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은 섬 부자다. 우리나라 3300여 개 섬 중 2165개가 전남에 있다. 그중에서도 신안군에 1004개가 모여 있다. 신안군을 천사 섬이라 부르는 이유다. 2019년 10월 신안군 기점·소악도에 예수의 12사도 이름을 딴 작은 예배당 열두 개가 지어졌다. 아무 볼 것 없던 섬에 천사의 은총이 내린 듯했다.
갯벌을 건너는 섬티아고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는 병풍도,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병풍도를 뺀 나머지 다섯 섬을 한데 묶어 기점·소악도라 부른다.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은 노두길로 이어져 있다. 노두길은 섬과 섬 사이를 잇는 길을 말한다.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드러난다. 오래전 섬 주민이 갯벌에 돌을 던져넣어 만든 것이다. 지금은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시멘트를 덮어 포장했다.
썰물이 되면 노두길이 드러나 기점·소악도가 하나로 이어진다. 서너 시간 뒤 밀물이 찾아오면 노두길이 사라져 다시 다섯 섬이 된다. 자연이 매일 하루에 두 번 이 신비한 마술을 부린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바다만큼 넓은 갯벌이 나타난다. 바닷물에 말갛게 씻긴 갯벌은 곱디곱다. 짱뚱어, 칠게, 달랑게, 다슬기가 바빠지기 시작한다. 귀여운 갯벌 생물들을 구경하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드넓은 갯벌과 섬 문화인 노두길을 품은 기점·소악도는 2018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었다. 섬마을 가꾸기 사업의 목적으로 한국, 프랑스, 스페인 건축미술가 열한 명이 예수의 12사도 이름을 딴 작은 예배당 열두 개를 지었다. 기점·소악도 주민 80% 이상이 기독교인이고, 증도면이 한국 기독교 최초의 여성 순교자인 문준경 전도사와 관련된 것에 착안했다. 열두 개의 아름다운 건축미술 작품을 찾아 걷는 길을 ‘순례자의 길’이라 이름 붙였다. 스페인 산티아고를 본떠 ‘섬티아고’라 부르기도 한다.
한 사람을 위한 작은 예배당
열두 개 예배당은 예배당이라 불리지만 특정 종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누구라도 종교와 상관없이 묵상, 기도, 명상, 쉼을 할 수 있는 휴식처다. 예배당마다 고유번호가 있고, 모양이 모두 다르다. 공통점은 예배당 안에 두 명만 들어가도 꽉 찬다는 것. 1인용 예배당인 듯 작다. 예배당을 지은 작가들은 이곳을 찾은 이들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길 바랐던 것일까.
순례길을 걸을 때는 보통 번호 순서대로 걷는다. 기점·소악도 중 면적이 가장 넓은 대기점도에 1번부터 5번까지의 예배당이 있다. 순례길은 약 12km다. 부지런히 걸으면 4시간 남짓 걸린다.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이지만, 걷는 중에 밀물이 되어 노두길이 사라진다면 서너 시간 동안 썰물이 되길 기다리거나 섬에서 하루 묵어야 한다. 순례길을 걷기 전에 배 시간과 물때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
섬 여행을 할 때는 이런 불편함을 오히려 즐긴다. 당일치기가 가능해도 섬에서 하룻밤 묵었을 것이다. 마지막 배가 관광객들을 태우고 떠나면 섬은 고요해진다. 호젓한 이 시간이야말로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때다. 갯벌 위로 떨어지는 붉은 해, 밤새 섬을 휘감은 회색빛 해무, 푸른 밤 노두길을 비추던 하얀 보름달, 산책길에 동행해주었던 민박집 강아지 복실이가 삼삼하다. 어쩌면 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울지도.
걸어도 자전거를 타도 좋을 순례길
원래 계획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열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대기점도 민박집에서 묵었다. 지나고 보니 더 잘된 일이다. 민박집 음식이 아주 맛있었다. 이번 여행에선 여행 당일 물때와 민박집 위치 등을 고려할 때 순례길을 거꾸로 걷는 게 나았다. 송공항에서 배를 타고 12번 예배당이 있는 소악도에 도착해 순례길을 걸었다. 첫날 여덟 개 예배당을 둘러보고, 이튿날 민박집 근처에 있는 나머지 예배당을 찾아다녔다.
소악도와 모래 해변으로 연결된 딴섬에 12번 ‘가롯 유다의 집’이 있다. 몽쉘미셀의 성당이 연상되는 예쁜 예배당이다. 처마에 순례길 완주를 알리는 종이 달려 있다. 소악도 진섬 솔숲 해변에서 만난 11번 ‘시몬의 집’은 가운데에 통로를 내어 솔숲과 바다를 예배당 안으로 불러왔다. 9번 ‘작은 야고보의 집’은 소악도 둑길 끝에서 찾았다. 프로방스풍의 오두막이 생각나는 예배당이다. 나무문과 스탠드글라스 지붕의 조화가 아름답다.
소악도와 소기점도를 잇는 노두길에서 만난 8번 ‘마태오의 집’은 멀리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갯벌 위에 세운 이 예배당은 러시아 정교회를 닮았다. 양파 모양 지붕이 오후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났다. 소기점도 게스트하우스 뒤편 언덕에 있는 7번 ‘토마스의 집’은 흰색 외벽과 파란 나무문이 돋보인다. 바닥에 별과 달 모양의 색유리를 박고, 내부에 손바닥 크기의 성경책을 두어 동화 속 집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소기점도 저수지에서 만난 6번 ‘바르톨로메오의 집’은 호루라기 모양이다. 저수지 위에 지어 출입할 수 없었지만, 저수지에 비친 고운 반영을 감상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섬마을 이야기를 담은 예배당
소기점도에서 대기점도로 넘어가는 노두길 입구에는 지붕이 요정의 고깔처럼 생긴 5번 ‘행복의 집’이 자리했다. 물고기 비늘 모양의 목재를 하나씩 붙여 지붕을 완성했다. 대기점도 남촌마을 팔각정 근처에는 염소 조각상이 지키는 4번 ‘요한의 집’이 있다. 문 맞은편 벽에 세로 구멍을 뚫어놓았는데, 구멍 사이로 무덤 한 기가 보였다. 이 예배당에는 무덤 주인을 기리는 누군가의 맘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별장처럼 생긴 3번 ‘작은 야고보의 집’은 대기점도의 논두렁과 연못을 지나 숲으로 가는 길에 보였다. 문에 거울을 붙여놔 내 모습이 비쳤다. 잠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기점도 북촌마을 언덕에 있는 예배당은 2번 ‘안드레아의 집’이다. 고양이 조각상과 양파 모양의 민트색 지붕이 눈길을 끌었다. 북촌마을에 길고양이가 많아 고양이 조각상이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 예배당 옆 정자에 오르면 대기점도와 병풍도를 잇는 노두길이 훤히 보인다.
