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서 힘들고, 불편하고, 못 살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사는 건 혼자이지만, 싱글라이프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당신의 생활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 CHAPTER 1. 의(衣) 생활 아재 패션 탈피하는 맞춤형 스타일링 서비스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은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요소다. 홀아비와 중년신사는 셔츠 한 장 차이로도 갈릴 수 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느낀다면, 패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1) 직접 디자인하는 나만의 옷 ‘스트라입스(stripes.co.kr)’
패션 컨설턴트가 체형, 상황, 피부톤, 얼굴형,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기성복이 아닌, 자기 몸에 맞춰 결점은 보완하고 매력은 살리는 최적의 핏으로 디자인한 옷을 제작할 수 있다. 넥타이 연출법, 트렌드 컬러, 직업별 코디 등 유익한 패션 정보도 있어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싱글족을 위한 추천 셔츠 7종도 판매한다.
2) 쇼핑 걱정 덜어주는 코디박스 ‘유어스타일리스트(yourstylist.co.kr)’
패션으로 젊은 감각을 뽐내고 싶다면 유어스타일리스트를 이용해보자. 일대일 상담(카카오톡 이용)을 통해 기본 상·하의를 비롯해 신발, 양말, 재킷 등 원하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제품을 먼저 받아보고 결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코디 상품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부담이 없고, 반송이나 교환도 무료로 가능하다.
“귀찮은 빨래, 스마트폰만 있으면 괜찮아요!”
세탁물이 많지 않은 1인가구용 미니드럼세탁기와 스타일러(살균·먼지제거·탈취 등 의류관리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적은 양의 세탁물을 관리하기엔 실용적이지만 이불이나 커튼 등을 세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단점. 셔츠 한 장에서부터 침구까지 세탁을 해결주고, 직접 세탁소를 찾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세탁 서비스 앱’이 주목받고 있다. 세탁물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고 수거 장소와 시간을 정하면 편리하고 빠르게 빨래를 해결할 수 있다.
◇ CHAPTER 2. 식(食) 생활 장보기 걱정 뚝!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생수, 쌀, 야채, 과일 등 주기적으로 장을 봐야 하는 식재료가 있다. 혼자 지내다 보니 사려 했다가도 잊어버릴 때도 있고, 자주 장을 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잡지나 우유처럼 주기별로, 원하는 만큼 받아볼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냉장고가 텅텅 비는 날은 없을 것이다.
1) 쿠팡 정기배송(www.coupang.com)
라면, 통조림, 반조리·냉동식품, 조미료, 소스 등 즉석·가공식품을 비롯해 생수, 우유, 커피, 탄산음료 등 마실 거리와 시리얼, 과자, 사탕 등 간식 등을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이나 다이어트 제품, 잡곡, 견과류, 애완 사료도 주문 가능하다. 월 1회부터, 4개월에 1회까지 주기를 고를 수 있고, 제품 수량도 원하는 만큼 선택할 수 있다.
2) 돌리버리(www.doleivery.co.kr)
수입과일 전문브랜드(Dole)에서 판매하는 과일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1주에서 4주까지 기간을 설정하고 화~금요일 중 하루를 고르면 된다. 1인가구를 위한 바나나 1송이, 파인애플 1개, 코코넛 1개, 패션프루츠 1팩, 용과 1개 등으로 구성된 싱글박스(1~2인용, 1만9800원)가 있다.
간편하고 맛있게 삼시 세끼 챙기기
배달음식 하면 짜장면, 치킨, 피자 등을 떠올리겠지만 요즘은 1인가구를 위한 건강하고 실속 있는 배달음식 서비스가 늘고 있다. 요리 솜씨가 없는 이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매일 같은 반찬이 지겨운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특한 서비스다.
1) 에이엠푸드(www.amfood.co.kr)
매일 새벽 우유를 배달해주듯 아침을 배달해주는 곳이다. 우유처럼 새벽에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관문 배송주머니를 통해 전달받는다. 핑거푸드, 다이어트식단, 덮앤밥, 모닝죽 등으로 분류해 미리 짜놓은 한 달 식단대로 제공한다. 원하는 콘셉트를 고르면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건강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월 12만원)
2) 배민프레시(www.baeminfresh.com)
도시락뿐만 아니라 반찬, 국, 빵, 커피, 신선주스까지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저염·친환경·유기농·프리미엄 메뉴가 있어 건강을 염려하는 싱글족의 걱정을 덜어준다. ‘아내의 식탁’ 카테고리를 이용하면 원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레시피와 정량의 재료가 함께 배달돼 요리가 쉽고 편리해진다.
3) 식스레시피(www.6recipe.co.kr)
양을 사더라도 1인분씩 조리하다 보면 재료가 남기 마련. 그렇다고 오래두고 먹기엔 신선도가 떨어지니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식스레시피는 필요한 재료를 1인분에 맞춰 소분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자투리 재료가 생기지 않게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매일 새벽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들여오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와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 레시피를 제공한다.
◇ CHAPTER 3. 주(住) 생활 집안일 미루지 말고, 가사도우미 앱을 활용하자
주거 공간이 깨끗하게 정돈돼 있어야 기분도 쾌적하고 생활도 건강해진다. 그러나 혼자 살다 보면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이 귀찮아질 때도 있고, 가끔은 혼자 청소하기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럴 땐 가사도우미 앱을 사용해 청소를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전한 우리 집 지킴이 ‘케이티 홈캠&홈매니저 서비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을 관리하고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홈캠’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카메라로 집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고,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케이티텔레캅 직원이 출동하도록 연계돼 있다. ‘홈매니저’는 가스안전기(밸브 자동 잠금 기능), 도어락(실시간 문 열림 상태 확인), 열림 감지기(외부 침입 감지), 플러그(에너지 절감 및 전력량 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 extra :: 생활+
의식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편리하고 즐거운 싱글라이프에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소개한다.
1) 뷰티 큐레이션 커머스 ‘글로시데이즈(www.glossydays.kr)’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춰 뷰티 전문가가 고른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달에 한 번씩 받아볼 수 있는 정기배송 박스와 한정된 시즌에 맞춰 구매할 수 있는 스페셜 박스가 있다. 평균 6만원 상당의 화장품 5종을 월 1만6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매월 15일 옵션을 선택하면 박스가 배달되는데, 이 절차가 번거롭다면 3~12개월 선불권을 이용하면 된다.
2) 싱글라이프 트렌드와 정보를 한눈에 ‘1집(1hows.com)’
이미 혼자 살고 있거나 혼자 살고 싶은 사람, 또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사이트다. 플레이스(PLACE), 푸드(FOOD), 리빙(LIVING), 러브(LOVE) 등 싱글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다.
