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가 보면 안다. 많은 한국인이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머물고 있는 이유를 말이다. 매력이 넘치는 바르셀로나는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도 큰 인기다. ‘내 남자의 여자도 좋아’, ‘비우티풀’,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등은 모두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다. 또 몬주익 언덕에는 마라톤 선수 황영조 기념탑이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우승을 안겨줬던 도시. 낯선 나라에서 한글을 보면 가슴이 짜르르해지고 눈시울이 젖는다.
100년 넘게 공사 중인 대성당
스페인 북동부의 카탈루냐 자치주의 주도인 바르셀로나는 17세기에 건설된 항구도시다. 바르셀로나는 최근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시도하고 있어 국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은 관광도시로 유명한데 특히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의 건축물은 탁월한 명소다.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는 건축 문외한의 눈길도 저절로 이끈다. 특히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여행자들의 필수 방문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뜻은 ‘성 가족’이라는 의미로 예수 그리스도, 마리아, 요셉을 뜻한다.
이 성당의 원 설계자는 가우디의 스승인 비야르. 성 요셉 축일(1882년 3월 19일)에 착공을 했으나 건축 의뢰인과 의견 충돌로 중도 하차했고 이듬해부터 가우디(당시 31세)가 맡게 된다. 가우디는 1926년까지, 총 12년간을 오로지 이 성당에만 매달린다. 그러나 성당을 완공도 하기 전, 그는 전차에 치여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다. 그가 사망할 당시 이 성당은 ‘예수 탄생’ 파사드, 종탑 한 개, 네 개의 탑, 지하 납골당만 완성된 상태였다. 그날 이후 공사는 끊임없이 진행되었고 가우디 사후 100년(2026년)이 되는 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성당은 천천히 자라나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을 운명을 지녔다”는 생전 가우디의 말이 이뤄질 것 같다. 입장료가 비싸지만 매표소는 늘 장사진을 친다. 매표 요금은 완공을 위한 기부금 형태로 쓰인다.
바르셀로나를 빛내는 건축가 가우디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400여 개의 회오리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구경하면 된다. 가우디의 유해는 지하 박물관에 있다. 1869년(17세), 가우디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형이 이미 가 있는 바르셀로나로 터전을 옮겨 건축학교에 입학한다. 고향과는 달리 큰 도회지인 바르셀로나에서 처음은 적응이 어려웠지만 그 시절, 많은 자극과 동기를 받는다. 1874년(22세),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건축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그의 특이한 창조성은 호평보다는 혹평을 많이 받는다. 그는 늘 말이 없고 허름한 차림새에 이상한 실험들을 일삼았기에 평생 괴짜라는 꼬리표를 안고 살아야 했다. ‘귀족적이면서 천박한, 댄디(dandy)이자 방랑자, 박식하지만 오락가락하는, 기지가 넘치지만 재미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가 있었다. 그는 가우디를 천재라고 칭찬했다. 사후 30년 뒤인, 1960년대부터 그는 인정받기 시작했고 바르셀로나를 영원히 빛내고 있다.
카사 밀라에서 구엘 공원까지
바르셀로나에는 성 가족성당 말고도 가우디의 모더니즘 건축의 최고로 꼽히는 카사 밀라가 있다. 산을 주제로 디자인하고 석회암과 철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독특한 건축물로 파도가 치는 것 같은 곡선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또 바다를 주제로 디자인한 카사 바트요(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는 도자기 타일과 유리 모자이크가 아름답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구엘 공원(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다. 가우디와 구엘 백작의 합작품.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은 이상적인 전원도시를 만들 목적으로 바르셀로나의 펠라다 지역 땅을 매입한다. 구엘은 가우디에게 영국의 전원도시를 모델로 해서 그리스의 팔라소스 산과 같은 신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공원 부지가 돌이 많은 데다 경사진 비탈이어서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가우디는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땅 고르는 것도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이 단지를 위해 무려 14년(1900~1914)이나 매진했지만 결국 자금난 등으로 미완성으로 끝났다. 1922년,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구엘 백작 소유의 이 땅을 사들여 이듬해 시영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자연 친화적 건축물, 구엘 공원
구엘 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독특한 공원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사람은 꼭 방문해봐야 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멀리 지중해와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바지에 구엘 공원이 있다. 초콜릿을 닮은 듯한 돌기둥, 과자의 집처럼 생긴 건물, 반쯤 기울어져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인공 석굴, 계단 위에 타일로 만들어진 도롱뇽, 기념품 파는 건물 등 가우디만의 색깔이 분명한 건축물이 오롯이 모여 있다. 또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구엘 백작의 요청으로 만든 도리아식 기둥도 눈길을 끈다. 녹색 식물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들어앉은 독창적인 건축물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채 만들어졌고 사방팔방으로 시내가 조망되어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까지 가세하면 두말할 필요 없이 행복한 공간이다. 단 과거 가우디가 살았던 집은 박물관으로 공개해 유료다. 가우디가 사용했던 침대, 책상 등 유품과 데드 마스크가 전시되어 있다. 가우디가 직접 디자인한 독특한 가구들이 감상 포인트다.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직항이 운행된다. 소요시간은 13~14시간.
