정리’를 당했다. 나는 그에게 한갓 전리품에 불과했을까. 내가 뭘 잘못했냐고, 나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고치겠다며 붙잡고 매달릴 새도 없었다. 이후로 그는 전화와 문자, 이메일 등 일체의 연락 수단을 차단해버렸으니까. 계절이 변해 옷을 갈아입듯이 그의 변심과 이별 통보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불가항력적이었다.
우리 사이에는 조건의 장애도, 심리적 장애도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어쩌면 그 무장애가 장애였을까. 싫증과 권태의 요소였을까. 그는 나와의 관계에서 짜릿함을 추구했던 걸까. 한 여자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방랑벽이 있었던 걸까. 한마디로 바람둥이였을까. 그의 아내도 나처럼 일방적인 이별 통보의 뒤통수를 맞은 걸까. 생각의 꼬리를 물어봤자 놀이터에서 신명나게 놀던 두 아이 중 하나가 ‘난 그만 집에 갈래’ 하고 폴짝 뛰어갈 때처럼, 홀연히 떠난 아이가 그였고 망연히 남겨진 아이는 나였다.
간신히 마음을 수습하고 일상을 꾸리며 방황을 환상으로 박제해 가슴에 들어앉힌 것이 어언 7년째. 오늘도 나는 환상의 도금이 행여 벗겨질세라 나의 지난 사랑을 가슴팍에 보듬는다. 나의 사랑이 허상은 아니었다는 주문을 외우며. 나는 비로소 그를 완전히 소유하게 되었다. 그에 대한, 사랑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않는 한 나는 그를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 오늘도 내 사랑의 제단에는 환상과 착각의 향이 피어오른다.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와 이때의 어스름한 빛을 ‘황혼’이라 한다. 삶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어스름한 단계에 무슨 사랑이 있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부의 인생에서 황혼은 죽음만을 준비하는 차분한 시간이 아니다.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시간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8월호는 커버스토리에서 ‘황혼 부부’에 관한 은은한 편견을 벗겨내는 그들만의 로맨스와 부부관계를 소개한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중년 부부 소통법, ‘관심 더하고 남 탓 줄이고’ 황혼 부부 행동 가이드, 부부가 함께하는 은퇴 설계, “내려놓으니 보였다” 퇴직 부부의 다시 쓴 이모작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황혼에 이른 부부가 함께 나아갈 지표도 제시했다.
김찬숙 고문의 ‘매일 나누고 베풀며 어른이 되어가는 삶’을 표지와 기사로 만날 수 있다. 서울대 총동창회 고문이자 서울대치과대학 총동창회 고문이기도 한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성실하게 채워온 진정한 멋을 느낄 수 있다. 주어진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이제 ‘아이들이 본받고 싶어 하는 할머니’로 거듭나고 있는 김찬숙 고문을 만나 답답했던 인생 고민의 답을 구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구해줘 부동산에서는 ‘경매로 노후 자산 만들기’를 이야기한다. 연일 집값이 고점을 찍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경매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경매 열풍의 이유를 알아보고 경매 시 주의사항도 확인할 수 있다.
고령이 된 창업주들에게 최대 관심사는 바로 가업 승계다. 사전에 가업 승계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상속세로 인해 2세대 경영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생활 속 법률 상식에서 소개한 ‘가업 승계를 위한 솔루션’을 살펴보면 이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
코로나19로 답답했던 마음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는 이야기도 준비했다. 공항이란 장소는 여행이 시작되기도 전 가슴을 웅장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그 설렘을 잊고 지낸 지 어느덧 2년째.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비행기와 하늘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만나며 하늘 위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 것은 어떨까?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다. 경탄할 만한 조선 원림을 구경할 수 있는 담양 소쇄원을 추천한다. 옛 선비들은 수상한 세상에 질려 일쑤 산야로 스며들었다. 소쇄옹(瀟灑翁) 양산보(梁山甫, 1503~1557)도 그랬다. 잘 나가던 스승 조광조가 훈구파에 몰려 유배되자 그는 세상에 염증을 느껴 산골짝으로 들어가 줄곧 산중 원림 ‘소쇄원’을 가꾸며 살았다. 아름다워 정들기 쉬운 소쇄원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 8월호는 ▲중년의 사랑을 보듬어주는 ‘브라보 마이 러브’ ▲김용준 프로의 골프 레슨 ‘이완’과 ‘수축’ ▲요즘 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는 신문물 설명서 ‘앱, 크루와 함께하는 요즘 러닝’ ▲5060 마음에 핀 청춘의 꽃, 팬덤 문화로 활짝 피다 ▲메타버스, 시니어 플랫폼으로 가능할까? 같이 알짜배기 콘텐츠로 시니어 독자들을 찾아간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8월호는 전국 서점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다.
