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술은 불가분의 관계다. 연기와 노래라는 창작 영역의 특성과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특수성 때문이다. 연예인은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미디어가 구축한 이미지와 실제 삶의 괴리 속에서 살아간다. 연예인은 작품 흥행 성공 여부에 따라 몸값이 달라지므로 인기를 유지하고 스타가 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연예인은 자신의 예술적 한계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한다. 자신의 예술적 지향과 연예 기획사의 이윤추구 간의 대립으로 촉발된 갈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중의 비난과 대중매체의 부정적 보도에 대한 심적 부담감도 크다.
일부 연예인은 이러한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운동이나 술로 풀기도 하고 마약에 빠져 몰락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중견 연기자 최불암은 “연예인의 직업적 특수성에서 초래되는 어려움을 한잔 술로 해결하는 사람이 많다. 캐릭터로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작업인 배우에게 술이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스타와 연예인 중에는 술을 잘하는 두주불사(斗酒不辭)의 전설적 주당이 있는가 하면 술을 전혀 못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시인 조지훈은 수필 에서 술 먹는 사람의 단계를 18단계로 구분했다. 연예인과 스타들은 술을 먹지 못하지는 않으나 안 먹는 1단계 부주(不酒)에서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는 18단계 폐주(廢酒)까지 18단계의 다양한 음주 양태를 보인다.
주량을 측정할 수 없다는 두주불사의 첫손에 꼽히는 연예인으로는 중견 연기자 백일섭을 필두로 조형기, 김건모, 김민종, 윤다훈, 안재욱, 성시경, 신동엽, 강호동, 지상렬 등이 있다. 이들은 소주를 한두 병이 아닌 한 궤짝(30병)으로 먹은 적이 있는 전설(?)의 기록을 갖고 있다.
백일섭은 보통 드라마나 영화의 음주 장면에서 주류 대용으로 등장하는 음료수를 거부(?)하고 실제 술을 마시며 연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앉은자리에서 소주 10병을 마시고도 전혀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젊은 주당으로 명성이 자자한 성시경은 주량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내 주량을 아직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김건모는 SBS 에서 소주로 가득 찬 소주 전용 냉장고와 대형 생수통을 소주로 채운 정수기, 소주를 얼린 빙수 등 충격적 장면과 집 안에서 포장마차 분위기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파라솔과 간이 테이블을 설치해 지인들과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 “역시 주당”이라는 반응을 끌어냈다.
놀랄 만한 주량의 여자 스타도 적지 않다. 토하고 마시고 토한다는 의미의 ‘토마토’라는 별명을 가진 스타 김희선은 폭탄주 30~50잔을 마시는 놀랄 만한 주량을 자랑하는 애주가다. 김희선 못지않은 주량을 보이는 스타가 바로 강수연이다. 2002년 방송된 SBS 종영 파티에서 만난 강수연이 폭탄주 마시는 잔을 세다가 20잔이 넘어가면서 포기한 적이 있다. 김남주, 이정현, 보아, 문근영 등도 남자 연예인을 압도하는 주량으로 널리 알려졌다.
백일섭은 “연예인은 공동 작업을 해야 하고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직업이어서 힘든 점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 동료와 술 한잔하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연기에도 좋다”라고 말했다.
술을 정말 사랑하고 즐기며 음주를 예술의 차원으로 승화시킨 진정한 애주가가 바로 김창완이다. 연기자로, 뮤지션으로, 방송 진행자로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김창완은 시인 조지훈이 음주의 최고 단계로 명명한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는 18단계 폐주(廢酒)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전혀 술을 못하거나 음주를 하지 않는 연예인도 적지 않다. 강석우, 유재석, 송윤아 등 일부 스타들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 대표적 연예인이다. 송윤아는 술 한 잔만 들어가도 맥을 못 추는 스타일이고 유재석은 술을 마시지 못해 동료와 만나는 자리에서조차 음료수를 마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강석우는 아예 술을 못 먹는 스타다. 그가 드라마 출연할 때 술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작진이 하도 권유해 보리 음료를 마시는 대신 맥주 두 잔을 마시는 만용(?)을 부리다 정신을 잃어 촬영이 두 시간 늦어진 적도 있다.
술을 마실 줄 알지만 특별한 이유로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스타도 있다. 차인표는 “내가 내민 손길 하나로 아이의 미래가 달라지고 사회가 달라지는 것을 본다. 매우 행복한 일이다. 2006년 이후 유흥업소에 안 간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쓰는 돈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술집에서 쓸 돈을 쓰레기 더미 안에 사는 아이를 돕는 소중한 일에 쓰면 아이들의 미래와 사회가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연예인의 주사 역시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 술을 많이 먹으면 전화를 계속하는 차태현, 잠이 드는 김국진 등 일반적 주사부터 음주하면 가발을 벗는 이덕화 등 엽기적 주사까지 연예인의 주사도 매우 다양하다.
술은 잘 먹으면 약주(藥酒)요, 못 먹으면 망주(亡酒)라는 말이 있다. 연예인들 역시 술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술을 먹고 음주운전한 연예인이다. 아이돌 그룹 클릭비 멤버로 인기가 높았던 김상혁은 2005년 음주운전을 하다 추돌사고를 낸 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말해 대중의 엄청난 비난과 대중매체의 집중적 비판을 받고 오랫동안 연예계 활동을 하지 못했다. 또한 가수 호란, 길, 배우 윤제문 등은 한 번도 아닌 두세 번에 걸쳐 음주운전이 적발돼 대중의 비판을 받아 연예활동을 중단했다.
연기자 최철호는 만취한 상태에서 여성을 폭행해 세간의 비난을 받았고 슈퍼주니어의 강인은 연이은 음주운전, 음주폭행 등으로 대중의 엄중한 비판을 받았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린다면 안 마시는 것이 아니라 못 먹습니다. 대체로 제 이러한 태도에 대한 반응은 그 까닭이 종교적인 데 있으리라는 짐작으로 채색됩니다. 그래서 때로 저는 뜻밖에도 힘들게 순수를 유지하는 경건한 사람이 됩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 짐작이 저를 겨냥하는 것을 넘어 제가 속한 종교와 그 교조와 그 종교의 신에 대한 격한 비난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저 때문에 특정한 종교의 2000년 역사와 문화가 한꺼번에 처참하게 모욕을 당합니다.