3) 생활 심부름 서비스 앱 ‘띵똥’
배달하지 않는 맛집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마트 또는 편의점 장보기, 퀵서비스, A/S, 각종 관공서 업무, 약국 방문, 선물 배달 등 다양한 생활 심부름을 1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대행한다. 365일 24시간 내내 이용 가능하고, 서비스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게는 두 딸이 있다. 첫째 딸은 현재 LA에 살고 있고 딸만 한 명이다. 둘째 딸은 쌍둥이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모 그룹의 호주 지사장으로 발령이 나서 가족 모두가 호주에서 4년 동안 살다 얼마 전에 귀국했다. 유치원에 다닐 무렵 호주로 떠난 손주들은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지금은 귀국해서 서초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귀국하기 전 4년 동안 나는 전화와 카톡으로 손주들과 거의 매일 대화를 나눴다. 세상이 참 좋아져 무료통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손주들을 향한 내 사랑
휴가 때면 한 달씩 서로 오가며 만나기도 했지만 손주들에 대한 그리움은 나를 우울하게 했다. 그래서일까. 내가 세상에 태어나 사랑한다는 말을 제일 많이 한 것은 그때였다. 내 사랑의 대상은 당연히 손주들이다. 내 자식 키울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랑이 솟는다. 내 자식 키울 때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부담이 커서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손주들하고 대화할 때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또 손주들이 내 집을 방문할 때는 옛말로 표현해서, 버선발로 뛰어나가 반긴다. 손주들이 네댓 살쯤 되었을 때는 손주들 키에 맞춰 앉아 신발도 직접 벗겨줬다. 올망졸망한 발을 보고 있으면 너무 사랑스럽고 행복했다.
나는 손주들이 집에 오는 날이면 좋아할 만한 간식을 직접 만들어 준비해놓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연휴를 맞아 함께 임진강 근처로 놀러갔다. 오가는 시간이 서너 시간 걸리는 거리여서 둘째 딸이 간식을 준비해 왔지만 나도 차 안에서 손주들에게 먹일 수 있는 간식거리를 준비했다. 내가 늘 먹을거리를 준비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손주들은 교외로 나갈 때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무엇을 싸오셨을까?’ 하고 소풍 도시락 열어보듯 설레어한다. 내가 힘들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손주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려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땀 뻘뻘 흘리며 과일 잼도 직접 만들어 먹인다.
아이들은 보는 대로 배운다
얼마 전에 손주들한테 용돈을 줘야 할 일이 생겼다. 나는 용돈을 줄 때마다 새 지폐를 마련해 반드시 짧은 글이라도 써서 깨끗한 봉투에 넣어서 준다. 헌 돈과 새 돈의 가치는 똑같지만 시장에서 거스름돈으로 더럽혀지고 심하게 구겨진 돈을 받았을 때는 새 돈을 받았을 때와 기분이 다르다. 은행이 막 찍어낸 듯한 빳빳한 새 돈을 받으면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돈처럼 귀중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용돈을 줄 때도 정성을 다하는 것은 손주들이 어려서부터 돈을 귀하게 여기도록 하려는 교육적인 의미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주들이 용돈 봉투를 열고는 “와~ 새 돈이다!” 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다. 그래서인지 손주들도 내게 줄 선물을 준비할 때는 정성을 다하고 예의를 갖춘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맞다.
시간이 흘러도 남아 있는 사랑의 흔적들
사랑하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그 느낌과 강도가 다르다. 손주들도 그것을 아는 것 같다. 말은 그 순간에 제 역할을 다하고 사라지지만 편지로 정성스럽게 표현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도 손주들 책갈피에서 종종 다시 발견되기도 하니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주고 내가 써준 편지들을 보고 자란 탓인지 아이들도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참 행복하다.
LA에 사는 손녀는 멀리 있어 행여 할머니 사랑이 부족하면 어쩌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서울에 올 때마다 내가 사용하는 붓과 책 등의 물건들에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글을 몰래 남기고 가는 것을 보면 기우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돌아간 후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손녀의 흔적을 볼 때마다 어린 마음에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생각을 하는 것 아닌가 해서 짠해진다. 그리고 LA로 돌아가 정성을 다해 쓴 ‘할머니의 Love Letter’를 보고 까르르 웃으며 곧 답장을 보내올 손녀가 그때부터 그리워진다.
손주를 예뻐하느니 홍두깨를 예뻐하라는 옛말이 있다.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으면 그 순간부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사랑은 그저 순간순간 느끼면 되고 그 순간이 쌓이면 한 권의 아름다운 책만큼 풍성한 이야기들이 남겨질 것이다. 그리고 훗날 추억을 더듬듯 그 책을 살며시 펼쳐보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 사랑하는 정민, 지민, 성수, 멀리 바다 건너에 살아 자주 볼 수 없는 솔라야 예쁘고 바르고 씩씩하게 성장해줘서 참 고맙다!!!
◇ 전시(Exhibition)
앤서니 브라운 전-행복한 미술관 (Anthony Browne Exhibition-Happy Museum)
일정 9월 25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 20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대규모 전시다. ‘행복한 미술관’이라는 부제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6월 개막 첫 주에 1만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남녀노소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그림들과 더불어 앤서니 브라운의 책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행복한 도서관’ 코너도 마련돼 있다. 전시장에서 관람한 그림들을 책을 통해 다시 감상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다.
2016 광주비엔날레 ‘제8기후대(THE EIGHT CLIMATE)’
일정 9월 2일~11월 6일 장소 광주 비엔날레전시관, 아시아문화전당, 무등현대미술관 등
‘제8기후대’라는 콘셉트로 열리는 전람회인 만큼 전시 공간마다 온도, 밀도, 분위기, 기압 등 다양한 기후 환경을 연출한다. 절제된 색과 요소들로 표현한 이번 공식 포스터에는 예술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담겨 있다. 방향성, 발전, 흐름, 변화하는 움직임, 목표를 향한 전진 등을 의미하는 화살표를 통해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37개국 97팀(119명)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도서(Book)
세종의 서재(박현모 외 11명 공저ㆍ서해문집)
여주대 ‘세종시대 문헌연구팀’의 심층해제문 중에서 ‘세종시대를 잘 드러내는 문헌’과 ‘세종을 만든 책’을 선별해 담았다. ‘1부-세종시대가 만든 책’, ‘2부-세종을 만든 책’으로 크게 분류해 등 12권의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헌별로 전문가들의 해제와 더불어 그 책이 세종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설명한다.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오사카대학 쇼세키카 프로젝트ㆍ글항아리)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상식을 의심해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책이다. 수학, 공학, 미학, 역사학, 법학, 화학, 경제학, 정신의학 등 다양한 학문의 관점에서 ‘도넛의 구멍’이라는 개념에 대해 파헤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문과 탐구라는 영역을 더 흥미롭게 접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 영화(Movie)
평범한 50대 주부가 찾은 인생의 행복
개봉 9월 29일 장르 드라마 감독 미아 한센 러브 출연 이자벨 위페르, 로만 콜린카, 에디뜨 스콥 등
2016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프랑스 신예 감독 미아 한센 러브의 신작이다. 한 가정의 아내·엄마이자, 존경받는 교사로 평범하게 살던 50대 여성이 갑작스러운 남편의 고백 이후 불안한 삶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평온했던 일상이 파괴되며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을 마주하는 주인공 역에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던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캐스팅돼 기대를 모았다.
폭탄 달린 경성행 열차에 탄 두 남자
개봉 9월 7일 장르 액션, 드라마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공유,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 등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조선인 일본 경찰의 갈등과 우정을 그렸다. 김지운 감독은 과 에 이어 이번 영화로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김 감독과 네 번째 영화를 작업하는 배우 송강호가 조선인 일본 경찰 역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작 의 주인공 공유가 의열단의 리더를 맡아 미묘한 두 남자의 관계를 연기한다.
