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일명 ‘웰다잉법’에 따라 8월 4일부터 말기환자에 대한 호스피스가, 내년 2월부터는 임종기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해졌다. 우리 삶의 일부인 ‘죽음’에 대한 법률임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동안 ‘죽음’과 관련한 책을 출간하고 다양한 강연을 펼쳤던 서울아산병원 유은실(劉殷實·61) 교수는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녀는 최근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데이비드 케슬러의 을 우리말로 옮겼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웰다잉법을 이르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4일부터는 말기 암환자에 한해 시행되던 호스피스 서비스가 후천성면역결핍증·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만성간경화 말기 환자에게도 확대됐다. 단어 하나하나에 대한 해석도 중요하겠지만, 유 교수는 그보다 앞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는 개개인의 마음가짐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이 법률이 우리에게 왜 필요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자연스레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겠지만, 무엇보다 죽음을 가까이하는 의사와 환자를 곁에 둔 가족에게 더욱 중요한 이야기다.
“사실 의사들은 늘 죽음을 가까이하기 때문에 의식하려 하지 않거나 고민할 겨를이 없어요. 또 주변에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이를 돌보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더라고요. 막상 자신이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은 이런 책을 읽게 되지 않아요. 오히려 아직 건강한 중장년이나, 환자를 둔 가족이 읽으면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죠.”
웰다잉법 시행, 죽음을 이야기해야 할 때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의미나 영적인 부분을 다루면서도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등 우리가 준비해야 할 실질적 항목들을 소개한다. 유 교수는 일단 이러한 책을 사서 보는 것만으로도 죽음 준비의 첫 단추를 꿴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 여고 동창 중에는 의사가 꽤 많은 편이에요. 어느 날 그 친구들이 제가 어디서 강의하는 걸 들었는데, 다들 웬만큼 공부도 하고 알만 한데도 막상 자신들이 실천해온 게 없다고 털어놓더라고요. 그만큼 ‘죽음 준비’는 우리에게 낯설죠. 이제 웰다잉법이 시행되면서 여기저기서 강연도 열리고 관련 책도 쏟아져 나올 거예요. 그런 데 참여하고, 책 한 권이라도 찾는 분들은 이미 죽음 준비의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볼 수 있죠.”
은 유 교수의 번역을 통해 올해 국내에서 만났지만, 본래는 미국에서 라는 제목으로 1997년 출간됐다. 그리고 10년 뒤 현재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고, 그로부터 10년 뒤 유 교수가 우리말로 옮기게 된 것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전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교훈은 무엇일까? 혹시나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지 묻자, 유 교수는 오히려 시점이 잘 맞는다고 답변했다.
“책은 오래됐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 의미 등은 변함없이 통해요. 다만, 미국과 우리나라의 법적, 제도적 환경이 다르죠. 그동안 우리는 죽음에 대해 공론화할 기회가 없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잖아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당시 미국의 모습이 현재 우리 형편에 실질적으로 들어맞는 부분이 있어요.”
유 교수는 무엇보다 법이 시행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나 보호자가 똑똑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녀가 말하는 ‘똑똑함’이란 의료 행위나 질병 등에 대해 알고 싶은 부분을 의료진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을 뜻한다.
“완화의료는 무엇인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어떻게 쓰는지, 호스피스 기관에는 어느 단계에서 가는 것인지 등 궁금증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 환자나 보호자들은 이런 문제를 주치의와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더라고요. 왠지 그런 말을 하면 의사가 안 좋아할 것 같다는 등의 이유로 뒤로 딴 사람을 통해 알아보죠. 그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큰 문제는, 그런 질문을 해도 속 시원히 대답해줄 수 있는 의사나 기관이 몇 안 된다는 거예요. 법 시행 전에 교육을 하고, 뒷받침하는 제도 등이 마련돼야 했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아 보조를 못 맞추는 실정입니다. 참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죠.”
죽음의 질이 높아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
2010년 영국 가 OECD 4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죽음의 질’ 평가에서 한국은 32위에 머물렀다. 쉽게 말해 죽음의 질이 낮은 편. 그렇다면 죽음의 질이란 무엇일까?
“간단한 예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가 평생 쓸 의료비의 절반을 죽기 전 1년 사이에 쓰고, 그것의 절반 이상을 떠나기 석 달 안에 쓰고 간다고 해요. 대부분의 환자가 치료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이제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시점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의 과정에서 삶의 질을 죽음의 질이라 말합니다. 그러니, 그때의 삶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죽음의 질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어요. 죽음의 질이 높은 나라의 경우를 보면 무의미한 치료보다는 스스로 주변을 정리하면서 더 의미 있게 보내는 편이죠.”
환자가 죽음을 앞두었을 때, 이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보호자들이 있다. 혹시 이런 행동이 환자의 죽음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우려스러웠다.
“물론 당장 이야기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의사들도 자기 가족이 그런 상황에 처하면 쉽게 입을 떼지 못하니까요. 그러나 미루지 말고 단계적으로 본인과 신뢰하는 가족, 심지어는 문제가 될 만한 가족과도 사실을 공유해야 합니다. 당사자가 자기 죽음에 대해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존엄한 죽음이 가능해져요. 자기결정권을 행사해서 순간순간 선택해야 할 일이 많은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모든 게 엉켜버리고 말죠. 그러면 한 사람의 죽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맞이하는 죽음을 위해 실천할 것들
유 교수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타인이 아닌 환자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전에 가족과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유언장 등을 미리 써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녀 역시 이러한 준비를 모두 끝내놓은 상태다. 이밖에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런 서류를 당장 어디에 제출하지 않더라도 한번 쓰려고 시도해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거예요. 저도 죽음학회에서 나온 유언장 샘플을 채우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이게 하루아침에 쓸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필요로 하죠. 그러니 꼭 죽음이 다가왔을 때보다는 해마다 연말연시나 생일 등 특정일을 정해서 써보면 어떨까 해요. 혹시 병을 앓고 있다면 막연히 치료를 받기보다는, 내가 왜 아프고 무슨 치료를 받고 어떤 약을 먹는지 한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어요. 또 시간을 내서 호스피스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해볼 것을 권해요. 그렇게 간접적으로 죽음을 경험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실천 사항들이 하나둘씩 생겨날 겁니다.”
호스피스는 임종이 가까워진 환자가 육체적 고통을 덜 느끼고 심리적·사회적·종교적 도움을 받아 ‘존엄한 죽음(well-dying)’에 이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료 서비스다. 하지만 아직 의료기관 중에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이와 관련,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한 법률이 8월부터 시행된다.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되던 호스피스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비암성 말기 환자(만성폐쇄성폐질환, 간경변, 후천성면역결핍증)에게도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 이로 인해 관련 질환 환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시범사업을 위한 의료기관도 지정했다. 일산서구 탄현동 소재 연세메디람내과에서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황의동 원장을 만나 호스피스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호스피스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던데 어떤 서비스인가요?
말기 환자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담당 의사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말합니다. 지금까지는 암 관리법에 따라 말기암 환자만 호스피스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8월부터는 만성간경화·후천성면역결핍증(AIDS)·만성폐쇄성폐질환 말기 환자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왜 이런 법률이 시행됐나요?
대형 병원은 대기 환자가 넘쳐나고 다른 환자에 비해 호스피스 대상 환자의 수가도 떨어져 병원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말기 환자가 많이 찾는 대형 병원들의 상황이 이처럼 엉망이니 보건당국이 나서서 호스피스 대상도 확대하고 시범으로 운영할 병원도 지정한 거죠. 5월 말 기준으로 전국 상급종합병원 43곳 중에서 16곳만이 호스피스 병동과 병상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보건당국이 8월 4일부터 호스피스 서비스 시범사업을 의료기관 45곳에서 시행합니다.
호스피스 병원을 설립한 이유는 뭔가요?
대형 병원은 치료 중심의 병원이다 보니 아무래도 호스피스나 완화의료에 대한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 부족한 부분을 완화의료기관에서 보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했고 의사로서 사회적인 책임도 느꼈어요. 이제 설립 4개월이 조금 넘었는데, 도심에 호스피스 병원이 부족해서인지 100일 넘게 집에 못 들어 갈 정도로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가 많습니다.