1번 ‘베드로의 집’은 대기점도 선착장에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풍의 건물 양식이 푸른 바다와 잘 어울렸다. 화장실을 갖춘 유일한 예배당이다. 예배당 위치가 신의 한 수처럼 보였다. 곡선으로 휘어진 방파제 끝에 그림처럼 서 있다. 국내에 이보다 아름다운 선착장이 또 있을까.
1번 예배당에는 순례길의 시작점을 알리는 종이 달려 있다. 여행자들이 이 종을 울리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다. 나는 기점·소악도를 떠나기 전에 순례길 완주를 기념하며 종을 쳤다. 선착장에 따라온 복실이의 배웅을 받으며 배에 탔다. 기점·소악도에 다시 올 때는 복실이가 털갈이를 끝냈기를.
◇ 여행 정보 ◇
기점·소악도 숙소 민박집이 있으니 잠자리는 걱정 없다. 순례자의 길 중간 지점인 소기점도에는 마을기업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061-246-1245)가 있다. 식당도 함께 운영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열지 않을 수 있으니 반드시 예약 후 방문해야 한다. 대기점도 북촌마을에는 대기점민박(010-9226-2093), 노두길민박(010-3726-9929) 등이 있다. 대기점민박 주인장의 음식 솜씨와 인심이 매우 좋다. 식사는 생선, 나물, 장아찌, 해산물로 구성한 8000원짜리 백반이 기본이다. 식사 예약은 필수. 건물은 노두길민박이 더 깔끔하다.
교통 신안군 압해도 송공여객선터미널에서 대기점도까지 차도선(천사아일랜드호)이 운항한다. 송공항에서 출발해 당사, 매화, 소악, 소기점, 대기점, 병풍, 소악, 매화, 당사도를 거쳐 송공항으로 돌아간다. 송공항에서 대기점도까지 70분 정도 걸린다. 배 시간은 계절과 물때, 기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반드시 미리 확인해야 한다. 배 예약: https:// island.haewoon.co.kr / 송공여객선터미널: 전남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 718-64 / 문의 해진해운 061-279-4222
기점·소악도 전기자전거 투어
소악도 선착장과 대기점도 선착장에 마을에서 운영하는 전기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반납할 때 대여한 곳 또는 반대편 대여소에 반납하면 된다. 이용료는 1일 5000원이며, 반대편 대여소에 반납하면 1만 원이다. 순례길이 대부분 평지 포장도로이므로 자전거로 돌아보기 좋다. 전기자전거로 오르막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대여 문의: 010-6612-5239
● Exhibition
◇ 판화, 판화, 판화
일정 8월 16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내 현대 판화를 대표하는 작가 60여 명의 작품 100점을 통해 ‘판화’라는 특수한 장르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책방’, ‘거리’, ‘작업실’, ‘플랫폼’ 등 4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접하던 장소의 명칭과 특징을 빌려와 판화가 존재하고 나아갈 자리에 대해 고찰한다. 판화로 제작된 아티스트 북, 드로잉, 설치, 조각 등을 비롯해 인쇄문화와 판화의 관계를 나타낸 작품들, 또 타 장르와 구분되는 판화 고유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대표작 등을 폭넓게 감상할 기회다.
◇ 너의 감정과 기억
일정 12월 27일까지 장소 디뮤지엄
듣고 보는 경험을 소리, 빛, 공간 등 다양한 감각이 결합된 작품으로 선보이는 전시다. 기존 전시실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특별 공간까지 공개하며 디뮤지엄 개관 이래 최대 규모로 꾸렸다. 관객은 오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전달되는 자극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총 11개 섹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13개 팀의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관객주도형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라이트 아트, 비주얼 뮤직 등 사운드·비주얼 작품 22점을 다양한 범주로 소개한다.
◇ 데스 브로피 초대전: 즐거운 인생
일정 8월 31일까지 장소 흰물결갤러리
사람들의 유쾌한 모습을 포착해 재미있게 표현해온 영국 화가 데스 브로피의 초대전. 2년 전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통해 인간미 넘치는 작품들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큰 웃음과 행복을 선사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각박해지고, 웃음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일상이 주는 즐거움과 그 안에 담긴 유머와 사랑을 전하고자 기획됐다. 작가 특유의 따스한 감성이 돋보이는 50여 점의 유화, 수채화, 판화 등을 통해 기쁨과 긍정의 에너지를 물씬 느낄 수 있다.
◇ 현대 HYUNDAI 50 PART II
일정 7월 17일까지 장소 갤러리현대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1부)에 이은 갤러리현대의 50주년 특별전 2부로, 갤러리의 역사와 더불어 한국 미술사 100여 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갤러리현대와 성장한 한국 작가 16팀의 대표작과 신작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전통의 현대화라는 문제의식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 강익중, 김민정, 이슬기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기간에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마련된 대형 작품 ‘광화문 아리랑’도 만날 수 있다.
● Stage
◇ 라스트 세션
일정 7월 10일~9월 13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연출 오경택 출연 신구, 남명렬, 이상윤 등
위대한 두 학자 C.S. 루이스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세기적 만남을 그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9월 3일, 두 주인공이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신에 대한 물음과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등을 주제로 치열한 논변이 오간다. 배우의 호흡이 중요한 2인극 형태로, 프로이트 역에 중견배우 신구와 남명렬이 캐스팅되며 눈길을 끌었다.
◇ 오네긴
일정 7월 18~26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제인 번 출연 유니버설발레단
오만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순수한 시골 소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이 원작이다. 차이콥스키 작곡의 오페라 탄생 이후 존 크랑크의 안무가 더해지며 발레극이 완성됐다.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를 아름다운 발레 동작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며 애틋함을 자아낸다.
◇ 제이미
일정 7월 4일~9월 11일 장소 LG아트센터 연출 심설인 출연 최정원, 조권, 신주협 등
영국 웨스트엔드의 히트 뮤지컬 ‘제이미’의 세계 최초 라이선스 프로덕션 무대를 국내에서 만난다. 꿈과 자아를 찾아나선 소년 제이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신나는 팝 음악과 스트리트 댄스가 보는 내내 흥을 자아낸다.
● Movie
◇ 소리꾼
개봉 7월 1일 장르 드라마 감독 조정래 출연 이봉근, 박철민, 이유리, 김동완 등
한국형 뮤지컬 영화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선 소리꾼과 그를 필두로 길에서 뭉친 광대패의 팔도유랑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학규는 부패한 권력을 향해 피폐해진 백성의 마음과 단호한 의지를 노래로 대변하는 인물이다. 학규 역의 국악인 이봉근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연기에 도전하며 소리꾼다운 노래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밖에 배우 박철민, 이유리, 김동완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희로애락을 팔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우리 가락으로 표현한다.