◇ 공연(Stage)
부를수록 그리운 어머니의 사랑
일정 9월 10일~10월 30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연출 이종훈
출연 고두심, 김영옥, 이홍렬, 이종원 등
1998년 세종문화회관 초연 당시 전회 매진을 기록한 작품으로, 1990년대 대표 악극 중 하나다. 올해는 원작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해석과 세련된 무대 연출로 50일간 공연한다. 이전보다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해 그간의 신파형 악극을 탈피하고, 우리 춤과 노래를 보강했다.
아름다운 초상화에 가려진 욕망
일정 9월 3일~10월 29일 장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연출 이지나
출연 김준수, 박은태, 최재웅, 홍서영 등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 소설 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불멸의 아름다움을 얻고자 했던 도리안의 삶과 깨달음을 노래한다. 체코 프라하의 이국적 풍경에 몽환적인 색감이 어우러진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20년 전 사라진 그날의 사건
일정 11월 6일까지 장소 충무아트홀 대극장 연출 장유정 출연 유준상, 지창욱, 오만석, 오종혁 등
고(故)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와 더불어 청와대 경호관이라는 인물을 통해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전개가 돋보이는 창작 뮤지컬이다. 2013년 초연부터 참여한 배우 유준상과 지창욱을 비롯해 장유정 연출, 장소영 음악감독, 신선호 안무 감독이 함께해 완성도를 높였다.
음악으로 만나는 서울
일정 9월 8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황준연 출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의 620년 역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관현악 연주회다. 북한산, 청계천 광통교 서화시장, 보신각, 전차 등 서울이 걸어 온 자취와 미래의 모습을 담은 음악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자동차가 달리고 고층빌딩으로 가득한 오늘의 서울, 산과 들, 강이 어우러진 옛 한양의 모습을 담았다.
1, 어렸을 적 아지트의 추억
마을 뒷동산에 바위틈사이로 아늑한 공간이 있었다. 비를 안 맞게 바위 위에다 나무를 서까래 모양으로 배치하고 그 위에 가마니를 덮었다. 물론 맨 위에는 진흙을 올리고 농사용 비닐로 덮었다. 중학생 사춘기 우리 또래의 아지트였다. 그 속에서 먹을 것들을 갖고 와서 나눠 먹기도 하고 기타도 치고 유행가 가락도 불렀다. 아지트는 남들이 몰라야 하고 비바람을 막아주면 만족했다. 담배를 피우거나 폭력조직은 아니지만 부모님들에게 무조건 반항하던 우리가 숨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2, 아지트로서 집은 불안하다.
집에는 노트북이 한 대있다. 전적으로 내가 사용하지만 가끔은 자식들이 와서 이용하기도 한다. 해킹의 능력이 탁월한 아이들이 내가 사용한 금전출납부도 훔쳐보고 내 재산의 변동사항도 몰래 보는 것 같다. 테니스 여성 동호인들과 러브 샷 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들을 몰래 보기도 했다. 팬티 입은 모습을 들킨 것처럼 참 쑥스럽다. 한번은 내 딴에는 머리를 쓴다고 야동의 제목을 ‘건축학 개론’이라고 제목을 다르게 해서 보관했는데 아버지가 전원주택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열어본 모양이다. 내 컴퓨터에 접근금지를 소리 쳤지만 키득키득 웃는 소리만 들었다. 아내의 번득이는 눈초리도 늘 신경 쓰인다.
3, 사무실이 아지트로서는 최고의 보안장소다.
사무실에 내 전용 컴퓨터는 아무도 못 만진다. 나는 기술자로서 대민 업무에는 직접 관여를 하지 않으니 외부인이 내 컴퓨터에 접근 할 일도 없다. 정문에는 주야로 경비가 서고 출입문에는 CCTV가 설치되어 거짓말 좀 보태면 개미한마리가 들와도 얼굴이 다 찍힌다. 화재의 우려도 없고 도난의 염려도 없고 도청의 불안도 없다. 우리 집보다 백배 천배 더 안전하다. 내 책상 서랍에는 저축통장이 나뒹굴어도 보는 사람도 없고 보자는 사람도 없다.
4, 아지트는 누구로부터도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
휑하니 남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개된 사무실이나 민원인이 찾아오는 사무실은 아지트로서는 부적격이다. 독방 같은 나만의 사무실 공간이어야 한다. 내가 부르지 않으면 아무도 찾지 않아야 한다. 책상위에는 아무도 정리를 못하게 한다. 어지럽게 종이쪽지가 널려있는 것 같지만 내 눈에 사진 찍히듯 찍혀있다. 누군가 만져서 자리이동이 있으면 금방 눈치 챈다. 공적인업무도 하지만 사적인 글도 쓰고 전화도 하고 의자를 뒤로 제켜 잠도 잔다. 나만의 아지트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한 번 시도했다가 못 한 일은 별것 아니더라도 꼭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런 하찮은 욕구가 문명 발전에 기여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또다시 ‘방콕예술문화센터(BACC : Bangkok Art & Culture Center)’를 찾았다. 어제의 답사 덕분에 고가철도 BTS를 타고 내셔널 스타디움 역으로 태국인처럼 거침없이 갔다. BTS를 타면 마치 놀이동산에 모노레일을 타는 기분이 들어 공연히 신났다.
다시 찾은 BACC는 못 들어갔다가 들어가니 감지덕지하는 마음에 더 꼼꼼하게 보았다. 커다란 둥근 건물은 내부가 나선형으로 9층까지 돌고 돌아 거대한 톱니바퀴를 연상시켰다. 9층에서 내려다보면 층층이 다니는 사람들이 다 보이고 1층에선 천정이 9층까지 뚫려 가슴까지 시원했다. 방문객들은 마치 한 공간에 있는 듯했다.
태국식 탱화, 비디오 아트, 초상화 그리는 곳 등과 작가들의 작업실 겸 가게 등 여러 곳을 둘러본 후 7층에 다다랐다. 입장료가 무료인 그곳에 난데없이 책상과 지키는 여자가 보였다. 눈치껏 살펴보니 ‘여권이 있으면 무료’라고 쓰여 있었다. 아뿔싸! 여권은 잃어버리면 한국에 못 돌아갈까 봐 숙소에 고이 모셔놓고 왔는데. 연일 ‘또 낭패네!’ 하고 돌아서는데 자세히 보니 소지품 맡기는 것이 무료라는 뜻이다.