일반 병동과 호스피스 병동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일반 병원은 환자-질병-치료-퇴원의 흐름을 생각하는 게 대부분인데, 호스피스 병원은 환자 및 가족-증상조절-육체적·심리적·영적 안정을 목표로 하는 게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하는 환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퇴원보다는 병원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죽을 준비’를 하는 환자의 심리는 어떤 상태인가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임종의 심리단계를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이라는 다섯 단계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어요. 그런데 모든 사람이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이 다섯 단계가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공통된 심리상태는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입니다. 그래서 저희 병원에서는 임종을 앞둔 환자의 가족을 위한 상담이나 환자가 임종한 후 유가족들이 직면할 수 있는 개별적인 법률, 보험 등의 문제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일대일 케어 서비스가 특별해 보이는데 간병인과 다른 점이 있나요?
저희 병원은 환자와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병원을 목표로 설립되어 모든 병실을 개인 병실로 구성했습니다. 또 간병은 가족 간병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족 간병이 안 되는 예외적인 환자의 경우 간호사와 직원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줍니다. 저희 병원은 환자 수 보다 직원 수가 더 많고 앞으로도 인력 충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관리 프로그램을 알고 싶습니다.
호스피스 병원은 환자의 ‘통증 완화’가 가장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그다음이 종교적 접근입니다. 전담 목사가 환자 예배와 종교 상담을 하고 있고 천주교, 불교 등에서도 내원합니다. 미술 치료, 아로마 치료, 원예 치료, 음악 치료, 마사지 치료 등도 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목욕·미용·말벗·성가봉사·연주회 등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말기암 환자에게는 심리 치료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통증이 우선 해결되고 호흡곤란 등이 해결되어야 심리적인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의학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심리적인 접근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숨이 차고 아픈데 환자에게 무슨 소리를 해준들 들리지 않겠지요. 따라서 심리적 접근은 의학적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나서 의료진, 사회복지사, 가족이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환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 위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잘 죽는다’는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글쎄요. ‘잘 죽는다’는 의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잘산다’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삶의 마지막까지 육체적으로 편안해야 하고 또한 정신적으로도 안정이 유지되어야겠지요.
호스피스 병원의 간호사들은 특별 교육을 받나요?
저희 병원의 모든 간호사는 채용 전 반드시 60시간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인력 표준과정을 수료해야 하고, 입사 후에는 보수교육 이수가 의무사항입니다. 또한 병원 프로그램을 통한 반복적 교육으로 환자에 대한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요?
병원에 입원했던 모든 환자들이 기억에 남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첫 환자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나이가 저보다 어렸던 30대 여자 환자였는데 마음을 열 때까지 가족들과 직원들을 많이 힘들게 했어요. 하지만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기도할 때 임종 순간을 편안히 맞이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중풍’은 ‘풍에 맞는다’는 의미다. 풍은 떨리는 증상, 저리는 증상, 시린 증상을 포함한다.
흔히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뇌 손상이 발생하며 생기는 병이다. 뇌졸중과 비슷하지만, 중풍은 ‘뇌졸중’으로 분류하지 않는 질환도 포함하고 있어 그 범위가 좀 더 넓다. 중풍은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한 번 발병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얼굴이나 팔, 다리가 저리면서 마비 증상이 오고 말투도 어눌해지는데 심해지면 전신이나 팔, 다리 등 몸의 일부가 마비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환자의 수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 인구 100명당 남자는 3.94명, 여자는 2.52명의 중풍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2015년 기준). 하우연한의원 윤정선 원장에게 중풍의 발병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요즘은 이전보다 중풍 환자가 줄어든 것 같은데 맞나요?
요즘은 모두들 건강에 관심이 많아 검진도 자주 하고 미리미리 고혈압 약도 챙겨드시니 중풍 환자들이 예전에 비해 좀 줄어들긴 했죠. 하지만 중풍이 심한 분들이 외부 활동을 잘 안 하셔서 그렇지, 아직도 우리나라의 중풍 발병률은 세계 1위입니다. 성인의 3대 사망 원인 중 빈도수가 가장 높습니다.
중풍의 원인은 뭔가요?
풍은 몸 안에서 생기는 내풍과 외부 환경으로 생기는 외풍으로 구분되는데, 주로 유전에 의한 체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합니다. 혈관의 탄력이 약해지거나 혈액이 탁해지는 것도 유전적인 요인이 있거든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환경적인 요인을 더해 간의 기운이 울체(기혈이 퍼지지 못하고 한곳에 몰려 막혀 있는 증상)되고 그 기운이 오래되면 사지(四肢)가 힘없이 늘어지고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며 근육 경련이 자주 일어나는 ‘간열’이 발생하면서 서서히 고혈압 증상이 생기는 거죠. 간열이 심해지면 그다음 단계가 스트레스가 심해 지거나 화를 잘 내게 되는 ‘간화’, 머리가 심하게 어지럽고 팔다리가 땅겨서 잘 걷지 못하는 ‘간풍’으로 진행되면서 풍이 발생합니다.
고혈압 외에 중풍과 연관된 질병이 있나요?
한의학에서는 그동안 고혈압 단계부터 중풍으로 보고 치료를 해왔어요. 최근엔 양방에서 고혈압 약이 손쉽게 처방되고 관리되면서, 뇌경색이나 뇌졸중의 단계를 중풍으로 보고 있어요. 평소 고혈압이 있거나 당뇨가 있어서 말초순환에 장애가 있는 경우 합병증으로 중풍이 올 수 있습니다.
중풍에도 전조증상이 있나요?
근육 떨림이나 손 저림, 순간적으로 한쪽 사지에 힘이 떨어지거나 어지러움, 잦은 두통, 안면 홍조와 뒷목 당김, 불면증 등이 전조증상입니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증상들이 전조증상일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들은 폭풍이 오기 전에 잔가지가 떨리듯 미리 보여주는 증상일 수 있으므로 비슷한 증상이 오면 꼭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이런 상황을 그냥 지나치면 큰일 날 수 있어요. 중풍은 한 번 발병이 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후유증이 큽니다. 병이 커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치료입니다.
전조증상을 느끼면 이미 늦은 상황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고혈압 증상이 있고 위에서 말한 전조증상들이 나타나는 중풍 초기라면 한방 치료가 좋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미 진행이 많이 되었다면 큰 병원에 가서 치료할 것을 권합니다. 한방 치료는 중풍 전조증과 중풍 후유증 치료에 더 적합합니다.
한의원에서는 중풍 검사를 어떻게 하나요?
진맥을 통해 중풍 전조증상을 진단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양방과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해요.
양방 MRI 검사 등에서는 문제가 없는데 진맥을 해보면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죠. 양방 진료를 믿고 치료를 늦추다가 풍을 맞은 환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양방 검사에 이상이 없어도 진맥과 증상으로 중풍이 예견되는 상황이라면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료를 늦추면 증상이 심해지나요?
대부분 병원 가는 것을 늦춰서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중풍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만성두통, 두통으로 인한 구토, 언어장애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절대 치료를 늦추면 안 됩니다.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뇌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과 흡연자의 경우는 40세 이후부터 뇌질환 관련 건강검진을 1년에 한 번 이상 받아야 합니다.
한의원에서는 어떤 치료를 하나요?
중풍 전조증상이 있으면 중풍환과 사혈요법, 침 등으로 최대한 관리하고 치료 과정에서 증상의 완화가 더디거나 심해지면 양방 치료를 권하기도 합니다. 중풍 재활 치료에서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돕습니다. 양방 재활 치료를 통해 많이 호전되기는 하지만 여기에 한의학 치료를 겸하게 되면 재활시기를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의원에서는 재활을 위해 한약 치료, 침 치료, 재생 치료, 보행특화 치료 등을 해요. 한약 치료를 통해 오장육부와 뇌에 진액을 충분히 공급하고 침 치료를 통해 뇌신경, 척추신경을 활성화시킵니다. 재생 치료는 뇌, 신경, 혈관 등의 재생을 돕습니다.
예방법을 알려주세요.