숨 고르기가 필요할 때다. 막연하게 이 시절이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투명한 햇빛이 너무 눈부시다. 팍팍한 일상에 느낌이 있는 시간이 언제였나. 마음을 채우고 자신을 살펴주는 일을 잠깐 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지도 중심부에 자리 잡은 교육의 도시 청주,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 어디서든 교통과 지리적 접근성이 좋아 하루쯤 후딱 달려가 볼 수 있는 예쁘고 단아한 도시, 무심한 듯 알찬 쉼과 여유로움이 가능하다.
도시지만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좋다. 한가한 한낮이라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귀하게 시간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 이렇게 네 곳에 있다. 한때 연초제조창이었던 넓은 부지를 2018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으로 오픈했다. 예전의 담배공장이 그 모습을 뒤로하고 이렇게나 멋진 미술관으로 탈바꿈하다니 놀라울 수밖에.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총 5개 층으로 구성된 전시관을 보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주말엔 현장에서 수시 입장도 가능하지만 인원 제한이 있다. 그렇지만 여기선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움이다. 모던한 미술관 앞의 넓은 잔디광장을 거닐거나, 벤치에 앉아 바람과 햇살의 평온함을 누리는 것도 이곳에서는 특별하다.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미술관은 재미있는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미술관 옆으로 이어진 건물에 핫한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있어서 잔디광장을 내다보며 느긋하게 맛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소통하는 수장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관은 5층 기획전시실, 4층 특별 수장고(미술은행 소장품), 3층 개방 수장고 및 라키비움, 보존처리실, 2층 보이는 수장고 및 관람객 쉼터, 1층 로비 및 수장고, 프로젝트 영상, 아트존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미술관의 소장품을 보관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수장고, 그곳에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도록 공개하여 ‘개방’과 ‘소통’을 위한 ‘열린’ 미술관을 지향한다. 덕분에 백남준, 이중섭, 배병우, 김세중, 니키 드 생팔 등 뛰어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엄청난 예술 작품들의 위용에 압도되어 처음에는 마구 흥분된다. 미술관을 충분히 둘러보고 나면 상상력을 자극받고 알 수 없는 위로와 풍성함으로 뿌듯해진다. 평일 한낮에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도심에 이렇듯 품격 있는 미술관을 품고 있는 청주 시민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입장료가 무려 무료다.)
미술관 바로 옆으로 나가면 1960~70년대 한국 산업화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옛 청주 연초제조창의 담뱃잎 보관 창고였던 7개 동이 시민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동부창고다. 그 시절 청주와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졌던 청주의 대표적 산업체였다. 이제는 보존 가치가 높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문화 공간이다. 그 뒤편의 미로처럼 경사진 골목으로 올라가면 드라마 촬영지로 SNS에서 유명세를 치렀던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 벽화마을 수암골이다.
그들과 함께한 역사, 무심천과 상당산성
청주를 감싸고 있는 상당산성으로 가는 길에 도심을 동서로 구분하는 예쁜 물길 무심천에서 문득 브레이크를 밟는다. ‘마음을 비운다’는 뜻의 무심천은 봄이면 벚꽃이 눈부시고,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휴식처이기도 하다. 언젠가 이곳 출신인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속에서 청주 무심천을 건너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청주를 품고 있는 상당산성 앞에 서면 길게 이어지는 성벽과 함께 계절의 푸르름에 가슴이 뻥 뚫린다. 백제 시대 방어 시설로 처음 축성되어 조선 시대에 개축된 상당산성은 면적 12.6ha, 둘레 4,400m, 높이 4.7m, 사적 제212호다.
산성마다 나름의 역사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이 길은 과거 영호남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목이었다고 한다. 역시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자연스러웠던 풍경이다. 그 견고한 성벽길을 걸어보자. 완만한 4km 순환형 둘레길이어서 아이를 데리고 천천히 걸어도 좋고,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도 더할 나위 없다. 이 길을 걸으며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풍경이 청주를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분명 도심 속의 산길인데도 확실히 도심을 벗어났다는 기분이 든다. 걷기에 따라 1~2시간 정도 길이다. 지난 4월엔 이달의 추천길로 선정되었다.