◇ 욕창
개봉 7월 2일 장르 드라마 감독 심혜정 출연 김종구, 강애심, 전국향, 김도영 등
욕망과 상처를 감춰왔던 가족이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갈등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렸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에베레스트
개봉 7월 22일 장르 액션, 모험 감독 이인항 출연 성룡, 장쯔이, 오경, 정백연 등
‘1917’, ‘어벤져스: 엔드 게임’ 제작진과 성룡, 장쯔이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 한순간 삶의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한때 정복했던 에베레스트에 재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 Book
◇ 우아하게 나이들 줄 알았더니 (제나 매카시 저ㆍ현암사)
TED 강연 영상 ‘당신이 결혼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들’로 600만 뷰를 기록했던 저자가 나이가 들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해 말한다. 외모와 건강의 변화는 물론 기억력 감퇴, 세대 갈등, 결혼의 의미 등 중년 이후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에 대해 진솔하게 들려준다. 절망스러운 상황들을 유쾌하고 재치 있는 문장으로 담았다.
◇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저ㆍ파람북)
인간이 말에 처음 올라탄 무렵, 역사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두 나라의 전쟁을 그린다. 두 마리의 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 김훈 특유의 힘 있는 문장이 빛을 발한다.
◇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저ㆍ김영사)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의 경험담을 통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찰하게 한다. 실제 현장에서의 사례와 더불어 특수청소부로서의 고충과 보람 등에 대해 말한다.
◇ 인생의 태도 (웨인 다이어 저ㆍ더퀘스트)
‘계속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까?’라며 고민하는 중장년들을 위한 삶의 지혜와 위안을 선사한다. 아울러 불행했던 과거, 불안한 미래와 작별하고 오직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것을 조언한다.
그리스 신화에 젊은 영웅들이 배를 타고 세계의 동쪽 끝까지 가서 황금양털을 찾아오는 설화가 있다. 바로 ‘아르고호 이야기’다. 이아손 원정대는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황금양털을 찾는 모험을 한다. 마침내 그들이 도착한 곳은 흑해 연안에 접한 고대 조지아의 첫 번째 국가 ‘콜키스’(Kolkhis)였다. 그곳에서 원정대는 이아손에게 반한 ‘메데아’(Medea)의 도움을 받아 황금양털을 가지고 그리스로 돌아간다. 조지아가 신화의 땅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흑해의 진주 바투미의 핫 플레이스
흑해의 석양이 아름다운 고급 휴양도시 바투미는 조지아의 여름 수도라고 부를 만하다. 여름철이면 주변국에서 온 많은 사람이 휴가를 보낸 후 돌아간다. 그렇다 보니 현대식 건물과 유럽 양식의 건축물과 집들이 뒤섞여 있다. 관점에 따라 난개발로 볼 수도 있고, 신구(新舊)의 조화로 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조지아에서 가장 복잡한 거리이면서 현대화된 도시라는 점이다.
바투미는 ‘불러바드(Boulevard) 해변’과 유럽광장이 중심인 ‘구시가’로 나눠 둘러보는 게 좋다. 다양한 공원과 테마파크가 모여 있는 불러바드 해변에서 여름철에만 영업을 하는 ‘선셋 레스토랑’이 있다. 음식뿐 아니라 조지아의 화려한 전통 무용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불러바드 해변에서는 뮤직 페스티벌 등 크고 작은 축제가 매일 밤 열린다. 해변을 걸으며 이곳 분위기에 푹 빠져보는 시간만으로도 행복하다. 미학적 감동을 넘어 잠들어 있는 나를 깨워주는 해방의 공간에 온 듯한 자유가 느껴진다.
해변 옆 힐튼호텔 20층 ‘스카이라운지’는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바투미의 숨겨진 명소다. 시시각각 다르게 물드는 바다와 하늘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수평선을 향해 기울어가는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나뭇잎 떨어지듯 활강하는 패러글라이딩과 오렌지색 바다 위로 검은 물살을 남기며 가로지르는 배를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클라리넷의 선율이 감미롭게 들려온다. 흑해가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거대한 공간이 되는 시간이다.
무슬림을 상징하는 남자 ‘알리’와 조지아 정교회를 상징하는 여자 ‘니노’의 이야기를 담은 두 조형물 ‘알리&니노’는 저녁 7시가 되면 조금씩 움직이며 서로 아슬아슬하게 만나지만 키스도 못하고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며 다시 멀어진다. 안타깝고 가슴 저리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한 이 작품도 바투미를 상징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운 좋게도 행복한 기운이 느껴지는 마을에 들를 때가 있다. 바투미 구시가지가 그런 곳.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메데아 동상’이 있는 유럽광장을 중심으로 천문 시계탑, 황금빛 공연 예술극장, 황금 포세이돈 동상, 신화 속 마녀 사이렌의 조형물, 꽃 장식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들이 모여 “이곳이 신화의 땅“이라고 속삭인다. 기꺼이 길을 잃고 한 집 한 집 들어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
‘보르조미’ 광천수는 신의 선물
조지아 중부지방에 있는 보르조미 국립공원은 유럽 최대 규모의 공원이다. 침엽수와 활엽수의 광활한 원시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몸에 좋은 피톤치드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조지아 사람들은 자녀가 천식을 앓으면 이곳에 데려와 요양을 시킨다. 뇌전증을 앓았던 차이콥스키도 이곳에서 치유하며 음악적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보르조미 시내에 그의 동상이 있다.
이 공원에서 조지아 3대 상품 중 하나인 ‘보르조미 생수’가 생산된다. 한국에서도 수입했던 보르조미 광천수는 자연 탄산 미네랄워터가 빙하로 덮여 있다가 여과되어 내려오는 물이다. 제정 러시아 시절 이곳에 주둔해 있던 러시아 군대 지휘관이 광천수를 마시고 위장병이 나은 후 휴양지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 후 러시아 왕족과 귀족들도 이 물을 들여와 마셨다고 한다. 1894년에는 광천수를 병에 담기 위한 공장까지 생겼다. “신은 아제르바이잔에게는 원유를, 조지아에게는 물을 선물했다”는 말이 있다. 1000년을 마셔도 마르지 않을 물이 보르조미에 있기 때문이다.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 후 광천수를 마셔봤다. 쇳물 냄새에 짭조름한 맛이었다.
고즈넉하고 쓸쓸한 그리움의 도시 ‘쿠타이시’
조지아를 여행하다 보면 교회가 참 많이 보인다. AD 337년에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할 정도로 조지아 사람들의 삶에는 종교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교회도 많다. ‘쿠타이시’(Kutaisi)에 있는 ‘바그라티 대성당’(Bagrati Cathedral) 역시 의미 있는 교회 중 하나다. 조지아 역사상 최초의 통일 왕국을 이룩한 후 그 상징으로 지었다고 한다. 웅장한 규모와 녹색 지붕이 인상적인 이 성당은 조지아 건축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원전부터 도시로 형성된 쿠타이시는 고대부터 조지아 역대 왕국의 수도였다. 현재도 교통, 행정의 중심도시 역할을 한다. 교회 앞마당에서 내려다본 쿠타이시의 해질녘 시가지는 지나온 굴곡의 시간을 대변하듯 고즈넉하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물들어갔다.