중풍은 크게 오기 전에 신호를 꼭 보내는데 그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작은 증상이라도 진료를 통해 예방해야 합니다. 식생활 관리나 금연, 유산소 운동, 체중관리 등 생활습관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지나치게 짜거나 자극적인 음식, 동물성 지방질이 풍부한 음식들은 피해야 합니다. 기름진 음식은 경락의 순행을 막아 열을 일으켜 중풍이 발생할 확률을 높이거든요. 유산소 운동은 순환기계를 튼튼하게 하고 혈관을 보호해주고 동맥경화의 위험 요인들인 스트레스와 비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비인다중풍(肥人多中風)’이라 해서 비만하고 습이 많은 사람에게 중풍이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어요. 스트레스 관리도 필요합니다. 지나친 감정적 자극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화열(火熱)이 심해져 중풍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야채나 과일은 중풍 발생 위험이 3분의 2로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1년간 금연하면 흡연 때에 비해 중풍 발생 위험이 반으로 감소하고 5년 이상 금연하면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으로 위험도가 줄어듭니다.
음식을 삼키면 음식물은 구강을 지나고 인두를 지나 후두상부의 후두개가 닫히면 식도로 넘어가 위(胃)로 들어간다. 이때 위 속에 있는 위산이 역류해 식도와 목을 자극하는 증상을 유발하면 역류성 질환이 된다. 역류성 질환은 식도염과 후두염으로 나눠진다. 서로 가까이 있고 상호 관련이 있어서 함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역류로 인한 인후염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매달 40만 명 정도의 인후염 환자가 생긴다. 평소 목이 상쾌하지 않은 당신도 인후염일 수 있다.
역류성 인후염(인후두염)이 무엇인가요?
위의 내용물이 거꾸로 식도로 넘어와 후두와 인두로 역류해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위 내용물 중 위산은 강한 산성화 물질인데 위 점막 이외의 점막, 특히 인후두 점막에 상당한 자극을 주어 염증을 유발합니다. 역류성 인후염은 감염성 후두염의 가장 흔한 원인인데,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20~30%에 해당됩니다. 후두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반 이상은 이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역류성 인후염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목이 아파요”, “가래가 목에 걸려서 잘 안 나와요”, “목소리가 잠겨요”, “코랑 목 사이에 뭔가 붙어 있어요”, “목 안이 자꾸 마르는 느낌이 들어요”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헛기침 또는 마른기침 같은 잦은 기침과 목에 뭐가 걸린 듯한 이물감이 대표적 증상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을 체크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이 있나요?
특히 아침에 목이 아프고 쓰린 증상, 목소리가 쉽게 잠기는 증상, 목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증상, 목이 답답하고 음식을 삼킬 때 불편함이 느껴지는 증상, 가래는 적지만 만성적인 기침이 계속되는 증상, 명치 부위에서 화끈거리는 것이 치밀어 오르는 듯한 증상 등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역류성 인후염에 잘 걸리나요?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술을 자주 드시는 분, 흡연하는 분들에게 많이 생깁니다.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좋아하는 분도 인후염 증상이 나타나요. 인후 쪽이 여성호르몬 영향을 받기도 해서 술, 담배 안 하는데도 역류가 많은 분들이 있어요. 특히 노화가 시작되거나 폐경 증상이 나타나는 여성들에게 역류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위장이나 간이 헐거워져 식도 괄약근이 늘어나면서 역류의 유병률이 높아집니다.
역류성 인후염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CT를 찍어도 이상이 없다는 분도 있는데, 이비인후과에서는 30초 정도 소요되는 후두 내시경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확진은 식도 운동성 검사, 식도 및 인후두의 산도를 측정하는 24시간 산도측정 검사 등으로 합니다.
역류성 식도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보통 미세한 역류나 산의 영향으로 후두가 먼저 손상이 되고 그다음 식도염으로 나타납니다. 후두염인 사람이 식도염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전부 그렇진 않습니다. 증상도 조금씩 다릅니다. 위가 답답한 현상, 신물이 올라오거나 가슴이 타 들어가는 느낌, 음식이 명치 쪽에 머물고 있는 듯한 증상이 느껴지면 식도염일 경우가 많습니다. 인후염이나 식도염의 약은 같기 때문에 식도염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아와도 증상을 호소하면 약을 처방해주기도 합니다. 만약 소화기 쪽으로 다른 증상이 있으면 내과를 더 방문해보라고 합니다.
역류성 인후염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환자분들 중에 “혹시 암으로 발전하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방치할 경우 만성기침을 하게 돼요. 회의를 하거나 중요한 미팅을 해야 하는데 기침이 자꾸 나온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요. 또 지하철이나 차 안에서 문이 열려 공기만 바뀌어도 기침을 하는 사람도 간혹 있어요. 심한 분들은 호흡곤란이 오기도 합니다. 환자 중에 전날 과음을 했는데 호흡곤란이 와서 잠을 못 잤다는 분도 있었어요. 역류성 인후염을 오래 방치하면 성대에 영향을 줘서 목소리 변형도 일으키고 양성 혹이 자라기도 합니다.
주로 제산제 처방을 하나요?
예전에는 제산제 처방이 일반적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 처방을 많이 합니다. 기존 약물보다 야간 속쓰림이나 가슴이 타는 듯한 열작감(Heart burn) 증상이 거의 없고 초기 치료 효과가 빠릅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환자에게는 소화운동촉진제를 처방하기도 하고, 가래약인 객담 배출약을 같이 쓰기도 합니다. 병원에서는 약 처방과 함께 생활요법을 많이 강조하는 편입니다.
어떤 생활습관이 도움이 되나요?
금연, 금주가 제일 중요해요. 담배 피울 때마다 역류가 일어나는 사람은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해요. 저녁에 먹는 술이나 자기 전 습관적으로 맥주 한 캔 정도 마시는 분도 병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너무 꽉 끼는 옷, 특히 허리 부분이 조이는 옷도 인후에 영향을 줍니다.
식사 후에는 바로 눕지 말고 잠자기 3시간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잠잘 때는 상체와 머리를 약 15cm 올리고 자는 것이 좋아요. 지방이 적은 음식을 먹고, 카페인이 많은 커피나 홍차 등을 삼가고 콜라나 사이다 등 청량음료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불로불사(不老不死)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삶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희망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생물학적 수명이 늘어난 ‘장수시대(長壽時代)’가 되면서, 건강한 노년은 수명연장만큼이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듯 지난 4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건강하게 100세까지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강연이 있었다. 노년의 건강관리와 정신건강, 운동법으로 나눠 진행됐던 강연의 주요 내용을 에 소개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의 이은주 교수가 첫 번째 화두로 던진 질문이다. 이 교수는 아직 과학적으로 노화의 원인이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라면서 몇 가지 가능성들을 소개했다.
“노화의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노화 이론은 ‘Wear and Tear’죠. 오래 쓰면 낡아서 닳고 망가진다는 이론이에요. 인체의 노화를 막기 위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생활습관을 건전하게 바꾸자는 것도 상당 부분 이 이론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이밖에 몸의 주요 기능 조절이 어려워지는 것이 원인이라는 신경내분비(Neuroendocrine) 이론도 있고, 활성산소를 노화 인자로 지목하는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 이론, 수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프로그램(Programmed) 이론도 있어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론은 텔로미어(Telomere) 이론이에요. 염색체의 일부인 텔로미어라는 것이 세포의 수명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이론입니다. 복제 양의 수명은 어미 양의 남은 수명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미 성체가 돼 수명이 짧아진 상태의 세포를 복제했기 때문에 복제 양들의 수명이나 어미 양이 비슷한 시기에 죽는 것 아니냐는 이론이에요. 그래서 이 텔로미어를 재생해 성장을 촉진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입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도 이미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2014년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100세 이상 인구는 2012년 조사결과에 비해 15% 증가한 1만4592명에 달한다. 이 중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세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는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OECD 회원국 중 낮은 편으로 인구 10만명당 2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 65세인 1952년생이 100세까지 살 가능성은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기대여명조사가 있었어요. 하지만 30년 후에 태어난 1982년생의 경우는 5명 중 1명이 100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65세 이상의 인구가 30%를 차지하는 일본과 같은 상태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래 사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장수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장수 노인들을 조사하는 방식을 노화종적연구라 부르는데, 이 교수는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북 장수군에서 한국의 백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여자가 남자보다 6배 정도 많았어요. 교육수준은 수명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고요. 장수하는 사람들은 흡연율이 매우 낮았고 고지혈증, 당뇨, 중풍, 치매,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의 빈도가 낮았어요. 간염보균자도 없었고요. 신선한 채소와 과일, 해조류, 버섯, 생선 등을 골고루 먹고, 짜고 자극적이며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멀리했어요.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평소에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생활 태도도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교수는 해외 백세인 조사결과 7가지도 소개했는데,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만이 없고 ▲금연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고 ▲인지 능력이 높고 ▲여성의 경우 40세 이후에도 출산한 경험이 있고 ▲형제들도 함께 장수하며 ▲자녀 역시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오래 살려면 이것 지켜라
장수를 위한 생활습관은 단순하다. 이미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것들이다. 먼저 금연이다. 흡연은 활성산소를 통한 노화를 촉진시키고 동맥경화, 관상동맥질환, 암 발생 등의 원인이 된다. 흡연과 함께 따라다니는 술도 피해야 할 음식 중 하나다. 간질환뿐만 아니라 심장질환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도 치명적이다.