자연 속으로, 운보의 집
이제 나들이하듯 가까운 근교로 잠깐 나가본다. 청주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운보의 집’이 있다. 동양화가 운보 김기창 화백은 어릴 적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로 청각을 상실했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화가로서의 역량을 나타냈다. 특히 아내 박래현 화가와의 러브스토리는 전설적이다.
운보의 집이 위치한 청원구 내수읍은 김기창 화백 어머님의 고향이다. 마음의 고향 같은 이곳에 정착하여 노후를 보냈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했던 곳이다. 전통 한옥으로 안채와 행랑채, 비단잉어가 노니는 연못에 정자와 돌담이 운치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미국 대사관 건물이었던 곳이기도 하다.
아내 우향 박래현 화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 산 아래 운보미술관은 규모가 제법 크다. 미술관을 둘러싼 야외 정원의 조각 작품이나 수석은 자연 속에서 품격을 더한다. 멋스러운 문화예술 공간이다. 부부인 듯 점잖은 커플이 뒷짐 지고 작품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다. 두 분의 뒷모습이 여유롭고 아름답다. 그들을 앞지르기 조심스러워 그림 앞에서 한참씩 걸음을 멈추곤 했다. 비로소 주변을 바라보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예술가의 작품에서 따뜻한 위로를 선물받는 기분이다.
100년 전의 옛 청주역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청주에 청주역이 있었다. 청주시청 부근의 옛 청주역이 ‘옛 청주역사공원’으로 복원된 것이다. 도심 속의 일반적인 공원이 아닌 철도공원이다. 기차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설렘이 생긴다. 교육도시 청주답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기차역으로 달려오는 풍경이 와락 연상된다.
아담한 역사(驛舍)가 자그마한 옛날 국민학교를 연상케 한다. 민트 색감의 창틀이 옛 느낌을 더한다. 주변 풍경마저 옛 건물들로 즐비하다. 문이 닫힌 시간에 들렀기에 청주의 역사와 과거의 모습이 전시된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옛 청주역의 바깥 풍경만으로도 시간여행을 한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역 광장에 서니 추억의 흑백 필름이 휙휙 지나간다. 어쩐지 가슴 뭉클하는 순간이다.
고품격의 전시, 청주고인쇄박물관
문화도시 청주다. 예향(藝鄕)이라 할 만큼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많다. 또한 20년 넘도록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다. 숲으로 둘러싸인 고인쇄박물관을 빠뜨릴 수 없다. 1377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간행한 고장이다. 독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78년이나 앞섰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기억해야 할 긍지다.
청주고인쇄박물관, 흥덕사지, 금속활자 전수교육관을 순서대로 돌아보면 된다. 본관의 1, 2, 3관과 쉼터, 홍보영상실. 귀중한 소장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위대한 역사의 순간을 느껴볼 수 있다. 금속활자부터 목활자까지 변천사와 ‘직지심체요절’이 지니는 깊은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고려 공민왕 시절에 세워진 직지의 요람인 흥덕사, 인쇄 문화의 이해를 높이는 금속활자 전수교육관이 함께 있어서 차례대로 둘러보며 직지의 위상을 비로소 깨닫는 시간은 소중하다.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아직도 둘러볼 곳이 많은 청주다. 미호천변의 성곽 정북동 토성은 요즘 일몰 때 멋진 실루엣을 찍기 위해 사진가들이 찾아든다. 템플스테이와 석가모니 진신사리로 유명한 사찰 용화사,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 휴가지이자 대청호반의 산책로 청남대, 로하스 해피로드 대청호 오백리길,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 마무리와 안질 치료를 위해 머물렀다는 초정행궁(椒井行宮), 청주 역사의 산증인 성안길, 청주만의 맛집 삼겹살거리, 사람 냄새 물씬한 전통시장 육거리시장, 점점 핫해지는 감성 가득한 운리단길… 곳곳이 감성 넘치는 핫 스폿이다.
잠깐 두리번거리면 보물찾기처럼 다가갈 곳이 나타났다. 시종일관 흥미롭고 은근히 끌렸다. 마음도 말랑해지고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기댈 곳 없어 혼자 우두커니 서성일 때 어쩌다 하루쯤 떠났다가 결핍을 채우고 흐뭇하게 돌아올 수 있다. 이곳 청주 출신 도종환 시인이 그의 시 ‘동행’에서 말했듯 ‘먼 길 가다 만난 나무처럼 / 지친 몸 기대게 해줄 푸른 그늘 있다면’ 그럴 때 떠올려보는 곳, 맑은 고을 청주.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사랑은 언제 멈출 거나?”