그런데 어느 편이든 그것이 제 ‘사정’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아닙니다. 제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순전히 생리적인 탓이기 때문입니다. 맥주 한 잔이면 아슬아슬하게 괜찮습니다. 그런데 두 잔을 마셨다가 무척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한창 젊었을 때 일입니다. 손발 끝이 자리자리하고 머리가 이상하게 흔들린다고 생각하면서 서둘러 집에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깨지듯 아픈 두통 때문에 잠이 깼습니다. 그 순간의 괴로움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는지요. 어쩌면 카프카의 에 나오는 벌레가 된 그레고르 잠자의 아침이 이러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조금은 경멸의 분위기를 담고 꽤 살기 힘들었겠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어떻게 그 몰골로 이제까지 살아남았느냐고 연민의 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술 한 잔도 마시지 못하면서 어찌 감히 인생을 알겠다는 학문의 자리에서 고개를 내밀고 다니느냐고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린다면 불편한 것도 없지 않았고, 힘든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괴로운 것은 술을 마시고 싶다는 희구를 넘어 마셔야만 한다고 스스로 다짐해본 적이 있는데 몸이 견디지 못해 이를 감행하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느낀 좌절감입니다. 까닭인즉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인류의 아득한 역사, 그것도 종교사를 살펴보면 술이 없는 의례는 없습니다. 그렇게 단언해도 좋을 만큼 술은 ‘종교적’입니다. 무릇 종교라는 문화는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삶 속에서 절감하면서 그 한계를 넘어 바로 그 유한성에서 비롯하는 문제를 무한성 속에서 풀려고 하는 꿈을 구체화한 것인데, 그 넘어섬의 가장 직접적인 것이 다름 아닌 지금 여기의 나로부터 벗어나는 일입니다. 엑스터시(ecstasy, 脫自)라고 하죠. 일상에서는 겪지 못하는 황홀경의 경험이라고 서술되기도 합니다. 문제가 사라지는 거니까요.
종교의 가르침은 대체로 초월적인 개념, 신성한 언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벗어나는 일은 어떤 ‘비일상적인 힘’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종교에 따라 신(神)으로, 기(氣)로, 옴(Om)으로, 우주적인 원리 등으로 제각기 다르게 묘사됩니다. 하지만 결국 ‘신비스러운 힘’에 의한 것임을 표현하고자 한 것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힘의 간여를 기다리기 이전에 인간은 탈자적인 경험을 초래하는 일을 스스로 마련했다는 사실입니다. 술이 그것입니다. 그 술을 소마(soma)라고 일반화하여 일컫는데, 이는 고대 인도의 베다시대 의례에서 마시던 즙의 이름을 차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성급했는지, 아니면 신의 간여가 너무 더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탈자의 황홀경을 인간은 술을 통해 스스로 마련하면서 그것이 낳는 ‘더 이상 문제없음의 희열’을 미리 몸으로 경험했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이에 근거한다면 술 취함은 술을 마시는 사람이 의식을 하든 않든 가히 ‘종교적’ 경험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이런 사실은 최근에는 이른바 ‘화학적 엑스터시(chemical ecstasy, 음주)’와 ‘종교적 엑스터시’가 과연 같을까 다를까 하는 격한 논쟁을 일으키면서 이제는 이 주제가 뇌과학을 중심으로 한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종교학을 공부한다는 주제에 술을 먹어야, 술에 취해봐야겠다는 욕심을 감히 부릴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끝내 이루지 못했습니다. 술을 먹지 못해 경험한 좌절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술을 못 마시는 소수자의 자리에서 음주문화를 바라보는 ‘재미’도 없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술은 종교적이다’라는 맥락에서 제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술 취함’이 아니라 ‘술에서 깸’입니다. 깸은 황홀경의 파괴이고 문제없음에서 문제있음에로의 회귀임에 틀림없는데 ‘왜 취함에 머물지 않고 깸에로 되돌아오는가?’ 하는 멍청한 질문을 하고 싶은 겁니다. 이른바 주선(酒仙)을 기리는 그 숱한 향기롭고 그윽한 운문(韻文)들이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쌓이고 쌓였는데 그 내용인즉 거의 깸에 대한 아쉬움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거기 머물면 어떻습니까?
아주 못된 작위적인 질문인 줄 저도 압니다. 그러나 취함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아쉬움을 지닌 채 깸의 자리에 돌아와 여전히 취함에서의 경험, 곧 ‘자기를 벗어난 자기’의 정서를 지니고 거기에서 비롯하는 논리와 판단과 결정으로 일상을 구축해 나가는 모습이 저에게는 감히 ‘보인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게 취함과 깸으로 점철하는 주체들 간에는 그 나름의 독특한 유기적인 관계가 구조화되어 그렇다고 하는 자의식조차 없을지 몰라도 저 같은 소수자의 눈에는 어쩐지 ‘취함의 풍토’에서 온갖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삶이 누구나 속한 삶의 틀 전체의 아귀를 뒤틀리게 하지는 않는지 염려스러워지는 것입니다.
종교의 문화사를 훑어보면 소마를 마시는 일은 일반적으로 의례에서만 허용됩니다. 그런데 의례는 일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일상을 단절하고 넘어서는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저어해야 할 것은 ‘사건을 일상화’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된 자리에서는 자칫 ‘병든 인식’만이 지어지기 때문입니다.
황홀한 즐거움에 흠을 낼 뜻은 하나도 없습니다. 실은 술 마시는 일이 은근히 부럽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자의 인권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술 못하는 소수자에 대한 관심도 가지시면서 이런 발언도 한 번쯤은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저는 술을 마시지 못한 제 생애를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학교에서 은퇴할 때 다음과 같은 후배의 ‘헌사(獻辭)’를 받은 바 있기 때문입니다.