거기부터는 가방을 못 들고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럼 태국인들은 대체 가방을 어디 두고 들어가나 봤더니 그 옆에 로커가 있었다. 로커 대여료는 고작 330원이었다. 별거 아닌 것에 손해 보지 않으려다 더 큰 것을 놓칠 뻔했네.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그곳에는 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이것은 ‘White Elephant Art Award’라는 태국에서 꽤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지금도 마음에 남는 작품 중 하나는 이다. 원숭이의 모성애를 하도 따뜻하게 그려 관람자들은 태국 말과 글씨를 모르는 사람도 모두 공감할 정도다. 열대지방이라 그런지 원숭이나 악어, 코끼리 등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또 특이한 것은 왕을 모델로 그린 작품도 여러 점 있었다. 그 중 은 동그란 방글이 얼굴 모양 스탬프를 수없이 찍어 명암을 주며 그린 왕의 옆모습이다. 태국 국민 중 많은 사람이 왕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올해로 만 70년째 재임해 세계 최장기 집권 국가 원수인 푸마폰 아둔야뎃(라마 9세) 국왕이 이렇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국민의 편에서 서서 민주주의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그는 태국 곳곳을 다니며 국민의 소리를 들었고 그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왕실 재산도 아낌없이 썼다. 태국 지폐에 모셔진 라마 9세는 그야말로 태국 국민의 정신적 지주다. 크리스마스도 휴일이 아닌 태국에서 국왕의 생일인 12월 5일이 아버지날이고 휴일이라니 이것만으로도 라마 9세는 살아있는 신의 경지로 추앙받는 셈이다. 참고로 영화 ‘왕과 나’는 그의 증조할아버지인 라마 4세의 일대기다.
마지막으로 이 전시회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은 다. 러브레터를 받았을 때의 홍조 띤 기쁜 얼굴을 수많은 정사각형 러브레터를 펴고 접고 유사한 색상의 편지로 섞어가며 만든 것이다. 태국어를 안다면 그 내용도 읽을 수 있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자를 모르는 답답함에 빠졌다. 저 작가는 이토록 많은 러브레터를 붙이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설렜을까? 어쩌면 대상을 기대하며 러브레터를 기다리듯 조마조마했겠다.
다른 전시관에는 전위예술인지 엽기적인 작품과 색다른 시도를 한 작품도 많았다. 미술 문외한이 신세대의 감성과 현대 미술을 어찌 다 이해하겠는가. 그래도 작품 하나하나를 대하며 작가와 교감하는 것은 감상의 짜릿한 기쁨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예술작품을 접하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하며 BACC를 나섰다. 과연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문화 예술을 접하며 어떤 느낌일까? 이제야 비로소 우리 관광산업의 문제가 객관적으로 이해되었다.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한 아기들과 이웃을 위해 기도합시다.” 영화가 끝나고 한 관객의 말에 극장은 어느새 예배당이 되었고, 관객들은 한참동안 그곳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낙태를 결심했던 한 여성은 눈물로 참회하며 아기를 낳겠다고 마음먹었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는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살 것을 다짐했다. 영화 가 불러온 변화였다. 엄밀히 말하면, 주사랑공동체 이종락(李鐘洛·62) 목사가 만든 ‘베이비박스’가 일으킨 기적과도 같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2007년 12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새벽, 대문 앞에 정체 모를 굴비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비릿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고, 그 냄새를 맡은 길고양이들이 상자 주변을 서성거렸다. 뚜껑을 열어 본 이종락 목사는 가슴이 철렁했다. 상자 속에 든 것은 바로 갓난아기였기 때문. 하마터면 추위에 동사하거나 길고양이들의 위협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어쩌면 더 많은 생명이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해졌다. 길거리에 방치된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이 목사는 체코의 ‘베이비박스’ 소식을 들었고, 2009년 12월 가로 70cm, 세로 45cm, 높이 60cm의 베이비박스를 직접 만들어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 교회외벽에 설치했다. 보온효과가 있는 따뜻하고 푹신한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오는 순간 교회 내부의 벨이 울리도록 설계했다. 막상 그렇게 마련해 놓고도 그 벨이 울리지 않길 바랐던 이 목사다.
“제발 어린 생명이 버려지지 않길, 그러나 버려질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이곳에 넣어 주길 기도했어요. 호기심에 사람들이 박스 문을 열어 벨이 울리곤 했는데 처음 아기가 들어온 것은 3개월 만이었어요.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탯줄을 달고 있었는데… 그 심정은 말로 표현 못 해요. 그래도 길 가에 버려지지 않고 베이비박스 문을 열고 우리에게 와준 것에 감사했죠.”
아이를 낳은 우리 아이들, 손가락질보다는 따뜻한 손길로
한국의 베이비박스 소식을 접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영화예술학교 학생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는 2013년 미국에서 먼저 개봉했다. 50개 주 870개 극장에서 500만 관객과 만나며 제9회 샌 안토니오 기독교독립영화제 대상, 제5회 저스티스영화제 영화상을 받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이 영화를 계기로 애틀랜타주에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졌고, 인디애나주에서는 병원과 경찰서 등 공공기관에 베이비박스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법안이 나오기까지 했다. 한국에서는 올해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였고, 최근까지 몇몇 소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 영화를 본 이들은 이종락 목사의 헌신에 감탄하고 대단한 일을 했다며 박수를 치지만, 그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베이비박스 사역은 목사 개인의 계획이나 목적으로 이만큼 온 것이 아니에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가령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불이 난 것을 보면 신고하는 게 맞잖아요. 길 가에 버려진 아기들을 어떻게 그냥 두고 보겠어요. 당연히 보호하고 구해야죠.”
단 한 명의 아기라도 더 살리기 위해 만든 베이비박스이지만 처음 이 사실이 매스컴을 탔을 때만 해도 곱지 않은 시선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미혼모들이 무책임하게 아기를 유기하게 조장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100개가 넘는 베이비박스가 있지만 1년에 겨우 한두 명의 아이밖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었다. 게다가 2012년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기가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입양특례법이 실행되기 전 2년 7개월 동안은 76명의 아기가 들어왔는데, 그 이후에는 1년 5개월 동안 305명이 베이비박스에 남겨졌어요. 정상적인 경우라면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하는 게 별거 아니지만, 미혼모나 특히 미성년자들에겐 큰 부담이죠. 그래서 산부인과를 가지 못하고 몰래 출산을 하게 되고,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무엇보다 아기를 두고 가는 미혼모 중 60% 이상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가슴 아픈 이 목사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자기가 낳은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어린 미혼모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성교육을 하는 경우가 드물죠. 자신이 가진 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다면 아이들도 그러한 행동을 잘 절제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일이 벌어졌다면 그땐 그들을 보호하고 이야기를 들어줘야죠. 우리 아이들이잖아요. 하지만 대부분 어른들은 학생이 임신했다고 하면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며 손가락질하죠. 그게 다 우리 사회의 ‘체면 문화’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미성년자가 아이를 가지면 주변 사람의 시선 때문에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숨어버리게 되죠. 그러다 우울증을 겪거나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요.”