“볶은 콩에 싹이 나면.”
어느 드라마 속 두 여인의 대사다. 40년 전 풋사랑을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된 가슴앓이, 어쩌다 보니 그도 혼자, 나도 혼자, 그렇다고 선뜻 그를 따라나설 수도 없는 현실의 굴레에서 걷잡을 수 없는 추억의 급물살을 맞는 주인공. 가까운 친구에게 자신의 속앓이를 털어놓는 그 소용돌이에 내가 똑같이 말려들 줄이야.
사는 동안 맞닥뜨리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는데, 옛사랑의 현재 모습이 그 하나란다. 나머지는 작가의 맨얼굴, 요리사의 손톱 밑이라나. 그런데 어쩌랴. 봐선 안 될 40년 전 옛사랑이 내 앞에 나타났으니.
내가 그를 다시 만난 건 드라마에서처럼 우연이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남편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1년째 되던 해. 우울과 무기력으로 잿빛 세상을 버티고 견뎌내던 어느 봄날, 고향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의례적인 안부에도 지쳐 있을 나에 대한 친구의 배려였을까? 거두절미하고 전화기 너머에서 대뜸 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ㅁㅁ 씨 기억나? 한번 만나볼래? 큰 의미는 둘 거 없고 잠깐 활기나 얻으라고. 너 혼자 됐다고 하니까 한번 보고 싶은가 봐. 네 남편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 사람으로선 네가 첫사랑 아니니.”
그의 이름을 되뇌는 순간, 나와 세상 사이의 가림막이 거둬지고 무채색 캔버스에 채색 물감이 번져갔다. 멈췄던 삶의 시간이 다시 흐를 수만 있다면….
그는 남편의 대학 선배이자 나를 사이에 둔 사랑의 라이벌이었다. 그와 남편의 성향은 동과 서, 남과 북만큼 달랐다. 남편이 내향적이라면 그는 외향적이었고, 남편은 선비 기질인 반면 그는 기골이 장대하고 남자다웠다. 학자 타입의 남편은 섬세함에 더해 자상한 면이 있었지만, 그는 대범하고 호방했으나 예민한 감수성이나 예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40년 만의 해후임에도 남편과 세밀히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전부터 그의 기질과 성격을 알았던 것은 아니다. 남편과 살면서 가슴속에 아련히 그를 품고 있었던 것도 물론 아니다. 단지 그와 만난 3개월 동안에 파악한 것이니 걷잡을 수 없이 그에게 빨려 들어가는 내 마음의 반영이리라.
“ㅇㅇ이,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스무 살 고운 모습 그대로네. 그때 내가 너에게 청혼도 못 해보고 네가 내 후배와 결혼한 후 한 5년을 방황했지. 이러다 폐인 되겠다 싶어서 적당한 여자를 만나 뒤늦게 결혼을 했고. 물론 좋은 여자야, 무척 헌신적이고.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네 자리를 단 하루도 더듬지 않은 날이 없었어. 꿈에서라도 한번 같이 살아보고 싶었지.”
“호호. 오빠, 농담 말아요. 지금 내 나이가 60이 가까워오는데 스무 살 때 모습이 그대로 있다니. 그때 청혼하지 왜 안 했어요? 그랬다면 다시 생각해봤을 텐데.”
“장난스레 말하지 마. 그때 네 남편이 군에 있었잖아. 그 사이 너와 가까워질 수도 있었지만 그건 공정한 행동이 아니지. 더구나 내가 3년이나 선배인데 요즘 젊은애들 말로 후배와 썸을 타고 있는 여자에게 대놓고 구애하는 건 안 될 일이지. 그 친구가 제대한 후 너에게 결정하도록 하려고 했는데,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너와 그 친구가 많이 가까워져 있더군.”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활짝 열렸다. 남편과 나에 대한 배려심, 속 깊은 정의감 등이 그를 믿음직하고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이다. 마주 보며 대화할 수 있고 원하면 만질 수도 있다. 남편이 떠난 이후 가장 힘들었던 건 아무리 그 사랑이 컸다 해도 오감에 잡히는 한 조각의 그 무엇이 더는 없다는 것이었기에.