“정 교수가 10여 년 전에 단란주점과 룸살롱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을 때 나는 참으로 당황한 가운데 ‘거기에는 수업료가 필요하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 후에도 몇 번 그런 말이 오고갔지만 우리 사이에 아직 수업료가 오간 적은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정 선배에게 이렇게 대답하려 한다. ‘이제부터는 수업료도 필요 없다’고. 정 교수는 수업료를 내본 적이 없는 인문학자의 표본으로 남아 있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저녁 회식자리에서 막걸리 몇 잔에 거나해지면 ‘사랑의 미로’를 그럴 수 없이 달콤하게 부르던 이 헌사를 읽어준 후배 교수는 벌써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닙니다. 진작 수업료를 내고 단란주점이든 룸살롱이든 함께 갔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새삼 저를 아프게 합니다. 아무래도 소수자는 소수자일 수밖에 없어 소수자인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주선(酒仙)을 기리는 그 숱한 향기롭고 그윽한 운문(韻文)들이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쌓이고 쌓였는데 그 내용인즉 거의 깸에 대한 아쉬움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거기 머물면 어떻습니까?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봄에 받은 생애전환기건강진단결과에 대한 상담이었다.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였다.”면서 경계선을 넘나든 두어 가지 건강지표를 지적하였다. 보관하고 있는 지난 몇 년 동안의
국가건강검진결과를 살폈다. 세월이 흘러도 보험공단의 건강목표가 변동되지 않았음을 발견하였다.
학계에서는 건강목표의 개선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우리의 실정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 되었다. 사회에서는 지표기준을 병원ㆍ의사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관심이 많은 체질량지수를 비롯하여 혈압ㆍ당뇨ㆍ고지혈증 대사증후군도 건강목표가 변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 날씬했던 몸매는 나이가 들면서 풍만해진다. 장년을 지나 노년기에 들면 다시 야위어 간다. ‘만물이 생성ㆍ소멸하는 우주의 이치’다.
힘은 사그라지고 키도 점점 줄어든다. 몸도 가벼워지지만 그 속도가 키의 그것을 따르지 못할 뿐이다. 몸 상태는 나빠지지 않았는데도 결과적으로 체질량지수는 수치상으로는 조금씩 오른 상태다. 국민은 자신의 건강을 지나치게 걱정하게 되는 지점이다. 국가검진을 신뢰하기 위하여 나이에 따라 건강지표를 바꿔야 하는 이유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건강 걱정이 앞선다. 날마다 체중계에 오르고 피를 뽑아서 당뇨 체크를 하고 혈압을 잰다. 이제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 돌연사도 혈압과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접한다.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고정관념은 무너지고 있다. 국가적 차원 연구개발로 돌연사 원인을 찾아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위암환자에게 한두 잔의 막걸리가 좋다는 소식도 들었다. 암환자에게 금기시 되었던 음주문제다. 필자가 대장암 확진을 받았을 때다. “친구들과 모임에서 술 한 잔도 못한다면 너무 삭막할 것 같다‘고 의사에 말했었다. ”적당한 음주는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막걸리 한사발로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얼마 전 암학교 5년을 졸업하였다.
국가검진에서 흡연과 음주는 공공의 감시대상이다. 필자는 20년 전에 금연에 성공하였다. 그후로 담배를 한 개비도 피우지 않지만 지금까지도 과거흡연을 문제로 지적한고 있다. 금연하고 몇 년을 지나야 하는가. 음주를 보자. 알콜 분해 능력에 따라 개인별 음주량 차이가 많다. 맥주 한모금도 못하는 사람이 있고 상당량을 들이켜도 까딱없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평가기준은 같다.
보험공단은 국민건강을 관리하면서 데이터도 많이 축적하였다. 건강지표를 나이에 따라 20ㆍ50ㆍ60대 등 세대별로 세분화하거나 소년ㆍ청년ㆍ장년으로 구분하여 설정할 필요가 있다. 자기 몸에 맞는 목표가 필요하다. 보험공단이 정한 획일적인 목표가 아닌 적어도 나이별 건강지표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국민은 그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국민건강복지에 감사한다. 대한국민의 긍지를 갖는 대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지표 나이에 맞게 바꾸라’고 촉구하면 지나칠까.
어느새 커피 중독자가 되어 버렸다. 아침에 집을 나서자마자 편의점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셔야 제 정신이 드는 듯하다. 그리고 하루 종일 틈만 나면 커피를 마셔 댄다. 바쁘다 보니 잠이 모자라고, 오후가 되면 잠시 졸릴 기색이 있을 것 같으면 다시 커피를 마신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싸구려 커피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믹스커피를 종이 잔에 마신다. 요즘은 웬만한 음식점에서는 자판기 커피가 있다. 음식을 먹고 나오면서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빼 온다. 종이 잔이다. 편의점 커피도 종이 잔이나 얇은 플라스틱 잔이다. 캔에 담긴 커피도 캔 그대로 마신다. 사무실에서는 두툼한 플라스틱 잔을 쓴다. 커피 전문점에 가면 두꺼운 머그잔에 커피를 마신다.
앞 사무실 기원 사장은 우리 오피스텔 쓰레기를 처리해주는 사람이다. 아침마다 쓰레기를 정리하고 보수를 받는다. 종이 종류는 따로 수집해서 고물상에 갖다 판다. 얼굴이 하얗고 쓰레기 정리나 해주는 사람 같지 않아 개인적으로 선물이 들어오면 주기도 하고 먹을 것이 생기면 나눠먹기도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기원 사장이었던 것이다. 필자가 옥상에 올라가 잠시 바람을 쐬고 있으면 커피를 타다가 테이블에 갖다 둔다. 옛날 다방에서 쓰던 얇은 자기로 만든 커피 잔이다. 후루룩 마시고 씻어서 감사의 표시를 한다. 그런데 입술에 닿는 촉감이 다르다. 종이나 캔에 담긴 커피와 두꺼운 촉감의 머그잔과, 얇은 자기 커피 잔의 느낌이 다른 것이다.