조지아의 경찰은 1등 신랑감
조지아에서 유리로 만들어진 가장 멋진 건물은 무조건 경찰서로 보면 된다. 경찰서 건물이 이토록 환하고 밝고, 멋진 데는 이유가 있다.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후 집권한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은 경찰 개혁을 추진했다. 2004년 부패의 화신이었던 경찰 수장과 3만 명의 경찰을 일시에 해고한 뒤 새 경찰을 모집해 완벽한 물갈이를 했다. 뇌물을 받지 못하게 하려고 급여도 20배 이상 인상했다. 또 모든 경찰 활동을 밖에서 볼 수 있도록 건물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었다. 당시의 개혁은 한계와 어두운 측면도 있었지만, 일선 경찰들은 크게 변했다. 이때부터 조지아에서 경찰은 1등 신랑감이 됐다.
요즘 조지아 청소년들은 ‘케이팝’(K-pop)에 열광하고 있다. 탈레비에서 있던 일이다.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공원으로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세 명의 소녀가 “안녕하세요?” 하면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반갑고 신기해서 30여 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소녀들은 케이팝이 너무 좋아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고리’(Gori)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케이팝 때문에 전공을 아예 ‘동양 언어’로 선택하려 한다는 ‘타마르’(Tamar)도 우리를 반겨줬다. 한국인을 직접 만나 정말 기쁘다며 한국 드라마와 노래에 대한 꽤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다. 준비한 김밥과 라면으로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그녀는 자신의 친구를 숙소로 불렀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기타를 치며 케이팝과 ‘술리코’(Suliko)를 비롯한 조지아 노래를 부르며 작은 콘서트를 열어줬다.
고리의 광장에서 만난 스탈린타마르를 만났던 ‘고리’는 소련 독재자 스탈린의 고향이기도 하다. 시청 광장에 아직도 그의 동상이 있다. 사진과 유물을 모아놓은 박물관과 생가, 그가 사용했다는 전용열차를 전시해놓은 공원도 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인 역사의 패륜아라는 생각에 그곳을 둘러보는 동안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
바람의 나라 아르메니아로 가는 길
바르지아에서 출발해 11번 도로를 타고 아르메니아 제2의 도시 ‘규므리’(Gyumri)로 향했다. 1번 도로를 이용할 것을 주로 추천하지만, 이동거리 때문에 11번 도로를 선택했다. 염려했던 것보다 도로 상태는 좋았다. 새롭게 포장된 구간도 많았다. 오히려 차량이 별로 없어 한갓지고 더 좋았다.
국경을 넘자 고원지대 특유의 초원이 펼쳐졌다. 초원의 풀밭을 쓸며 지나가는 바람의 출렁임이 보였다. 누런 벌판으로 여름날 오후의 햇볕이 쏟아졌다. 눈이 부셨다. 그대로 서서 두 눈을 감고 두 팔을 한껏 벌렸다. 바람이 담아 오는 오래된 전설을 듣고 싶었다. 부드러운 저음색의 목관악기 소리가 끊이지 않고 바람에 실려 왔다. 한이, 처연함이, 소망이 스며 있는 소리였다. 바람은 손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며 빠져나갔다. 노아의 이야기와 격조 높은 아르메니아의 문화와 검소한 신앙이 남아 있는 곳으로.
◇조지아 중서부 지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우플리스치헤(Uplistsikhe)의 ‘고대 동굴도시’
기원전 10세기경에 만들어진 고대 동굴도시다. 바위를 깎아 공동 집회장소, 궁전, 와인 저장고, 감옥 등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태양신을 섬기는 종교도시였는데 기독교인들이 이주해오면서 그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 11세기에는 실크로드의 거점으로 인구가 2만여 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커졌지만 13세기에 몽골 침입으로 폐허가 됐다.
아할치헤(Akhaltsikhe)의 ‘라바티’(Rabati) 성’
13세기에 세워진 도시다. 조지아어로 ‘새로운 요새’라는 의미를 지닌다.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할 때 구시가지에 있던 ‘라바티 성’은 폐허가 됐다. 2011년 복원을 시작해 새로 문을 열면서 조지아의 유명 관광지로 변신했다.
바르지아(Vardzia)의 ‘동굴도시’
쿠라 강변의 ‘에루쉐티’(Erusheti) 산비탈에 동굴을 파서 만든 도시다. 12세기에 몽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짓기 시작해 타마르 여왕 때 완공됐다. 서쪽과 동쪽에 각각 6개의 수도원과 여왕 타마르의 방, 접견실, 회의실, 대장간 등 300여 개의 방과 25개의 와인 저장실로 이루어진 군사요새다. 한때는 5만 명을 수용할 만큼 큰 규모였다. 중세 때는 수도원으로 사용됐다.
중년에 취미활동이나 외국어 학습, 악기 연주, 유산소 운동 등을 하면 치매를 예방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갈 때마다 의사가 적당한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년이 되면 유산소 운동에 도전하고 취미활동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악기 연주나 외국어 학습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온라인에서 혼자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이 많다. 굳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집에서 편하게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다. 나이 들어 외국어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거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은 없다.
앞으로 코로나가 일상이 될 것 같아 해외여행지에서 써먹기도 힘들 것 같고 원어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소설을 읽어보려 외국어 공부를 한다는 게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하루에 몇 시간씩 외국어를 배우면 뇌 건강은 좋아질 것 같다. 언어도 익히고 치매에 대한 두려움도 떨칠 수 있다면 일석이조 아닌가? 학창 시절에 이루지 못했던 꿈도 이루고 뇌 건강도 챙기고, 그리고 자기계발에도 열심인 나, 상상만 해도 자랑스럽다. 그래서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꿈, 현재의 만족, 미래에 대한 준비까지. 퍼펙트하게 삼위일체를 이루는 외국어 학습을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찾아봤다.
우리가 365일 매일 24시간 손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애지중지하는 스마트폰은 외국어를 배울 때 매우 유용한 도구다. 특히 전 세계의 빅 브라더라 할 만한 구글의 언어 학습 플랫폼은 놀라운 속도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 최근 구글 번역기는 103개국 언어로 텍스트 번역이 확대됐다. 게다가 여행 전 미리 다운로드해서 쓸 수 있는 언어가 59개국 언어라 하니 구글 번역기 하나만 있으면 해외에서도 겁날 게 없어진 세상이 됐다. 구글 번역기를 열고 마이크에 대고 언어를 말하면 지정된 언어로 음성이 흘러나오는 동시통역 기능까지 추가돼 해외 언어에 대한 불편함을 덜어주고 있다. 또 스마트폰 카메라를 표지판이나 메뉴판에 대면 38개의 언어로 텍스트를 즉시 번역해주는 기능도 있어 해외여행자들에게 활용도가 높다고 한다.