늦은 봄, 고즈넉한 교외의 일식 레스토랑에서 그는 머뭇대며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세 번째 만남이었다.
“ㅇㅇ아, 손 한번 잡아봐도 될까?”
나는 대답 대신 그에게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그의 두툼한 손이 내 손등 위에 살포시 놓였다. 따스하고 든든했다. 잠시 후 그의 손이 내 얼굴 언저리로 다가왔다. 그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주춤대는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아 다시 나의 손등 위에 얹어놓았다. 그에게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시선을 내리깔았지만 가슴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계절의 봄은 저물고 있는데 내 인생의 봄은 이렇게 다시금 찾아드는 걸까.
“꿈에서라도, 그도 아니면 다음 생에서라도 부부로 만나 한번 살아보고 싶었어. 그런 너의 손을 잡아보는 데만 40년이 걸렸구나. 지금이라도 부부처럼 여행도 가고, 애들처럼 놀이공원도 가고, 손 붙잡고 맛있는 집 찾아 전국을 돌면서 걱정 없이 웃고 즐기며 젊은 한때로 돌아가고 싶다.”
남자는 시각에 약하고 여자는 청각에 약하다고 했던가. ‘꿈에서라도 살아보고 싶었다’란 그의 말이 귓바퀴를 로맨틱하게 간지럽혔다. 황홀했다. 남편과 사별 후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죽고 초라해진 내면에 자존감의 바람이 차올랐다. 허방을 딛고 있던 공허함이 메워지며, 구겨진 자존심이 펴지고, 우울증의 얼룩이 씻겨나갔다.
나는 그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이며, 단 하나의 옛사랑이 아닌가! 허름한 중년 남녀가 남루한 외로움 때문에 그렇고 그렇게 만난 게 아니다. 환상이어도 좋았다. 설혹 착각이었다 해도, 허영이면 또 어떠랴.
하나로 흐르고 있는 그와 나의 시간도 물이 수소와 산소로 나뉘듯이 언젠가는 다시 분리될 것이다. 그가 나에게 가진 감정이 사랑이라 해도 결국 그는 가정으로 돌아갈 거라는 통속적인 결말을 나 또한 예상해야 할 테지. 복잡한 심사는 그뿐만이 아니다. 그를 향한 내 마음이 깊어갈수록 내 사랑의 방에는 아직 남편이 살고 있다는 것을 언뜻언뜻 확인한다. 내게 사랑의 방은 하나뿐일까. 그 방에 남편이 기거하고 있는 한 그를 온전히 들여놓을 수는 없는 것일까….
MZ세대와 뉴노멀의 등장, 코로나 팬데믹으로 결혼문화도 크게 바뀌고 있다. 애지중지 키운 딸과 아들이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시니어들은 걱정부터 앞선다. 결혼 준비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자녀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지까지….
요즘 젊은이들은 자립심이 강해 스스로 준비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 의존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부모가 자녀의 결혼을 모른 척하고 싶어도 모른 척할 수 없는 셈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7월호는 커버스토리에서 코로나19로 소규모‧고급화하고 있는 ‘2021 웨딩 트렌드’와 자녀를 품에서 떠나보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어 알아두면 좋을 ‘혼주 에티켓’을 소개한다. 또 자녀 결혼에 필요한 예물과 혼수, 신혼집 마련에 필요한 꿀팁에 허니문 변천사도 알려 준다.
평생 화두 ‘동반성장’ 의지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상생 염원을 담은 오톨도톨한 점자혼용 명함을 제시하는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을 표지와 기사로 만날 수 있다. 정 이사장이 들려주는 참 좋은 시절, 그때는 그랬지 추억 속 이야기에 빠져보면 어떨까.
한줌의 늦깎이 역사 소설가 오세영 씨는 데뷔작 '베니스의 개성상인'에서 '자산어보'로 돌아왔다. 역사란 퍼즐의 이음새를 자신만의 결로 다듬어 모나지 않은 그림으로 완성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를 만나 북인북 코너를 구성했다.
‘경북 최대의 농지 면적과 적극적인 귀농귀촌 정책을 완비한 상주시’를 가보고 싶은 귀농귀촌 우수 지자체로 소개한다. 오래전부터 쌀, 누에, 곶감의 도시로 유명한 상주시는 다른 어떤 도시보다 농업 도시로서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농업 혁신 도시로 전환을 꾀하고 있는 상주시의 귀농귀촌 여건과 정책 지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구해줘 부동산에서는 ‘아파트 말고 꼬마빌딩으로 노후준비’를 이야기한다. 대출 규제와 고강도 중과세, 집값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아파트 말고 빌딩을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빌딩 선호 추세가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빌딩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꼬마빌딩이 궁금한 독자를 위한 알찬 내용이 담겨 있다.