현지 교통 바르셀로나는 규모가 커서 대중교통을 필히 이용해야 한다. 지하철이 제일 편리하다. 도심이 복잡하므로 1일권을 사서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음식정보 보케리아 시장에서는 해산물을 구입해 즉석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때는 근처의 레스토랑을 이용하자. 흥정으로 절반짜리 해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숙박정보 바르셀로나는 관광도시라 물가가 비싼 편이다. 고급 호텔 가격은 1박당 50만 원 이상. 아파트, 한인 민박, 호스텔 등을 이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아파트 숙박은 1박당 10만 원 정도.
화폐 유로화 통용.
날씨 바르셀로나의 4월 평균 최저기온은 8.5℃, 평균 최고기온은 17.6℃로 서울의 4월 중순 기온과 비슷하다. 예측 없이 비가 내릴 수 있으니 비옷과 우산은 꼭 챙겨서 외출하자.
시니어 여행 포인트 바르셀로나는 서둘러 여행하는 곳이 아니다. 천천히 여유를 갖고 둘러봐야 할 도시다. 몬주익 언덕은 꼭 올라가 봐야 한다. 도시를 한눈에 전망할 수 있다. 경기장 근처로 내려오면 차도 옆으로 황영조 동상이 있다. 차도를 따라 내려가면 미로 미술관을 만난다. 바르셀로나를 기점으로 근처 소도시 여행은 꼭 해야 한다. 몬세라트 성지와 타라고나를 적극 권한다. 누드 비치에 관심이 있다면 바르셀로나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시체스(Sitges) 해변을 찾으면 된다.
필자는 비교적 동안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탈모도 많고, 피부도 늙었다. 불과 몇 개월 전 사진을 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감기다. 해마다 겨울이면 감기로 고생을 해서 독감주사를 맞아두긴 했지만 이번 겨울 감기를 피하지 못했다. 작년 11월 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는데 이른 시간에 비바람을 맞아가며 마라톤을 했더니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감기 기운이 싹 가시지 않았다. 감기를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앓고 나면 기운이 많이 빠진다. 얼굴에서 윤기가 사라져 주름도 더 짙어 보인다. 갑자기 몇 년 훅 늙어버린 느낌이다. 매년 혹한을 거쳐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감기가 어려운 숙제다. 몸을 잘 돌보는 방법밖에 없다.
또 하나의 원인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남자가 밤중에 자주 깨는 건 과음 탓이다. 기분이 좋을 정도로만 마시면 숙면을 취할 수 있지만 과음을 하면 속이 불편하고 방광도 금세 차서 한밤중에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 그러고 나면 다시 잠들기 힘들다.
영화를 보는 습관도 안 좋다. 일단 보기 시작하면
2시간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영화가 끝나도 바로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밤잠을 설친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아침에 피부가 푸석푸석하다. 피부를 빨리 늙게 하는 아주 안 좋은 습관이다.
필자보다 몇 살 아래인 후배들과 밤샘 당구를 치는 것도 치명적이다. 저녁에 술집에서 만나 어느 정도 마신 뒤 당구장엘 간다. 승패에 따라 술값을 걷어 또 마시고 당구장 가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밤을 새게 된다. 새벽 서너 시쯤 지쳐서 그만하려고 하면 아직 전철 첫차가 다닐 시간이 아니니 한 판만 더 치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다 보면 날이 훤히 샌다. 결국 해장국까지 먹고 들어간다. 그러나 훤한 대낮에 잠이 제대로 올 리 없다. 낮잠을 자면 그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 당구를 밤새 치면 이런 악순환이 이어진다. 생활 리듬을 깨는 나쁜 습관이다. 몸이 제대로 회복되려면 며칠 걸린다. 아직도 청춘이냐며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해놓고는 만나면 또 그런다. 작년에도 세 번이나 그랬다.
필자는 평소에 세수하고 나서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 피부가 흰 편인 데다 얼굴에서 광이 난다는 소리도 듣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이 필자 얼굴을 보더니 피부가 마른 두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급한 대로 핸드크림을 발라주었다. 과연 잠시 후 피부가 훨씬 촉촉해졌다. 얼굴에 기초화장품은 반드시 써야 한다고 하지만 필자는 얼굴에 뭘 바르는 것이 싫다. 남자가 생긴 대로 살면 그만이지 여자처럼 꾸미는 것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 걷기운동을 할 때도 자외선 방지 크림을 꼭 바르라 했는데 그냥 다닌다. 그래서 피부가 검게 탔고 거칠어졌다.