네이버가 출시한 파파고도 막강한 번역 서비스를 하고 있다. 번역 실력도 생각보다 우수하다. 특히 영어와 한국어 번역은 깜짝 놀랄 정도다. AI가 이 정도까지 발전했다는 걸 생활 속에서 발견한다. 다음은 알아두면 유용한 언어 학습 앱들이다.
▶Duolingo 듀오링고는 모든 연령대의 사용자들이 무료로 외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게임을 하듯 단계별 학습을 끝내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포루투갈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체코어, 헝가리어, 루마니아어, 폴란드어, 터키어,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힌디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인도네시아, 베트남어, 태국어 등 23개 언어 학습을 돕고 있다. 2011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앱 다운로드 수 3억 건을 돌파했다. 2019년도에는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올해의 앱으로 선정됐다. 2019년 12월에는 구글의 투자를 받아, 벤처 기업의 상징인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Rosetta Stone 1992년도에 처음 출시된 로제타 스톤은 외국어 학습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플랫폼 중 하나다. 1992년 시디롬으로 10개국의 언어 교습법이 출시된 후, 현재 버전 4까지 업데이트를 계속해 34개의 언어 팩을 지원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시디롬으로만 판매했지만 현재는 온라인에서도 교습이 가능하다. 외국어 학습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 앱은 사라져가는 미국 소수민족에 대한 언어 지원 프로그램 등 사회적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03년 전 세계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로제타 스톤도 큰 성장을 맞이했다. 2011년에는 로제타 스톤 코리아가 설립돼 기업체 어학 프로그램 지원 및 어학원 등 오프라인 사업도 하고 있다.
▶Drops 2015년에 론칭된 스타트업 언어학습 앱이다. 헝가리의 스타트업 회사로 현재 한글 학습도 가능한 상태. 한글 ‘ㄱ’ 자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가나다’부터 가르쳐주는 앱이다. 2018년에 론칭한 하와이어는 사용 인구가 300명에 불과하지만 사라져가는 언어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어젠다를 발표하는 등 기업의 소명을 중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31개국 언어가 서비스된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앱 다운로드 500만 건을 달성했다. 한국보다 해외에서는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Babbel 2006년 독일 베를린에서 창업했다. 시디롬과 책으로 배우는 외국어 학습 분야에서 온라인 강좌가 곧 대세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음악 믹싱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앱이다. 단순히 언어만 반복 교육하지 않고 문화마다 다른 손 모양 표시와 비언어 소통법 등도 가르쳐준다. 특히 사업을 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는 사람,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등을 위한 맞춤형 강좌를 개설해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2015년 펀드레이징에서 2200만 달러를 모았고, 애플 워치에 바벨의 다국어 학습 앱이 탑재되면서 글로벌 무대에 올라섰다. 현재 바벨은 100만 명의 유료 회원을 자랑하며, 1일 다운로드 횟수도 10만여 건에 이르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 학습 앱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어 인터페이스는 지원이 안 된다. 영어를 디렉션 언어로 선택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Busuu 부슈는 듀오링고와 경쟁하는 언어 학습 앱이다. 언어 능력을 고급으로 올리고 싶은 대상자들에게 적합하다. 주제와 형식별로 과정이 세분화돼 있어 언어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앱이다. 기초 문법과 퀴즈, 언어 학습 기능 모두 유료다. 초보자가 이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TripLingo 해외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언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사와 쇼핑, 간단한 대화 등 주제별 문장을 쉽게 연습할 수 있다. 또 문화 관련 안내 및 환전·환율 계산기, 국제 통화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와이파이 전화, 현지 상황을 고려한 팁 계산기, 음성 번역기, 이미지 번역 도구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세월이 참 쏜살같습니다. 화창한 봄 가곡 ‘동무 생각’을 부르던 누이들 얼굴엔 어느덧 주름이 깊게 파이고 흰머리 가득한 할머니들이 되었습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던 들녘을 나비처럼 사뿐사뿐 날아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설익은 앵두처럼 풋풋했던 황혼의 누이들이 가만가만 속삭입니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 유자효의 시 ‘인생’ 중에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온 산이 풀빛으로 물들어가는 강원도 삼척의 고갯길을 지나다 갑자기 들려오는 웅장한 교향악 소리에 멈춰 섰습니다. 그 옛날 누이들이 입을 모아 합창하던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듯한 환청을 들었습니다, 수십, 수백, 수천 개의 관악기가 봄날의 환희를 노래하는 듯한 천상의 교향악을 들었습니다. 숱한 수가 한꺼번에 울리니 그 소리는 산과 계곡을 압도합니다. 숲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주인공은 바로 유별난 생김새를 무기로 단번에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등칡의 꽃입니다.
나뭇가지를 휘감으며 최대 10m까지 길게 뻗는 줄기뿐만 아니라 10~26cm로 제법 큰 데다 하늘을 뒤덮을 듯 풍성하게 나는 심장형 잎이 칡을 빼닮았고, 무성한 가지마다 잎겨드랑이에서 꽃송이를 숱하게 늘어뜨린 것이 등나무를 닮았다고 해서 등칡이라 불리는 덩굴식물입니다. 그런데 누에고치 집을 U자형으로 구부려 놓은 듯한 길이 10㎝ 안팎의 꽃이 참 독특하니 매력적입니다. 4~5월에 피는 꽃의 구조는 단순해, 지름 18㎜ 정도인 꼬부라진 통부(筒部)와 3개로 갈라진 꽃가장자리로 되어 있습니다.
꽃 색은 다소 평범해 통부 입구의 꽃가장자리는 연한 노란색, 통부는 밝은 연녹색, 안쪽 중앙부는 연갈색이며, 밑에는 검은 자주색, 윗부분엔 보랏빛의 갈색 반점이 있는 등 전체적으로 황록색을 띱니다. 하지만 꽃 모양은 오묘해서 대개는 “앗, 색소폰을 닮았네”라는 첫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혹자는 한술 더 떠 통부를 옆에서 보면 남성의 상징을, 정면에서 보면 여성의 국부를 연상하게 된다며 “애들은 가라”라는 우스갯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선에 대해 식물학자들은 말합니다. “꽃은 곱건 밉건 다음 세대를 만들기 위한 식물의 생식기관이다. 꽃 색이 대부분 황색인 것은 수분을 돕는 꿀벌 등 곤충이 가장 잘 식별하는 색이 황색이기 때문이다.” 꽃 구조가 야릇해 마주보기가 민망한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말이겠지요. 실제 등칡의 생식기관인 꽃 안으로 벌이나 파리가 일단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아 새끼손가락만 한 통부 안에서 발버둥을 치다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잔뜩 옮겨 수분을 돕게 된다고 합니다.