슬기로운 보험생활에서는 기존 가입 보험의 숨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보험 리모델링’을 소개한다. 보험 리모델링은 보험 가입 구조나 기능 개선을 통해 위험관리의 가치를 올리는 행위다. 시니어들을 보험 리모델링에 따라 노후 의료비를 대비가 달라질 수 있다.
1985년 강변가요제에 발표돼 선풍적 인기를 끈 노래가 있다. 임석범과 김복희가 마음과 마음이라는 듀엣으로 부른 ‘그대 먼 곳에’가 주인공이다. 36년이 지난 지금도 아내와 함께 마음과 마음을 이끌며, 음악과 라이브 카페, 유튜브까지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임석범을 만났다.
이 외에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 7월호는 꿈에서라도 함께 살아보고 싶었던 첫사랑 이야기를 담은 브라보 마이 러브, 명나라 고관 대작의 집에서 벌어지는 운우지락이 그려진 중국 춘화 이야기를 담은 재미있는 性인문학, 고급 취미에서 재태크로 변신하고 있는 아트테크를 소개한 생활 속 법률 상식, 차려 먹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오는 장수 밥상을 알려주는 이달의 구독, 먼 길 가다 만난 나무처럼 맑은 청주(淸州)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느린 여행, 닭과 전복을 활용한 이색 보양 레시피를 담은 엄마가 엄마에게 같이 시니어들이 재밌고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내용을 가득 실었다.
시니어 전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 7월호는 전국 서점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다.
미술 작품 감상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곰곰 뜯어봐도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추상화 앞에선 머리에 쥐난다. 이게 관람객의 둔감 탓이라고만 할 수 있으랴. 작가 자신도 무슨 짓을 했는지 알 바 없이 휘갈긴 작품도 ‘천지삐까리’다. 작품이 난해하니 미술관에 가봐야 재미가 없다. 미술관들의 따분한 콘셉트에도 식상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여기에 꽤나 재미있는 미술관이 있다.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에 있는 가나아트파크다.
일영리는 산 좋고 물 좋은 전원이다. 예전부터 교외선을 타고 장흥역(현재는 폐역)에 내려 일영 일대의 산수와 찻집을 즐기는 데이트족들이 넘실거리던 곳이다. 유흥주점과 러브호텔로 불야성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다 2008년 ‘장흥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되면서 슬쩍 변신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알록달록 치장한 업소들이 난립해 어지럽지만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 문화 공간 다수가 이 골짜기에 들어서면서 좀 색깔 있는 동네로 부상했다. 처음 문화예술의 공기를 주입한 건 토탈미술관이었다. 토탈미술관을 서울 평창동에 있는 가나아트센터가 인수하고 개조해 2006년에 문을 연 게 가나아트파크다.
가나아트파크는 ‘쉬운 미술관’을 표방한다. 설립자는 가나아트센터의 리더 이호재 씨. 화랑계의 ‘큰손’이자 진취적인 기획자다. 그는 문턱과 눈높이를 낮추고 재미를 부여해 누구나 쉽게 찾아와 미술 체험을 할 수 있는 미술관을 궁리하다 가나아트파크를 열었다. 그의 지향과 방책은 선명했다. 어린이들을 주 타깃으로 삼은 거다. 아이들에게 미술과 미술관도 사이버 게임처럼 아주 신날 수 있다는 걸 경험시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울러 아이들의 삶에 좁쌀만큼의 작은 크기로라도 미술이라는 소우주가 달라붙을 수 있길 바랐을 테고. 그게 결국은 미술 인구의 확대와 저변의 풍토를 다지는 지름길이라 보았을 테고.