이 목사는 미혼모들이 찾아오면 “열 달 동안 아기를 지키느라 고생 많았다.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기와 함께 자살하려고 결심했던 엄마들도 많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음을 돌려 자신을 찾아와 귀한 두 생명을 살릴 수 있어 감사하다는 이 목사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다시 아기를 키우겠다고 데리고 간 미혼모도 150여 명이다. 그런 미혼모들을 위해 분유, 기저귀, 생활비 등을 지원해 주고 주사랑공동체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며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목사는 어린 엄마들을 향한 따뜻한 손길이 그들의 부모세대로부터 뻗어 나왔을 때 진정한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인생 후반전에 행복 더하기 ‘입양’
그동안 베이비박스 문을 통해 세상의 품에 안긴 아기는 올해 900명을 넘어서 이제 1000명에 가까워졌다(2016년 7월 8일 기준 979명). 이 목사는 모든 아기의 베이비박스 일지를 쓰고 당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키울 수는 없지만 애정을 담은 엄마의 손편지도 함께 보관한다. 이는 부모가 다시 아기를 찾고자 할 때 귀중한 자료가 된다.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좋은 양부모에게 입양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 목사도 그중 9명의 아이를 입양해 사랑으로 키우고 있다. 그가 입양한 아이들은 장애가 있거나 전신마비, 다운증후군 등을 앓고 있다. 아이 한 명을 양육하기도 힘들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손길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 행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30여 년 전, 심각한 장애를 갖고 태어난 둘째 아들 ‘은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의 사랑하는 보배 은만이 덕분에 생명의 거룩함, 소중함을 깨닫고 배웠어요. 몸을 움직이거나 말은 못하지만 그 아이는 눈빛으로 이야기하죠. 그 눈을 바라보면 인생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사는 게 아니라는 것, 하루를 만족하고 현재를 감사히 여기고 이웃을 사랑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지금 9명의 아이를 입양했지만, 몇 명 더 입양하고 싶어요. 그만큼 삶의 보람과 행복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입양 절차가 복잡하고 기준이 까다로운 국내에서는 입양 의사가 있던 이들도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이 목사는 자녀들을 장성시킨 중·장년에게 입양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알 것이다.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란 아이들이 삶에 얼마나 큰 보람과 기쁨을 주는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입양은 자신의 무언가를 할애하는 것이 아닌 인생에 행복을 더하는 일이라고 한다.
“어제 다섯 명의 아이를 입양한 70대 중반의 교수님이 다녀가셨어요. 그분 말씀이 입양을 하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다 크고 출가하면 부모들은 외롭고 쓸쓸해지는데 그럴 틈이 없는 거죠. 나도 우리 첫째 딸이 자랄 땐 모르는 것도 많고 정신없이 지냈어요. 이제는 더 능숙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키울 수 있어 좋더라고요. 특히 갱년기 주부들은 우울증을 앓기도 하는데, 입양을 계기로 다시 사랑으로 아기를 키우다 보면 그 아이가 주는 기쁨으로 삶이 더 행복하고 즐거워질 거예요.”
1000명의 부모, 하나뿐인 부부
를 본 관객이라면 이종락 목사의 아내 정병옥 여사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아이들을 돌보고 이 목사를 내조하느라 힘들고 고단할 텐데, 영화 속 그녀는 늘 명랑한 목소리로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는 그런 아내가 있었기에 수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목사에게 아내는 늘 고맙고도 가장 미안한 존재다.
“밤낮 안 가리고 아이들을 보살피고 키우느라 서로 대화할 정신이 없었어요. 지금은 우리가 해오던 일들에 담당자도 따로 두고 아이들도 많이 커서 조금 여유가 생긴 편이에요. 나는 그전에 참고 인내했던 마음이 많이 다독여졌지만 아내는 오히려 그런 점들을 드러내고 이야기하죠. 가끔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낼 때도 있는데, 그만큼 내가 이 사람을 고생시켰다는 생각이 들어 측은하기도 해요.”
10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의 부모이자 수호천사 역할을 해온 부부이지만, 정작 남편과 아내의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했던 시간은 적었다고 한다. 무심하고 소홀했던 지난날은 묻어두고, 매주 목요일을 휴일로 정해 단둘이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낯간지러워 못했던 애정 표현도 이제는 자주 하려고 노력한다는 이 목사다.
“아내는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면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큰 위로를 받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 외에 지금까지 내가 남편으로서 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노력하고 고마움을 표현해야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었는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아내가 안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마지막엔 내가 ‘아이 러브 유’라고 말하죠. 처음엔 서투르고 어색했는데, 그렇게 표현하는 것도 버릇이 되면 괜찮더라고요. 물론 서로 잔소리도 하고 툭툭거리기도 하는데 알고 보면 그게 바로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의 두터운 사랑이고 정이죠.”
시가 시대를 장식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글귀로 시작되는 시 을 한 번이라도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문학의 죽음이 얘기되고 시가 소수에게만 향유되는 취미가 된 현재를 비웃듯 은 단 세 문장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지금도 저릿하게 만들며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을 쓴 시인이자 현재 공주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는 나태주(羅泰柱·71) 시인은 요즘 시의 인기와 더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일흔이라는 나이를 넘겼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그를 만나 시, 삶, 그리고 죽음에 관해 물어봤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너도 그렇다’
사람들은 시 의 이 마지막 연에서 굉장한 위로를 받는다.
“지쳐 있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니까요. 그것이 제가 생각해왔던 시의 의도나 작업과 이 세상의 의도나 필요와 맞아 떨어진 거죠. 내가 시를 엄청 잘 써서가 아니라 내 작업과 세상 사람들의 요구가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단 세 문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시 의 나태주 시인은 요즘 강연과 초청의 연속으로 부쩍 바빠졌다. 하지만 그런 현상에 대해 나 시인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잠시 나한테 몰렸다고 봐야죠. 귀찮다고 소홀히 대하면 교만해졌다고 할 테니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웃음)”
시는 사랑처럼 유용해야 한다
시는 자신을 살리는 밥이고 물이고 공기라고 말하는 나 시인은 시가 다른 사람에게는 울리고 응원하고 살리는 정신적인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게 안 될 때는 시가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러한 내용의 러브레터를 세상에 수없이 보냈어요. 그런데 그중의 몇 개가 세상과 맞아 떨어져서 세상이 수용을 한 거죠. 덕분에 바빠졌고 세상 사람들이 요구하는 사람이 됐어요. 웬만하면 그 요구들을 다 들어주고 싶어요. 그것이 시인이 가져야 할 세상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해요.”
글을 쓴다는 건 세상에 대한 봉사라고 말하는 나 시인은 봉사의 기준을 자기가 태어난 세상보다 조금 더 낫게 만드는 것에 두고 있었다.
“많이가 아니에요. 조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에 집착해요. 누군가 삶에 대해서 말하길 ‘나는 모래밭에 와서 모래알 두세 개 만지고 간다’고 했어요. 그런 간편함이 있어야지 세상을 개혁하고 혁명한다는 얼뜬 인간들 때문에 세상이 어지러운 거예요.”
그가 좋아한다는 말은 온고지신(溫故知新). 그는 우리가 맨날 어떻게 바뀔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금 더 나아지는 삶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소망이었다. 그처럼 간단하고 소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라는 시인의 말은 그의 시 세계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거창하게 쓰지 않고 간결하고 쉽게 와닿게 쓰라는 것이 그의 창작의 근원이다.
“심플(Simple), 숏트(Short), 이지(Easy), 베이직(Basic)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늘 우리는 아침으로 돌아가잖아요. 아침에 피는 꽃처럼 아름답게 하루를 시작할 줄 알아야 해요.”
삶이란 계속 가야하는 길
나 시인은 삶에 행복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삶은 계속되는 연장선일 뿐이며 그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지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삶은 가지 않은 길이 아니라 계속 가는 길입니다. 저는 강연에서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요. 언제부터 여름이고 언제부터 가을인가. 가을은 낮에 오나 밤에 오나. 뻐꾸기는 밤에 울까 안 울까. 이런 것들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모르고 있어요. 무심한 거지.”