흡연이나 음주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이들이 많은데, 쉽지 않겠지만 오래 살려면 담배와 술을 멀리하면서 스트레스에도 강해져야 한다. 이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방법으로 명상이나 요가, 마사지, 그리고 등산이나 산책과 같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해소법을 추천했다.
비만과 수면 이상도 피해야 한다. 노화에 따라 기초대사가 감소하면 복부비만은 따라오기 마련인데, 식사량을 줄이는 등 식사습관을 바꿔나가야 한다. 숙면을 위해서는 음주와 밤 시간의 심한 운동을 삼가야 하고, 카페인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이 교수는 이야기했다. 이와 반대로 권할만한 대표적인 것으로 비타민D가 있다. 비타민D는 근력 향상과 암 예방, 항염증 등 여러 좋은 효과가 있다. 이 교수는 또 적게 먹는 것을 권했는데, 적게 먹으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이론은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연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원 교수는 시니어의 운동 방법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강도’라고 강조했다.
운동은 살살 하면 효과 없다
“기본적으로 시니어의 운동 방법은 젊은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무리한 운동으로 다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하지 않거나 너무 약하게 하면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만약 운동을 할 때나, 끝난 후에 통증이 지속된다면 본인에게 과도하거나 맞지 않는 운동일 수 있으니 강도를 줄이거나 종류를 바꿔야 합니다. 통증은 몸에서 피하라는 신호이지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서 규칙적으로 하시는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됩니다.”
김 교수는 특히 빠르게 걷기나 조깅과 같은 유산소 운동에서 강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대화’라고 조언했다.
“운동 때문에 숨이 차서 옆 사람과의 대화가 약간 힘든 정도를 중등도 운동 강도라고 이야기해요. 운동 효과를 위해서는 최소한 이정도 강도로 해야 합니다. 반면에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이는 효과가 별로 없는 저강도 운동으로 규정해요.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겠죠.”
김 교수는 간혹 특정 운동을 오래해 누적 손상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운동의 종류와 강도를 변경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시니어의 다리운동, 삶의 질 바꾼다
그렇다면 근력운동은 어떨까? 헬스클럽에서 근력운동을 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아령과 알통이다. 그러나 시니어의 근력운동은 하지운동, 즉 다리운동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김 교수는 조언한다.
“근력 운동하면 상체에 근육이 많이 생겨서 몸짱이 되는 것을 많이 생각하는데, 노년에 너무 무리한 상체 운동을 하면 어깨 통증 등이 생길 수 있어요. 실제 하지의 근육량이 상지보다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하지 근력 운동이 더 효과적일 수 있어요. 또 일상생활에서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도 다리 근력은 필수입니다.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셈이에요.”
김 교수는 계단오르기가 시니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데,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는 데 좋은 운동 방법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다만 계단을 내려올 때는 무릎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걸어서 올라간 후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우울감과 우울증의 차이
최근에는 육체적인 건강만큼이나 정신건강도 100세 장수를 위해 관리해야 하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장수의 조건 중 하나로 스트레스 관리가 지목되는 것과 그 궤를 같이한다. 마지막으로 강의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는 노년기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우울증과 치매, 신경성 3가지를 꼽았다. 이 중 우울증에 대해 김 교수는 ‘흔한 병’이라고 정의했다.
“정신과 질환 중 가장 많은 질환입니다. 그런데 간혹 우울증과 우울감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우울감은 누구에게나 옵니다. 기분이 가라앉고, 의욕이 없고, 짜증이 나죠. 그러다 다시 평상시로 돌아갑니다. 이런 경우는 우울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증세가 보름 이상 매일, 하루 종일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봐야 해요.”
우울증의 증상은 보통 기분이 침체되고 눈물이 자주 흐르고 마음이 약해지는 슬픔형,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만사가 귀찮은 의욕저하형, 갑자기 짜증이 나고 화를 버럭 내는 감정기복형, 뇌기능에 영향을 미쳐 기억력이 저하되고 집중이 안 되는 신체증상형 등 4가지로 구분된다.
김성윤 교수는 우울증 예방과 핵심 치료 방법 중 하나로 ‘햇볕’을 꼽았다.
“우울증 약은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3분의 1밖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나머지는 햇볕과 운동, 수면습관이 중요해요. 햇볕을 받으면서 하는 운동은 효과가 매우 큽니다. 실제로 빛을 쪼이는 광 치료 방법도 있을 정도이니까요.”
치매는 시니어들에게는 말 그대로 공포다. 신체적으로 입는 피해만큼이나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끼치는 피해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뇌의 신경세포가 죽는 신경퇴행성질환과 혈관 이상으로 뇌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 생기는 혈관성질환으로 나뉜다.
창조적 행동이 치매를 예방한다
김 교수는 치매 치료를 위해서는 약과 신체운동, 그리고 뇌운동 3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과 신체운동은 짐작할 수 있겠는데 ‘뇌운동’이라니 어떤 운동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뇌운동은 사회생활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뉴스를 보고, 신문을 읽고, 메모를 하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가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생활이죠. 그저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뇌운동이 됩니다. 뇌운동에는 수동적인 운동과 적극적인 운동이 있는데요, 영화나 책, TV처럼 남이 만들어놓은 창조물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보는 적극적인 뇌운동을 더 권하고 있어요. 일기쓰기도 좋고 무엇을 배우는 것도 좋아요. 또 스스로 길을 찾고 낯선 이들과 만나는 여행도 좋은 뇌운동 중 하나입니다.”
신경성질환도 시니어들이 조심해야 한다. 인간의 신경은 운동, 중추, 자율 3가지 신경계로 나뉘는데 시니어들이 겪는 대부분의 신경성질환은 자율신경성질환이다. 땀이 나고, 심장이 뛰고, 숨을 쉬는 등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것들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느닷없이 숨이 가빠진다거나 남들은 더운데 혼자 춥고, 시원한 날에 땀을 흘리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심리 상태에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우울, 불안, 걱정, 화,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자율신경계가 말썽을 부리면 강아지를 훈련하듯 병을 다스려야 합니다. 식사나 운동, 수면 등 일상생활을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이죠. 이런 훈련을 3개월 정도 반복하면 몸이 완전히 적응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요.”
암과 같은 질환 환자의 말기는 무척이나 힘겹다. 진통제가 투여되어도 고통은 잘 가시지 않고, 치료를 중단하고 빨리 죽게 해달라고 빌고 싶어도 말을 꺼내기 힘든 상태가 된다. 그리고 환자 입장에선 무의미할 수도 있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힘든 상황이 몇 달 혹은 몇 년 지속될 수 있다. 올 8월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의 법이 시행된다. 그리고 이 법의 중심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라는 한 장의 서류가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약칭 연명의료결정법은 흔히 ‘김할머니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의 촉발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2008년 세브란스에서 고인의 뜻에 따라 김할머니의 가족이 병원 측에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병원 측은 연명의료 중단을 거절했고, 결국 1년여에 걸친 법적 공방 끝에 법원은 연명의료(인공호흡기 사용) 중단을 허용했다. 하지만 얄궂게도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이후에도 김할머니는 200여 일을 자가호흡으로 생존했다. 이 사건은 국내 최초로 존엄사를 인정한 사례로 기록되면서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관한 문제와 의료기관이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연명치료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의문 등이다.
이런 연명의료 거부에 관한 법률은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많은 편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아직 관련 법률이 제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엔딩노트 등을 통해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의 종류와 여명에 대한 고지 여부, 연명의료와 존엄사에 대한 의견 또는 장기기증, 의학용 시신기부를 위한 등록 유무를 작성해 가족에게 알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이란?