Where is it?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중국 및 극동 러시아, 그리고 함경북도에서 강원도까지 분포한다. 강원도 이북에서 많이 자란다는 뜻인데, 실제로는 남으로 경북 청송의 주왕산, 경남 거제도까지 개체 수는 많지 않지만, 널리 분포한다. 서울 등 수도권의 야생화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화천의 경계에 있는 화악산. 강원도 삼척 일대 계곡과 너덜지대에서는 등칡의 꽃이 줄줄이 달려 천상의 교향악을 울리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울산의 재약산에선 수령 300년 된 노거수 등칡 2그루가 발견되기도 했다.
2011년도에 방영됐던 ‘더 킹 투 하츠’라는 드라마를 간간이 보다가 눈에 확 띄는 장면이 있어 몰입하게 됐다. 근위대원인 조정석과 공주님인 이윤지가 성곽 돌담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장면이었다. 이때부터 한양도성 성곽은 내 맘속에 자리 잡게 됐다.
그러던 중, 최근 유튜브로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또다시 한양성곽이 보였다. 아! 그래~ 성곽을 걸어야겠다. 한양도성 사이트를 찾아보니 정리가 잘 돼 있었다. 첫 도전은 난이도가 가장 낮은 낙산성곽. 대학교 2학년 때 시위를 하러 동대문에 나갔다가 길을 잃어 들어갔던 창신동 골목길에서 만났던 환상적인 일몰을 아직도 기억한다. 이번에 낙산성곽에 가면 창신동 일대를 돌아보고 일몰까지 보고 싶다는 생각에 젖었다.
봄치고는 쌀랑하고 햇살도 없었던 주말이었다. 후배와 단둘이 오붓하게 낙산성곽을 걷기 위해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성곽길을 올랐다. 쌀쌀한 날씨도 아랑곳없이 마음속엔 가벼운 설렘이 일었다. ‘드디어 성곽을 걸어보는구나.’
성곽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을 오르자 곧장 기다란 성곽 담벼락이 나타났다. 그래~ 이거야. 한양도성 성곽 가운데 유일하게 성곽 밖으로 길이 나 있다는 홈페이지의 설명처럼 성곽 바깥 길을 걸으며 담벼락 아래 옹기종기 마을을 돌아볼 수 있었다. 산책로에 꽃길까지 길을 걷다 보니 참 행복하구나. 행복이 이렇게 작고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것이지, 아주 평범한 진리를 느끼며 편안해졌다.
성곽을 걷다 중간중간 장수마을이며 삼군부 총무당, 낙산공원과 이화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책 코스는 조선 500년사에 근대사, 현대사까지 어우러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책 코스였다. 성곽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 조성된 이화마을은 최근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송혜교와 박보검이 데이트하던 장소라고 한다.
이화마을은 마을 전체를 벽화로 재생해 관광객들이 몰아닥친 벽화 마을로 유명하다. 지금은 거주민과 관광객과의 충돌로 벽화들도 많이 없어지고 색이 바래도 채색을 하지 않은 채 두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런 도시 재생으로 거주민들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이화마을 곳곳에 있는 공방과 아기자기한 카페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대만의 지후펀 같은 골목길 관광지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지후펀 보다는 훨씬 상업화되지 않은 거주민들의 마을이라고 할까? 지역을 지키고 부흥하기 위한 시도로 보였다.
내용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이곳도 이미 외지인이 들어와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경사 높은 동네 구석진 골목 한편에 말끔하게 리모델링 된 집들이 문을 높게 쌓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말이다.
예술가들이나 디자인 전공자들이 들어와 집단 거주를 하며 창작을 하고 있다면 모르지만 이렇게 지역에 붐을 일으켜 몸값을 올리고 재빠르게 팔고 나가 버린다면 또 한 번 지역 주민들은 낭패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직은 종잡을 수 없다.
그래도 이런 시도 자체는 계속돼야 하지 않을까? 마을을 내려오다 보니 그 유명한 이화동대장간 최가 철물점이 보인다. 삶이 묻어나면서 아기자기하고 예쁜 철물점. 이렇게 유니크 하게 살고 싶다.
성곽을 따라 동대문으로 내려왔다. 여기까지 먼 길을 왔는데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을 먹어줘야 한다. 이는 음식에 대한 예의다.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운영하는 양고기 전문점 사마르칸트로 향했다. 몽골타운 안에 있는 사마르칸트는 총 3개다. 맨 처음 20여 년 전에 문을 열었다는데 이곳이 잘 돼서 여동생이 한 곳을 더 오픈했고 아들까지 사마르칸트 시티란 이름으로 오픈을 해서 우즈베키스탄 한 가족이 운영하는 사마르칸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곳에서 만티(우즈베키스탄 만두)와 양꼬치를 시켰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러시아 맥주 발티카. 넘버 7과 도수가 가장 높은 넘버 9를 시켜 목을 축였다. 유럽 스타일의 쌉싸름한 맛을 좋아하는 내 입맛엔 역시 넘버 9. 휴일 하루 낙산성곽을 걸어 온 짧지 않은 일정의 피곤함이 스르르 사라진다.
서울 한복판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 어김없이 갔던 이태원에서 한 곳이 더 추가됐다. 가끔 방문하는 동대문 몽골타운 이곳은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곳. 이런 이국적인 장소들이 자꾸 늘어나는 건 그만큼 서울이 글로벌 해지고 다문화에 개방되고 있다는 좋은 소식 아닐까?
낙산의 한양 도성길을 따라 조선 500년 역사에 취하고 서울 동대문 한복판에서 우즈베키스탄 양꼬치와 러시아 맥주 발티카에 살짝 달아오른 주말이 행복했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스스로 미욱하게 풀어낸 해답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부족한 재주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틀릴 수도 있다. 여러분의 올곧은 지적도 기대한다.
채소(菜蔬)는 ‘산채’와 ‘야채’를 모두 아우른다. 산나물, 들나물을 모두 아우르면 곧 채소다. 소채라고도 한다. 야채는 일본식 표현이다.
재미있는 것은 산채(山菜)다. 우리만 널리 쓰는 표현이다. 일본, 중국은 산채라는 표현을 널리,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 중국에도 산채는 있다. 그들은 산채를 즐겨 먹지 않는다. 중국은 버섯 등을 제외하고 거의 먹지 않는다. 일본도 마찬가지. 버섯과 몇 가지 산나물을 먹는다.