나 시인은 시인의 감성이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가는 것을 세심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영혼의 양식이고 영혼의 양식은 세미(細微)한 신의 소리에서 옵니다. 미세한 간극에서 오는 것입니다. 시도 세미한 틈을 타고 옵니다. 시장통이나 터미널에서도 시인은 세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와 세미한 틈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시는 의외로 쉽고 가깝고 작은 것입니다.”
영혼끼리는 설명이나 분석이 필요 없다
나 시인은 글을 쓰는 시간을 따로 설정하지 않는다. 시라는 장르의 특이성 때문이다.
“산문은 시간을 정해야 하고 시는 시간을 정하면 안 돼요. 시는 언제라도 나오면 써야지 나올 때 안 써주면 가버려요. 휘발성이 강해서 보존이 잘 안 되거든요, 시는 주도권이 나한테 있지 않고 시 쪽에 있어요. 언제 올지 기약이 없어요. 말 하나하나가 그때의 교감과 흥취에 따라 달라져요. 산문은 작정하고 쓸 수가 있어서 설계가 가능하지만 시는 계속 쓰면 본래 흥취에서 벗어나죠. 그래서 저는 퇴고를 잘 안 해요.”
시는 사람을 울리고 위로해주고 살려준다. 그는 이 세 가지 단계를 해줄 때 시를 안 읽을 사람은 없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인은 그런 시를 쓰고 있나요? 혹시 본인들만 잘나서 쓰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 자식이 사무관이고 딸은 돈을 얼마를 벌고… 이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가라고 하죠. 그러나 ‘나는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올라왔고 지금 작은 데서 만족하고 이것을 좋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해야 사람들이 다가옵니다. 지금은 나하고 같이 울어주며 동행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 가르치려는 사람이 필요한 때가 아니에요. 시는 투 티치(to teach)도 아니고 투 액션(to action)도 아니고 투 무브(to move)예요.”
그는 쉬운 걸 어렵게 말하는 건 아주 나쁜 짓이라고 비판했다. 예술적인 것은 어려운 걸 쉽게 말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래서 예술의 대표적 접근은 초월이에요. 영혼과 초월로서 설명 없이 하는 것이죠.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물어요. 그러자 베드로가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걸 주님도 아시나이다’라고 말하죠. 이게 영혼의 대화예요. 시의 바탕이 이거예요. 영혼끼리는 설명이나 분석이 필요 없어요.”
가장 중요한 일은 무겁고 느린 일
나 시인은 일에 있어 엄격한 자기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해야 할 일을 네 가지로 나눠서 다뤘다.
“일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일의 완급이 있고 경중이 있어요. 일의 1순위는 중하고 급한 겁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그것이야말로 1순위죠. 2순위는 경하고 급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늘 빨리 해요. 2순위를 제일 먼저 하는 이유는 3순위를 잘하기 위해서예요. 제가 제일 열심히 하는 일이 3순위인 완하고 중한 것입니다. 이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사람들이 제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4순위인 완하고 경한 거예요. 그런데 많은 이들이 거기에 시간을 쏟습니다. 그래서 저는 3순위를 늘 챙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내 앞에 쌓이는 게 있어요.”
나 시인의 3순위는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시 쓰는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가진 소원은 책과 글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쓴 책이 시집만 37권이고 총 93권입니다. 책과 글에서 해방은 안 될 거예요. 그런데 끝내 해방되고 싶은 심정으로 쓸 거예요. 열심히 써서 더 이상의 책이 없다, 더 이상의 글이 없다고 할 때가 제가 해방될 때예요. 내 안에 있는 걸 모두 끄집어냈을 뿐더러 더 이상 내가 쓴 글로는 돈을 벌 수 없다, 그렇게 됐을 때가 해방일 거예요.”
무엇보다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내
나 시인의 나이도 일흔을 넘겼다. 아무래도 나이를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부모님이 밥맛이 없다고 말할 때 이해 못했는데 요즘 내가 밥맛이 없어요. 모든 사람은 두 가지로 죽어요. 하나는 밥을 못 먹어서 굶어 죽고 둘째는 숨을 못 쉬어서 죽고. 마더 테레사는 숨을 못 쉬어서, 미당 서정주는 영양실조로 죽었죠. 나이 먹는다는 징후는 별게 아니에요. 숨쉬기 어렵고 밥 먹기 어렵다는 게 그것입니다.”
그는 세상에 사람으로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이 들어서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다.
“내가 누군가의 아들로, 친구로, 제자로, 아버지로, 선생으로 사는 건 너무 힘들어요. 다시 한 번 시련을 당하는 건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요. 하나님이 안 시켜주셨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서 날마다 열심히 살고 싶어요.”
집착하고 있지만 해방되고도 싶은 마음. 책과 글에 대한 나 시인의 이중적인 태도처럼, 삶과 죽음 또한 그렇게 이중적이다. 그 말에는 그렇게 치열하게 살고 그렇게 의미를 둔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아우라가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이것만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가족의 소중함, 이건 아주 흔한 거예요. 하지만 놓치면 안 돼요. 특히 부부는 더욱 그래요. 부부는 마지막 보루고 자식보다 중요한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이혼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쪽이 죽으면 그게 바로 이혼이니까요.”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는 해외 그 어느 곳보다도 제주를 좋아해서 여유가 생기면 무조건 제주행 항공권을 끊곤 한다. 혼자 아무 계획 없이 내려가서 주어진 시간만큼 걷거나 특별한 목적 없이 머물다 오기도 한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휴가지 선정 에서도 항상 0순위 후보 지역 아름다운 섬 제주이다. 이런 나의 제주사랑으로 보아 침대 위에 커다란 제주도의 지도를 붙여 놓고 ‘아이 러브 제주’를 읊조리며 제주도에서의 노후생활을 꿈꾸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항상 반신반의 하게 되는 것은 여행객으로 잠시 머물며 바라 봤을 때 꼭 여기서 살고 싶다 는 마음이 갖게 했던 제주도가 이주 실현 후 생활터전으로 서도 여전히 나에게 똑같이 매혹적인 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이다.
사람들이 흔히 꼽는 문화시설과 병원, 백화점 등의 편의시설 부족 등의 불편함에 대한 문제는 이미 내려간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어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사실 여행 하면서 본 제주도는 그런 것들이 크게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30분에 한대 이상 뜨는 육지 행 비행기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육지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지만 우리나라 최남단에 뚝 떨어져 있는 제주도라는 섬에 살면서 심리적인 고립감과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사소하지만 필자에게는 심각한 문제인 습한 섬 특유의 벌레, 특히 지네가 그리 많이 출현한다는데 그 들과의 동거를 잘 받아들이며 살 수 있을지가 필자에겐 오히려 큰 고민이 된다.
제주로 이주를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두려움과 고민을 가지고 나름의 스타일로 제주의 생활을 설계할 것이다.
잠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터전을 옮기는 이주라는 중요한 문제를 ‘일단 가서 살아 보자’ 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돌다리만 두드리면서 남의 경험만 주워 모으며 고민 만 할 수도 없다.