김할머니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환자의 자기결정권 문제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보건복지부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난해 2월 제정됐고, 올해 8월 4일부터 정식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연명의료 중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명의료 중단의 결정을 위한 관리 체계나 이행과 관련한 법률의 일부 조항은 2018년 2월 4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사실상 연명의료 거부는 내년에나 가능한 셈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을 요약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로 인해 회복 가능성이 없고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기 환자가 임종 과정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연명치료 중단을 요청할 수 있고, 담당 의료진은 환자의 의견과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연명의료는 김할머니 사건에서 핵심이 됐던 인공호흡기뿐만 아니라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의미한다.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나 물, 산소, 영양분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연명의료 거절 방법
연명의료결정법에서 규정한 환자의 연명의료 거절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환자가 본인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의료기관)에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요구하는 방법이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정한 말기 환자가 담당의사에게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요청하면, 의사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나 호스피스 이용 여부 등을 논의한 내용을 포함해 서류를 작성하게 된다. 물론 환자의 서명이나 담당의사의 서명은 필수다.
말기 환자는 아니지만 본인의 신념에 따라 사전에 미리 연명의료에 대한 중단 의사를 정해놓고 싶을 때 등장하는 것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법인이나 단체에서도 등록이 가능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는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결정과 호스피스 이용 여부, 작성 일시와 의향서의 보관 방법 등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아직 법 시행 전이지만 일부 사단법인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양식을 공급하고, 작성된 의향서를 보관하거나, 의향서 기록에 관한 카드를 제작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비영리기관의 형태를 띠지만 일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소액의 기부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현재 운영되는 사단법인이 연명의료결정법의 본격 시행 이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등록기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또 등록기관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해도 이들이 현재 제공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법에서 정해놓은 규정과 다르거나 시행 전 개정 등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주의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논란 중
이 법 시행에 대해서는 아직 의료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상 환자가 사실상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환자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외 죽음을 앞둔 많은 환자들의 권리는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법에서 정한 임종 과정이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등의 표현이 모호해 이를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에게만 적용하는 보수적 태도를 취하면 오히려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환자의 고통을 늘려 원래의 법 취지를 상실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의 구조상 환자가 본인의 연명의료 거부를 분명히 밝히더라도 최종 집행에 관한 결정권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원활한 제도의 시행을 위한 여러 가지 보완 노력은 정부 부처와 의료계를 통해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본격적인 시행이 이루어지는 내년 2월에는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에 따라 현재의 예상과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연명의료결정법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확실한 윤곽은 제도의 시행 시기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는 예기치 않게 다가온다. 평소에 충분히 잔병치레를 했다고 봐주는 일은 없다. 부양하는 가족이 있어도 피해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다. 강서 나누리병원에서 만난 이미정(李美正·54)씨도 그랬다. 연이어 시험에 들듯 시련이 다가왔지만, 그저 묵묵히 이겨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배정식(裵政植·41) 병원장을 만난 것은 자신과 주변 것들에 대해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았던 그녀의 삶에 준 선물 같은 보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은 그저 즐거운 일뿐이었다. 악몽 같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전조는 없었다. 조금 전까지 머물렀던 사우나의 열기가 아직 몸에 미열처럼 남아 있었지만, 바람을 시원하게 느끼게 해주는 기분 좋은 것이었다. 옆자리 동네 언니와의 대화 주제는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었지만 언제나처럼 즐거웠다. 늘 다니던 길 위에서 달리는 차들이 주는 공포도 없었다.
그때였다. 승용차 한 대가 벼락같이 나타났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 차는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속도를 줄일 기색이 전혀 없어 보였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속도는 왜 줄이지 않는 건지,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는 건지, 찰나에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그 의문들이 머리를 떠나기도 전에 섬광이 번쩍였다. 그리고 엄청난 충격이 그녀를 덮쳤다. 사이렌 소리에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구급차 안이었다.
음주 차량이 빼앗아가 버린 삶
이미정씨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유난히 미간을 찌푸렸다.
“2010년 사고가 났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가해 차량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했다더라고요. 제대로 감속할 생각도 못하고 냅다 들이받았나 봐요. 119 구조대원들이 저를 차에서 꺼내기 위해서 절단 장비까지 써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결국 그날의 사고는 이미정씨의 몸에 생채기를 냈다. 치아가 4개나 부러졌고, 늑골도 부러져 꽤 오랫동안 고생해야 했다. 하지만 정말 치명적인 상처는 다른 곳에 났다. 바로 허리였다.
“허리 디스크 파열이었어요. 디스크 수핵이 터져 수술을 받아야 했어요. 대학병원에서 수술 후 퇴원하기까지 3주나 걸렸어요.”
사고 후 몇 년이 지나면서 허리는 조금씩 나아지는 듯싶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동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성급한 그녀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반찬장사를 하면서 보낸 십수 년의 세월은 그녀를 뭐든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변한 성격이 이번에는 화를 불렀다.
“건강에 좋다고 등산을 다녔어요. 허리 아픈 사람한테는 쥐약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죠. 허리가 아파오길래 더 열심히 운동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반대였어요.”
상태는 수술 직후보다 더 좋지 않았다. 집에서 20분 거리인 시장까지 한 번에 걸어갈 수가 없었다. 10분만 걸으면 온몸의 맥이 풀리면서 주저앉았다. 밤이 되면 다리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저려왔다. 그 고통의 날들 속에서 배정식 병원장을 만났다.
‘척추수술 후 통증 증후군’으로 다시 병원에
배정식 병원장은 이미정씨를 쉽지 않은 환자로 기억했다.
“임상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전후 사정이 좀 복잡했어요. 일단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오신 상태였고, 또 그 수술이 잘못된 수술은 아니었으니까요. 이미정씨의 경우는 두 가지 증상이 겹친 상태였어요. 척추에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서 생기는 척추관협착증 증세도 있었고, 척추수술을 한 환자에게서 간혹 나타나는 척추수술 후 통증 증후군 증상도 있었죠.”
증후군은 치료 과정에서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다. 트라우마라는 심리적 불안이 병의 치료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통증 환자는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해서 배 원장은 신체적인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환자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가가 치료에 많은 영향을 끼쳐요. 환자의 표정을 보면 치료가 어떻게 진행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데요, 경험상 환자가 시술에 대한 믿음이 높으면 수술이나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아요. 의심하거나 불안해하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요.”
척추관협착증은 시니어들이 노화 과정에서 자주 겪는 병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 척추가 노화되면서 척추 뼈마디가 굵어지고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인대가 두꺼워지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이 압박당하기 때문이다.
허리 디스크와 구분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허리를 굽혀보는 것이다.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려 앉았을 때 통증이 사라지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허리보다 허벅지나 엉치 같은 부위에 더 큰 통증이 있다.
“허리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어요. 농부나 주부에게서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곤 하죠. 보통은 약물을 이용한 주사 요법으로 3개월 정도 치료해보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심한 경우 대소변 기능 장애가 오기도 해요. 하지만 실제로 수술을 하는 경우는 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허리 질환 예방은 근육 강화가 최고
그렇다면 건강한 허리를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배 원장은 허리 근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하라고 권고한다.
“척추 근육이 단단해지면 뼈와 신경, 인대에 주어지는 스트레스가 분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허리 디스크에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면 허리 질환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배 원장이 추천한 운동은 30분 정도 속보로 걷는 것이다. 시간을 30분 정도로 제한한 것은 너무 많이 걷게 되면 오히려 척추관협착증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일 차량으로 이동하는 일상이라면 두 정거장 정도 미리 내려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배 원장의 설명이다.
또 다른 추천 운동은 수영이나 아쿠아로빅 같은 수중 운동. 물속에서 운동을 하면 척추나 무릎 관절에 중력으로 인한 부하가 적게 걸리기 때문에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바닥 생활은 허리에 안 좋다.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의 반복이나 바닥에 허리를 굽히고 앉는 자세, 무거운 물건을 드는 자세는 허리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배 원장은 설명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가급적 물건과 몸을 밀착시켜 들고, 정면을 바라보면서 들어야 허리 부상을 예방할 수 있어요. 쉴 때는 가급적 등받이 있는 의자를 이용하시고요. 재채기할 때도 복압으로 인해 디스크 파열이 올 수 있으니 체중 분산 등 주의가 필요해요.”
허리수술 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정씨도 약물 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했지만, 예후가 그리 좋지 않았다. 결국 배 원장은 수술을 결정했고, 이씨는 수술 결정에 동의하는 데 큰 걱정은 없었다고 한다.