몇 해 전 피부과 의사 친구가 레이저 시술을 해준 적이 있다. 거기에다 보톡스 주사까지 놔줬다. 보톡스는 6개월 동안 피부를 탱탱하게 해주지만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 거북했다. 그러나 레이저 시술은 해볼 만하다. 다시 부탁할 처지는 못 되고 이번에는 정식으로 돈을 내고 시술을 받을 생각이다. 레이저 시술을 하고 나면 며칠 검은 딱지가 생기지만, 딱지가 떨어지고 나면 확실히 피부가 맑아 보인다. 남자도 피부 관리에 돈을 들여야 하는 시대다. 어느새 나이가 그렇게 되었다.
늙음의 기준은 정신적인 면과 육체적인 면으로 나눠볼 수도 있고 이를 적절히 혼합해서 기준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관적이어서 저울 위에 사람을 올려놓고 무게 달듯 늙음을 평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같은 나이인데도 동안(童顔)이라 불릴 정도로 어려 보이는 사람도 분명 있다. 그러나 동안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장수(長壽)하지는 않는다. 빨리 늙는 나쁜 습관을 주위 사람들과 필자를 비교해 따져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흡연과 음주
흡연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일산화탄소를 발생시켜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을 방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아는 상식이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도 점점 줄어들고 흡연자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 때문에 가까이 가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 흡연자의 마음 위축은 상당하다. 음주한 다음 날에는 얼굴이 푸석푸석한 느낌이다. 술에 취하면 말이나 행동에 실수가 뒤따른다. 이럴 때는 관계에서 당당함을 잃는다. 확실히 술과 담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얼굴에 주름살이 깊고 크다. 윤기도 덜하다. 술과 담배는 몸속의 장기에도 영향을 주어 각종 암이나 질병을 일으켜 빨리 늙게 만든다. 술은 영양가 없이 열량만 높은 음식이다.
과식과 지나친 운동, 그리고 노동
먹은 것을 소화시키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몸속 장기가 혹사를 하는 것이다. 과식은 혈액을 오염시키고 필연적으로 비만을 불러온다, 비만은 염증세포를 양산해 신체 이곳저곳에 염증을 일으킨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불러오고 대사증후군도 일으킨다. 특히 시니어의 비만은 행동을 굼뜨게 하고 관절을 약화시킨다. 몸이 무거워 움직이지 않으려 하고 결과적으로 운동 부족으로 이어져 이런저런 신체 고장의 원인이 된다. 비만한 사람은 양질의 수면이 어려워 잠을 자도 피로 해소가 더디다. 마라톤처럼 과격한 운동도 사람을 빨리 늙게 한다. 지나친 육체적 노동 또한 노화를 촉진한다.
피부보호제를 바르지 않는 생활 습관
같은 나이라도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더 늙어 보인다. 공기 맑은 시골에 사는데 왜 나이가 들어 보이는가. 그것은 시골 농부들이 야외에서 일하면서 햇볕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자외선 차단제나 피부보습제를 바르지 않는 것도 주름을 만드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육상 중에서 가장 긴 거리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 인생의 굽이굽이 한평생과 같다는 말로 이해한다. 인생에 있어서 초년, 중년, 말년이 있다면 마라톤에도 초반전 중반전을 거쳐 마지막 골인지점의 최후의 승부처가 있다. 초반이나 중반에 선두에 서지 못해도 힘을 비축하였다가 마지막 승부처에서 다른 선수를 따돌리고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우승자다.
인생에 있어서도 노년의 삶이 행복해야 ‘세상구경 잘하고 돌아간다’라고 말할 자격이 된다. 부모 잘 만나 잘 먹고 잘살았거나 중년에 떵떵거리며 거들먹거려도 노년에 아무도 찾지 않는 지하 단칸방에서 독거노인으로 지내다 세상을 하직한다면 인생을 잘 살았다고 말하지 못한다.
마라톤은 긴 거리지만 결국은 속도경기다. 누가 전체의 거리를 빠른 시간에 주파했느냐가 관건이다.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려면 옆 사람과 이야기 하고 주로의 꽃구경을 하다가는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 입에서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며 1초를 아껴야 한다. 사람도 살면서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이 어느 길을 가야할지 목표 없이 방황하거나 엉뚱한 샛길로 빠지거나 어두운 길로 들어서면 노년의 종착지 부근의 삶은 당연히 비극이 기다린다.