회상해 보면 집에 손님이 오면 얇은 자기로 된 커피 잔에 받침대에 올려 커피를 담아 대접했었다. 커피 한 스푼에 프림 2 스푼 등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사무실에 오는 손님들에게도 종이 잔에 믹스커피를 타서 내놓는다. 종이 잔은 1회용이니 일단 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설거지 할 필요도 없다. 편리하니 서로 양해하는 것이다. 세상이 자꾸 편리한 쪽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커피 만 중시했지, 커피 마시는 용기에 대해서는 그간 잊고 산 것이다. 입술은 인체에서 그래도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입술에 닿는 커피 잔의 촉감은 무시하고 산 셈이다.
소주, 맥주, 양주, 와인, 막걸리 모두 종이 잔에 따라 마시면 제 맛이 안 난다. 소주는 투명한 유리의 소주잔, 맥주도 모양이 날씬한 얇은 맥주잔이면 더 맛있다, 와인도 얄상한 유리로 만든 투명한 와인 잔, 양주도 크리스털 유리로 만든 양주 잔, 막걸리도 텁텁한 알루미늄 막걸리 잔 또는 도기로 만든 막걸리 잔에 마셔야 제 맛이 나는 것이다. 술 종류는 머그잔에 마셔도 마찬가지로 제 맛이 안 난다. 도무지 어울리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집에서도 습관처럼 물 끓여 믹스 커피 한 봉 뜯어 넣고 종이 잔에 커피를 마셨다. 꽃무늬 있는 얇은 커피 잔은 찬장에 얌전히 모셔둔 지 오래다. 이제는 커피 잔을 꺼내서 써야겠다. 받침대까지 제대로 해서 커피 맛을 음미해야겠다. 설거지가 귀찮지만, 씻는 재미도 있다.
한때 막걸리 열풍이 일었던 적이 있다. 유산균이 많아 건강에 좋다는 이유였다. 우리나라 전국은 물론 이웃 일본에 수출 물량 대기도 바빴었다. 여러 기업에서 고급 막걸리를 출시하기 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막걸리 열풍이 많이 식었다.
필자는 주로 막걸리를 마신다. 워낙 막걸리만 고집하기 때문에 회식자리에 참석하면 필자를 위해 막걸리 두 병을 따로 주문해준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6도로 적당히 취하고 숙취도 없는 편이다.
그러나 필자가 선호하는 막걸리는 업소에서 취급하기를 꺼려하는 곳이 많다. 유통기간이 짧아 안 팔리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마시는 생막걸리는 유통기간이 법적으로는 14일이고 상온에서는 5일 정도 놔둬도 괜찮다. 그러나 5일이 지나면 맛이 덜하다. 그래서 바꿔달라고 하면 대부분 출고된 지 얼마 안 되는 막걸리로 바꿔준다. 집에서 마실 때도 한 번 마개를 딴 막걸리는 다음 날 벌써 맛이 달라 버리게 된다. 유통기간이 1년인 막걸리도 있다. 업소에 따라 필자가 마시는 막걸리 대신 이 막걸리를 강권한다. 그러나 맛이 덜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자가 강하게 원하면 인근 편의점에서 사다 주는 경우도 있다. 그 대신 반드시 다 마셔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래봐야 편의점 가격이 1300원이고 업소 판매 가격이 3000~4000원이다. 조금 남으면 남기고 오지만 많이 남으면 배낭에 넣어오기도 한다.
지방에 가면 서울에서 파는 막걸리가 있을 리 없다. 그 대신 그 지방 막걸리는 있다. 한번은 대구에 내려갔는데 편의점 주인이 “왜 좋은 술 많은데 굳이 막걸리를 찾느냐?”고 물었다. 술의 역사로 볼 때 막걸리는 서민들이 마시는 술이다 맥주는 막걸리보다 고급술이라 생각한다. 막걸리 파는 술집과 맥주 파는 술집은 격도 다르다. 그러니 맥주를 마시라는 것이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부르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맥주도 마찬가지다.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 작은 잔으로 마시며 기름진 안주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막걸리는 안주 없이 마셔도 괜찮다. 밥반찬도 안주가 될 수 있다. 그 어떤 술도 안주까지 감안하면 배부르기는 마찬가지다. 맥주나 막걸리에는 이뇨 성분이 들어 있어 화장실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다 배출된다.
막걸리를 마시고 나면 트림이 자꾸 나서 본인이 느끼기에도 고약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트림이 나는 것은 막걸리에 탄산가스를 넣기 때문인데 청량음료나 맥주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험상 요즘 막걸리는 트림을 많이 유발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많이 마시면 안 되겠지만, 막걸리는 더운 여름날 소화와 갈증 해소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미네랄 등 다른 술에는 없는 영양 성분도 있다. 막걸리 덕분에 소주 같은 독주도 덜 마시게 되고 막걸리는 굳이 차갑지 않아도 되므로 맥주 같은 찬 음료도 피할 수 있다. 김밥이 서양의 패스트푸드를 상당 부분 대체해 막았듯이 서민의 술 막걸리가 소주와 맥주와 와인시장의 상당 부분을 막은 공로도 있다고 본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트레비네는 조용한 강변 마을이다. 레오타르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트레비슈니차 강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소도시. 오스만 시대의 아치형 다리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마을을 잇는다. 고요한 소읍은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든다. 강물 속으로 마을 풍치가 풍덩 빠져 반영되어 흔들거리면 긴 여행자의 묵은 시름이 사르르 치유된다.