“사고를 당하고 처음 수술대에 누웠을 때가 무척 겁이 났죠. 허리수술은 위험하다는데 큰 사고로 수술까지 하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두 번째 수술은 담담하더라고요. 수술을 결정하는 것도, 수술대에 누워서도 마음이 편안했어요. 원장님을 믿고 모든 걸 맡기자고 생각했어요.”
외과의사 입장에선 의사를 믿고 몸을 맡겨주는 환자가 고맙다. 허리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와 소문들이 쌓이면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환자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배 원장도 그런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실제로 무조건 수술을 거절하는 환자도 있어요. 하반신에 마비가 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데 말이죠. 치료는 모든 방법을 다 고려해야 해요. 약물이나 비수술적 처치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고, 만약 수술이 필요하다면 해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치료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검토하고,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치료법만 고집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미정씨가 병을 의연하게 이겨낼 수 있었던 데는 딸의 존재가 컸다. 사실 이씨가 큰 병을 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녀의 표현대로 “웬만한 병원은 다 가봤다”고 할 정도로 이런저런 질환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2007년에는 갑상선암 수술을 했고, 그다음 해에는 난소에 문제가 생겨 절제를 해야 했어요. C형 간염 합병증으로 간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올라간 적도 있고요. 그때마다 딸아이가 제 간병인 역할을 했는데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어요. 당연히 허리 때문에 입원했을 때도 큰 도움을 받았죠. 그런 경험 때문인지 지금은 사회복지 쪽으로 진로도 변경했어요. 간병이요? 전문 간병인보다 나아요(웃음).”
그녀를 다시 일어서게 해준 신앙의 힘
이어지는 육체적 고통 속에서 그를 구원한 존재는 또 있다. 바로 신앙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씨는 최근 총회신학대학원 과정을 수강 중에 있다. 졸업 후 목사 안수를 받는 것이 꿈이다. 그녀는 힘들 때마다 예수님의 고통과 희생을 생각했다. 그러면 자신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어릴 때 그분에게 서운한 것이 있어 잠시 교회를 멀리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종이 되어 봉사하며 살고 싶어요. 여러 가지 병이 겹치면서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는데, 신앙의 힘으로 이겨냈죠. 어릴 때 제 꿈 중 하나는 힘든 아이들을 위한 고아원 같은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지금도 그 꿈은 유효해요. 건강을 되찾으면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는,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수술 후 재활을 통해 다시 정상적인 삶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몸을 써야 하는 직업인데다, 급한 성격이 허리에 가끔씩 무리를 주는 탓이다.
“조심해야 하는 건 아는데 괜찮다 싶어 최근 몸을 좀 움직였더니 다시 상태가 나빠지려고 해요. 이전보다 몸이 많이 둔해진 걸 알면서도 자꾸 마음이 앞서나 봐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일에도 이젠 익숙해져야겠어요. 요즘엔 다시 조심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스트레칭도 자주 하고, 걷는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허리를 관리하고 있어요. 또 병원 신세 져서 딸아이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요(웃음).”
김포시에 사는 오영자(52·가명)씨는 요즘 불만이 많다. 당뇨병 치료 중이어서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먹는 것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얼마 전 의사가 인슐린 주사로 치료 방법을 바꿔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복부에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하다니… 인슐린 주사는 치유가 어렵다는 증거라는 주변의 이야기도 자신을 짓누른다. 그녀의 고민은 당연한 것일까?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宋基壕·46) 교수에게 당뇨 환자들의 일반적인 고민에 대해 물어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당뇨병은 일명 ‘성인병 4종세트(당뇨, 고혈압, 고지혈, 통풍)’의 대표 주자로 꼽힐 만큼 흔한 병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선천적으로 포도당을 연소하는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하는 소아 당뇨병을 1형이라고 부르고, 서구화된 식생활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이 떨어지는 상태를 2형이라고 부른다.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는 2형으로 보면 된다. 유전이나 감염 등도 2형 당뇨병의 원인으로 유추된다.
당뇨병은 혈관병이다
송기호 교수에게 던진 첫 질문은 “당뇨병은 정말 완치가 안 되는 병인가?”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대답은 예스였다.
“대부분의 경우 당뇨병은 완치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젊을 때 비만으로 당뇨에 걸렸다가 체중 감량 후 완치한 사례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죠.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완치가 안 된다니 겁부터 날 법하다. 하지만 송 교수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당을 조절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치료만 잘하면 문제될 일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와 포도당 연소에 관한 병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 수치’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진짜 주의해야 할 부분은 그다음부터라고 송 교수는 지적한다.
“당뇨병을 무서운 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에요. 기본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잘 쌓입니다. 당연히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생기는 병이 문제가 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서운 것은 대혈관 합병증이에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것들이죠. 그래서 당 수치뿐만 아니라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조절도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당뇨 합병증 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망막병증이나 통증, 저림 증세가 나타나는 신경병증 역시 미세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혈관병의 일종.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병에 의해 망막의 혈관이 손상된 상태를 의미한다. 망막병증은 당뇨 환자의 약 60%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의 가장 큰 복병은 합병증
안타깝게도 당뇨는 혈관성 질환 외에도 다양한 합병증이 따라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당뇨병성 족부병증(당뇨발)이다. 당뇨발이라 불리는 당뇨병성 족부병증은 여름철 당뇨 환자를 위협하는 당뇨 합병증 중 하나. 하지 절단, 족부궤양 등으로 대표되는 당뇨발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의해 상처 발생이 쉬워지는 동시에, 고혈당으로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아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 환자들은 상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을 잘 관리해야 한다.
폐렴을 당뇨 합병증으로 보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 감소와 신체기관의 기능 저하로 인해 감염질환에 특히 취약해 감염질환의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경우 건강한 성인에 비해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최대 3.1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깨가 굳는 오십견(유착성관절낭염)도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중 하나. 전체 인구 중 오십견 환자가 2~3% 정도인 반면 당뇨 환자는 36%로 5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다. 특히 당뇨 환자의 경우 일반 오십견 환자에 비해 더 통증이 심하고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약 vs 주사제 무엇이 다를까
당뇨를 치료하는 방법은 먹는 약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환자에 따라 인슐린을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선천적인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가 필수다.
먹는 약과 주사제는 체내에서 작용하는 방식이 다소 다르다. 주사제는 인슐린을 몸속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지만, 먹는 약은 췌장 등 소화기관에서 인슐린 분비를 좀 더 활발히 하도록 자극하거나, 이뇨를 촉진해 당 배출이 잘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송 교수는 “당뇨병 초기 환자의 경우 인슐린 주사를 사용해 혈당을 잘 잡아주면 6개월 이내에 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간혹 주사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계시는데, 치료 효과가 크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특히 당뇨병을 오래 앓으신 분들은 약을 써도 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인슐린 주사가 효과적이죠”라고 설명한다.
일부 환자들은 ‘주사제=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초기 환자에게 사용하기도 하고, 먹는 약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이 나아질 수도 있다.
당뇨 약 오래 먹어도 될까
당뇨병은 평생의 친구라고 표현할 만큼 오래 함께해야 한다. 이는 당뇨 약 역시 평생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별 문제는 없을까? 송 교수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단언한다.
“약을 많이 먹는다고 체내에 무언가가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24시간 동안 대사되면 사라져요. 오래 먹는다고 문제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간혹 약을 오래 먹으면 좋지 않다고 안 드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경우 혈당 조절이 안 돼서 더 심각한 병까지 얻게 됩니다. 당뇨 약은 무조건 드셔야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당뇨 약이 췌장에 무리를 주거나 췌장암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오해하는데, 이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당뇨 약과는 무관하게 당뇨병 환자의 췌장암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1.5배 정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나이 들수록 더 위험한 병
시니어의 경우 당뇨병 발병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당을 소비하는 양도 줄어드는 데다 근육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은 줄고 내장지방은 증가해요. 근육 감소는 당뇨뿐만 아니라 낙상 등 다른 질환의 발병 가능성도 높이기 때문에 운동은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관절이 좋지 않다면 아쿠아로빅이나 실내자전거를 이용한 운동이라도 하시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걷기가 가장 좋은 운동이니 일주일에 150시간 이상 약간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면 당뇨병 발병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고혈압, 중풍, 만성신부전 같은 병들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나이와 여명에 따라 맞춤 치료를 진행한다. 여명이 많지 않은 암환자들이 무리하게 혈당 조절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달콤한 음료수, 당뇨 환자에게는 독
당뇨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역시 음식이다. 혈당 관리가 음식 섭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www.diabetes.or.kr)를 방문해보면 식생활에 대한 안내가 매우 상세히 나와 있다. 얼마나 먹고 식사 계획은 어떻게 수립하면 좋은지, 외식은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에 관련한 내용들이다. 또 계절별 식단이나 요리법도 알 수 있다.