그러나 이제는 100세 시대다. 혼자 만 잘 달려 60세에 일등을 하고 은퇴를 해도 후반전의 40년이 남아있다. 애시 당초부터 죽자 살자 그렇게 빨리 달릴 필요가 없었다. 100년의 거리를 알아차리고 천천히 즐겁게 좌우를 살피고 남을 도와주며 달렸으면 더 여유로운 삶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는 100세 시대에 혼자 빨리만 달려서는 외로운 인생이 된다.
마라톤보다 더 먼 거리를 달리는 경기가 울트라 마라톤이다. 마라톤이 속도경기라면 울트라마라톤은 완주경기다. 오직 정해진 거리의 완주에 목적이 있으니 시합이나 경기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올림픽 경기에도 없다. 우리나라 울트라 마라톤 중 최장의 거리는 전라남도 해남의 땅 끝 마을에서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까지 무려 622km를 달리는 종단코스가 있고 강화도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308km를 주파해야하는 횡단코스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 끝을 볼 수 있는 100km 울트라 마라톤이 일반적이다.
속도경기가 아닌 완주경기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다. 옆에서 함께 달리는 사람이 경쟁자가 아니고 동반자다. 옆 사람이 지치거나 다리에 쥐가 나면 부축해주고 마사지도 해주며 함께 달린다. 긴 시간 달리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주로에서 함께 밥도 먹는다. 마라톤경기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휴먼 스토리가 펼쳐진다.
필자는 마라톤 경기에 100여회 출전했다. 멀리 제주도 마라톤 대회도 갔다.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세 번이나 달렸다.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의 실천 장이 바로 울트라 마라톤이다. 울트라 마라톤은 선수보호를 위해 차량통행이 뜸한 한밤에 열린다. 별이 총총한 밤에 소수의 마라토너가 배낭에 음료수와 약간의 먹을거리를 짊어지고 느리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삶이 보인다.
소년출세가 인생에서 경계해야할 일인 것처럼 빠른 주법은 울트라마라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느리게 그러나 쉼 없이 달려야 한다. 빠른 속도보다는 방향이 우선이다. 방향이 맞으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한다. 100세 시대에 가야 할 방향이 정해지면 더불어 사는 이웃과 친척친지들과 호흡을 맞춰야 인생이 즐겁다, 서로 도와가며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이야 말로 100세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삶의 방법이다.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숨어서 소고기 구어 먹는다고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함께 해야 행복이다.
‘소확행(小確幸)’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조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18년 우리 사회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이미 회자되고 있던 ’작은 사치‘와도 비슷한 용어이다. 포미족(FOR ME)의 부상과도 연관이 있다. 빵집에서 가장 비싼 빵을 사 봐야 큰돈은 아니다. 500원 짜리 편의점 커피도 있지만, 점심 한 끼보다 비싼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는 것도 ’작은 사치‘이다. 집값이 천문학적으로 비싸 생애에 아파트 하나 살 형편이 안 될지도 모른다. 그 대신 자동차는 멋진 것으로 사는 것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아파트 값에 비하면 ’작은 사치이다.
소확행의 전제는 긍정적이어야 하고 작은 일이지만, 흡족하고 행복하게 생각해야 한다. 남들이 보는 관점과 달라도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큰 목표를 이루면 좋겠지만, 큰 목표는 성공 확률이 높다. 그럴 바에는 성공 확률이 높은 작은 목표가 좋은 것이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달관세대’라 하여 출세에 관심이 없다. 높은 직위에 오르게 되면 사생활을 희생해야 하고, 책임이 많아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을 도맡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식 직원도 마다하고 자유로운 아르바이트를 오히려 선호하는 풍조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 나름대로 소확행을 즐기는 것이다.
70년대 말 전자오락 게임이 한창 유행이었다. 필자는 그 당시 ‘갤럭시안’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기록 중이었다. 위에서는 포탄이 쉴 새 없이 점점 더 많이 빠른 속도로 내려오고 밑에서는 방어물 뒤에 숨어 레버와 버튼을 이용하여 위쪽 적을 공격하여 파괴하는 게임이었다. 순발력과 빠른 손놀림이 동시에 필요한 게임이었다. 서울역에서 갈월동으로 가는 도로변은 전자오락 게임방이 줄지어 있었다. 밤늦은 시간에 가면 그날의 하이 스코어가 8만점대정도로 표시되어 있었다. 필자는 기계마다 20만점에 근접하는 기록을 만들어 냈다. 필자 뒤에는 그것을 신기하게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날도 한창 신기록을 수립 중인데 동료가 그만하자며 뒤에서 갑자기 필자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순식간에 게임이 종료되었다. 필자가 불같이 화를 내자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동료는 필자가 하이 스코어를 낸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이름이 남는 것도 아닌데 적당히 하면 되지, 그렇게 몰입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문했다. 그때 마땅한 어휘가 없어 필자의 입장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게 필자에게는 소확행이었다.