이호재 씨의 이와 같은 궁리와 실천은 평범한 게 아니었다. 머리 잘 돌아가는 미술 사업가들이 많지만 아무도 ‘어린이 중심의 미술관’을 착상하지 못했던 시절에 기염처럼 토해낸 발상이었으니까. 요즘이야 어린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은 사립미술관이 꽤 있지만 예전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어린이 미술관으로서 가나아트파크가 지닌 위상이 우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나? 연간 관람객 수가 10만 명 이상이라 하니 순항이다. 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한다더라. 이건 사립미술관의 숙명에 가깝다. 무료입장 제도를 운용하는 국공립미술관의 관람객 유인력을 당할 재간이 없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사실 비싸지도 않지만) 사립미술관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무려나, 가나아트파크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뜀박질로 흥겹다. 그러라고 놀이터처럼 꾸며놓은 공간과 시설이 많다. 아이들은 다들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이끌려 이곳에 온다. 그러기에 아이들 못지않게 어른들도 많다. 젊거나 늙숙한 부부와 연인들도 전시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너른 정원에서 짧은 피크닉을 즐긴다. 자유로이 마음 보따리를 풀어놓고 쉬기 좋은 미술관이다. 즉 남녀노소가 어울려 체면 차릴 것 없이 일락(逸樂)할 수 있는 곳이다.
정원을 가로질러 본관 건물로 들어간다. 지상 2층과 지하 1층으로 지은 이 건물엔 각각 층고가 다른 6개의 전시실이 있다. ‘카페 오월’과 아트숍도 있다. 1층 전시실 옆댕이엔 아이들의 놀이장인 ‘볼풀 아일랜드’가 있다. 그림 관람을 하는 어른들과 잠시 헤어진 아이들은 이곳에서 맘껏 논다. 아이와 어른을 동시에 배려했다. 이런 기발하고도 친절한 미술관을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을 위한 전시실도 따로 구획해 ‘교과서 속 그림여행’이라는 이름의 상설전을 펼친다.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 교과서에 나오는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인기를 끄는 백남준 전시실
2층 5전시실에선 기획전이 펼쳐진다. 젊은 서양화가 허보리의 ‘Love My Hero’전이다.(4월 30일까지) 허보리는 만화가 허영만의 딸이란다. 전시실로 들어서자 탱크 한 대가 눈에 쑥 들어온다. 허보리의 설치 작품이다. 그녀는 은퇴한 가장들의 양복과 넥타이를 잔뜩 수집해 오브제로 삼았다. 천을 잘라 감거나 둘둘 뭉쳐 캐터필러를 비롯한 동체와 포신을 만들었다. 이 괴상한 헝겊 탱크로 어떤 메타포를 전하는가? 쉽다. 삶이라는 전장에서 먹이를 물어오기 위해 탱크처럼 진격하는 생활의 전사(戰士)를 오마주했다. 포신은 맥없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탱크처럼 밀어붙여도 어찌할 수 없이 돌아오는 생의 피로와 패배를, 무기력과 발기부전을 보여준다. 정육 쇼케이스 안에 총알과 수류탄 따위를 만들어 고깃덩어리처럼 진열한 작품 ‘무장가장’(武裝家長)도 노골적이긴 마찬가지다. 인생의 희로애락 중에서 작가는 ‘애’(哀)를 끄잡아냈다. 삶이 기쁘고 아름답다고? 잉? 그럴 리가! 허보리는 그리 따진다. 혹은 가혹한 삶을 위무한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들을 모은 전시실도 있다. 가장 인기를 끄는 공간이란다. 새와 나무, 꽃을 그린 크레파스화들에서 드러나는 백남준은 어린애다. 세 살짜리 천진이 끼적인 낙서처럼 알량하나 생기롭다. 백남준의 나이 67세에 이 유치한 그림들이 나왔다. 도통하면 애로 돌아간다. 달통하면 쉬워진다. 그에겐 닫힌 게 없어 막힐 것도 없었다. 관조의 눈으로 세사를 넓게 읽었다. 자전거를 탄 모니터들로 이루어진 작품을 보라. 골치 아플 거 없이 쉽고 재미있다. 거기에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나. 백남준은 남들이 안 하거나 못 하는 걸 찾아 해치우는 재주를 창작의 견인차로 삼았을 뿐이다. 백남준이 괴로워한 유일한 문제는 어쩌면 경제였다. 당신은 왜 TV 모니터로 작품을 일삼는가, 이런 질문에 돌아온 답이 이랬다. “돈이 있어야 예술도 되거든. 집에서 보내주는 돈도 끊겼고, 뭘 해야 돈이 되나 궁리를 하다 하다 TV에 착안한 거라고.”