송 교수는 “식단을 짜서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기본적으로 빵이나 케이크와 같은 가공된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쌀 역시 백미보다는 가공이 덜 된 현미를 먹고, 고기보다는 생선을 드시고, 야채를 많이 드세요. 그리고 소식하는 습관도 아주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그가 특별히 주의할 것을 강조한 것 중에는 음료수가 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 오렌지주스와 같은 과즙 음료들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될 독이라고 송 교수는 말한다. 당뇨에 좋다고 소문난 음식들 역시 맹신해서는 안 된다.
“당뇨병 의사들에게 여주, 돼지감자, 누에가루, 달맞이꽃종자유, 해독주스와 같은 것들은 아주 익숙한 것들이에요. 환자들이 건강식품만 믿고 약을 끊는 경우가 있거든요. 환자에게는 치명적이죠. 당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들은 되레 간수치만 높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을 복용하시면서 적당히 드시는 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맹신은 절대 안 됩니다. 방송에 나오는 검증 안 된 일반인의 경험담들도 믿지 마세요.”
당뇨병 소모품비용지원제도를 아시나요?
당뇨병 환자들에게 약값 외에도 부담되는 것이 있다. 바로 혈당 검사지나 채혈침, 인슐린 주사기, 1회용 주삿바늘 등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2015년 11월 15일부터 모든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국민 소모품 구입비용을 지원한다. 본인 비용으로 구매하면 구매 비용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건강보험 당뇨병 환자 등록→처방전 발급→의료기기 판매업소에서 제품 구입→요양비 청구순이다.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다니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관련 절차를 도와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지원 금액이 적지 않기 때문에 지금 병원을 다니고 있다면 반드시 챙기자.
조선시대 초상화의 뿌리가 명나라에서 시작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뿌리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우리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우뚝 선 장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이 바로 초상화다.
명나라 왕조 376년(1368~1644), 청나라 왕조 275년(1636~1911) 도합 51년을 거치면서 초상화 제작과 관련한 중국의 화풍(畵風)도 많이 바뀌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규모가 너무나 광대해 문화적 통일성을 간직하고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시대와 왕조에 따라 각기 다른 화풍이 나타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화가가 너무 작고 사소한 것에 급급하면 크고 중요한 것을 잃는다[畵者謹毛而失貌]’라는 생각이다. 이는 당시 초상화 제작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중국 초상화의 뛰어난 필력(筆力)과 무관하게 시대와 왕조에 따른 화풍은 결과적으로 ‘질의 들쑥날쑥한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우리 조선시대 초상화에서 지켜온 무변(無變)의 원칙과 사뭇 다르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피사체의 부(富)나 권력의 고하와 무관하게 많은 경우 조정에서 신하에게 내린 하사품의 성격을 띠었다. 더불어 조정의 도화서(圖畵署) 출신 화인(畵人)의 손품이 묻어 있어 높은 질적 수준을 유지함과 동시에 ‘균일성’도 간직할 수 있었다.
2012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개최한 ‘조선공신(朝鮮功臣)’ 전을 둘러본 적이 있다. 왕을 헌신적으로 섬긴 공을 인정해 조정에서 신하에게 하사한 초상화를 모은 전시회였다. 작품 중 조선시대 후기 숙종(肅宗)과 영조(英祖)시대를 산 오명항(吳命恒, 1673~1728)의 분무공신상(奮武功臣像)을 보며 몇 가지 단상이 떠올랐다.
필자가 오명항의 초상화를 처음 본 것은 1980년대 초다. ‘초상화’ 하면 피사체의 모습이 화려하지 않아도 우아한 것을 기대하는 ‘관습’에 젖어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오명항의 초상화는 안면이 온통 천연두(天然痘, 媽媽) 자국으로 덮여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간(肝) 질환 증상과 비슷한 흑달(黑疸)의 새까만 얼굴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사진 1).
지금은 거의 볼 수 없지만 1950년대만 해도 거리에서 천연두를 앓은 흔적의 얼굴을 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 시절의 기억을 공유한 필자로서는 흔히 일컫던 ‘곰보 자국’이 그다지 생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명항의 초상화를 보는 순간, 무서울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천연두 자국이 있는 조선시대 초상화가 드물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얼굴까지 아주 검게 그린 초상화를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만성 간경화증(肝硬化症)에서는 먼저 황달(黃疸)이 나타나고, 말기가 되면 흑달로 이어진다. 초상화에서 오명항의 사인이 무엇일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오명항의 다른 초상화(사진 2), 즉 ‘분무공신상’을 보면서 필자는 또다시 놀랐다. 두 개의 초상화를 제작한 연도는 똑같이 오명항이 사망한 해인 1728년이었다. 그런데 ‘분무공신상’에 나타난 안면 피부 색깔에는 ‘황달기’가 여실히 보이지만 ‘흑달’까지는 진행이 안 된 상태였다. 그에 반해 다른 초상화에서는 안면을 검게 그린 점이 두드러졌다. 요컨대 ‘분무공신상’ 제작 이후 간경화증이 급격하게 진행되었다는 얘기다. 생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을 때의 임상 증상인 셈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우리 초상화의 ‘별난 특징’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 이성낙(李成洛) 현대미술관회 회장
독일 뮌헨의대 졸업(1966), 연세대의대 피부과 교수, 아주대 의무부총장, 가천의과대학교 총장, 가천의과학대학교 명예총장(현), 한국의약평론가회 회장(현), 간송미술재단 이사(현).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문화센터, 스포츠센터에 어린이집, 뇌 건강센터까지. 경기도 용인에서 만난 삼성노블카운티는 스포츠와 문화 서비스와 함께 지역 주민과의 공존, 가족적 연대까지 추구하고 있는 하나의 마을공동체였다. 또한 자연과 도시의 장점을 혼합하여 이상적인 융합형 시니어타운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시니어타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모종의 해법으로 제시될 수 있는 곳이었다. 고준호(高準浩·59) 삼성노블카운티 원장이 직접 말하는 노블카운티의 특별한 강점을 확인해 봤다.
고준호 원장은 출근하면 항상 확인하는 일이 있다. 호숫가에 산책 나온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어머님, 잘 주무셨나요?”, “아버님,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아드님은 잘 다녀가셨나요?” , “불편한 곳은 없으신지요?”, “오늘은 패셔니스타 같아요” 살갑게 건네곤 한다. 매일 회원들을 살피고 이것저것 살뜰히 챙겨 주는 것이 몸에 배었다. 가끔씩 나누는 일상의 안부는 회원들에게 힐링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가족들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됐다. 회원들은 남 보다 못한 자식들보다 고 원장이 때로는 든든한 안식처다. 누군가에게, 무언가에 애정을 쏟는다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회원들이 더 활기차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누릴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는 고 원장은 세상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시니어타운은 부자들만 간다’는 말은 좀 과장된 거죠. 부유한 어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열심히 벌어 안정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정도면 부부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다양한 동호회가 잘 조직돼 있어 회원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요. 그래서 이 안에서는 교우관계가 왕성해요. 여기서는 어머님들의 활동이 활발하고요. 합창단, 당구, 사진, 탁구도 새로 배우시고, 회원들끼리 인생의 선후배로서의 교우관계로 행복한 시간을 채워 나가고 계십니다. 노블카운티 정원에서 서로 부축해 가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회원부부를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더 편하게 해드려야지 싶어집니다.”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분이라면 큰 걱정 없이 비교적 품위 있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며 취미와 사교활동으로 행복을 누리면서 노후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존엄이 아닐는지.
이러한 삼성노블카운티는 2001년 5월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설립,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타운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시니어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일반세대(타워A, B동)와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세대로 구분되는 노블카운티에는 총 553세대가 입주해 있다. 지상 20층, 지하 3층 규모의 건물 2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실의 면적은 30평형대, 40평형대, 50평형대, 70평형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타운 내 시설들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되어 함께 이용하는 장소로 운영되는 등 도심형 시니어타운의 이점도 있는, 세대 간 소통으로 대표적인 시니어타운이다.