일 년 내내 전국에서 댄스스포츠 대회가 열린다. 권위 있는 큰 대회도 있고, 고만고만한 실력의 선수들만 참가하는 댄스 대회도 있다.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지만, 예선을 통과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작은 지방 대회는 우승도 할 수 있고 적어도 등수 안에는 들어 트로피도 탄다. 혹자는 그런 대회에서 우승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무시한다. 그러나 나름대로 보람이 있다. 목표가 크지 않으니 소확행이다.
작년에 마라톤에 입문했다. 10km에 도전했다.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풀코스도 아닌데 감히 마라톤이라고 말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었다. 풀코스를 뛰는 사람도 처음엔 10km부터 뛰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풀코스에 도전하기 위해서 10km로 출전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10km 코스면 흡족하기 때문이다. 소확행이다.
‘포미 족’이란 영어 그대로 ‘나를 위한’이라는 뜻도 되지만, 포미(FOR ME)는 건강(For health), 싱글(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를 말한다.
이들은 자신이 가치를 두고 있는 제품에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로서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 경향을 보인다. 가격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따지는 ‘가심비(價心比)’ 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트랜드는 곧 단독가구가 복수 가구를 넘어서는 추세로 볼 때 상당히 관심 있게 봐야 할 변화이다. 앞으로 이런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비즈니스에서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미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 활동하는 사람들이 대세로 등장하고 있다. 혼자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푸대접하면 그 음식점은 오래 가지 못한다. 싱글족이 많은데 마트에서 파는 상품이 그에 맞춰 따라가지 못하면 안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
필자는 전형적인 ‘포미 족’이다. 건강(For health)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걷기, 마라톤, 등산, 댄스, 당구 등 신체적 운동은 물론, 정신적 건강을 위해 노래, 책, 영화, 음악회, 연극, 등에도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건강에서 섭생을 빼 놓을 수 없다. 먹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양이 많은 것도 아니다. 적당한 양을 먹되 맛있는 음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것은 기어코 사서 먹고 만다. 결혼식장에는 뷔페 한 끼 잘 먹었다고 생각하고 기꺼이 다닌다. 비싼 호텔 레스토랑이나 이탈리언 레스토랑에 갔을 때는 정신적 건강을 위한 비용도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요건인 ‘싱글(One)’에도 완벽하게 해당된다. ‘싱글족이 한 집 걸러 있다’라는 말은 기러기 족 등 편의상 싱글인 것이고 필자는 법적으로 완벽한 싱글이다. 법적인 싱글과 편의상의 싱글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편의상 싱글은 행동의 제약, 경제적 제약, 등 혼자 살아도 제약이 많다. 그러나 법적인 싱글은 제약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번째 요건인 ‘편의(More convenient)’에서도 필자는 불편한 것이 거의 없다. 자동차가 없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대중교통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서울에서 살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 필요하면 자동차를 렌트하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네 번째 요건인 ‘고가(Expensive)’와는 다소 멀지만, 그간의 생활 패턴이나 성격상의 차이일 뿐이지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들어가는 돈은 제한 없이 쓸 용의가 있는 사람이다. 마음 맞는 동행자가 생긴다면 기꺼이 경비도 부담할 작정이다.
포미 4가지 요건 외에 중요한 것이 사회적 관계(Relation or Network)이다. 싱글이더라도 주변과 어울려야 한다. 삶의 재미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외톨이가 되어 우울증에 걸릴 우려가 있다.
흔히 투우와 집시의 정열적인 플라멩코 정도로 알기 십상이던 스페인이 황영조라는 우리의 마라톤 영웅 덕분에 바르셀로나가 내게도 조금씩 부각되기 시작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어쩐지 친근한 도시로 여겨졌고 태극기가 휘날리던 그 도시의 몬주익 언덕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게 되었다.
새벽에 이스탄불에서 작은 비행기를 타고 세 시간 반 정도 날아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다. 책이나 영화 등으로만 보아왔던 스페인의 하늘에선 뜨거운 태양이 쏟아질 거란 막연한 기대는 간단히 무너진다. 구름이 가득 얹힌 하늘 아래 잠시 서서 스페인의 공기 속에 묻혀본다.
카탈루니아 광장 부근의 숙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내다보는 거리 풍경이 내 가슴을 두근두근 설레게 한다. 그 거리를 오가는 까무잡잡한 피부와 높은 콧날의 스페인 사람들이 이 땅에 내가 왔음을 실감시켜 준다. 일단 예약해 두었던 호텔에 짐을 부려놓고 무조건 밖으로 나왔다.