모스타르에서 트레비네까지 첩첩산중 길고 긴 여행
한여름, 크로아티아는 지긋지긋했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로 도망쳤고 이내 트레비네(Trebinje)로 떠난다. 필자가 예약한 숙소는 개울 옆, 아름다운 전원 카페 분위기가 나는 그런 곳이다. 새로 신축한 듯 모텔은 깔끔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촉수 낮은 불빛의 어둠침침한 야외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는다. 숙소 사람들일까?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다. 맑은 개울물을 담아낸 작은 연못 속에는 송어가 살아 움직인다. 모텔 직원은 자기네 음식이 최고라고 했지만 모험은 하기 싫어 야채샐러드와 바다 생물인 오징어 요리를 시킨다. 샐러드를 안주 삼아 맥주 한 잔을 마시는 동안에도 메인 요리는 나오지 않는다. 질 좋은 지역 와인 한 잔을 더 시켜 홀짝홀짝 마실 즈음에야 요리가 상차림된다. 작은 삶은 오징어와 삶은 감자, 삶은 근대가 올려져 있다. ‘음식을 참 맛있게 하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준급이다. 어디를 가든 음식 잘하는 곳엔 손님이 많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가다가 한 아주머니랑 스치듯 대화를 나눈다. 스위스에서 살다가 이제는 고향으로 내려왔단다. 그러면서 내일 올드타운을 가면 자기 남편이 안내해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낯선 누군가에게 여행 안내를 부탁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습관처럼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녀는 가족이 있는 테이블로 날 끌어당긴다. 그녀가 이끈 테이블에는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안경을 쓴, 무척 깐깐해 보이는 남편 말고도 여러 명이 함께 앉아 있다. 남편은 내일 집으로 찾아오라면서 아주 꼼꼼하게 이름, 주소, 전화번호, 약도를 그려준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사이이지만 왠지 진심이 느껴진다.
트레비슈니차 강과 아르슬라나기치 다리의 조화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다. 다음 날, 죽을 만큼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침 한 방울도 삼킬 수 없을 정도로 목구멍이 아프고 온몸은 천근이다. 일단 메인 타운에 가서 약국부터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전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말도 해줘야 할 것 같다. 타운까지는 5km. 택시를 부르면 간단할 일을 또 걷고 있다. 땡볕이 강렬해 발걸음이 무겁다. 그럼에도 습관처럼 카메라를 꺼내든다. 나무가 거의 없어 흰 빛을 띠는 카르스트 지형의 레오타르 고산과 트레비슈니차 강이 휘도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트레비네의 대표 명소인 ‘아르슬라나기치’ 다리(길이 80m 높이 6m)는 무심한 시민들 때문에 위치를 놓치고 만다. 한참을 더 걸어서 메인 타운에 거의 다다랐을 때에야 먼발치의 다리를 보게 된다. 아치형의 다리와 트레비슈니차 강이 한데 어우러진 풍치가 멋지다. 트레비슈니차 강에 이 다리가 만들어진 것은 15세기(1574년) 오스만제국 시대다. 오스만제국 시절 트레비네는 두브로니크와 이스탄불을 잇는 중요한 무역로였다. 다리 이름은 당시 다리 통행료 징수권을 갖고 있었던 ‘아르슬란 아가(Arslan-aga)’라는 사람의 이름을 붙였다. 당시 지도자인 메흐메드 파샤 소콜로비치(Mehmed-pasa Sokolovic, 1506~1579) 명에 의해 유명한 건축가인 미마르 시난(Mimar Sinan, 1489~1588)이 건설을 맡았다. 그는 보스니아의 비셰그라드(Visegrad)의 다리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 말고도 대단한 작품이 아주 많은 건축가다. 원래는 훨씬 더 북쪽에 있었는데 트레비슈니차 강에 수력발전소가 생기면서 1972년 현 위치로 옮겨왔다. 이 다리는 오스만제국 치하에서 건축된 다리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아주 잠깐은 아픔도 잊는다.
보스니아의 오래된 도시에서 만난 ‘드라간’ 부부
도심 구경 대신 전날 밤 식당에서 약속한 집을 찾아 나선다. 긴가민가하면서 한 집을 기웃거리다가 전날 만난 남편 드라간을 만난다. 반갑게 맞이하는 아주머니 외에 아들도 있다. 키가 2m나 되는 아들은 화가란다. 그는 트레비네 근처의 작은 마을에 작업실이 있고 가을에는 스위스에서 전시회를 연다고 말한다. 작품을 팔아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 쓸 정도라면 나름 유명한 화가일 것이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주인아주머니는 소시지와 동유럽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고급 산양 치즈까지 내어준다. 이 집에는 송로버섯을 찾는 강아지도 있다. 이내 부부와 함께 시내로 나섰고 ‘드라간’은 자신이 태어난 이 도시에 대해 많이 알려주려 애쓰고 있다.
트레비네는 보스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스릅스카(Srpska) 공화국에 속해 있다. ‘태양과 플라타너스 나무들의 도시’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1355년까지 세르비아 왕국에 속해 있다가 이후 보스니아 왕국의 일부가 되었다. 15세기 후반에 오스만제국의 지배(1463~1878)를 받기 시작했고, 19세기 후반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영향권(1878~1918년) 아래로 들어갔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는 도시 방어를 위한 요새가 건축되고 광장, 공원, 학교, 공장 등이 들어서는 등 규모가 확대되었다.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의 지배를 받았던 1945~1990년에는 수력발전소와 댐, 인공호수, 터널 등이 건설되면서 급격히 발전했지만 보스니아 내전은 이 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트레비네 메인 타운에는 오래된 유적지가 없고 묘지만 많다.
드라간 부부와 함께 1908년에 설립된 세르비아 정교회를 찾는다.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인 보스니아이지만 그들은 그리스 정교회다. 트레비네는 10세기부터 가톨릭 교구가 생겼고 ‘가톨릭 100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던 도시다. 또 중심 광장인 ‘자유광장(Trg Slobode)’으로 가는 길목에도 19세기 말에 세워진 자그마한 성모 탄생 교회가 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자유공원 앞의 카페는 유명한 배우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라고 드라간은 말한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공원 한쪽에 마련된 청과물 시장에서 복숭아를 사면서 요반 두치치(Jovan Ducic, 1871~1943) 동상을 발견한다. 요반 두치치는 세르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트레비네 도서관에는 두치치가 기증한 장서 수천 권이 전시되어 있다. 또 이 도시 언덕 위에는 2000년, 그를 기리기 위해 코소보의 그라차니차 수도원을 본떠 완공한 헤르체고바카 그라차니차 수도원이 있다. 드라간 부부와 함께 ‘체바피(Cevapi 혹은 체바치치(Cevapcici))’도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어릴 적 추억을 듣는다. 약 덕분에 목은 좀 나아졌고 여러 가지를 보여주려는 현지인에게 감동받아 한국식으로 몰래 밥값을 낸다. 그들은 한국식 ‘밥값 계산’에 감동했는지 기어코 차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까지 안내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하면서 고향 떠나 스위스에서 살다가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온 드라간. 그는 “내가 고향을 떠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나이 든 그가 여행객과 대화를 할 정도의 영어구사를 하는 것도, 외국인을 안내해주겠다는 마인드도 스위스에서 얻은 지식일 것이다. 그는 내게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했다. 그리고 트레비네에 오면 ‘내 집’에서 언제든 ‘공짜’로 묵으라는 말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그 집에 다시 가서 정담을 실컷 나누고 싶다.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여행을 하지만 가는 곳마다 스토리는 달라진다. 매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들. 묘한 인연의 발자취를 트레비네에 남겼다. 인터넷을 못해 지속적인 연락은 못하지만, 내 가슴속에 영원한 추억을 남긴 드라간. 동양인이 그곳으로 여행을 온다면, 나와의 만남을 떠올리면서 분명히 반길 것이다.