한국은 일상적으로 산나물을 먹는다. 곤드레나물로 비빔밥을 만들고 취나물은 곰취, 참취, 수리취, 단풍취, 미역취 등으로 가른다. 이름도 외우지 못할 숱한 산나물을 일상적으로 먹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산마늘, 명이나물이 대유행이었던 적도 있다. 웬만한 고깃집에서는 아직도 명이나물절임을 상 위에내놓는다. 국내 생산량이 부족하니 수입도 많이 한다.
제사를 지낼 때 고사리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나물, 산나물을 사용하는 나라도 우리뿐이다.
산나물은 우리 민족 특유의 음식문화
한국일보 기자였던 故홍승면(1927 ~1983년) 씨는 “산나물 문화는 우리 핏속에 녹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만주, 간도에는 여러 민족이 살았다. 그중 한국인을 찾아내는 방법은 간단했다. 이른 봄 바구니를 끼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 처녀, 아녀자들이었다.”(‘대밭에서 초여름을 씹다’, 삼우반, 2003년)
봄에 산나물을 채취하는 이들은 한국인이 유일했다. 우리는 냉이, 달래, 쑥을 캐며 봄을 맞았다. 흔히 산나물을 가난, 궁핍함, 초근목피(草根木皮)의 상징으로 여긴다. 틀렸다. 당시 간도, 만주 일대에는 여러 민족이 모여 살았다. 한국,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원주인인 중국인, 중앙아시아인들, 러시아 사람들까지 모여들었다. 먹고살기 어려워 먼 곳까지 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가난했다. 살림살이는 그저 그만했을 것이다. 궁핍한 살림살이다. 유독 한국인들만 더 가난했다고 이야기할 근거는 없다. 그중 한국인들만 봄철이면 산나물을 뜯으러 다녔다. 산나물은 초근목피의 상징이 아니다. 산나물은 우리 민족 특유의 음식문화 중 하나다.
오래전에는 중국, 일본인들도 산나물을 먹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중국, 일본의 산나물 문화는 사라졌다. 중국인들은 버섯을, 일본인들은 들나물을 주로 먹는다.
재미있는 것은 산나물 중 ‘고사리’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사육신 성삼문은 단종복위를 꾀하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죽기 전 그는 시조를 남긴다. 제목은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다. 소재는 중국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 먹으면서 굶어 죽은 백이, 숙제의 이야기다. 고사리를 캐 먹었다고 ‘채미가’(採薇歌)라고도 한다.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恨)하노라./주려 죽을진들 채미(採薇)도 하난 것가./비록애 푸새엣 것인들 긔 뉘 따헤 났다니.
이제(夷齊)는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가리킨다. 은나라 고죽군의 아들이었던 두 사람은 주 무왕이 은 주왕을 정벌하는 것을 말린다. 무왕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고 은나라를 정벌하자 수양산에 들어가서 고사리를 캐 먹다가 굶어 죽었다. 곧은 충절과 청렴의 상징이다.
백이, 숙제가 먹은 것은 ‘산나물 고사리’가 아니라 한낱 ‘풀’이었을 것이다. 고사리를 먹을 것으로 여겼다면 굶어 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중국인들은 우리처럼 고사리를 상식(常食)하지 않는다. ‘고사리를 먹었다’와 ‘굶었다’가 같은 뜻이다. 고사리는 먹을 것이 아니었다.
성삼문은 한글 창제 당시 북경을 갔다. 이때 이제의 묘를 지난다. 이제의 묘를 보고, 남긴 시가 있다. 백이, 숙제를 기리는 글이다. 내용은 ‘수양산 바라보며’와 비슷하다.
그때 말 머리 부여잡고 ‘그르다’ 했음은/대의가 당당하여 일월처럼 빛났네/초목(草木) 역시 주나라 땅에서 자란 것인데/부끄러워라 그대, 수양산 고사리는 어찌 먹었던가
재미있는 것은 ‘초목’(草木)이다. 여기서는 먼저 ‘초목’이라고 하고, 뒤에서 ‘수양산 고사리’를 먹었다고 했다.
왜 한반도에만 ‘산나물 문화’가 전승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은 ‘이제’와는 달리 이제는 고사리를 널리 먹지 않는다. 고사리는 생산하되, 대부분 한국으로 수출한다. 일부 먹는 곳도 조선족이 많이 사는 동북 삼성이다.
우리는 고사리뿐만 아니라 모든 산나물을 귀히 여겼다. 농암 김창협의 시다(농암집 제6권). 제목은 ‘저녁에 읍내에 묵으며 숭아의 시에 차운하다’이다.
현령께서 가져오신 술을 따르며/봄 시내 띄운 배에 올라 노닐 제/날 위해 내온 밥상 진기한 음식/때 일러 신선한 산나물일레
배경은 영평현(경기도 포천시 영중면)이다. 현령이 뱃놀이에 상을 내놓는다. 진기한 음식=일찍 나온 산나물이다. 예나 지금이나 포천 주변에는 산이 깊다. 그 산에서 마련한 산나물이었을 것이다. 가난의 상징이라고 부르는 산나물을 진기하게 여겼다.
농암은 명문세가 출신의 벼슬아치다. 굳이 ‘가난한 산채’를 두고 진기한 음식이라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벼슬아치들도 산나물을 귀히 여겼다.
산나물은 임금도 귀하게 여겼다
성군 세종대왕(1397~1450)도 여러 차례 산나물을 이야기한다. 세종 25년 1월 14일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다. 제목은 ‘온천에 가기로 결정하고 민폐를 끼치지 말 것을 충청 감사에게 이르다’이다.
비만에 운동 부족, 과로 등 당뇨병 발병 요건을 다 갖추었던 세종대왕은 말년에 당뇨로 인한 실명도 겪었다. 치료차 온양온천에 여러 차례 갔고, 그때마다 지역 주민들이 고생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임금이 승정원에 이르기를,/“대개 남의 고생을 스스로 알지 못한다고 하지만, (중략) 대신들이 심히 청하므로 마지못해 억지로 좇겠노라. (중략) 내 민폐를 절대로 없게 하여 (중략) 충청 감사에게 이미 마른반찬을 준비한 것 외는, 비록 산나물이든 들나물이든 쉽게 구할 물건일지라도 올리지 말게 하라.” 하였다.
산나물은, 가난하여 마지못해 먹었던 식재료가 아니었다.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국왕도 귀하게 여겼다.
‘산나물=가난의 상징’은 일제강점기에 비롯되었다. 일본인들이 보기에는 산나물이 곧 풀이었다. 풀은 초근목피다. 산나물을 널리 먹지 않는 일본인들이 보기엔 한국인들이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찾아서 먹는 풀뿌리, 나무껍질이었다. 왕과 관리들은 고기를 먹는다. 일반 서민들은 먹지 못하는 것, 초근목피로 목숨을 잇는다. “자기들만 배를 불리는 썩어빠진 조선의 고관대작 대신, 일본 제국이 너희를 다스리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전형적인 일제 식민사관이다.