가 볼 곳도 많고 해야 할 것도 있지만 우선 카탈루나 광장 계단에 걸터앉아 여행자의 자유로움을 느껴보기로 한다. 사람 반 비둘기 반이라고 할 만큼 사람과 비둘기가 바글바글하다. 물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둘기가 훨씬 많아서 수백 마리가 날개를 펴고 한꺼번에 날게 되면 여행자들에게 카탈루냐 광장의 추억을 단숨에 만들어주는 듯 한 풍경을 연출한다. 광장 옆 도로로 발걸음을 옮겨보니 마치 단체 여행객들을 쏟아놓은 것처럼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골목이어서 놀랐다.
광장 지하의 여행자 정보센터에 가서 투어 브로슈어를 몇 가지 챙겼다. 긴 날짜가 확보된 여행이 아니긴 했지만 버스나 지하철, 그리고 트램, 푸니쿨라 정보를 얻기 위해서 필요하다. 지하철 역에서 판매되는 교통권은 1회권이나 1일권이 있고 10회권, 50회권이 있기 때문에 계획된 동선이나 머무는 날에 맞게 구입하면 유용할 수 있다.
일단 여행지에서 한 달 살기라든지 2주 3주씩 머물 만큼 긴 시간이 주어지지 않다 보니 우린 짧은 날 동안이나마 바르셀로나를 충분히 느끼기 위한 마음을 활짝 열어둔다. 그리고 카탈루냐 광장을 벗어나 가우디의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시작했다.
는 독일의 외무장관을 역임한 요쉬카 피셔가 쓴 책이다. 181cm키에 112kg의 뚱보였다가 마라톤으로 일 년 만에 75kg으로 감량한 체험 수기이다. 피셔는 택시 운전사에서 외무장관까지 지낸 사람으로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체중이 그렇게 늘었다는 것이다. 현직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감량에 성공하고 나니 자신감도 생기고 건강도 좋아져 마라톤 마니아가 된 것이다.
피셔는 너무 뚱뚱해서 세 번째 부인에게 이혼 당했다. 돌아보니 그럴 만 했다는 것이다. 볼 품 없는 뚱뚱한 외모, 걷기만 해도 숨 가빠 하는 저질 체력, 그대로 가면 건강상으로도 무슨 일이 터져도 터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었다고 한다. 이혼의 충격으로 그때부터 감량할 방법을 찾다가 마라톤을 선택한 것이다. 1948년생인 그는 그때 나이가 한창 50대를 향해 갈 나이였던 1996년이다. 정치 일선에서 한창 바쁠 때였다.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새벽 시간을 쪼개든, 밤 시간을 쪼개든, 달리고자 하는 의욕만 있다면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피셔는 그렇게 했다.
살을 빼는 데는 달리기만한 운동은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먹는 것도 중요하다. 둘 다 겸해서 해야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달리기를 열심히 하다 보면 고기, 술 등 살찌는 음식을 자연스럽게 멀리 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 다 겸한 결과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주변의 약간의 오르막에서 걷는 것도 힘들었단다.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 나가면서 1년 9개월 만에 풀코스까지 완주하게 된 것이다.
필자도 올해 마라톤을 시작했다. 늘그막에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과연 너무 늦은 나이에 무리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 아직 풀코스는 뛰지 못했고 첫해인 올해 10km를 3번 뛰었다. 내년에는 10km를 몇 번 더 뛰어보고 하프 코스에 도전해 볼 목표를 세웠다. 피셔의 기록과 필자의 기록은 비슷하다. 10km면 한 시간, 하프 코스인 20km면 2시간, 30km는 3시간, 풀코스는 4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썼다.
피셔는 마라톤은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상관없다고 썼다. 심폐 기능이 좋아지고 다리 근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다리 근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히 오르막 계단의 경우 피로도가 많이 감소되어 좋아졌다. 마라톤에서 속도를 낼 때 땅을 박차는 다리 근육이 강화 된 것 같다. 뱃살이 당기는 것은 체감했지만, 아직 체중 감량 효과까지는 맛보지 못했다. 달리는 것을 생활화해야 감량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먹는 것도 아직 변화 시키지 못했다. 고기든 술이든 기회 닿는 대로 마다하지 않는다. 체중이 더 안 늘어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제 막 마라톤을 시작한 필자의 경우에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준다. 피셔나 필자나 프로가 되려고 마라톤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프로처럼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체력 배분을 위해서 초반에는 천천히 뛰어야 하는데 주변 분위기에 휩싸여 속도를 내다보면 무리가 온다는 것이다. 프로 선수들도 그 분위기 때문에 초반 레이스에서 오버 페이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빨리 뛸 수는 있지만, 초반에는 그 기분을 억제하는 것이 요령이자 수양이다.