>>Travel Data
가는 방법 한국에서 직항은 없지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인 사라예보 국제공항이 있다.
현지 교통 사라예보를 기점으로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버스가 운행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택시밖에 없었다. 필자처럼 모스타르에서 접근하거나 몬테네그로의 포드고리차에서 이용하는 편이 낫다.
음식과 숙박 올드타운에 체바피를 잘하는 집이 있다. 또 모텔 스튜데낙(Motel Studenac)은 음식과 숙박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먹은 생선스프는 최고였다. 또 트레비네는 질 좋은 와인 산지다. 브라나츠 와인은 발칸의 희귀 품종으로 타닌과 산도가 높아 명성이 높다. 포드루미부코예 1982(Podrumi Vukoje 1982) 와이너리가 유명하다. 시내에서는 택시를 타야 한다.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트레비네는 작은 도시다. 매일 산책하고 근교의 산을 다닌다 해도 한 달 머물기는 버거울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 기점을 두고 크로아티아나 몬테네그로를 연결하면 된다. 렌터카를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마가 지나고 폭염이 시작되는 8월. 초록빛 나뭇잎은 촉촉이 영글지만, 우리네 모습은 축축 늘어지기만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입은 마르고, 후끈한 날씨에 속이 답답하다. 이럴 땐 신선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로 산뜻함을 충전하는 것 어떨까? 자연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옥상 텃밭이 있는 맛집 ‘에이블(ABLE)’을 소개한다.
브런치로 시작하는 여유로운 하루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면 조금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모처럼 늦잠도 자고 여유를 부리다 보면 아침을 챙기는 게 번거롭다. 그렇다면 한가로운 오전의 작은 활력, 브런치(brunch, 아침을 겸하는 점심)를 즐겨보는 거다. 특별히 브런치 메뉴가 무엇이라고 한정할 수는 없지만, 대개는 가벼운 한 끼 식사 정도로 즐기는 이가 많다. 또, 하루의 첫 식사인 만큼 채소와 달걀 등으로 만든 영양소를 고려한 메뉴를 선호하는 편이다. 브런치 카페 ‘에이블(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계절 과일 등이 곁들여진 샐러드와 재료의 영양을 그대로 살린 다양한 착즙 주스를 맛볼 수 있다.
옥상 텃밭 구경하고 가세요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따뜻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천장에 매달린 작은 화분들, 조명을 감싼 나무 껍데기, 테이블 위의 꽃병, 쇼케이스를 채운 각종 과일 등. 아기자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입구와 마주 보는 진열대에는 말린 과일, 선인장, 잼, 쿠키, 캔들 등 다양한 소재들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의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루프톱(rooftop, 옥상)에 꾸며진 작은 텃밭이다. 토마토, 가지, 블루베리, 각종 허브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작물들을 가게에서 직접 키운다. 모두 요리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메뉴의 귀한 식재료로 쓰인다.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옥상이라 여름에 즐기긴 덥지만, 어느 계절보다 푸른 잎사귀들이 반긴다. 실내에서 식사를 마치면, 후식으로 시원한 음료 한 잔 손에 들고 옥상 텃밭을 구경해보는 것도 좋겠다. 도심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이색적인 풍경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신선함을 먹다, 그리고 마시다
이곳에서는 리코타치즈, 비프, 연어, 퀴노아 등을 주재료로 한 샐러드를 즐길 수 있다. 촉촉하면서도 고소한 풍미를 지닌 리코타치즈에 루콜라, 비타민, 방울토마토 등 계절 과일이 들어간 리코타치즈샐러드(1만3000원)가 인기다. 건강을 생각하는 중장년이라면 슈퍼푸드로 잘 알려진 고단백 곡물 퀴노아와 루콜라, 페타치즈, 구운 치킨 등이 어우러진 퀴노아샐러드(1만6000원)도 추천한다. 샐러드를 주문하면 피타 브레드(이스트로 밀가루를 발효시켜 만든 넓적한 빵)가 함께 나온다. 채소만으로는 채우기 힘든 허기를 달랠 수 있다. 샐러드만큼 단골로 찾는 메뉴는 신선한 주스다. 사과·당근·케일이 들어간 에이블비타민(9000원), 오렌지·자몽으로 만든 레드디톡스(9000원) 등 믹서로 갈지 않고 착즙기로 짜낸 주스 메뉴가 다양하다. 채소, 과일 외에는 설탕이나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 주스 잔에는 샐러리를 꽂아내 더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 외에도 에그베네딕트(1만4000원), 오믈렛프리타타(1만5000원), 가지롤(1만6000원) 등 브런치 메뉴나 파니니, 피자, 파스타 등을 곁들이면 더 든든하고 풍성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커피와 케이크를 비롯한 카페 메뉴도 인기다. 당근케이크, 바나나파운드케이크, 말차빙수, 얼그레이빙수 등 독특한 디저트가 다양하다. 선선한 날 저녁에 방문한다면 루프톱에서 와인이나 맥주 등을 곁들여보는 것도 좋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빈 공간으로 방치되었던 옥상이 요즘은 간단한 주류나 음식을 파는 ‘루프톱 바’ 또는 ‘루프톱 카페’로 변신했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경치와 도시의 야경은 루프톱의 인기 비결이다. 올여름, 에어컨 바람이 지긋지긋하다면 루프톱에서 야경과 시원한 자연바람을 벗 삼아 한여름 밤을 지내보는 건 어떨까?