이런 복잡한 제주 이전에 대한 고민의 대안이 바로 ‘제주도 한 달 살아보기’ 이다.
제주 생활로 익히 알려진 방송인 허수경 씨도 방송에서 제주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지만 제주도에 정착하기까지 매우 힘들었음을 고백하면서 임시로 살아 본 후에 이주하기를 조언하고 있다.
요즈음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 보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검색창에 ‘제주도 한 달 살기’ 라고만 쳐도 굉장히 많은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본 경험을 담은 블로그와 제주도 한 달 살아 보기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카페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제주 이주의 꿈이 각자 다 다르고, 불편함을 느끼고 기꺼이 견딜 수 있는 정도가 각기 다 다르니 다른 사람의 정보 만 가지고 결정 할 수는 없다.
제주 이전에 대한 여러 정보를 가지고 충분히 마음 속 시뮬레이션 한 후 그 모델을 가지고 최종적으로 한 달 또는 두세 달 직접 살아 보고 자신의 적응력을 테스트 해 본 후에 이주를 결정하는 것이 제주 이주의 오류를 최소화 하는 방법일 것이다.
좁고 불편한 비행기 좌석에 앉아 비몽사몽간에 몇 시간을 버티었을까? 몸도 뒤틀리고 다리도 저리고….그렇게 고통의 몇 시간이 흐르고 나니 창문틈으로 말간 빛이 흘러들어왔다. 비행기 안에서 쪽창문을 열고 내다본 바깥세상은 어렴풋 켜켜이 쌓인 만년설 위를 지나가는 듯 한 신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이 구름이라는 것을 인지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름 바다 위를 비행기는 평화롭게 날고 있었다.
2015년 12월. 필자와 아내는 지금 콜로라도에 살고 있는 외손자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외손자 녀석은 지금 미국의 콜로라도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한번도 그 녀석과의 대면한 적은 없었다. 물론 화상통화로 얼굴도 보고 얘기도 나누었으나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왜냐하면, 필자가 직장 생활 중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았기에 정년퇴직을 기다리다가 보니 이제야 손자 녀석을 보러 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 녀석과의 대면이 설레고 기다려지게 되었다. 드디어 열여섯 시간 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를 거쳐 콜로라도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6시가 가까운 시간에 도착한 공항에는 딸 내외와 손자, 그리고 아들 녀석까지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손자 녀석과 첫 대면하는 시간이다. 어느덧 훌쩍 커버린 손자는 고개를 90도로 숙여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다. 아마도 딸 내외가 단단히 교육시키고 예행연습까지 시켰나보다.
콜로라도에 온지 며칠이 지난 뒤에는 손자 녀석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를 부르고 따르는 바람에 이제는 완전한 ‘할아버지’가 된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눈꼽도 안 떼고 우리방으로 달려와 침대로 파고 드는 그 녀석과 맞이하는 아침은 행복했다.
그후 어느 날은 파인글로브초등학교 3학년에 에 다니고 있는 손자 녀석이 “내일은 겨울방학을 하는데, 방학식과 동시에 발표회도 갖고 파티도 한다”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꼭 참석해 달라”고 부탁하기에 카메라를 메고 학교로 흔쾌히 달려갔다. 대부분 백인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손자 학급에는 아시아인 딱 2명이 다니고 있었는데, 중국 아이와 손자 녀석이 유일하다. 어찌 보면 백인 아이들 사이에서 위축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특유의 친화력과 당당한 성격으로 인해 오히려 반에서 대장노릇을 하고 있었으니 할아버지의 눈에는 참으로 대견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아기자기한 교실에서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이러저러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특히 학부형 중에 한 아이 아빠가 아이들을 둘러앉히고 동화구연을 해주는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청바지에 털털하게 차려입은 덩치가 큰 그 백인 학부형은 갖은 의성어를 섞어가면서 멋지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해 보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하면, 한국.
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던가! 왁자지껄 떠들고 한 쪽에서는 아무리 재미있게 동화구연을 해주어도 단청을 부리는 일이 벌어질 법도 한데, 제법 분위기가 정돈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귀를 쫑긋하고 동화구연에 빠져 들었다.
행사 말미에는 학부형들이 준비해온 다과파티가 열렸다. 아이들을 위해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캐릭터인형으로 방학 선물까지 준비했다. 아이들은 마냥 들떠 있었다. 특히 맛깔스러운 다과파티가 아이들에게는 압권이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손자 녀석의 담임선생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했다. 언어소통이 여의치 않으니 딸아이 옆에서 그저 눈인사정도 하고 대신 사진을 찍어주었다. 학교 밖으로 나오니 커다란 운동장에 하얀 눈이 쌓여있었다. 이곳 콜로라도의 겨울은 유별나게 춥기도 하거니와 눈이 많이 왔다. 필자가 덴버에 첫발을 떼어놓은 날도 밤새도록 눈이 쏟아졌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은 등ㆍ하교시간에 반드시 픽업하게 되어 있었다. 손자 녀석이 졸라서 필자가 아침, 저녁으로 픽업하러 학교 앞으로 나갔다. 어느 날, 아이의 손잡고 학교 앞 신호등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학부모들이 도로 한가운데 서서 아이들을 건네주는 봉사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길을 건너면서 “하이”하고 인사했는데, 하루는 그 녀석이 “할아버지, 인사하지 마세요”하는 것이다. “왜그러냐?, 인사를 잘해야지”라고 반문했더니 “아니, 맞긴 한데요, 저 아줌마가 언젠가 너무 늦게 건네주는 바람에 학교에 지각을 했어요. 안 좋아요”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도 자신을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의 감정을 느낌으로 알고 표현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또래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손자 녀석은 게임에 빠져 있었다. 딸 내외는 그게 걱정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예능 방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가 장차 미 공군사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너무 게임에 빠져 선생님으로부터 주의를 들었다는 것이다. 지내다 보니 그들의 고민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어쩌랴! 시간을 가지고 이해시키면서 조금씩 바꾸어 나갈 것을 조언했다.
드디어 2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손자 녀석과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필자도 섭섭했으나 아이들은 헤어짐이 더욱 서운했던 모양이다. 각자 밤새도록 편지를 써서 비행기에 오르는 필자 부부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이러브 그랜드 파(grandpa)”로 시작한 손자 녀석의 편지를 보는 순간, 가슴 한켠이 먹먹해 왔다. 두어 달간 필자와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그래 사랑하는 나의 손자 현서야, 건강하고 당당하게 자라서 네가 원하던 공사들어가 네 꿈을 맘껏 펼쳐보거라. 할아버지가 늘 뒤에서 기도로 응원할게. 사랑한다.”
한때 올림픽 선수가 되고 싶었던 신중년들이 그런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경기대회가 미국에서
열린다. 눈요기만 하는 관광보다는 세계 각지에서 온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서 우정을 나누고 풍물도 즐기고 싶은 신중년이라면 참가해 볼만한 대회다.