한참 지난 오래된 잡지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언젠가 사회연대은행 두드림 기자활동을 할 때 만나서 인터뷰했던 대표님의 ‘아름다운 유산’에 관한 기사가 실린 책을 펼치게 되었다.
‘아름다운 유산’은 파키스탄이나 중앙아시아 오지의 소외된 아동을 후원하는 모임이다.
‘아름다운 유산’ 대표는 원래 히말라야 정상정복을 꿈꾸던 산악인인데 다니다 보니 너무나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이 많아 이들을 돕기로 했다고 하는데 돕는 방법이 독특했다.
아주 힘든 사막 마라톤이 있다. 사막 마라톤을 하면서 1km 걸을 때마다 일정액을 지인들로부터 성금으로 받아 기금을 마련해서 파키스탄의 어려운 고아에게 고아원을 지어주었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사하라 사막과 애리조나 사막 나미비아사막 마라톤을 완주하고 기금을 모았다고 한다.
인류애, 행복,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며 활동영역을 중앙아시아로 확장하고 글로벌 자선단체를 지향하며 UN에 등록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는 ‘아름다운 유산’ 대표님의 모습은 참으로 천진난만하고 소년 같은 순박함과 인자함이 느껴졌다.
좋은 일을 하면 다들 저렇게 해맑고 빛나는 모습을 갖게 되는 걸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당시 인터뷰에서 꿈이라고 하셨으니 지금은 당당히 UN에 등록되었는지 궁금하다.
설립취지문에서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그러나 빨리 가고 멀리 가려면 누군가와 함께여야 한다’ 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좋은 일에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그만큼 든든하고 용기를 얻는 일일 것이다.
‘아름다운 유산’ 창립총회에 모이신 분들 모두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셨을 거라는 생각에 다들 훌륭해 보였다.
그동안은 지인의 도움으로 기부금을 받았지만 이제 사단법인으로 태어났으니 더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움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기부가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큰 부자나 기업에서 많은 액수를 내놓기도 하지만 필자처럼 평범한 사람은 작은 마음을 보탤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
그러나 실은 필자도 그렇게 기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다. 사는데 바빠서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는 변명을 마음에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매스컴을 통해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나 난민촌의 아이들 소식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전화 버튼을 누르는 정도였다.
예전에 우리 엄마는 적은 돈이지만 기부를 많이 하셨다. 돈암동 아리랑 고개 가는 길에 외방 선교회가 있었다.
외방 선교회는 다른 나라에 파견되어 나가서 선교활동을 하는 신부님을 후원하는 곳이다.
성당에 열심인 엄마가 후원금을 냈는데 그땐 직접 찾아갔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대신 전달하러 몇 번 갔던 외방 선교회가 겉으로 볼 때엔 평범한 건물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느껴지던 엄숙함과 경건함이 잊히지 않는다.
세계 오지의 어려운 여건에서 선교하시는 신부님들에게 아주 작은 보탬이 된다는 것에 엄마는 마음 뿌듯해 하셨다.
몇십 년 전 뉴스에서 서울대에 합격했는데 등록금이 없다는 학생의 기사를 보고 엄마의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 똑똑한 젊은이가 너무나 안타깝다며 성금을 내고 오라고 하셔서 광화문의 조선일보사에 찾아가 엄마의 이름으로 성금을 맡겼었다.
필자보다 마음이 따뜻한 엄마의 심부름을 하면서 따라가지 못하는 필자 자신이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기부는 쓰고 남아서 하는 게 아니라 어려운 중에도 작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직 실천을 못 하고 있다.
‘아름다운 유산’이나 ‘바라봄 사진관’ 같은 좋은 일을 하는 단체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더욱 따듯해질 것이다.
자신에 맞게 이웃을 돌아보는 작은 마음들이 불꽃처럼 일어나서, 기부문화란 작아도 괜찮고 어렵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돈 걱정 없이 사는 방법은 번만큼만 쓰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되지 않습니다. 시니어의 사회은퇴 전후의 생활은 전혀 딴판입니다. 은퇴 전에는 돈이 부족하더라도 나중에 보충해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수입은 줄고 늘리기 매우 어렵습니다. 소비지출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돈을 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생활주변에서 지나치기 쉬운 낭비를 줄여야 해답이 나옵니다.