스카이야드(SKYARD)
서울 광진구를 지나다 보면 우뚝 솟아 있는 건물이 눈에 쑥 들어온다. 바로 아차산 위에 자리한 비스타 워커힐 서울(구 W 호텔)이다. 나무와 식물이 공존하는 ‘스카이야드(SKYARD)’는 그 이름처럼 하늘 위의 마당 같은 느낌의 루프톱 바다. 저녁 8시부터 켜지는 조명과 잔잔한 클래식은 선베드, 그네 의자, 테라스 등 각종 휴식시설과 어울리며 이국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한강과 녹색 빛으로 물든 광진교,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롯데월드타워는 루프톱에서 볼 수 있는 야경의 멋을 한층 더해준다. 피로를 풀어줄 풋스파는 덤. 루프톱 이용객은 석양에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무료로 족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스카이야드에서는 음료와 간단한 안주를 판매한다. 얼음통에 담긴 캔맥주와 주스는 여름밤의 무더위를 날려준다. 안주로는 견과류, 치즈스낵, 쿠키가 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스카이야드에서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177 (비스타 워커힐 서울 4층)
버티고 (VVertigo)
여의도 고층빌딩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아름다운 야경과 라이브 밴드 음악에 취해보자. 더운 날씨와 지친 일상에 청량감을 더해줄 시원한 칵테일과 호텔 셰프가 준비한 다양한 그릴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위치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10 (콘래드 서울 9층)
파노라마 라운지 (Panorama Lounge&Bar)
이번엔 숭례문이다. 서울의 정문, 국보 1호인 숭례문은 16층에 위치한 파노라마 라운지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최근 새롭게 준비한 프로모션 ‘썸머 바비큐 패키지’를 통해 최상층 루프톱에서 셰프가 직접 구워주는 바비큐 플래터와 무제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다.
위치 서울 중구 세종대로 58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호텔 16층)
더 그리핀 (The Griffin)
11층에 마련된 루프톱 테라스에선 흥인지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보이는 서울성곽길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동대문의 멋진 파노라마 뷰를 완성한다. 근사한 야경을 배경으로 코리아컵 우승자인 바텐더가 제공하는 맛있는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279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11층)
호텔 카푸치노 루프톱 바
낮은 주택가에서 높이 솟은 강남의 빌딩이 도심의 밤을 환하게 비춘다. 호텔 카푸치노 루프톱만의 자랑인 20여 종의 가니쉬와 다양한 칵테일. 남산이 바라다보이는 멋진 야경을 안주 삼아 한잔 기울이기 좋다.
위치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155 (호텔 카푸치노 17층)
음식을 삼키면 음식물은 구강을 지나고 인두를 지나 후두상부의 후두개가 닫히면 식도로 넘어가 위(胃)로 들어간다. 이때 위 속에 있는 위산이 역류해 식도와 목을 자극하는 증상을 유발하면 역류성 질환이 된다. 역류성 질환은 식도염과 후두염으로 나눠진다. 서로 가까이 있고 상호 관련이 있어서 함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역류로 인한 인후염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매달 40만 명 정도의 인후염 환자가 생긴다. 평소 목이 상쾌하지 않은 당신도 인후염일 수 있다.
역류성 인후염(인후두염)이 무엇인가요?
위의 내용물이 거꾸로 식도로 넘어와 후두와 인두로 역류해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위 내용물 중 위산은 강한 산성화 물질인데 위 점막 이외의 점막, 특히 인후두 점막에 상당한 자극을 주어 염증을 유발합니다. 역류성 인후염은 감염성 후두염의 가장 흔한 원인인데,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20~30%에 해당됩니다. 후두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반 이상은 이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역류성 인후염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목이 아파요”, “가래가 목에 걸려서 잘 안 나와요”, “목소리가 잠겨요”, “코랑 목 사이에 뭔가 붙어 있어요”, “목 안이 자꾸 마르는 느낌이 들어요”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헛기침 또는 마른기침 같은 잦은 기침과 목에 뭐가 걸린 듯한 이물감이 대표적 증상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을 체크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이 있나요?
특히 아침에 목이 아프고 쓰린 증상, 목소리가 쉽게 잠기는 증상, 목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증상, 목이 답답하고 음식을 삼킬 때 불편함이 느껴지는 증상, 가래는 적지만 만성적인 기침이 계속되는 증상, 명치 부위에서 화끈거리는 것이 치밀어 오르는 듯한 증상 등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역류성 인후염에 잘 걸리나요?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술을 자주 드시는 분, 흡연하는 분들에게 많이 생깁니다.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좋아하는 분도 인후염 증상이 나타나요. 인후 쪽이 여성호르몬 영향을 받기도 해서 술, 담배 안 하는데도 역류가 많은 분들이 있어요. 특히 노화가 시작되거나 폐경 증상이 나타나는 여성들에게 역류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위장이나 간이 헐거워져 식도 괄약근이 늘어나면서 역류의 유병률이 높아집니다.
역류성 인후염 검사는 어떻게 하나요?
CT를 찍어도 이상이 없다는 분도 있는데, 이비인후과에서는 30초 정도 소요되는 후두 내시경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확진은 식도 운동성 검사, 식도 및 인후두의 산도를 측정하는 24시간 산도측정 검사 등으로 합니다.
역류성 식도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보통 미세한 역류나 산의 영향으로 후두가 먼저 손상이 되고 그다음 식도염으로 나타납니다. 후두염인 사람이 식도염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전부 그렇진 않습니다. 증상도 조금씩 다릅니다. 위가 답답한 현상, 신물이 올라오거나 가슴이 타 들어가는 느낌, 음식이 명치 쪽에 머물고 있는 듯한 증상이 느껴지면 식도염일 경우가 많습니다. 인후염이나 식도염의 약은 같기 때문에 식도염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아와도 증상을 호소하면 약을 처방해주기도 합니다. 만약 소화기 쪽으로 다른 증상이 있으면 내과를 더 방문해보라고 합니다.