도심과 자연의 만남, 세계적으로 이런 시설은 드물다
“15년이 넘은 곳이라 여기는 외국 분들이 자주 방문합니다. 우선 외국 분들은 조경을 보며 아름답다며 놀랍니다.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 쓸 수 있는 센터들이 같이 운영된다는 것에도 놀라죠. 일본도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있는데 아주 도심에 있지 않으면서 자연 환경을 갖추고 지역 주민과 어울리는 곳은 거의 없어요. 노블카운티는 도심과 자연의 장점을 갖춘 시설이죠. 설립할 때부터 이런 취지로 개발한 시설은 드물어요.”
삼성노블카운티의 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 6개월이 되는 고준호 원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시니어타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노블카운티에 대해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시설은 드물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노블카운티를 국제적으로 키우겠다든지 하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노블카운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고 더 만족하며 살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와서 보니 실버타운의 경영자는 반은 호텔 지배인이고 반은 아파트 관리소장이더군요. 호텔 지배인은 뭐랄까, 고급스런 고객을 모시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죠. 아파트 관리소장은 서민들이 사는 문제, 예를 들어 수도 흙탕물이 나온다, 왜 쓰레기 제때 안 치우냐, 관리비 왜 비싸냐 등등 소소한 불편 사항을 해소해 주는 역할입니다. 저는 그 롤들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고 원장은 회원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것처럼 특유의 소박한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회원들 생활의 작은 것부터 다듬어 주자는 생각은 겸손함도 있지만 보다 회원들의 주거만족도를 높여 주자는 현실적인 차원도 있었다.
“우리나라 실버산업의 문제점들이 흔히 지적되는데 그런 것에 관심 갖는 것보다 왔다 갔다 하다가 마주치는 한 분 한 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거죠.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여기가 천국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게 여기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다가 아니라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시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 한다
고 원장은 자신이 와서 새롭게 한 건 하나도 없고,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훌륭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철 회장님은 노블카운티를 어떻게 지으라고 말씀은 안 하셨고 복지의 사각지대인 의료, 육아, 여성, 노인 문제에 뭔가 기여할 수 있는 걸 하라고 공익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게 삼성의료재단이고 두 번째는 어린이집이었으며 다음이 노블카운티였죠. 노블카운티를 지을 때는 이건희 회장님이 선대 회장님의 마인드를 갖고 노인 복지 사업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블카운티를 지으면서 이건희 회장님이 지시한 게 하루 종일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고 원장은 노블카운티에 오기 전에는 시니어 주거시설에 대해 호감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시설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블카운티와 함께 시니어타운을 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겠구나 싶어요. 안전에 관한 문제가 가장 큽니다. 의료적인 안전도 있고 생활 안전, 보안 등의 문제도 있어요. 시니어들 집은 방범에 다소 허술하기 때문에 범죄 등에 취약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도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전철역까지 가는 게 다 건강 면에서 리스크가 돼요. 한마디로 안전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는 게 시니어입니다. 특히 낙상이 문제죠. 넘어져서 다치면 그로부터 노환이 시작돼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 지출 커지고 운동을 못 하니 건강도 나빠지고…. 특히 80세가 넘어가면 그런 리스크가 항상 있게 됩니다.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이 있나요? 그런데 여긴 식사할 때 다 같이 모여요. 산책할 때도 모이고. 그리고 직원들이 항상 보고 있고. 그래서 혼자 살 때 발생하는 리스크가 없어요. 단체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모여 사는 게 유리할 수 있는 겁니다.”
노후인구 급증, 이들의 주거를 충족시킬 방안 조성해야
노블카운티의 입주회원들 나이 평균은 83.5세. 부부는 35%정도고 65%가 싱글이다. 남녀 비율은 7:3으로 7이 여자다.
“당뇨병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 식단은 별도로 차려 드립니다. 그 외에는 집 밥처럼 만들고 있어요. 건강식만 챙기는 게 아니라.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냉면이죠.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가 아니라 영양사, 주방장 등을 직접 고용하여 자체적으로 만드는 음식들입니다.”
노블카운티에서 일하는 스태프는 총 450여 명에 달한다. 이 많은 숫자는 노블카운티에 다른 시니어타운과는 다르게 지역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스포츠센터 등의 시설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설 관리 감독 및 프로그램 제공과 강사 등을 위한 다양한 인력들이 노블카운티에서 일하고 있다.
“시니어타운을 경험해 보니 어른들에게 권할 만한 시설이 전국에 얼마 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국에 수없이 많은 요양시설들이 있는데, 시니어타운 같은 양로시설도 많이 만들어야 하지만 요양시설은 정부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간부문도 계속 활성화되어서 시니어들이 믿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노블카운티는 비싸니까(웃음). 그런데 그 숫자가 너무 적어요. 양로시설은 신뢰도가 확실한 곳이 20곳도 채 안 될 거예요. 양로시설은 요양시설과 달리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를 탓할 건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게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업들은 안 그러면 안 해요. 특히 요즘 기업주들은 젊어져서 이런 데 신경을 잘 안 쓰거든요.”
고 원장은 사회공헌도 좋지만 그보다는 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분은 창대하되 운영은 기업답게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할 기업들이 없어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되고 기업 활동으로 하게 해 주면서 경영 이념을 공익사업으로 하면서 운영하게 해 줘야지 공익사업이라고 하면 누가 합니까. 정부에서도 지원해 주고, 운영이 정상화되면 그 다음부터는 민간 사업자들도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은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해야죠. 공익사업으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 게 개인들도, 기업들도 이윤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움직이거든요. 과거 기업 1세대들은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아서 더 그렇습니다.”
공부와 함께 인생 2막 설계해요
고 원장은 삼성생명에서 전무로 은퇴한 후, 삼성생명에서 운영하는 재단으로 다시 와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재취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제2의 취업에 성공한 셈이죠. 솔직히 인생 2막이라고는 생각은 안 하고 1막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한 직업이 과거에 비해 다른 점이 있을까?
“일은 현업에 있을 때보다 적죠. 다른 부서랑 협업하고 경쟁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선 업무강도는 높지 않은데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입주자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시설은 노후화됩니다. 그런 면에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인생 2막을 보다 청년다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다고 말하는 고 원장은 나이 듦에 대하여 ‘좋다’라고 표현했다.
“청춘예찬이란 말도 있지만 20대, 30대 시절의 청춘이 아름다운 건 아닌 거 같아요. 투쟁적이고 경쟁적이라서 힘든 시기죠.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피해의식도 많고.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때로 가고 싶진 않다는 말이 맞는다니까. 피곤한 시대였으니까요.”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고 원장의 생각에는 시니어타운의 관리자를 호텔 지배인이자 아파트 관리소장이라고 칭한 그 특유의 담대함이 있었다.
“나이 들면 성공에 대한 부담,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 가장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나이 먹으면 의욕이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세상을 다 알고 달관할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좋아요. 말하자면 나이 들었다는 건 진짜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예요. 학교 다닐 때는 쓸데없이 뭘 배운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대부분의 지식은 사회에 나와서 배우게 되잖아요. 정작 학생일 때는 정말 필요한 공부를 못 했던 거죠. 나이 든다는 게 그래서 좋은 거 같아요. 앞으로 나이 듦으로써 겪는 또 다른 낯선 경험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소중한 삶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 원장의 그 기다림은 더욱 뜻 깊은 것이리라.
>>삼성노블카운티
삼성노블카운티는 약 22만4000㎡(6만8000여평) 부지 위에 독립생활이 가능한 타워 동(2개동 553세대, 30~72평)과 치매·중풍 등의 노인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24시간 간호와 간병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요양센터인 너싱홈(178 베드, 1, 2, 4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에 필요한 비용은 입주 거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타워 동 36평(전용 18평)에 입주하는 경우 보증금은 3.5억~4.8억원, 월 생활비는 독신 210만원, 부부 340만원 정도이다. 보증금은 퇴소 시 전액 반환되며, 생활비는 회원 전용 식당에서 맛과 영양, 건강을 고려한 식사, 청소 및 침구류 세탁, 부대시설 이용, 세대 관리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