올해로 30회째를 맞이하는 ‘헌츠먼 세계 시니어 경기대회(The Huntsman World Senior Games)’. 미국 서부 유타주 세인트조지(St. George)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시니어 올림픽으로 자리를 잡았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보다는 ‘더 건강하게, 더 즐겁게, 더 친밀하게’를 지향하는 것이 올림픽과 다른 점이다. 물론 참가 자격 제한이 있다. 50세 이상이라야 참가가 가능하다. 그 대신 예선전은 없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경기에 참가하고 경기하다 보면 메달을 딸 수도 있다. 못 따면 또 어떤가? 연금을 받는 것도 아니니. 올림픽은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지 않은가? 선수로 뛰지 않고 그냥 응원단이나 관람객으로 참가해도 선수와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딕시주립대학의 한센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개막식은 올림픽을 방불케 한다. 세계 20여개 국가와 미국 50개 주에서 온 선수들이 출신 국가와 지역의 특색을 살린 복장과 깃발을 들고 입장을 하면 세인트조지 시민들은 관중석에서 환영의 함성을 지른다. 성화 봉송과 점화, 선수 선서와 매스게임, 그리고 불꽃놀이로 이어지는 화려한 개막식의 분위기에 젖다보면 국가대표선수가 된 느낌이 들게 된다. 부부가 손잡고 함께 개막식에 참석하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흐뭇해진다.
개막식에 이은 연주회에서는 축제 분위기를 더욱 만끽할 수 있다. 지난해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브리티시 인베이션 트리뷰트 밴드와 더 몽키스 밴드의 공연은 압권이었다. 각국의 선수들과 동반자들은 가슴 깊숙이 숨겨 두었던 열정을 마음껏 분출하면서 몸을 흔들고 괴성을 질렀다. 경기 후 열리는 디너와 댄스파티도 잊을 수 없는 행사다. 각국 선수들과 어울려 춤을 추다보면 새로운 추억과 로맨스가 마음깊이 남게 된다.
10월 3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열리는 올해 경기는 모두 29개 종목. 대부분 연령대별(5세 간격)로 나뉘어 경기가 치러진다. 축구, 소프트볼, 배구 등 3개 종목은 팀경기로, 볼링 등 나머지 26개 종목은 개인경기로 진행된다.
팀경기는 팀원을 구성해 함께 등록해야 한다. 개인경기는 개별 등록 후 같이 뛰고 싶은 선수를 등록 리스트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 일정만 맞으면 여러 종목 참가도 가능하다. 한 번 등록한 선수의 번호는 바뀌지 않고 매년 같은 번호가 부여된다. 그래서 다음해 같이 경기를 하고 싶은 선수가 있으면 지정하기도 편리하다.
골프는 사교 경기와 메달 경기 두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경기를 택할 수 있다. 메달 경기도 36홀의 연령대별 경기와 18홀의 핸디캡 경기로 나누어 치러진다. 특히 준프로급이 참여하는 연령대별 경기는 내년에 미국에서 열리는 내셔널시니어골프대회 예선전을 겸하고 있어 좋은 성적을 거두면 내셔널골프대회 출전자격도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유타주 세인트조지시는 선브룩나 딕시 레드힐스와 같은 유명 골프장이 주변에 즐비해 세계의 골프 마니아들이 연중 몰려드는 골프 휴양지다. 건조한 사막성 기후에 붉은 바위산을 끼고 양탄자 같은 잔디가 펼치진 링크코스는 골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도전적인 신중년들은 철인 3종 경기와 산악자전거 경기에서 세계의 베테랑 철인들과 한판 승부를 겨뤄 볼만하다. 강렬한 햇살을 받으며 선인장밖에 없는 황무지에서 진행되는 사이클링, 도로 달리기와 경보는 요즘 붐이 일고 있는 운동. 동우회의 회원들이 함께 참가하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과는 달리 헌츠먼 시니어대회는 매년 열려 미국, 캐나다는 물론 세계 각지 스포츠 동우회의 연례 모임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네바다주 카슨시의 브렌다 블랙햄 여사는 35년 전 고등학교 배구팀 코치로 활약했다. 전국 대회를 휩쓸었던 추억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동고동락했던 학생 선수들이 이제는 의사, 변호사, 교육자 등으로 미국 각지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으나 다 같이 한번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이 지천명(50세)의 나이를 넘긴 2014년, 이 대회에 배구팀으로 함께 참가하면서 소망했던 재회가 이루어졌다. 손발 한 번 맞추어볼 겨를도 없이 바로 경기에 참가했지만 그저 즐거웠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옛날 팀워크가 되살아나면서 더 즐거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0월의 대회기간에도 바쁜 일을 접어놓고 모두 모여 경기를 하면서 재회의 기쁨을 나눌 계획이다.
독일 배구팀은 지난해 금메달의 한을 10년 만에 풀었다. 2006년부터 참가한 독일팀은 2013년에는 세계시니어배구챔피언십을 겸한 이 대회에서 캐나다 팀에 석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2년간 실력을 더 갈고 닦아 지난해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올해 있을 독일과 캐나다 팀 간의 리턴매치는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심금을 울리는 러브스토리도 빠질 수 없다. 서울올림픽 때의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열애에 견줄만한 전설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전역 군인인 미국의 댄 크레이번스와 러시아의 마리나 안드리바는 2004년 탁구 경기에 출전했다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고 이제는 복식조로 함께 참가하고 있다. 신중년과 꽃중년이 뒤늦게 소울 메이트로 만나 적대적인 양국의 탁구계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피엔딩 스토리다.
중국 청소년들의 자원봉사활동도 화제다. 2010년 미국의 시니어배구팀이 중국 순회 경기를 갔을 때 친절하게 봉사한 중국 청소년들과 인연이 되어 그 후 해마다 중국 청소년 10여명이 이 대회 때 미국에 와서 한 달여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제법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 중국 청소년들은 현지 자원봉사를 통해 영어는 물론 국제 매너와 봉사정신을 익히게 된다.
헌츠먼 대회는 각계의 봉사자와 후원이 뒷받침되면서 참가 선수만 1만명이 훌쩍 넘는 국제대회로 성장했지만 출범은 단순했다. 1987년 존 모건 주니어 부부가 ‘운동과 체력단련이 일상이 되면 신중년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각지의 시니어가 함께 하는 대회를 구상하게 됐다.
여기에 홀인원을 5차례나 기록한 만능 스포츠맨이자 건강과학박사인 스티븐 워너 하이너 교수가 가세하고 세인트조지시도 적극 지원에 나서면서 대회를 출범시켰다. 출범 2년 뒤 헌츠먼코퍼레이션의 존 헌츠먼 회장과 부인이 본격적으로 후원하면서 세계적인 대회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 대회가 성황을 이루는 데는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자이언캐년 국립공원이 있고 브라이스캐니언, 그랜드캐니언, 라스베이거스, 솔트레이크시티 등 많은 관광 자원과 부대시설이 뒷받침하고 있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문화 행사와 박물관 투어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고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등 세심한 서비스도 참가율을 높이는 요인이다.
모건 회장은 메시지를 통해 “봉사자, 후원자, 참가자 및 임직원의 헌신과 노력으로 대회가 놀랍게 발전했다”며 “30주년을 기념해 성대하게 진행될 올 대회에 세계의 신중년들이 적극 동참하여 건강을 증진하고 우정도 돈독히 하자”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