역류성 인후염을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환자분들 중에 “혹시 암으로 발전하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방치할 경우 만성기침을 하게 돼요. 회의를 하거나 중요한 미팅을 해야 하는데 기침이 자꾸 나온다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요. 또 지하철이나 차 안에서 문이 열려 공기만 바뀌어도 기침을 하는 사람도 간혹 있어요. 심한 분들은 호흡곤란이 오기도 합니다. 환자 중에 전날 과음을 했는데 호흡곤란이 와서 잠을 못 잤다는 분도 있었어요. 역류성 인후염을 오래 방치하면 성대에 영향을 줘서 목소리 변형도 일으키고 양성 혹이 자라기도 합니다.
주로 제산제 처방을 하나요?
예전에는 제산제 처방이 일반적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Proton Pump Inhibitor) 처방을 많이 합니다. 기존 약물보다 야간 속쓰림이나 가슴이 타는 듯한 열작감(Heart burn) 증상이 거의 없고 초기 치료 효과가 빠릅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환자에게는 소화운동촉진제를 처방하기도 하고, 가래약인 객담 배출약을 같이 쓰기도 합니다. 병원에서는 약 처방과 함께 생활요법을 많이 강조하는 편입니다.
어떤 생활습관이 도움이 되나요?
금연, 금주가 제일 중요해요. 담배 피울 때마다 역류가 일어나는 사람은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해요. 저녁에 먹는 술이나 자기 전 습관적으로 맥주 한 캔 정도 마시는 분도 병을 악화시킬 수 있어요. 너무 꽉 끼는 옷, 특히 허리 부분이 조이는 옷도 인후에 영향을 줍니다.
식사 후에는 바로 눕지 말고 잠자기 3시간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잠잘 때는 상체와 머리를 약 15cm 올리고 자는 것이 좋아요. 지방이 적은 음식을 먹고, 카페인이 많은 커피나 홍차 등을 삼가고 콜라나 사이다 등 청량음료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7월 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니, 바로 장마다. 꿉꿉한 날씨 탓에 기분까지 축 늘어지는 날엔 노릇하게 구운 부침개에 뽀얀 막걸리가 생각난다. 깔깔한 목구멍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면, 메마른 땅에 퍼붓는 빗줄기처럼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축축한 장마에도 싱그러운 기분으로 한잔할 수 있는 막걸리 맛집, ‘달빛술담 문자르’를 소개한다.
캐주얼하게 즐기는 막걸리 한잔
막걸리가 지닌 친근함만큼이나 옛 정취를 간직한 맛집이 많지만, 최근에는 모던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막걸릿집도 주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달빛술담 문자르(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46길 38, 이하 달빛술담)’다. 이곳의 정체성은 그 이름에서부터 드러난다. 달빛, 술, 그리고 이야기[談]를 뜻하는 ‘달빛술담’. 그리고 달(moon) 항아리(jar)를 뜻하는 ‘문자르’. 이렇게 뜻만 나열했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도 있지만, 한글과 한자, 영어가 섞인 조합이 오묘하다. 다양한 언어를 모아 만든 이름만큼이나 이곳에서는 여러 장르의 음식과 주류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낮에는 산뜻하게, 밤에는 달빛 아래 은은한 분위기를 내는 것 또한 매력이다.
낮술도 좋고, 밤술도 좋아요
달빛술담에 도착하면 ‘술집이 이렇게 예뻐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모던한 외관에, 작은 앞마당 테라스의 연둣빛 잔디와 알록달록 꽃들이 화사함을 더한다. 이곳에 방문했을 때 오른쪽 입구로 먼저 들어선다면 ‘술집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옹기종기 화분들과 꽃을 다듬는 여인들이 보일 테니 말이다. 달빛술담과 상생하는 꽃집 ‘먼데이 플라워’가 사용하는 공간이다.
가게 구석구석을 보면 화분과 말린 꽃다발 등이 장식돼 있는데, 모두 먼데이 플라워에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예쁜 꽃들과 더불어 많이 보이는 것 중 하나는 유리창이다. 가게 1, 2층 벽면을 둘러싼 유리창은 낮에는 따스한 햇살을 머금고 저녁에는 은은한 달빛을 가득 비춘다. 자연으로 어우러진 이곳만의 분위기는 낮에도 밤에도 술 한잔에 이야기꽃을 피우기 안성맞춤이다. 비가 오는 날에 찾게 된다면, 1층 테라스나 창가 가까운 자리에 앉을 것을 추천한다.
각양각색 막걸리와 안주를 한 번에
막걸리와 곁들이기 좋은 치즈 김치전, 파마산 치즈 감자전 자체도 퓨전 음식이지만 보쌈과 어묵탕, 샐러드와 파스타, 깐풍기와 탕수육 등 한식·양식·중식 등 각양각색 메뉴가 퓨전을 이룬다. ‘막걸리엔 빈대떡’이라는 절대공식(?)이 무색하리만큼 어느 안주에나 조화를 이루는 막걸리의 친화력을 한껏 느낄 기회다.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외에,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막걸리 샘플러다. 이곳에서는 달빛막걸리, 하얀 연꽃 막걸리, 소백산 검은콩 막걸리, 백제원 알밤 막걸리, 문경 오미자 막걸리, 송명섭 막걸리, 해창 막걸리 등 특색 있는 막걸리들을 판매하는데, 이 중 6가지를 조금씩 맛볼 수 있도록 한 메뉴다(한 종류당 100mL씩). 막걸리에 익숙하지 않거나, 새로운 맛을 경험해보고 싶을 때 맛보기식으로 부담 없이 주문하기 좋다. 마음에 드는 막걸리를 발견했다면, 통째로 양은주전자에 따라 제대로 분위기를 내보자.
사실 이곳은 막걸리만 다양한 것이 아니다. 문배술, 고소리술, 죽력고 등 우리 전통술은 물론, 연태고량주, 공부가주 등 중국 술과 맥주, 와인까지 폭넓게 마련돼 있다. 술 좀 마실 줄 아는 주당이라면 갖가지 안주와 술을 늘어놓고 꽤 오랜 시간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