본동 외에도 가나아트파크엔 다수의 건축물이 있다. 동쪽 끝자락에 있는 아틀리에 두 개는 모텔을 사들여 개조한 건물로 많은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활동을 한다. 루브르박물관과 대영박물관 내부 설계를 맡았던 장 미셸 빌모트가 개조 설계를 했다. 도드라지기로는 미술관 중심부에 나란히 선 박스형 건물 세 채. 각기 통째로 파랑과 노랑, 빨강을 입어 매우 강렬하다. 이 미술관은 피카소 작품 1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반가워라, 피카소! 파란색 건물에선 피카소 작품들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피카소의 일상을 담은 사진도 여러 점 내걸려 흥미롭다. 담배를 물고 싱긋 웃고 있으나 뭔가 길들지 않은 포악한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표정의 피카소. 살기등등한 송골매의 눈으로 작업을 하는 피카소. 그는 도발적인 화풍으로 타성에 갇히기를 거부했다. 피카소의 작품은 이제 고전이 됐지만, 치열했던 자유의지는 시대를 관통하는 패션으로 남아 세상의 모든 ‘우물 안 개구리’들을 일깨운다.
노랑 건물엔 섬유작가 토시코 맥아담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그물놀이터 ‘에어 포켓’(Air Pocket)이 있다. 공간을 가득 채운 초대형 뜨개질 작품이다. 이 기이한 구조물엔 구멍이 숭숭 뚫려 아이들이 기어 들어가 놀도록 했다. 거미줄에 매달려 곡예를 하는 거미처럼. 미지의 차원으로 넘어간 듯, 아이들은 신비감으로 도취될 수밖에 없겠다.
미술관의 너른 정원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조각 작품이 흔전만전하다. 류인, 문신, 강대철, 최종태, 앙투안 부르델, 조지 시걸, 세자르 발다치니 등의 작품들이 경연을 펼친다. 조각보다 보기에 좋은 풍경은 풀밭에 앉아 소풍의 한때를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정원을 희희낙락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이다. 이 미술관은 풀밭 위의 도시락 식사도, 야유회도, 낮잠 때리기도 허용한다. 분노도 많고 긴장도 많아 남몰래 아픈 그대여, 여기서 쉬어가라! 미술관은 그리 권하고 싶은가 보다. 이렇게 확 열린 미술관, 본 적 있나?
‘나는 영토는 잃을지 몰라도 결코 시간은 잃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위대한 영웅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남긴 명언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적이며,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특히 나이가 들면 시간은 그 어떤 것보다도 귀해진다. 누구나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눈앞의 일을 정신없이 처리하다 보면 하루는 물처럼 빠르게 흘러가고 시간의 소중함은 금세 잊히고 만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타임 슬립’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어바웃 타임 (About Time, 2013)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팀’(돔놀 글리슨)이 인생에서 바로 잡고 싶은 순간이 생길 때마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팀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의 어설픈 데이트 날, 동생 ‘킷캣’(리디아 윌슨)의 교통사고 날 등 되돌리고 싶은 순간을 다시 살지만, 달라진 과거로 인해 현재에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주어진 능력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교과서 ‘러브 액츄얼리’, ‘노팅힐’ 등을 연출한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주인공들의 삶과 사랑을 더욱 로맨틱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특히 결혼식 날 두 남녀가 웃으며 빗속을 뛰어가는 장면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계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2. 말할 수 없는 비밀 (Secret, 2007)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상륜’(주걸륜)이 새로 전학 온 예술 학교의 낡은 음악실에서 신비로운 소녀 ‘샤오위’(계륜미)를 만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철거 예정인 음악실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랑을 이어나가는 두 사람의 로맨스가 애틋함을 자아낸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로맨스 판타지 영화지만, 동시에 클래식 마니아를 가슴 뛰게 한 음악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는 쇼팽의 에튀드 중 ‘흑건 백건’을 편곡해 만든 곡부터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모티브로 한 ‘두금삼’ 등 고난도 연주곡이 등장하는데, 모두 주걸륜이 직접 연주했다고 알려진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과 더불어 대만 첫사랑 영화 특유의 청량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3.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Will You Be There?, 2016)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과거의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의료 봉사 활동 중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한 ‘수현’(김윤석)이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10개의 알약을 답례로 받으며 시작된다. 호기심에 알약을 먹은 수현은 잠에 빠지고 30년 전으로 이동한다. 한편 1985년 오래된 연인 ‘연아’(채서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젊은 수현’(변요한)은 길가에 쓰러진 남자를 발견하고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난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띄는 이 영화는 전 세계 30개국 베스트셀러 1위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 의상과 음악 등이 시대의 감성을 재현하고 향수를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