산나물의 계절이다. 냉이, 달래, 명이나물 등만 이야기하는 우리 시대가 부끄럽다. 우리 선조들은 제사상에 미나리, 부추, 당귀 등 숱한 산나물, 들나물을 빠짐없이 올렸다. 산나물, 들나물은 한반도의 식문화가 풍성했음을 보여준다. 초근목피라고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원유 감산 합의에도 국제유가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5%(0.35달러) 하락한 22.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OPEC+는 지난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다음달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 동안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가스콘덴세이트 제외)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감산 합의에 실패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 전쟁’을 벌이면서 국제유가는 폭락세가 이어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와 함께 그동안 또 다른 악재로 작용했던 감산 이슈가 일단락됐지만, 국제유가는 혼조세를 보였다.
씨티은행의 글로벌 상품 책임자인 에드 모스는 “이번 감산 합의는 전례 없는 시기의 전례 없는 조치”라며 “하반기에는 유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연말쯤 배럴당 40달러 중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사우디라아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최근 급락한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원유 감산을 결정했다.
OPEC+(OPEC과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 협의체)는 12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다음달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 동안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감산 기준은 2018년 12월이다. 이에 따라 하루 250만 배럴씩 감산해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산유량을 각각 하루 850만 배럴로 줄여야 한다.
앞서 OPEC+는 지난 9일 긴급 화상회의로 하루 1000만 배럴 감산이 결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멕시코가 자국의 감산 할당량 40만 배럴 가운데 10만 배럴만 수용하겠다고 주장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이 요구를 반대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12일 회의에서 결국 수용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그동안 OPEC+의 감산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가격 인하와 증산을 예고해 국제유가가 급등락하는 등 요동쳤다.
은퇴한 시니어도 젊은 세대처럼 돈을 번다. 만족스런 일자리에 재취업한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자산투자로 매달 고정수입을 올리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안정을 추구하던 이들의 투자 성향도 공격적인 태세로 전환됐다. 활기찬 투자 성향은 이제 젊은 세대 못지않다.
소득 창출의 대표적인 방법은 ‘일자리’다. 노동활동은 급여라는 현금과 교환되고 이 돈은 소비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은퇴 후 고정수입이 사라지면 노후를 고민하는 시니어가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 노후준비에 충실했다면 고민을 덜 수 있겠지만, 그래도 100세 시대를 풍요롭게 보내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공격적인 투자
은퇴 이후에 직장을 구하는 ‘시니어 취준생’이 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눈에 띄는 건 자신에게 투자하고 자격증을 얻어 일자리를 찾는 시니어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자기계발을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모습이 젊은 세대와 흡사하다. 그동안 관심이 많았지만 먹고사느라 평생 미뤄온 일에 뛰어드는 도전정신도 돋보인다.
하지만 은퇴 후 일을 하는 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지만, 재취업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는 건 젊은 세대와 닮았으나 나이에 따른 한계를 넘어서긴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젊은 세대 못지않다. 체력은 달리지만 도전하고 성취하려는 의지는 넘친다. 금융투자시장에 뛰어들어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중위험·중수익 이상의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들의 과감함은 젊은 세대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공격적인 성향이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금융상품에 투자해 주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니어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들의 투자는 과거에 비해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게 특징인데 그 이유는 초저금리 시대의 영향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중위험·중수익’으로 간 투자 성향
초저금리 시대를 넘어 마이너스금리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제 은행에 돈을 맡기면 보관료를 내야 하고, 돈을 빌린 사람은 그보다 적은 돈을 갚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전 세계 거래 국채의 3분의 1이 마이너스 금리다. 자산을 늘리기는커녕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시대에 은퇴를 한 시니어라면 과연 은행의 예·적금으로 만족스런 노후를 설계할 수 있을까. 시니어들의 투자 성향이 공격적으로 바뀐 배경이다.
과거에는 원금을 잃어버리지 않는 안전 투자가 노후 대비의 밑바탕이었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고개를 젓는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구성된 3층 연금만으로 희망하는 노후를 충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이에 시니어들은 노후를 대비해 모아둔 금융자산을 활용해 지속적인 소득을 낼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상품 투자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100세시대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THE100리포트’를 살펴보면 시니어들은 가격변동에 따른 자본손익보다 이자, 배당 등으로 구성되는 인컴(income)에 주목한다. 금융에서 인컴이란 매매와 상관없이 자산을 보유하는 동안 꾸준히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으로 채권 이자, 주식 배당, 부동산 임대수익 등이 해당된다. 인컴자산은 다른 위험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편이지만, 원금손실의 리스크가 있는 ‘중위험·중수익’으로 분류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펀드에 5억 원을 투자한 A(66세) 씨는 3개월마다 600만 원가량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해당 펀드는 5년 만기 상품으로 4~6%의 배당수익률을 자랑한다. 또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B(63세) 씨는 지수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오르내리긴 하지만 통상 매달 3~4%의 이자를 받는다. 3억 원을 투자한 B씨의 배당금은 월 100만 원 정도다.
해외 고배당주도 체크해볼 만하다. 최근 블룸버그가 분석한 주요 국가의 배당수익률은 러시아(6.6%), 호주(5.6%), 영국(4.3%), 대만(4.1%), 홍콩(3.7%), 스웨덴(3.6%), 싱가포르(3.6%), 프랑스(3.0%), 독일(3.0%), 중국(2.9%), 일본(2.2%)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1%다.
인컴투자는 현재의 금융투자 환경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적절한 투자전략이다. 은퇴 후 자산관리 관점에서도 좋은 투자전략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은퇴자산을 활용한 투자는 크게 손실을 보면 복구할 수 있는 시간과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인컴자산의 종류와 특징
대표적인 인컴자산은 채권이다. 채권은 발행 시점부터 앞으로 받게 될 이자와 원금이 확정돼 미래의 현금흐름을 예측하기 쉽다. 일정 수준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라면 신흥국 국채, 하이일드 채권 등이 적합하다. 반대로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투자자는 선진국 국채, 투자등급 회사채 등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이 좋다.
주식도 꾸준히 발생하는 수익인 배당이 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이지만 몇 년 사이 배당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아지면서 ‘고배당주’가 안정적인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고배당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주요 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반면 글로벌 고배당주는 더 많은 인컴 수익 기회를 제공한다.
부동산이나 인프라 시설 등 대체투자자산을 통해서도 인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자산을 보유하는 동안 계속 얻을 수 있는 부동산 임대수익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임대수익은 개인이 직접 투자해 얻을 수 있고, 부동산 펀드나 리츠(REITs) 같은 간접투자상품을 활용하면 소액으로도 가능하다. 리츠는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