건강관리비
누구든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소망합니다. 건강하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을 필요가 없고 건강식품을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건강관리비를 확 줄일 수 있습니다. 건강하려면 섭생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여야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상쾌한 바람이 부는 운동하기 딱 좋은 때입니다. 산행·마라톤·수영·골프 등 체력과 취미에 맞는 운동을 하면 됩니다. 운동을 쉬지 않고 하여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마음을 다잡이야 운동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고 비가 오는지 눈이 내리는지 걱정하면 운동하러가기 싫어집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지 말아야 합니다. 비오면 우산을 들고, 눈이 쏟아지면 털모자 하나 머리에 쓰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먼동이 트면 집을 나서 아침 산책을 하면 하루가 상쾌합니다. 아침 산책길은 맑은 날도 이슬이 내려서 평지보다 미끄럽습니다. 산에서 넘어지면 대형 골절사고가 납니다.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동호인을 즐겁게 사귀면 운동을 지속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친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운동에 빠질 수 없습니다. 산악회에 참여하여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지방 원거리를 찾고 가끔 해외원정 산행을 하면 효과는 더욱 높아집니다. 산행이 어려우면 걷기 쉬운 둘레길을 찾고, 더 낮은 자락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신체조건에 맞춰 무리하지 않도록 걸으면 건강에 유익합니다. 햇볕 쪼이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걸으면 됩니다. 누구나 만보를 걷을 수 있습니다.
자원봉사에 동참하면 건강유지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재산기부·재능기부·노력봉사 중 자기처지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사회에서 터득한 귀중한 체험을 후세대에 전하는 숭고한 일입니다. 참가자들과 함께 어울려서 마음의 평온을 얻고 나눔의 기쁨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사회교육에 참여하여 새로운 배움을 익히고, 남녀노소 세대들과 어울리는 일도 건강유지에 큰 보탬이 됩니다. 자기완성을 위한 자존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차량유지비
자동차는 편리한 교통수단입니다. 하지만 차량유지비를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를 구입할 때나 유류가격이 상승할 때 잠깐 고민하다가 금방 잊고 생활합니다. 사회은퇴자는 차를 사용할 필요가 많이 줄어듭니다. 가끔 운전석에 앉으면 차운전이 낯설게 느껴지고 행동이 굼떠져 사고를 내기 쉽습니다. 차는 주차장에서 먼지만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을 그만 둬야하는 이유입니다. 차가 보이면 차를 사용하고 싶고 걷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차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야 대책이 나옵니다.
자원봉사활동과 사회교육에 참여하면서 굳이 자동차를 이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도로혼잡에 고생하지 않고 약속시간을 잘 지킬 수 있는 전철과 버스 대중교통 이용이 최선입니다. ‘건강하려면 불필요한 차를 없애자.’ 차 없애기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주위의 눈을 의식하고 차의 편리함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서입니다. 차는 편리하게 이용하되 불필요한 경우에는 과감하게 없애야 합니다. 이를 실행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자동차를 없애면 유류비·수리비·세금·보험료 등 차량유지비가 모두 없어집니다. 새 차 구입하는 목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어집니다. 비가 오나 눈이 내리거나 교통사고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에 평온이 옵니다. 몸이 건강해지면 건강관리비도 확 줄어듭니다. 한가한 때 전철에 앉아서 책을 읽고, 버스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전철역까지 왕복 걷기를 자주 하고 운동량이 부족하면 다음 날 꼭 보충하는 습관을 기르면 더욱 좋습니다.
허망한 투자
세상에 공짜가 없는 줄 알면서도 고수익·고배당 유혹에 넘어가기 쉽습니다. 섣불리 투자하였다가 재산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보다 판단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쇠퇴하였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화려했던 젊은 날을 하루속히 잊어야 합니다. 자랑해서도 아니 됩니다. 후세대에 자리를 비켜주고 물러나야 합니다. 유능한 후계자를 도우면서 여유를 가져야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환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면서 장기투자를 헤서도 아니 됩니다. 설령 성공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관리할 수 없습니다. ‘현금만이 나의 것’ 입니다. 높은 이자를 지불하는 차입금이 있으면 빨리 정리하여야 합니다. 현금수입이 없는 부동산 담보 대출이라면 당장 큰 부담입니다. 이른바 흑자도산입니다. 부동산이 커지면 나중에 자식들의 상속분쟁만 키웁니다. 부동산·장기채권 대신 현금을 확보하여 지기의 소비를 희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후세대 관리
시니어 살림살이는 ‘현금흐름 수지균형’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현금이 부족하지 않아야 합니다. 인생 전반부는 증기기관차처럼 자신을 불태우며 앞만 보고 열심히 살면서 수입을 늘려 재산을 키웠습니다.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들어선 후반부는 빈손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부족해서도 아니 되지만 남길 수도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습니다. 자신은 알뜰하게 살았으나 자식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주위에 많습니다. 단호하게 뿌리치지 못하면 자신과 자식 모두에게 큰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이를 거절하지 못하는 세상입니다. ‘먹는 것보다 먹이를 구하는 훈련을 시키라’라고 흔히 말합니다. 자식들에게는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무조건 자식을 도와주는 것보다 교훈도 함께 전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